주제별 이슈 2008. 3. 24. 09:47


"대학 취업률 따라 재정 차등지원" 발표한 교육과학기술부



교육과학기술부 인재정책총괄과장은 지난 14일 중앙대학에서 개최된 국제 학술대회에서  ‘세계 10대 인재대국 구현을 위한 인적자원 비전과 전략’ 방안을 발표했다. 요지는 취업률에 따라 대학 재정을 차등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공식입장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이명박 정부의 교육철학이 어떤 방향인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취업률을 대학지원과 연계시켜 각 대학당국의 학생 취업 활동을 촉진시키겠다는 발상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공식통계에 의존하더라도 20~29세 실업률은 2008년 2월 현재 7.4%에 이르며, 전체 실업자 중 취직 경험이 전혀 없는 ‘취직무경험자’는 1년 전에 비해 무려 11.9%나 늘었다. 대책을 마련할 일이다.


‘교육 양극화’와 ‘도덕 불감증’ 부추기는 위험한 정책


그러나 문제는 이런 식의 재정 지원은 전체 대학생의 취업률을 증가시키지도 못할뿐더러 파행적 대학교육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란 점이다. 대학을 서열화시켜 차등적인 재정지원을 하는 방식은 필연적인 ‘승리자’와 함께 필연적인 ‘패배자’도 낳을 수밖에 없다. 한국 교육의 고질적 병폐인 교육 양극화가 그대로 재생산될 뿐이다.


또한, 취업률과 재정지원을 연계할 경우 다양한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우선 학생들에게는 '취업'만이 최고의 가치로 제시되어 교육이 경제의 하위 요소로 전락할 것이다.  대학운영자들에게는 오직 수익창출을 위한 CEO적 마인드가 요구될 것이다. 이럴 경우 취업 통계를 거짓으로 조작하는 도덕 불감증도 만연할 수 있다.  


이미 각 대학이 발표한 공식 취업률은 신뢰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작년 MBC 보도를 통해 대학이 신입생 유치와 국비지원 사업 유치를 위해 실업상태인 졸업생들에게마저 적극적으로 거짓 응답을 강요하고 있는 현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미 대학은 최소한의 ‘도덕성’ 조차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타락한 기업이 되어가고 있다. 대학이 ‘생존’을 명분으로 거짓 취업률 통계를 양상해낼 것은 거의 분명하다.


이미 도덕과 민주주의를 상실한 대학사회


대학의 도덕 불감증을 보여주는 사례는 셀 수 없을 정도다. 최근 동국대는 제자 성추행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교수에게 학생들과 해당 학과 교수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2008년 1학기 강의를 배정했다. 동국대가 2년 전 극우단체의 집중표적이 된 진보 사회학자 강정구 교수를 기소단계에서 직위해제 시켜버린 점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없는 이중 잣대다. 진보적 학문은 허용할 수 없어도 성추행은 괜찮다는 태도다. 


고려대학교는 학내 분란으로 ‘출교처분’받았으나 얼마전 재판에 이겨 학교로 돌아온 학생들을 다시 퇴학시킨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퇴학 처분이 과도하다며 다시 효력을 정지시켰고 결국 학교당국도 학생들을 복학시켰다. 징계과정의 정당성이 부재하다보니 끊임없이 외부의 중재가 필요했고, 학내 민주주의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직 대학운영권자의 의사를 무조건 관철시키려는 독단만이 넘쳐났다.


재단의 전횡에 반기를 든 교수를 해임하거나 학생들의 자치활동을 보란 듯이 내리치는 학교당국의 모습은 이제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학력위조와 논문대필, 표절, 인사 청탁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일상이 되어버렸고, 비민주적 학교운영은 점차 대학의 ‘표준’이 되어가고 있다. 대학의 등록금 인상은 학생들과의 합의보다 높은 인상율로 등록금 협상에서 기선을 제압하려는 태도가 만연해 있다. 


오로지 기업적 가치와 이윤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을 ‘경쟁력’으로 인정받고 전체주의적 행정에도 문제제기 하나 할 수 없는 퇴행적 민주화가 벌어지는 현실이 오늘날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에 내동댕이쳐진 대학의 모습이다.


이명박 정부의 근본적 교육철학이 문제 


이명박 정부가 대학교육 정상화를 원한다면, 취업률을 재정지원과 연계시킬 것이 아니라 민주적 대학운영과 인성교육의 질을 재정지원과 연계시켜야 할 일이다. 우리사회를 이끌어갈 인재는 개인의 이익추구보다 민주적 가치와 나눔의 가치를 이해하는 이들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명박 정부는 절대 그렇게 할 리가 없다. 정책 전문성이 떨어지거나 객관적 통계를 잘못 인용해서가 아니라 근본 철학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철학을 국민들이 선택했기 때문에 감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현실을 미처 몰랐었다면, 잠시 잘못 판단했던 것이라면, 그것을 교정할 권리와 책임도 국민에게 있다. 교육은 그저 한번 잘못 찍은 시험 답안지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 미래의 가치를 가르치는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손우정 / 새사연 연구원 roots9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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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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