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08. 3. 18. 14:45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는 지난달 채권보증업체의 위기에서 최근에는 헤지펀드, 사모펀드, 투자은행의 파산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위기의 확산 경로를 돌아보면 최초 대출을 소비한 가계에서 신용파생상품을 최종적으로 구입한 헤지펀드까지 계속해서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칼라일캐피털, 베어스턴스(Bear Stearns) 등의 파산 위기는 지난 3사분기부터 부채담보증권을 비롯한 파생상품을 주로 취급하던 금융기관들의 누적된 손실이 전형적인 신용위기 상황에서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그 핵심에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칼라일’ 캐피털이 존재한다.

칼라일캐피털은 작년 말 기준 자산의 95% 이상을 공기업(Fannie Mae과 Freddie Mac)이 보증한 AAA 채권을 소유하고 있었다. 또한 2사분기까지만 해도 14%가 넘는 수익률을 올리고 있었다. 이렇게 보수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수익률도 좋았던 기업이 불과 몇 달 사이에 파산에 이르게 된 경로는 무엇인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신용위기의 확산 경로... 마진콜의 악순환, 무리한 레버리지, 파생상품과 신용디폴트스왑


우선 신용위기 상황에서 마진콜이 초래하는 구조적인 신용위기의 확산이다.

예를 들어 채권자가 6달러의 가치를 지닌 대출채권에 대해, 요구 담보비율 50%로 11달러를 대출했다고 가정해보자. 현재 담보비율은 55%로 충분하지만 시장상황이 악화되어 채권가치가 1달러만 하락해도 0.5달러의 담보가 부족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만약 채권자가 추가 증거금(마진)을 요구하면서 담보로 가지고 있는 채권 1달러를 매각하면 대출은 10달러로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담보가치는 4달러로 줄어들어 오히려 담보비율은 40%로 하락하게 되고 이는 또 다시 마진콜을 요구하는 악순환이 형성된다. 한마디로 눈덩이처럼 마진콜 요구가 불어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지난 주 내내 칼라일캐피털은 채권자들의 마진콜 요구를 방어했지만 4억 달러의 마진콜 요구를 결국 충족하지 못해 사실상 파산하게 되었다.       


다음으로, 이 기업의 레버리지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것도 문제였다. 2007년 말 보고서를 보면 6억 7,000만 달러의 자본금만을 가지고, 210억 달러를 투자은행에서 차입하여 217억 달러에 투자하고 있었다. 320%라는 놀라운 레버리지 비율로 투자를 하고 있었다.


결국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용위기가 확산되고 투자은행들의 마진콜 요구가 늘어나면서 자산담보채권의 잔액은 급격히 축소되었다. 작년 8월 신용위기가 고개를 들기 시작하면서 투자은행을 비롯한 대형 투자자들이 주택담보증권을 비롯한 자산을 담보로 한 채권들을 유동화, 즉 대량으로 매각하기 시작하면서 유동성 위기가 촉발되었다.


다음으로, 투자은행들이 ABS, MBS 또는 이를 파생시킨 CDO의 시장가치를 4사분기에 집중적으로 할인(mark down)하면서 문제는 더욱 악화되었다. 투자은행들이 부실자산을 대규모로 상각처리할 수밖에 없게 된 또 다른 이유는 자산 유동화과정으로 인해 채권자와 채무자가 분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씨가 모기지 은행으로부터 주택담보대출을 빌릴 경우, 모기지 은행은 이를 묶어 MBS로 전환하고 투자은행(또는 SIV)은 이를 다시 CDO로 만들어 헤지펀드나 다른 투자은행에게 판매했다고 가정해 보자. 최종 투자자가 자신이 구매한 금융상품의 궁극적인 채무자를 안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러한 신용위기를 더욱 확산시킨 주범은 첨단 금융기업이라고 알려진 신용 파생상품인 신용 디폴트 스왑(Credit Default Swap, CDS)이다. 미국의 금융시장에는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거의 모든 채권을 묶고 쪼개어 파는 유동화 시장이 발달되어 있다. 특히 지급불능과 같은 신용위기가 발생할 경우 보상하기로 약속한 일종의 신용보험상품인 CDS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계약 일방의 신용 위험과 파산은 상대방을 위험에 빠트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2007년 7월 1조 1,860억 달러에 달했던 ABCP의 잔액은 무려 4,132억 달러나 줄어들게 되었다. 그 중 60% 가량이 지난 해 3사분기에 집중되었고 이는 4.4분기 투자은행의 대규모 상각처리에 반영되기도 하였다.

관건은 부동산 가격의 안정화, 미 정부는 어떻게 대응할까


현재 미국의 금융위기는 단순한 유동성 위기가 결코 아니다. 지난 6월부터 시작된 위기가 벌써 3사분기를 넘어 계속되고 있다. 이는 가계의 지급불능 위기가 문제의 근원임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서브프라임 대출에 대해 가계가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하며, 이는 부동산가격이 상승하거나 가계의 실질소득이 올라야 가능하다. 실업률이 올라가고 경기가 침체된 이상 후자는 사실상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고, 오직 부동산가격이 안정화되는 시점에서 서브프라임 위기는 점차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분간은 모든 금융기관들이 자산(담보대출)을 매각하여 부채를 상환하려고 하고 있으며, 따라서 부동산가격은 더욱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현재의 신용위기는 과거의 위기들과 근본적으로 성격이 달라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 없이 시장만으로는 위기를 타개할 수가 없다. 중앙은행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시장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우선이다. 신용시장은 불안감이 닥치면 누구도 믿지 못하게 되며 오직 자기만 살려고 발버둥치기 때문이다. 어제 믿을만 했던 친구가 오늘은 모두 서로서로 의심하게 되었을 때, 중앙은행은 믿음직한 친구로 버텨주어야 한다. 금융시장에 대한 개입을 한 축으로 하고, 압류된 주택에 대해서 정부의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방식 등을 통해 주택시장을 안정시켜야 할 것이다.


물론 자본시장과 부동산시장의 급한 불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꺼지겠지만, 실물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부채의 궁극적인 상환은 총수요 증가, 즉 가계의 실질소득 증가가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투자와 세금삭감이 필요하다. 이라크 전쟁에 3조 달러나 쏟아 부으며 발생한 재정적자, 세계화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대규모의 무역적자, 미국이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주목된다.


여경훈 khyeo@cins.or.kr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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