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08.03.17 12:52



노동부가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 13일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첫 업무보고에서 노동부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령 개정 추진을 밝혔다. 새 정부의 ‘친기업 정책’ 방침에 노동부가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지로, “이명박 대통령은 보고를 들은 후 실행 위주로 잘 작성되었다고 두 번이나 평가하셨다”고 정종수 노동부 차관이 전했다.


비정규직 확대, 정규직 전환 2년에서 3년으로 연장


기간제 허용 범위를 2년으로 제한하는 법령은 2006년 12월에 날치기 통과된 후 2007년 7월 1일 시행되어 아직 문구에 잉크도 마르지 않은 상황이다. 당시에도 이 법령이 노동권을 제한하고 ‘노동을 배제’한다는 강한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비정규직의 규모가 축소되기는커녕 전 산업과 직종으로 확대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법령에 따라 2년 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고 2년 단위로 비정규직을 해고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유였다. 실제로 지난해 일어난 ‘이랜드 비정규직 사태’는 장기 고용되었던 비정규 노동자들을 7월 법 시행을 앞두고 대량해고하면서 시작되었다.


2004년 12월 기간제 법안 공청회 장소에서 한나라당 배일도 의원이 물었다. “계약기간이 끝나기 전에 퇴사하면 손해배상청구 들어오는 것 아닌가?” 이에 노동부 관계자가 “맞다”고 대답했다. 이전까지는 1년만 넘으면 개인이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민법이 보장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3년 안에 계약을 해지하면 오히려 회사에 손해를 배상해야할 판이다.


사실상 ’해고 자유화=노동시장 유연화’


사실 노동부는 동일한 내용을 지난 1월에 미리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고하려고 한 바 있다. 기간제 사용 3년이라는 기간은 사용자 단체인 경영자총연합회가 줄곧 요구해 온 사안이기도 하다. 그런데 인수위는 새 정부 출범 전에 노동계를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 안을 거절했다. 당시 언론에서는 노동부가 무안을 당했다고 했으나 실상은 ‘무안’이 아니라 ‘칭찬’을 받은 셈이었다.


정부가 노동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첨예한 사안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명박 대통령은 일단 경제성장을 하면 고용이 늘어날 것이며, 경제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은 노동시장의 경직성에 있다는 기본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이런 사고가 반영되어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핵심적인 정책 방향이 되고 있다.


노동시장의 유연화는 필요한 일자리에 노동력이 빠르게 제공되어야 한다는 믿음에서 출발한 개념이다. 경제구조가 급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노동력의 수급과 이동에는 오랜 시간이 소모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해고를 용이하게 하면 수급 속도와 이동 속도가 높아질까?


IMF 이후 줄곧 진행되어 온 노동시장의 유연화-사실은 노동의 유연화, 곧 해고의 유연화였다-는 오히려 청년 노동력을 감소시켜 노동력의 수급과 이동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청년들은 불안정한 일자리를 피하고, 소수 안정된 일자리를 두고 과도하게 경쟁하고 집착하고 있다. 오히려 해고의 자유화가 일자리의 변동을 경직시키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고용 해법, ‘친시장’ 넘어 과도한 ‘친기업가’ 정책


급속한 경제성장이 국민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삶의 질을 높여주던 때와 현재의 상황은 너무나 다르다. 경제의 금융화가 전반에 걸쳐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산업의 성장은 실물을 생산하지 않더라도 부가가치가 창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본의 유통과 확대만으로도 GDP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산업이 GDP 성장을 주도하는 경제구조에서는 GDP가 성장한다고 일자리가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 말하자면, “성장이 밥 먹여 주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사실을 새 정부는 모르고 있는 것일까? 만약 알고 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장이 유일한 고용 대책’이라고 들이대는 이유는 무엇인가? ‘해고의 자유화’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인다는 확실한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한국의 고용 문제는 바로 ‘경제의 금융화’에 그 근원을 두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이러는 이유는 무엇인가?


최대한 호의적으로 판단하건대, 새 정부는 기업가들의 경영활동을 최대한 자유롭게 해야만 한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 허용 기한 확대도 이런 측면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취향과 정확히 일치한다. 수만, 수십만 평의 산업공단 건설에 필요한 인허가 과정을 단 6개월 만에 처리하겠다고 하는 것도 모두 ‘기업가의 자유로운 경영활동’을 위한 조치들이다.


장하준 교수는 ‘신고전학파’와 ‘오스트리아학파’의 아름답지 못한 결탁으로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탄생했다고 했다. 이들 경제학은 각각 과도한 ‘시장 자율’과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며 ‘신자유주의 괴물’을 만든 것이다. 지금 한국 사회는 이전 정부에서 전개한 ‘시장 자율화’에 새 정부의 ‘친기업가 정신’을 더해 어떤 괴물을 만들고 있는가?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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