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의 경제학”이 우리 사회의 운영 원리가 될 수 있을까?


박원순(서울시장)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은 예전에 저와 일을 함께 할 뻔 했던 적이 있습니다. 2006년 초 저는 “희망제작소”를 설립했습니다. 그 동안 국내외를 발로 뛴 경험과 아이디어를 정리해서 아래로부터 풀뿌리 경제를 만들고 밑으로부터 사회혁신을 이루려는 구상이었습니다. 아마도 한신대 정건화교수, 아니면 동국대 박순성교수를 통해서였던 것 같은데, 그 때 즈음 청와대 비서관을 그만 둔 정태인 원장을 인사동 찻집에서 만났습니다. 그는 마을과 하나가 된 기업형태, 요즘 용어로 하면 “사회적 경제”를 잘 이해하는 것 같지는 않았고 다만 자신의 대학원 시절 전공이었던 “클러스터”와 유사하다고 말했습니다. 의기투합까지는 아니더라도 흔쾌히 같이 일하기로 하고 사무실에 그의 자리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같은 곳에서 함께 일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때를 맞춘 듯, 참여정부가 한미 FTA 협상 개시를 선언했고 그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반대 운동을 했습니다. 


이 책을 보니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그는 본격적으로 “사회적 경제”를 연구하기 시작한 듯 합니다. 지금의 위기는 시장의 원리로 사회 전체를 조직하려는 시장만능주의 실험의 실패입니다. 또 20년 전에는 국가의 원리로 사회를 모두 조직하려던 국가사회주의 실험도 실패했습니다. 이 책은 사회의 원리로 우리 삶을 전부 조직하자는 얘긴 아닙니다. 사람에 내재해 있는 이기성(시장경제), 공공성(공공경제), 상호성(사회적 경제), 그리고 자연과의 공존(생태경제)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지난 30여년 진화생물학과 행동경제학, 그리고 진화심리학이나 사회학을 추적하여 인간은 원래 서로를 신뢰하고 협동할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아니 전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약 100만년에 걸친 수렵, 채취의 시대에 인간의 유전자에는 상호성과 협동이 몸에 박혔고 이기성과 경쟁을 강조한 건 지난 300년에 불과했으며, 협동이야말로 인간이 사회적 딜레마를 해결해 온 비결이라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그는 사회적 경제의 운영 원리를 찾아 나섰습니다. 오스트롬이나 퍼트넘 등의 연구에서 공유자원의 딜레마를 해결하고 사회적 자본을 쌓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게임이론과 같은 추상적 모델에서 도출한 규칙들이 공유자원을 잘 관리해 온 역사적 경험이나 협동조합의 7원칙과 동일하며 또한 내가 국내외의 마을들에서 발견한 원리와도 일맥상통한다는 것을 확인해냅니다. 몬드라곤이나 에밀리아 로마냐, 퀘벡의 경험 또한 현실에서 이런 원리를 확인해 주는 증거입니다. 나아가서 이 책은 공공성은 시장 실패를 메꾸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에 의해 우리 스스로 구성하는 것이며 국제적 차원의 신뢰와 협동 없이는 지금 우리가 맞고 있는 생태위기도 극복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이 책은 굉장히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가 스스로 서문에서 고백했듯이 각 부문의 전문가가 보면 여기 저기 허술한 구석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완벽한 이론과 실증을 기다리기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학자와 연구자들의 주장과 학설을 검토하고, 거기에 정책의 경험을 더해 살을 붙이고, 현실화 해 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는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자신의 경험과 논리에 비춰 가차없이 비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경험과 열정이 이 책의 빈 곳, 엉성한 곳을 촘촘히 메울 수 있을 때, “협동조합도시 서울” 뿐 아니라 사회혁신과 희망이 가득찬 대한민국을 이룰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서울시 공무원을 비롯한 정책 입안자들, 오늘도 여기 저기서 협동조합의 들불을 지피고 있는 사회혁신가들, 그리고 사회구성의 원리를 고민하는 학자들, 또 우리가 맞닥뜨린 생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운동가들, 무엇보다도 올바른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이 뭔가를 고민하는 일반 시민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새사연 홈페이지 saesayon.org

새사연 페이스북 페이지 fb.com/saesayon.org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