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폰이 이렇게 성공한 이유가 무엇일까?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는 장점? 개인용 컴퓨터에서나 가능한 작업들이 그대로 핸드폰에서 구현된다는 점? 아니면 멋진 디자인과 다양한 기능?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아마도 아이폰을 필두로 한 스마트폰이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핵심요인을 꼽자면 혁신적이고 다양한 '어플리케이션Application'(이하 어플)이 아닐까 한다. 스마트폰에서 활용되는 어플들은 스마트폰에 내장된 GPS와 카메라 그리고 무선인터넷 접속 기능 등을 조합해서 모바일 웹2.0 혁명의 참여, 공유, 개방 그리고 실시간이라는 특성들을 극대화하고 있다.

특히 기존에 이동통신사들이 제공하던 천편일률적인 프로그램 사용에 지친 소비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어플을 앱스토어(App Store)에서 구매해 설치한 뒤 이를 활용하고 다시 전파하는데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다. 정리하면 스마트폰의 성공은 '앱스토어'의 성공이며 다시 앱스토어의 성공은 혁신적인 어플리케이션의 성공이라 할 수 있다.



Wi-Fi의 개방이 어플리케이션의 발전을 이끌어내

그 런데 어떻게 해서 이렇게 혁신적이고 다양한 어플들이 순식간에 개발되고 성공할 수 있었을까? 여기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 하나는 기존에는 대기업의 하청업체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던 개발자들이 앱스토어에서 자기가 개발한 프로그램의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앱스토어의 수익분배 정책이 개발자들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요한 다른 하나의 요인은 바로 'Wi-Fi(무선랜)'의 개방이다.

전문가들도 이미 인정하고 있듯이 Wi-Fi(무선랜)의 개방은 소비자가 요금에 대한 제약 없이 무선인터넷을 쓸 수 있다는 장점과 그로 인해 무선인터넷 접속을 극대화하는 한편, 스마트폰이 가진 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어플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개발자와 소비자의 이해관계가 정확히 맞아떨어진 셈이다. 이로 인해 앱스토어에는 스마트폰의 기능과 무선인터넷을 조합한 혁신적인 어플들이 쏟아져 나오게 되었고 이것이 스마트폰 혁명을 강력하게 추동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원래 Wi-Fi 기능은 기존의 이동통신사업자들에게는 무선인터넷 수익을 잡아먹거나 트래픽을 과도하게 유발하는 천덕꾸러기였다. 그러나 오히려 이 Wi-Fi가 대중에게 무료로 개방되자 개발자들은 이를 활용한 혁신적인 어플들을 내놓게 되고 사용자들 역시 무선 인터넷 요금에 대한 부담이 없으니 스마트폰을 활용을 위해 더 많은 어플을 구매하게 되고 그래서 시장은 더더욱 확대되고 그에 따라 기술도 계속 발전하는 연쇄효과가 일어난 것이다.

Wi-Fi라는 정보통신 인프라를 요금 부담 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되자 오히려 기술의 발전과 시장의 확대가 일어난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의 깊게 생각해봐야 하는 것은 바로 '공공재'로서의 정보통신 인프라의 기능이다.

Wi-Fi의 공공재적 성격을 둘러싼 논쟁

대중들의 참여와 공유, 개방에 대한 요구와 기업들의 이익 추구에 대한 요구가 부딪히는 경우는 자주 있어 왔다. 특히 공공재를 둘러싼 국민과 기업 사이의 논쟁은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수도, 전기, 통신, 철도 등 공공재로 인식되는 영역을 둘러싸고 이윤추구를 하려는 기업들과 기본권으로 보장받아야 한다는 국민은 늘 밀고 당기기를 거듭해왔다. 최근에는 Wi-Fi(무선랜) 개방과 관련해서 새로운 공공재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미 국민은 Wi-Fi를 공공재로 인식하고 오히려 Wi-Fi 개방과 확대가 기술의 발전과 시장의 확대를 가져올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혁신적이어야 할 기업들은 오히려 자신들이 돈을 둘여 투자한 인프라를 대중들이 무료로 사용하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전국 곳곳에 기존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깔아놓은 Wi-Fi는 220만 개(KT 50만 개, 통합LGT 170만 개)가 넘는 상황이다.

그러나 스마트폰 이용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무선인터넷 사용에 대한 대중의 요구가 강해지면서 Wi-Fi 공공재론을 둘러싼 논쟁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2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는 각 정당의 후보자들이 Wi-Fi를 지역에 대량으로 설치해서 무선인터넷 강국을 만들겠다고 공약화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이를 두고 기업들은 정부가 기업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외국의 경우 정부 주도하에 Wi-Fi망을 건설하는 작업들이 몇 년 전부터 진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면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수조 원의 돈을 투자해서 건설한 인터넷망을 무료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것이 불합리하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현재 한국의 정보통신 인프라가 어떤 과정으로 건설되었고 어떻게 대한민국이 세계제일의 인터넷 강국이 되었는지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정부와 국민 그리고 기업이 함께 만든 세계 제일의 정보통신 인프라

현재 세계 제일이라고 평가받는 한국의 정보통신 인프라는 기업들의 노력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기업들은 인터넷망 설치 초기에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설비투자를 꺼렸고 이를 설득하고 지원해 수요를 창출한 것은 정부와 국민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의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은 90년대 중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원래 유무선통신서비스는 전형적인 네트워크 서비스로 전기나 철도와 비슷한 성격을 띤다. 따라서 규모의 경제를 만들기 위해 가능한 넓은 영역에 대규모의 설비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며, 대부분 정부가 주도해서 민간사업자들을 나중에 결합시키는 방식을 취하게 된다.

한 국의 경우 1994년 '초고속정보통신 기반구축계획'을 정부가 먼저 세우고 행정전산화, 국가기간전산망(정부, 공공기관), 초고속공중망(기업, 가정) 보급, 그리고 초고속정보통신망 기반구축 등의 순서로 정보통신 인프라를 구축해왔다. 이 과정에서 먼저 구축된 초고속국가망의 경우 소유를 정부가 아니라 민간사업자가 하도록 특혜를 주는 한편 민간사업자가 설비투자를 할 수 있도록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기도 했다.

그리고 초고속 국가망의 성과를 바탕으로 정부가 주도하여 학교, 병원, 관공서 등에 먼저 인터넷망을 구축하도록 지원했으며 이후 기업과 가정에서 이용할 수 있는 초고속 공중망의 경우 막대한 자금지원을 하기도 했다.


사실 민간이동통신 사업자들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이후에 인터넷망 구축에 뛰어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민간사업자들에게 막대한 설비투자자금을 저리융자로 대출해주고 전 국민에게 PC 보급사업을 펼치고 교사, 학생, 주부, 군인 등을 대상으로 인터넷 교육사업을 펼쳐 수요를 적극 창출하였다.

그리고 국민들 역시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수용과 이용으로 한국을 세계 제일의 인터넷 강국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는 엄청난 수로 늘어났고 이것이 지금 인터넷 강국의 기반이 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지금의 유무선인터넷망은 기업들 혼자의 노력으로 구축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시장 참여를 꺼리던 기업들에게 막대한 지원과 혜택을 주면서 지원한 정부와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활용한 국민의 노력이 함께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Wi-Fi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적으로 이미 무선인터넷 시장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성장하고 있었음에도 한국의 이동통신사들은 이를 확대·발전시키려는 고민보다는 기존 가입자들인 국민에게 높은 데이터요금을 부과하고 Wi-Fi를 막는 등의 정책으로 무선인터넷 기술의 발전을 지체시키기까지 했다.


오히려 기업들이 이제 레드오션이 되어버렸다고 자조하던 이동통신시장에서 무선인터넷을 필두로 이 시장을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바꿔낸 것은 다수 국민의 신기술에 대한 욕구와 활용 그리고 참여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지금의 정보통신 인프라가 모두 기업들만의 투자와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인양 주장하고 신기술의 발전과 국민의 참여를 거부하는 것은 한참 시대에 뒤떨어진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이대로는 '무선인터넷판 정보격차'를 걱정해야 할 때

최근 프랑스와 핀란드에서는 국민의 인터넷 이용이 '기본권'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와 주목받고 있다. 이미 세계적으로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의 이용이 국민의 기본권에 해당한다는 논의가 진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이미 정보가 생활의 필수요소가 되는 정보화 사회로 이행했기 때문이다.

이제 정보는 물이나 전기와 같은 공공재가 된 것이다. 따라서 수도관이나 철도, 전력망과 같이 정보가 이동하는 경로인 유무선 인터넷의 통로인 정보통신 인프라 역시 공공재적 성격을 띨 수밖에 없는 것은 자연스러운 시대발전의 한 모습이다.

정보통신 인프라가 공공재적 성격을 띠게 되면서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다. 정보접근권이 국민기본권이 되는 시대라면 정부는 무선 인터넷의 활성화를 앞두고 새로운 정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주력해야 할 것이다. 이미 민간기업들이 자사의 Wi-Fi를 개방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HOT-SPOT Wi-Fi 장소는 대도시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어 이제는 '무선 인터넷판 정보 격차'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무선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통신 인프라의 확대를 오직 민간기업들의 설비시설투자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식의 안이한 정책으로만 일관하고 있다. 앞서 한국이 도서산간지역, 중소도시, 농어촌 등까지 초고속 인터넷망이 구축 가능했던 이유는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와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선인터넷도 마찬가지다. 이미 공공재적 성격을 띠기 시작한 정보통신 인프라 투자를 민간기업들의 시설투자에만 맡겨놓겠다는 것은 너무나 안일하고 위험하기까지 한 발상이라 할 수 있다.

사실 KT가 민영화되던 시기 정부가 정보통신 인프라의 공공재적 성격을 인식하고 민영화된 KT에 농어촌이나 도서산간지역에 시설투자를 하도록 하는 의무를 지게 한 경우가 있다. 이미 정부도 정보통신 인프라의 공공재적 성격을 인정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지금에 와서는 정보통신 인프라의 공공재적 성격을 외면하고 민간기업들의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은 옳지 않다.

한국에서는 그간 신자유주의로 대표되는 시장만능주의가 득세하면서 공공재라면 비효율적이고 부패하며, 오로지 시장만이 투명하고 효율적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퍼지게 되었다. 그러나 스마트폰 혁명이 초래한 Wi-Fi 공공재 논쟁을 보더라도 오히려 공공재와 국민 대중의 참여가 결합하면 훨씬 긍정적이고 효율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폰 혁명이 초래한 모바일 웹2.0 혁명은 참여, 공유, 개방의 정신에 실시간이라는 특성이 포함되어 있다. 지금 Wi-Fi 개방정책과 공공재로서의 정보통신 인프라의 성격을 두고 다양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것은 역시 낡은 체제에 안존하려는 기업을 비롯한 정부와 모바일 웹2.0 혁명을 이끌고 있는 국민들이 '공공성'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가치를 두고 진지한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조성주 haruka23@paran.com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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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애플이 아이폰4를 내놓고 이에 삼성이 갤럭시S로 맞불을 놓으면서 거대 기업들의 스마트폰 전쟁이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어느새 스마트폰이 낳은 소셜미디어의 확장 가능성이나 웹2.0 진화 등의 정치경제적 가능성과 그에 대한 논의들이 대기업들의 마케팅과 언론의 호들갑에 완전히 묻혀버린 듯하여 일말의 씁쓸함마저 느껴진다.

그러나 새롭게 열린 스마트폰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글로벌 대기업들의 홍보마케팅을 논외로 하더라도 스마트폰이 한국 사회에 가한 충격은 가히 '혁명'이라는 단어를 붙여도 충분할 만큼 크다고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의 확산 속도와 영향력은 그 어느 기기보다 빠르고 또 광범위하다. 이미 스마트폰의 확산 속도가 휴대폰이나 인터넷보다 더 빠르다고하니 이제 몇 년 후면 우리는 컴퓨터보다 많은 스마트폰을 접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림1] 100명당 사용자가 5명에서 20명으로 늘어나는 데 걸린 시간(년)
 
또한 스마트폰 혁명은 산업, 생활 방식, 정치 영역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 이미 IT산업과 제조업의 경우 소프트웨어 산업과 부품소재 산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 또한 소위 스마트 소비자의 출현으로 유통, 소매업 등에서도 스마트폰을 이용한 새로운 마케팅이 뜨고 있으며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미디어의 영향력도 스마트폰 혁명으로 한층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변화는 정치권에서도 나타나고 있는데 어느새 유명 정치인들이 스마트폰을 장만하고 트위터로 대중과 소통하는 풍경은 별로 낯설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의 도입으로 나타난 사회 변화의 가능성이 있는 반면 이러한 변화를 가로막는 장애물도 있게 마련이다. 스마트폰 혁명이 초래한 변화도 중요하지만 그 변화가 국민들의 생활과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올바른 변화의 방향을 위해 우리 사회가 넘어서야 할 장애물들은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모바일 웹2.0시대에 되돌아보는 웹2.0

이미 전 세계를 강타한 애플의 '아이폰'이 2009년 말 한국에 출시되면서 우리 주변에서도 본격적으로 스마트폰 혁명이 시작되었다. 스마트폰 혁명은 정보의 공유와 대중의 참여를 기반으로 한 세로운 인터넷 공간을 상징하던 '웹2.0'의 확장판으로 '모바일 웹2.0'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동성을 의미하는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수식어가 붙기는 했지만 '웹2.0'은 그리 낯선 단어가 아니다. 이미 90년대 후반부터 세계적인 IT강국으로 불리던 대한민국은 2000년대 중반에 웹2.0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있었으며 당시 출현한 새로운 IT트렌드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했다.

2000년대 중반 각종 언론매체들은 '참여, 공유, 개방'을 웹2.0시대의 새로운 가치로 제기했고 기업연구소들조차 웹2.0 경영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느니 '구글(google)'과 같은 기업을 따라 배워야 한다느니 하는 보고서를 내곤 했다. 그러나 기업들의 경영 방식 변화나 새로운 시장에 대한 기대와 별개로 한국의 시민사회에서 웹2.0이 크게 주목받은 이유는 당시 한국의 정치경제적 상황과 변화가 새롭게 등장한 '웹2.0'의 가치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웹2.0의 가치가 논의되던 시기에 이미 노무현 정부는 자신의 기조를 '참여정부'로 정하고 평범한 국민 다수의 참여를 이끌어내려고 했으며 개방적인 정부 운영을 추진하고 있었다. 더구나 노무현 정부를 만들어낸 핵심 세력이 바로 시민들의 참여와 개방을 모토로 한 '노사모'로 대표되는 누리꾼들이었다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지난 2000년대 웹2.0시대를 되돌아보면 당시는 해방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의 과정을 지나 참여하고 공유하며 누구나 평등하게 소통하는 새로운 시민들이 등장하여 기존의 구질서와 일대격전을 벌이던 시기였다. 2002년 여중생 촛불시위가 그러했고 2004년 각종 패러디 문화와 정치 참여 열풍을 일으킨 탄핵반대 열풍이 그러했다.

2008년 정부의 잘못된 개방 정책에 저항하며 거리를 수놓았던 거대한 촛불의 행진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국민은 늘 참여하고자 했고 투명하게 개방된 정보와 체제를 원했고 더 나아가 권력을 공유하고자 했지만, 당시까지도 한국사회의 구질서는 여전히 독점과 폐쇄성, 엘리트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웹2.0시대는 적어도 한국에서는 정보화로 인해 새롭게 깨어난 국민들과 구시대의 질서가 격렬하게 부딪히는 또 하나의 투쟁의 역사였다. 바야흐로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누구나 정보를 공유하게 된 국민들이 주도한 '웹2.0 혁명'과 여전히 구시대 질서에 안주하던 한국사회가 충돌을 일으킨 것이었다.

이는 상당한 시사를 던져주는데 정보통신기술의 변화가 단순히 IT산업의 변화만 촉발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시기의 사회 변화와 긴밀하게 조응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사회의 정치경제적 변화가 다른 쪽에서 발전하고 있던 IT산업의 웹2.0이라는 새로운 트렌드와 우연히 조우한 것인지 아니면 웹2.0이라는 IT트렌드가 한국사회의 변화를 촉발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미 정보통신기술의 변화는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개별 주체들의 삶의 방식과 경제 행위, 정치적 구도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거꾸로 사회의 변화 역시 IT트렌드의 변화를 가속화하거나 부상시키는 등 상호조응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지금 진행중인 스마트폰 혁명, 모바일 웹2.0 혁명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모바일 웹2.0 혁명, 다시 한 번 한국사회와 부딪히다

시간이 흘러 이제 스마트폰 혁명이 초래한 '모바일 웹2.0'이 새로운 IT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인상적인 것은 지난 시기 웹2.0 혁명이 2001년 세계적인 IT버블의 붕괴 이후 위기를 혁신으로 극복한 구글과 같은 기업들의 성공에서 비롯된 것처럼 최근의 모바일 웹2.0 혁명은 2008년부터 시작되어 최근 재정위기로까지 번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고 나서야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어쩌면 위기는 늘 새로운 혁신을 추동하는지도 모른다.

모바일 웹2.0은 기존 웹2.0에 모바일, 즉 '이동성'이라는 새로운 단어가 더해진 것이다. 그러나 이를 단순히 참여, 공유, 개방의 가치에 이동성이라는 특징이 더해진 것으로 이해해선 안 된다. 새롭게 추가된 특성은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즉시성, 실시간 등의 단어로 표현될 수 있는 '시간'이라는 새로운 특성이 기존 웹2.0의 가치에 더해져 모바일 웹2.0 혁명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조금 더 살펴보기로 하자.

웹2.0 혁명이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고 거기서 무수히 많은 소통과 논쟁, 실험들을 가능케 했다면 모바일 웹2.0 혁명은 여기에 아예 시간을 얹어 놓았다. 그래서 결국 인터넷의 새로운 공간은 현실공간과 동시에 흘러가는 시간을 가지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이제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해 인터넷이 연결된 컴퓨터를 찾거나 컴퓨터를 부팅할 필요도 없게 되었다. 자신이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을 열고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접속하고 소통하며 검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현실에서 일어난 사건이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인터넷공간에 중계되자마자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확산되고 그에 따른 반응이 일어난다. 현실에서 일어난 사건은 그대로 동시에 인터넷에서도 일어난 사건이 되는 셈이다. 말 그대로 진정한 의미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져 가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공간과 오프라인 공간의 경계가 없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은 이제 온라인에서 참여하고 소통하던 대중들이 그대로 현실에서 소통하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제 국민들은 온라인 공간이든 오프라인 공간이든 상관없이 실시간으로 토론하고 반응하며 현실 세계를 바꿔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다수 대중이다

새로운 스마트폰 혁명은 다수의 대중과 낡은 체제와의 충돌을 낳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이 스마트폰 혁명을 촉발하면서 국민들은 한국 이동통신사들의 독점 체제와 소비자들을 고려하지 않은 무선 인터넷 정책들을 가혹하리만치 강하게 비판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이동통신사들은 너도나도 분노한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려세우기 위해 엄청난 홍보마케팅을 하는 한편, 기존의 통신요금정책들을 수정하고 있다. 또한 정부의 폐쇄적 정책으로 그동안 모바일 유저들이 활용하지 못했던 Wi-Fi(무선인터넷)가 정작 스마트폰의 혁신적인 어플리케이션 개발을 촉진하고 국민들이 이에 열광하자 정부와 기업들은 Wi-Fi를 개방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두고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기도 하다.
 
[그림2] 국내통신업계의 무선랜 정책

Wi-Fi 정책이 도마에 오른 것은 정보통신 인프라가 공공재로서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핀란드와 프랑스 등에서는 인터넷 접속의 권리도 국민의 기본권이라는 주장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제 누구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정보통신 인프라가 공공재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사회적으로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공공의 영역이 급격히 축소되고 민간영역으로 넘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의미심장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보의 개방이란 측면에서도 의미있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한 고등학생이 제작한 버스 도착 시간을 알려주는 어플리케이션에 대해 해당 지자체가 공공기관의 정보를 무단으로 이용했다며 사용을 제한하고 정보를 폐쇄하자 수많은 네티즌들이 들고 일어나는 사건이 있었다. 결국 당황한 지자체가 한발 물러서면서 하루 만에 해프닝으로 마무리되었다.

그 뿐이 아니다. 그동안 하드웨어에만 집착해 온 국내 제조업과 IT산업의 취약성이 낱낱이 드러나게 되었고(한국은 OECD 21개국 중 소프트웨어 투자비율이 21위로 꼴찌다) 이로 인해 제조업의 체질 변화, 서비스 산업의 육성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게 되었다. 정치권에서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각종 소셜미디어가 선거에 활용되면서 인터넷 선거운동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이에 대해 선관위가 불법이라고 규정하면서 많은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토론하는 국민들이 만들어지자 이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정치인들은 너도나도 스마트폰을 구입하고 소셜미디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과연 누구일까? 애플, 구글과 같은 글로벌 대기업들일까? 표면적으로는 그렇게 보인다. 스티브 잡스와 같은 스타급 CEO들의 멋진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화려하게 등장한 혁신적인 제품들이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진정 이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다수의 대중이다. 기업들은 대중의 요구를 파악하고 맞춰가고 있을 뿐이다. 혁신적이라는 기업들 역시 다른 기업들보다 조금 빨리 대중의 요구를 파악했을 뿐이다. 이미 웹2.0시대를 지나온 대중은 모든 것이 개방되어 평등하게 공유되는 가운데 더 많이 참여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이런 대중의 요구가 앱스토어의 수많은 혁신적인 어플리케이션들을 만들어냈고 모바일 웹2.0 혁명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획일적인 제품과 일방적으로 강요되는 사용자 환경이 아닌 누구라도 무선인터넷을 통해서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직접 참여하고 만들어가는 것이 모바일 웹2.0시대의 핵심이다.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삶의 변화

이렇듯 대중이 직접 참여하는 새로운 기술과 변화는 소수에게 독점되어 있던 권력을 다수에게 돌려주는 역할과 더불어 기존 체제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주는 기능을 해왔다. 실제로 지금 스마트폰 혁명으로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충돌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던 기존의 문제점들을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이 연재에서 우리는 스마트폰 혁명이 초래한 다양한 변화 속에서 드러나고 있는 한국사회의 문제점과 변화의 방향을 짚어볼 예정이다.

이미 국민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1. 무선 인터넷이 보편화되고 국민의 기본권으로 자리잡아가는 상황에서도 정보통신 인프라 확충을 위한 대기업의 기반시설 투자만을 멀뚱히 바라보고 있는 정부 정책은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이로 인해 가뜩이나 수도권과 지방의 인프라 격차가 큰 한국에서 정보 격차는 오히려 더 커지지 않을까?

2. 인적자원과 소프트웨어를 무시한 채 하드웨어를 값싸게 제조해 많이 파는 것만으로 한국의 제조업과 IT산업이 생존할 수 있을까?

3. 새로운 글로벌 스탠다드를 주도하고 개방적이고 창의적인 기업인양 보이던 애플이 정작 자사의 아이튠스 서비스를 독점하기 위해 국내의 다른 음원서비스들을 앱스토어에서 차단하는 정책은 올바른가? 이를 두고 한 국가의 정보통신 정책의 방향도 없이 손 놓고 바라만 보고 있는 정부는 문제가 없는 것일까?

4.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데도 인터넷 선거운동을 비롯한 정치 활동을 규제하고 있는 지금의 제도는 모바일 웹2.0시대에 적합한가? 모바일 웹2.0시대는 더 많은 민주주의를 가져올 것인가?

지금 벌어지고 있는 모바일 웹2.0 혁명, 스마트폰 혁명이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국민들 개개인의 생활과 아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혁명은 국민들의 생활양식을 변화시키고 산업 구조를 바꿀 것이다. 그리고 나아가 정치 활동의 영역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 그리고 그 변화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사람들은 결국 기업도, 국가도 아닌 우리 국민인 것이다. 이 변화가 어디까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국민들의 입장에서 진지하게 검토하고 살펴보는 것이 절실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조성주 haruka23@paran.com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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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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