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 09 / 21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2012 대선 주요 대선후보 경제민주화 정책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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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 새사연은 이번 대선이 수개월 전인 4.11 총선처럼 상호 비난과 폭로전을 반복하지 않고 보다 생산적인 정책대결이 되길 기대한다. 특히 나라의 운명과 방향을 결정할 대선 국면인 만큼 폭넓은 시야와 방향에서 우리 국민이 살아갈 비전이 다양한 관점과 각도에서 제시되길 바란다. 아직은 정책과 공약이 추상적이고 다듬어지지 못한 단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선 후보의 저서와 발언을 중심으로 정책 맥락을 짚어보고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정책선거를 유도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요 약]
모든 대선후보가 경제민주화를 외친다. 분명 한국사회의 발전방향에 대해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후보들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래서 정체불명의 개념이라는 소리를 듣는지도 모른다. 우선 지금 상황에서 경제민주화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국회에서의 실질적인 법안 통과를 실현시키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대선후보로서 경제민주화의 의지를 가장 확실히 보여주는 방법이다.

세부정책에 대한 찬반 입장보다 중요한 것은 경제민주화에 대한 철학과 비전이다. 줄푸세와 경제민주화가 같은 맥락이라고 말한 박근혜 후보는 낙제점이다. 참여정부의 신자유주의 편승을 반성했다는 점에서 문재인 후보는 의미가 있으며, 시장지상주의를 비판한다는 점에서 안철수 후보도 의미가 있으나 둘 다 약하다. 그 밖에 앞으로 경제민주화를 한국 경제의 체제를 전환하는 계기로 삼기 위해 후보들이 보완해야 할 내용은 무엇이 있는지도 담았다.


 

[본 문]

쟁점이 사라진 한국 대선

올해 3월 러시아 대선, 5월 프랑스 대선과 그리스 총선이 있었고, 앞으로 10월 베네수엘라 대선, 11월 미국 대선, 그리고 12월 19일 우리의 대선이 기다리고 있다.

미국 대선에서는 증세와 감세를 둘러싼 치열한 쟁점이 형성되고 있고, 유럽의 경우에는 긴축과 긴축 반대를 둘러싼 대립이 날카로웠다. 그런데 다른 나라의 선거에 비해서 우리의 대선은 쟁점이 대립되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출마선언문에서 ‘경제민주화 실현’, ‘일자리 창출’, 그리고 ‘한국형 복지의 확립’을 국민행복을 위한 3대 핵심과제로 내놓으면서 쟁점은 사라진 셈이다. 이 3대 과제는 주로 민주통합당 후보들이 일관되게 제안하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후보도 자신의 책에서 복지, 정의, 평화를 3대 시대적 과제로 제시했다.

이렇게 각 대선후보들이 같은 얘기를 서로 반복해서 주고받다 보니 ‘가짜와 진짜 논쟁’이나 ‘진정성 논쟁’ 따위로 흘러가고 있다. 특히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 부분에서 그런 경향이 심하다.

 

모두가 공감하는 경제민주화, 차이는 실천력

문제는 이렇게 너도 나도 경제민주화의 말을 쏟아놓고 있지만 실제 이루어진 것은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 이 와중에 대형 마트 일요 휴무제가 버젓이 무력화되고 있고 서울 마포 합정동 대형마트 신규 입점이 코앞이다. SJM과 만도기계 산업현장에서 불법적인 용역의 폭력으로 민주주의가 유린되는 한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진정성이 있다면, 지금 열려 있는 정기국회에서 재벌개혁 법안을 의결하여 통과시키야 한다.

새누리당은 경제 민주화 실천모임 주도로 재벌의 경제범죄 형량 강화, 일감몰아주기 금지와 처벌강화,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 및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 제한, 금산분리 강화 법안을 차례로 경제 민주화 1호, 2호, 3호, 그리고 4호 법안으로 발의했거나 준비 중에 있다. 이 법안은 언론을 통해 새누리당의 당론인 것처럼 얘기되지만, 고작 새누리당 의원 20여 명만 참여하고 있으며, 막상 박근혜 후보는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박근혜 후보가 진정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자기 당에서 발의된 법안들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야당인 민주통합당도 답답하다. 지난 7월 초로 12개 재벌개혁 법안을 발의했고, 최근 당내 경제민주화 추진 모임 주도로  ‘0.01% 슈퍼부자 기업’ 조세특례철폐 법안을 발의했다. 그리고 당 차원에서 새누리당에게 경제 민주화 관련 공동 입법 발의하여 조속히 통과시키자고 제안했지만 이렇다 할 상황 주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무력한 상황에 있다. 이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확정되었으니, 문재인 후보가 직접 경제 민주화 법안을 진두지휘해서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의 추진 의지에서 실천적 차별화를 기해야 할 것이다.

특히 여야를 막론하고 세부 법안내용까지 상당히 근접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재벌 총수들의 불법행위에 대한 무거운 징계와 엄격한 법집행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확대나 총수 경제범죄에 대한 형량 강화, 그리고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등 불법행위에 대한 무거운 과세 등이 그것이다. 여야 합의만 하면 금방 통과될 수 있는 부분이다.

국회 문은 열려 있고 너무 많은 경제 민주화 법안들이 이미 문서로 잘 작성되어 발의되었고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국민들의 여론도 이미 모아져 있는 상태다. 통과를 위한 모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말이다. 그러면 누가 법안 심의 의결에서 발을 빼고 있는 것인가. 일단 국정을 책임진 집권 여당 후보인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실행 의지 측면에서 낙제다.

 

진짜 쟁점은 경제 개혁의 철학과 비전

경제민주화의 내용 중에서도 후보들 사이에 의견 대립이 존재하는 부분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이명박 정부가 2009년에 폐지한 출자총액제한제의 부활 여부다. 박근혜 후보는 반대, 문재인 후보는 찬성, 안철수 후보는 유보로 구분된다. 순환출자 금지도 비슷하다. 박근혜 후보는 신규 순환출자만 금지, 문재인 후보들과 안철수 후보는 기존 순환출자까지 금지로 구분된다.

그러나 2012년 현재 대선 국면에서 경제민주화를 논하면서 제기되어야 할 주요 쟁점이 출자 규제에 관한 수준에 그쳐서는 안된다. 그보다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철학과 비전이 다루어져야 한다.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는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에 대한 한국식 비판이자 대안이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를 지배했던 신자유주의에 대한 전반적 비판과 새로운 대안의 모색을 담고 있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경제 민주화가 ‘시대의 화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불공정거래 엄단의 차원이 아니라 ‘규제완화, 감세, 민영화, 작은 정부’라고 하는 신자유주의 정책 수단을 폐기하고, 새로운 경제모델을 수립하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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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2 / 07 / 31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노동조합탄압? 경기회복 망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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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1.세계 어느나라도 연봉에 따라 노조활동을 제한하지 않는다.

2. 경제 민주화는 노동현장에는 없고 여의도에만 있는가.

3. 경제위기에 노동조합 활동을 적극 지원했던 뉴딜 정부

4. 경제 민주화는 여의도가 아니라 산업 현장으로

 

 

[본 문]

세계 어느 나라도 연봉에 따라 노조 활동을 제한하지 않는다.

“세계 어느 나라도 귀족노조가 파업을 하는 나라는 없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 7월 27일 오후,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현안 점검회의에서 한 말이다. 대통령은 특히 “만도기계라는 회사는 연봉이 9500만원이라는 데 직장 폐쇄를 한다고 한다”면서 직장폐쇄 사실까지 정확히 보고를 받고 있었다.

세계 어느 나라 어느 역사에서 연봉이 많고 적은 소득 구간별로 노동조합이 구성되고 노동조합 활동이 제한받는 경우가 있기나 한 것인지 대통령이 모르고 하는 소리임을 차치하자. 대통령이 고소득을 운위한 자동차 관련 기업의 연봉이 기본급과 비슷한 수준의 잔업과 특근이 더해져서 만들어진 수치라는 점, 바로 그런 문제를 없애려고 만도 노동조합이 주간연속 2교대 제도를 도입하자고 파업을 개시한 것이며, 그런 문화를 바꿔보자고 모 대선 후보가 제시한 ‘저녁이 있는 삶’에 호응이 크다는 점도 미뤄두자.

7월 27일 현대 기아차에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는 대기업 만도와 중견기업 에스제이엠(SJM)이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최근 경기의 재 침체 우려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가장 선전하는 산업 분야의 기업들이다. 금속노조 산하의 두 기업 노조들이 구조조정 반대와 주간연속 2교대 등을 요구하면서 부분파업과 하루 전면파업을 한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두 기업은 시설물의 파괴나 심각한 경영상의 위기와 같이 지극히 제한된 상황에서 방어적으로 사용해야 할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말하자면 불법적인 직장폐쇄인 셈이다. 그리고 대통령은 불법적인 직장 폐쇄를 용인하는 대신 비난의 화살을 노동조합에게 씌운 것이다.

 

경제 민주화는 노동현장에는 없고 여의도에만 있는가.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이 두 기업의 직장폐쇄를 위해 전국에서 1500여 명의 이른바 경비용역이 동원되어 에스제이엠 안산공장과 만도의 평택, 문산, 익산 공장에 있던 노동조합원을 몰아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경비용역들이 휘두른 폭력으로 조합원 약 30여 명의 부상을 입는 폭력사태가 발생했다. 공격적 행위를 할 수도 없고 경찰에게 사전에 신고를 해야 하는 용역들이 명백한 불법적 폭력 행위를 한 결과임은 물론이다.

그 용역회사가 바로 컨택터스(Contactus)라고 하는 사설 경비업체였다. 그 업체는 "국내 최대 규모 시위진압 장비를 보유한 대한민국 시위·집회 해결사"라고 스스로 홍보하고 있다. 원거리에서 시위대를 제지할 수 있는 독일산 물대포용 수력방어차량을 최초로 도입했다고 한다. 가장 공격적이라고 알려진 이른바 '히틀러 경비견', 방패, 헬멧, 진압복, 곤봉 1000세트와 지휘차량, 진압차량, 항공 채증용 무인헬기까지 갖췄다고 알려졌다니 가히 사설 무장경찰조직 수준이다. 더욱이 7월 30일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이 폭로한 바에 의하면, 2007년 이명박 대통령 경호를 맡았던 업체라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컨택터스(Contactus)의 명백한 불법 폭력이 아니라 이들에게 폭력을 당한 노동조합을 비난한 것이 아닌가?

지금 정치권에서 온통 경제 민주화 주장이 백화제방을 이루고 있는 와중인데도 에스제이엠의 안산 공장과 만도 작업장은 예외지대인 것 같다. 불법적인 직장 폐쇄와 불법적인 용역 깡패 동원이라고 하는 원시적인 경제 ‘반민주화 사태’가 버젓이 일어나고 있지를 않나? 경제 민주화는 지금 여의도에만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대통령과 기업주들이 노동조합을 비난하는 모든 이유와 명분은 지금 다시 ‘경제 위기’로 가고 있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파업이나 단체행동 등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위기로 경제 민주화는 적어도 노동자들에게는 물거품이 되는 것인가.

 

경제가 위기에 빠지자 노동조합 활동을 적극 지원했던 뉴딜 정부

확실히 올해 들어서 경제 성장률은 전년 동기대비 1분기에 2.8%, 2분기에 2.4%로서 극히 저조한 성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반기에도 유럽경기 침체가 거의 확실한 상황에서 이미 3% 수준의 성장은 불가능할 것이다. 한편에서는 3% 수준으로 급락한 수출부진이 원인이고 다른 한편에서는 가계부채의 덫에 갇힌 국내 민간소비위축과 부동산 경기조정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어느 것 하나 단기적 해법은 없으며 장기적 저성장과 불황으로 이어질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일치한 의견은 ‘내수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맞다. 지금의 수출 부진은 품질 경쟁력이나 가격 경쟁력 때문이 아니라 글로벌 수요 자체가 위축되면서 생긴 문제이니 수출 의존도를 줄이는 것 말고 달리 대책이 있을 수 없다. 내수를 보강해야 하는데, 그 중에서도 정부소비나 기업투자보다 당장 핵심적인 것은 민간소비 즉 국민들의 구매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1930년대 세계 대공황 시기에 뉴딜 정책을 추진했던 미국 정부가, 대공황 탈출의 일환으로 노동자의 구매력 향상을 위해 어떻게 노동조합과 노동조합의 단체협상을 장려하는 정책을 도입했는지 되돌아 봐야 한다. 심각한 경제위기를 맞아 최근 로버트 라이시 미국 전 노동부 장관이 ‘역사로부터 배울 필요’가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강조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바로 그 시점에서 거품이 터지고 대공황으로 굴러 떨어졌다. 그러나 바로 그 때 미국은 사용자들에게 조직노동자들과 신뢰의 협약을 요구하는 와그너 법(Wagner Act)을 만들었고 사회 안전망과 실업보험을 도입했다. 공공사업국(Works Projects Administration)과 시민보전단(Civil Conservation Corps)을 만들었다. 최저 임금제도를 만들었다. 금융에서는 증권법과 글래스-스티걸법을 만들었다.”

사실 미국에서는 19세기는 물론이고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노동조합활동이나 피케팅, 파업 등 노동자들의 단결과 단체행위 자체에 대해 법원이 ‘범죄적 공모죄’로 몰아 형사처벌을 할 만큼 노동자 무권리의 나라였다. 일부에서는 뉴딜 이전의 미국 노-사 관계가 봉건제적인 ‘주인과 하인의 법’의 지배를 받았다고 할 정도였다.

이런 미국에서 1929년 대공황이 터지면서 실업이 급증하고 공황이 장기화하던 시점인 1935년 7월 5일에 입법 서명한 ‘전국 노동 관계법(NLRA: National Labor Relation Act)’, 일명 ‘와그너 법(Wagner Act)’이 제정되면서 완전히 새로운 국면이 열린다. ‘미국에서 제정된 가장 진보적인 법’, ‘노동자의 권리 장전’으로 불릴 정도였던 점을 기억해보면 된다.

와그너 법은 한마디로 노동자에게는 노동조합을 자주적으로 결성하고 단체협상 할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고, 사용자에게는 노동조합에 간섭하거나 지배하지 못하게 하는 등 부당 노동행위를 엄격히 금지하도록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지금 우리의 노동 3권 같은 것이지만, 노동조합 만들고 단체 행동을 하기만 해도 법원이 범죄행위로 형사 처벌하던 나라에서, 더욱이 대공황에 빠져 있는 국면에서 노동권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정책을 내놓았던 것 자체가 주목을 받을 만했다.

한 마디로 와그너 법은 그 이전 수십 년간 계속되어 온 노동정책의 극적인 변화를 의미하였다. 와그너 법에 의하여 미국의 법원은 노동단체 그 자체가 범죄조직이라는 관념을 완전히 버리게 되었으며 자본과 노동 사이의 합리적 관계가 비로소 정착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그리고 단결과 단체협상에 대한 정부정책은 그것을 억압하는 방향에서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서 긍정적으로 인정하고 또 적극적으로 진작하는 방향으로 발전하였다.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 와그너 법이 노동운동의 산물이라기보다는 미국 정부 주도아래 이뤄졌다는 것이다. 당시 노동조합 조직률이 지금과 유사한 10%정도 밖에 되지 않았던 점이 이를 반증한다. 때문에 노동자의 구매력 증진이 경기회복에 필수적일 것이라는 “그 당시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운영에 관한 수정자본주의의 이론에 기초해서 나온 노동 정책적 결단”이라는 평가도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 정부와 고용 노동부가 에스제이엠이나 만도 직장폐쇄에 대해 취하고 있는 태도와 완전히 상반됨을 알 수 있다.

 

“구매력 향상을 위해 노동자의 단결권과 단체 협상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럼 왜 미국 정부는 대공황의 한 복판에서 노동조합 활동과 단체협상을 획기적으로 보장해주는 입법안을 통과시켰을까. 대체로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앞서 언급한대로 수요부족을 타개하기 위한 노동자의 구매력 향상이었다. 입법안을 발의했던 와그너 상원의원은 “경제 침체 극복을 위해서는 구매력이 향상되어야 하며, 구매력 향상을 위해 노동자들의 단결권과 단체 협상권이 법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이런 취지는 실제로 와그너 법 전문에 아주 명확히 들어가 있다. 와그너 법의 전문에는 “완전한 결사 자유 또는 실질적인 계약자유를 가지고 있지 않는 근로자와 회사, 또는 여타 형태의 소유자 연맹체로 조직된 사용자 간의 교섭력 불평등이 임금 및 임금 소득자의 구매력을 억압하며, 산업 간의 경쟁 임금과 근로 조건의 안정을 방해해서 거래에 악영향을 미쳐서 계속적인 기업불황을 악화시킨다.”고 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와그너 법에는 독립성을 가진 노동조합은 이윤의 적정한 분배를 주장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노동조합의 활동에 의해서 노동자들의 경제 사정이 호전되어서 시장에서 높은 구매력이 유지될 것이라는 믿음이 전제되어 있었다.”

더 나아가 와그너 상원 의원은 와그너 법이 보다 나은 경제적 균형을 창조해서 보다 나은 경제적 안정을 가져올 것이라고 확신하였다. 와그너 상원 의원은 단체교섭이 높은 임금과 국민소득의 보다 나은 분배를 촉진하며, 올바른 단체교섭은 사용자의 지배가 없는 노동조합에 의해서만 달성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므로 와그너 법은 자유롭고 독립적인 노동운동의 성장을 촉진하는 것, 그 자체가 직접적인 입법목적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와그너 법의 취지는 2012년 세계경제와 한국경제 상황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현재의 장기침체 국면은 부채축소와 함께 극도의 소비위축 등에 비롯된 바가 크므로, 노동자의 임금소득을 포함한 소득과 구매력 증진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그리고 노동자들이 스스로 협상력을 강화해서 이를 달성할 수 있도록 노동조합 활동과 단체협상을 정부가 지원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지난 15년 동안 신자유주의적 노동 유연화로 인해 체계적으로 해체되었던 각종 노동자 보호 제도와 장치를 복원하는 과정임은 물론이다. 2012년 지금은 한국경제 회생을 위해 와그너 법의 정신이 담긴 노동법 재개정이 다시 이뤄져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경제 민주화는 여의도가 아니라 산업현장으로 뿌리내려야 한다.

그런데 와그너 법의 취지가 단지 경기회복을 위한 노동자 구매력 증진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33년 미국이 처했던 경제적 불황의 타개를 위한 노동정책의 산물이 와그너 법이면서 동시에 이를 민주주의 함양으로 통해 해결하고자 했다는 데 커다란 의의가 있는 것이다. 와그너 상원의원은 경기회복 못지않게 산업 민주주의(industrial democracy)의 정착을 중시했고 심지어 그는 노동자의 민주적 동의와 실질적 자유의 성취를 거시 경제적 안정과 성장보다 우선시했다는 평가도 있다. “경제 안정은 바람직하지만 사회정의는 불가피하다.”고 했던 와그너 의원의 발언이 그 상징이다.

어쨌든 와그너 법 지지자들은 와그너 법이 노동자들의 노동생활에서 민주적 절차를 앙양시킴으로써 정치적 민주주의에 보다 깊은 뿌리가 마련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정부 영역에서 뿐만 아니라 산업영역에서도 민주주의가 성취되어야 하고, 산업 민주주의는 정부의 민주주의와 동일한 원칙에 기초해야 한다는 것이 그 핵심이었다. 따라서 와그너 법 지지자들은 단체 교섭을 통해서 노동자들이 그들의 노동생활의 규범과 조건을 결정하는 데 효과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인간적 완전성과 존엄성을 높은 수준으로 성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80년이 지난 한국에서는 경제 민주화라는 깃발 뒤에서 단지 부분파업만으로 직장폐쇄와 용역깡패의 난입이 들어오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와그너 의원은 권위주의 정부와 자유시장이라고 하는 두 가지의 폭정을 종식시킬 정당하고 민주적인 대안의 필요성을 역설했다고 한다. 권위주의 정부도 자유 시장도 거부했던 그가 생각했던 대안은 공적 이익을 보호하는 민주 정부였고 그 일환으로 와그너 법을 생각했다는 평가는 의미가 있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는, 한편에서는 극단적인 시장 자유화로 인한 양극화와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국가가 적절히 시장에 개입하여 경제의 균형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또 한편에서는 그러한 국가의 시장 개입이 1970년대 박정희 시대의 권위주의적 국가 개입이 아니라, 민주적 시장 통제를 의미해야 한다는 점을 확실히 해야 한다.

정부의 민주적 시장개입에서 중요한 핵심은 경제 권력이 집중된 재벌을 규제함과 아울러 노동자와 소상인, 중소기업, 소비자와 시민 등 다른 경제주체들의 권리와 힘을 강화시켜 그들 스스로 협상력을 높이고 대자본과 재벌 경제 권력으로부터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제도적, 법적, 행정적 개입을 하는 것이다. 최근 시민사회에서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 시민연대’를 구성하려는 것도 노동조합이 약한 우리 여건에서 경제권력에 대항하는 시민적 힘을 키우기 위함이다. 이런 여건에서 특히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결성을 더 용이하게 해주고 단체협상 적용범위를 확대할 수 있도록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이것이 경제 민주화에서 권위주의적 개입과 민주적 개입을 나누는 하나의 기준점일 수 있다. 특히 보수적 박근혜 후보의 경제 민주화가 박정희식의 권위주의적 국가 개입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진정한 경제 민주화인지를 판가름하는 기준일 수 있다. 대선 후보들이 경제 민주화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가 있고 경기 회복에 대한 진정한 의지가 있다면,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하고 보호하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 특히 이번 만도와 에스제이엠 사태에 대해 자신들의 의견을 밝혀야 한다.

그리고 이제 경제 민주화는 당연히 자본시장의 주주들의 테이블에서 벗어나야 함은 물론, 해당 기업을 뛰어넘어 외연으로는 시민들 속으로 들어가야 하며, 내면으로는 노동자들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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