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하락으로 중소기업들은 떨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 초반으로 2008년 9월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전면화 된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출업체들의 환차손 위험 커지고 있다. 물론 상품의 국제거래에 있어 환율 차이에 의한 환차익/환차손이야 늘 상존하기에 많은 수출업체들은 환차손을 방어하기 위해 환해지를 한다. 대표적인 환해지 방법이 바로 달러 선물환매도 거래이다. 환율이 더 떨어지기(원화 평가절상) 전에 미리 수출대금으로 들어올 달러를 파는 것이다. 아래 그림의 왼쪽은 최근 3년간 원/달러 환율 변동 그래프고 오른쪽은 최근 1년 사이의 그래프이다.

<지난 3년간 원/달러 환율 변동>                     <지난 1년간 원/달러 환율 변동>

원/달러 환율은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가 시작됨에 따라 급격히 상승하였다. 2007년까지 1000원 위아래로 움직이던 원/달러 환율은 위기가 전 세계로 퍼진 시점에는 1600원까지 위협하였다. 당시 환율의 급격한 상승을 예측하지 못한 많은 중소기업들은 2007년 보다 원/달러 환율이 더 하락할 것이라는 금융기관들의 전망에 따라 자발적 혹은 비자발적으로 환해지 상품에 가입하였다. KIKO와 같은 환해지 파생상품이다. 그러나 미국 발 금융위기로 원/달러 환율은 급격히 상승하였고 KIKO라는 상품의 특성상 Knock In 구간을 초과할 경우 환차손의 2-3배를 은행에 지급하게 되어 천문학적인 환차손을 입었다. 이런 상황에서 수출을 잘 하고도 환해지를 잘 못 하여 파산한 소위 흑자도산 기업이 속출하였다. 대표적인 기업이 태산LCD이다. 태산LCD는 설립한 지 25년 된 중소기업으로 LCD 광원장치인 백라이트유닛(BLU)을 만들어 주로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업체였다. 2009년 상반기에 매출 3441억 원, 영업이익은 전년도인 2007년 상반기에 비해 8배가 넘는 114억 원을 기록하는 등 양호하고 장래가 촉망받는 중소기업이었다. 그럼에도 환차손을 방어하기 위해 KIKO 상품에 가입했다가 엄청난 손실을 보고 결국 2009년 9월 16일 법원에 파산신청을 하였다. 가만히 있었으면 급격히 오른 원/달러 환율에 의해 오히려 환차익을 볼 수 있었음에도 잘못된 환해지도 기업이 무너진 것이다.

2010년 4월 16일 경향신문 기사에 따르면 최근 급격한 원/달러 환율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수출기업들의 환위험 해지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그 원인으로 2008년 이전 KIKO와 같은 투기성 환해지 상품에 가입했다가 엄청난 손실을 입었던 점이 일종의 트라우마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신용평가회사 무디스의 우리나라 국가 신용등급 상향과 중국 위안화 절상 가능성, 싱가포르 중앙은행의 통화 절상 방침, 외국인의 주식 매수세, 무역수지 흑자 행진 등으로 원화의 수요가 높아지고 강세가 예상됨에 따라 추가적으로 환율이 더욱 떨어진 전망이 우세해 수출업체들의 환차손이 예상되고 있음에도 중소 수출기업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환율이 더 하락하면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하겠지만 어느 정도의 환율 수준이 적정한가의 문제는 여전히 논란거리인 만큼 중소기업들의 고민은 커져만 갈 수밖에 없다. 경제위기 시장에 환율은 내맡기는 자유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한 조건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외환시장의 안정성을 위해 환율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제기가 많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은 하나의 대안으로 관리형변동환율제도인 바스켓밴드크롤제도를 이야기한 바 있다. 환율 변동의 상한선과 하한선을 지정하고 그 범위를 넘어설 때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하여 환율을 안정화시키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시장 참가자들에게 정부 개입의 시점을 예상하게 하고 정부 대응의 신뢰를 높이는 측면이 있어 현재의 자유변동환율제도에 비해 훨씬 안정적인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환율제도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는 정부 부처의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세계는 금융위기 이후 금융시장의 안정성과 부채 줄이기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은 정 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OCED 국가 중 위기 이후 경제회복 속도가 1위라고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눈앞에 놓인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너무 빠른 속도는 사고를 불러오기도 한다. 지금은 속도보다 안전한 운전이 더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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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08.07.23 15:19

중소기업에까지 전파된 스태그플레이션

글로벌 경제와 함께 한국경제도 2008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 초기 국면에 진입했다. 물론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서 조차 수출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아직 큰 충격 없이 나홀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오히려 상반기 정부의 고환율 정책 덕택에 대기업의 영업이익은 더 증가했다.

스태그플레이션 충격은 (1) 일차적으로 임시, 일용노동자 등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감소에서 나타나고 있고 (2) 특히 자영업자수가 1년 전에 비해 약 10만 명이 줄어드는 등 내수 부진과 물가상승은 자영업을 한계상황에 내몰고 있으며 (3) 일부 소기업들이 줄어들고 고용인원이 감소하는 등 중소기업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임시, 일용노동자 → 자영업인 → 소기업으로 전달되고 있는 스태그플레이션 충격은 하반기에 광범위하게 중소기업 생산 기반을 위협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기업들에게 특히 강화되어 나타나기는 하지만, 이미 중견기업에 이르기까지 업황 실적이나 전망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지난 3월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으로 반짝 상승한 것을 제외한다면 중소기업의 경기는 2007년 4/4분기를 정점으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고, 특히 5,6월부터 급격히 꺾여가고 있는 추세다. 7월 업황 전망치 78.2는 2005년 2월 이후 3년 5개월 만에 최저치다.

원자재가격 폭등, 이를 가중시킨 고환율 정책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는 급격한 달러 약세를 초래했고 월가에 집중된 과잉 금융자본을 원자재, 식량과 같은 실물자산으로 이동시켰다. 그 결과 2007년 4/4분기부터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였고 이는 국내 중소기업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주게 된다.

수입원자재 가격의 급등은 중소기업들에게 제조원가 상승의 부담을 주었지만,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원자재가격 상승분을 납품원가에 반영시켜주지 않았고 일부는 오히려 생산성 향상을 들어 원가를 인하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10년간 원자재인 철스크랩(고철)과 선철(쇳덩어리) 가격이 각각 190%, 121% 올랐지만 대기업에 납품하는 주물제품 가격은 20~30% 밖에 인상되지 않았다. 그 결과 지난 2월 29일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 회원들이 납품단가 현실화를 내걸고 납품중지 등의 파업을 하는 상황에 이른다.

여기에 추가부담을 얹어준 것이 이명박 정부 초기 강만수 경제팀의 고환율 정책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초인 3월 고환율 정책을 표방하면서 최대 950원대에 머물던 환율은 3월 18일 1,021원대까지 치솟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간다. 이후 환율은 980원선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고 상반기가 끝나는 6월 30일 1,043원을 기록하며 상반기를 마감한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통상 달러로 표시되는 계약통화기준 수입가격보다 원화 표시 가격 증가율이 더 낮았다. 그 이유는 환율이 낮았기 때문이다. 즉 당시까지는 수입 원자재 가격 급등을 환율이 완충시켜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3월부터 고환율이 시작되면서 달러표시 수입가격보다 원화표시 수입가격 상승률이 7% 이상 더 오르더니 6월에는 환율에 의해 수입가격 추가 상승분이 무려 17.5%가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미 32.5% 오른 달러표시 수입가격 상승률을 49%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고환율이 담당한 것이다. 즉, 환율이 수입가격 상승분을 완충시키는 것이 아니라 확대시키고 있다.

고환율 기조로 증폭된 수입물가는 6월에 49%까지 치솟았고, 수입 원자재 가격은 무려 92%까지 상승한다. 중소기업의 경영에 원자재 가격 상승이 가장 심각한 장애요인이 된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아울러 유가 폭등은 중소기업의 물류비 상승 부담까지 크게 높였다.

중소기업인들 원자재 가격 반영 명시하는 ’납품단가 연동제’ 요구

정부의 ‘납품단가 조정협의제’ 는 실효성 없어원자재 가격 부담이 계속 높아지자 중소기업인들은 지난 5월 ‘납품단가현실화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대처강도를 높였다. 더 이상 방관할 수 없게 된 공정거래위원회는 6월 12일, 절충안으로 ‘납품단가 조정협의제’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인들은 7월 11일 정부의 안을 거부하고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 100만인 서명운동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납품단가 조정협의제 법제화 방안은 대략의 구조로 볼 때 다음과 같다 (1) 납품단가 조정협의 조건과 방법을 하도급 계약서에 명시하도록 의무화 한다. (2) 중소기업은 계약서에 따라 원자재 가격 등이 인상되면 대기업에게 납품가격 조정협의 신청을 하고, 대기업은 이를 응해야 한다. (3) 구체적 단가 조정은 여전히 원사업자-수급사업자의 자율결정으로 한다. (4) 대기업이 단가 조정협의에 응하지 않으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법에 따라 제제조치를 취한다.

중소기업인들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정협의제가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1) 하도급계약서 작성이 의무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대기업들이 하도급 계약서 자체를 안 쓰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하도급 계약서에 납품단가 조정 방법을 명시하도록 하는 것은 큰 실효가 없다. (2) 현재에도 납품단가 분쟁 조정 신청을 하면 거래가 단절되는 경우가 무려 82%에 달한다. 워낙 교섭력 격차가 크고 거래단절이 빈번하여 50% 이상의 중소기업이 납품단가 인상 사유가 발생해도 참고 넘어간다는 것이 조사 결과다. 이런 상황에서 조정과 교섭을 자율적으로 하도록 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

현재 중소기업인들의 반응을 보면 “원자재 가격이 급변했을 때 이를 납품단가에 ‘연동’될 수 있도록 하지 않고 ‘조정’하도록 규정하면 실제로 조정에 나설 중소기업이 어디 있겠나”, “납품단가 조정협의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교섭력 격차로 인해 실효성이 전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납품 중소기업의 거래단절을 촉발하고 가격 협상의 족쇄를 채우는 결과를 초래할 뿐”, “이제는 곪을 대로 곪아 터졌기 때문에 연동제의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산업 자체에 엄청난 파장이 있을 수 있다”, “세계에서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라는 게 드물다는 점은 그만큼 우리나라의 대/중소기업 관계가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인들이 요구하는 ‘납품단가 연동제’는 다음과 같다. (1) 우선 하도급 계약서에 원자재 가격 반영을 명시한다. (2) 하도급법 개정을 통해 ‘부당한 하도급 대금의 결정 유형’에 ‘원자재 가격 변동을 반영하지 않는 경우’를 추가하여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제재를 가한다. (3) ‘중소기업 원가계산 센터’를 설립하여 원자재가격 변동에 따른 가격 인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납품단가와 관련된 분쟁조정 기능을 부여한다.

환헤지 파생상품(KIKO)으로 인한 대규모 손실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 분산 능력이 비교적 취약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지난해부터 은행들(주로 외국계 은행들)은 상당규모의 통화옵션 상품, 즉 환헤지 파생상품을 판매했다. 환헤지 파생상품이란, 주로 외화 결재를 하는 수출기업들이 급격한 환율변동에 대처하고자 달러와 같은 외화 통화를 기초자산으로 하여 설계된 통화옵션(KIKO, Snowball), 통화선도거래, 통화선물거래 상품 등을 말하며, 여기에 환변동보험을 포함할 수 있다. 그런데 중소기업들이 은행과 계약한 통화옵션상품, 특히 그 가운데 하나인 KIKO 상품으로 인해 심각한 손실을 보는 상황이 발생했다.

통화관련 파생상품계약은 수출 중소기업들이 은행들과 개별적으로 맺는 금융상품 거래이기 때문에 정확한 규모를 알기가 쉽지 않다. 문제가 심각하게 불거진 후 공정거래위원회는 7월 16일 이후 상장기업 공시에서 올해 사업연도의 정기보고서에 통화 관련 파생상품 계약내역을 명시하도록 규정했으므로 향후 공시 보고서에서 구체적인 내역이 밝혀질 것이다. 현재까지 추산된 바로는 2007년 KIKO를 포함한 통화옵션 상품 거래는 외국계 은행 중심으로 이루어졌는데, 거래 규모는 한국씨티은행이 65조 1천억 원, 신한은행이 43조 5천억 원, 산업은행이 30조 7천억 원, 우리은행이 18조 원, 그리고 SC제일은행이 16조 원인 것으로 추산된다.

대표적인 통화옵션 상품인 KIKO를 보면 환율이 일정범위 안에서 오르내리면 미리 정한 계약환율로 달러 환전을 할 수 있지만, 정한 범위의 최고한계를 넘어갈 경우에는 시장 환율보다 훨씬 낮아진 계약환율에 계약금액의 2~3배 이상의 달러를 팔아야 한다. 특히 “계약금액 정도의 손실은 환손실로 취급할 수 있지만 물량이 2배로 늘어난다는 규정 때문에 나머지 외화는 직접 시장에서 매수해 은행에 매도해야 하기 때문에 손실 폭이 훨씬 커지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 손실액은 1조 6천억 원2008년 2월까지 KIKO 상품 계약을 맺은 대부분의 경우 환율상한선을 950원선으로 보고 계약을 했다. 그런데 3월 이후 새 정부의 고환율정책으로 인해 환율이 일시적으로 1,020선까지 폭등하는가 하면, 2/4분기에도 좀처럼 980선 밑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그 때문에 Knock-In 범위에 걸린 중소기업들이 대규모 손실을 보게 된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4분기 KIKO 손실액은 총 2조 5천억 원으로 추산되고 이 가운데 중소기업 손실액이 절대적으로 많아서 1조 6천억 원, 그리고 대기업이 9천억 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환율변동추이를 보면 1/4분기 손실액은 오히려 적을 수 있고 2/4분기 손실액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와 업계에서는 2/4분기 환율급등으로 인한 평가손실 규모가 1/4분기의 2배를 넘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KIKO 손실을 제일먼저 시장에 공개한 제이브이엠은 1/4분기 손실 100억 원에 이어 2/4분기 손실이 130억 원 정도 될 것으로 예상되고, 디에스엘시디는 지난 1/4분기 KIKO 손실 160억 원에 이어 2/4분기 95억 원의 손실을 발표했다. 우주일렉트로닉스는 2/4분기 손실이 1/4분기보다 무려 10배 이상으로 추정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5월 27일부터 중소기업중앙회가 피해 사례를 접수한 결과 6월 4일 현재 114개 업체가 접수를 했다.

은행에 유리하고, 기업에 불리한 KIKO

KIKO 이외에도 수출보험공사에서 발행하는 ‘환변동 보험’ 상품을 구입한 중소기업들도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환변동 보험은 계약환율보다 환율이 떨어지면 보험공사로부터 환차손을 보상받지만, 환율상승으로 인해 발생하는 환차익은 수출보험공사에 돌려주는 방식이다. 2008년 들어 6월말까지 수출보험공사가 기업에 지급한 보험금은 357억 원이지만, 반대로 기업으로부터 환수한 금액은 2,222억 원이나 되었다. 환수금에서 보험금을 뺀 금액인 1,865억 원은 결국 기업의 손해 금액이다. 업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약 1,100여개 중소기업이 환변동 보험에 가입했고, “환율 인상으로 수입 단가는 올라간 반면 수출에서 거둔 환차익은 모두 환수 당해 일부 영세업체는 파산하기도 했다”는 것이 중소기업 중앙회 관계자의 주장이다.

이런 과정에서 발생한 중소기업 손실은 1/4분기 코스닥 기업들의 순익감소에서도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1/4분기 유가증권 시장의 기업들은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모두 증가했는데 반해 코스닥 등록기업들은 영업이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환손실로 인해 순이익이 33.98%나 감소한 것이다.

이처럼 수출중소기업들의 피해가 확산일로에 있지만 상품을 판매한 은행들은 가입한 기업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고, 금융당국도 당사자 분쟁이라며 불개입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물론 일부 기업들의 경우 투기목적으로 수출대금을 훨씬 웃도는 과도한 금액을 여러 은행들과 KIKO 통화옵션 거래를 하는 ‘오버헤지’에 나서 손실을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은행이 환헤지 상품의 장점만 강조하고 위험은 거의 알리지 않은 채 가입을 종용한 것은 사실이다.

지난 6월 중소기업 ‘환헤지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가 KIKO 거래 약관이 가입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돼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 약관심사를 청구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7월 14일 열린 약관심사자문위원회에서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다음 회의로 이월시켰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중소기업인들이 KIKO 등 환헤지 파생상품의 문제로 지적하는 것은 (1) 은행과 중소기업 사이에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통화옵션 상품의 성격이나 위험을 잘 모르고 은행의 일방적인 권유에 의해 가입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2) 상품설계가 자동해지 권한이 없는 등 은행보다는 기업에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되어 있으며 (3) 특히 수출중소기업들의 피해가 막대하여 방치할 경우 심각한 경제적 충격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KIKO가 작년 하반기에 붐을 이룬 만큼 1년 만기가 도래하는 올 하반기에는 상당수 기업들이 KIKO 관련 환차손으로 경영난을 겪을 것이 예상된다. 이미 KIKO 환차손 대금을 납입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발생하고 있고 이를 은행이 대신 납입해주고 있다. 중소기업이 납입을 하지 못하면 일부 대출전환을 하거나 압류 등의 조치를 취하며 회수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기업도산까지 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피해구제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고 공정계약 여부를 떠나 은행 역시 최소한 공동 부담을 한다는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자부담 가중

고환율로 가중된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과 환헤지 파생상품의 손실로 이미 상반기 중소기업의 실적은 심각히 악화된 상태이다. 여기에 대출금리 마저 오르고 있어 이자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중소기업 대출을 기피하던 은행들은 2002~2003년 신용카드 대란 여파로 일시적으로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하더니, 2006년 하반기 참여정부의 주택담보대출 억제정책으로 대출길이 막히자 다시 2007년 일시적으로 중소기업 대출을 대거 확대했다.

여기에 지난해 말부터는 원자재가격 상승과 재고 증가로 인해 운전자금이 필요해진 중소기업들이 대출 확대를 꾀하게 된다. 그 결과 올해에도 대출은 꾸준히 늘어서 대출 증가율이 7.7%(1월) → 3.2%(2월) → 4.2%(3월) → 7.4%(4월) → 5.8%(5월) → 6.1%(6월)로 상당히 높은 수준을 기록한다. 2008년 6월말 잔액기준 중소기업 대출은 398.8조 원으로 전체 기업대출의 89%를 차지하며, 전체 가계 대출 376.7조 원보다도 많은 금액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포함해서 시중 금리가 급격히 인상되고 있다. CD 금리는 5.36%(5월) → 5.37%(6월) → 5.59%(7월 22일)까지 인상되었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4.88%(4월) → 5.46%(5월) → 5.90%(6월) → 6.02%(7월 8일)로 높아졌다.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대기업과의 금리 격차를 벌리면서 2008년 5월에는 7.14%를 기록하며 상승일로를 가고 있다.

중소기업의 대출 확대와 금리 인상은 곧바로 중소기업의 이자부담을 가중시키고, 수익성이 나쁜 기업부터 연체를 가중시키게 된다. 특히 지난 수년간 대기업은 단기 차입금 상환 능력과 이자 상환 능력이 계속 개선된데 반하여 중소기업은 거꾸로 계속 악화되었다. 그 결과 2007년 말 기준 중소기업의 단기 차입금 상환 능력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자 상환 능력 역시 2001년 이후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더욱이 현금 수입으로 이자비용도 충당하지 못하는 기업(현금흐름 이자보상 비율이 100%미만)이 31.3%로 늘어났는데, 거의 3개 기업 가운데 한 개 기업은 돈을 벌어 이자도 갚지 못한다는 얘기다.

중소기업의 이자상환 능력 저하는 당연히 금융 연체 확대로 이어질 개연성을 갖게 되고, 더 심화되면 금융 부실로 이어지게 된다. 대기업의 경우 연체율은 2007년 말 이후 0.3% 수준으로 하향 안정화되는데 반해 중소기업은 다시 1%를 넘어서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도 “최근 유가 급등 등 대내외 경제여건이 악화되는 가운데 중소기업 대출의 연체율이 상승하는 등 은행 건전성이 저하될 소지”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일부에서는 정부 당국이 금리를 인상하여 시중 통화량을 흡수하고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현실을 인플레이션 국면으로만 보고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임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나오는 발상이다. 자산가치 하락과 경기침체가 인플레이션과 동시에 오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면 중소기업의 이자부담은 급격히 늘어나 경영수지를 더욱 악화시키게 될 것이다.

정부, 대기업, 금융기업의 책임이 명백히 존재

현재의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서 경제정책운용의 핵심은 물가관리 이외에도 내수기반을 안정시켜서 경제회복의 방향을 잡아나가는 데 있다. 사실상 물가인상이 상당정도 국외적인 요인에서 유래하기 때문에 물가상승 억제 자체보다는 국내적으로 물가상승에 대한 내성을 키우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도 내수기반 안정은 핵심이다.

그런데 내수기반 안정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고용의 88%를 담당하고 있는 중소기업 경기의 활성화이다.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 중소기업 경기 활성화는 취약한 기업에 대한 보호, 지원의 차원이 아니라 경기침체를 극복하고 경제를 살리기 위한 핵심과제의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대기업이 살아야 중소기업이 산다’는 접근이 아니라 ‘중소기업이 살아야 고용도 살고, 국민경제도 살고, 대기업도 산다’는 접근법으로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

21일 인크루트에 따르면 중소기업 192개사를 대상으로 하반기 채용시장 전망을 설문한 결과 60.9%가 ’악화될 것’이라고 응답한 반면 ’호전될 것’이라고 답한 기업은 6.3%에 불과했다. 이들이 하반기 채용시장의 걸림돌로 지목한 것은 ’경기침체’(60.9%)와 ’원자재값, 유가 등 외적 요소’(29.7%)다.

중소기업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는 원자재가격 폭등, 환헤지 파생상품 손실, 이자부담 가중이라는 3대 악재에 대한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중소기업인들이 요구하는 납품가 원자재가격 연동제 법제화와 환헤지 상품 불공정계약 무효 또는 그에 준하는 조치가 그것이다. 해결의 실마리는 중소기업인들이 제시한 해법을 진지하게 논의하는데서 시작한다.

고환율을 조장해 원자재가격 폭등과 환헤지 상품 손실을 가중시킨 정부,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납품가에 반영해주지 않고 있는 대기업, 그리고 환헤지 상품 판매에만 매달린 채, 중소기업에 대한 사후관리나 관계 형성에 무관심한 은행들은 각각 국민경제를 위해 중소기업문제를 풀어야 할 책임과 역할이 분명하게 존재한다. 정부와 대기업, 은행이 나서면 사실상 대부분의 문제를 풀 수 있다.

특히 정부가 적극적으로 환율정책의 실책에 책임을 지는 한편 대기업과 은행으로 하여금 중소기업 지원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대기업을 옥죄고 있다고 생각하는 출총제 규제나 법인세 부담을 풀어줄 생각보다는 지금 중소기업을 규제하고 있는 세 가지 덫을 시급히 풀어주어야 한다. 대기업은 지금도 충분히 자유롭다. 지금은 대기업을 풀어줄 때가 아니라 대기업과 은행으로부터 중소기업의 규제를 풀어주어야 할 때다.

대기업 노동조합들과 민주노총 등 전국적 노동조합 조직들도 중소기업 회생이 노동자의 최대 현안인 고용문제 해결의 핵심임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중소기업들의 납품가 연동제를 푸는 데 동참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김병권 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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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