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09정태인/새사연 원장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다. 내년에 중국에서는 시진핑이 국가주석의 자리에 오를 것이 확실하다. G2의 수장이 결정된 것이다. 물론 한국의 대통령도 바뀐다. 세계경제는 장기 침체에 들어갔고 지난 4년 동안 중국의 위상은 부쩍 높아졌다.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분쟁 때 그 힘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세계적 위기의 시대, 긴축통화도 패권국가의 지위도 흔들리는 시대, “아시아 중심으로”(Pivot to Asia)를 선언한 미국과 지역 패권을 노릴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힘을 겨룰 것이다.
 
이 세계사의 전환기에 우리는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는가? 대선 유력 주자라면 당연히 제시해야 할 필수적인 국가 비전이다.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의 공약들이 어슷비슷해진 지금 차별화를 시도할 만한 굵직한 주제이다. 너무 큰 문제라서 유권자들의 관심 밖이라고 지레 짐작하는 것일까, 나는 아직 귀가 솔깃한 전략을 듣지 못했다. 남북관계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관해서만 간간이 소식이 들릴 뿐이다.

롬니가 아니라 오바마가 당선된 것이 상대적으로 낫긴 하다지만 미국의 두 후보는 한목소리로 중국의 환율조작과 무역불균형을 비난했다. 미국은 이미 제재 수단도 갖추고 있다. 말 그대로 자의적인 보호주의라 할 만한 ‘환율법’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 치명적 무기를 함부로 휘두르지는 못할 것이다. 중국과 일본이 마찰을 일으킬 때 희토류 수출 금지가 그랬던 것처럼 미국에 대해서도 중국은 가공할 무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3조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 자체가 그렇다. 이 중 일부만 시장에 내다 팔아도, 아니 그럴 계획이 있다고 슬쩍 흘리기만 해도 달러 가치는 롤러코스터를 탈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이런 경제전쟁의 와중에 한반도는 무사할까? 불행히도 그렇지 않다. 중국에 대해서 쓰지 못할 무기는 한국을 먼저 겨냥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위기가 시작된 2007년 이후의 환율변화 추이를 보면 위안화보다 원화가 덜 절상됐다.
 
앉아서 당할 수는 없으니 과연 무엇을 할 것인가? 두 강대국 사이에서 한국이 할 수 있는 것은 설득밖에 없다. 세계경제의 회복을 위해서라도 동아시아의 대미(對美) 흑자는 줄어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공동 대응을 하는 것이 낫다. 이미 4조달러를 훌쩍 넘은 동아시아의 외환보유액과 환율을 공동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중국을 설득해야 한다.

물론 미국은 아시아통화기금(AMF)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이 계획을 견제하겠지만 이에 대해서는 동아시아 역내 수요를 증가시켜 미국의 대동아시아 적자를 해소할 수 있다고 설득할 수 있다. 외환위기의 위험 때문에 동아시아 각국은 ‘과도하게’ 많은 달러를 쌓아 놓고 있다. 만일 공동으로 관리한다면 이 중 1조달러 이상을 ‘동아시아 개발기금’으로 만들어 역내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나 중국 내륙, 그리고 아세안에 투자할 곳은 얼마든지 많다. 말하자면 동아시아판 마셜 플랜을 스스로의 돈으로 실행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외에도 역내 협력 프로그램은 얼마든지 개발할 수 있다. 예컨대 동아시아 국가들이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계획을 세우고 공동으로 재생에너지 기술개발을 한다든가, 작게는 사막화와 황사를 방지하기 위한 중국 북부의 조림사업, 홍수를 예방하기 위한 북한의 조림사업도 할 수 있다. 나아가서 분산형 에너지체제에 필수적인 스마트그리드 등 각종 네트워크의 표준도 공동으로 제정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북한의 철도와 전력망, IT망을 동아시아의 돈으로 함께 건설할 수도 있다.

요컨대 세계경제의 회복을 돕는 동아시아의 역내 협력 사업을 제안하는 것이다. 10년 전 고 노무현 대통령이 국정과제로 내세웠던 ‘동북아 공동체론’을 부활시키는 사업이기도 하다. 당시에는 너무 앞서가서 단순한 구상에 그쳤지만 현재의 세계와 동아시아 상황에서 이 사업은 생생한 현실이 되었다. 누가 이런 구상으로 G2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인가?

* 이 글은 경향신문에 기고 된 글입니다.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10.01.29 08:37

최근 글로벌 경제가 다시 불안 조짐을 보이고 있다. 1월 21일 1722포인트로 정점에 올랐던 한국의 주가는 22일 외국인들이 무려 5000억 원을 팔기 시작하면서 1월 27일 기준으로 1628포인트까지 떨어졌다. 94포인트가 추락한 것이다. 미국 주가는 올해 고점 대비 529포인트가 빠졌다. 동시에 큰 폭의 하락세를 지속하던 환율은 다시 뛰어오르면서 극심한 변동성을 나타내고 있는 중이다.

글로벌 경제에 어떤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지금 세계경제 향방을 결정적으로 좌우할 수 있는 두 나라, 미국과 중국에서 새로운 움직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융규제 움직임과 중국의 긴축 조짐이 그것이다. 이 점에서 지난 11월 말 금융시장을 흔들었던 두바이 부도 우려 사태와는 차원이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전후하여 50개 대형은행에 대해 10년에 걸쳐 이른바 ‘금융위기 책임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한데 이어,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사이의 구분을 다시 엄격히 하는 ‘글래스-스티걸 법’ 부활 움직임을 보이면서 자본시장이 얼어붙기 시작한 것이다(새사연, “오바마, 월가에 금융위기 책임 묻다”, 2010.1.20).

오바마는 1월 21일 연설문에서 “은행들은 더 이상 헤지펀드와 사모펀드를 소유할 수 없고, 거기에 투자하거나 지원할 수도 없다. 또한 소비자의 이익에 복무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이윤을 위한 자산 거래도 금지”하겠다며 은행에 대한 공격의 수위를 높였다. 앞으로 3년간 재정규모를 동결하겠다는 발표도 이어졌다(새사연, “오바마, 경제화두 유연성에서 안정성으로 전환 시도”, 2010.1.22).

물론 이제 와서 금융규제 카드를 다시 꺼내는 것이 추락한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치적인 의도가 있을 수는 있다. 그동안 금융규제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위기의 책임자인 금융회사는 수익률을 회복하고 거액 보너스 지급을 재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국 시민은 여전히 소득과 고용이 회복되지 않고 있었고 미국 시민이 더 이상 고통을 계속 인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반증이 오바마 정부의 지지율 추락으로 연결된 측면이 있다. 결국 미국 당국자들이 예상했던 점진적인 경기회복은 미국 시민들이 상당기간 아무 말 없이 고통을 감내할 때에만 기대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을 확인해주고 있다.

또 다른 금융 불안의 진원지인 중국의 자산 거품은 이미 알려진 글로벌 경제의 핵심 위험 요소였다. 그런데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10.7퍼센트에 이를 정도로 경기가 과열된 상황에서 중국정부가 시급히 은행의 유동성을 환수하기 위해 1월 18일과 25일 지급준비율을 연속적으로 인상하는 한편, 주요 국영은행들의 신규 대출 중단과 자본 확충을 선언한 것이다. 아예 중국정부가 공식적인 금리 인상을 할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왔고 곧바로 세계 금융시장에 충격을 안겨주었다.

사실 2009년 초반까지 자유낙하하던 세계 경제는 각 나라가 동시에 구제금융과 경기부양책을 쏟아 부은 결과, 2009년 5월 미국 주요은행 스트레스 테스트 통과 발표를 최종 신호로 진정과 회복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지난해 연말까지 왔다. 금융위기가 2라운드로 돌입한 셈인데, 많은 경제 전망들은 비록 곳곳에 불안 요인이 잠재되어 있긴 하지만 대체로 올해도 이 연장선에서 완만한 회복국면이 이어지길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기대가 연초부터 흔들리기 시작하고 있다. 자칫 또 다른 국면의 시작은 아닌가 하는 불안으로 번지고 있기까지 하다.

물론 이를 두고 ‘출구전략의 공포’라고 할 수도 있고 ‘출구전략 시행에 따른 정상화 과정’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난해 급하게 시행된 위기 수습책의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이고, 매끄러운 출구전략으로 넘어가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2010년 한 해에는 지금까지 국가의 응급조치로 가려졌던 문제들이 다양하게 불거져 나오면서 새로운 금융 불안 단계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리나라 경제도 외형적인 빠른 회복세 이면에 적어도 두 가지 불안 요인이 잉태되고 있었다. 이는 한국은행이 2010년 통화신용정책 방향 보고서에서 밝힌 것처럼, ‘외국자본 유출입 변동’과 ‘가계의 부채 변동’요인이다(한국은행, “2010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 2010.1.7).

특히 이번 금융 불안은 작년까지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 90조 원 가까운 자금을 유입시켜 주가를 떠받치고 환율을 떨어뜨렸던 외국자본이 다시금 빠져나가는 '달러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국 경제를 또 다시 침체의 나락에 빠뜨릴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요인이다.

물론 현재 상황만으로 새로운 금융 불안 국면으로 진입했다고 단언하는 것은 상당히 과도한 해석이다. 그러나 국제적인 금융 불안의 불씨가 여전히 꺼지지 않은 채 살아있다는 것은 확실하며, 어떤 계기에서든 또 한 번 세계 경제를 뒤흔들 파괴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위기의 원인을 근원적으로 제거한 것이 아니라 국가 세금으로 위기를 덮어두었기 때문이고 시장을 정상화시킨 것이 아니라 국가의 인위적 경기부양으로 지표를 회복시켰기 때문이다.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