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 07 / 30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새사연은 지난 해 '한국사회 분노의 숫자'라는 타이틀로 우리사회의 불평등과 불공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기획 연재를 진행했습니다. 1년이 지난 현재 우리사회의 불평등은 더욱더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고, 최근에는 불평등에 대한 감수성이 '갑과 을'이라 문구를 통해 보편화 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새사연은 2013년 7월부터 "분노의 숫자 시즌2"라는 제목으로 우리사회의 불평등을 더욱 세밀하게 분석해 보고자 합니다.(편집자 주)








▶ 용어 해설


소매점들의 유형

대형 소매점은 백화점과 통상 ‘대규모점포(3,000m2 이상)를 개설한 대형마트’로 나뉜다. 신세계 이마트, 롯데, 그리고 영국계 테스코가 소유한 홈플러스로 과점되어 있다. 대형 소매점들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이마트와 롯데, 홈플러스와 GS리테일 등 4개 대형 유통기업들은 골목상권을 잠식하기 위해 대체로 990~3300㎡(300~1000평) 규모인 슈퍼수퍼마켓(SSM)을 파상적으로 개설했다. 한편, 세븐일레븐, 바이더웨이, CU(구 훼미리마트) 등 대형 유통기업들의 체인형 편의점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기존의 골목 슈퍼마켓을 대체해 나갔다.



▶ 문제 현상


규제했지만 대형마트의 팽창을 막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대형 유통재벌의 탐욕을 억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009년 7월 처음으로 인천과 부평에서 SSM입점을 저지하기 위한 중소상인들의 저항이 시작된 이래 전국 곳곳에서 대형마트와 SSM 입점을 막기 위한 사업조정신청이 쇄도했다. 그 첫 결실로 2010년에 유통법과 상생법이 제정되어 부분적으로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잠식이 억제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적어도 2011년 말까지 대형유통재벌의 팽창은 거침없이 진행되었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기간 동안 백화점도 계속 늘었다. 이미 한참 전에 포화상태에 진입했다던 대형마트도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다. 2007년 375개에서 2011년 472개로 거의 100개가 늘었던 것이다. 특히 중소상인들이 필사적으로 저지하려고 했던 SSM의 팽창 속도는 경이적이다. 4년간 354개에서 980개로 무려 2.7배가 팽창했다. 중소상인들의 비명과 아우성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음을 잘 보여준다.


또한 심야영업 강제와 과도한 위약금 등으로 사실상 노예계약 수준임이 밝혀진 편의점들의 폭발적 증가도 놀랍다. 2007년까지만 해도 12000개에 불과하던 체인형 편의점이 2011년 말 기준으로 22000개에 육박할 정도로 늘어났다. 자고 일어나면 주위에 편의점이 생긴다는 일반 시민들의 말이 명확한 수치로 입증되고 있는 것이다. 그에 반비례해서 일반 슈퍼마켓들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경악할 만한 사실은 SSM의 경우 중소상인들의 저항이 본격화되었던 2010년에도 200개가 새로 생겼고 유통법과 상생법이 발효되던 2011년에도 100개 이상이 생겼다는 것이다. 대형유통재벌의 탐욕을 억제하기에는 정부, 국회의 의지와 노력이 턱없이 부족했음을 잘 보여준다. 2012년 이후 대형마트에 대한 부분적 일요 휴무제가 강제되고 유통법과 상생법이 다소 보강되었지만 여전히 골목상권을 지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최근까지도 편법적인 SSM 추가 입점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재벌들의 과잉 팽창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그들은 신규 출점으로 인한 고용 창출을 들어 정당화해왔다. 그러나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고용은 반대로 줄어들고 있다. 2008년만 해도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한 곳당 177명의 직원이 있었는데, 2011년에는 138명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렇게 큰 마트에 겨우 직원이 100여명밖에 되지 않는 다는 사실에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일하는 사람들은 훨씬 더 많다. 매장에 입점한 업체의 직원들과 압도적으로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다. 예를 들어 “전국에 146개 점포를 갖고 있는 이마트도 정규직은 매장당 102명에 불과한 반면, 비정규직이 그 2배를 웃도는 260명”에 달한다.(이들 비정규직 가운데 9100명이 2013년 정규직이 되었다고 크게 언론보도 되었다. 그런데 실상은 정규직 전환이 아니라 ‘신규채용’ 즉 기존 경력은 무시된 채용이었다.)


대형 유통재벌의 탐욕의 반대편에는 자영업자들의 생존위기가 있다. 그 단적인 사례가 개인사업자 폐업의 증가다. 2008년에 비해 2011년에는 한 해에 폐업건수가 약 10만 건이 더 늘어나서 84만 건에 이른다. 이는 1분마다 1.6개의 개인사업자가 폐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문제 진단과 해법


더 이상 회피하지 말고 허가제를 수용해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실 처음부터 정답은 있었다. 지금처럼 대형유통재벌이 입점을 원하기만 하면 신고로 끝내는 방식을 허가제로 바꿔 기존 중소상인들에게 현저한 피해가 예상되면 입점을 억제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 방안은 처음 SSM 규제 얘기가 나오던 2009년부터 중소상인들이 일관되게 주장해왔던 사항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이를 무시하고 우회적인 방안들로 입법을 했지만 그로부터 4년 동안 대형유통재벌의 골목상권 잠식도 막지 못했고 중소상인들의 생존도 제대로 지켜주지 못했다. 결국 허가제라는 원칙으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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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3김병권/새사연 부원장

 

편집자 주> 새사연이 참여하고 있는 경제민주화시민연대(준)와 민주당 경제민주화추진의원모임이 공동으로 지난 9월 12일 토론회를 갖고 경제 민주화를 위한 10대 과제를 발표했습니다. 재벌내부구조개편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의 경제 민주화와는 달리, 중소상인, 중소기업, 소비자, 노동자 등 경제적 약자의 권리를 지키고 재벌을 규제하는 입법을 최우선을 다루고 있습니다.

백가쟁명으로 말만 무성한 경제 민주화 내용 가운데 시민 사회단체가 최우선으로 뽑은 10대 과제입니다. 앞으로 경제 민주화시민연대는 더 국민의 생활과 밀착된 경제 민주화, 진정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시킬 경제 민주화에 주력해 나갈 것입니다.

 

1. 한국 사회의 현실이 너무나 비참합니다. 자살율은 1위 수준, 출산율은 꼴지 수준 등의 지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최악의 민생고는 현재 우리 사회에 수없이 많은 비극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이대로는 더 이상은 안 됩니다. 이제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은 한국 사회와 우리 경제의 지속적 발전을 위하여 반드시 해결해야 할 시대적 과제이자, 한 시도 늦출 수 없는 ‘민생살리기’의 핵심 요체가 되었습니다. 여야 대선 후보들도 앞 다투어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것이 말뿐인 것이라면, 오락가락하는 것이라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또 차기정부로 넘길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 정기국회에서 각종 입법을 통해서 그 진정성을 보여주어야 할 때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 19대 첫 정기국회가 ‘참된 민생국회, 정말로 제대로 된 경제민주화 국회’가 되어야 함을 선포하고, 3대 분야 10대 과제를 공동으로 도출하여 이의 시급한 입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해 나갈 것입니다. 또 경제민주화와재벌개혁을위한시민연대(준)가 제안한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위한 정치권·시민사회 연석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적극적으로 함께할 것을 선언합니다.

 

2.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위해 현 시기 가장 시급한 입법 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중소기업·중소상인·소비자 보호>

- 중소기업에 대한 불공정 원·하청 거래 개선을 위한 하도급법 개정

- 의무휴업제도 확대 등 중소상인 생존권 보장을 위한 유통산업발전법·상생법 개정

- 중소기업·중소상인도 함께사는 공정한 경제를 위한 중소기업·중소상인적합업종특별법 제정

- 재벌대기업의 담합 등 불법행위 근절·엄단을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과 소비자집단소송법 제정

 

<노동자와 청년들의 생존권 보장>

- 비정규직과 정리해고를 근절 및 최소화하기 위한 노동관계법 개정

-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 확대와 산업재해 예방

- 재벌대기업과 공기업의 청년고용할당제 도입과 최저임금제도 전면 개선

 

<재벌대기업의 특혜 타파와 일감몰아주기 규제 및 법입세 인상 등>

- 재벌대기업의 특혜 타파와 일감몰아주기 규제 및 최저한세율·법인세 인상

- 재벌대기업의 은행 지배를 근절하기 위한 금산분리 강화와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

- 재벌대기업의 환상형 순환출자금지 등 지배구조 개선과 노동자 경영참가 확대

 

3.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이 시대적 과제, 민심의 절절한 요구가 된 이 때 합정동 홈플러스, 광명 코스트코-이께아 출점 강행, 대상·CJ그룹 등의 도매상권 침탈 등은 즉시 중단되어야 하며, 대형마트와 SSM의 의무휴업제는 더욱 강화되어야 합니다. 또, 경제민주화의 핵심과제가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일자리의 양과 질을 제고하고 확대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 SJM 폭력사태 등이 반드시 조기에 해결되어야 하며 국회는 향후 1)중소기업·중소상인·소비자 보호, 2)비정규직·정리해고 문제 해결, 청년실업 대책,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 확대 3) 재벌대기업의 온갖 특혜를 타파하고 법인세 인상과 지배구조 개선 등 3대 분야에서의 10대과제를 위해 즉시 입법에 나설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하고 호소합니다.

 

4. 또 경제민주화추진의원모임과 경제민주화시민연대는 합정역 홈플러스 저지 농성장 등 전국 중소상인들의 투쟁 현장,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의 농성장, 민주노총의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서명운동 현장, 경제민주화2030연대 출범식 등 다양한 경제주체들의 생존권 투쟁 및 경제민주화 운동 현장을 찾아 지지와 연대의 뜻을 표하고 각종 민생경제 현안 해결과 민생살리기에 전력을 다해 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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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29김병권/새사연 부원장

 

경제 민주화, 대선 최대 쟁점이 정말 맞는가?

네 달도 남지 않은 18대 대선의 최대 쟁점이자 이슈가 ‘재벌개혁 경제 민주화’라고 한다. 그런데 정말 그런지 최근 상당한 회의를 갖게 한다.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를 가지고 도무지 여와 야의 구분, 보수와 진보의 구분, 대선 후보들 사이의 차별성이 생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민주통합당과 대선 후보들이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재벌개혁-경제 민주화 전망과 방안을 만들어내지 못한데 있다.

단적인 사례가 새누리당 경제 민주화 실천모임이 준비하는 금산분리 법안 내용이다. 새누리당 법안은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한도를 9%에서 4%로 되돌리는 것을 넘어서, 기존에 재벌이 제한없이 소유했던 보험, 증권 등 비은행 금융회사들을 중간금융지주회사로 묶어서 따로 분리하기로 했다고 알려졌다. 비록 소유관계를 끊어내는 진정한 금산분리는 아니지만, 은행이 아닌 금융계열사에 대해서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는 민주통합당이 준비해온 법안보다 더 전진된 것이다.

이처럼, 민주통합당과 대선 후보들은 과거부터 전통적으로 제기되어 왔던 재벌개혁 의제들, 예를 들어 출자총액 제한, 순환출자 금지, 지주회사 지분요건 강화, 금산분리 등을 의례적으로 반복하는 것을 넘어서 시대와 상황변화에 맞는 혁신적인 개혁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민주당의 관성적이고 소극적인 경제 민주화 의지 때문에 쟁점이 형성되지 않는 것이다.

 

여의도를 나와 민생현장의 경제 민주화를 실천하라.

이러한 것들이 실제로는 어렵지 않은 문제일 수 있다. 민주당의 손학규 후보는 “비대화한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는 것을 (경제 민주화를 위한) 네거티브 접근이라고 한다면, 경제적 약자들이 적극적으로 경제 민주화를 펼치는 능동적인 접근이 있다”는 분석을 했다. 매우 적당한 지적이다. 민주통합당 후보들은 즉시 능동적인 접근으로 돌아서야 한다.

능동적인 접근은 현대차에서 사내하청으로 일하고 있는 8000 명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 불법파견 판결에 따라 즉시 정규직 전환을 실천하는 것이다. 또한 이미 인근에 1개 대형마트와 3개의 SSM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4300평 규모의 대형마트를 마포 합정에 입점시키려는 홈플러스를 막는 것이다. 경제적 약자들이 적극적으로 경제 민주화를 요구하고 있는 생활현장에서 그 요구를 함께 실현하고 이를 제도화해주는 것이다.

 

월 2회 휴무제도 간단히 무력화 되는 상황에서 경제 민주화라니.

특히 중소상인들은 마포 합정 홈플러스 입점 저지를 위해 농성을 시작하면서 시민 사회단체와 함께 세 가지 요구사항을 내걸었다. ‘대형 마트의 추가 입점 중지’, ‘대규모 점포의 영업시간 제한 확대와 모든 공휴일 의무 휴업제 시행’, ‘유통재벌의 도매업 신규 진출 중지’가 그것이다. 최근 유통재벌의 소송으로 월 2회 휴무제가 불과 4개월 만에 완전히 무력화된 상황을 중소상인들은 지켜보았다. 선거 국면임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모든 정치세력이 경제 민주화를 소리 높여 외치는 현실에서도 유통재벌의 공세에 따라 월 2회 휴무제가 간단히 무력화되는 이런 상황에서 경제 민주화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롯데, 이마트, GS 등 유통재벌들은 우리나라 1,2,3위 재벌도 아니지 않는가? 이들에게도 쉽게 굴복하는 경제 민주화라면, 만약에 대선이 끝나고 정치권이 국민의 눈치를 보지 않게 되자마자 모든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는 여의도에서 사라질 것이다. 정치권이 정말 경제 민주화에 대한 최소한의 의지가 있다면 9월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대형 점포 공휴일 휴무제를 입법화해야 한다. 동시에 우리 국민들도 지역의 중소 상인들과 연대하여 ‘착한 소비운동’ 차원에서 대형마트 휴무제 요구를 함께 해나갈 필요가 있다. 시민의 힘이 뒷받침 되지 않는 사회개혁은 이루어진 역사가 없음을 우리가 알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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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8 / 20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대형마트 규제는 경제 민주화이자 위기대책이다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보고서 제목을 눌러주시면 됩니다.

 

[목 차]

1. 대형마트 의무 휴업이 고용감소, 소비감소 초래하나

2. ‘매장은 증가, 종사자 수는 감소’가 대형마트 통계

3. 대형마트 규제가 아니라 확장이 고용과 소비를 위축


 

[본 문]


1. 대형마트 의무 휴업이 고용 감소, 소비감소를 초래하나?

유럽위기의 장벽에 막혀 수출이 급락하고 부동산 거품과 가계부채의 덫에 걸린 내수도 회복이 어려워지면서 다시 경제위기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를 넘어 경제위기 해법 모색이 더 시급하다는 문제제기도 나오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여 최근 대형마트 규제나 김승연 한화회장 구속과 같은 재벌개혁이 경기침체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식의 분위기도 감지된다. 말하자면 경제가 심각하게 어려워지는 판국에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가 경제를 더 침체로 빠뜨릴 수 있다는 논리다.

특히 경제 민주화 때문에 경기가 더 나빠질 수 있다는 대표적인 주장이 대형 유통기업들에게서 나오고 있다. 올해 실시되었던 대형마트 의무 휴무제로 인해 가뜩이나 위축된 고용과 소비감소가 더 심화되었다는 것이다. 얼핏 그럴듯한 주장처럼 들린다.

그렇다면 대형마트와 관련된 최근의 상황부터 정리를 해보자. 올해 초 유통산업 발전법 개정에 따라 지난 4월부터 각 지자체들은 해당 지역에 입점한 대형마트와 SSM에 대해 월 2회까지 일요 휴무제 조례를 발표하고 시행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의무 휴무제가 실시되자마자 대형 유통기업들은 이에 반발하여 의무휴무조례에 대한 행정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결국 제도가 막 시행되는 단계였던 지난 6월, 서울 강동·송파에서 행정법원이 절차상의 하자 이유를 들어 의무휴무 취소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2012년 8월 현재 95%이상의 매장들이 의무 휴무를 지키지 않고 영업을 재개하는 상황으로 다시 되돌아갔던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롯데, 이마트, 홈플러스 등 유통대기업들은 대형마트 영업 제한 등이 민간소비를 감소시키고 고용을 위축시켜 내수경기 악화를 재촉할 것이라는 주장을 폈고 일요 휴무제 폐지의 핵심 논거로 사용했다. 예를 들어 “소비 침체보다 더욱 심각한 것이 일자리 감소”라면서 “대형마트 3사에 따르면 대형마트 의무 휴무제 실시로 3000여명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의무 휴무제 확대 시행시 최대 9000명까지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업계가 우려하고 있다는 보도 내용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매일경제 2012.7.11일자)  물론 이들이 말하는 일자리는 주로 시간제 근로자, 주말 아르바이트, 협력사 판촉사원 등 비정규직 등이 대부분인데, 이들 3000명 일자리가 사라졌다는 얘기는 유통기업들이 월 2회 휴무의 영향을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곧바로 이전시켰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기도 하다.

 

2. ‘매장은 증가, 종사자 수는 감소’가 대형마트 통계결과

그러면 실제로 대형마트 휴무제 지정 등 일부 영업제한 조치가 내려지면 대형마트의 고용이 줄어들고, 더 나아가 소매유통업종 전체의 고용까지 줄어들게 되는 것이 불가피한 것인가. 그리고 이 같은 고용위축이 소비축소로 연결되면서 경기침체를 악화시킬 수 있단 말인가.

아니다. 오히려 실제 통계는 정 반대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통계청이 2010년까지 발표한 전국사업체조사 결과를 보면, 대형마트 점포 수는 최근 수년 동안 꾸준히 증가하고 있었고 2010년 기준으로 백화점은 93개, 대형마트 등은 458개까지 늘어난 상황이다. (표 1 참조) 여기에서도 대형 마트가 지난 수년 동안 공격적으로 점포를 확장해 왔음을 다시 확인할 수가 있다.

그렇다면 대형 마트의 점포수가 늘어나는 것에 비례해서 해당 마트가 고용한 노동자 수도 늘어났는가. 유감스럽게도 늘어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줄어들었다. 2008년 대형마트 종사는 약 7만 1천명까지 늘어났지만 2010년에는 6만 명 밑으로 줄어들었던 것이다.(그림 참조), 반면 수퍼마켓 등 나머지 소매부분의 고용이 늘어났다. 그 결과 2008~2010년 사이에 소매업 종사자들의 수자는 대략 150만 명 전후에서 유지되고 있는 중이다. 결국 요약하면, 대형마트 노동자는 전체 소매업 종사자 150만 가운데 4%에 불과한 6만 명 전후의 고용을 담당하고 있다. 그 마저도 최근까지 대형마트의 매장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용인원이 오히려 줄었다. 고용감소는 영업제한 때문이 아니라 영업 확장의 결과였다.

대형마트의 사세확장이 결코 고용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준다. 매장 수가 해마다 늘어감에도 불구하고 종사자의 절대 규모가 줄어들면 당연히 매장 당 직원 수가 줄어들게 되어 있고 그 만큼 직원의 노동 강도가 세질 개연성이 있다. 실제로 대형 마트의 매장별 직원은 계속 줄어들어 2010년 기준 매장당 직원 수자는 130.5명이었다.

더욱이 대형마트의 종사자 가운데 상당 부분은 비정규직 개연성이 높다. 한국일보가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에 95개 점포를 두고 있는 롯데마트의 경우 2012년 6월 말 현재 전체 직원은 1만 1,443명. 이중 절반이 넘는 7,160명이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이라는 것이다. 또한 “전국에 146개 점포를 갖고 있는 이마트도 정규직은 매장당 102명에 불과한 반면, 비정규직이 그 2배를 웃도는 260명”에 달했다는 것이다.(한국일보 2012.7.19일자)

 

3. 대형마트 규제가 아니라 확장이 고용과 소비를 위축

우리나라 도소매 시장에 대한 대형 유통 재벌의 마구잡이 확장정책이 고용감소와 소비감소로 내수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분석은 이미 오래 전에 한국은행에서도 지적한 바가 있다. 2007년 한국은행 조사 연구 자료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등장과 확산이 부분적으로 물가 안정 효과를 통해 소비를 늘릴 수 있지만, 그 보다는 “빠른 고용 감소로 인해 소비 증가를 다소 둔화시키는 요인”이 더 크다고 분석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은행은 “고용의 급격한 축소 등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대형 유통재벌들이 과도하게 국내 유통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기 보다는 “중국, 인도 등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을 권고했던 것이다.(한국은행, "도소매업 구조변화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2007)

그렇다면 결국 무엇이 문제일까. 대형마트의 영업제한이 아니라 대형마트 확장 자체가 고용감소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대형마트 내부의 고용감소 문제는 사실 크지 않다는 사실이다. 대형마트가 신규로 입점하고 영업력을 확장하여 주위상권을 잠식하면 그 주위의 도소매업이 몰락하면서 훨씬 큰 매출피해와 고용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이점이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이다. 대형마트 영업일부 제한을 자사의 비정규직에게 곧바로 떠넘겨 놓고 고용위축을 초래하고 있다고 불평하면서, 그 주위 상권에 존재하는 거대한 중소상인의 생존 위기를 눈감는 행태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대형마트의 고용특성에서 확인한 것처럼, 적지 않은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의 결과는 국민들의 고용과 소득여력 확충과 구매력 강화로 연결되어 있다. 즉, 경제 민주화는 국민의 구매력 강화와 민간소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고, 곧 내수경기회복에 기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경제 민주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한다. 특히 대형 유통기업들의 과도한 영업에 일정한 제한을 두어야 한다. 중소상인들의 영업 공간을 확충해주어야 한다.

우선 무력화된 대형 유통업 의무 휴업 지정제도를 더 엄격하게 복원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번 기회에 대규모 점포 의무 휴무일을 원칙적으로 모든 일요일로 확대적용하고 예외적으로만 영업허용을 해야 한다. 평일 야간 영업도 저녁 9시 이후부터는 제한하는 등 더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 이것이 9월 국회에서 경제 민주화와 지역경제 회복을 위해 국회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입법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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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09.08.04 09:51
기업형수퍼 논란, 대자본의 지역경제 공습에 제동 걸다
도표가 포함된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http://saesayon.org에서 PDF파일 다운로드

한꺼번에 터져 나오기 시작한 지역 상인들의 분노

2009년 7월 27일 역사적인 결정이 내려졌다. “중소기업청은 2009.7.20 중소기업중앙회에 접수되어, 2009.7.23 중소기업청에 신청된 인천 부평구 갈산동 SSM 마트 입점철회 요청 건에 대해, 2009.7.27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제 34조의 규정에 의한 사업개시 일시정지 권고를 하였다.”(중소기업청 보도자료)

이는 자영업인들이 오랜 침묵을 깨고 자신의 일터에서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라 하겠다. 인천 옥련동과 갈산동의 상인들이 중소기업청에 ‘기업형수퍼(SSM)’ 입점 중지를 요구하는 사업조정신청을 한 것이 받아들여지자 불과 수 일 만에 전국적으로 사업조정신청을 낸 상인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각 지역별로 상인들의 대책위가 만들어지면서 지자체들도 기업형수퍼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일파만파로 상황은 급반전하고 있다.

그 결과, 과거에는 기껏해야 한 해에 4~5건, 그것도 제조업 등에서 신청해오던 ‘중소기업 사업조정신청’ 건수가 7월 31일 현재까지 며칠 만에 14건이 접수되었다.

그 뿐이 아니다. 지역의 수퍼마켓 자영업인들이 도화선이 되었지만, 최근에는 그 동안 대기업의 무차별한 지역경제 잠식으로 고생해오던 서점, 주유소, 자동차 정비소, 제과점, 꽃집, 안경점, 미용실 등으로 이러한 움직임은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그 동안 대기업의 지역경제 진출에 집단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채 당하기만 하던 이들은 전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시장연합회, 한국음식업중앙회, 한국자동차부분정비사업조합연합회, 한국주유소협회, 안경사협회, 한국화훼협회, 한국화장품판매업협동조합, 한국주유소협회, 한국제과협회, 한국미용사회 등 수십 개 단체의 이름으로 지난 8월 6일 ‘전국소상공인단체협의회’를 설립하기도 했다.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이다.

대자본에 일격을 가한 정부 서류창고의 녹슨 칼 ‘사업조정제’

그렇다면 ‘중소기업 사업조정제도’라는 것이 어떤 제도이기에 이토록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으며, 또 이런 제도가 있었음에도 왜 이제서야 문제 해결의 전면에 등장한 것일까.

사실은 이렇다. 원래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의 31~37조에 걸쳐 규정된 사업조정제도는, 대기업의 중소기업 시장 잠식을 막기 위해 존재했던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가 사실상 무력화된 상황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던 제도였고, 주로는 제조업 분야에서 적용되던 것이지 수퍼마켓과 같은 유통업을 고려한 것이 아니었다.

그 나마도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이 사업조정을 신청한 사례도 1년에 몇 건 뿐인 데다 사업조정 신청이 받아들여진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조정 과정을 간단히 살펴보면,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인들이 대기업의 시장 잠식을 우려해 중소기업청에 사업조정신청을 내면 중소기업청은 대기업에 대해 영업 일시정지 권고를 내릴 수 있고 그 후에도 3~6년 동안 1, 2차 자율조정이라는 기간을 거치게 된다. 만일 이 시기까지도 결론이 나지 않으면 중소기업청은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를 열어 상황에 따라 사업정지 권고나 행정명령을 내리게 된다. 즉, 일시정지 권고 → 1차 자율조정 → 2차 자율조정 →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 → 사업정지 권고 → 행정명령이라는 지루한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사실상 사문화 된 제도가 부활한 이유는 이번 경제위기로 이미 한계상황에 몰린 지역 상인들의 끈질긴 생존 노력 때문이다. 처음 사업 조정제를 신청한 인천 상인들이 신청서를 내자마자 중소기업청 등을 찾아가 농성을 하며 집요하게 신청서 처리를 압박했기에 빠르게 접수될 수 있었다. 또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미디어 악법 처리 강행으로 막다른 상황에 몰린 이명박 정부가 이른바 ‘친 서민행보’라는 이름 아래 사업조정의 권한을 지자체에 이관해 문제의 화살을 중앙정부에서 지자체로 넘기려는 와중에 이번 결과가 불거진 것이다.

결국 지역 상인들의 치열한 문제해결 노력이 위기에 몰린 정부의 힘의 공백지대를 정확히 파고들어 정부 서류철에 잠자던 사업조정제도를 부활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배경1 - 경제위기로 가장 혹독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

그렇다면 어찌하여 그야말로 허약한 제도인 ‘중소기업 사업조정제도’라는 낡은 무기를 가지고도 지역 상인들이 이렇게 빠르게, 또 이토록 전국적으로 움직이게 되었는가. 그것은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로 특히 자영업이 받은 타격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역사적 상황과, 또한 이 와중에도 수익추구를 위해 무차별적으로 지역경제를 파고들어간 유통 대자본에 대한 분노가 중첩되었기 때문이다.

우선 이번 경제위기로 자영업이 어느 정도의 타격을 받았는지 다시금 확인해 보자. 자영업인과 정규직(상용근로자), 비정규직(임시, 일용 근로자)의 취업자 수 증가 추이를 보면 명백히 알 수 있는 것처럼 외환위기와 현재의 경제위기는 고용변화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는 주로 정규직 고용이 심각하게 추락한 반면, 이번 경제위기는 비정규직과 자영업의 고용에 큰 타격을 주었다. 어떻게 보면 정규직은 아직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은 것처럼 보일 정도다. 또한 외환위기 당시에는 정규직의 고용감소를 오히려 비정규직과 자영업이 흡수함으로써 1999년부터는 자영업과 비정규직의 고용이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특히 자영업의 취업자 수 증가는 2002년 카드대란이 발생할 때까지 안정적으로(?) 상승했다.

반면 이번에는 이미 2005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한 자영업 취업자 수가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고, 최근 경기부양책 덕에 그나마 비정규직은 청년인턴제, 희망근로 등으로 취업자 수가 반등하고 있지만, 자영업인의 고용은 추락을 멈출 줄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자영업 취업자는 외환위기로 정규직에서 떨어져 나온 상당수 인력을 흡수하여 2000년에는 그 수가 600만 명을 넘어섰고, 카드대란 직전인 2002년에는 무려 630만 명에 근접한 수치까지 올라간다. 이른바 자영업의 ‘초과잉 시대’가 조성된 것이다. 그러나 자영업 초과잉 시대는 2005년에 접어들면서 절대적 한계에 봉착했고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로 전환한다. 2008년부터 시작된 경제위기는 이런 자영업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준 것으로 보인다. 자영업의 잔인한 구조조정이 시작된 것이다. 경제위기 1년 만에 자영업은 무려 30만이 줄어들면서 이번 경제위기의 최대 피해자가 되고 만다.
자영업 가운데서도 이번 기업형수퍼와 직접 관련된 도소매업 그리고 여기에 음식, 숙박업까지를 포함하면 2008년 이후 고용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도 그래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더욱이 이들 자영업의 몰락은 단지 취업하고 있는 양적인 숫자의 문제만이 아니다. 이미 2000년대부터 자영업 종사자의 소득은 정규직보다도 못한 형편이 되었고, 특히 영세 자영업인의 경우 소득 수준이 실상 비정규직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 오늘날 자영업인의 현실이다.

배경2 - 대자본의 지역경제 공습, 기업형수퍼(SSM)

이렇듯 이번 경제위기의 최대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자영업의 심각한 상황에 기름을 부은 것이 바로 대기업의 무차별적인 기업형수퍼 입점 시도였다. 대형 유통업체 4대 메이저라고 불리는 홈플러스, 롯데마트, 이마트, GS리테일은 그 동안 전국에 걸쳐 대형 유통 할인점 망을 확대해왔다. 대형 할인점이 무려 400개에 이를 때까지 팽창을 거듭해온 유통 대자본은 대형 마트가 포화상태에 이르자 골목 상권까지 침투하기 위해 이른바 ‘기업형수퍼(SSM)’ 확장 정책을 공격적으로 감행한다.

특히 이들 기업형수퍼가 경제위기 이후 빠른 속도로 확장하면서 지역상권의 붕괴를 가속화하고 영세 수퍼마켓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게 된 것이다. 이미 기업형 수퍼는 2009년 6월 500개를 훨씬 넘어 팽창하기 시작했고 올해 하반기에도 홈플러스 100개, 이마트 30개, 롯데수퍼 20개 등 추가적인 입점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공세의 선두에는 ‘골목상권의 제왕’으로 불리며 골목상권을 싹쓸이하고 있는 외국계의 비상장 법인 홈플러스가 서있다.

그 결과 기업형수퍼가 주위에 입점하면 기존 수퍼마켓은 하루 매출액이 평균 30퍼센트 이상씩 감소하는가 하면 10곳 가운데 4곳은 6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상황에 이르렀다. 예를 들어 기업형수퍼가 입점하기 전에 하루 매출이 162만 원이던 수퍼마켓이 입점 후에는 112만 원도 안내는 수준으로 추락하는 것이다(중소기업중앙회, 2009.7.1일자 보도자료).

“세금 꼬박꼬박 내고 살 필요가 없다. 정부가 도와주는 것이 뭐가 있나. 영세 상인들도 같이 먹고 살아야 할 것이 아닌가. 이 문제를 가지고 어디서 데모라도 한다면 당장이라도 달려 나갈 거다”라는 부산의 한 수퍼마켓 주인의 얘기는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2005년 이후 자영업의 지속적인 쇠락이 2008년 이후 경제위기에서 가속화되고, 정부의 고용정책은 자영업을 외면한 채 기껏 임시적인 인턴제나 희망근로에 매달리고 있는 동안, 대형 유통업체들의 무차별적인 지역상권 공습은 지역경제와 자영업에 결정적인 타격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 기업형수퍼 입점 중지를 요구하는 사업조정신청이 쇄도하게 된 데는 바로 이런 역사적, 상황적 요인이 깔려있다. 이번 사태를 만만하게 봐선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자본은 지역 상권을 과연 포기할 것인가

이번 사안은 단순히 유통 대자본 대(對) 지역 중소상인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그 동안 규모화, 효율화를 내걸고 무제한으로 팽창해온 대자본 대 중소기업, 중소상인의 문제다. 특히 국외 수출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제조업보다는, 국내 기반 위에서 성장해온 유통 분야의 대자본이 경제위기 속에서 수익률을 올리고자 중소 상인들의 시장 영역까지 무차별적으로 잠식해온 결과다.

또한 이는 지역의 중소상인들만의 문제를 넘어 지역경제의 존립과도 관련된 중대한 문제다. 주로 서울에 본사를 둔 대형 유통업체들이 지역 상권 구석구석까지 잠식해 들어가며 지역 상인들을 몰락시키는 것은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기보다 오히려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이들이 올린 매출은 서울로 송금될 뿐 지역경제에 재투자되지 않을 뿐 아니라, 이들이 흡수하는 고용도 미미한 수준이자 그나마도 비정규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지역 상인들의 몰락은 지역의 소득 축소로 이어지고 결국 지역경제의 순환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 각 지자체에서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유통 대기업들의 지역경제 잠식은 이대로 중단될까. 적어도 아직은 전혀 그럴 가능성이 없다. 수년 동안 치밀한 준비 아래 지역 상권에 진입하려던 계획을 그렇게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해외사업을 빠르게 확대할 가능성도 많지 않다.
다시 말해, 당장은 지역 상인들의 기습적이고 대대적인 공세에 밀려 주춤하고 있지만 이 또한 오래갈 가능성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대형마트 관계자가 “SSM 출점에 대한 사회반대 여론이 심화되어 한 박자 쉴 수밖에 없다”고 말한 데서도 이들이 아직 철수할 뜻이 없음을 알 수 있다(이투데이 2009.7.30).

또한 대형 유통자본을 대표하는 한국체인스토어협회가 SSM 대신 가맹점(점주와 본사가 공동투자를 하는 편의점 방식)을 추진하는 방안도 제안하고 있지만, 이는 다급한 상황에서 나온 방안이지 현실화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왜냐하면 소규모 자본만 있으면 되는 편의점과는 달리 SSM은 330제곱미터(100평) 안팎의 규모일 경우 “창업비용이 10억 원 이상인데다가 매장 관리에 어려움이 있어 유통업체나 자영업자 모두 만족스런 방안이 아닌”것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한국일보 2009.7.31).(통상 SSM은 매장규모가 200~1000제곱미터, 준대규모 마트는 1000~3000제곱미터, 그리고 대형마트는 3000제곱미터 이상이다.)

만약 여론에 밀려 대형 유통자본들이 불가피하게 가맹점 방식을 선택한다 해도 그것은 기존의 일반적인 편의점 구조와 달리 자금력을 갖춘 극소수 업자 정도를 포괄하거나 위장된 가맹점 체제(투자비 대부분을 본점에서 지불하는 사실상 직영)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지역 경제를 둘러싼 유통 대자본과 지역상인 간의 싸움은 지역 상인들의 기습적인 공격에 유통 대자본이 당황하여 밀린 1라운드를 막 지났을 뿐이다.

더구나 그토록 허술한 ‘중소기업 사업조정제도’가 앞으로도 계속 지역 상인들을 위한 방패막이 되어주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정식으로 중소기업청이 사업조정신청을 받아들여 법률에 근거 ‘입점 일시정지 권고’를 결정한 것은 8월 3일 현재 인천 갈산동, 청주 개신동, 마산 중앙동 세 곳 뿐이다. 홍석우 중기청장은 “중소기업청이 사업조정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정부가 직접 나서서 해결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역 상인들을 보호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히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연합뉴스 2009.7.31).

더욱이 정부는 8월 14일부터 중소기업청이 가지고 있는 ‘사업조정 신청에 따른 실태조사와 자율조정권’을 지자체 시도지사에게 위임하게 된다. ‘일시정지 권고 → 1차 자율조정 → 2차 자율조정 →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 → 사업정지 권고 → 행정명령’ 가운데 앞의 세 단계를 지자체에 넘긴다는 뜻이다. 또한, 레미콘과 아스콘 사업에 대해서만 가지고 있던 지자체의 권한을 수퍼마켓 영역까지로 확대하겠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사업조정 처리 주체의 이양과정에서 또 다른 혼선이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진정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 경쟁이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유통 자본들은 무슨 근거로 이토록 무차별한 지역상권 잠식을 감행하고 있고, 정부는 왜 지금까지 이 같은 불공정 영업 관행을 태연하게 덮어왔을까. 그것은 바로 ‘시장 자율’, ‘소비자 선택권’, ‘유통산업 선진화‘라는 낯익은 신자유주의 시장논리 때문이다.

우선 자율적인 시장논리를 검토해보자. 원래 자율적인 시장논리는 아무런 규칙이나 제한도 없는 정글의 법칙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가 공정한 시장 경쟁 규칙을 정하고 그 범위 안에서 경쟁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특히 중요한 지점은 자본이나 시장 지배력 규모에 따라 체급을 나누어 경쟁하도록 하는 것이고, 시장 지배력의 남용을 방지하는 것이며, 지역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고려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 헌법 119조 2항에도 엄연히 나와 있는 헌법적 규칙이다.

그러나 그 동안 유통 대자본과 정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자본과 중소상인, 서울 경제와 지역 경제를 한 울타리 안에서 경쟁하도록 하는 것이 마치 공정한 시장경쟁인 것처럼 매도해왔다. 그런 의미에서 “대기업에 대해 소상공인들을 맨주먹으로 싸우게 하는 것은 공정한 게임이 아니다. 승패에 냉혹한 프로권투에서도 헤비급과 플라이급은 싸움을 붙이지 않는다”는 어느 상인의 주장은 전적으로 타당하다(중소기업중앙회 2009.7.1일자 보도자료).

정부와 대자본이 시장 제한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시장 경쟁도 지키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는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아도 명확하다. 다음은 정부가 나서 대형 할인점과 중소 소매점 사이의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고 있는 몇 가지 외국 사례들이다.

“프랑스의 경우 대형점과 중소소매점의 경쟁관계를 조정하기 위해 대형점을 허가할 때 도시계획, 토지이용규제와 연동되도록 하고 있다. 연면적 300㎡ 이상 모든 점포가 규제대상이 된다. 독일의 경우 연방 건설법에 규정된 건설기본계획에 따라 연면적 1,200㎡ 이상, 전용면적 800㎡ 이상의 소매점은 이에 따라 허가를 받아야 한다.
벨기에에서는 도시지역에서 연면적 1,500㎡ 이상, 전용면적 1,000㎡ 이상 소매시설이 허가시설로 규제돼 있고 비도시지역에서는 연면적 600㎡ 이상, 전용면적 400㎡ 이상 소매시설이 허가시설로 규제돼 있다. 영업시간 제한과 관련 독일에서는 대형유통점의 경우 일요일, 공휴일에 폐점해야 하며 평일, 토요일에는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만 개점할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일요일, 공휴일에 폐점해야하며 평일, 토요일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만 개점이 허용되고 프랑스에서도 일요일에 폐점되며 평일, 토요일에는 오후 10시까지만 개점이 허용된다.”(중소기업신문 2009.7.27)

이번에는 이른바 ‘소비자 선택권’을 강조하며 지역상인과 아파트와 같은 지역주민을 대립시키는 발상에 대해 살펴보자.
실제로 인천 갈산지역 입점 중지 사업조정 신청을 했을 때, 일산 갈산 아파트 부녀회가 입점을 요구했던 사례가 있다.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첫 영업 일시 정지 권고를 받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천 갈산점 인근의 D아파트 부녀회는 7월 30일 중기청에 570여 명의 서명이 담긴 진정서를 제출했다.”(국민일보 2009.7.30)

앞으로 유통 대자본은 이 같이 ‘소비자 선택권’이라는 이름으로 지역 상인들과 소비자로서의 주민들의 이해관계를 대립시켜 갈등을 유발시킬 가능성이 아주 높다. 그러나 대형 유통 자본은 처음에는 시장 진입을 위해 대대적인 할인공세와 경품 제공 등에 나서겠지만 일단 시장 지배가 완성된 후에는 정반대로 돌아설 개연성이 대단히 높다. 이는 역사적으로 입증된 사실이기도 하다.

“1970년대 프랑스에서는 불과 한 달 사이에 생필품 가격이 40퍼센트 폭등하는 기현상이 빚어졌다. 까르푸, 카지노, 오샹 등 유통 대기업이 지역을 나눠 상권을 독점하고, 유통산업을 잠식한 결과다. 이들이 나라 경제를 한 손에 거머쥐고 담합해 상품가격을 임의적으로 올렸다.”(경향신문 2009.7.29)

결국 대형 유통자본의 제한 없는 지역상권 잠식은 공정한 시장경쟁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며, 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도 아니다. 오직 대자본의 수익률 확대를 위한 불공정한 폭력일 뿐이다.

가장 근본적인 해법이 ‘허가제’인 이유

그렇다면 대자본의 무차별적인 지역경제 장악을 막고 중소상인들과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근본 대안은 무엇인가.

우선 정부와 여당에서는 ‘등록제’를 내놓고 있다. 지금까지 기업형수퍼에 대해서는 ‘신고제’로 개점이 가능했는데 기존의 대형 할인마트에 적용되어온 ‘등록제’를 기업형수퍼(대규모 점포와 대규모 직영점)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할인마트 규제와 관련해 국회에 제출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 이 내용을 포함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등록제에 대한 지역 상인들의 반응은 지극히 회의적이다. 이미 지난 6월16일 ’중소상인살리기 전국네트워크(준)’는 등록제 범위확대는 기만이며 합리적인 규제방식은 ’허가제’뿐이라고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정부는 등록제 도입을 검토 중이지만, 현행 등록제하에서 대형마트가 무차별적으로 확산된 점을 감안할 때, 그 실효성이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부정적으로 전망한 것은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김경배 회장 7.30 간담회).

특히 정당별로 대안을 보면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을 제외하고는 모든 정당들이 영업시간 제한과 품목 제한은 물론이고 허가제를 선호하고 있는 상황을 볼 때, 마땅히 정부 여당은 허가제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나아가 기존 대형 할인마트에 대해서도 영업시간 제한과 품목 제한 등을 수용해야 한다.

지역상인들, 어떻게 생존을 지켜나갈 것인가

인천 옥련동과 부평 갈산점 사업조정 신청을 도화선으로 그 동안 감히(?) 유통 대자본에게 대항할 엄두를 내지 못하던 지역 상인들이 자신의 정당한 권리 찾기 행동을 시작한 것은 우리 국민에게는 실로 역사적인 사건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 행동이 제대로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앞으로 지루하고도 긴 터널을 통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사업조정신청이 중소기업청에서 신속히 받아들여지도록 확실한 뜻을 행동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정부 여당도 예기치 못한 상인들의 집단 움직임에 당황하고 있어 시간을 끌 가능성이 있다.
정부와 여당은 기왕에 이 문제에 대해 민심이 심상치 않음을 확인한 이상, 명확한 해결책이 나올 때까지 메이저 4대 유통 대자본을 불러 당분간 추가적인 입점 행위를 중지하도록 엄중히 의사를 밝혀야 한다. 법, 제도 이전에 정부의 의지가 대단히 중요한 대목이다.

또한 이미 대형할인마트에서 실효성이 전혀 확인되지 않은 ‘등록제’ 대신에 ‘허가제’를 전격 검토하고 이를 ‘유통산업발전법’에 명시하도록 지역 상인들이 요구해야 한다. 국회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훨씬 전향적인 방향에서 재논의하고 정기 국회 이전까지 지역 상인들의 여론을 제대로 수용할 수 있는 공청회를 거쳐야 할 것이다. 이 마당에 국회 사무처가 국회 후생관에 기업형수퍼 입점을 추진하는 따위의 황당한 일을 벌일 때가 아니다(연합뉴스 2009.7.30).

중앙정부와 국회의 역할이 기본적으로 중요하지만, 향후에는 특히 지자체의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 정부가 기업형수퍼와 관련된 업무를 지자체로 이양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다가 결국 기업형수퍼 문제나 지역 상인들의 생존은 지자체가 책임 있는 목소리를 내야 중앙 정부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마산시가 도시계획 조례 개정과 관련해 기존 일반 주거지역과 준주거지역에 들어설 수 있는 판매시설 규모를 1000제곱미터 미만으로 규정했던 과거 안에 대해 규제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그런 점에서 매우 적절한 행보다. 나아가 마산시는 대규모 점포의 현금매출액을 일정기간 지역은행에 예치하거나 영업시간 제한, 지역상품 매입, 지역 인재 채용 등의 의무조항을 조례에 담을 예정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또한 충청북도가 대형 할인마트에 대해 교통유발 부담금을 대폭 인상하는 ‘교통유발 부담금 조정조례’를 제정하겠다고 밝힌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뒤늦게나마 광주나 전주 등에서도 지자체가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다행이다. 지자체들이 이 사안에 일회적으로 대응하거나 무관심하면 2010년 지자체 선거에서 지역 상인들의 호응을 받기가 어려울 것이다. 지역 상인들도 중앙정부에 법 개정을 요구하는 한편, 해당 지자체들에게 분명한 입장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이번 사안이 비록 기업형수퍼를 계기로 터져 나오기는 했으나 이를 계기로 대자본과 지역 경제 사이의 오랜 대립을 정상적인 관계로 재정립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대형 할인마트 때문에 재래시장 상인들의 어려움 역시 누적되어 왔고, 대형 카드 금융자본이 중소 상인들에게 씌운 턱 없이 높은 카드 가맹점 수수료 문제도 근원적인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 뿐이 아니다. 각종 형태로 지역 경제 깊숙이 들어와 있는 편의점을 비롯한 여러 체인점의 계약 조건이 대단히 불공정하다는 것도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부분들이 모두 중소 자영업을 심각한 경영난에 빠뜨리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경제위기로 소비가 위축되어 자영업 매출이 극심히 줄어든 상황에서 오히려 대자본의 횡포가 더해감에도 정부는 아무런 대책도 취하지 않고 있다. 지역 상인들을 위한 고용과 사회안전망 대책도 미흡하기 짝이 없다. 지난 2009년 5월 19일 중소상인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가 ‘중소상인 살리기 전국네트워크(준)’을 결성하고 ‘대형마트와 SS에 대한 합리적인 규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폐업 중소상인 실업 안전망 구축’이라는 3대 요구안을 내걸었던 것도 이런 맥락과 닿아 있다(2009.5.19일 전국네트워크 보도자료).

최근에는 기존의 업종을 뛰어넘어 대형 할인마트가 주유소 설치를 시도하고 있고, 입시학원도 전국적으로 직영, 또는 체인을 확대하는 등 사실상 서울에 본사를 둔 대형 자본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지역 상권으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자본의 지역 경제 잠식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도록 새로운 모색을 시작해야 한다.

지역 상인들의 자주적 결사가 근본해결의 열쇠가 될 것

도를 넘는 대자본의 횡포가 오랜 기간 계속돼왔음에도 유독 지역 상인들에 대한 정부의 고용대책이나 사회안전망 대책이 취약했던 근본적인 이유는 자영업인들이 단결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문제는 당사자가 먼저 해결에 나서야 일이 풀리기 마련이다. 자영업인들 스스로 문제해결을 위해 자기 목소리를 내고 스스로 단결해 행동에 나서지 않는 한 누구도 그 문제를 대신해주지 않는다. 아니 대신해 줄 수도 없다.

물론, 중소기업 중앙회 산하에 수퍼마켓협동조합, 상인연합회 같은 전국적인 협동조합이 업종별로 다양하게 있고, 이번 문제에서도 일정한 역할을 한 바 있지만, 구체적인 지역 단위에서는 상인들의 참여도가 그리 높지 않다. 때문에 구체적인 문제를 두고 끈질긴 행동이 나오기 어려운 것이다. 최근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갈산동 SSM에 대한 사업개시 일시정지 권고가 중소기업중앙회가 아닌 인천이라는 특정 지역 상인들의 적극적인 문제 제기로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그러나 아직 이번 권고 결정만으로 기업형수퍼 입점 중단을 확신하기는 어렵다. 과거 카드 수수료 인하 운동의 사례처럼 중간에 동력이 떨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뜻이다. 이런 제약을 근원적으로 넘으려해도 지역차원에서 상인들이 스스로의 이해관계를 지키기 위한 자주적인 결사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지역경제살리기 OO지역 상인회’등을 각 지역 상권별로 만들고 해당 상권의 업종을 불문하고 다수의 상인들을 회원으로 참여시키는 조직을 만들 수 있다면, 비로소 상인들은 상인들의 이해관계와 관련된 지역의 문제들을 상설적으로 토론하고 해결하고 조정하는 자신의 결사체를 갖게 될 것이다. 지금은 정당과 시민단체 등과 어울려 ‘대책위원회’ 형태의 임의적인 모임들이 대부분이지만, 이는 사안이 복잡해지는 등 상황이 바뀌면 유지되기 어렵다. 근원적으로는 상인들 자신이 회원이고 자신이 참여하는 조직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에서 상인이 스스로 회원이 되는 새로운 유형의 조직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이는 한국사에서 자영업인을 위한 제대로 된 최초의 조직이 될 것이다. 그런 뜻에서 지금은 전국적인 조직보다는 지역 단위의 전형적인 상인회원조직이 필요하다. 또한 이런 조직이 있어야 기존의 전국적인 협동조합이나 대표단체가 어려운 협상국면에서 흔들리는 것도 막을 수 있다.

특히 지역의 상인회원조직은 당장의 대형마트나 기업형수퍼 입점을 막는 것을 넘어 향후에 지역 중소상인들 사이에 공동 상품 구매경로 확대, 저가 공동구매 활성화, 공동 배달 시스템 지원 등 지역 네트워크를 형성해 나가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이러한 목표점에 도달할 때 비로소 유통 대자본들이 ‘유통산업 선진화’라는 미명 아래 지역 자영업의 영세성, 후진성을 비판하며 지역상권 진입의 명분을 내세우는 것을 막고, 지역 주민들에게도 지역 상인들이 얼마든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음을 입증하게 될 것이다.

한편 지역의 정당들이나 시민단체들은 당장이야 지역 상인들의 요구를 ‘대신’해서 들어줄 수밖에 없겠지만 조만간 그들 스스로 자신들의 조직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으로 움직여야 한다. 특히 지역 정당이나 시민단체들은 ‘지역 상인과 지역 주민의 연대’를 위한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대자본이 ‘소비자 선택권’을 앞세워 지역 상인과 주민의 갈등을 부추겨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정부나 정치권 역시 지역 상인들 스스로의 자주적 결사를 못마땅해 할 필요가 없다. 지역의 자영업자들이 자신들의 대표 조직을 제대로 가질 때 그들과 지역경제 회복은 물론, 자영업 회생 방안에 대해서도 진지한 협상과 논의가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유통 대자본들은 본인들이 늘 주장하는 것처럼, ‘글로벌’한 마인드를 갖고 있다면 골목길을 싹쓸이 할 생각을 접고 과감히 해외로 나갈 것을 권한다. 적지 않은 제조 대기업들은 그렇게 하고 있지 않은가. 스스로 ‘글로벌’ 기업임을 입증시키기 위한 행동이 절실하다.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김일영/새사연 정치사회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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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