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14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미국에 좋은 것은 GM에게도 좋고,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도 좋다.”

1953년 GM 최고경영자였던 찰리 윌슨이 국방장관 임명 청문회에서, 기업체의 최고경영자(CEO)가 행정부에 입성하는 것을 두고 반대에 직면하자 말했던 너무도 유명한 얘기다. 이른바 자본주의 황금기라고 부르는 당시에 미국경제에서 GM이 차지하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생각하면 이런 말을 할 법도 하다. 물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09년 GM의 파산과 국유화를 겪은 후로는 누구도 그런 주장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삼성과 현대자동차가 60년 전의 GM처럼 인식되는 것은 아닐까. 삼성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스마트폰을 주력으로 해 쟁쟁한 일본기업들을 연이어 따돌리고 세계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면서 애플과 세계시장을 놓고 겨루고 있다. 이와 함께 현대차가 만년 중하위 그룹의 자동차기업 이미지를 벗고 세계 5위로 도약해 품질경쟁력 등을 개선하면서 최고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지금, 삼성과 현대차에 좋으면 우리 국민에게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더욱 확고해지는 것 같다.

그러나 여기에 하나의 함정이 있다. 90년대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글로벌 생산체제의 구축이 가속화하면서 유력 대기업이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한다고 해서 그 기업이 속한 국가의 국민경제와 국민이 부유해지는 것은 아니게 됐기 때문이다. '글로벌기업 성장→고용 확대→소득 증대→구매력 증가→수요 확대→생산 확대'라는 사이클이 한 국민경제 안에서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된 것이다. 특히 2007~2011년 경제위기 기간에 세계적 주목을 받으면서 선방했던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그랬다.

2011년 기준으로 전 세계적으로 1억대 가까이 팔려 나간 삼성의 스마트폰 10대 중 1대 정도만 삼성 구미공장에서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만든 것일 뿐이다. 나머지 9대는 중국·베트남·브라질·인도에 있는 삼성공장에서 해당 나라 노동자들이 생산한 것이다. 삼성을 포함해 엘지·팬택 등 휴대폰 산업이 유사한 구조를 보인다. 그러다 보니 이명박 대통령 집권 이전인 2007년만 하더라도 휴대폰의 해외생산이 35.9%밖에 안 됐는데, 2011년 기준으로는 거의 80%에 육박하는 실정이다. 경제위기 속에서 우리나라 대기업의 스마트폰이 선전했다고 박수쳤지만 그 대부분은 해외에 공장을 지어 만들어 낸 것이다.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이 대박을 낸다 한들 삼성 구미공장 생산노동자는 1만명 내외에서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 전체 휴대폰 관련 일자리도 2000년대 중반 이후 4만명 선에서 거의 고정돼 있다.

현대차도 비슷하다. 현대차가 2007년 국내에서 생산한 자동차는 170만대였고, 2011년에는 190만대로 20만대가 늘었다. 그런데 같은 기간 해외생산은 90만대에서 220만대로 무려 130만대나 증가했다. 중국·미국·인도·터키·러시아에 있는 공장에서 생산을 늘렸기 때문이다. 그 결과 2010년에 이르러 사상 처음으로 현대차의 국내생산과 해외생산 비중이 역전됐다.

삼성과 현대차 등 자본의 세계화는 국내 일자리 감소를 넘어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딜레마를 안겨 줬다. 자본이 국경을 넘어 생산기지를 자유롭게 이동시키는 상황에서 각 국가들은 자국으로의 생산기지 유치를 위해 임금을 낮추려는 유인을 갖게 된다. 또는 자국 생산기지의 해외이전을 막기 위해 임금상승을 자제할 수밖에 없는 압력을 받게 된다. 그런데 글로벌경제 전체로 보면 글로벌 총수요를 줄여 고용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죄수의 딜레마와 국가 사이의 경제적 협력(Thomas Palley(2011))


 

‘나’ 국가

임금 인상(협력)

임금 삭감(배반)

‘가’ 국가

임금 인상(협력)

5, 5

-10, 10

임금 삭감(배반)

10, -10

-5, -5


일종의 죄수의 딜레마다. 각 국가들은 다른 국가들의 임금상승을 기대하면서 자국의 임금은 삭감하려는 유인을 갖게 된다. 모든 국가들이 이 같은 생각을 하게 되면 모두가 임금을 삭각하게 되고 최악의 결과가 나온다. 최선의 결과가 나오려면 모든 국가들이 임금을 올려야 한다. 하지만 이는 국가 간 정책협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삼성과 현대차는 점점 더 싼 임금을 찾아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다. 국내 노동자들은 이로 인해 줄어드는 일자리를 걱정하느라 임금인상을 압박할 수도 없다. 결국 각 국가의 내수구매력과 글로벌 총수요를 약화시킬 것이지만 지금 세계는 수출경쟁과 통화가치 하락경쟁에 몰두하는 중이다. 글로벌 차원에서 노동자들의 협력과 해법은 진정 불가능한 것인가.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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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29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스마트폰 3천만대가 보급됐다는 소식을 들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정말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이슈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단연 으뜸은 삼성과 애플의 특허 분쟁이다. 쌍방이 모두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미국 법원에서 압도적으로 애플의 손을 들어준 것을 가지고 말들이 많다. 실제로 얼마나 특허를 침해했는가 하는 기술적인 엄밀성 문제를 떠나 보호무역주의 같은 정치경제적 관점의 지적들이 우세하다.

애플과 삼성의 분쟁을 보고 있노라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의 도요타 리콜사태에 대한 미국 정치권의 강경한 태도가 연상된다. 쓰러져 가는 미국 디트로이트의 빅3 자동차 회사들인 GM·포드·크라이슬러를 살리기 위한 의도된 미국 정가의 행위였다는 지적이 많았다. 어찌 됐든 그 후 지금까지 도요타는 북미시장에서 고전하고 있고 GM은 세계 1위의 지위를 되찾았다. 그 무대가 2012년에 스마트폰 시장으로 옮겨 갈 만큼 스마트폰 시장의 무게가 커진 것일까.

또 다른 분쟁은 경제가 아니라 정치에서 발생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모바일 선거 운영상의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올해 1월 전당대회에서 50만명 이상의 선거인단을 모으면서 엄청난 정치적 흥행의 성공을 가져다준 모바일 선거가 운영 미숙으로 인해 이번에는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올해 상반기 통합진보당의 인터넷 선거나 이번의 모바일 선거 모두 온라인 선거가 갖는 특성을 충분히 예견하고 기술적 준비를 미리 하지 못한 부분들이 발견된다. 분명 인터넷과 모바일을 활용한 정치참여는 정치에서의 상당한 진보를 가져올 수 있는 기술적 혁신이다. 다만 이를 도입하고 적용하려는 정치권의 준비가 문제일 것이다.

이처럼 기술혁신은 그 과정에서 기업의 이윤논리나 국가의 보호무역주의 논리들의 장벽을 만나기도 한다. 이를 지나치게 확대해 애국주의 분위기로 흐를 필요는 없다. 또한 기술혁신이 경제와 정치·사회적 적용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역효과나 심각한 부작용을 수반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기술혁신을 부정적으로 보거나 그 의미를 과소평가할 필요도 없다. 더구나 스마트폰은 우리나라에서도 3년 미만 시기 동안 3천만대 이상이 보급될 만큼 이미 압도적인 생활수단이 되지 않았는가.

개인용 컴퓨터의 보급과 인터넷 확산, 그리고 모바일과 SNS에 이르기까지 최근 20년 동안 이룩된 기술혁신의 중심은 정보통신산업이었고 한국은 변화의 중심에 있었다. 정보통신산업 비중의 급격한 팽창에 이어 인터넷 이용 정도와 초고속 통신망 환경, 무선 환경 등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사람들의 경제활동과 사회생활 방식을 크게 바꿔 놓은 정보통신혁명 흐름의 중심에 한국사회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이슈와 논쟁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정보통신 기술혁신 자체를 너무 과대하게 해석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세상을 더 많이 바꿨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쓴 베스트셀러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 나오는 네 번째 꼭지다. 장하준 교수는 세탁기의 발명이 여성들의 가사노동을 극적으로 해방시킴으로써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가능하게 했고, 사회적으로도 여성의 역할을 크게 높일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물론 인터넷도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여러 면에서 바꿔 놓고 있지만 “인터넷이 생산 분야에서도 그렇게 혁명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고 짚어 냈다. 일리가 있는 얘기다.

특히 현재의 시장여건에서는 상당 정도 정보통신혁명이 ‘생산’을 촉진하고 ‘고용’을 확대하는 방향에서가 아니라 ‘소비’를 촉진하는 방향에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 더 문제다. 스마트폰이 라이프 스타일과 직장생활 스타일을 크게 바꾸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 예전에 없었던 더 다양한 상품을 사고 더 많은 정보를 소비하도록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는 데 집중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생활이 편리해질 수는 있다. 그러나 소비할 돈, 소득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기술은 그 자체로 제도를 바꿀 수 없다. 오히려 기성 제도를 더 나쁜 방향으로 이끌 수도 있다. 그러나 제도를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지렛대로 삼을 수는 있다. 그런데 삼성전자를 선두로 우리의 정보통신기술 발전이 미국의 보호주의를 초래할 만큼 위력적이지만 그만큼 우리 국민의 고용이나 소득여건에도 위력적으로 영향을 줬을까.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모바일을 정치참여에 활용하고 있는 중인데, 정치개혁의 내용이나 쟁점도 첨단을 달리고 있는가. 생각해 볼 일이다.

이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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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산업의 위기 이슈5 ③] 자동차 산업의 '먹튀 자본'과 산업은행
도표가 포함된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http://saesayon.org에서 PDF파일 다운로드

들어가며

이 글에서는 쌍용자동차 위기의 교훈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전편에서 쌍용자동차의 국유화, 정확히는 공적자금 투입을 말미에 잠시 언급한 바 있다. 이번에는 쌍용자동차 위기의 원인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분석해 전편에 제시된 주장의 근거를 살펴보려고 한다.

현재 한국자동차 산업의 불안정성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쌍용자동차이다. 쌍용자동차는 7월 8일 현재 노동조합의 ‘옥쇄파업’이 48일째로 접어들고 있으나 노사와 관계자들 간에 한 치의 의견 접근도 이루지 못한 채, 사태는 더욱 급박한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다.

구조조정의 태풍은 일단 지났다고는 하나, GM대우 역시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이다. 사실상 파산상태인 GM 미국 본사가 GM대우를 매각하지 않기로 결정했으나 향후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흑자계열사인 GM대우가 GM 본사의 회생을 위한 지렛대로 사용되겠으나 상하이GM을 저가소형차의 전략적 수출기지로 육성할 방침이 명확한 이상 장기적으로 GM대우의 축소는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다.

국민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자동차 산업의 양대 기업이 불안정해진다면 고용대란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쌍용자동차에 연관된 하청기업들의 고용만 합쳐도 20만 명에 달하고 있고, 대우자동차는 이보다 훨씬 큰 규모의 고용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완성차 업체의 고용대란이 어느 정도로 자동차산업 전체를 혼란으로 몰아갈 지는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분명한 것은 일차적으로 부품업체의 경영악화가 다른 완성차 업체의 부품조달 체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자동차 소비시장에 영향을 줘 재차 소비자와 하청업체의 부담을 늘어나게 할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산업 재편기라는 기나긴 터널의 초입에 들어 선 세계 자동차 산업에서의 경쟁력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쌍용자동차와 GM대우의 위기가 점점 더 ‘개별 기업의 노사 문제’로 축소되는 것은 상당히 우려스러운 일이다. 더구나 현재의 위기가 쌍용자동차와 GM대우가 영업을 잘못해서 생긴 것이 아니지 않은가? 위기의 씨앗은 외국 자본의 유입과 국책은행-산업은행의 책임회피로부터 잉태되었다.

쌍용차 위기의 본질, ‘먹튀 자본’

‘먹튀 자본’이라는 말이 있다. 이익만 잔뜩 거두고(먹고)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도망가는(튀기) 자본을 비하하는 말이다. 이 말은 지금까지 ‘투기자본’이라는 용어와 동일시되어 왔다. 투기자본은 주로는 금융을 매개로 실물가치 생산에 기여하지 않고 수익을 올린다.

“쌍용차 매각은 론스타 사태(외환위기 직후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을 말함-필자 주)와 비슷하다. 정부관료 주도로 투기자본에 매각됐다. 자본의 유형은 다르지만 인수사가 기업의 부실만 키우고 기업의 핵심을 빼간 것이다. 매각주도사(삼일회계법인, 김&장 법률사무소-필자 주)도 론스타와 같다.”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 인터뷰, <참세상> 2009.6.29)

말 그대로 쌍용자동차의 대주주 상하이자동차의 행태는 투기자본과 유사하다. 기존의 투기자본과 다른 점이 있다면 시세 차익을 노린 금융자본이 아니라 기술 이전을 노린 산업자본이라는 것 뿐이다. 아래 그림을 보자. 쌍용자동차는 매각 이듬해부터 영업이익 흑자를 내었고, 2007년에는 매각 이후 처음으로 순이익 흑자로 전환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매각 이전의 수준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 사이 상하이자동차로의 기술 유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이어져 왔다. 먼저, 경영권이 공식 인수된 2005년에 쌍용자동차가 상하이자동차와 합작으로 중국에 엔진공장 설립을 추진하였으며, 같은 해 연구원들이 대거 도면을 지참하고 중국 출장에 나선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기술유출에 반대하던 한국측 대표이사를 해임하고 2006년에 들어서자 헐값 기술계약의 논란이 벌어졌다. 쌍용자동차 ‘카이런’을 생산하는 이른바 “L-프로젝트 라이센스 계약”이 불과 240억 원에 상하이자동차와 맺어진 것이다. 신차 기술 개발 비용이 약 3,000억 원임을 감안하면 10분의 1 가격에 불과하다. 더구나 이 기술은 디젤하이브리드 엔진 기술로써 정부가 차세대 핵심기술로 선정해서 기술 개발을 지원해왔던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쌍용자동차의 신차종 개발은 사실상 전면 중단되었다.

실패의 전철을 따라 가는 산업은행

쌍용자동차의 위기는 지난 2004년 상하이자동차로의 매각에서 시작되었다. 중국 국유기업인 상하이자동차는 자국의 자동차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RV(recreational vehicle)와 SUV(sports utility vehicle) 차종에 있어 국내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던 쌍용자동차의 매수에 나섰다. 중국 자동차 자본이 쌍용자동차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것은 당시 상하이자동차에 앞서 란싱그룹이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였다는 사실로부터 간접적으로 증명된다.

한편, 지금도 그러하지만 2004년 당시에도 한국의 채권은행들은 쌍용자동차의 기술력에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산업은행과 조흥은행 등으로 구성된 채권단은 한국 자동차 산업의 전략이라는 측면에서 이 문제를 접근하지 않았다. 애초부터 상하이자동차가 기술 유출을 위해 쌍용자동차를 인수하려고 한다는 지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채권단은 48.92퍼센트 지분율에 5,909억 원이라는 가격으로 매각을 결정하였다. 더구나 매각 대금 중에 3,900억 원은 스스로 빌려준 것이었다.

정부는 3,900억 원의 매각차입금이 상하이자동차가 주요 자산을 해외로 이전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장치가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2006년에 상하이차가 매각차입금을 완전히 상환함으로써 상하이자동차와 채권단 사이의 특별약정은 해제되고 말았다. 상환된 매각차입금 중에 2,700억 원은 산업은행이 쌍용자동차에 신디케이트론 방식으로 대출해 준 금액이었다. 최대 채권은행 산업은행이라는 최대 주주가 기술을 유출할 수 있도록 용인한 것과 다름없다. 이와 같은 산업은행의 행태 때문에 당시 산업은행 총재는 노동조합 등에 의해 업무상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까지 당했다.

2009년 오늘, 쌍용자동차의 운명이 점점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데도 정부와 산업은행은 매각 당시처럼 산업적 전략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접근하고 있지 않다. 중국의 자본인 상하이자동차가, 아니 상하이자동차의 최대 주주가 중국 정부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사실상 중국정부가 한국의 자동차 기술을 획득하기 위해 산업 전략의 차원에서 접근한 점과 대비된다.

지난 6월 11일 민유성 산업은행 총재는 야당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쌍용차의 독자생존이 바람직하지만, 외국자본을 유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나라의 기간산업을 외국자본에 매각했을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지금 목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예전의 전철을 밟으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2009년 오늘, 쌍용자동차의 교훈

산업은행은 한 발짝 물러서서 법정관리 상태의 쌍용자동차를 지켜보면서 불개입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을 통해 쌍용차와 GM대우를 묶는 방안을 흘리고 있다. 주로 ‘일부’, ‘전문가’라는 입을 통해 전달되는 이 방안의 핵심은 쌍용-GM대우-르노삼성까지를 묶어 현대기아차와 함께 ‘자동차 2강(强)’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른바 ‘자동차 2강론’은 이들 3개 회사가 현재보다 상황이 더 나빠질 때 실현가능성이 높다는 역설이 존재한다. 정부와 산업은행의 개입이 더욱 필요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산업은행이 쌍용자동차의 이해관계자들이 그토록 요구하고 있는 공적자금 투입에 대해서는 전혀 움직이지 않는 가운데 자동차 2강론을 흘리는 이유는 명백하다. 노동자와 하청기업의 고통은 외면하고 향후 도래할 지도 모를 한국 자동차 산업의 재편기에 자신의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쌍용자동차가 국민경제에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그리고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원칙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그것은 첫째, 무책임한 외국 자본과의 종속 관계를 청산하고, 둘째, 산업 전략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며, 셋째, 하청기업과 국민소비자의 이해도 포괄하는 것이 그 원칙이 되어야 한다.

이 세가지 원칙에서 정부와 산업은행은 쌍용자동차 문제를 원만하고 조속히 해결하는데 나서야 할 것이다. 이에 새사연은 다음 세가지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안한다. 첫째,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출자 전환 방식을 통해서 무책임한 외국인 대주주의 지분을 회수하며, 둘째, 디젤하이브리드 기술력을 보존하면서 향후 세계 자동차산업의 재편 특히 중국 소형차 산업의 성장에 대비하고, 셋째, 고용을 유지하고 생산 및 판매의 산업적 연관관계가 해체되지 않도록 보존하는 일이다.

이상동/새사연 경제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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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산업의 위기 이슈5 ②] 구조조정과 세계 각국의 대응전략
도표가 포함된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http://saesayon.org에서 PDF파일 다운로드

들어가며

전편에서는 GM의 파산문제를 중심으로 세계 자동차 산업이 구조조정의 중심에 서게 된 원인을 살펴보았다. 물론 GM이 업계 구조조정의 중심에 서있다고 다른 기업들이 괜찮은 것은 아니다. [표1]에서 알 수 있듯이, 2009년 들어 세계적으로 자동차 판매가 급감하였고, 이에 따라 대부분의 자동차 기업들이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미국 GM의 구조조정 계획과 맞물려 독일, 스웨덴, 오스트레일리아 등 GM의 자회사들이 있는 나라들에서 자동차 산업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고, GM과 상관없이 프랑스, 영국, 일본에서도 여러 형태의 산업재편이 일어나고 있다. 다시 말해, 구조조정에서 자유로운 자동차 기업은 전 세계에 한군데도 없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쌍용차가 회생절차에 들어갔고, 회사 측이 2,500여명에 달하는 노동자의 정리해고를 강행하면서 벌어진 노사 간의 충돌이 연일 언론의 주요 뉴스로 오르고 있다. GM대우도 아직까지는 정상조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미국 본사의 장래가 불투명한 상황이라 위기에 언제든지 노출되어 있다.

포기할 수 없는 자동차 산업의 파급효과

각국의 우선적인 지원책은 자동차 업계에 대한 유동성 지원이었다. 영국은 재규어와 랜드로버, 벤틀리 등 자동차 업계에 여러 형태와 방식으로 36억 달러를 지원했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푸조와 르노 등을 구제하기 위해 85억 달러를 제공했다. 스웨덴은 볼보와 사브를 위해 31억 달러를 투입했다. 독일의 경우는 오펠을 캐나다의 마그나 인터내셔날에 매각하기로 하였는데, 매각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21억 달러를 대출하고, 45억 달러를 대출보증하기로 하였다. 중국도 국영 수출입은행을 통해 치루이자동차에 100억 위안을 대출하였다(여러 경제신문 종합).

미국의 경우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기금TARP에서 GM에 134억 달러, 크라이슬러에 40억 달러, GMAC에 60억 달러를 지원했다. 부품업계에 대한 지원까지 합치면 약 300억 달러가 자동차 산업에 대한 지원금으로 투입되었다. 이러한 엄청난 규모의 유동성 지원에도 불구하고, GM은 결국 파산보호신청을 내었고 미국 정부가 300억 달러를 출자하기로 하면서 뉴GM을 국유화하기로 했다. 원화로 환산하면 70조 원이 넘는 돈이 자동차산업에 투입된 것이다.

이렇게 각국 정부는 전 세계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자동차 산업의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브랜드의 국적에 상관없이 자국 내에 있는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적극적 국가개입의 이유는 자동차산업이 경제적 파급효과가 그 어떤 산업보다 크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2005년 산업연관표에 따르면 자동차 산업의 생산유발효과는 1.277로서 전체 평균 1보다 훨씬 높으며, 주요 산업부문들 중 가장 높다. 생산유발효과가 높다는 것은 완성차 업체가 심각한 수준으로 감산을 하거나 구조조정 결과 생산체제 일부가 아예 사라져 버리게 된다면, 완성차 부문의 직접적인 고용감소로 인한 문제뿐만 아니라 부품 협력업체의 연쇄적 도산과 철강, 금융 등 전후방 연관 산업에도 큰 타격을 입힌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보다도 고용창출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에 자동차를 주력 산업의 하나로 가지고 있는 나라들은 자동차 기업을 쉽게 포기할 수 없다. 미국 정부가 GM이 파산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알고도 계속 지원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미국의 자동차 산업을 예로 살펴보면, 완성차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은 약 33만 명이지만, 부품업계에 70만 명, 자동차 판매와 수리 분야에 370만 명이 종사하고 있어, 직접적으로 자동차 제조와 판매에 연관된 일자리가 470만 개나 된다(GM Restructuring Plan).

우리나라에서도 자동차 제조업 쪽의 성장은 판매, 서비스, 자동차 수리, 보험 업계 등 엄청나게 많은 분야에 파급효과를 일으키며 경제성장에 기여했다. 현대차, 기아차, 쌍용차, GM대우 등 완성차 기업에 고용된 인원은 약 8만 명이다. 여기에 자동차 부품업에 고용된 인원을 합치면 약 26만 명이다. 제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 중 약 10퍼센트가 직접적으로 자동차 산업과 관련 을 맺고 있는 것이다. [표2]은 완성차 업체별 납품업체 수를 보여주고 있다. 현대차, 기아차, GM대우는 각각 300개가 넘는 부품업체와 연결되어 있으며, 전체 평균도 250개가 넘는다.

내수판매 확대 지원

[표1]에서 보았듯이 2009년 들어 자동차 판매량이 급격히 하락했다. 이에 따른 경영사정 악화는 곧바로 고용문제로 연결될 수가 있기 때문에 각국 정부는 내수판매 확대를 위해 여러 가지 인센티브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폐차 인센티브제도를 실시해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으려 하고 있다. 즉 CO 배출량이 높은 오래된 차를 폐차시키고 배출량이 낮은 신차로 교체함으로써 온실가스 감소를 도모하며 동시에 내수판매를 촉진하려는 것이다. 독일과 프랑스가 주도하고 있는데, 독일은 9년 이상의 중고차를 폐차하고 신차를 구매하면 2,500유로를 지원한다. 프랑스의 경우 10년 이상의 중고차를 폐차한 후 CO 배출량이 160g/km이하인 신차를 구매하면 1,000유로를 지원한다. 그밖에 이탈리아, 스페인 등 여러 자동차 생산국들이 폐차 인센티브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한국 자동차산업 연구소1).

다른 주요한 지원정책은 세제혜택을 통한 자동차 판매확대 정책이다. 미국은 올 초 7,89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기금을 지출하기로 하였다. 이 중 2,820억 달러는 세금감면 혜택으로 책정되었다. 이 프로그램의 일부로 올 연말까지 신차를 구입하는 사람들에게 자동차 가격 4만 9,500달러 한도 내에서 판매/소비세를 소득공제해 주기로 하였다. 중국도 올 연말까지 1,600cc 이하의 승용차를 구입하면 10퍼센트의 취득세를 5퍼센트로 감면해 주기로 했다. 그밖에도 많은 나라에서 세제혜택을 통해 자동차 판매를 늘리려고 하고 있다([표3] 참조).

R&D지원을 통한 경쟁력 강화

주요 자동차 생산국에서는 단기적인 지원정책과 더불어 친환경차 개발 등에 정책적 금융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고연비의 친환경 차량에 대한 기술력을 확보해 경제위기 극복 이후 회복될 자동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다. 독일 정부는 친환경차 개발자금 5억 유로를 저리로 융자해 주기로 하였고, 영국 정부는 23억 파운드의 대출 보증, 스페인 정부는 무이자로 8억 유로 융자, 스웨덴 정부는 친환경 연구개발센터 설립에 4억 달러 지원, 중국 정부는 친환경기술 개발을 위해 15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다.

이러한 흐름에 가장 선두에 서 있는 것이 미국 정부다. 친환경차 개발자금 250억 달러를 저리로 융자하기로 했다. 이 중 59억 달러를 포드에 지원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포드의 CEO가 두 손을 들고 환호하는 사진이 신문에 실리기도 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긴 하지만, 미국 자동차 업계는 살아남기 위해 그동안의 안일한 산업 전략에서 벗어나 친환경 소형화 추세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미국의 빅3는 이미 1970년대 석유파동 이후 지속적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전편의 글 [그림5]에서 보았듯이 이때부터 연비가 상대적으로 뛰어나고 상대적으로 작고 가벼운 일본차가 그들의 영역을 침식해 들어갔다. 그렇지만 미국 자동차 기업들은 스태그플레이션 기간에 이루어진 일본차의 약진을 자동차 문화의 추세적인 변화로 이해하고 대응하기보다는 정치적인 로비를 통해 수입규제로 자신들을 보호하려고만 했다.

이들에게 다행이었는지 불행이었는지 1980년대 중반 이후 저유가 시대가 다시 도래 했고, 미국이 1990년대에 IT호황을 누리고, 2000년대에는 자산시장이 주도한 호황이 이어지자 빅3는 SUV 등 큰 차에 집중하는 전략을 지속한다([그림1] 참조). 하지만 유가급등과 더불어 금융공황에 의해 촉발된 경기침체로 인해 이러한 안이한 전략은 더 이상 지속될 수가 없었다. 엄청난 규모의 적자로 이어졌고, 결국 그들은 몰락하고 말았다.

미 정부는 친환경차 개발을 위한 자금지원에서 멈추지 않고, 기업들을 고무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도 보완했다. 이는 자동차 연비기준과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를 강화한 것을 말하는 것이다. 오바마 정부는 2016년부터 일반 승용차의 경우 갤런 당 29마일(16.6km/l)로 연비기준을 높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52g/km로 강화하기로 하였다. 유럽은 이미 2008년에 154g/km로 기준을 조정했다.

느긋한 MB정부

자동차가 생산되고 있는 거의 모든 나라의 정부들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자 나서는데, 이 추세에서 이탈하여 손 놓고 있는 정부가 딱 한군데 있다. 바로 세계 제5위의 자동차 생산국인 대한민국 정부다([표2]참조). MB정부는 그저 시장의 논리와 원칙만을 되뇌고 있다. 사측은 M&A시장에 내놓을 궁리만 하면서, 구매자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정리해고만을 고집하고 있다. 정부가 뒷짐 지고 수수방관 하는 것은 사측을 지지해 주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이명박 정부의 이러한 태도는 출범 이후 줄곧 보여주었던 자기 모순적 고용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될 수 있다. 고용을 늘리겠다고 말만하고 질 낮은 비정규직, 일용직 공공근로, 인턴을 늘려 숫자놀음을 하면서 정작 핵심적인 산업에서 양질의 일자리는 계속 줄이고 있다. 쌍용자동차가 2,600명을 정리해고 하면, 그것으로 사태가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다.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자동차산업의 높은 산업적 연계성으로 인해 실질적으로는 그 10배 이상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또한 이번이 마지막 정리해고일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앞으로 회사 측은 계속해서 제2, 제3의 정리해고를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쌍용차 사측의 정리해고 강행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많은 주류 언론들은 GM사태를 보도하며 노동자들의 높은 임금과 복지비가 GM파산의 주된 이유인 것처럼 이야기했다. 그런데 이러한 진단은 사태를 책임지고 있는 미국 정부나 GM자체의 진단 보고서에도 찾을 수 없는 논리다. 우리나라의 언론과 정부 관계자들의 입에서만 나온다.

[표5]에 정리된 것처럼, 미국 내의 기업 컨설팅 업체들조차도 GM 노동자들에게 들어간 비용 문제가 GM파산에 미친 영향력 비중은 15퍼센트에 불과하다고 본다. 가장 큰 문제점은 당연히 경영자들에게 있다. 기술의 낙후성은 경영부실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두 항목을 합치면 45퍼센트로 가장 비중이 크다. 그 다음은 정부의 정책 실패로 40퍼센트를 차지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미국 정부는 산업혁신과 경영혁신을 태만히 하고 정치 로비로 이윤을 지키려고 했던 미국 자동차 업계의 잘못된 태도를 다 받아주었다. 파산하고 나서야 각종 규제책 강화를 시작하였다.

산업 부활은 의료보험체계 개혁에 달려

15퍼센트의 책임을 물은 높은 노동비용도 엄밀히 따지면 노동자들 탓을 할 수 없다. 세계적으로 자본주의 경제이슈를 주도하고 있는 The Economist지는 상대적으로 GM이 다른 자동차 회사들보다 노동자들에게 지출된 복지비가 많은 이유가 미국의 공적보험체계가 부재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GM은 미국 내에서 현지생산을 하고 있는 외국 업체보다 차 한 대당 1,400달러의 정도의 비용이 의료보험과 연금비용으로 더 들어갔는데, 과거에 문제가 불거졌을 때 행정부가 고비용의 민간 의료보험 체계를 제대로 손봤더라면, 노무비용이 훨씬 줄었을 것이다”(The Economist, 2009.6.4.).

[그림2]는 미국과 일본 업체의 근로자별 시간당 노동비용을 비교하여 나타낸 것이다. 포드의 경우 시간당 총 노동비용이 71달러인데, 급여 26달러, 유급휴가/야근수당/주말 수당 및 시간외 수당으로 14달러, 현재 고용된 직원들에 대한 복리후생 비용이 12달러, 퇴직한 노조원들에게 지급되는 의료 및 연금 혜택 16달러로 구성된다. 반면, 일본 업체들은 급여 26달러, 수당 9달러, 직원 복리후생 11달러, 퇴직노조원 지원 3달러로 총 49달러 정도이다. 22달러의 차이 중 결정적인 것은 13달러 차이를 보이는 퇴직 노조원들을 위한 의료 및 연금 비용이었다.

GM이 지출해야 했던 높은 비용의 퇴직자 후생복리 지원금은 공공보험체제를 갖추지 않고 있지 않은 미국 사회에서 필연적인 결과였다. 미국은 주정부가 생활보호대상자에게 의료비를 보조해 주는 프로그램인 Medicaid와 연방정부가 장기간의 세금납부 실적이 있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Medicare란 노인 의료보험만을 실시하고 있다. 좋은 직장에 다녀 회사가 가입시켜 주는 민간보험이 없으면, 보험 가입을 엄두도 못 낼 만큼 보험비용이 높다.

미국의 65세 이상 부부가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으면, 평균 20만 달러의 의료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3월 6일자 피델리티 투자 보고서, 복지국가소사이어티에서 재인용). 이러한 현실 속에서 노조는 퇴직 후 의료보험을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전적으로 미국 정부, 보험업계, 의료업계의 책임이다.

자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사회복지 체계가 미흡한 우리나라에서 일단 노동자들을 해고시키는 것에서 답을 찾는 것은 필연적으로 극한 저항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우선 해고된 노동자들은 대부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고, 이들은 이미 오래 동안 저임금으로 생활고를 겪어온 사람들이다. 대책도 내놓지 않고 해고시키는 것은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이고, 그들은 목숨을 걸고 싸울 수밖에 없다. 과연 정리해고 말고는 해법이 없을까?

최근의 경기불황으로 거의 모든 자동차 업체들이 커다란 타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2008년 영업이익이 전년도보다 증가한 업체가 있다. 바로 폭스바겐이다. [그림3]에서 알 수 있듯이 폭스바겐(VW)은 2008년에 전년대비 4.2퍼센트 증가한 54.3억 유로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반면 일본 업계는 평균 60퍼센트 정도 감소했고, 미국은 물론 프랑스의 자동차 기업들은 적자로 전환됐다. 도요타의 경우 올 1분기에 판매가 40퍼센트나 감소했고, 6,830억 엔의 영업적자를 기록해 ‘도요타 쇼크’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였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폭스바겐이 영업이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90년대에 직면했던 경영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기 때문이었다. 폭스바겐은 86년 스페인의 세아트, 91년에는 스코다를 합병하는 등 과감한 해외진출로 양적인 확대를 이루었으나 수익을 내지 못해 92년에 언론에서는 자동차 업계의 구조조정 1순위로 뽑았다. 이 때 회장이 된 페르디난트 피에히 회장은 정리해고가 아닌 일자리 나누기로 위기를 정면 돌파한다.

피에히 회장은 주 4일제 근무제를 도입하고 주당 노동시간을 36시간에서 28.8시간으로 축소했다.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하지 않고, 그는 오히려 생산기지 국외 이전을 멈추고 추가 투자를 추진했다. 이를 통해 이루어진 생산유발효과와 고용창출효과로 독일 12개 산별노조에서 54만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임금이 약 10퍼센트 삭감되긴 했지만, 회사가 수익을 내면서 단기간에 보전되었다.

폭스바겐은 현재의 세계 경제위기를 통과하면서 가장 크게 도약할 자동차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90년대의 위기 때 자사의 노동자들을 잘 아울렀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쌍용차와 GM대우 같은 완성차 회사의 일자리를 지키고 산업을 정상화 하면 그 파급효과로 경제회복에 엄청나게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위의 미국 자동차 산업의 파급효과를 단순하게 우리나라에 적용한다면 7,000여명의 노동자를 고용했던 쌍용차가 회생하는 것은 그 14배인 약 10만 명의 고용을 지키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고용창출 효과도 매우 적은 4대강 정비사업에 26조를 투입하지 말고 그보다 훨씬 작은 규모의 지원으로 10만 명의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 현재의 위기에서 벗어나는 더 합리적인 방안일 것이다.

정부는 세계적 추세를 거스르지 말고 지금이라도 즉각적으로 쌍용차 사태에 개입하여, 국유화 하고 친환경 자동차 주력업체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국가의 개입이 시대의 정신이고 대세이다. 이명박 정부가 진정 우리 경제를 선진국의 반열에 올려놓으려고 한다면 이 시대의 정신에 뒤쳐져서는 안 될 것이다.

<참조문헌>
The Economist, 2009, "The Decline and Fall of General Motors: Detroitosaurus wrecks", 6월 4일자.
LG경제연구원, 2009, “자동차 Big3의 실패로부터 배우는 교훈”.
복지국가소사이어티, 2009, “GM이 몰락한 이유와 복지국가”.
송현주, 2009, “폭스바겐의 글로벌 생산 전략”, 자동차경제 6월호, 한국 자동차산업연구원.
정명기, 2009, “세계 자동차산업의 개편 전망과 쌍용차의 선택”,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주최 “쌍용자동차 회생방안은 무엇인가?” 토론회 제출 발제문.
한국 자동차산업연구소1, 2009, “각국 자동차산업 지원정책과 시사점”.
한국 자동차산업연구소2, 2009, “GM 몰락의 의미와 교훈: 역사적/거시적 관점”.

박형준/새사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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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의 위기 이슈5①] 세계 자동차 산업 위기의 원인
도표가 포함된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http://saesayon.org에서 PDF파일 다운로드

<기획의도>

GM대우의 유동성 위기가 한 숨 돌린 듯 싶더니, 쌍용자동차의 구조조정이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전 세계가 경제위기 국면에 돌입했을 때에도 영업실적 면에서는 선전한 ‘정상 기업’은 왜 위기에 빠지게 되었는가? 그리고 우리는 이 위기를 겪으면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국내 자동차 업계를 독점하고 있는 현대/기아가 세계 시장의 점유율을 조금 높였다고 해서, 마치 한국 자동차 산업을 장밋빛으로 호도하는 것은 맞지 않다. 오히려 현대/기아그룹의 독점적 지위가 높아질 경우 한국 자동차 산업 전체가 더 취약한 구조에 빠질 위험성마저 높다. 독점은 시장에서 힘의 불균형을 더욱 강화시켜 소비자와 하청기업의 저변을 약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현재 한국 자동차 산업의 문제는 세계 자동차 산업의 재편이라는 관점에서 대응해야 옳을 것이다. 이는 GM대우와 쌍용자동차의 위기가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며, 완성차 기업의 고용 구조조정으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뜻한다.

산업질서의 재편기를 맞은 이 중요한 시기에, 더구나 자동차 산업이 제조업 고용의 10퍼센트나 차지하고 있고, 그동안 자본주의 생산체제의 발전을 선도해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산업적인 관점에서 정당한 이슈가 제기되어야 마땅하다. 

이에 새사연은 현재 한국 자동차 산업이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게 재편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런 취지에서 현재 제기되어야 할 5가지 핵심 이슈를 연속 기획물로 짚어보고자 한다.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쌍용자동차와 GM대우 노동자들만 희생시키는 방식은 근본 원인을 진단하고, 산업의 발전 전망을 세우는 데 도움이 안 되고 있다.

[이슈1] 위기의 원인: 신자유주의 붕괴의 상징, 'GM의 몰락'
[이슈2] 국가의 귀환: 위기 돌파의 유일한 통로
[이슈3] 책임을 회피한 경영진: GM대우와 쌍용자동차에서 드러난 ’먹튀 자본’과 채권은행의 행태
[이슈4] 저변 강화가 최우선: 한국 자동차 산업 재편의 방향
[이슈5] 신 패러다임: 고용영향평가제 도입으로 찾자 

* 이번 기획연재는 전국금속노동조합의 지원으로 수행한 과제 ’축적체제 전환기의 산업노동정책 연구’의 결과물 일부를 정리한 내용이다.

들어가며

미국의 모기지 대출회사인 뉴 센트리 파이낸셜이 파산신청을 한 2007년 4월을 기점으로, 유수의 투자은행들을 파산시키면서 전 세계를 패닉상태로 몰아갔던 현재의 경제위기가 시작된지도 어언 2년이 넘었다. 국제적 공조와 천문학적 규모의 국가지원 덕분에 현재는 위기의 진원지였던 금융부문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안정되어 있다. 반면 대부분의 실물경제 부문은 깊은 침체에 빠져 생산지수와 고용 관련 지수는 아직 바닥을 딛고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특히 자동차 산업은 크라이슬러에 이어 GM이 파산보호 신청을 내면서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구조조정에 들어가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주주였던 상하이차가 전례가 없는 상식 이하의 방식으로 손을 떼고 ‘튀어버리면서’ 쌍용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었고, GM대우는 모기업 GM이 파산보호신청을 하면서 미래가 불투명하게 되었다.

쌍용차는 정리해고 문제를 놓고 노사가 대립하면서 벌써 한 달 이상 조업을 못하고 있고, GM대우의 노조는 6월 26일 구조조정방지와 GM으로의 자금유출 의혹 해명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결의하였다. ‘노동자에게 해고는 죽음’과 같은 것인데 정부와 사측은 사태해결의 제1순위로 항상 정리해고를 내세우는 경향이 있다. 그런 까닭에 노동자들은 어쩌면 당연히도 목숨을 건 투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극한 대결로 몰아가는 정부와 회사 측의 ‘해결책’은 결국 회사와 노동자, 더 나아가 우리 국민 모두의 손해로 귀결될 뿐이다. 따라서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이 시급한 실정이다. 그러한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새사연은 “자동차 산업의 위기 이슈5” 기획 아래 연속 보고서를 내고자 한다. 그 첫 번째 순서로 미국 GM의 파산원인을 중심으로 세계적 차원에서 자동차산업의 위기를 살펴보자.

공황의 중심무대에 선 자동차 산업

2009년 6월 1일 101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세계 최대의 자동차 회사인 미국의 GM사가 파산보호 신청을 하였다. GM은 파산당일 자산이 823억 달러, 부채가 1,728억 달러로 역대 네 번째 규모의 파산업체로 기록되었다. 금융 분야를 제외하면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파산보호신청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빅3 중 포드만을 제외하고 모두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었다.

채권단이 정부가 제시한 구조조정 2차 안에 동의하면서 자산매각 후 청산에 들어가는 법정관리 제도인 챕터7대신 챕터11의 보호 아래로 들어갈 수 있었다. 채권단은 272억 달러에 달하는 채무를 탕감하는 대신 10퍼센트의 지분을 갖고 차후에 주식 15퍼센트를 추가로 매입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 받았다. 미국과 캐나다 정부가 500억 달러에 이르는 구조조정 자금을 지원하고 전체 지분의 72.5퍼센트를 보유하게 되어, 사실상 국유기업으로 변신하게 된다. 나머지 지분 17.5퍼센트은 미국 자동차 노조 UAW의 퇴직자 건강보험기금인 VEBA가 갖는다.

GM은 Old GM과 New GM으로 나뉘어져 시보레, 캐딜락, GMC, 뷰익 등 핵심 브랜드는 New GM에 편입시키고 나머지 폰티악, 사브, 해머, 세턴, 오펠 등은 Old GM으로 분류해 분할 매각할 계획이다. 또한 현재 미국 내 공장 47개 중 2012년까지 17곳이 추가로 폐쇄되고, 이에 따라 2만 9,000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 이와 함께 GM노조는 GM회생을 위해 현재 시간당 임금률인 78달러(복지비용 포함)를 45달러로 삭감하는 내용의 안을 받아들였다. 또한, 전미 자동차노조인 UAW는 앞으로 2015년까지 ‘무파업’ 약속을 하였다. 앞으로 남게 될 New GM의 규모가 축소되면서 2008년 말 기준으로 6,246개에 달하는 판매망도 자연적으로 현재의 60퍼센트 정도 수준으로 축소될 계획이다.

다행히도 GM대우는 New GM에 속하게 되어 갑작스런 구조조정은 면하게 되었다. 하지만 GM대우가 정상궤도에 오르기까지는 많은 난관이 놓여있다. 지금까지 GM대우는 수출의 90퍼센트 이상을 GM 본사의 네트워크에 의존했다. 아직까지는 정상조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GM본사가 파산보호신청을 함으로써 한동안 생산과 판매가 위축될 수 있다. 게다가 현재 연간 90만 대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GM대우의 조업일수가 줄어들면서 만여 명의 GM대우 노동자들의 고용과 생계문제에 큰 타격을 줄 가능성도 크다. 게다가 이미 회계상으로 처리되거나 아직 떠안고 있는 2조 원 가량의 수상한 파생상품거래 손실로 발생한 유동성 위기가 판매 급감으로 더 심화될 조짐도 있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GM대우의 1차 협력업체는 약 400곳이고, 2차, 3차 업체까지 합치면 수 천여개에 이른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자동차 완성차 생산과 판매가 전년도에 비해 크게 줄어들고 있는데다가 GM의 파산이 겹치면서 부품업계의 판매 감소는 어쩔 수 없는 실정이다.

자동차 산업이 왜 세계적으로 이번 경제공황의 중심무대에 서게 된 것일까? 더 궁금한 것은 세계 최대의 업체가 어떻게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되었나? GM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촉발될 자동차 산업 전체의 구조조정이 한국의 자동차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해 노동계가 대처하기 위해서, GM 파산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필요하다.

신자유주의 축적체제의 축소판 GM

자동차 산업이 전세계적 차원에서 구조조정의 핵심에 서게 된 것은 이 산업이 그동안 펼쳐져온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기본적인 성격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즉 자동차 산업이 신자유주의 체제의 취약점을 가장 집약적으로 떠안고 있어, 마치 신자유주의 체제 전체의 축소판과 같았다. 문제가 가장 심화되어 나타난 미국의 자동차업계와 GM을 중심으로 하나씩 정리해보도록 하자.

1)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의 형성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들은 자국 대기업들의 낮아진 이윤율을 신흥 경제국에 저임금을 기반으로 하는 초국적 산업생산 체계를 구축하여 상쇄할 수 있도록 국제질서를 재편해 왔다. 이를 통해 선진국에 기지를 둔 초국적 기업들은 진출한 신흥 경제국 지역 내에서 부품조달 네트워크를 하부체계로 거느리고 완성품 조립공장을 자회사로 운영하면서 미국과 여타의 주요 자동차 수입국으로 수출을 하면서 이윤 회복을 모색해왔다. 전 세계적 생산 네트워크가 형성되면서 하부체계의 경쟁은 심화되었고, 완성차와 부품업계 간에 존재하는 권력의 비대칭성이 강화되었다. 또한 이번 GM파산과 같이 중심 기업에 문제가 생기면 수직계열화되어 있는 자동차 업계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는 구조로 굳어졌다.

자동차 산업의 이러한 초국적화 경향은 표1의 해외부문 비중에 잘 나타나 있다. 비금융 부문 100대 초국적 기업 중 11개 회사가 자동차 부문에 속해 있다. 이들 11개사의 해외 자산은 7,163억 달러로 이들 전체 자산의 45.5퍼센트에 이른다. 해외 자회사의 판매규모는 약 6,165억 달러로 전체 매출의 47퍼센트에 달한다. 고용 역시 해외부문이 약 5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실질적으로 국가 차원에서 소속을 규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초국적화가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다.

2) 과잉생산과 경쟁의 심화

글로벌 생산체제와 더불어 자국의 생산 공동화를 막기 위해 선진국 상호간의 직접투자를 늘렸다. 판매지역에 직접 생산기지를 세워 필요한 자동차를 직접 공급하거나, 대규모 M&A를 통해 지배영역을 확대하려고 하였다. 그 결과 자동차 산업은 생산, 유통, 판매 모두 초국적인 체제가 가장 잘 이루어진 산업분야가 되었다. 하지만 얼마 안 되는 업체가 거의 독점하고 있었던 완성차 시장에서 새로운 투자와 M&A를 통한 지배력 확대가 동시에 일어나자 생산과잉과 경쟁심화가 진행되었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The Economist에 따르면 전세계 자동차 산업이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은 1년에 약 9,400만 대이지만, 소비수요는 약 6,000만 대로 3,000만대 이상의 과잉생산 체제를 갖추고 있다고 본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쟁의 심화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이윤율에 대한 압박이 심해졌다. 결과적으로 덩치가 크고 변화에 적응력이 약한 미국의 빅3가 더 불리해졌다. 그래서 많은 경제전문지에는 GM의 파산을 공룡의 멸종에 빗댄 표현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그림4는 외국 자동차 회사가 미국 내에 생산기지에서 만들어 낸 자동차 총 대수와 미국의 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낸 것이다. 2000년대 들어 일본 중심으로 외국 자동차 기업들의 미국 현지 생산이 늘어남과 동시에 전체 미국 내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급격히 높아졌다. 2002년 300만 대 25퍼센트 수준에서 2007년에는 426만 대 40퍼센트에 육박하게 된다.

일본은 이미 1980년대부터 미국 내 생산기지를 만들어 미국 자동차 내수시장을 잠식해 왔다. 혼다가 1978년 오하이오에 미국현지 공장을 세운 후, 닛산이 1983년에, 토요타가 1984년에 미국의 자동차 기업들과 조인트 형식으로 공장(NUMMI)을 설립한다. 그 후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미추비씨, 마즈다, 스즈키, 후지, 이수추 등 모든 일본 자동차 브랜드가 미국에 직접 진출하게 된다.

이런 추세는 미국 정부와 일본의 자동차 업계가 상호이득을 추구한 결과였다. 일본 업계는 1994년까지 존속되었던 수출자율규제라는 미국의 법률적 압력을 회피하려는 목적이 있었고, 미국 정부는 산업공동화를 막고 고용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빅3라고 불리는 지엠, 포드, 크라이슬러는 계속해서 내수시장에서의 위축을 감수해야만 했다. 미국 자동차업계는 1970년대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한 일본 자동차업계의 수출전략으로 1980년대 초반에 큰 폭의 내수점유율 하락을 맛보고, 이후 80년대 말부터는 지속적인 일본 자동차산업의 수출 증가와 현지생산 증가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 하고 있다.

단순히 내수시장 점유율만 줄어든 것이 아니다. 그림6은 도요타와 지엠의 순 이윤을 비교한 것이다. 각 회사의 1994년 순 이윤을 100으로 환산했을 때 도요타의 2008년 순 이윤은 1,400인데 반해, GM은 마이너스 600이 넘는다. 즉 도요타의 이윤이 13년 동안 14배 증가할 때 GM의 이윤은 2004년까지 증가 없이 정체되어 오다가 2005년부터 적자로 돌아서 2007년과 2008년에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그 폭이 확대되었다. 크라이슬러와 포드의 경우도 지엠의 추세와 크게 다르지 않다. 포드는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연속으로 126억 달러, 272억 달러, 147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미국의 빅3가 계속해서 고전을 면치 못 하다가 결국 파산에 이르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그들이 택했던 대형 SUV 집중 전략을 꼽는다. 그림7은 차종별 미국 내수시장 점유비중을 나타낸 것이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보이는 주요 특징은 SUV 판매의 확대이다. 미국 자동차 기업들은 소형차에 비해 이윤이 많이 남는다는 이유로 SUV에 집중한다. 이로 인해 승용차 부문에서 계속해서 외국 기업들에게 자리를 내줘야 했고, 전 지구적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손실도 증폭하게 된다. 갑작스런 변화에 커다란 덩치를 제대로 적응해 내지 못하고 결국 파산에 이르게 된 것이다.

3) 금융화에 편승

물론 미국의 자동차 업계가 파산을 피하지 못한 것에는 여러 가지 다른 이유가 또 있다. 그 중 하나가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금융시장의 붐에 편승하여 신자유주의가 주되게 추진한 전략이었던 금융화에 동참했다는 사실이다. 신자유주의 체제가 금융부문 쪽으로 자본축적체제의 중심을 이동함에 따라 산업부문 내에서도 실물생산 쪽에 투자를 강화하기보다 금융자회사를 강화하여 수익을 높이는 전략을 추구한다. 앞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자동차 부문에서 이윤율이 낮아지는 문제를 산업체제의 체질 개선으로 해결하려고 시도하지 않고, GMAC 등 금융부문 자회사에서 신용과 투자로 이윤을 메우려고 했다. 금융시장이 공황에 빠져버리자 GM의 부채문제가 더욱 심각해져 견딜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림8은 GMAC이 1994년부터 거둔 순이윤과 그것이 GM전체의 순이윤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낸 것이다. GMAC의 순이윤은 1990년대부터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다가 2000년대 초반에 큰 폭으로 증가한다. GM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증가해 1994년에 20퍼센트 미만이던 것이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고,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GM의 이윤 대부분은 GMAC에서부터 나오게 된다. 그렇지만 2005년 이후 GM은 자동차 부문에서의 손실이 크게 증가하였고, 그 후 미국 자산시장의 거품이 붕괴하면서 GMAC도 위기에 빠져 GM은 더 이상 혼자 힘으로 살아남기 힘든 상황에 들어서게 된다.

4) 신용에 의존한 미국의 소비풍조

1990년대 이후 미국 자산시장의 급격한 성장과 소비증대는 가계, 기업, 국가의 부채 증가에 의존한 것이었다. 미국의 소비자들이 대부분 리스의 형태나 할부로 자동차를 구매하기 때문에, 자동차 판매는 신용시장과 직결되어 있다. 그림9에서 알 수 있듯이 최근 미국 소비자가 자동차를 구매할 때 평균 대출금은 최근에 2만 5,000달러에 이르렀고, 대출금과 차 구매비용의 비율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줄곧 90퍼센트를 넘었다가 최근의 경제위기 영향으로 좀 줄어들었다. 금융위기로 인해 신용경색이 일어나고, 실업이 늘어나고 임금이 감소하면서 자동차 구매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표2를 보면, 이미 2008년에 전 세계 자동차 판매 대수는 전년에 비해 5퍼센트 줄었고, 2009년에는 14.4퍼센트 정도 추가로 축소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는 하락폭이 더욱 크다. 2008년에 전년대비 18퍼센트가 줄었고, 2009년에는 약 22퍼센트가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정도의 하락은 현재 세계경제 위기의 깊이로 볼 때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GM의 파산문제를 중심으로 세계 자동차산업이 구조조정의 중심에 서게 된 원인을 살펴보았다. 다음 글에서는 구조조정에 들어간 자동차산업에 대해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자동차 생산국들이 어떤 방식을 취하고 있고, 대응책들을 내놓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박형준/새사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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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