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13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연말이 가까워 오면서 언론매체와 서점가에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내년 예측과 전망이 다양하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일부 예외도 있지만 비관적인 분위기가 압도적이다. 유럽이 내년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데다가 미국과 일본 등 다른 선진국 경제의 회복력도 그다지 탄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국을 중심으로 한 BRICs의 고성장 동력도 이제 상당히 약해져 있는 상황이다. 우리 경제도 2% 초반 대에 불과한 올해의 경기 둔화 양상이 내년에도 유사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 성장이 급격하게 꺾여 나가자 대기업과 보수진영에서는 다시 경제 성장이 중요하다는 화두를 꺼내들었다. 특히 경제 민주화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성장 담론을 재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얼마 전 전경련이  '경제민주화 아는 것만큼 보입니다 - 이슈별 오해와 진실' 이라는 자료를 발표하여 언론의 조명을 받았던 적이 있다. 그 내용의 첫 번째가 양극화 문제의 해법인데, 전경련이 제시하는 해법은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양극화 해소의 지름길”이라면서 1% 성장을 하게 되면 일자리가 6만개 만들어진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경제 민주화를 성장론으로 대치해버리는 한국 재벌의 전형적 논리다. 지금까지 잘못된 성장론을 고집한 결과 나쁜 일자리만 늘어나고 바로 그 때문에 양극화가 심화되었는데 여전히 전도된 논리에 빠져 있는 것이다. 

재계만 그런 것이 아니다. 보수적인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도 처음에는 경제 민주화를 주장하더니, 지난 달 부터는 “경제 민주화와 성장이 함께 가야 한다”면서 성장론을 들고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성장론의 목소리가 커지는 만큼 경제 민주화의 내용은 부실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하나의 의문이 있다. 지금 세계경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대 침체 이후 장기침체 국면에 들어가 있는 상태이고, 앞으로도 상당기간 위기 이전의 성장세를 되찾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당장 내년은 올해와 유사한 침체가 거의 확실시 됨은 물론, 차기 정부 집권 5년 기간 동안에도 침체와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재계와 보수 세력, 그리고 박근혜 후보는 도대체 무엇으로 우리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것인가? 그들이 말하는 성장 동력, 성장 경로, 성장 전략은 무엇인가?  

알다시피 보수의 성장론은 양적인 GDP 숫자에 초점을 두는 양적 성장이다. 신자유주의 보수의 성장론은 노동의 소득 증대 보다는 자본의 투자 수익률에 집착하는 자본 친화적 성장이다. 보수의 성장론은 국가의 사회적 재분배 기능을 무력화시킨 불평등 성장이다. 이러한 성장은 세계적으로 한쪽에서는 저임금에 기초한 수출 주도형 성장 방식에 의해, 다른 한쪽에서는 소득이 아닌 부채를 동원한 소비로 성장하는 방식에 의해 구현되어 왔다. 바로 이런 성장 방식의 종말을 보여준 것이 2008년 금융위기이고 지금의 장기 침체다. 한마디로 보수적 성장론의 붕괴가 바로 지금의 세계경제 위기라는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후보는 도대체 어떻게 성장을 시켜주겠다고 ‘공약(空約)’하는 것인가?

침체에 빠진 경제의 회복과 성장 해법은 더 이상의 보수의 수중에 있지 않다. 전통적으로 성장은 보수의 담론이라는 관념이 지금은 더 이상 진실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제 진보가 성장 담론을 책임져야 한다. 보수의 양적 성장, 자본 친화적 성장, 불평등 성장과 달리 진보가 주장하는 성장은 질적 성장이다. 노동 친화적 성장이며 소득 주도형 성장이다. 기업 현금창고가 아니라 가계의 살림을 튼튼히 하는 성장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성장이 불평등 완화에 기여하게 된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진보적 성장의 토대를 재구축하기 위해 경제 민주화가 필요한 것이다. 진보적 성장은 경제 민주화의 기반에서 존재하는 것이다. 박근혜 후보처럼 경제 민주화와 성장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더 나아가 진보의 성장은 지속 가능한 성장이다. 지속 가능한 성장은 경제적 측면과 환경적 측면에서 정의될 수 있다.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은 주주를 위한 단기적 수익률 제고 보다는 장기적인 경제 주체들 사이의 관계 형성을 고려한다. 금융적 투기 보다는 장기적인 생산적 투자를 중시한다. 인건비용 줄이기에 집착하지 않고 안정된 노동시장 유지에 초점을 둔다. 이를 위해 탄탄한 공공지출을 통해 사회 안전망을 확보하고 공공교육을 확대하는데 정책적 비중을 둔다. 

또한 환경적 측면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이란 미래 세대의 욕구 충족 능력과 여건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 세대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개발”로 정의된다.(1983년 유엔에 의해 지명된 브룬트란트위원회의 선언에서 제시) 다음 세대를 위한 필수 불가결한 삶의 토대로서 지금의 환경을 손상시키지 말고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석유에너지 고갈 위험과 심각해지는 기후 변화 등의 최근 상황을 감안해볼 때 더 이상 환경적 지속 가능성을 외면한 성장론을 주장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박근혜 후보가 말하는 성장론에는 이런 점들을 고려했다는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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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10.07.06 13:55
재정정책에 관한 국제공조의 딜레마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보고서 제목을 눌러주시면 됩니다.

최근 독일과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재정지출 축소 움직임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경제위기의 재발을 우려하면서 경기부양책을 지속해 나갈 것을 주장하는 미국의 입장과는 상반된 것이다. 이 두 글로벌 리더 그룹의 입장차는 최근에 캐나다 토론토에서 있었던 G20정상회의에서 크게 부각되었고, 결과적으로 단일한 금융안정화 정책 틀을 만들어 내고자 했던 G20의 원래 목표도 불투명해졌다.

유럽 국가들의 입장은 현실의 경험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그리스에서 시작해 스페인으로 재정위기가 확산되면서, 유로권의 존폐여부까지 논란이 되었다. 이런 상황을 겪고 나서 기존의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 정책기조를 유지할 순 없다. 재정지출에 대해 조심스런 입장을 가지게 된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토론토 G20정상회의에서도 유럽 쪽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2013년까지 재정적자 규모를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기로 합의가 되었다. 또한 개별적으로 이미 예산축소가 시작되었다. 영국은 2011년 GDP에 2퍼센트에 해당되는 예산을 삭감하기로 결정하면서, 현재 GDP의 11퍼센트를 웃도는 재정적자를 2015년까지 1퍼센트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선언했다. 그리스는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2014년까지 GDP의 10퍼센트에 해당하는 예산을 줄이기로 결정했고, 스페인도 자진해서 GDP 대비 11퍼센트 수준인 재정적자를 2013년까지 3퍼센트 정도로 낮추겠다고 선언했다.

한편, 현재 상황에서 재정지출 규모를 축소하면 더 큰 위기를 몰고 올 수 있다는 경고도 매우 강력하다. 오바마 대통령의 G20정상회의 서한에서는 염려 수준의 언급만 있었지만, 뉴욕 타임스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폴 그루그먼은 재정긴축을 강행하면 “제3의 공황이 닥칠 수 있다”고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2010/06/27). 크루그먼의 주장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873년에 시작해서 1896년까지 지속된 장기공황을 (The Long Depression)을 첫 번째 공황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1930년대 대공황을 두 번째 공황으로 꼽을 수 있다. 현재의 위기도 자칫 이 두 전철을 밟을 수 있다. 과거의 두 공황이 지속적인 침체로 일관한 것은 아니다. 중간에 성장을 이루는 등 회복의 기미를 뚜렷이 보이기도 했다. 현재의 경기회복에 대해 너무 낙관적 태도를 취하여 그동안의 부양정책을 갑자기 철회하면 “1933년 경기회복기가 대공황의 끝이 아니었듯이, 현재까지 이룬 경기회복도 제3의 공황의 한 국면으로 후대 역사가들이 기록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된다.

때맞춰 나온 미국경제의 악재들

크루그먼의 경고와 있은 후 최근 열흘간 미국의 주식시장은 연속적 하락세를 보였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연일 발표된 경제지표들이 기대보다 좋지 않게 나온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실업률, 신규주택 매매, 제조업지수, 소비자신뢰지수 등 여러 주요 지표들이 경기 회복세가 주춤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림1] 미국의 제조업지수와 소비자신뢰지수 변화

출처: Bloomberg, The Institute for Supply Management

먼저 미국 공급자협회(ISM)가 발표하는 제조업지수의 경우 전월의 59.7에서 56.2로 떨어지면서, 지난해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컨퍼런스 보드에서 조사 발표하는 소비자 신뢰지수의 경우에는 전월 62.7에서 52.9로 16퍼센트 가까이 급격한 하락을 보였다. 이런 변화는 고용시장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미국의 실업률이 줄지는 않았지만, 매월 꾸준히 고용자 수가 증가해 왔다. 하지만 6월 들어 농업부문을 제외한 전체 고용자 수가 12만 5천 명 줄어들었다. 실업률은 5월의 9.7퍼센트에서 9.5퍼센트로 조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는 경제활동 인구가 65만 명가량 감소해서 나타난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인구센서스 조사원으로 55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단기적으로 창출했는데, 이 중 22만 5천 개의이 계약이 만료되면서 전체 경제활동 인구도 줄어들고, 고용자 수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도 약 34만 명이 인구센서스 조사인력으로 남아 있어, 앞으로 계약이 만료되면 추가로 고용자 수가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시장도 침체되긴 마찬가지였다. 미 상무부가 발표한 5월 신규주택 판매 실적은 전월보다 32.7퍼센트가 줄었다. 전년동기 대비로 18.3퍼센트 축소된 것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50만 채 이상의 신규주택 판매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를 훨씬 밑도는 30만 채만 판매되었다고 한다(경향신문, 2010/06/24). 이번 전 세계 경제위기가 미국의 주택시장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 지표는 투자심리가 여전히 위축되어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잘 보여준다.

어느 쪽이 맞나?

유럽의 재정위기에 이어 나온 최근 경기회복세의 둔화는 더블 딥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재정지출을 줄여도 문제, 늘려도 문제다. 어느 쪽의 진단이 맞는지 상관없이 위기가 장기화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The Economist에서 양쪽 모두를 비판하면서, 다소 ‘균형 잡힌’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볼 것을 제시하고 있어 이를 소개하도록 하겠다("Austerity alarm", 2010/07/01). 이코노미스트지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양쪽 모두 문제를 너무 단순화시키고 있다. 크루그먼의 조잡한 케인즈주의는 기업과 가계의 경제활동과 미래 재정수입과 지출에 대한 그들의 기대와의 관계를 과소평가한다. 예를 들어, 선진국의 기업들은 현재 유보금을 쌓아 놓고 있다. 그들이 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소비수요가 약하기 때문이기보다는 정책적/금융적/재정적 불확실성과 좀 더 깊은 관계가 있다. 만약 정부가 이런 우려를 적절히 해소한다면, 기업인들은 투자를 시작할 것이다. 재정긴축을 옹호하는 쪽도 위험천만한 과장을 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그들은 1990년대에 캐나다와 스웨덴 같은 나라들이 재정적자를 줄이면서 경기부양에 성공한 사례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그 당시 해당 국가들은 이자율을 급격히 낮출 수 있었고, 자국통화의 평가절하도 할 수 있었다. 지금은 이런 정책을 쓸 수 없다. 이미 이자는 더 이상 낮아질 수 없는 수준이고, 잘 사는 나라들의 통화가치를 한꺼번에 낮출 수도 없다. 이런 수단이 없는 상태에서, 재정긴축이 성장을 촉진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없다.

두 주장 모두 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일부 언론과 경제학자들은 더블 딥이 온다와 안온다로 극명한 의견차를 보이며 예언을 하고 있지만, 해결책을 제시하진 못한다. 그 와중에도 눈여겨 볼 주장이 있다. 스티글리츠 교수를 중심으로 그를 따르는 일단의 전문가들은 크루그먼과 비슷하게 긴축정책에 대한 반대 주장을 펼치지만, 그들은 국가적 차원의 사회적 보장체제를 강화하는 것과 세계적 차원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적 공조를 강조한다(스티글리츠 유엔 보고서The Stiglitz Report). 사회적 약자 계층과 개도국이 경제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들을 중심에 놓고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설계한 위기 대응책이 금융부문의 변동성을 낮추고 경제 전체의 불안정성도 완화하면서, 동시에 안정적인 성장의 회복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은 재정지출을 늘리느냐 마느냐보다는 지출을 통해 어떤 정책을 펼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처럼 재정지출 확대가 4대강 사업을 신속히 종결하는 것에 맞춰진다면 미래에 환경재앙과 더불어 경제적 재앙이 닥칠 수 있다.

박형준 hjpark@saesay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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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10.02.09 10:54

연말이 되면 정부 산하의 경제연구기관과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이듬해 경제 전망 보고서를 발표한다. 경제 전망 보고서는 소비, 투자, 경상수지, 물가, 고용 등에 대한 추세 분석과 전망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들을 종합해 익년의 경제를 전망하고 성장률을 예측하곤 한다. 발표할 때는 TV 뉴스를 비롯해 거의 모든 언론매체에 대대적으로 ‘홍보’되지만, 그 예측에 관한 신빙성은 거의 점검되질 않는다. 몇몇 비판적 언론매체가 가끔 다루긴 하지만 GDP에 관한 여러 형태의 이야기가 마치 자연과학적 진실처럼 다루어지는 현실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아래 표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삼성경제연구소(SERI)가 지난 9년 동안 발표한 경제성장률 예측치와 실제 경제성장률을 비교한 것이다. 두 연구기관 사이에도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정확도를 논하기에는 오차가 너무 심하게 날 때가 많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2002년과 2008년의 경우에는 전망의 의미가 전혀 없었다. 2002년에는 한국개발연구원의 경우 3퍼센트, 삼성경제연구원은 4퍼센트나 차이가 났다. 2008년에도 거의 비슷한 수준의 차이를 보였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08년 10월에 발표한 2009년 경제전망에서는 성장률을 3.6퍼센트로 예측했다가 미국 발 금융 위기가 심화되자 2009년 2월 마이너스 2.4퍼센트로 수정치를 발표했다. 자체 성장률 예측치의 변화가 무려 6퍼센트에 이른 것이다. 2009년 경제성장률이 0.2퍼센트 정도일 것이라는 잠정적인 예측치가 나오고 있는 것과 비교해 보면, 최초 발표한 예측이나 수정치 모두 2.5퍼센트 정도의 차이를 보인다. 이 정도로 신뢰성이 낮은 경제 전망에 정부가 정책 수립과 집행 과정에서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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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별 의미도 없는 성장률 예측을 그렇게 강조하고 있는 것일까? 현 이명박 대통령이 747이라는 거짓 공약을 바탕으로 당선된 것이 그 이유를 설명해 준다. 개도국에서 GDP 성장은 지배계급의 권력을 정당화시켜주는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다. 박정희에 관한 신화도 이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높은 성장률은 지배 체제의 안정을 의미한다. OECD에 가입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선성장 후분배’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의 지배층에게 성장률은 여전히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직접적인 정치ㆍ이데올로기적 의미를 배제해도 GDP에 관한 지표들은 많은 개념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 GDP를 생산의 측면에서 보자면 단지 최종 생산물의 시장가격을 총합한 것에 불과하다. 여기에는 사회성원 사이의 분배 문제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으며 사회적 가치도 거의 고려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1인당 GDP를 2만 달러라고 가정하면 현재 4인 가족의 평균소득은 8000만 원 가까이 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의 평균소득은 그 절반도 안 된다. 길이 많이 막혀 차가 정체된 상태에서 태워 없애는 기름 값도 GDP에 포함된다. 반면 산업생산으로 인한 환경 파괴의 가치는 GDP에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지구의 허파라는 아마존의 산림이 불타 없어지고 공장이 들어서면 GDP는 크게 증가한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최근 프랑스를 비롯한 몇몇 국가에서 받아들여지면서 GDP를 대체할 경제지표 개발이 시도되고 있긴 하다. 프랑스 정부는 스티글리츠와 센 등 주류 경제학 내의 일부 비판적 경제학자들에게 위탁해 ‘경제 성과와 사회 진보 측정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고 분배 문제와 환경 문제 등 삶의 질을 반영하는 경제지표를 만들려 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전망과 예측은 기존에 확립되어 있는 개념 틀 안에서 매해 성장률 예측치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실질적으로 사회 성원들의 삶이 개선될 수 있는 경제 개념을 확립해내고, 그에 알맞게 삶의 질이 얼마나 향상될 수 있는지 전망할 수 있는 지표를 만들어 그 결과를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은 2010년에 더욱 절실하다.

- <성장률 속에 감춰진 한국 사회의 진실>에서 발췌(p.31~33)(새사연 지음, 시대의창, 201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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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09.11.04 16:00

미국의 3분기 잠정 GDP성장률 전 분기 대비 큰 폭 상승


미국의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대비 무려 3.5퍼센트나 상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유럽과 북미의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 등 전 세계가 이를 반기는 분위기다. 전 세계를 휩쓴 금융위기의 진원지이자 실물경제 침체를 이끌었던 나라가 미국임을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반응일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이번 발표를 미국과 나아가 세계 경제가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다.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우선, 이번에 발표된 경제성장률 3.5퍼센트가 어떻게 산출되었는지 알아보자.
GDP성장률[3.5] = 가계소비[2.36] + 민간부문 투자[1.22] + 정부소비[0.48] + (수출 - 수입)[-0.53]

각 부문별 성장률(전분기대비)을 살펴보면, 우선 가계소비는 3.4퍼센트 증가했으며 민간부분 투자는 11.5퍼센트, 정부소비는 2.3퍼센트, 수출과 수입은 각각 14.7퍼센트와 16.4퍼센트 증가했다.
이 가운데 민간부문 투자의 경우는 1분기에 무려 50퍼센트가 감소한 데 이어 2분기에도 24퍼센트가 감소했다가 3분기에 플러스로 전환한 것이다. 수출과 수입 역시 1분기에 30퍼센트 넘게 감소했고 2분기에도 각각 4퍼센트와 15퍼센트 감소했다가 3분기에 크게 향상되었다.

국가의 부양자금에 의존한 가계소비의 증가가 GDP 성장의 가장 큰 요인

그렇다면 1, 2분기에 큰 폭으로 하락했던 민간부문 투자와 수출ㆍ수입 등이 반등할 수 있던 요인은 무엇일까. 3분기 성장률에 대한 부문별 기여도를 통해 분석해보기로 하자.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GDP성장률 3.5퍼센트 가운데 가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36퍼센트로 전체의 3분의 2가 넘는 67.4퍼센트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가계소비의 증가가 경제 회복의 긍정적인 신호인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들의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었다는 사실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가계소비는 전분기대비 3.4퍼센트가 증가했지만 실질가처분소득은 3.4퍼센트가 감소했다. 이는 3분기에 증가세를 보인 개인소비가 국가의 경기부양자금에 의한 것임을 보여준다 하겠다.

실제로 아래 그래프를 보면 최근까지 미국 정부가 실시한 중고차 보상제도가 GDP 성장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GDP성장률 기여도를 여러 형태의 구성요소별로 분석해 본 바에 따르면,
ㆍ 최종판매증가[2.59] + 재고증가[0.94] = GDP 성장율[3.5]
ㆍ 산업부문성장[2.28] + 서비스부문성장[0.93] + 정부부문[0.33] = GDP 성장율[3.5]
ㆍ 자동차 생산증가[1.66] +자동차제외[1.88] = GDP 성장률[3.5]

이는 자동차의 생산 판매 증가가 GDP성장률의 절반 가까이를 이끌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3분기 성장의 주된 동력은 미국 정부가 실시한 Cash-for-Clunker(낡은 차를 새 차로 바꾸면 최고 4500달러까지 리베이트 지급)인 셈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정부의 지원책은 지난 8월 말로 시한이 종료됐다.

고용불안으로 오래 못 갈 GDP 성장세

높은 경제성장률과 달리 지난 9월 미국의 실업률은 9.8퍼센트를 기록해 여전히 고용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대량해고에 따른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도 9월에 24만 8,000명을 기록해 연초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상태를 유지했다. 이러한 고용사정의 불안정이 앞서 언급한 가처분소득 감소의 주요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지금까지 정부의 경기부양 자금에 의존한 가계소비의 증가로 GDP성장률을 어느 정도 호전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높은 실업률이 지속될 경우 이러한 성장세가 계속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부의 부양자금은 앞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간투자가 늘고 고용사정이 나아져 정부의 재정지출 부담을 대체하지 못하는 한 이번과 같은 소비 증가가 계속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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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09.10.28 11:43

한국 경제의 3분기 성장률이 전분기대비 2.9퍼센트를 기록하며 2분기의 놀라운 성장률마저 뛰어넘었다. 전년동기대비로도 0.6퍼센트 성장해 1년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물론 이 지표는 4분기 재정까지 미리 당겨서 지출한 결과다. 즉, 3분기의 놀라운 성장률은 정부의 지출 능력을 보여준 것일 수는 있어도 우리 경제의 체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더구나 그 동안 생산을 늘리지 않고 창고에 쌓인 재고를 팔던 기업들이 다시 생산을 시작함으로써 줄어든 재고를 채우는 바람에 생긴 효과인 ‘재고조정 효과’가 민간 부분에서 크게 나타난 측면도 있다.

가계 경제 회복과 따로 노는 GDP 성장률

2.9퍼센트라는 경제성장률을 보며 떠오르는 의문이 있을 것이다. 늘어난 GDP만큼 가계경제도 회복되고 있는가하는 의문이다. 유감스럽지만 주식시장이나 부동산시장 등 자산시장의 활황에 편승해 일부 소비심리가 회복되고 있다는 점 외에 실제로 가계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는 찾기 어렵다. 오히려 국민 경제지표와 가정경제가 따로 노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 생활형편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소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도시 근로자의 실질 소득은 올해 1분기에는 4퍼센트가 줄고, 2분기에는 3.8퍼센트가 줄어 지난해와 비교해 큰 폭의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다. 노동부가 발표하는 협약임금인상률을 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08년에 평균 4.9퍼센트를 기록하던 임금인상률은 올해 3월부터 1퍼센트 수준으로 떨어지더니 지난 9월에도 1.5퍼센트로 바닥을 기고 있다(노동부 협약임금인상 통계자료). 여기에 물가인상률을 감안하면 마이너스인 셈이다. 이렇듯 국민들의 지갑으로 들어오는 돈은 여전히 줄어들고 있다.

일자리가 줄어 일할 기회를 얻지 못한 사람에 비하면 줄어든 월급이라도 안정적으로 받는 사람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9월까지 정부의 희망근로사업을 빼면 지난해에 비해 약 20만 개의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특히 최근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매출이 늘어 소비가 회복되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추석 특수가 있던 지난 9월에도 자영업 종사자는 함께 일하는 가족을 포함해 1년 전에 비해 무려 40만 명이나 줄었다(통계청 9월 고용동향).

국민들의 가계 소득에서 경제 회복의 흔적을 찾기란 어렵다.

줄어든 소득, 줄일 수 없는 교육비

주머니로 들어오는 소득이 줄고 있음에도 줄일 수 없는 지출이 있다. 교육비가 그것이다. 이미 우리 국민이 지출하는 교육비는 식생활비를 추월한 수준까지 올라가 있다. 2009년 상반기 기준으로 도시 근로자가 매달 교육비는 34만 원이 넘는다. 식생활비 29만 원보다도 많은 액수다. 먹고 사는 데 드는 비용보다 자녀 교육에 쏟아 붓는 비용이 더 큰 셈이다.

혹시 한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면서 의식주와 같은 기초적인 생활비보다 교육비 등의 서비스 구매에 드는 지출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은 아닐까. 그러나 통계를 보면 그렇지 않다.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계지출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턱없이 높다. 한국은 2008년 기준 7.3퍼센트, 프랑스는 0.8퍼센트, 독일 0.8퍼센트, 일본 2.2퍼센트, 미국 2.6퍼센트 등으로 나타났다(<이데일리> 2009.10.18).

교육비 가운데 당연히 가장 큰 부담은 사교육비다. 2008년 기준 매달 지출하는 공교육비는 10만 7,000원으로 2003년에 비해 약 3만 원이 올랐다. 이는 대부분 대학 등록금 인상분이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같은 기간 사교육비는 약 8만 원이 오른 20만 4,000원으로 나타났다. 전체 교육비에서 학원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63퍼센트로 커졌다.

여의도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초ㆍ중ㆍ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있는 성인 가운데 사교육을 시키는 가정의 사교육비 지출은 월 평균 50만 원 이상인 경우가 40퍼센트에 달했다. 매달 150만 원을 쓰는 경우도 3.7퍼센트에 달했다.

미국에는 의료비, 한국에는 사교육비

미국 오바마 행정부 앞에 놓인 최대 현안은 금융위기 탈출과 함께 단연 의료개혁이다. 사적 의료보험시장에 장악 당한 미국 의료시스템은 4,000만 미국 시민을 의료보험의 사각지대로 몰아넣었을 뿐 아니라 의료보험에 가입돼있다 해도 막대한 의료비 부담을 피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그 결과 미국의 가계 총지출에서 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15퍼센트를 넘어섰다.

이렇듯 막대한 의료비 지출은 가계지출 구조를 왜곡시켰을 뿐 아니라 지금과 같은 불황 국면에서 소비구조마저 왜곡시킬 가능성이 높다. 보건 시스템의 정상적 작동이 불가능함은 물론이다. 이 때문에 결국 오바마정부는 정권의 명운을 걸고 의료개혁, 특히 사적 의료보험 체계의 개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의료비가 미국 경제와 미국의 가정을 짓누르고 있는 가장 큰 짐이라면 미국 의료비에 버금갈 정도로 한국 가정에 심각한 경제적 부담을 주는 것이 바로 교육비다. 한국에서 교육비가 부담이 된 것이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문제의 심각성은 그 경향이 계속 커지고 있다는 데 있다. 20년 전인 1990년에 가계 총지출 가운데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7퍼센트를 넘지 않았지만 2008년에는 10.7퍼센트까지 상승했고 다시 올해 11퍼센트까지 늘었다.

다시 말해 획기적인 개혁조치가 없는 한 우리나라의 교육비는 미국의 의료비와 마찬가지로 걷잡을 수 없이 오를 것이 확실하다. 어쩌면 2009년 오바마 행정부가 미국의 국론 분열을 감수하면서 힘겹게 의료개혁을 추진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 언젠가 한국에서도 재연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미국의 의료와 한국의 교육 사이에는 분명한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양자 모두 공적 체계가 무너지면서 비용부담이 팽창하고 있다는 점, 이를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 그리고 이미 오랜 기간 누적되어 쉽게 개혁하기 어렵다는 점 등이 그렇다.

교육비 지출 줄여야 내수 회복될 수 있어

이처럼 사교육 문제는 단순한 교육 문제의 차원을 넘어 경제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혹자는 교육비 지출도 결국 내수를 살리는 소비지출이라고 이야기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한국은행에 따르면 교육과 의료 서비스 구입에 드는 비용은 다른 서비스 품목에 비해 타 산업에 미치는 전후방 연쇄효과가 약해 내수를 살리려면 오히려 교육과 의료부문의 지출을 줄여야 한다(<이데일리> 2009.10.18).

이쯤 되면 결론은 명확하다. 국민경제를 위해서든, 가계경제를 위해서든 지나친 교육비 지출은 결코 유익하지 않다. 정부는 이미 지나가버린 3분기 GDP 실적은 그만 잊고 진정 국민들의 시름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살펴주길 바란다. 어제 이명박대통령도 GDP에 담기지 않은 ‘국민의 삶의 질’에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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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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