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3.11정태인/새사연 원장

3월 15일이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발효 1주년을 맞는다. 2006년 2월, 김현종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에서 전격적으로 한미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한 이래 참으로 많은 세월이 흘렀다. 이 엄청난 ‘결단’을 내렸던 노무현 대통령은 안타깝게도 고인이 되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방미 ‘선물’로 더 많은 쇠고기 수입을 약속했다가 거대한 촛불의 파도를 맞았다.

 

아직 정부가 제대로 구성되지 않아선지, 아니면 너무나 초라한 성적 때문인지 박근혜 정부는 별다른 행사나 홍보를 하지 않고 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2007년 정부가 한 EU FTA까지 추진하면서 미국과 EU와 동시에 발효되는 경우 생산성 증가까지 고려하면 실질 GDP가 무려 7.61%나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것을 되돌아보면 가히 상전벽해라 할 만하다.

 

물론 관세청은 지난 1월, “한미 FTA 효과 등으로...(대미 수출이) 사상 최대 실적 경신, 전년 대비 4.1% 증가한 585억불 기록”이라는 자료를 언론에 뿌렸다. 한미 FTA가 발효되지 않았던 2011년 수출증가율 12.8%에서 3분의 1 토막이 났는데도 이런 문구를 뽑는 뇌구조는 어떻게 생긴 걸까.

 

또 관세청은 2012년 한국이 FTA를 맺은 나라들의 평균 수출 증가율이 2.1%라고 자랑했는데 최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전체 수출증가율은 3.8%였다. 한편 한EU FTA는 발효된 지 1년 6개월이 되었는데 작년의 EU 수출은 -11.4%라는 처참한 기록을 남겼다.

 

지금 한미 FTA나 한EU FTA가 우리나라의 수출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매년 10%에서 20%에 이르던 한국의 수출증가율이 이렇게 낮아진 건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연이어 유럽 재정위기를 맞은 세계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졌기 때문이다. 역사의 해석이란 게 언제나 그렇듯 작년의 한심한 기록도 양대 FTA 때문에 그나마 선전한 결과라고 강변해도, 그 반대라고 증명할 길 또한 신통치 않다.

 

문제는 한미 FTA가 이미 파산이 증명된 미국식 경제시스템을 한국에 도입하는 것이라는 데 있다. 2000년대 들어 미국의 FTA 전략은 ‘경쟁적 자유화’였고 그것은 미국과 FTA를 맺는 국가에서 미국의 시장을 여는 대신, 지적재산권, 서비스, 투자분야에서 상대국의 법과 제도를 미국식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하여 한미 FTA 협상 이래 우리의 관련법은 63개나 바뀌었다.

 

그러므로 우리의 관심은 수출입이 아니라 이런 법과 제도의 변화가 앞으로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있다.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의 ‘미국화’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 이고 그 결과는 점점 더 증폭되어 나타날 것이다.

 

2007년부터 필자는 한미 FTA와 자발적 민영화가 결합될 경우 최악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누누이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가 시도했던 인천공항 민영화, KTX 일부 구간 민영화, 그리고 가스공사 민영화를 새 정부가 계속 추진하고 여기에 미국자본이 참여할 경우(틀림없이 이들 공기업을 인수할 대기업은 미국 자본을 끌어들일 것이다), 그 때부터 저 악명 높은 투자자국가제소권(ISD)은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지금 진행 중인 론스타 소송은 우리의 미래를 그대로 보여준다. 한미 FTA가 발효된 상태가 아니라서 한-벨기에 투자협정에 근거를 두었지만 한 나라의 정책이 3명의 민간 통상전문가의 손에 좌자우지된다는 것이 그 본질이다(한미 FTA에 근거한다면 보복관세도 물릴 수 있게 된다). 즉 일단 규제가 완화되고 민영화되면 아무리 부작용이 심해도 다시 되돌아갈 길이 막혀 버리는 것이다.

 

제 아무리 많은 FTA가 발효된다 해도 수출은 작년보다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노동분배율과 복지를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는 한, 경제성장률도 2% 안팎을 오갈 것이다. 대선 기간에 약속한 ‘맞춤형 복지’만으로도 재정은 턱없이 모자랄 것이다.

 

하여 박근혜 대통령은 40조에서 50조원에 이르는 거대 공기업에 눈을 돌릴지도 모른다. 공기업을 민영화해서 효율성을 높이고 그 돈으로 복지를 늘릴 수 있다는 데 어찌 솔깃하지 않겠는가. 2007년 대선 때 그의 공약이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였다는 사실이 못내 불길하다. 7년이 지났어도 한미 FTA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이 글은 PD저널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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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8정태인/새사연 원장

 

2005년 2월 새벽 나는 대통령을 만났다. 비서관이라는 직책에 어울리지 않게 일주일간 무단(?) 휴가를 낸 다음날이었다. ‘동북아 비서관’을 그만두고 ‘국민경제 비서관’으로 옮기라는 지시에 약간의 항명을 한 뒤, 결국 항복한 날이기도 했다. 대통령은 세 가지를 지시했는데 그중 하나가 “한·일 FTA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의견이 분분한데 정 비서관이 답을 가져오라”는 것이었다. 김현종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은 2004년 겨울, 5년 넘게 진행돼온 한·일 FTA를 일방적으로 중단시켰다. 일본이 김(해태) 수입에 소극적이라는 게 직접적 이유였다. 또다시 밝히는 진실이지만 이때만 해도 대통령의 머릿속에 한·미 FTA는 없었다. 김현종 본부장은 5년이 지나 자화자찬으로 가득찬 자서전 <김현종, 한·미 FTA를 말하다>에서 놀라운 주장을 했다. 한·일 FTA를 맺으면 “제2의 한일합방”이 될 것이 뻔해서 중단시켰다는 것이다. 한·미 FTA를 하면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고 한·일 FTA를 하면 식민지가 될 것이라는 황당한 주장에 나라 전체가 끌려간 것이다.

나는 그 자리에서 의견을 말했다. “모든 FTA는 안으로 산업 구조조정입니다. 먼저 우리나라의 산업이 어떻게 변화해 나갈 것인지, 또 어떻게 가는 게 좋을지 굵은 그림을 그린 뒤 거기에 맞춰서 어느 나라와 FTA를 할지, 어떤 정도의 수준으로 맺을지 결정해야 합니다.” 어쩌면 한·미 FTA는 이 주장에 부합하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김현종은 한·미 FTA 청와대 브리핑 제1호에서 “한·미 FTA는 낡은 일본식 법과 제도를 버리고 미국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6년 3월, 한·미 FTA 협상을 어떻게든 막아 보려고 다시 청와대에 갔을 때 대통령 역시 “제조업에서 중국의 추격이 거세니 금융 등 서비스 산업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재경부와 삼성의 ‘샌드위치론’을 거론했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이런 어마어마한 결정은 과연 누가 해야 하는 것일까? 한·미, 한·EU, 한·중 등 거대 경제권과의 FTA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누가 판단해야 하는 걸까? 한·미 FTA 때는 우리 경제나 사회에 대해 일반인의 상식도 갖추지 못한 김현종이 단독으로 대통령을 설득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김현종이 정통 관료가 아니라 그렇다고 항변할지 모른다. 하지만 한·미 FTA 토론회, 청문회에서 수없이 만난 정통 외교부 관료인 김종훈 본부장도 김현종 못지않게 무지하고 미국 시스템을 맹신했다. 내 경험으로 보면 외교부는 대통령과 미국, 이 둘의 뜻대로 움직이는 부처라고 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외교부의 비밀주의는 매우 유명하다. 도대체 우리의 삶을 좌지우지할 정책을 왜 무지한 관료가 비밀로 처리해야 하는 것일까?

외교부가 학자들을 동원한 모양이다. 이 언론, 저 언론에서 외교부가 통상교섭본부를 계속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난무한다. 제조업 위주의 사고는 낡았다든가, 현대의 FTA는 국제정치를 고려해야 하므로 외교부가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미 FTA에 관련되지 않은 부처는 하나도 없다고 할 정도다. 예컨대 최대 쟁점인 ‘투자자 국가 제소권’은 한 나라의 헌법 자체를 위협하고 의약품 분야는 건강보험제도를 뒤흔든다. 외교를 다뤄야 하므로 외교부여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G2 체제에서 우리가 어떤 FTA를 맺어야 하는지, 동아시아 공동체처럼 완전히 새로운 구상을 해야 하는지, 외교부가 그럴듯한 얘기를 하는 걸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결정을 할 주체는 국민이요, 그 방식은 민주주의여야 한다는 것만 명백하다. 모든 부처의 이견을 조정하는 것이 핵심이라면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직속의 위원회여야 할 테고 아예 감사원처럼 독립적인 기구가 더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국회의 철저한 통제를 받아야 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G2 체제하에서의 외교, 그리고 우리 경제의 미래 모습에 대한 토론과 합의이다. 이런 사안이야말로 대통령이 나서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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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경향신문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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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정치2012.12.19 10:04

2012.12.19정태인/새사연 원장

 

시대교체?


"정권교체를 넘어 시대교체를 해야 합니다" 누구 얘기일까? 바로 지난 16 일 대통령 후보 토론에서 박근혜 후보가 한 얘기다. 민주당은 '명백한 표절'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후보가 9월 16일 민주당 대통령후보 수락연설에서 "변화의 새 시대로 가는 문을 열어주십시오. 정권교체, 정치교체, 시대교체, 반드시 해내겠습니다.”라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봄에 새사연에서 출간한 <리셋 코리아-18 대 대통령이 꼭 해야 할 16 가지 개혁과제> 제1부의 제목이 바로 '정권교체에서 시대교체로'이다. 굳이 더 거슬러 올라가자면 이 말은 2007년에 이미 언론 매체에 보도된 바 있다. 심상정 당시 민주노동당 대통령 경선 후보가 처음 사용한 말이고 그 말을 만든 사람은 나였다.  

불행하게도 너무 앞서 나갔다. 1년이 지나 2008년 세계금융위기가 터지고 나서야 사람들이 시장만능의 세계에 회의를 갖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제 전 세계는 새로운 역사의 단계에 들어섰다. 어느 곳이 새 시대의 정책기조를 먼저 시행하느냐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결정된다. 이번 대통령 선거가 지극히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쨌든 새사연은 문재인 후보에 이어 박근혜 후보까지 감복시킨 것일까? 불행하게도 박근혜 후보의 정책기조는 여전히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다. 줄푸세는 시장근본주의, 경쟁지상주의의 한국어 번안이니 그야말로 구시대의 정책기조라 할 만 하다. 반면 문 후보의 정책기조는 <리셋코리아>가 제시한 '소득주도성장', 아래로부터의 성장을 그대로 받아 안았다.


새 시대의 과제

'새 시대의 첫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다. 낡은 체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체제를 안착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30년 이상 갈 체제를 5 년 내에 완성시킬 수는 없다. 구체제 기득권 세력, 즉 재벌-경제관료-조.중.동의 3 각 동맹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어떤 것은 조심스럽게 구체제를 해체해야 할 것이고 어떤 것은 다행히 빈 터라서 바로 주춧돌을 놓을 수도 있다.

어느 경우라도 먼저 국민들부터 다독여야 한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 '시대교체'의 과제가 어느 한 사람이나 한 집단의 머릿속에서 해결될 리 없다. 문후보가 밝힌 '국민정당'과 '시민의 정부'없이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 여기선 문후보가 명확히 밝히지 않은 핵심 과제 몇 개만 짚어 놓는다.

우선 가장 장기적인 것으로, 우리 아이들의 목숨을 좌우할 생태문제를 들 수 있다.

어제 토론에서도 드러났듯이 박근혜 후보는 원전 마피아들을 해체할 생각이 전혀 없다(종합적으로 꼼꼼히 검토하겠단다). 문재인 후보는 수명이 다 한 원자로를 폐쇄하고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할 뜻을 명확히 밝혔다.

그러나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원전의 축소와 함께 탄소 배출도 시급히 줄여야 한다. 전기의 생산과 소비 시장에 확실한 신호를 줘야 한다. 전격적으로 충분히 높은 세율의 탄소세를 도입해야 한다. 늦어도 인수위가 탄소세 부과의 청사진을 밝힐 수 있어야 한다.

둘째로는 새 시대의 패권교체기에 우리나라가 갈 길을 제시해야 한다.

동아시아의 어느 나라도 미국의 패권도 , 중국의 패권도 원하지 않는다. 생태공동체, 경제공동체로 동아시아를 묶는 것이 가장 좋은 방향이다. 동아시아의 외환보유고를 공동 관리해서 2조 달러 이상의 여유분을 동아시아 경제의 생태화, 낙후지역의 개발에 사용해야 한다. 이런 동아시아판 마샬플랜은 이 지역 총수요를 확대해서 세계경제를 위기에서 구할 거의 유일한 길이기 때문에 미국도 반대하기 어렵다. 정권 초기에 중국, 일본, 동남아와 논의해서 이 방향으로 나아갈 것을 천명해야 한다.

구시대의 유물인 FTA 협상에 목매달 때가 아니다. 최근 IMF 가 허용한 나라별 자본통제도 동아시아 국가들이 동시에 토빈세를 부과할 때 가장 효과가 클 것이다. 참고로 0.05% 정도의 토빈세를 부과하면(즉 1억 원의 외국 돈이 국경을 넘을 때 5만 원 정도의 세금을 부과하면) 약 7-8조원의 세수가 늘어난다.

셋째는 복지국가 건설의 경로를 밝히는 일이다.

국회의 다수를 점하는 새누리당은 '재정 건전성'을 들어 거의 모든 복지 확대에 반대할 것이다. 현재 표류 중인 유통법이 곧 닥칠 미래의 모습인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 시행령만 바꿔도 해결할 수 있는 복지 정책, 경제민주화 정책도 얼마든지 있다. 예컨대 시행령만 개정해도 골목 상권을 보호하고 중소기업 적합 업종을 확대할 수 있다. 인수위는 모든 분야의 시행령을 검토해서 첫 번째 국무회의에서 일괄 처리해야 한다.

서민들에 대한 이런 복지는 동시에 단기 침체를 극복할 원동력이기도 하다. 국민들이 복지의 힘을 피부로 느낄 때 법을 바꿔야 하는 정책들도 해결할 수 있다. 기존 국회의원들이 무서워하는 것은 오직 국민의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새 시대의 첫 대통령'은 새 시대가 어떤 모습이고, 무엇을 해야 할지 밝히고 국민이 합의한 일부터 재빨리 실행해야 한다. 대통령 후보가 강조한 경제민주화와 보편복지가 커다란 방향임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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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30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올해는 지구촌이 대선의 계절인 것 같다. 특히 한반도 이해관계 국가들의 지도자들이 많이 선거를 치른다. 지난해 12월, 북한 지도자의 사망으로 지도부 교체가 시작되더니 올해 1월에 대만 총통선거가 있었고 3월에는 러시아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이제 코앞으로 다가온 11월 6일에는 미국 대선이 있고, 11월 8일부터 중국 18차 당대회가 열린다. 11월에 이른바 G2 국가의 지도자를 다시 확정하는 행사가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12월 19일 우리 대통령 선거가 있다. 2013년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 경제적 지형이 다양한 방향으로 변화하거나 곡절을 겪을 수 있는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할 것이다.

이렇게 상당한 환경변화가 예견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선 대선 후보들 사이에서 한반도 문제에 관한 새로운 정책 비전은 거의 나오지 않고 있어 유감스럽다.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가 4대 성장론 안에 ‘평화적 성장’이라는 화두를 넣어 놓고 있고, 안철수 후보도 ‘복지, 정의, 평화’라는 가치를 자신의 비전으로 제시하기는 했다. 그러나 거기서 멈춰있다. 이 와중에 기껏 논쟁으로 부각되고 있는 한반도 이슈가 북방한계선(NLL) 관련 ‘선거용 북풍’이라는 것이 한심스럽다.

지난 10년 동안 동아시아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 새 천년을 열면서 6.15공동선언이 발표되고 남북사이의 교류와 협력이 크게 신장한 것도 중요한 변화일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동아시아가 중국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이 확립되었다는 점이 아닐까. 일단 남북한이 그러하다. 10년 전만 해도 절반이 안 되던 북한의 대중무역 의존도는 2010년 처음으로 80%를 넘어섰고 작년에는 무려 89.1%를 기록했다. 상상하기조차 힘든 숫자다. 남쪽도 예외가 아니다. 10년 전까지는 수출의존도가 10%정도에 머물렀지만, 지금은 홍콩을 포함하여 30%가 중국수출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을 합친 숫자보다 많다. 지금 한국경제 성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것은 중국에 대한 수출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한 경제가 중국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동아시아 경제 전체도 마찬가지다.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나 유로 통화권처럼, 동아시아에서 만들어진 공식적인 경제 공동체는 아직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에서 역내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0%가 넘는다. 한국의 경우도 중국 수출 30%에 아세안 수출 15%이상 등을 합치면 절반의 수출은 동아시아에서 소화된다. 또한 이미 3조 달러가 넘어선 중국 외환보유고와 일본의 1조 달러, 그리고 우리의 3천억 달러 외환 보유고 등 5조 달러가 넘는 막대한 외환도 동아시아에 있다. 사실상의 위력적인 자연 경제권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의 협력과 통일을 향한 길은 이제 미국 이상으로 중국과의 관계라는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고립적인 남북 경제협력과 통일로의 발전은 이제 점점 더 비현설적 전망이 되고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경제 공동체의 형성과, 남북 경제 공동체의 형성이 동시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북경제 협력과 중국을 핵으로 한 동아시아 경제 협력이 상호 보완적으로 동시에 추진될 때 현실적이고 의미 있는 실행 전략들이 도출 될 것이다. 이는 이제까지의 남북경제 협력 구상이나 동아시아 협력 구상을 다시 재검토해서 새로운 구상과 전략 틀을 짜야 함을 암시해준다. 그러나 아직 대선 후보들이나 정당들에서 새로운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새로운 전략 틀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서 최근 유로 통합과 위기는, 21세기의 국가 간 공동체 형성과 연방 구성이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상당히 다양한 시사를 던져준다. 그 가운데 두 가지만 짚어보자. 첫 번째는 민주주의 문제다. 각 국가 사이에 경제, 정치, 사회적 통합과정을 밟아가면서 얼마나 시민들의 참여를 보장할 것인가와 함께, 각 국가의 시민들이 유럽의회나 유럽 집행위원회와 같은 통합된 대의기구를 통해 민주적 의사를 수렴하는가 하는 문제다. 특히 독일 시민과 프랑스 시민, 그리고 그리스를 포함한 남유럽 시민들의 민주적 의사를 어떻게 유럽연합 차원으로 수렴시키는가 하는 점이다.

그런데 지금 유럽위기 상황에서 그리스나 스페인 등 남유럽 시민들의 민주적 의사는 철저히 무시되고 독일과 프랑스의 영향권 아래 있는 유럽연합 집행위나 유럽 중앙은행이 일방적으로 남유럽 시민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유럽에서는 재정적자가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혹독하게 비판한다. 그러다 보니 이제 유럽 통합이 아니라 각 국가 주권을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유럽 통화동맹의 해체로 이어지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비판적인 안목으로 세계화를 접근해온 선두주자이자 하버드 대학 케네디 스쿨 국제정치경제학 교수인 대니 로드릭(Dani Rodrick)은 유로 존이 당면한 구조적 문제를 ‘세계화와 민주주의, 주권의 트릴레마’로 분석하고 세 가지 모두를 선택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상당히 다양한 시사를 주는 내용인데 그의 주장을 조금 길게 인용해보면 이렇다.

“미국의 사례가 말해주는 것에 따르면, 플로리다, 텍사스, 캘리포니아, 그리고 다른 미국의 주정부들이 그랬던 것처럼, 민주주의를 포기하지 않고 주권을 포기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시장통합을 하면서 민주주의를 살려내려면 (미국 연방정부처럼) 대표성과 책임성이 담보된 초국가적 정치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세계화가 각 국가의 국내적 정책을 우선 시행하는 권한을 제한하면서도 그를 보완할 수 있도록 지역과 글로벌 차원에서 민주적 공간을 확장해주지 않을 때, 민주주의와 세계화 사이의 갈등은 심화된다. 스페인과 그리스에서의 정치적 불안정이 말해주듯이 유럽에서는 이미 이런 한계를 넘어서 잘못 접어들었다.

그것이 바로 나의 정치적 트릴레마가 착목하려는 지점이다. 우리는 세계화와 민주주의, 그리고 국가 주권을 동시에 확보할 수 없다. 우리는 셋 중에 두 개를 선택해야 한다.

유럽 지도자들이 민주주의를 지키고 싶다면 정치적 동맹이냐 경제통합 해체냐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그들이 명시적으로 경제 주권을 포기하던지, 아니면 자국 국민의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경제주권을 사용하든지 해야 한다. 전자의 경우 (주권을 유로 차원으로 위임한다는 사실을)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설명을 해주고, 민족국가 수준을 넘어선 유로 차원의 민주적 공간을 구축하는 것을 수반할 것이다. 후자의 경우라면 각 국가들이 통화와 재정 정책을 펴도록 하기 위해 유로 통화 동맹을 포기하는 것이다.”(대니 로드릭, “주권에 관한 진실:The Truth About Sovereignty”, 2012.10.8)

우리의 경우라고 예외가 될까? 남북한 협력에서 가장 중요한 기초는 남과 북의 각 정치 지도자들이 민의를 충분히 반영하고 민주적 의지를 수렴해서 협력에 참여하는 것이다. 아직 남남 갈등을 조성하는 유치한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현재의 우리 모습이지만 향후에 통일기구와 같은 것이 만들어지게 되면, 그런 기구가 남과 북의 민주적 의사를 어떻게 공평하게 반영할 것인지는 상당히 어려운 과제가 될 것임을 지금 유럽의 경험에서 읽을 수 있다. 동아시아 공동체도 마찬가지이다. 더욱이 국가 사이의 공동체 형성에는 민주주의와 주권의 문제가 민감하게 다가온다.

두 번째로 신자유주의와 경제 공동체에 대한 문제다. 효율적 시장가설에 따라 오직 시장의 원리와 수익의 원리만을 가지고 사회를 조직하고 경제 공동체를 조직하려는 것이 신자유주의다. 이미 체결된 한.미 FTA, 그리고 추진 중인 한.중 FTA가 전형적으로 신자유주의 논리에 따른 경제 협력 모델이다. 그런데 사실 유로 통화동맹 형성도 이런 맥락의 산물이었다. 물론 지금의 유로 통합 구상은 2차 대전 직후부터 시작된 오래된 것이었다. 그 동안 유럽의 경제 공동체나 통화협력, 그리고 정치 군사적 차원에서의 다양한 실험들을 축적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1990년대에 동구 사회주의 붕괴 이후 추진된 유로 통화동맹 형성 자체는 철저히 신자유주의적 발상의 산물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통화체제에 관한 세계적인 전문가인 아이켄그린(Barry Eichengreen)은 유로 통화동맹이 기본적으로 ‘하나의 시장, 하나의 통화’라는 구호아래 상품, 자본,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을 통해 유럽 경제를 부흥시키려는 신자유주의적 발상이었다고 평가한다. 실제 1980년대 이래 약화되어온 경제를 부흥시키고자 유럽은 1992년 마스트리히트 조약을 통해 유럽연합을 결성하기로 하고 1999년 통화동맹을 만들면서 유로화 체제를 출범한다. 그 결과 현재 27개국이 유럽 연합에, 17개국이 유로 통화동맹에 가입했다. ‘하나의 시장, 하나의 통화’라는 구호아래 상품, 자본,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을 통해 유럽 경제를 부흥시키려는 시도는 정치적으로는 ‘유럽 연방주의’ 이상을 실현하여 전쟁을 방지하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경제적으로는 ‘자유 시장’을 통해 경제를 도약시키려는 의도가 컸다.

그러나 규제 없는 자유시장과 시장의 자기조절 메커니즘이 미국식 금융자본주의에서 붕괴된 것처럼, 상품과 자본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에 의해 유로 회원국가들 사이의 경제력 격차를 줄이고 하나의 통화로 경제권을 묶으려던 유럽식 자유 시장 실험도 기본적으로는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 지금의 유럽 위기라고 볼 수 있다.

우리도 향후 남북 경제협력이나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 모두에 있어서, 시장의 효율 논리만을 앞세운 접근법에서 기본적으로 탈피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새사연(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은 한.미 FTA나 한.중 FTA와 같은 신자유주의적이고 구시대적 통상 방식을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 바가 있다. 그리고 “공공경제와 사회경제에서의 교류도 함께 일어나야 한다. 각국의 공공성과 민중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 국가 간의 소득격차, 기술격차, 문화 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새사연, 『리셋 코리아』, 350쪽)

남과 북의 민의를 잘 수렴하는 협력과정, 그리고 시장 논리보다는 양자의 공익적 논리를 존중하는 협력과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은 일면 너무 상식적일 수 있다.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에서 각 국가가 민주적 절차를 밟아서 동아시아 공동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유럽의 사례가 보여주는 것처럼, 실제 과정에서는 가장 기초적인 이런 원칙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유럽 통합의 위기를 여러 모로 살펴서 교훈을 얻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글은 통일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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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5 / 22 새사연

세계 식량위기와 식량주권 의제 부상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제목을 눌러 주시면 됩니다.

[목 차]

1.신자유주의 개방농정 20년

2. 식량안보에서 식량주권으로

 

[본 문]

편집자 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장기침체 국면으로 이어지면서 30년 동안 세계를 지배했던 신자유주의의 퇴조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경제위기의 여파로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이 악화되자 한국사회에서는 전례 없는 보편 복지 요구가 확대되고 있고 경제 민주화의 요구로 발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12년 양대 선거를 맞아 정권교체 요구가 거센 가운데 다양한 사회개혁 의제가 정책 공약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사회가 정말 2013년 체제라고 불릴만한 사회 대개혁을 제대로 추진하자면, 강력한 경제개혁 전망을 갖고 복지국가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새사연의 문제의식이다.

이 에 새사연은 우리사회에 필요한 시대적 가치와 비전, 새로운 경제모델과 성장모델, 총체적 경제개혁, 보편복지를 망라하는 정책을 모아 <<리셋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단행본을 출간했다. 그 원래 원고들을 가지고 회원들과 공유하고자 [새로운 사회 2013]이라는 기획을 마련했다. 회원과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


1.  신자유주의 개방농정 20년

한국 농업정책의 기조는 신자유주의 개방농정이다. 1989년 농축산물수입자유화조치와 1991년 농어촌구조개선대책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추진되어 지금까지 이르고 있다. 신자유주의 개방농정은 농산물의 시장개방, 농업의 구조조정, 농촌과 농민에 대한 보완대책으로 구성된다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UR) 농산물협상 타결과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을 계기로 쌀을 제외한 모든 농산물시장이 완전 개방되었고, 이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쌀시장의 의무수입물량 확대 등으로 시장개방이 빠르게 확대되었다. 그 대신 정부는 대내적으로 농업구조조정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었다. 농업구조조정의 핵심은 소위 ‘선택과 집중’에 따라 농지와 농기계 등 농업자원을 소수의 정예농가에 선별적으로 지원함으로써 규모화를 통해 경쟁력을 갖추도록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농민과 농촌에 대해서는 건강보험 및 국민연금 일부 지원, 농가부채 상환기간 연장 및 이자 일부 경감, 직접지불제도 도입 등의 보완대책이 투입되었다.

그러나 원천적인 소규모 농지면적의 한계와 생산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와 토지용역비를 고려할 때 규모화를 통한 가격경쟁력은 처음부터 실현 불가능한 목표였다. 결국 정부도 내부적으로는 가격경쟁력을 포기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기에는 친환경, 기능성 등을 중요시하면서 품질경쟁력을 강조했다. 하지만 여전히 소수의 전업농에 대한 선별적인 집중지원이라는 농정기조는 그대로 유지되었고, 특히 이명박 정부에서는 더욱 규모화된 극소수의 주업농과 기업농을 강조하여 과거로 회귀했다. 농민과 농촌에 대한 보완대책 역시 일부를 폐지하거나 축소하였다.

그 결과 농업, 농민, 농촌의 위기는 급격히 찾아왔다. 1990년 약 43%에 달했던 식량자급률은 2011년 현재 약 25.1% 수준으로 급격히 하락하면서 먹거리의 약 4분의 3을 해외에 의존하도록 만들었다. 농가인구는 1990년 약 715만 명에서 2010년 현재 약 315만 명으로 절반 이상 감소하였다. 그나마 남아 있는 농민층은 소수의 상층농다수의 중소농으로 분화되는 양극화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1990년 농가소득은 도시가구소득의 97.4% 수준이었지만 2009년 현재 66.0% 수준으로 급락하여 도농간 소득격차가 크게 악화되었다. 2005년부터 현재까지 명목 농가소득은 약 3000만 원 수준에서 정체되어 있는데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오히려 감소한 것이다([표1]참조). 이에 반해 농가부채는 1990년 약 417만 4천 원에서 2009년 현재 약 2626만 8천 원으로 약 6.3배나 급증했다.

이와 같이 농촌지역을 지탱하고 있던 농업과 농민층이 몰락하면서 농촌지역도 빠르게 붕괴되었다. 전국 대부분의 농촌지역에서 공통적으로 공동화 현상이 발생하였고 빈곤화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농촌인구의 초고령화 및 여성화 현상이 일반화되었으며, 대도시 지역의 절대 빈곤율 6.6%에 비해 농촌지역의 절대 빈곤율은 14.8%로 두 배 이상 더 높은 빈곤율을 기록하였다.

신자유주의 개방농정에 따른 농업의 몰락 과정은 동시에 세계식량체계(Global food system)로의 편입되는 과정이었다. 국내 먹거리 생산과 공급의 기반이 붕괴된 빈자리를 세계식량체계에서 공급되는 먹거리가 채우게 되었다. 세계식량체계는 먹거리의 생산에서 소비까지 이르는 전 과정에 걸쳐 촘촘한 연계망을 구축하고 있는 글로벌시스템을 가리키는 말이다. 전 세계 곡물무역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5대 곡물메이저(Grain major)를 중심으로 종자, 비료, 농약, 농산물유통, 식품가공 등과 같은 분야의 초국적 기업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 곡물메이저와 초국적 기업들은 서로간에 전략적 제휴, 인수합병 등의 방법으로 수직적 혹은 수평적 결합체계를 갖고 있는데, 이를 모두 포괄하여 농식품복합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는 미국의 군산복합체에서 빌려온 표현이다.

한편 세계무역기구(WTO)와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대표되는 농산물 자유무역은 관세를 제외한 모든 국경장벽을 철폐하도록 만들고, 농업보호정책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도록 만들어 세계식량체계가 전지구적으로 확장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 주었다.

세계식량체계가 확대되면서 경지이용률의 감소, 중소 가족농의 몰락이 이어졌고, 이는 2000년대 이후 대규모 식량부족 사태와 국제 곡물가격의 폭등을 불러온 주요 원인이 되었다. 또한 유전자조작농산물(GMO) 종자, 대규모 화학농업과 공장식 축산, 장거리와 장시간 운송에 따른 화학처리 등의 문제도 확산되었다. 이것들은 모두 먹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결과로 돌아왔다.

신자유주의 개방농정이 농업의 위기를 불러오고, 세계식량체계로의 편입은 먹거리의 위기를 불러왔다. 이들 상호 간에는 악순환의 고리가 생겨 위기가 악화되고 있다([그림2] 참조). 국내 농업은 해체되어 식량자급률은 25%로 떨어졌고, 이 때문에 수입 먹거리에 의존하면서 먹기리 위험은 더욱 커졌다. 그럴수록 국내 농업생산기반은 취약해졌고, 가격파동은 대형화되었다.

이러한 원인과 배경에서 발생한 지금 우리의 먹거리 위기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식량생산기반이 극도로 취약하다. 식량자급률이 OECD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둘째, 안전한 먹거리의 생산 및 공급 기반도 매우 취약하다. 친환경 유기농산물은 여전히 틈새시장에 머물러 있다. 셋째, 취약한 생산 및 공급 기반에 불안정한 기상변화가 겹쳐 농산물 가격폭등이 빈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가격정책과 제도장치는 여전히 미약하다. 넷째, 먹거리의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하위계층으로 갈수록 값싼 먹거리를 많이 구입하고,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접근이 어렵기 때문에 각종 질병과 사망의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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