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살펴본 예대율과 함께 은행의 건전성을 판단하는 또 하나의 지표가 BIS비율이다. 연말이 되면서 시중은행의 관심은 온통 BIS비율 맞추기에 쏠리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 역시 은행들에게 내년 1월 말까지 BIS비율을 11~12퍼센트로, 기본자본 비율을 9퍼센트 이상으로 끌어올리라고 요구했다.

10년 전 외환위기 때에도 은행의 BIS비율 문제가 뜨거운 감자였다. 당시 IMF의 요구에 따라 1998년 6월 기준으로 BIS비율이 8퍼센트가 안 되는 은행 5곳이 퇴출당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에 있어서도 BIS비율이 쟁점이 되었다. 외환은행 경영진과 금감원, 론스타가 일부러 외환은행의 BIS 비율을 부실금융기관 규정 기준인 8퍼센트보다 낮게 만들어 헐값에 팔아넘겼다는 의혹이 있다.

국제결제은행이 정한 은행의 안전자금 비율

이렇듯 은행의 생존을 결정하는 ‘BIS비율’이란 대체 무엇일까? BIS는 1930년에 설립된 국제결제은행(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을 뜻한다.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라고도 불리는 BIS비율은 통상 ‘자기자본/위험가중자산×100’으로 결정된다. 여기서 위험가중자산이란 빌려줬으나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는 손실위험을 가진 각종 대출채권 등을 뜻한다. 따라서 자기자본이 많고, 위험자산이 적은 은행일수록 BIS비율이 높다. 결국 BIS비율이 높을수록 재무건정성 역시 높다고 할 수 있다.

국제결제은행에서는 1992년부터 회원국의 은행을 비롯하여 국제업무를 영위하는 은행에 대해서 BIS비율을 8퍼센트 이상 유지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은행이 대출이나 투자로 쓴 돈을 돌려받지 못해도 최소한의 경영은 할 수 있도록 안전자금을 비축하라는 의도이다. BIS 비율이 낮은 은행은 국제거래에 있어서 신용도가 하락하고, 이에 따라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나는 불이익을 겪는다.

국내 은행들의 BIS비율은 2005년 12.95퍼센트를 정점으로 이후 계속 낮아졌다. 특히 금융위기가 확산된 올해는 급격히 낮아져 9월 말 현재 평균 10.79퍼센트로 떨어졌다. 일부 은행들은 10퍼센트 밑으로 떨어졌으며, 올해 말까지는 계속해서 더 떨어질 전망이다.

무리한 대출경쟁과 현금배당이 원인

이렇게 BIS비율이 하락하는 원인은 금융위기로 유가증권 평가손실이 커지면서 은행권 전체의 자기자본은 6조 원 이상 감소하고, 은행이 대출해준 기업과 가계의 부실위험은 높아지면서 위험자산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그간의 무리한 대출경쟁을 통한 과도한 수익추구 때문이다.

금리가 낮았던 2004년과 2005년 주택담보대출의 급증, 2006년 중소기업대출과 이후 부동산 관련 PF대출 급증까지 무리한 대출은 당연히 높은 부실화 가능성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금융권이 보유한 총 자산 1,414조 원 중 잠재적 위험자산이 약 348조 원으로 24.6퍼센트를 차지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또한 매년 10조 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달성하고도 절반 이상을 주주를 위한 현금배당으로 털어버리면서 자본확충을 하지 않은 것 역시 은행이 위험대비를 전혀 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며, 현재 BIS 비율에 급급하게 된 원인이기도 하다.

기업과 가계의 숨통을 조이는 은행

문제는 여기에서부터다. 은행이 BIS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기자본을 늘리고, 위험자산을 줄여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기업과 가계는 숨통이 막히게 된다. 우선 은행들이 자기자본을 늘리기 위해 은행채 발행을 확대하면서, 은행채 금리가 높아졌다. 높은 금리의 은행채가 채권시장에 쏟아져 나오자, 카드채나 회사채의 유통은 더욱 힘들어진다. 한 신용카드 관계자는 “카드사보다 신용도가 높은 은행들이 8퍼센트 금리로 후순위채를 발행하면 카드사는 9퍼센트 수준으로 카드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고 푸념한다.

다음으로 은행들은 위험자산을 줄이기 위해 대출을 회피할 뿐 아니라 기존의 대출마저 회수하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시중에 자금을 공급해야 할 은행이 오히려 시중의 자금을 거둬들이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지난달 17일 미국 워싱턴의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이 “은행은 마른 논에 물을 대듯 낮은 금리로 필요한 곳에 자금을 공급해주기 바란다”는 하소연을 했겠는가.

기업들의 자금조달 어려움이 지속될 경우, 이는 기업의 구조조정과 도산으로 이어지며, 고용대란과 함께 내수기반 붕괴를 가져오면서 한국경제의 장기불황을 공고히 할 것이다. 자칫하다가는 은행 때문에 한국경제 전체가 죽을 수도 있다. 은행을 살려야 한다면, 그를 위해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어야 한다면 은행과 기업, 은행과 국민 모두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용어 설명 

▶ 국제결제은행(BIS, 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


1930년 5월에 설립된 가장 오래된 국제금융기구. 현재 55개 나라의 중앙은행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한국은행도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전승연합국이 스위스 바젤에 모여 독일의 전쟁배상금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만든 은행이다.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각국 중앙은행 사의 협력과 국제금융거래질서 유지를 위한 기관으로 변모했다.
1974년 독일의 대형은행이 파산하면서 유럽에 신용불안이 야기되자, 선진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모여서 BIS 산하에 ‘바젤 은행감독위원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1988년 바젤협약에서 ‘금융기관 자기자본 규제에 관한 국제적 통일기준’을 제정하고 여기서 BIS자기자본비율을 정하고, 8퍼센트 이상을 유지하도록 의무화했다.
최근 금융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2004년 새로운 BIS비율을 만들었는데, 이를 ‘바젤2’ 혹은 ‘신BIS비율’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도 2008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 BIS 비율

은행의 건전성과 안정성을 평가하기 위한 국제 기준. 우리나라도 1993년 이를 도입했다. 국제 업무를 하는 은행은 위험 자산에 대해 최소 8퍼센트 이상 자기자본을 유지해야 한다.
통상 ‘자기자본/위험가중자산×100’으로 구성되며 수치가 높을수록 재무건전성이 높다. 자기자본은 ‘기본자본(Tier1)+보완자본(Tier)-공제항목’으로 다시 쓸 수 있는데, 여기서 기본자본은 납입자본금과 자본잉여금이나 이익잉여금을 포함하고, 보완자본은 후순위채권을 포함한다.
기본자본(Tier1)만으로 계산한 BIS비율을 ‘기본자본비율’이라고 구분하여 부른다.

▶ 후순위채권(Subordinated bonds)

채권발행기관이 부도를 내거나 파산했을 때 채권자들에게 진 다른 빚을 모두 갚은 후에 지급을 요구할 수 있는 채권. 채권행사 순서가 가장 늦다는 의미에서 후순위채라 부르며, 기업이나 금융기관에 대한 채권 중 가장 위험도가 높은 채권이다. 위험부담이 높기 때문에 대부분 신용도가 높은 은행 등에 의해 발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대신 다른 채권에 비해 높은 금리로 발행된다. 단, 후순위채권은 예금자보호가 되지 않으며 중도 해지를 할 수도 없다.
채권발행기관 입장에서는 주로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하거나 높이기 위해 발행한다. BIS비율을 산정할 때 후순위채권은 부채가 아닌 자기자본으로 계산되기 때문이다. 특히 후순위채중 만기가 5년 이상 되는 채권은 100퍼센트 순자기자본으로 인정된다.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10년 전 외환위기 때 80조 원의 공적자금을 투자해 살려낸 은행들이 이번 금융위기에서도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미국 발 금융위기라는 외부충격에 의해 외부로 드러나게 된 국내 은행들의 문제점 중 예대율과 BIS비율에 관해서 알아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은 무엇이 있을지 3회에 걸쳐서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최근 신문에서는 “국내 은행들의 높은 예대율이 문제”라는 기사가 자주 등장한다. 예대율은 은행의 예금잔액 대비 대출금 잔액의 비율을 뜻하는데, 은행의 건전성과 안전성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은행의 수익구조는 예금과 대출을 기본으로 한다. 예금은 은행의 수입이고, 대출은 지출인 셈이다.

예대율이 높다는 게 무슨 뜻?

예대율이 100퍼센트 미만인 은행은 예금(수입)이 대출금(지출) 보다 많으며, 100퍼센트 이상인 은행은 대출금(지출)이 예금(수입) 보다 많다는 뜻이다. 따라서 예대율이 100퍼센트가 넘어간 은행은 무리한 지출, 무리한 투자를 하고 있는 불안전한 상태이다. 심한 경우 예금자들이 돈을 찾고자 할 때 지급불능 상태에 처할 수도 있다. 때문에 통상 국제적 기준의 적정 예대율은 80~90퍼센트이다.

그런데 9월 현재 국내 은행들의 총예금은 약 645조 원, 총대출금은 약 900조 원으로 예대율을 계산하면 약 140퍼센트나 나온다. 1999년 말 69.7퍼센트였던 것이 약 10년 동안 계속해서 상승하면서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들의 예대율은 70퍼센트 정도이다.

지난 10월 파이낸셜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이 국내 은행들의 높은 예대율을 지적하자 우리 정부가 반박 보도에 나선 적이 있다. 정부의 주장은 총예금에 CD와 은행채를 더할 경우 국내 은행들의 예대율은 103.2퍼센트로 크게 높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따진다고 해도 국제 기준을 상회할 뿐 아니라, 미국이 예대율 110퍼센트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무리한 자산 확대가 유동성 위기 촉발

은행의 높은 예대율이 도마에 오른 직접적 이유는 이 때문에 유동성 위기가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달러이든 원화이든 돈이 돌지 않는 것이 큰 문제였다. 그런데 정작 돈을 풀어야 할 은행이 대출을 무리하게 회수하면서 기업들의 목을 조이고 있는데, 여기에 높은 예대율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은행의 예대율이 높으니, 즉 가진 것은 없으면서 빌려준 돈만 많으니 지금 같은 경제위기에서는 제 발등에 떨어진 불끄기도 바쁜 것이다.

그렇다면 은행들은 왜 이렇게 무리한 대출을 해온 것일까? 이는 은행이 ‘금융기관’으로서의 자금중개기능 수행 보다 ‘금융회사’로서의 수익추구에 집중하면서 초래된 필연적 결과이다. 외환위기 이후 은행들은 최대의 수익을 가져올 CEO들을 은행장으로 선임했고 수익에 따른 스톡옵션을 제안했다. 은행장들은 이에 부응하여 단기 수익추구에 집중했으며 “대형 은행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경쟁이 치열해졌다.

2005년부터는 전국적인 부동산 가격 급등세를 타고 주택담보대출 경쟁이 치열했고, 2006년부터는 중소기업대출 경쟁이 치열했다. 예금을 늘리는 것보다 대출을 늘려서 자산을 늘리는 것이 더 손쉬운 성장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은행 대출금 비중을 보자면, 올해 6월 132.5퍼센트에 이르렀다. 국내에서 실제 생산된 가치는 100에 불과한데, 은행이 대출해준 돈은 132이라는 뜻이다.

쉽게 돈 벌려고 욕심부린 탓

한편 2007년부터는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몰렸고, 은행은 예금보다 펀드 판매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펀드 수수료가 쏠쏠한 수입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예금은 정체되고, 대출금은 늘어난 상태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했고 은행들의 주요 수입원인 은행채가 팔리지 않는 상황이 닥쳤다. 은행이 자금난에 처한 것이다. 은행들이 정부에게 은행채 매입을 절실히 요구했던 것은 이 때문이다.

문제는 높은 예대율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금을 늘리거나, 대출을 줄여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예금을 늘리려면 금리를 올려야 하고, 대출을 줄이면 그렇지 않아도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비롯한 서민들이 타격을 입게 된다. 한마디로 말해 그간 쉽게 돈을 벌고자 했던 은행들의 욕심이 무리한 대출 확장을 가져왔고, 그 때문에 은행 자체가 위기에 처한 것은 물론이며 국민경제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서 좀 더 화나는 이야기를 하자면,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인 은행 임원들의 높은 연봉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성과급을 포함한 행장 연봉이 20억 2,500만 원, 감사 연봉이 7억 5,600만 원에 이른다. 어려울 때만 국민혈세로 도와달라고 말하는 은행이 밉지 않을 수 없다.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