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정치2012.11.05 14:31

2012 / 11 / 02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Story Briefing]투표시간 연장해야할 사회경제적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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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교체’라는 거대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12월 19일 대선을 앞두고 ‘투표시간 연장’이라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정치 참여를 확대해야 하는 길고 긴 사회경제적 이유가 있다. 한편에서의 비정규직 확대와 고용불안으로 인해 투표시간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고, 또 다른 편으로 정치에 대한 불신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비정규직과 고용불안으로 인한 불평등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불신의 정치를 개혁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투표를 해야 한다.

왜 정치를 바꿔야 하는지 7가지 장면을 가지고 공감해보자. 미국의 전 노동부장관을 역임했던 비판적인 경제학자 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가 대다수 미국인을 위해 작동해왔던 경제와 민주주의가 위험에 빠지게 되고 극소수 부자와 힘 있는 계층으로 부와 권력이 집중되었다고 비판하면서 현재 미국 경제의 모순을 다음의 7가지 사실을 통해 적시한 것을 옮겨본 것이다.(Robert Reich, 2012,『Beyond Outrage』,서문)

 

1. 지난 30년 신자유주의 시대 동안에 경제성장의 과실은 최상층 1%에게로 집중되었다.

 


현재 미국의 400대 최고 부자들은 미국 시민 절반인 1억 5천만 보다도 많은 부를 가지고 있다. 미국 최고 경영자 중위 연봉은 870만 달러(약 100억 원)이다. 월가의 경영자와 핵심 펀드매니저와 일반 미국인의 임금 격차는 현재 약 300배다. 30년 전까지만 해도 30배에 불과했다.

우리나라는? 얼마 전 언론보도에서 삼성전자 등기 임원의 연봉이 109억 원이었다. 삼성전자 직원 평균 연봉의 약 120배라고 한다. 우리나라 최저임금 기준으로 연봉 환산을 하면 약 1000만원에 불과하다. 삼성전자 등기 임원과 1천배 이상의 격차가 벌어진다. 하물며 최저임금 이하의 급여를 받는 노동자도 수백만임을 기억해야 한다.

모든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했다!

 

2. 2008년의 대침체(Great Recession) 이후 경제는 5년째 거의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소득과 재산이 최상층에게 집중되고 있기 때문에, 거대한 미국이 중산층도 소득이 늘지 않았고, 때문에 빚을 얻어서 소비했다. 2007년까지 빚을 포함하여 소득의 110%를 소비했다. 빚으로 주택을 사고 금유투자를 했다.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로 부채거품이 터졌다. 더 낮아진 소득 100% 가운데 이자 상환을 하고 나면 소비가 대폭 줄어들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년 동안 가계 소득은 5배 정도가 늘었는데 부채가 10배가 늘었다. 1992년 110조 원이던 가계 부채는 현재 1100조 원으로 불어났다. 미국 시민과 마찬가지로 빚을 얻어 주택을 샀고, 주택가격은 이제 하락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빚을 얻어 소비할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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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연의 [잇:북]2012.10.31 17:36

2012 / 10 / 30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테마북] 경제를 보는 세계의 시선-불평등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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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 새사연은 올해 1월부터 눈여겨 볼만한 관점이나 주장을 담은 해외 기사, 칼럼, 논문 등을 번역하고 요약하여 소개하는 ‘경제를 보는 세계의 시선’을 연재하고 있다. 그 중에서 불평등에 대해 다룬 10편의 글을 모아 테마북으로 엮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알려져 있는 조지프 스티글리츠, 클린턴 정부 시절 노동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 터키의 재무장관이자 세계은행 부총재를 지냈던 케말 데르비스, 영국 아카데미의 로버트 스키델스키 등의 세계적 석학들이 불평등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글을 발표했다. 그만큼 불평등이 지금 세계 경제에 있어서 핵심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계적 석학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침체에 빠진 세계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것은 바로 불평등이라고. 국내적으로는 소득 불평등이, 세계적으로는 글로벌 불균형이 세계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불평등과 불균형은 많이 가진 사람이 계속해서 많이 갖게 되고, 적게 가진 사람은 계속해서 적게 갖게 되는 양극화의 상태를 뜻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자원배분이 비효율적으로 일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공급과 수요가 균형을 이루어 경제가 선순환하여야 하는데, 점점 더 가난해지는 99%가 늘어나면서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국내적으로, 세계적으로도 물건을 구매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가 다시 활기를 띄고 성장하기를 바라기는 어렵다. 양극화는 결국 모두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이런 문제는 사회 구성원들 사이의 신뢰를 약화시키고 불공정에 대한 불만을 가속화하며, 경제권력이 정치권력으로 이어지면서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린다. 이에 대한 저항의 목소리가 최근 전세계에서 나타났던 99%의 점령운동이다. 스티글리츠는 마침내 세계가 들고 일어나 돈이 아닌 사람을 위한 민주주의를 요구하고 있다며 99%운동을 지지했다.

이제 불평등은 개인의 능력차이로 치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더 많은 성장을 하기 위해서라는 주장에 묻혀 살짝 눈감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경제학은 물론이며 정치 지도자들, 그리고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가장 중심에 놓고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시대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원하고 있다. 경쟁과 효율만을 강조하던 방식에서 평등과 연대, 공공성을 앞세운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2012년 10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수연

 

[목 차]

◆ 여는 글

◆ 나쁜 사회, 꿈을 빼앗는 불평등

  (나쁜 사회 / 로버트 스키델스키)

◆ 99%는 무엇에 분노했는가?

  (99%가 깨어나고 있다 / 조지프 스티글리츠)

◆ 세계 경제 회복을 잡는 글로벌 불균형과 소득 불평

  (글로벌 불균형과 국내 불평등 / 케말 데르비스)

◆ 소비자와 투자자 vs 노동자와 시민, 당신은 누구 편?

 (쇼핑하다가 망할 운명 / 로버트 라이시)

◆ 99%가 가난해지면 경제는 돌아가지 않는다

   (불평등의 덫 / 케말 데르비스)

◆ 불평등은 인적 자산의 낭비

   (불평등의 대가 / 조지프 스티글리츠)

◆ 세계의 방향을 바꾸는 중산층

   (세계 중산층의 진출 / 요하네스 저팅)

◆ 중산층 구매력 강화만이 경기회복 시킬 것

  (경기회복 여부는 중산층의 구매력에 달렸다 / 로버트 라이시)

◆ 경제 민주화가 되어야 성장을 할 수 있다

  (유럽에서의 불평등, 성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 카를로 밀라니)

◆ 지금 시대 행복의 조건은 평등

  (행복은 평등이다 / 로버트 스키델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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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9 / 26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경제민주화 국민운동본부 출범 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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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민주화 국민운동본부 출범 선언문]

 

1. 재벌개혁 경제 민주화는 시대적 과제다.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 우리 국민이 다시 생존의 기로에 섰다. 일을 해도 가난해서 벗어나지 못하는 워킹 푸어가 늘고 있고 국민의 60% 이상이 가계부채를 짊어진 채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갈수록 올라가는 교육비, 의료비, 통신비, 그리고 주거비는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지만 소득은 올라가지 않고 있다. 정규직 임금의 절반밖에 되지 않고 사회보험 사각지에 놓여있는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는 해소될 기미가 없으며 최저임금은 여전히 현실화되고 있지 않다. 99%의 삶이 더 고단해지고 있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다수 국민들은 소득이 오르지 않고 고용의 불안정성은 높아졌으며 사회의 불평등과 양극화는 심해졌다. 반면 친 기업적 이명박 정부가 집권하면서 규제완화, 감세, 고환율 유지의 뒷받침을 받은 재벌 대기업 집단은 경제위기 와중에서 ‘나 홀로 성장’을 누렸다. 대기업의 성장이 중소기업과 자영업, 노동자에게 전달된다던 적하효과는 작동되지 않았고, 99% 국민과 1%의 재벌 대기업 집단의 격차는 점점 벌어졌다. 결국 이명박 정부마저 ‘동반성장’과 ‘공정사회’로 방향을 틀었지만 변화된 것은 없다.

외환위기 이후 15년 만에 우리 국민들 속에서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게 된 것은 바로 이러한 상황에 기초해있다. 1%에 의해 경제적 부를 독식당한 99%가 경제적 권리와 정당한 몫을 되찾고자 나선 것이다. 나아가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를 초래한 경제구조를 개혁하여 공정하고 민주적인 경제 질서를 세워나가자는 것 바로 이것이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의 출발이다.

비단 이는 한국 국민만의 요구가 아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도 카이로에서 월가에 이르기까지 청년들과 시민들이 신자유주의가 초래한 세계적인 불평등에 저항하고 있다.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가 일시적인 유행에 그칠 수 없고 우리 시대의 과제가 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2. 재벌 경제 권력 집중으로 국민 생존과 민주주의가 위기다.

민주주의에서는 소수에게 힘이 집중되면 그 힘은 남용될 수 있다. 정치권력이 소수에게 집중되면 독재가 나타난다. 1970년대 유신정권이 대표적이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시장에서 지배력이 커지면 독점이 나타나고 공정경쟁을 해치는 경제 권력으로 발전한다. 지금 한국이 재벌 대기업 집단이 그러하다. 이미 재벌의 경제력 집중은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으며 심지어 국내 중소기업과 골목상권의 중소상인 사업영역까지 침범해 들어오고 있는 중이다. 나아가 시장에서의 독점 권력을 넘어선 ‘선출되지 않은 사회권력’, 이것이 오늘 한국 재벌 대기업 집단의 현주소이다. 견제할 사회세력도 그 어떤 견제장치도 작동되지 않는 권력이 우리 사회 민주주의의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독재 권력이 종식되지 않고 정치적 민주화를 생각할 수 없듯이 시장권력화 된 재벌을 규제하지 않고서는 경제 민주화를 말할 수 없다. 유통 대기업을 규제하지 않고 상인들의 생존을 말하는 것은 무의미하며, 매출의 절반 가까이 대기업에게 납품하고 있는 중소기업에게 납품단가 현실화를 회피하고 상생을 말하는 것도 허구이며, 주요 필수재나 내구재가 모조리 대기업의 독과점 품목인 현실에서 이를 외면하고 소비자 보호를 말할 수는 없다. 이를 동반성장과 상생이라는 이름 아래 재벌이 자율적으로 해결해주기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동반성장 정책에서 이미 입증되었다. 경제 민주화를 위해 재벌개혁과 재벌규제는 필수적이다.

 

3. 조속한 입법으로 경제 민주화 의지를 실천해야 한다.

한계에 이른 사회 경제적 양극화와 불평등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던 각 정당들과 18대 대선 후보들이 모두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를 최우선 과제로 들고 나왔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경제 민주화에 대한 엄청난 말의 성찬이 쏟아졌지만 실제 이루어진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오히려 이 와중에 대형 마트 일요 휴무제가 버젓이 무력화되고 있고 서울 마포 합정동 대형마트 신규 입점이 코앞이다. SJM과 만도기계 산업현장에서 불법적인 용역의 폭력으로 민주주의가 유린되는 한심한 상황이 방치되고 있다.

각 정당은 경제 민주화의 진정성을 논쟁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지금 정기국회에서 주요 재벌개혁 법안을 통과시켜 경제민주화를 진전시켜야 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확대나 총수 경제범죄에 대한 형량 강화, 그리고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등 불법행위에 대한 무거운 과세 등 여야가 세부법안까지 상당히 근접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룰 이유가 없다. 경제민주화가 여의도 정치용어가 아닌 국민의 삶의 현장에 뿌리내리게 하는데 국회가 나서야 한다. 당장 국정을 책임진 집권 여당 후보인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부터 경제민주화에 대한 입법 의지를 보여야 한다.

 

4. 시민의 힘으로 재벌개혁 경제 민주화를 이루자.

재벌이 이미 중소상인, 중소기업, 소비자, 노동자 등 각계각층 국민대중의 생존과 생활에 깊숙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신자유주의적 상생과 동반성장의 도그마에 갇혀 시장의 자율이나 재벌과의 사회적 타협만을 외쳐서는 국민대중의 심각한 생존과 생활의 위기는 해결될 수 없다. 국가경제의 발전이나 서민대중의 생존을 위하여 필요하면 법적 규제를 통해서도 중소기업?중소상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경제운영 전략의 대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법과 제도 이전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벌 대기업 집단이 시장 독식으로 피해를 받는 노동자, 중소상인, 농민, 중소기업, 그리고 소비자 당사자들이 자신의 경제적 권리와 정당한 몫을 찾고 경제 민주화를 위해 힘을 모으는 것이다. 경제 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위한 국민운동본부는 각계의 시민의 힘과 의지를 모아 경제 권력이 된 재벌 대기업 집단을 견제하고 경제 민주화를 시민 사회운동으로 발전시키고자 출범하게 되었다. 이제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는 정치적 구호나 입법 영역을 넘어서 재벌의 과도한 경제력 집중으로 직접적으로 피해 받고 있는 노동자와 소비자, 자영업과 상인, 중소 기업인들을 포괄하는 민생운동이 된 것이다.

경제 민주화 국민운동 본부는 출범에 즈음하여 발표한 경제 민주화 ‘3대 분야 13대 과제’를 당면의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제기하고 시민과 함께 실현을 위해 나설 것이다. 특히 이번 18대 대통령선거에서 각 후보들이 제대로 경제 민주화 공약을 제시하고 실현할 의지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비판할 것이다. 경제 민주화도 결국은 정치적 의지 문제이기 때문이다. 나아가서 우리사회의 양극화와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99%의 연대’로 발전시키기 위해 경제 민주화 국민운동 본부는 노력할 것이다.

 

2012년 9월 25일

경제 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위한 국민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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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연의 [잇:북]2012.07.31 11:22

2012 / 07 / 30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테마북] 재벌개혁 경제민주화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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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장. 경제 자유화인가 경제 민주화인가.

2장. 재벌개혁 없는 경제 민주화는 가능한가.

3장. 경제 민주화와 시장의 역할, 국가의 역할

4장. 경제 민주화인가 보편복지인가.

 

[글머리에]

불평등의 세계화, 경제 민주화를 부활시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시민운동의 화두는 ‘불평등(inequality)’해소이다. ‘1%에 의한, 1%를 위한, 1%의’ 사회를 개혁하여 99%가 더 나은 삶을 보장받는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1990~2000년대 신자유주의 경제 성장기에 감춰졌던 소득 불평등 구조가 경제위기가 터지면서 수면위로 부상했다. 위기에도 불구하고 상위 1%는 타격을 거의 받지 않는데 비해 서민은 심각한 빈곤으로 떨어져 생존권을 위협받고 중산층은 쪼그라드는(squeezed middle)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도 다르지 않다. 2010년 기준 한국의 상위 1%가 차지하고 있는 소득 비중은 11.2~11.5%인데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의 6.97%에 비해 거의 두 배가 늘어난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사회의 경제적 불평등과 상위 1%로의 부의 쏠림현상이 심각했음을 알 수 있다.

위기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상위 1%인 금융회사들이 손실을 사회화시키면서 오히려 불평등을 심화시키자, 2011년 카이로에서 스페인, 이스라엘, 영국, 인도, 그리고 월가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서 1%의 탐욕과 불평등에 저항하는 시민사회의 운동이 확산되어갔다. 불평등의 세계화가 저항의 세계화를 낳은 것이다.

중국효과 덕분에 위기의 충격에서 다소 벗어나 있었던 동아시아의 불평등 심화 역시 예외는 아니었고 한국경제도 마찬가지였다. 2010년에는 6%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고 2011년7월까지 주가가 2200포인트에 도달한 한국경제지만, 그것은 삼성과 현대차 등 유력 재벌의 ‘나 홀로 성장’이거나, 세계적 과잉 유동성이 신흥국에 흘러들어온 ‘해외자본 유출입 효과’로 만들어진 것일 뿐, 국민들의 생활향상과 동떨어졌다.

우리나라에서 고용불안과 경제적 불평등, 불공정의 뿌리이자 부를 독점하는 1%가 있다면 당연히 그 맨 앞자리에 재벌 대기업 집단이 있어야 한다. ‘부유한 월가와 가난한 미국 국민’이 있다면 ‘부자 삼성과 가난한 한국 국민’이 우리 앞에 있는 냉엄한 현실인 것이다. 시위에 참여한 미국 시민들이 ‘월가에게 금융규제를, 증세를, 사법처리를’ 구호로 내걸고 있다. 한국에서는 재벌 대기업 집단에게 규제를, 증세를 해야 하고 불법적인 증여 상속 등에 대해 법의 엄정한 집행을 해야 한다. 재벌개혁 경제 민주화는 이러한 역사적 흐름을 배경으로 하여 외환위기 이후 15만에 역사적으로 부활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과거처럼 자본시장 범주 내에서의 일부 소액 투자자 운동이나 전문가 운동이 아니라 ‘시민적 민생운동’으로 차원을 달리하면서 상인들과 소비자, 노동자들과 중소기업의 생활현장에서 부활하고 있다.

 

경제 권력이 집중되면 경제 독재가 나타난다.

월가 시위대들의 분노의 표적이 된 월가 초대형은행에 견줄만한 대한민국의 1%는 누구일까. 바로 삼성, 현대, SK, LG로 대표되는 재벌 대기업 집단이라고 주장할 근거가 있는가? 삼성과 현대 그룹의 공식적인 자산 총액은 한 해 국가 예산규모를 상회하는 330조원이 넘는다. SK와 LG까지를 포함하는 4대그룹의 작년 매출액 603조 원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 규모의 절반을 웃돈다. 이들은 금융위기 이후에도 그 규모를 계속 키워서 2007년 대비 계열사 수자가 최소 30%이상 늘어났다. 2012년 삼성그룹이 81개, 현대 그룹이 56개, 그리고 SK그룹이 94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너무 커져서 도저히 해체나 파산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지경이다. 더욱이 이들은 과거처럼 정권의 눈치나 보는 위약한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정권에게 훈수를 두고 여의도 국회에 촘촘하게 로비를 하며 자사 싱크탱크를 동원하여 이데올로기를 만들어낼 능력까지 보유하게 되었다. 미국의 월가가 그런 것처럼 진정한 실세로서 권력을 쥐게 된 것이다.

힘이 집중되면 그 힘은 남용될 수 있다. 정치권력이 집중되면 독재가 나타나고 시장 점유율이 집중되면 독점이 나타난다. 나아가 시장에서의 독점 권력을 넘어서 ‘선출되지 않은 사회권력’으로 진화하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더 걱정스러운 것은 커져가는 재벌권력을 제어할 최소한의 법적 제도적 수단들이 모두 해제되고 마땅한 견제 세력도 없는 실정이다. 김종인 전 의원은 "정치민주화의 골자가 정치독재를 막는 것이었다면, 경제민주화의 골자는 경제독재를 막는 것"이라며 경제 민주화가 반드시 재벌개혁을 수반해야 함을 지적하고 있다. 정당한 주장이다.

 

헌법에 따라 국가는 시장의 경제 권력을 규제해야한다.

외환위기 이후 15년 동안 규제를 완화하고 시장의 자율에 맡긴 결과는 양극화의 심화였고 재벌권력의 비대화였다. 양극화는 더 이상 시장의 자동조절 메커니즘으로 완화되지 않으며 재벌권력도 시장에서 견제되지 않는다. 헌법의 민주주의 정신에 따라 국가가 나서야 한다. 일부에서는 헌법 119조 2항의 경제 민주화조항 이전에 119조 1항 경제 자유화 조항이 있다면서 국가의 시장개입을 지금처럼 막으려고 한다.

그러나 시장은 신성불가침의 성역 같은 것이 아니다. 우리의 헌법 제 1조 1항은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가 민주 공화국임을 선언하고 있다. 민주주의가 모든 가치에 우선한다는 뜻이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이 시장 경제와 경제 주체들의 자유를 옹호한다면 그 역시 민주주의에 가장 부합하는 경제 형태이기에 선택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시장 경제는 선험적인 절대 선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장이 잘 작동하는 영역이 있는가 하면 보건이나 교육처럼 시장 메커니즘으로 해결이 안 되는 생활 영역도 있을 것이다. 금융처럼 시장에서 작동시키되 일정한 규제나 공공의 참여가 필요한 영역도 있다.

모두 민주주의라는 가치 안에서 작동해야 한다. 자유 시장을 해치지 않는 한도에서 경제 민주화를 말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시장의 자유가 있는 것이다. 새로운 체제를 만드는 화두가 경제 민주화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리고 제 1 과제는 민주주의 허용범위를 심각한 수준에서 일탈한 동시에 자유 경쟁시장 조차 파괴하고 있는 재벌의 이익추구 행위를 개혁하는 것이다. 이제 헌법 119조 2항이 명시한 경제에서의 국가의 역할 즉, ①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 ② 적정한 소득의 분배, ③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 남용 방지, 그리고 ④ 경제 주체간의 조화를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할 시점에 있다.

지금 경제 민주화의 가장 긴급하고 우선적 과제는 국민경제라고 하는 경제 생태계에서 재벌의 독식이 도를 넘어섬으로써 노동자, 상인, 소비자, 중소기업 등 나머지 경제주체들이 같은 공간에서 생존하고 공생할 수가 없게 되었다는 데 있다. 재벌구조 내부의 민주화를 논하기에 앞서 재벌과 여타 경제주체들이 같은 국민경제 생태계에서 공존할수 있도록 할 민주화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가는 재벌의 과도한 경제력 남용을 억제하는 한편, 과도하게 권리가 침해된 다른 경제주체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재벌들과 공기업들부터 비정규직 사용 남용이나 정리해고 남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더 많은 노동자들이 단결하고 단체 협상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이름아래 십 수 년 동안 진행되어 온 체계적인 노동권 약화시도를 되돌려야 한다.

경제위기 이후 새로운 재벌개혁운동을 일으킨 상인들이 지역 상권에서 생존하고 서로 협력하여 발전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들을 보강해야 한다. 소매, 도매, 온라인 시장에서의 재벌들의 무차별 진입을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

주요 필수 품목들에 대한 재벌의 독과점 가격 횡포와 담합행위 등을 당사자인 소비자들이 직접 해결할 수 있도록 소비자 집단소송 요건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 납품 중소기업들의 원가절감과 기술혁신, 생산성 향상 노력이 정당하게 이익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재벌들의 무리한 납품가격 인하를 억제해야 한다. 스스로 납품가격 협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중소기업 단체들에게 협상권을 부여해야 한다.

무엇보다 재벌의 과도한 경제력 남용을 방지하고 일정한 제도적 틀 안에서 경제활동을 하도록 기업집단법과 같은 제도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각종 세금 감면 등 이미 종료했어야 할 특혜도 이젠 거둬야 한다. 이익독식을 노린 탈법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같은 강력한 벌칙이 뒤따라야 하고 재벌을 감독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권한을 대폭 보강해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 재벌 집단 내부의 의사결정체계나 소유 지배구조, 상속 관계 등이 아무래도 좋다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내부구조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밖으로 잘못된 행동이 나오는 것이다. 무리한 사업 확장이 무리한 이윤추구를 불러오는 것이고, 독단적인 의사결정이 주위의 이해관계자의 이익 침해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경제 민주화는 한 시대의 과제다.

김종인 전의원은 "1962년부터 1987년까지 25년은 압축 성장, 1987년부터 2012년 현재까지 25년은 정치민주화의 시기였다면 앞으로는 경제민주화의 시기"라고 규정했다. 맞는 말이다. 보편 복지와 함께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는 일시적 구호가 아니다. 지금까지 수십 년 역사를 통해 누적된 구조적 문제와 시대적 전환의 산물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보편복지와 경제 민주화는 2010년대 내내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의제가 되어야 한다. 더욱이 경제 민주화는 금융 민주화로, 노동 민주화로 그 내용을 더욱 확장시켜 나감으로써 우리사회가 경제적 민주주의를 심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한 마디로 한국사회가 ‘정치 민주국가’이자 ‘경제 민주국가’, 그리고 ‘보편 복지국가’가 되려는 긴 도정을 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공룡이 이 지구상에서 사라진 것은 초식동물을 위한 풀과 나무를 다 먹어치워서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현재 대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소기업 업종과 중소상인들을 괴멸시키는 상황인데, 그렇게 되면 결국 대기업도 죽게 되어 있습니다." 2011년 재벌개혁 이슈가 부상하기 시작할 때 지식경제위위원회 위원장을 맡던 민주당 김영환 의원이 한 발언이다. 점점 더 ‘상수’가 되어가는 경제위기 국면에서 공룡의 횡포를 막아 생태계를 지켜보자는 경제주체들의 생존 움직임이 바로 경제 민주화다. 재벌 독식의 ‘약탈적 공생관계’를 개혁하고 진정한 공생이 가능한 경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또한 경제 민주화의 목표와 지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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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6 / 28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재벌개혁 없는 경제 민주화가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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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1. 한국의 점령운동은 누구에게 향하는가?
2. 이스라엘 시민들이 재벌에 분노한 이유
3. 재벌과 투기자본 중 하나를 ‘선택’하라니?
4. 재벌개혁 없이 경제 민주화가 가능한 영역은 없다.

 

[본 문]

지난 6월 22일 새사연과 참여연대, 민변, 민주노총을 포함한 각계의 단체들이 연대하여 ‘경제 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위한 시민연대’(경제 민주화 시민연대) 준비조직을 만들었다.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가 논쟁의 장에서 실천의 장으로, 개별적 저항에서 연대운동으로 전환되는 순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

경제 민주화 시민연대는 “재벌이 이미 중소상인, 중소기업, 소비자, 노동자 등 각계각층 국민대중의 생존과 생활에 깊숙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말로만 하는 동반 성장론이나 재벌과의 타협론은 국민대중의 심각한 생존과 생활의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으로, 아주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경제민주화와 재벌체제 개혁을 위한 정책 및 입법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결성 취지를 밝히고 있다.

시민연대의 명칭에서나 결성 취지문에서 이른바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가 항상 함께 따라다니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경제 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위한 시민연대’의 약칭을 ‘재벌개혁 시민연대’로 할 것인가 아니면 ‘경제 민주화 시민연대’로 할 것인가를 두고 약간의 토론도 있었다. 보다 포괄범위가 확장된 경제 민주화 시민연대로 어렵지 않게 약칭을 정했지만 그 안에 재벌개혁이 전제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경제 민주화와 재벌개혁은 어떤 상관관계에 있을까. 더 나아가 재벌개혁을 강조하지 않고 경제 민주화를 주장할 수도 있는 것일까.

 

1. 한국의 점령운동은 누구에게 향하는가?

외환위기 이후 15년 만에 재벌개혁 요구를 다시 우리사회의 가장 중요한 의제로 다시 끌어올려준 것은 글로벌 경제위기였고 이로 인한 불평등의 심화였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재벌개혁 경제 민주화운동은 2011년 카이로에서 월가까지 세계를 휩쓸었던 월가 점령운동의 맥락과 닿아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우리나라에서는 ‘점령하라’ 운동이 왜곡되어 전개되었다. ‘1퍼센트에 맞서는 99퍼센트의 운동’이 투기적인 세계 금융 자본과 재테크 자본시장에 대한 비판의 맥락에서 전개된 것이 아니라, 반재벌 운동의 맥락에서 전개된 것”이라는 비판이 일부에서 제기되었다. 우선 이러한 문제제기부터 풀어보도록 하자.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그 동안 감춰졌던 불평의 세계화가 수면위로 부상하고 이것이 곧 저항의 세계화로 전환되었다. 그 상황에서 세계적인 분노의 대상이 월가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금융자본인 것은 맞다. 그러면 한국에서 글로벌 투자은행의 한국버전이라고 할 여의도 증권가 자본이 우리 국민의 분노의 대상이고 99%가 저항해야 할 1%인가. 아니다. 우리 연구원은 한국에서 점령운동 시위를 하기도 전인 2011년 10월 초에 아예 의도적으로 운동을 왜곡할 목적의 주장을 했다. 한국에서는 월가점령운동을 도식적으로 모방하여 여의도 증권가 앞에서 시위를 하면 안 되고 삼성과 같은 재벌 대기업 집단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월가 시위대들의 분노의 표적이 된 월가 초대형은행에 견줄만한 대한민국의 1%는 누구인가. 우리 경제에서 ‘너무 커서 존재해서는 안 되는 존재’는 누구인가. 바로 삼성, 현대, SK, LG로 대표되는 재벌 대기업 집단이다. 삼성과 현대 그룹의 공식적인 자산 총액은 한 해 국가 예산규모를 상회하는 330조원이 넘는다. SK와 LG까지를 포함하는 4대그룹의 작년 매출액 603조 원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 규모의 절반을 웃돈다. 이들은 금융위기 이후에도 그 규모를 계속 키워서 2007년 대비 계열사 수자가 최소 30%이상 늘어났다. 현재 삼성그룹이 78개, 현대 그룹이 63개, 그리고 SK그룹이 86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너무 커져서 파산시킬 수 없을 지경이 아닌가. 더욱이 이들은 과거처럼 정권의 눈치나 보는 위약한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정권에게 훈수를 두고 여의도 국회에 촘촘하게 로비를 하며 자사 싱크탱크를 동원하여 이데올로기를 만들어낼 능력까지 보유하게 되었다. 미국의 월가가 그런 것처럼 진정한 실세로서 권력을 쥐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삼성의 스마트폰 선전의 예로 알 수 있듯이 월가와 달리 부단한 기술혁신과 경쟁력 강화로 얻은 대가이고 때문에 비난받을 수 없는 것인가.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이미 올해 상반기에 크게 공론화된 것처럼, 하청기업에 대한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 골목상권이나 MRO사업 등에 이르기까지 무분별한 시장 잠식, 통신과 유류를 포함한 각종 독과점 가격 등을 통한 이익추구가 대기업 현금창고를 채우는데 기여했던 것이다. 또한 경제위기 와중에 정부의 규제완화, 감세, 고환율 정책의 지원을 받아 수익행진을 구가했음도 주지의 사실이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고용불안과 경제적 불평등, 불공정의 뿌리이자 부를 독점하는 1%가 있다면 당연히 그 맨 앞자리에 재벌 대기업 집단이 있어야 한다. ‘부유한 월가와 가난한 미국 국민’이 있다면 ‘부자 삼성과 가난한 한국 국민’이 우리 앞에 있는 냉엄한 현실인 것이다. 시위에 참여한 미국 시민들이 ‘월가에게 금융규제를, 증세를, 사법처리를’ 구호로 내걸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재벌 대기업 집단에게 규제를, 증세를 해야 하고 불법적인 증여 상속 등에 대해 법의 엄정한 집행을 해야 한다. 한국에서도 99% 국민운동이 번질 조짐이다. 99%를 환영한다. 당사자의 행동이야말로 진정한 변화를 열어갈 최후의 대안이기 때문이다. 99% 한국 국민이 저항해야 할 1%는 재벌 대기업집단이며 요구해야 할 핵심구호는 재벌개혁이다.”

 

2. 이스라엘 시민들이 재벌에 분노한 이유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런 ‘왜곡’은 우리나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대표적으로 이스라엘 시민들도 2011년 저항운동의 칼끝을 자국의 재벌을 향해 겨눴다. 그리고 그 결과 실질적인 2012년 4월 정부로부터 실질적인 재벌 쪼개기 조치를 받아냈다.

지난해인 2011년 8월 700만 인구의 이스라엘에서 30만이 거리로 나왔던 전무후무한 시위가 있었고, 이는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우리의 경우처럼 아랍권과 대치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특수 조건 때문에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주택 값이 너무 올라 텐트시위를 한 것이 발단이었으니 정확히 지난해의 세계적인 저항운동의 궤도위에 있었던 시위임은 물론이다.

그런데 이스라엘도 앞선 튀니지나 아랍처럼 치솟는 물가를 감당하기 어려워했던 서민들이 시위를 한 것인가. 유사하기는 하지만 약간 다른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의 물가는 4%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인플레이션이 직접적인 시위의 원인이었던 이집트의 작년 물가 상승률이 13%이었고, 인도가 6.8%, 중국이 5.4%, 그리고 우리나라 4.0%였던 것을 생각해보면 종합적인 소비자 물가 상승이 이스라엘 국민을 거리로 나오게 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남유럽처럼 실업이 심각한가. 아니다. 실업률도 경제위기 초기에 7% 수준에서 작년에 5.6%로 낮아지면서 완화되고 있는 중이다. 최근 유로 지역 실업률이 10%를 돌파하고 스페인은 20%를 훌쩍 넘어간 것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 그러면 부채와 재정 상태는 어떤가. 국가총부채는 GDP의 74%정도이고 재정적자 규모도 -4%전후여서 그 자체만으로는 유럽 국가들에 비해 심각하다고 할 만한 것은 아니다.

그러면 이스라엘 시민을 분노하게 만든 것은 무엇이었나. 역시 핵심은 불평등이었다. OECD국가들 가운데 이스라엘보다 불평등 정도가 높은 국가들이 4개 국가 밖에 없을 정도로 이스라엘의 불평등은 심각하다. 2008년 기준 이스라엘의 지니계수는 3.9인데, 유럽 연합이 3.0 전후이고 우리나라도 3.1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3만 달러 국가치고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불평등 정도를 기록하고 있다. 2000년대 초에 3.5에서 빠르게 악화된 것이다. 이러한 불평등의 결과 2008년 기준 빈곤선 이하의 가구가 무려 24%였다는 것, 때문에 상당한 가구가 소득으로 식료품과 주거, 교육과 건강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분노가 폭발한 것이 바로 2011년 8월의 이스라엘 시위였다는 것이다.

심각한 불평등 구조가 계속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약간의 추가적인 물가 인상이나 소득정체도 곧바로 생활의 타격을 받게 된다. 그런데 불평등과 물가 부담의 본원적 원인이 독점적 재벌(monopolistic conglomerates)이 경제를 통제하여 독점가격을 매기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스라엘 시민들의 판단이었던 것이다. 최근 우리 국민들이 석유가격에 대한 정유 독점재벌의 독점가격이 있고, 통신비에도 통신재벌들의 독과점 가격이 있다는 강한 의문을 갖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덧붙이면 이처럼 물가가 전반적으로 비싼 가운데, 동시에 이스라엘의 과도한 군사비 때문에 교육과 보건의 공적 지출 비중이 구조적으로 적어 사회보장 시스템이 취약했던 것도 한 몫을 했던 것이다.

규제 풀린 금융시스템이 붕괴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경제를 장기침체로 몰아넣고 소득 불평등의 강도가 커지면서 전 세계 시민들이 곳곳에서 저항운동을 시작했다. 논리적으로는 이들에게 공통의 분노의 대상은 월가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금융자본일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일으킨 장본인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구체적인 형태는 국가마다 다르다. 신자유주의가 착근된 형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해외자본이 좌우하는 금융시장과 재벌 대기업집단이 절대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실물시장으로 이중화 되어있는 특징이 있다. 때문에 한국경제의 구조개혁도 한편에서는 금융시장에서의 대외충격을 줄이기 위한 ‘자본통제’와, 다른 편에서의 실물시장에서의 재벌의 독점 횡포를 억제하기 위한 ‘재벌개혁’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금융통제와 양극화 해소는 민주적 대안의 길에서 같이 가야 할 두 바퀴 친구가 되어야 한다.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는 금융통제 없이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들이 계속 되었던 것을 새길 필요가 있다.

 

3. 재벌과 투기자본 중 하나를 ‘선택’하라니?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서 최근 세 가지 갈래의 의견들이 있다. 첫째 의견은 의외로(?) 보수적인 새누리당에서 대변해 주었다. 지난 6월 5일, 새누리당 경제 민주화 실천모임에서 이혜훈 최고위원이 6쪽 자리 발표 자료를 통해 “재벌개혁은 경제 민주화를 위한 선결조건”이라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는 힘의 균형과 견제인데 재벌의 경제력 집중은 이러한 힘의 균형과 견제의 원리가 원천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게 막아 힘의 남용을 초래한다.” “정치권력이 집중되면 독재의 폐해가, 시장 점유율이 집중되면 독점의 폐해가 나타난다.” “경제의 영역에서 민주화를 달성하기 위한 경제 민주화는 이러한 민주주의 원리가 작동되지 못하게 하는 재벌의 문제점을 고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혜훈 최고위원의 주장은 가장 상식적이면서도 정당한 주장이다. 이런 주장을 개인 이혜훈이 아닌 전체 새누리당이 얼마나 수용하고 지속시킬지는 일단 지켜보도록 하자.

그러면 정작 당사자인 재벌들의 생각은 어떨까. 경제 민주화의 칼끝이 자신들에게 향해 있음을 잘 알고 있고 있는 전경련은 경제 민주화가 자신들이 아닌 그 누구에게 향해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다만 규제를 할 때는 법률에 근거해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할 뿐이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대 중소기업 간 양극화 해소를 위해 ‘재벌 구조의 경제 민주화’ 와 ‘재벌과 중소기업 간 경제 민주화’를 강조하며 다양한 정책들을 제시하고”있다면서, “사전적인 행정규제 중심의 대 중소기업 간 양극화 해소 정책들을, 되도록 사후적인 사법적 구제강화 정책들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소비자 등의 이익에 부합하는 헌법 합치적 양극화 해소방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세 번째 의견은 앞서 보았듯이 한국의 점령운동이 재벌을 향한 것이 ‘왜곡’이라면서 경제 민주화운동이 필요하다면 그 핵심 문제제기 대상은 재벌 보다는 투기자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실세가 미국인가 군부독재인가 하는 오래된 논쟁이 떠오르기도 한다. 물론 우리나라 주요 재벌기업은 과거 군부정권과는 차원이 다르게 단순히 국내자본이 아니고 이미 글로벌 플레이어인 점부터가 확연히 다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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