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전직 대통령이 연이어 우리 곁을 떠나고 세계적 금융위기의 여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 난히도 길게 느껴졌던 2009년이 저물고 새해가 밝았다. 새사연은 2010년을 전망하는 연속 기획 [2010 전망]을 마련했다. 올해는 ‘불확실의 시대’로 규정된다. 2009년 하반기로 가면서 차츰 소강상태로 접어든 위기가 다시 파국적 결말을 맞을 것이란 전망도 옳지 않지만, 그렇다고 OECD 최고의 경제회복과 G20 국격 제고라는 장밋빛 치장에만 몰두하는 전망 역시 믿기 어렵기 때문이다 .
이처럼 2010년을 보는 시선 속에는 잿빛 비관과 장밋빛 낙관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새사연은 이 실타래 속에서 ‘희망’이 라는 가늘지만 질긴 실을 찾아 풀어내보려 한다. 여러분도 함께 찾아보길 기대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총괄 : 2010년을 새로운 경제 화두의 원년으로
2. 미국 경제 : 불안한 2010년 미국경제 전망
3. 한국 경제 : 출구전략이 아닌 구조개혁이 필요한 2010년 한국경제
4. 고용 전망 : ’신(新)고용전략’의 과제
5. 정치 분야 : 진보세력은 지방선거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6. 보건(사회) 분야 : 2010년 화두, 살만한 세상만들기 프로젝트
7. 남북관계 : 전환기의 한반도, 새로운 10년을 준비해야 할 때
8. 가계 부채
9. 2010년 가정 경제 운용을 위한 제언
10. 교육 분야

1. ‘전환적 해’를 맞이하며

극적인 반전을 보여주었던 2009년이 지나고, 2010년이 밝았다. 지난해 8월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으로 마련된 극적인 반전은 12월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방북으로 새로운 전환을 예고하면서 끝을 맺었다. 이제 2010년은 이러한 반전의 계기가 이어져서 새로운 한반도가 만들어질지 그렇지 못하면 또 다른 우여곡절을 맞이하게 될지 변곡점이 될 해로 기록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것은 올해 신년사설에서 북한이 보여주는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대화와 협상의 자세와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구축을 위한 관련국들의 논의가 점차 더 구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그 전모가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미국, 중국을 비롯해 일본 그리고 우리 정부까지 여러 가지 다양한 협상과 새로운 사태 전개를 예고하고 있는 데서 중요한 ‘전환적 해’가 될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전환적 해’의 내용을 채우게 될 것은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 6자회담 등 다자회담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 그리고 북미관계 정상화 등이 될 것이다. 이미 지난해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한반도 비핵화와 더불어 평화체제 문제가 향후 핵심적인 협상 내용이 될 것임을 분명히 했고, 클린턴 국무장관은 나아가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논의까지도 예고한 바 있다. 이렇게 보았을 때, 올해는 현재 교착상태에 있는 6자회담과 더불어 다양한 형식의 양자회담이 벌어지고, 이를 둘러싼 각국의 치열한 전략과 전술이 부딪치는 숨 가쁜 해가 될 전망이다.

이는 지금까지 남북관계에서 비공식 접촉 이외에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던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이 커다란 도전 앞에 놓이게 됨을 의미한다. 한반도 평화체제, 비핵화, 그리고 관계 정상화 그 어느 하나 쉽지 않은 과제이며, 이를 두고 우리 정부가 어떠한 정책적 지향성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향후 남북관계도 요동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편, 북미관계 역시 올해 5월에 앞두고 있는 NPT 검토회의, 미국의 중간선거, 그리고 이란을 비롯한 중동 정세 등의 변수에 따라 현재의 변화를 지속하여 새로운 관계 형성으로 나아가게 될지, 또 다른 걸림돌을 만나게 될지 불확실하지만 적어도 현재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고위급 회담을 비롯한 관계정상화를 향한 중요한 일보를 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일각에서는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가 논의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으며, 현실적으로 북미간 직접 협상이 이어지면서 결국에는 관계 정상화를 위한 중요한 진전을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일본 역시 하토야마 총리의 방북 의향 표명이 지난해 말에 이어 올 초부터 이어지고 있으며, 이미 상당한 수준의 비공식 접촉이 이어지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밀접한 협력관계를 보여주고 있는 북중관계는 올해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오히려 중국의 적극적인 중재자의 역할과 평화체제 구축에서의 주도적 역할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이 가까운 시일 내에 성사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현재의 변화에 대한 북한과 중국의 보다 긴밀한 협조와 경제협력의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

결국 올해는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일련의 협상,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혹은 다자회담) 그리고 북미관계 정상화라는 세 개의 키워드를 둘러싸고 다양한 양자회담과 다자회담이 교차하는 해가 될 것이다. 비록 미국의 중간선거, 일본의 참의원 선거, 그리고 우리의 지방선거가 변수로 작용할 것이지만, 현재의 국면에서 심각한 경색과 충돌로 반전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 정부의 선택이 될 것이다. 우리 정부 역시 올해에 들어와 정상회담 추진 등의 전향적인 자세가 엿보이지만 아직까지 정책 전환의 조짐이 분명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2010년은 우리 정부에게도 도전과 선택의 해가 될 전망이다.

2. 북미관계 - 한반도 평화 및 비핵화, 그리고 관계 정상화

2010년의 최대 관심사는 과연 북미관계가 어떤 형태로 드러날 것인가에 있다. 물론, 그 이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북미관계의 향방은 현재의 정세를 규정하는 1차적 요인임에는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0년의 북미관계를 보다 더 주목하는 이유는 지난해에 있었던 보즈워스 방북과 협상의 내용이 올해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날 것인가가 2010년의 한반도 정세를 규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보즈워스의 방북은 북미간 대결의 악순환을 협상의 국면으로 확고하게 전환했으며, 이는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의 근본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보즈워스 방북 이후, 북미 모두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목표를 공유했고(이는 곧 9.19 공동성명의 존중을 의미), 나아가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필요성에도 공감했음이 밝혀졌다. 문제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의제의 우선 순위와 이의 실행이 어떠한 방식으로, 어떠한 협의틀을 통해 진행될 것인가에 있다. 지난 해 방북 직후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기자회견이나 북한 외무성의 발표에서 동시에 지적된 양자 사이의 차이점은 바로 이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미 양자회담과 다자회담의 병행적인 진행을 밝혔고, 부분적으로 이는 북미 직접 협상, 북중회담 등을 통해서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도 북미 직접 협상이 실질적인 협상의 축으로 진행되면서 북중, 북러, 북일 간의 양자 협상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고, 여기에 남북 협상이 이들 회담과 공통성과 독자성을 가지면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여기에는 우리 정부의 정책 선택이 어떻게 이루어지느냐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올해의 북미관계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서 몇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우선은 5월의 NPT 검토회의이다. 비록 후퇴하고 있지만, ‘핵 없는 세상’을 주장한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 지향을 살펴보았을 때, 북한과 핵문제의 성과를 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갈수록 꼬이고 있는 이란 핵문제와 달리 북한의 핵문제는 협상을 통해, 그것도 북미간의 협상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며 양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주고받기’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조선신보>의 보도에서 추측할 수 있는 바와 같이, 북한은 이미 핵포기에 대한 결단을 내부적으로 내린 것으로 보이며, 미국의 협상 여하에 따라 이를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단계적인 폐기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으로서는 5월의 NPT회의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도 북한 핵문제의 가시적인 결과물을 얻고자 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상반기 중으로 북미간의 직접 협상이 이루어지고, 고위급 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북미간 고위급 회담은 두 번째로 눈 여겨 보아야 할 지점이다. 이미 북미간에 놓인 문제는 6자회담의 틀과 수석 대표의 위상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의제로 이동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 및 핵포기, 평화체제 그리고 관계정상화의 문제는 현재의 협상틀로는 담아내기 어렵고, 따라서 고위급의 정치회담이 필연적으로 요청된다. 의제의 무게감에 비추어 보았을 때,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방북이 예상되며, 이렇게 본다면 2000년 당시 조명록 특사와 울브라이트 국무장관의 교차방문과 그해 10월에 발표한 ‘조미공동코뮤니케’가 재등장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겠다. 여기에 지난 2007년 ‘10.4 정상선언’에서 남북이 합의한 3자 혹은 4자 회담을 상기한다면, 한반도 평화체제는 남북미중의 4자에 의해 우선적으로 ‘종전선언’으로 이루어지고, 핵폐기 과정도 병행하여 평화체제 구축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4자 정상 혹은 최소한 외무장관급의 회담이 요구된다. 올해 이 과정이 이루어질 수 있는지는 아직 확정하기 어렵지만, 상반기 중 클린턴 국무장관의 방북이 이루어진다면 올해 안에 베이징 등에서 4자간 ‘종전선언’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북미관계 정상화는 일정한 시간이 요구되며, 미국내 법적인 문제 등으로 전격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만, 이와 관련해 북미 양국의 연락대표부(혹은 연락사무소) 설치 등의 수교 전 단계 과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배제하기 힘들다. 일부의 보도에 의하면,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방북 시에 전달된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에는 북미 관계정상화의 의지와 연락사무소 설치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북한의 경우 관계정상화보다는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철회와 평화체제 구축을 우선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선순위 문제가 지난해 양측의 회담에서 차이점으로 지적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평화체제, 관계 정상화가 맞물리면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북미간 신뢰관계로 보았을 때, 협상은 포괄적으로 진행하되 이행은 단계적으로 ‘행동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따라서 대북 적대정책 철회와 북한의 핵포기 선언, 평화체제 구축과 단계적 핵폐기 등이 서로 맞물리면서 그 결과물로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그리고 북미간 관계정상화의 진전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에는 몇 가지 부정적인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즉, 위의 과정은 모두 북한과 미국이 모두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려는 의지가 확고하게 지속되어야 하며, 국내 정치적인 변수에 의해 흔들리지 않을 때만이 가능할 것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올해 중간선거가 예정되어 있으며, 중동의 정세 - 특히, 파키스탄 및 아프카니스탄에서의 대테러전쟁, 이란 핵문제 등 - 역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지금까지 남북관계에 별다른 전향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우리 정부의 태도도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더욱이 오바마 행정부의 경우 과거 부시 행정부와 달리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중시하는 외교정책을 전개하고 있는 조건에서 우리 정부의 자세는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변수가 비록 중요한 것임에는 틀림없지만 지금의 대화와 협상의 국면을 대결의 국면으로 후퇴시킬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결국 올해의 북미관계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중심으로 - 몇 가지 걸림돌이 있겠지만 - 고위급 회담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는 남북관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과정은 비교적 빠른 시간에 즉, 상반기 중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3. 남북관계 - 북한의 적극적인 유화공세와 주저하는 MB

올초 북한의 신년사설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 표명을 담고 있다. <조선신보>는 더 나아가 ‘극적 사변’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까지 남북관계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전하고 있다. 특히, 이들 표현의 전후 맥락을 통해 지난 정상회담의 과정을 언급함으로써 올해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에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 정부 또한 지난해 말부터 대북 인도적 지원에 적극성을 띠고, 올초에는 남북관계에 새로운 전기를 만들어 내야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남북간에 ‘이심전심’의 정상회담 분위기 조성이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 정도의 수사라면, 남북간에 어느 정도의 정상회담에 대한 공감대 및 일정한 협의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지난해 3차례에 걸친 정상회담을 위한 비공식 접촉이 서로간의 입장차이로 결렬된 것에 비추어보면, 그 이후에도 이러한 비공식적 접촉과 접점을 형성했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경우, 2012년을 바라보면서 대미관계와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진전 - 되돌릴 수 없는 북미관계정상화와 남북관계의 안정적인 진전 - 을 목표로 하고 있고, 이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비핵화 나아가서 남북 협력관계의 새로운 단계로의 발전을 의미한다. 북한의 이러한 목표는 2012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해’를 위한 전략적 판단에 기초하고 있으며, 따라서 쉽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지금까지의 남북관계의 교착과 경색은 우리 정부의 ‘6.15’ 및 ‘10.4’ 양 선언의 불이행 및 대북 강경책에 보다 큰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하여도 쉽게 풀릴 것 같지 않았던 남북관계가 급격하게 유화국면으로 전환된 것은 현정은 회장의 방북과 김정일 위원장의 면담, 그리고 고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한 특사조의사절단의 방문이었다. 이를 계기로 남북간에는 비공식접촉이 이어졌고, 이산가족 상봉 등 부분적인 협력사업이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비핵개방 3000’에 기초한 대북정책을 고수하였고, 북한의 적극적인 유화정책에 주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난해 말부터 약간의 변화된 듯한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은 북미간의 직접 협상에 따른 압력을 들 수 있다. 여기에는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방북 이후 변화된 정세도 자리하고 있다. 또한 일본 역시 북한에의 접근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이 지속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자칫하면 뒤처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 역시 남북 정상회담을 통한 주도권 및 당사자 입장을 주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국내 정치적 상황을 들 수 있다. 세종시 문제, 4대강 문제 등 국내 정치적 현안의 복잡함과 지방선거를 앞둔 정부 및 여당의 선택이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내 정치적 반전을 꾀하고자 하는 정부의 입장에서 정상회담 카드는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

남북의 정상회담은 지금까지의 남북 경색 국면을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북미관계의 개선 및 한반도 평화체제, 그리고 비핵화에 중요한 진전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특히, 현재 끊어진 금강산 관광과 개성관광 등의 남북 협력 사업이 제자리를 찾게 될 것이다. 이는 결국 지금까지의 정부 대북정책이 결국에는 화해와 협력의 정책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를 둘러싼 우리 사회 내의 갈등이 보수의 분열이라는 새로운 현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정상회담을 둘러싼 정치적 역학관계의 문제는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된다. 지난 정상회담을 위한 비공식 접촉이 무원칙적으로 언론에 흘러나온 이유 중의 하나가 여권 내 반대 세력에 의한 것이라면, 정상회담을 반대하는 정치 세력의 움직임은 가장 중요한 변수로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지난 정상회담의 역사를 보더라도 선거를 앞두고 이를 발표하는 것은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맞았던 경험이 있다. 이는 정상회담이 지방선거를 전후로 어느 시점에서 결정되느냐에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될 것이다. 1월 중으로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과 상반기 북미간 직접 협상 및 고위급의 회담 등이 예상된다면, 남북 정상회담 역시 상반기 중으로 열릴 가능성이 높다 하겠다. 최근의 남북 모두에게서 보이는 적극적인 수사를 보면 이미 상당한 수준에서 정상회담에 대한 조율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지 판단된다.

결국 2010년의 남북관계는 지금까지 주저했던 북한의 유화공세에 남한이 호응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를 띠게 될 것이며, 정부로서는 수동적이고 미온적인 대북정책에서의 어쩔 수 없는 변화를 강제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2010년은 우리 정부에게는 지금의 대북정책에서 탈피하여 적극적인 화해?협력의 길을 갈 것인지, 아니면 수동적으로 끌려 갈 것인지에 대한 도전에 맞닥뜨리는 해가 될 것이다.

4. 2010년의 북한 - 경제 강국 건설

올해 초 북한의 신년사설은 유례없는 경제분야의 강조가 돋보이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제목부터가 농업과 경공업에 방점을 찍고 있고,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전 국가적 힘을 집중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2012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해’를 앞두고 경제 분야에서의 성과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김정일 위원장의 ‘6.25 담화’에서 보듯이 모든 힘을 경제 건설에 쏟고 있는 상황이 올해에는 대외적인 여건 변화와 더불어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북한은 2007년부터 부쩍 강화된 시장에 대한 통제와 더불어 지난해에는 전격적으로 화폐개혁을 통해 경제에 대한 국가의 장악과 지도를 강화하였다. 아직 화폐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가 어렵기는 하지만, 일부 언론의 부정적 보도와는 달리 이번의 조치가 차분하게 실행되고 있고, 주민들도 큰 동요없이 이를 받아들이고 있는 듯이 보인다. 이번 화폐개혁의 핵심 목표가 경제에 대한 국가의 지도 강화 및 나아가서는 계획정상화에 있지만, 그 이면에는 오히려 적극적인 대외 개방의 의도도 숨어 있다. 그것은 지난해 9월 김정일 위원장의 대외 개방 및 투자 활성화에 대한 교시가 내려졌고, 이를 위해서는 내부 경제에 대한 국가의 통제력 강화의 요구되고 있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사실, 북한은 이미 오래 전부터 화폐개혁을 구상했던 것으로 보인다. 북미관계의 경색 등으로 인해 화폐개혁의 시기를 연기했던 북한이 전격적으로 이를 실시한 것은 화폐개혁이 가지고 있는 경제적인 의미 못지않게 국제정치적 의미도 눈여겨보도록 하고 있다. 즉, 북한의 화폐개혁은 대외적으로는 개방과 외부 투자의 유인 효과를 높이는 조치의 일환이며, 이는 대외관계가 안정화 될 때만이 가능하다. 구체적으로는 북중 협력관계의 강화 및 북미관계의 진전과 남북관계의 발전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화폐개혁의 전격적인 실시에는 이러한 대외관계에 대한 전망과 더불어 이를 위한 북한의 적극적인 의지가 결합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화폐개혁의 성패는 국가의 공급 능력의 회복이 관건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지난해 ‘150일 전투’와 ‘100일 전투’를 통해 일정한 수준의 공급 능력은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향후 중국과의 협력 강화 및 미국과의 관계 개선 등을 통한 대외적 투자 여건의 마련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해 리근 외무성 국장의 방문 당시, 북한 대표단의 입에서 미국과의 현안 이외에도 북한에 대한 투자에 대한 적극적인 설명 등이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북한이 외부 투자를 받아들이고자 하는 적극적이고, 본격적인 움직임이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한 법제 정비 등도 내부적으로 이루어졌고, 또한, 최근 라선시를 특별시로 변경한 것 등도 이러한 외부 투자의 유치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 북한에게 2010년은 2012년을 위한 확실한 징검다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2012년으로 예상되는 당대회 및 안정적인 후계구도의 마련 등이 올해의 성과에 의해 크게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북미관계의 개선, 평화체제 및 한반도 비핵화 등은 다른 의미로 북한의 국제사회에서의 참여 및 경제적 협력의 안정적 추진 등을 의미하며, 이는 북한 내부의 현안 등을 큰 어려움 없이 추진할 수 있는 대외적 환경의 마련을 의미한다. 특히, 최근 북한이 국제사회에의 참여를 강력하게 요청했다는 보도를 보면, 북한이 앞으로 경제건설을 위한 외부 자본의 유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이 예상된다.

최근 북한을 둘러싼 가장 큰 세간의 관심은 김정일 이후의 후계구도라 할 수 있다. 여러 가지 보도가 엇갈리고 있지만, 김정은으로의 후계는 확정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그를 중심으로 한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식 검증과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후계구도는 시간이 흐를수록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되며, 그런 점에서 올해는 후계구도에 따른 북한의 움직임이 보다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100일 전투의 결속 및 화폐개혁의 성과 그리고 당 조직 등에 대한 사상교양과 조직적 결속의 강화 등은 모두 후계구도의 안정적 구축으로 모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올해 신년사설에서 보이는 당 조직과 사상교양에 대한 강조는 후계자를 중심으로 한 당 조직의 재편이 가속화될 것을 암시한다.

결국 북한에게 올해는 2012년을 향한 중요한 징검다리이며, 결정적인 전환의 해가 될 것이다. 지난 20여년 동안의 기나긴 여정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것인지의 여부가 올해의 성과로 크게 좌우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올해 북한은 다양한 양자회담과 다자회담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대외 여건을 정비하고, 내부적으로는 화폐개혁으로 촉발된 경제 정비와 재건설 그리고 대외 투자를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성과는 후계구도의 안정적인 구축으로 모아지게 될 것이다.

5. 새로운 10년을 준비해야

올해는 2000년대 첫 10년의 마지막이며,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는 해이다. 내외적으로 커다란 변화가 다가오고 있으며, 이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한반도의 상황을 우리의 요구에 맞게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인지가 결정될 것이다. 결국 문제는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과 남북관계의 개선 여부인 것이다. 현재 주저하는 정부의 모습은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다행스럽게도 지난해 말부터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외부 환경에 의해 수동적인 변화로 끝나지는 않아야 할 것이다. 적극적인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정책이 새롭게 짜여져야 할 것이며, 나아가서는 한반도의 정세 변화, 동북아시아 질서 변화에 대처하는 정책 지향을 시야에 포함해야 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남북간 승패 논리에 집착한 정책은 한반도 성공하지 못했다. 설사 성공했더라도 그것은 냉전의 방정식에 의한 것이었다. 이미 세계는 탈냉전으로 접어든지 20여년의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냉전의 방정식에 의한 승리가 아니라 공동의 승리를 추구해야 할 때이다. 남북 모두가 승리하는 것이 곧 통일의 길이며, 지금의 복잡한 상황을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할 수 있다.

2010년은 이미 다가왔다. 그리고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장을 내밀고 있으며,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새로운 10년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서 2010년은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08.07.09 18:43

2008년 6월 평양 안팎은 기대에 들떠 있었다

2008년 6월 24일 베이징 수도 국제공항. 평양행 고려항공 JS152편의 출국 수속장에는 각양각색의 외국인들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영변 냉각탑 폭파를 취재하기 위해 방북 수속을 하고 있는 일본 교토 통신사 관계자들부터 투자 상담을 위해 북한을 방문하고자 하는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에서 온 사람들, 그리고 인도적 지원을 위한 국제기구 관계자들까지 실로 다양한 목적으로 평양행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공항에서 마주친 대북경제협력 사업에 밝은 지인은 북미관계 변화의 조짐이 보이자 서방 기업들과 화교 자본들의 준비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귀띔해주었다. 실제 베이징에서 만난 북한 경제부문 일꾼은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 유럽 국가들과의 투자 상담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안면이 있던 교토통신 관계자는 이번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의 의미를 묻는 필자의 질문에 ‘show’와 ‘good signal’이라는 두 개의 단어로 간결하게 답했다.

지난 11월 방문 이후 7개월 만에 다시 찾은 평양 순안 공항의 모습은 새롭게 바뀌어 있었다. 비행기에서 입국장까지 승객들을 실어 나르던 낡은 버스는 금강경제개발총회사(KKG)라는 로고가 선명하게 찍힌 저층형 공항 전용버스로 교체되었고, 입국 수속장의 어두운 칸막이도 철거된 후 유리벽으로 교체돼있었다.

평양의 거리는 도로 공사가 한창이었다. 금성거리, 천리마거리 등 평양 중심부의 주요 도로에 아스팔트 포장이 이뤄지고 있었고, 1990년대 초 공사가 중단돼 북한 경제 침체의 상징처럼 돼 있던 105층 류경호텔 꼭대기에는 다시 북한의 공화국 깃발이 나부끼고 있었다. 건물 중간의 외벽에 유리창이 시범적으로 걸려 있는 것도 눈에 띄는 풍경이었다. 고려호텔 앞 창광거리의 음식점 건물들은 재건축 공사가 한창이었고, 지난해 여름 수해로 물에 잠겼던 옥류관과 청류관은 개축 공사가 마무리되어 한 층 멋스러워보였다.

위에서 언급했던 금강경제개발총회사(KKG)는 홍콩 자본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설립한 회사로서 대동강 주변 약 1km를 상업지구로 바꾸기 위해 50층짜리 트윈 빌딩을 비롯한 복합상가들을 건축하기 위한 준비사업에 착수했다고 한다. 말 그대로 평양 도시 전체를 현대화하기 위한 마스터플랜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평양에서 만난 북한 관계자들은 북미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영변 원자로 냉각탑이 폭파된 6월 27일 평양에서 만난 대남사업 관계자는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의 의미에 대해 “조선반도 비핵화와 조미관계 정상화에 대한 조선의 강력한 의지 표명”이라고 설명하며, “조선은 행동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자기의 의무를 다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한 “향후 조미관계 개선의 속도가 미국의 대선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겠지만, 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후보가 유리한 상황에서 좀 더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곁들이기도 했다.

9개월만에 극적으로 다시 시작되는 6자회담

이러한 기대를 반영하듯 작년 10월 이후 중단되었던 6자회담이 오는 7월 10일부터 다시 열린다. 작년 10.3합의 이후 ‘행동대 행동’ 원칙을 표방하며 밀고 당기기를 계속해왔던 북한과 미국은 핵시설 불능화와 핵프로그램 신고라는 비핵화 2단계 작업과 테러지원국 해제, 적성국교역법 적용 종료라는 진전된 조치를 맞교환함으로써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동력을 확보한 상황이다.
2007년 12월이라는 시간표를 지키지 못하였지만, 적대관계가 시작된 이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전인미답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6자회담의 성공을 반대하는 미국의 강경파와 일본의 경직된 태도로 인해 2005년 9.19공동성명 이후 3년간 쌓아왔던 성과가 일시에 허물어 질 수 있었다. 고농축우라늄에 대한 새로운 의혹, 시리아와 북한의 핵 협력설 등은 회담 진전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지금도 상존하고 있다. 그럴 때마다 김계관-크리스토퍼 힐은 베를린, 싱가포르, 베이징을 오가며 물밑 협상을 진행하였고, 성 김 미 국무부 한국 과장이 주도했던 북한의 핵 불능화 작업은 80%에 가까운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또한 북한은 1만 8,000여 쪽에 달하는 핵관련 자료를 성 김 과장의 손에 들려 판문점을 통과하게 하였고,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하며 전 세계에 비핵화와 관계정상화를 통한 국제사회의 정상적 진입 의지를 과시하는 세레모니를 선보였다.

한편 6자회담 진전을 위한 분위기 조성 작업도 착실히 진행되었다. 2008년 2월 뉴욕 필하모닉 교양 악단의 평양 공연에서 울려 퍼진 양국 국가는 같은 하늘 아래서 도저히 살 수 없을 것 같던 북한과 미국이 서로를 인정하는 메시지를 담아 연주한 국교 정상화의 서곡이었다. 또한 작년 수해 피해로 식량난이 닥친 북한을 돕기 위해 미국 정부는 50만 톤을 지원하겠다며 발 벗고 나서기도 했다.
6자회담의 산파 역할을 담당했던 의장국 중국 역시 자국 내 지진피해 등의 악조건 속에서도 시진핑 차세대 중국 공산당 리더이자 국가 부주석을 평양에 파견하여 대규모 식량 원조와 북중 경제협력 구상을 김정일 위원장에게 설명하며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과의 주도권 다툼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였다. 일본과 러시아도 각각 북일 대화 재개 및 철도 협력 등으로 관계 진전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 들어갔다.

북미간 입장차 여전한 가운데 치열한 기 싸움 예상

그렇다면 9개월 만에 재개되는 6자회담은 우리가 바라는 대로 진전될 것인가? 우선 이번 6자회담 또한 그 동안의 회담 못지않게 치열한 기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 북한의 움직임을 살펴보자.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7월 4일 발표한 ‘담화’에서 “모든 참가국들의 의무 이행이 정확히 완결돼야 10.3합의 이행이 마무리될 수 있고, 그래야 다음 단계 문제 토의가 원만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이것이 ‘행동 대 행동’ 원칙의 기본요구이고 우리의 일관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핵시설의 무력화(불능화)는 현재 80%이상 진척됐고 우리는 정확하고 완전한 핵신고서를 제출할 데 대한 합의사항도 이행”한 반면 “(북한을 제외한) 5자의 경제보상 의무는 현재 40%밖에 이행되지 않은 상태”라고 주장했다. 또한 “미국은 10.3합의에 따르는 정치적 보상 조치를 발표했지만, 그중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조치는 절차상 요인으로 아직 발효되지 않았고, 발효됐다고 하는 ‘적성국무역법’ 적용 종식 조치도 내용적으로 보면 완전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말 그대로 합의된 사항에 대한 관련국들의 철저한 이행 없이는 핵 포기 단계인 3단계로의 진입이 불가능함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의 분위기는 어떤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3일 일본 G8 정상회담 참석을 앞두고 백악관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신고와 관련해 냉각탑 폭파를 환영하면서도 “아직은 회의적이다. ‘증명해 보여 달라’는 게 우리 입장”이라며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에 대해 “45일 동안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면 심각한 결과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도 4일 블룸버그 TV 프로그램에 출연, “우리(미국)는 북한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면서 “북한이 제출한 핵 신고서를 철저히 검증해 플루토늄을 얼마나 생산했는지 확인한 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준비가 돼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이 북한은 동시 행동에 따른 관계 정상화에 초점이 맞춰진 반면,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지난 20년간의 북핵 공방의 주요한 입장 차이가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4개의 주요 논의과제 전망,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된다

이번 6자회담의 주요 논의 과제는 크게 네 가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첫째, 핵 신고 내용 평가와 검증 및 모니터링 체계 구축, 둘째 2단계에서 이뤄졌어야 할 참가국들의 의무 이행에 대한 평가 및 실행 계획, 셋째 3단계 핵 포기 프로세스 및 참가국들의 정치적 경제적 동시행동 과제에 대한 의사 교환 및 입장 확인, 넷째 6자 외무장관 회담의 개최 시기와 의제 협의 등이다. 어느 것 하나 쉽게 결론에 도달하기 힘든 과제들이다. 특히 핵 신고 내용에 대한 검증 및 모니터링 문제와 3단계 핵 포기 과정에서 핵무기 포함 여부는 첨예한 대립이 예상된다.

의장국인 중국에 신고한 북한의 핵프로그램 내용과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는 없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5개국은 검증 방안에 신고된 시설과 핵 프로그램에 대해 사전통보 없는 접근, 핵 물질과 장비에 대한 시료 채취, 핵 관계자 인터뷰 등이 빠짐없이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더해 시리아 등과의 핵 협력 문제와 고농축우라늄에 대한 실체적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반해 북한은 검증 단계에 상응하는 참가국들의 의무를 세분화하고 철저히 행동대 행동의 원칙을 적용하여 정치적, 경제적 보상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3단계 핵포기 단계의 협상은 좀 더 고차원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특히 미국은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핵물질에 대한 포기 및 핵시설 해체를 요구할 것이며, 북한은 보유한 핵무기 포기를 위해서는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라는 9.19 공동성명의 정신을 강조하며 미국의 핵우산 정책에 대한 완전한 폐기와 동시 검증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지난 7월 4일 담화에서 “원래 9.19공동성명에 따르는 전 조선반도 비핵화는 검증을 전제로 하고 있고, 따라서 미국을 비롯한 모든 참가국들의 의무이행은 예외 없이 검증을 받게 되어있다”고 밝힌 것은 북한만의 검증으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6자회담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참가국들의 관계 정상화가 동시에 이뤄지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에 북한의 핵무기 포기는 북미-북일 수교,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 문제와도 연동되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핵무기를 포기했을 때 북한이 당연히 주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평화적 핵 이용 권리에 대한 문제, 즉 경수로 건설 문제도 어떻게 풀어 나갈지 주목할 부분이다. 이렇듯 이번 6자회담은 참가국들이 자신의 외교 역량을 총동원하는 총성 없는 전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시간 싸움... 고위급 대타협이 필요한 시점

그렇다면 이번 6자회담은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가? 논의해야 할 의제를 모두 테이블에 올려놓고 ‘행동 대 행동’이라는 6자회담의 작동원리대로 시간표를 정교하고 세밀하게 짜야한다. 물론 미국 내 강경파의 반격, 회담 중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상황, 일본의 소극적 태도, 상대방의 선 행동을 요구하는 각국의 외교 전략 충돌 등은 부정적 변수들이다. 더욱이 가장 큰 문제는 시간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9월 이후 미국은 대선이라는 국내 정치 문제로 인해 외교 문제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고, 현재 대선 레이스에서 앞서고 있는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어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할지라도, 취임 초기 미국 외교 정책에서 북한 문제는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또 다시 6자회담은 공전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3단계를 좀 더 세분화해 부시 행정부 내에서 할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하여 북미간 고위급 정치적 타협으로 6자회담의 동력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부시 행정부 내에서 실현 가능한 목표를 합의하는 과정은 양국 최고 지도자의 결단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상호 신뢰 증진과 합의된 목표에 대한 실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격상된 고위급 대화가 필요하다.
북한과 미국은 이미 2000년 미 국무장관과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교차 방문을 통해 고위급 대화를 진행했던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다. 언론에서 라이스 국무장관의 방북설이 계속 흘러나오는 것을 주목해야 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특히 정권 수립 60돌을 맞아 9월에 대규모 행사를 준비하는 북한의 움직임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만약 북미 양국 사이의 고위급 정치회담이 이뤄진다면 서로의 관심사항에 대한 긍정적 대답들이 오갈 수 있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김정일 위원장의 의지 재확인, 적대 관계 종식을 위한 연락사무소 개설, 종전 및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협상 개시 선언, 미국 기업의 북한 진출 등 경제협력, 그리고 양국의 신뢰 증진을 위한 다양한 문화, 체육 교류 등이 그 내용이 될 것이다.
이러한 고위급 정치회담은 6자회담에 탄력을 줄 것이며, 6자회담은 더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위급 정치회담 진행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부정적 돌발 변수와 참가국들의 국내 정치적 문제로 인해 겨우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6자회담이 좌초되거나 논의가 중단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지금까지 진행된 성과를 평가하고 불가역적인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는 참가국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호간의 신뢰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을 맞아 강성대국 건설을 천명한 북한과 각각 5년, 4년의 임기를 교체하는 한국과 미국의 새로운 정치 변화기인 2012년에 6자회담이 자신의 사명을 완수하고 동북아 평화안보협력체로서 새롭게 활성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윤지훈/현대사연구소 상임연구원, 새사연 운영위원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07.11.20 20:24
 

6자회담이 오는 18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다. 지난 3월22일 BDA 문제로 아무런 성과 없이 1단계 회담이 휴회된 이후 2단계 회담이 4개월 만에 재개될 예정이다. 10일 의장국인 중국이 18일부터 2박3일간 수석대표 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통보했고 한국과 미국의 외교라인은 이를 확인하였다.


김 국방위원장, “최근 한반도 정세 일부 완화되는 기미”


지난 7월3일 중국 외교부장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최근 한반도 정세가 일부 완화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6월 중순 BDA 문제가 사실상 해결되자, 2.13합의 이행을 둘러싼 각국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2.13합의에 따르면, 초기조치 이행기간(60일)에 북한은 영변 핵시설을 폐쇄, 봉인하고 IAEA 요원을 초청해야 한다. 또 6개 나라는 북한의 초기조치에 상응하여 5개 실무회담을 개최하고 중유 5만 톤 상당의 에너지 지원을 시작해야 한다.


2.13합의 → 30일 내 BDA 해결 → 30일 내 핵시설 가동 중단의 과정은 BDA 문제로 예정보다 늦어졌다. 북한과 미국이 모두 “잃어버린 시간”을 메우기를 원해 북한의 초기조치 이행도 빨라질 것이다. 따라서 중유 5만 톤의 1차 선적분이 12일 울산항을 출발하여 북한에 도착(14일경)하면 북한은 영변 핵시설 가동을 중단할 것이고, 그 시점에 IAEA 대표단도 방북을 할 것으로 보인다. 2002년 10월 2차 북핵위기가 발생한 후 2003년 2월14일 북한이 영변핵시설을 재가동했으니 IAEA 방북은 4년 5개월 만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뒤찾기 위한 빠른 행보 기대


이번 6자회담에서는 2.13합의 초기조치를 점검, 평가하고 다음 단계 이행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단계에서 북한이 이행해야 할 사항은 “모든 핵 프로그램에 대한 완전한 신고”와 “현존하는 모든 핵시설의 불능화(disablement)”다. 이에 따라 다른 참가국들은 95만 톤 상당의 에너지를 지원하며 미국은 대북 경제제재를 해제해야 한다.


‘비핵화’와 ‘관계정상화’의 두 축으로 진행되는 6자회담은 지난 1월 베를린 회담과 2월 6자회담처럼 북미회담을 통해서만 쟁점을 해소하고 구체적인 상을 마련할 수 있다. 따라서 힐 차관보가 17일 베이징에 도착하면 북한의 김계관 부상과 양자회담을 열어 사전 협의하고 6자회담은 이를 추인하는 형식이 될 것이다.


이번 6자회담 이후에는 5개 실무그룹 회담이 재가동될 것이다. 또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 북, 미, 중 4자 포럼을 개최하고 8월 초 필리핀에서 열리는 아세안 지역안보포럼에서 6자 외무장관 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