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전망'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2.01.05 한국경제 위기는 진정 어디서 오는가 (2)
  2. 2012.01.05 임진년을 맞으며 (1)

2012.01.05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올해 한국경제가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는 이제 걱정을 넘어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 되고 있다. 임금 억제 등의 명분으로 삼으려고 전통적으로 엄살을 떨었던 기업들은 그렇다 치자. 국민에게 기대와 희망을 준답시고 근거 없는 낙관론을 펴 왔던 정부조차 이번에는 스스로 비관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확실히 올해는 내리막인가 보다. 그런데 온통 우리경제가 비관론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점은 모두 같은데 내용을 뜯어보면 진단과 과제가 제각각이다. 하나의 현실을 해석하고 해법을 내놓는 경우가 정말 다양하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우선 기업의 견해를 보자. 삼성경제연구소는 ‘2012년 한국 경제의 당면 과제’라는 글을 통해 올해 우리경제의 3대 과제로 경제 안정화와 신시장 개척, 갈등 완화를 제시하고 있다. 물론 경제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위기인식을 깔고 있다. 각 과제를 좀 더 자세히 보면 첫 번째, 경제 안정화 과제란 어차피 성장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전제하에 물가안정·재정 건전성 유지·금융안정이라도 확실히 하자는 것이다.

두 번째, 한국경제의 핵심과제로 제시한 ‘시장 개척’은 그야말로 기업연구소다운 발상인데, 글로벌 수요 위축으로 인한 수출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새로운 시장, 특히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인도·인도네시아·브라질 등 새로운 신흥시장(Next China)을 개척하자는 것이다. 중국의 의존도를 줄이자는 삼성의 화두가 향후 어디로 튈지 지켜볼 일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FTA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활용도를 제고하자”면서 FTA 체결로 수출이 늘어날 기대는 거의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쨌든 삼성경제연구소는 수출 부진을 또 다른 수출활로를 열어 풀겠다고만 하고 이번 기회에 내수기반을 어떻게 강화할지에 대한 의지는 여전히 없다.

무엇보다 기업연구소다운 보수적 색채가 드러나는 대목이 세 번째인 ‘갈등 완화’라는 표현이다. 모두 아는 것처럼 누적돼 온 소득불평등과 양극화, 고실업의 지속, 과도한 부채의 축적구조가 전 세계 국가들에서 소비회복과 경기회복을 가로막고 있는 근본 원인임이 점점 확실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평등을 개혁하기보다는 정부의 긴축을 강요하는 정책만 난무하자 월가 점령운동을 정점으로 전 세계적으로 불평등에 저항하는 99% 운동이 확산되고 있음도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올해 한국경제의 가장 중요한 당면과제인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를 단순히 ‘갈등 완화’라는 국적 불명의 사회학적 개념으로 얼버무린 것이 딱 삼성 스타일이지 않은가.

기업의 견해와 함께 흥미가 있는 것이 바로 우리 정부의 경제위기 진단과 해법이다. 기획재정부는 과거 위험요인이 1개씩 왔다면 이번에는 유럽 재정위기, 원자재 가격 충격, 양대 선거 리스크라고 하는 3대 요인이 한꺼번에 닥친 ‘복합위험’에 처해 있다고 진단한다. 유럽의 위기가 가장 큰 외부적 위험요인임은 금방 이해가 되지만 원자재 가격 충격과 양대 선거 리스크를 그에 준하는 위험요인으로 보는 것은 일반의 상식과는 어긋난다. 다소 황당한 것은 원자재 가격 충격요인을 큰 위험요인으로 놓은 이유 가운데 하나가 미국의 이란 제재 영향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이 미국의 이란 제재에 동참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위험이라는 점에서 이는 경제적 위험요소가 아니라 정치적 선택에 따라 우리 정부가 자초한 정치적 위험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아무튼 ‘복합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일단 올해 상반기에 재정의 60%인 165조원을 조기 집행하는 한편 컨틴전시플랜 1단계 ‘변동성 확대’, 2단계 ‘자금 경색과 실물경기 둔화’, 3단계 ‘급격한 자본 유출과 실물경기 침체’를 설정하고 아직은 1단계라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 연구소에 비하면 상황관리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고 상당히 선거를 의식한 대응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세 번째 위험으로 지목한 ‘양대 선거 리스크’가 경제의 핵심 위험으로 전환되는 것 역시 정부 스스로가 그렇게 만들어 갈 가능성이 높다.

2008년 이후 유럽의 위기를 포함해 유난히 외부충격 요인이 많고 계속되는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국민경제 내부적으로 외부충격을 어느 정도 흡수하고 완충할 수 있는 구조와 틀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무조건 개방이 아니라 외부충격을 흡수할 금융적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또한 수출의 급격한 둔화에도 불구하고 경제동력을 유지할 기본적인 내수기반이 탄탄해야 한다.

내수기반은 결국 국민들의 소득에 의해 뒷받침되는 구매력이다. 소득이 불평등하게 분배되고 소득이 증가하는 대신 부채가 늘어 구매력을 높이기 어려운 현실적 구조가 바로 우리 경제의 최대 위험요인이라는 것은 이 때문이다. 기업 연구소도, 정부도 우리 경제의 최대 위험요소와 핵심과제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국 대선이 끝난 후 2008년 11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전 의장인 폴 볼커는 차기 대통령에게 “그동안 미국인들이 소득에 비해 너무 많이 소비한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로라 타이슨은 볼커 의견에 반대하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닙니다. 진짜 문제는 그들의 소득이 늘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노동부장관을 역임한 로버트 라이시 교수는 로라의 말이 맞다고 판정했다. 그렇다. 미국이나 우리나 국민들의 소득이 정체했다는 것이, 그래서 도무지 내수가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이 진짜 위험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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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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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2.01.01 정태인/새사연 원장 

회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유장한 시간의 흐름을 툭툭 끊어서 호들갑을 떠는 게 마뜩찮지만 그래도 이런 날이 있어 천성 게으른 사람이 인사를 올릴 수 있는가 봅니다.

임진년, 경제가 어찌 돌아갈지부터 듣고 싶으시겠지요. 매년 그랬지만 이번에도 제 예측이 틀리기를 바랍니다. 6.2% 성장했던 2010년처럼 제가 틀려도 경제가 조금 낫기를 바랍니다. 2012년 경제, 잔뜩 흐림에 폭풍우가 몰아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국은행과 정부는 3.6% 성장을 예측했지만 이는 세계경제가 3% 중반대의 성장을 한다는 낙관 위에 터잡은 겁니다. 

하지만 장기침체에 빠져든 미국, 유로화의 존립 자체가 바람 앞에 등불 신세인 유럽, 예년처럼 활기가 없는 일본 등 이른바 ‘거대 선진 경제권’은 제로 성장에 머물 것이고 작은 충격에도 위기에 빠질 수 있습니다. 지난 몇 년간 구세주의 역할을 한 중국이 이런 상황에서 9%대의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GDP의 35% 가량을 수출에 의존하는 나라, 빈부격차가 극심한 나라, 다만 재정이나 금융 면에서 당과 정부의 신속한 수습이 가능한 나라...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또 다른 거대 신흥국인 인도는 외채 문제 때문에 훨씬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경제가 그럭저럭 지뢰를 피해 간다 해도 2012년 우리 경제성장율은 2%대에 머물 것이라는 게 제 의견입니다(물론 연구원 내에는 3%대의 성장을 예측하는 분도 있어서 지금 의견을 취합해서 정리하는 중입니다). 부동산 버블과 가계부채라는 시한폭탄은 이제 초침이 째깍거리는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심각한 위기 상황에 빠져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거지요. 

문제는 침체 양상이 금년에 머물지 않을 것이란 사실입니다. 세계는 지금 폴라니의 표현대로 “거대한 전환”을 맞고 있습니다. 금융자유화의 시장만능주의의 몰락, 달러의 위기, 글로벌 불균형, 그리고 유럽의 분열 위기는 한두해에 수습될 일이 아닙니다. 여기에 곧 닥칠 것으로 보이는 에너지/식량 위기까지 더한다면 앞 날이 캄캄할 수 밖에요. 1929년 대공황이 단 한번 일어난 것이 아니라 5번의 크고 작은 위기로 엮여 있었고 결국 세계대전을 거쳐 1945년이 넘어서야, 즉 16년이나 걸려서 정리되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황은 그 때보다 더 나쁜지도 모릅니다. 당시 경제력이나 군사력에서 이미 영국을 압도했던 미국이 실제로 패권 국가가 되는데 16년이나 걸렸는데 중국이 당시 미국의 역할을 하리라기대하긴 어렵기 때문입니다.

작년 아랍에서 시작해서 “월가를 점령하라”까지 터져나온 민중들의 숨가쁜 목소리가 거의 유일한 희망입니다(G20라는 국제공조가 또 하나의 희망인데 작년 이들이 보인 모습은 말 그대로 지리멸렬이었습니다). 어쩌면 전쟁과 같은 대참화를 겪지 않고 세상을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설마 전쟁이 일어나지는 않겠죠ㅠㅠ).

1930년대 우리는 일본의 식민지였고 세계의 대격변 속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는 수동적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지금 우리나라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 수준이지만, 시민의식으로 본다면, 감히 세계 최고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한 떠오르는 중국 옆에 있다는 지경학적 위치도 무시할 수 없는 이점입니다. 하지만 중국이 전후의 유럽 복지국가처럼 새로운 사회경제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80년대에 각광을 받았던 일본 모델 역시 노쇠할대로 노쇠했습니다.

저는 아시아 주도의 세계에서 우리가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사회경제적으로나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보편적 복지국가” 나아가서 “지속가능한 보편적 복지의 동아시아공동체”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체제는 남북의 장점을 아우르고 배가하는 것일테지요.

2012년은 그런 “거대한 전환”의 첫 해입니다. 시민이 주도하는 새로운 정치를 열어야 사회경제모델을 그려낼 수 있습니다. 두 번의 선거는 단순히 정권교체가 아닌 “시대교체”를 노려야 합니다. 여기서 실패한다면 우리는 대전환 속에서 또 다시 방향을 잃고 그예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질지도 모릅니다.

새사연은 지난 한 해 많은 발전을 했습니다. 게으르고 무능한 원장과 함께 하면서도 성실하게 제 몫을 다한 연구원들 덕이고, 매달 물질과 정신면에서 아낌없는 후원을 해주신 회원 여러분 덕분에 재정도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큰 의미는 없지만, 한국경제신문이 선정하는 싱크탱크 순위도 2010년 9위에서 5위로 네 계단 올랐습니다. 우리 위에는 국책연구원 둘, 참여연대라는 대형 시민단체의 덕을 톡톡히 보았을 참여사회연구소, 그리고 복지국가 선풍을 일으킨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뿐입니다. 2012년에는 1위에 오르지 않을까요?^^

새사연은 “거대한 전환”에서 우리가 할 일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정권교체가 “시대교체”로 발전할 수 있도록 새로운 가치와 정책을 제시할 겁니다. 연초에 2012년 전망을 밝히고 곧 이어 “남태령리포트”(가칭)를 발간해서 새로운 사회의 미래상, 구체적인 경로와 정책을 제안할 예정입니다. 우리의 목소리를 명확히 내고 다른 목소리를 모으고 정리해서 2013년에는 “연합정부”가 새로운 체제를 또박 또박 시작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이런 작업은 회원 여러분, 그리고 일반 시민들과 함께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소통의 통로를 금년보다 열배, 백배 더 넓고 다양하게 열어야겠지요.

작년에 이어 또 염치없는 부탁으로 새해 인사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참 뻔뻔하기도 하지요? 이명박 정부 마지막 한 해는 민영화와 규제완화를 둘러싼 싸움으로 점철될 겁니다. 한미 FTA가 발효된다면 이런 정책들은 되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비극을 만들어 낼 겁니다. 하여 새사연은 이런 움직임에 대한 감시와 저지에 앞장 설겁니다. 특히 삼성에 대한 비판을 넘어 반대 운동을 조직할 예정입니다. 사람이 부족하고 돈이 모자랍니다. 옆에 있는 촛불시민들에게 회원 가입을 권유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동안 쭉 새사연의 작업을 보셨으니 조금 더 도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온라인 회원들께서는 유료회원으로 전환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구체적으로 두 명의 연구원을 더 맞으려고 하는데 300분의 회원이 더 필요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시대교체”를 함께 이뤄냅시다.

(고 김근태 선배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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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