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적 다양화’를 통한 수월성 교육이 대안
도표가 포함된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http://saesayon.org에서 PDF파일 다운로드

두 전직 대통령이 연이어 우리 곁을 떠나고 세계적 금융위기의 여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 난히도 길게 느껴졌던 2009년이 저물고 새해가 밝았다. 새사연은 2010년을 전망하는 연속 기획 [2010 전망]을 마련했다. 올해는 ‘불확실의 시대’로 규정된다. 2009년 하반기로 가면서 차츰 소강상태로 접어든 위기가 다시 파국적 결말을 맞을 것이란 전망도 옳지 않지만, 그렇다고 OECD 최고의 경제회복과 G20 국격 제고라는 장밋빛 치장에만 몰두하는 전망 역시 믿기 어렵기 때문이다 .
이처럼 2010년을 보는 시선 속에는 잿빛 비관과 장밋빛 낙관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새사연은 이 실타래 속에서 ‘희망’이 라는 가늘지만 질긴 실을 찾아 풀어내보려 한다. 여러분도 함께 찾아보길 기대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총괄 : 2010년을 새로운 경제 화두의 원년으로
2. 미국 경제 : 불안한 2010년 미국경제 전망
3. 한국 경제 : 출구전략이 아닌 구조개혁이 필요한 2010년 한국경제
4. 고용 전망 : ’신(新)고용전략’의 과제
5. 정치 분야 : 진보세력은 지방선거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6. 보건(사회) 분야 : 2010년 화두, 살만한 세상만들기 프로젝트
7. 남북관계 : 전환기의 한반도, 새로운 10년을 준비해야 할 때
8. 가계 부채 : 2010년 경제의 복병으로 떠오른 가계부채
9. 2010년 가정 경제 운용을 위한 제언
10. 교육 분야 : ’수평적 다양화’를 통한 수월성 교육이 대안


[요약문]

지난 해 초, 새사연은 2009년 한국 교육을 전망하면서 유명한 게임이론인 ‘죄수의 딜레마’를 거론했다. 사회 구성원 개개인 모두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경우, 그 결과가 사회 전체적으로 좋지 않은 방향으로 귀결됨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우리의 교육은 여전히 이러한 ‘딜레마’에 처해 있다. 양극화된 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편으로 상대방보다 순위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경쟁’을 선택해 입시지옥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경쟁의 순위는 비용에 따라 질의 차이가 현격해지는 사교육이 결정하기에 이제는 학력이 아닌 재력의 싸움이다.

학생들은 나보다 높은 순위의 몇 명을 밟고 올라서기 위해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며 억압과 불안,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이러한 교육시스템에서는 승자도 패자도 모두 피해자일 뿐이다.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교육’이 아닌 ‘경쟁으로 사람을 줄 세우는 교육’은 창의적 사고는 물론 전인적 성장까지 방해하기 때문이다.

2009년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어김없이 경쟁 위주의 교육으로 내달았다. 학원 심야교습 금지나 학파라치제, 외고 입시제도 개선 등의 사교육비 경감 정책이 국민들에게 희망을 준 것은 한 순간이었다. 정부는 ‘친서민’을 표방하며 각 가계의 교육비 지출에 대한 부담이 한계에 다다르고 이것이 국민경제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음에 착목했다. 그렇게 정부가 비장의 카드처럼 뽑아든 사교육비 경감 대책들은 결과적으로 하나같이 ‘용두사미’에 그쳤다.

오히려 공교육 정상화를 내세운 정책으로 인해 사교육비는 더욱 팽창해 갔다. 정부는 학교의 학력을 상승시키고 교육의 질을 높이면 학부모/학생의 학교만족도가 높아져 사교육비가 줄어들 것이라 내다봤다. 일제고사, 학교별 성적 공개, 교원평가제,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 등은 정부의 이러한 생각을 반영한다. 하지만 그 결과는 정부의 계산과 정반대의 양상으로 나타났다. 점수로 서열화된 학교는 주입식 교육에 더욱 매진했다. 학생들의 정신건강은 피폐해졌다. 20퍼센트의 엘리트 학교가 양산되고 80퍼센트의 일반학교는 삼류학교로 전락해 과열 경쟁의 폭이 넓어졌다.

전 세계가 추구하는 ‘모두를 위한 수월성 교육’은 모든 학교가 고르게 교육여건을 갖춘 상태에서 각 학교가 교육과정의 다양성, 자율성을 확보하는데서 출발한다. 이제 정부는 경쟁 일변도의 신자유주의 질주를 멈추고 21세기 새로운 교육개혁의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최민선/새사연 연구원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이 2010년을 맞이해 지난 열흘 동안 발표한 2010 전망 시리즈를 하나로 묶었습니다. 이번 전망 보고서들을 좀 더 다듬고 보충하여 책으로 21일 발간될 예정입니다.

새사연 2010 전망은 아래의 목차를 누르면 해당 보고서로 이동합니다. 보고서를 읽으신 후에 비판적 견해, 지지, 보충 등의 의견이 있으신 분들은 의견을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의견을 작성하신 후 이 글로 트랙백을 보내주셔도 좋고, 메일(happyzero78@saesayon.org)을 보내주셔도 좋습니다.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새사연 2010 전망>

두 전직 대통령이 연이어 우리 곁을 떠나고 세계적 금융위기의 여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 난히도 길게 느껴졌던 2009년이 저물고 새해가 밝았다. 새사연은 2010년을 전망하는 연속 기획 [2010 전망]을 마련했다. 올해는 ‘불확실의 시대’로 규정된다. 2009년 하반기로 가면서 차츰 소강상태로 접어든 위기가 다시 파국적 결말을 맞을 것이란 전망도 옳지 않지만, 그렇다고 OECD 최고의 경제회복과 G20 국격 제고라는 장밋빛 치장에만 몰두하는 전망 역시 믿기 어렵기 때문이다 .
이처럼 2010년을 보는 시선 속에는 잿빛 비관과 장밋빛 낙관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새사연은 이 실타래 속에서 ‘희망’이 라는 가늘지만 질긴 실을 찾아 풀어내보려 한다. 여러분도 함께 찾아보길 기대한다. <편집자 주>


<글 순서>

1. 총괄 : 2010년을 새로운 경제 화두의 원년으로
2. 미국 경제 : 불안한 2010년 미국경제 전망 
3. 한국 경제 : 출구전략이 아닌 구조개혁이 필요한 2010년 한국경제
4. 고용 전망 : ’신(新)고용전략’의 과제
5. 정치 분야 : 진보세력은 지방선거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6. 보건(사회) 분야 : 2010년 화두, 살만한 세상만들기 프로젝트
7. 남북관계 : 전환기의 한반도, 새로운 10년을 준비해야 할 때
8. 가계 부채 : 2010년 경제의 복병으로 떠오른 가계부채
9. 2010년 가정 경제 운용을 위한 제언
10. 교육 분야 : ’수평적 다양화’를 통한 수월성 교육이 대안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두 전직 대통령이 연이어 우리 곁을 떠나고 세계적 금융위기의 여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 난히도 길게 느껴졌던 2009년이 저물고 새해가 밝았다. 새사연은 2010년을 전망하는 연속 기획 [2010 전망]을 마련했다. 올해는 ‘불확실의 시대’로 규정된다. 2009년 하반기로 가면서 차츰 소강상태로 접어든 위기가 다시 파국적 결말을 맞을 것이란 전망도 옳지 않지만, 그렇다고 OECD 최고의 경제회복과 G20 국격 제고라는 장밋빛 치장에만 몰두하는 전망 역시 믿기 어렵기 때문이다 .
이처럼 2010년을 보는 시선 속에는 잿빛 비관과 장밋빛 낙관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새사연은 이 실타래 속에서 ‘희망’이 라는 가늘지만 질긴 실을 찾아 풀어내보려 한다. 여러분도 함께 찾아보길 기대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총괄 : 2010년을 새로운 경제 화두의 원년으로
2. 미국 경제 : 불안한 2010년 미국경제 전망
3. 한국 경제 : 출구전략이 아닌 구조개혁이 필요한 2010년 한국경제
4. 고용 전망 : ’신(新)고용전략’의 과제
5. 정치 분야 : 진보세력은 지방선거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6. 보건(사회) 분야 : 2010년 화두, 살만한 세상만들기 프로젝트
7. 남북관계 : 전환기의 한반도, 새로운 10년을 준비해야 할 때
8. 가계 부채 : 2010년 경제의 복병으로 떠오른 가계부채
9. 2010년 가정 경제 : 새해에는 신용카드부터 없애자
10. 교육 분야

재테크 광풍의 위험한 결말

‘빚도 자산이다’, ‘저축은 손해 보는 것이다.’ ‘투자하지 않는 것은 뒤처지는 것이다.’
이것은 지난 몇 년간 재테크의 유행과 더불어 만들어진 새로운 사회적 코드였다. 이 새로운 코드는 그것을 따르지 않을 경우 자신보다 공부 못한 사람들에게 조차 뒤처지게 될 것이란 엄포를 놓았다. 그 엄포는 효력이 있었다. 지난 몇 년간 많은 사람들이 있는 돈 없는 돈 모두 끌어다 어딘가에 투자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불안증을 가졌다. 보통 사람들조차 빚을 끌어서라도 투자대열에 동참했으며 그나마 저축해 모은 현금자산 또한 돈을 놀리는 것 같은 불안함에 투자금액에 묻어버렸다.

미국의 경제학자 로버트 쉴러는 버블 경제학이라는 저서에서 ‘사고의 전염’이 자산시장의 가격 변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기술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란 논쟁들이 가열되기 시작하면 시장에 대한 낙관적인 믿음이 사회 전역에 전염병처럼 퍼진다. 그 믿음은 언론을 통해 부풀려지는데 그것들은 보통 ‘새로운 시대’, ‘새로운 기회’라는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이런 이야기들은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하는 달콤한 것들이다. 미래에 대해 불안에 떠는 보통사람들에게 그야말로 ‘새로운 기회’이면서 잘만하면 힘들이지 않고 공짜로 화려한 미래를 살 수 있으리라는 환타지를 안겨주는 것이다. 당연히 이 이야기들은 전염력이 강하다. 바로 이런 사회적 전염 때문에 자산의 가격은 실제 가치 이상으로 뛰어오르게 된다. 쉴러는 투기적 버블 시기에는 ‘가격 상승 - 이야기 - 가격 상승’이라는 순환고리가 형성되어 자산시장은 비이성적으로 과열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시장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심으로 행복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과한 기대심으로 인해 소외감이나 상대적 박탈감이 더 커지는 경향이 있다. 부동산 자산 가치가 커지면서 나를 제외한 알 수 없는 누군가는 앉은 자리에서 시세차익만으로 쉽게 돈을 번다고 생각하니 속이 상하는 것이다. 혹은 누군가 1000만 원을 투자해서 놀라운 수익률 100%로 1000만 원의 공돈을 벌었다 해도 상대적 박탈감은 그를 비껴가지 않을 것이다. 그는 공돈 1000만 원을 쥐는 순간 누군가 1억 원 이상의 더 큰 투자금액으로 그 만큼 벌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화가 날 가능성이 크다. 공돈을 벌었다는 기쁨과 누군가는 더 벌었을 것이란 박탈감이 묘하게 얽혀 그 사람은 빚을 끌어다 투자규모를 늘려버릴 수도 있다.

이런 과정으로 투자를 통해 쉽게 돈을 버는 것은 자산시장에 참여했든 하지 않았든 커다란 위험을 무릅쓰게 만들어 폭탄으로 변해 가는 경향이 있다. 로버트 쉴러의 이론에 하나 더 추가하자면 가격 상승 - 이야기 - 가격 상승 - 박탈감 - 가격 폭등으로 시장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비이성적 과열 국면을 맞는 것이다. 시장의 비이성적 과열은 나만 빼고 모두가 부자가 되는 것 같은 무언의 압력으로 멀쩡한 사람을 화나게 만들거나 결국은 재테크 대열에 뛰어들게 만들어 열풍을 이어간다. 그리고 이러한 비이성적 열풍의 결과 우리는 현재 가계부채 700조 원이라는 현실을 살게 되었다.

맞벌이를 하는 박씨 부부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남편은 중소기업 과장, 부인은 공무원이다. 평범한 그들은 남들과 다른 생각을 감히 하지 못한다. 10여년 전만해도 조그마한 빚에도 잠을 자지 못했고 저축을 하지 못하면 불안했으며 투자는 남의 일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현재 그들은 4억 원의 빚을 갖고 있으며 최근까지도 그리 큰 빚이 아니라고 여기고 있었다. 이들은 매월 소득의 25%이상, 연간 2000여만 원을 이자로만 지출하고 있다. 아파트 두 채를 갖고 있지만 이자를 내고 나면 평달에는 생활비도 부족하기 일쑤다. 결국 13억 원에 가까운 자산을 소유하고도 마이너스 통장으로 생활비를 충당한다.

재무 상담을 받기 전까지 그들은 빚도 자산이고, 저축은 손해 보는 짓이며 어떻게든 투자를 더 해야 한다는 10여년 전과 전혀 다른 믿음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그 믿음이 남들과 같다는 것에 늘 위안을 받고 있었다.

머니게임에서 지는 보통 사람의 재테크

박씨 부부가 소유한 아파트 두 채는 처음 매입가에 비해 30% 이상 오른 가격이다. 현재의 자산가치만 놓고 보면 대단한 수익률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여전히 만족하지 못하고 더 오를 것이란 기대심 때문에 팔아서 차익실현을 하지 못한다. 써보지도 못할 돈을 벌었다고 오해하면서 매월의 생활비가 부족해 빚이 늘어나는 위험을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마이너스 통장이 바닥나 버렸을 때 뭔가 문제가 있다 싶어 재무상담을 신청했다. 결론은 자산을 매각해서 부채를 없애고 현금흐름을 바로잡아야 하는 것으로 대단히 간단하다. 문제는 팔려고 내 놓으니 팔리지 않는 것이다.

지난해 초만 해도 자산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심이 팽배하면서 시장이 과열되고 상승기조가 지속되는 듯 했다. 그러나 대출 규제에 발목이 잡힌 부동산 시장은 집을 내놓아도 보러오는 사람조차 구경하기 힘든 상황이 되어 버렸다. 재테크로 성공하려면 기대심이 풍부해 상승 대열 분위기가 팽배할 때 남들과 다르게 팔아치울 수 있는 결단력이 있어야 한다. 더 오를 것이란 기대심이 남아 있을 때가 차익실현의 적기였던 셈이다. 그러나 이제는 빚 없이 혹은 적은 빚으로 박씨 부부의 차익실현을 도울 또 다른 매수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희박해 졌다.

결국 10억 원이 넘는 돈은 그대로 깔고 앉은 숫자로만 존재하는 것이다.
챨스 킨들버그는 투기적 국면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보다 더한 바보가 나타날 것이란 믿음으로 맨 마지막에 남겨지는 불운을 겪는다고 지적한다. 박씨 부부가 처한 상황도 더한 빚을 끌어다 박씨 부부의 차익실현을 도울 사람이 없는 ‘맨 마지막’에 남겨진 불운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숫자로만 존재하는 자산가치를 구경만 하면서 힘들게 번 돈으로 자산에 딸린 빚을 갚으며 살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재테크를 통해 일확천금을 거머쥘 수 있는 것은 누군가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다. 일확천금의 승자와 비용을 지불하는 패자의 희비가 엇갈리는 머니게임인 셈이다. 문제는 보통의 사람들은 머니게임에서 적절한 시점에 털고 빠져나오는 승자의 기지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더 오를 것이란 소문에 나약한 욕심으로 팔지 않고 머뭇거리다가 더 이상 자신보다 더한 바보가 없을 때에야 급하게 팔려고 서두른다. 그러나 결국에는 팔리지 않아 조급해지기 시작하고 바로 그때서야 비로소 자신이 맨 마지막에 남겨졌다는 공포심을 자각하는 패자가 되는 것이다.

머니 게임을 멈추지 않으면 안 된다

민스키 시점이라는 것이 있다. 포스트 케인지언으로 불리는 경제학자 민스키의 금융 불안정성에 대한 가설을 이론화 한 것이다. 이론의 핵심은 금융시장에서 과도한 부채를 진 채무자들이 부채의 상환을 위해 자신의 건전한 자산마저도 내다 팔지 않을 수 없고 그에 따라 금융시장에서 자산가치가 폭락하면서 금융공황이 시작되는 시점을 설명한다.

지난해부터 우리는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폭락론과 폭등론을 오가는 양극단 논쟁을 접하고 있다. 리먼브라더스의 파산 사태가 경제 위기설로 이어지면서 금리가 치솟고 그에 따라 부동산 시장에 큰 위기설이 나돌았다. 그러나 위기설은 현실로 이어지지 않았고 연초부터 강력하게 진행된 재정정책으로 금리는 금세 변덕스럽게 안정되었다. 위기설이 지나간 부동산 시장은 위험 경고에 내성이 생긴 듯 더 빠르고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다시 불안해졌고 더욱 견고해진 부동산 불패신화로 뒤늦게 부동산 시장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문제는 가진 돈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상위 소득 20%안에 드는 사람들의 금융 자산 평균액이 3000만 원 수준이다. 심지어 가계부채까지 안고 있는데 그 금액이 1억 원 가량이다(노동연구원 2007년 자료참조). 올해 더 오를 것이란 믿음으로 부동산 시장에 참여한 사람들이 주로 상위 소득계층이라고 가정해 보면 가진 돈으로 부동산 매입을 한 것이 아니라 빚을 추가로 냈다는 이야기다. 그것 때문일까. 대출규제가 시행되자마자 부동산 시장은 급속하게 냉각되는 추세를 보이고 폭락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재테크로 돈을 번다는 것은 누군가 내가 산 가격보다 비싼 가격으로 나의 자산을 사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나의 수익은 너의 비용, 머니게임에서 승자가 되어야 재테크 수익을 챙길 수 있다. 문제는 부동산 가격 상승과 부채 상승의 상관관계를 미루어 짐작컨대 누군가가 챙기는 재테크 수익이 또 다른 누군가의 부채로 만들어 진다는 점이다.

빚으로 남의 주머니를 채워주고 있는 사람들이 대다수의 평범한 중산층, 서민계층이라는 것도 서글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머니게임을 멈추어야 한다. 평생을 금융위기 연구에 바친 민스키는 머니게임의 끝을 제로섬, 즉 공멸로 결론짓는다. 남보다 잘 살기 위한 어리석은 게임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예언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예언이 현실이 되기 전에 머니게임을 멈추고 건전한 재정관리 원칙을 되살려야 할 때이다.

새로운 마인드 셋(mind set)이 필요하다

빚도 자산, 저축은 손해, 투자를 통한 자산 증식 등의 왜곡된 사회적 의식이 하나의 프레임이 되어 버렸다는 현실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왜곡된 프레임 안에서 이유 없이 불안해하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돈에 대한 건전한 개념이 사라지고 무조건 다다익선이라는 풍요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사회화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부터 변화시켜야 한다. 아인슈타인은 “어떤 문제를 일으켰을 때와 똑같은 마인드로는 그 문제를 해결 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풍요와 부에 대한 왜곡된 프레임, 즉 마인드 셋(mind set)으로부터 벗어나야 하는 것이다. 많은 돈을 쓰고 좀 더 여유있게 사는 풍요로운 삶에 대한 본질을 뜯어봐야 할 때라는 이야기다.

하나를 가지면 그것과 관련된 다른 것도 소유하고 싶어지는 것을 디드로 효과라고 한다. 18세기 철학자 디드로라는 사람이 친구로부터 서재용 가운 하나를 선물 받고는 그 가운의 색상에 맞춰 서재 전체의 가구를 바꿨다는 데서 유래한 경제용어다. 새 집을 장만하면 가구나 가전제품부터 혹 집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까지 세세하게 고려해 전동 드릴이 들어있는 공구함까지 장만하게 된다. 냉장고 하나 바꾸면 칸칸이 설계된 수납 시스템이나 냉장 냉동 시스템을 십분 활용하기 위해 식재료를 채워 넣기 바쁘다. 새 차가 생기면 오디오 시스템부터 핸즈프리 도구들을, 자전거 하나를 사더라도 안장이나 패덜까지 전부 연속적으로 구매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소비를 하면 할수록 우리는 심리적으로 풍요로워지기는커녕 오히려 더한 욕구불만에 시달린다.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이런 현상은 쉽게 욕구를 충족시켜 버리고 면 포부감이 형성되어 더한 욕구불만이 생겨 버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20평형대에 살면 30평형대에 사는 이가 부럽고 30평형대에 살면 40평형대에 사는 친구를 만나 한숨소리에 잠을 못 이루는 것이다.

소비에 있어 디드로 효과가 가중 되는 것은 알고 보면 다른 사람과의 비교, 그 비교를 부추기는 기업들의 마케팅이 한몫 한다. 얼음 나오는 정수기를 보며 아이의 간절한 눈망울이 화면 가득 클로즈업 되며 ‘엄마, 우리 집은?’ 한마디에 저소득층 가정에서조차 정수기가 필수 품이 되어버리는 식이다. 오랜만에 만나 안부를 묻는 친구에게 자동차로 답해야 할 것 같은 강박증을 만들고, 살고 있는 아파트의 브랜드로 결혼 상대의 품격을 달리 평가해야 한다는 주문을 끝도 없이 쏟아내는 기업들의 광고가 문제다.

눈만 돌리면 광고문구로 도배된 세상에 사는 탓에 우리는 명절 가족 모임에 참여해서도 서로의 아파트 가치를 자랑하거나 부러워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갖게 되었다. 이렇게 남과 비교하고 기업의 광고나 마케팅에 의해 조작된 욕구로 만들어지는 풍요는 오히려 끝도 없는 욕구로부터의 소외를 낳게 돼 더한 빈곤에 갇히게 만든다. 또한 욕구를 자극하는 것에 쉽게 이끌려 신용카드와 마이너스 통장과 같은 못 되먹은 금융도구로 충동적인 소비를 하고는 잡동사니에 시달린다. 일본의 인류학자 쓰지 신이치는 경제가 발전하면 할수록 풍요로워지기는커녕 창문도 없는 대형 쇼핑센터, 아스팔트, 스포츠클럽, 다이어트 지옥과 절대로 끝나지 않는 공사판에 갇히고 대신에 품위있는 자연환경과 멀어진다고 지적한다. 중산층들의 소비 구조를 분석해 봐도 1년에 한두 번 쓸까 말까한 전기 제품들을 소유하느라 적지 않은 전기세를 낭비하고 먹지도 못하고 버리는 음식들을 보관하느라 커다란 냉장고를 소유한다. 혹은 버릴 식재료들을 냉장고에 가득히 보관한 채 대형마트의 카트를 채우는 쇼핑에 나서는 주말 이벤트를 어김없이 하기도 한다. 맛집 나들이로 늘어난 몸무게를 줄이기 위해 유해성분이 가득한 다이어트 식품을 먹고 집안일이 귀찮아 자동화 시스템을 좋아하면서 정작 스포츠센터에 가서 살 빼느라 고생한다. 가족의 수는 점점 적어지는데 넓은 집을 소유하려 하고 그 집을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주택담보 대출이자와 관리비에 허덕이고 청소 때문에 또 다른 비용을 감당한다. 수납공간들에는 무언가 가득해 있지만 거의 꺼내 쓸 일이 없다.
이렇게 잡동사니 소비를 하면서 정작 꼭 써야 하고 꼭 쓰고 싶은 곳에는 돈이 없어 빚을 낸다. 혹은 그런 미래를 살지 않기 위해 머니게임의 패자대열에 혹시나 하고 참여하면서 아슬아슬하게 사는 것이다.

많은 돈을 쓰고 소유 자산이 늘어나는 것이 행복한 부자의 삶이라는 생각 자체가 잘못된 마인드 셋이다. 필요 이상의 돈을 생각 없이 쓰고 많은 것을 소유하는 것은 그 자체가 피곤한 삶일 수밖에 없다. 그런 소비와 소유 유지를 위해 많은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정작 돈 버느라 여유있는 삶을 살지 못한다. 심지어 그렇게 치열하게 사는 과정에서 보람을 느끼고 정신적 여유나 충족감을 느끼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미래에 대한 불안함, 즉 계속적으로 높은 고정비용을 감당하느라 많은 돈을 벌어야 할 것 같은 강박증에 공포심마저 느끼는 것이다.

불필요한 곳에 혹은 수동적인 소비 욕구를 채우는 것에 돈을 쓰지 않는 지혜로운 경제 생활이야 말로 품위있고 여유있는 삶을 만들어 줄 수 있다. 이제 새해에는 새로운 마인드 셋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 돈을 많이 쓰는 것은 삶이 구질구질해질 뿐이며, 빚이 있으면 나의 라이프스타일이 구속당할 뿐이다. 돈을 편하게 쓰는 것은 기업들의 꼬임에 수동적 소비를 하고 집안 가득 잡동사니를 소유하는 것이라는 생각, 고정 지출이 적어야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저축은 자산을 쌓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목돈을 쓰기 위함이다.

2010년 지혜로운 경제 생활을 위한 제언

‘자기 인생에 투자하는 것이야말로 확실한 투자’라는 식의 마인드 셋을 스스로 가져보자.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신용카드부터 없애보자. 신용카드는 우리를 일상적인 채무에 허덕이게 만든다. 우리는 모두 우리가 진심으로 원했던 욕구를 실현하느라 돈이 없는 것이 아니다. 조작된 욕망 때문에 신용카드를 긁고 그 결제금을 갚기 위해 다니기 싫은 직장도 절대 때려 치우지 못할 만큼 채무 노예를 자처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특히나 새해부터는 신용카드보다 잔액 범위 내에서 카드 결제가 가능한 체크카드에 더 많은 소득공제 혜택을 준다고 한다. 포인트 혜택이니 할인 혜택같은 것들은 잊자. 어차피 포인트로 할 수 있는 쇼핑은 대부분 잡동사니들이며, 할인 혜택은 또 다른 소비를 유발시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뻔한 속임수에 공짜를 얻었다고 좋아하는 모습은 알고 보면 너무 순진하다 못해 무지한 것이다.

우리의 삶을 신용은커녕 외상과 가불구조로 만들어 버리는 신용카드 자르기,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 달만 고생하면 된다.

두 번째로 반드시 해야 할 것은 고정 지출을 줄이는 것이다. 각종 주거 관리비, 통신비와 식비 등의 일상적인 것은 물론이거니와 교육비와 사보험료, 금융비용 등의 비교적 커다란 고정지출의 규모들을 조금씩이라도 줄여야 한다. 모든 항목에서 아주 조금씩이라도 줄이면 전체적인 고정지출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세 번째는 반드시 저축을 하는 것이다. 생활이 궁핍해도 행복한 사람은 저축이 있는 사람이다. 쓰지 신이치는 “저축이란 무슨 일이 있을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가족, 친척, 우인, 지인 들과 가까운 지역이나 직장에서의 인간관계 속에서 자신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키고 나아가서는 자연계와 교감하는 시간을 갖는 등 살아가는 기술까지를 포함한 넓은 의미에서의 ‘사회 안전망’을 의미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 사회가 폭넓은 사회안전망과 공동체 가치관이 사람들에게 크게 자리잡고 있다면 그 자체가 사회적 저축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는 이런 사회안전망은 크게 부재한 상황이다. 사회안전망 구축에 대한 사회적 활동이 필요하지만 더 나아가 개인적으로 당장 부족한 사회안전망을 보충하고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건강한 생활을 위해서라도 저축계좌를 늘리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정부 발표에 의하면 새해에는 우체국을 통해 서민 계층을 위해서는 10%짜리 서민 전용 보너스 금리 예금을 만든다니 한번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물론 언론 발표에서와 같은 내용과 달라 실망하게 될 우려가 없지는 않지만.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을 체계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록 관리가 필요하다. 금전출납부 식의 가계부가 아니라 자신의 재정 원칙을 기록하고 평가하는 자신만의 회계장부를 만들어 보자.

돈의 종이 되지 않고 돈을 능동적으로 통제하는 자유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라도 위에서 열거한 것들은 반드시 실천해야 할 사안들이다. 부동산 거품붕괴에 대한 우려가 짙은 새해 모두 건전한 경제 마인드 셋으로 위기를 지혜롭게 대처해야 하지 않을까.

제윤경/에듀머니 대표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0년 경제의 복병으로 떠오른 가계부채
도표가 포함된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http://saesayon.org에서 PDF파일 다운로드

두 전직 대통령이 연이어 우리 곁을 떠나고 세계적 금융위기의 여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 난히도 길게 느껴졌던 2009년이 저물고 새해가 밝았다. 새사연은 2010년을 전망하는 연속 기획 [2010 전망]을 마련했다. 올해는 ‘불확실의 시대’로 규정된다. 2009년 하반기로 가면서 차츰 소강상태로 접어든 위기가 다시 파국적 결말을 맞을 것이란 전망도 옳지 않지만, 그렇다고 OECD 최고의 경제회복과 G20 국격 제고라는 장밋빛 치장에만 몰두하는 전망 역시 믿기 어렵기 때문이다 .
이처럼 2010년을 보는 시선 속에는 잿빛 비관과 장밋빛 낙관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새사연은 이 실타래 속에서 ‘희망’이 라는 가늘지만 질긴 실을 찾아 풀어내보려 한다. 여러분도 함께 찾아보길 기대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총괄 : 2010년을 새로운 경제 화두의 원년으로
2. 미국 경제 : 불안한 2010년 미국경제 전망
3. 한국 경제 : 출구전략이 아닌 구조개혁이 필요한 2010년 한국경제
4. 고용 전망 : '신(新)고용전략'의 과제
5. 정치 분야 : 진보세력은 지방선거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6. 보건(사회) 분야 : 2010년 화두, 살만한 세상만들기 프로젝트
7. 남북관계 : 전환기의 한반도, 새로운 10년을 준비해야 할 때
8. 가계 부채 : 2010년 경제의 복병으로 떠오른 가계부채
9. 2010년 가정 경제 운용을 위한 제언
10. 교육 분야

[요약문]

미국발 금융위기의 배경에는 미국 가계의 과도한 부채와 소득에 기반하지 않는 소비가 도사리고 있다. 2009년 한국의 가계부채는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증가하는 현상을 보였다. 가계부채가 파산으로 이어질 경우 금융 시스템 전체에 엄청난 충격을 가할 수 있고, 소비의 급격한 축소가 일으키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세계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다른 국가들은 부채를 줄이고 저축률을 높이는 데 반해 한국의 가계 상황은 거꾸로 가고 있다는 사실에 경각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아직 가계부채가 심각하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부채는 서서히 심각해지는 것이 아니다. 부채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해주던 요인들이 한계점에 도달하는 그 순간 급격히 붕괴될 수 있다. 2010년 한국경제에서 가계부채로 인한 붕괴를 가져올 수 있는 위협요인으로는 두 가지가 거론된다. 첫째, 가계소득의 감소이며 둘째, 이자비용의 증가이다. 2010년 가계부채의 핵심 키워드는 부채 규모의 단순 증가가 아니라 이러한 요인들이 될 것이다.

더불어 현재의 가계부채는 두 가지 위협요인을 증폭시킬 수 있는 구조적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는 가계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과도하게 크다는 점이다. 그만큼 가처분소득이 적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이자비용이 상승하거나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경우 가계가 입는 타격은 더욱 커진다. 둘째는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3개월마다 바뀌는 91물 CD금리와 연동되는 변동금리 대출은 가계부채의 변동성을 가중시킨다. 한편 이는 부동산 대출에 있어서 장기채권이나 주택채권 등의 정책자금은 줄어들고 CD나 은행채와 같이 은행의 시장성 수신자금이 늘어난 결과이다. 즉 부동산 시장을 은행에 맡겨놓은 결과라 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살펴보아야 할 것은 은행의 예대금리 차이이다. 가계 입장에서 예금 금리는 수익이고 대출금리는 비용이다. 그런데 은행은 대출금리를 올리는 만큼 예금 금리를 올리고 있지는 않다. 결국 가계가 받을 돈은 적어지고 가계가 내야할 돈은 늘어나는 것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반대가 될 것이다.

지금의 가계부채는 2008년 말 찾아온 세계 금융위기를 지나오면서 정부와 금융기관이 가계를 희생시킨 결과이다. 정부는 경기부양이라는 이름으로 가계를 주택담보대출과 부동산 투기로 몰아갔다. 은행은 안전하게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대상으로 가계를 선택했다. 따라서 이제까지 가계를 희생양으로 삼아왔던 정부와 은행의 근본적인 경제정책과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두 전직 대통령이 연이어 우리 곁을 떠나고 세계적 금융위기의 여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 난히도 길게 느껴졌던 2009년이 저물고 새해가 밝았다. 새사연은 2010년을 전망하는 연속 기획 [2010 전망]을 마련했다. 올해는 ‘불확실의 시대’로 규정된다. 2009년 하반기로 가면서 차츰 소강상태로 접어든 위기가 다시 파국적 결말을 맞을 것이란 전망도 옳지 않지만, 그렇다고 OECD 최고의 경제회복과 G20 국격 제고라는 장밋빛 치장에만 몰두하는 전망 역시 믿기 어렵기 때문이다 .
이처럼 2010년을 보는 시선 속에는 잿빛 비관과 장밋빛 낙관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새사연은 이 실타래 속에서 ‘희망’이 라는 가늘지만 질긴 실을 찾아 풀어내보려 한다. 여러분도 함께 찾아보길 기대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총괄 : 2010년을 새로운 경제 화두의 원년으로
2. 미국 경제 : 불안한 2010년 미국경제 전망
3. 한국 경제 : 출구전략이 아닌 구조개혁이 필요한 2010년 한국경제
4. 고용 전망 : ’신(新)고용전략’의 과제
5. 정치 분야 : 진보세력은 지방선거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6. 보건(사회) 분야 : 2010년 화두, 살만한 세상만들기 프로젝트
7. 남북관계 : 전환기의 한반도, 새로운 10년을 준비해야 할 때
8. 가계 부채
9. 2010년 가정 경제 운용을 위한 제언
10. 교육 분야

1. ‘전환적 해’를 맞이하며

극적인 반전을 보여주었던 2009년이 지나고, 2010년이 밝았다. 지난해 8월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으로 마련된 극적인 반전은 12월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방북으로 새로운 전환을 예고하면서 끝을 맺었다. 이제 2010년은 이러한 반전의 계기가 이어져서 새로운 한반도가 만들어질지 그렇지 못하면 또 다른 우여곡절을 맞이하게 될지 변곡점이 될 해로 기록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것은 올해 신년사설에서 북한이 보여주는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대화와 협상의 자세와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구축을 위한 관련국들의 논의가 점차 더 구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그 전모가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미국, 중국을 비롯해 일본 그리고 우리 정부까지 여러 가지 다양한 협상과 새로운 사태 전개를 예고하고 있는 데서 중요한 ‘전환적 해’가 될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전환적 해’의 내용을 채우게 될 것은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 6자회담 등 다자회담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 그리고 북미관계 정상화 등이 될 것이다. 이미 지난해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한반도 비핵화와 더불어 평화체제 문제가 향후 핵심적인 협상 내용이 될 것임을 분명히 했고, 클린턴 국무장관은 나아가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논의까지도 예고한 바 있다. 이렇게 보았을 때, 올해는 현재 교착상태에 있는 6자회담과 더불어 다양한 형식의 양자회담이 벌어지고, 이를 둘러싼 각국의 치열한 전략과 전술이 부딪치는 숨 가쁜 해가 될 전망이다.

이는 지금까지 남북관계에서 비공식 접촉 이외에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던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이 커다란 도전 앞에 놓이게 됨을 의미한다. 한반도 평화체제, 비핵화, 그리고 관계 정상화 그 어느 하나 쉽지 않은 과제이며, 이를 두고 우리 정부가 어떠한 정책적 지향성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향후 남북관계도 요동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편, 북미관계 역시 올해 5월에 앞두고 있는 NPT 검토회의, 미국의 중간선거, 그리고 이란을 비롯한 중동 정세 등의 변수에 따라 현재의 변화를 지속하여 새로운 관계 형성으로 나아가게 될지, 또 다른 걸림돌을 만나게 될지 불확실하지만 적어도 현재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고위급 회담을 비롯한 관계정상화를 향한 중요한 일보를 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일각에서는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가 논의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으며, 현실적으로 북미간 직접 협상이 이어지면서 결국에는 관계 정상화를 위한 중요한 진전을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일본 역시 하토야마 총리의 방북 의향 표명이 지난해 말에 이어 올 초부터 이어지고 있으며, 이미 상당한 수준의 비공식 접촉이 이어지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밀접한 협력관계를 보여주고 있는 북중관계는 올해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오히려 중국의 적극적인 중재자의 역할과 평화체제 구축에서의 주도적 역할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이 가까운 시일 내에 성사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현재의 변화에 대한 북한과 중국의 보다 긴밀한 협조와 경제협력의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

결국 올해는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일련의 협상,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혹은 다자회담) 그리고 북미관계 정상화라는 세 개의 키워드를 둘러싸고 다양한 양자회담과 다자회담이 교차하는 해가 될 것이다. 비록 미국의 중간선거, 일본의 참의원 선거, 그리고 우리의 지방선거가 변수로 작용할 것이지만, 현재의 국면에서 심각한 경색과 충돌로 반전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 정부의 선택이 될 것이다. 우리 정부 역시 올해에 들어와 정상회담 추진 등의 전향적인 자세가 엿보이지만 아직까지 정책 전환의 조짐이 분명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2010년은 우리 정부에게도 도전과 선택의 해가 될 전망이다.

2. 북미관계 - 한반도 평화 및 비핵화, 그리고 관계 정상화

2010년의 최대 관심사는 과연 북미관계가 어떤 형태로 드러날 것인가에 있다. 물론, 그 이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북미관계의 향방은 현재의 정세를 규정하는 1차적 요인임에는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0년의 북미관계를 보다 더 주목하는 이유는 지난해에 있었던 보즈워스 방북과 협상의 내용이 올해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날 것인가가 2010년의 한반도 정세를 규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보즈워스의 방북은 북미간 대결의 악순환을 협상의 국면으로 확고하게 전환했으며, 이는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의 근본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보즈워스 방북 이후, 북미 모두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목표를 공유했고(이는 곧 9.19 공동성명의 존중을 의미), 나아가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필요성에도 공감했음이 밝혀졌다. 문제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의제의 우선 순위와 이의 실행이 어떠한 방식으로, 어떠한 협의틀을 통해 진행될 것인가에 있다. 지난 해 방북 직후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기자회견이나 북한 외무성의 발표에서 동시에 지적된 양자 사이의 차이점은 바로 이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미 양자회담과 다자회담의 병행적인 진행을 밝혔고, 부분적으로 이는 북미 직접 협상, 북중회담 등을 통해서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도 북미 직접 협상이 실질적인 협상의 축으로 진행되면서 북중, 북러, 북일 간의 양자 협상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고, 여기에 남북 협상이 이들 회담과 공통성과 독자성을 가지면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여기에는 우리 정부의 정책 선택이 어떻게 이루어지느냐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올해의 북미관계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서 몇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우선은 5월의 NPT 검토회의이다. 비록 후퇴하고 있지만, ‘핵 없는 세상’을 주장한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 지향을 살펴보았을 때, 북한과 핵문제의 성과를 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갈수록 꼬이고 있는 이란 핵문제와 달리 북한의 핵문제는 협상을 통해, 그것도 북미간의 협상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며 양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주고받기’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조선신보>의 보도에서 추측할 수 있는 바와 같이, 북한은 이미 핵포기에 대한 결단을 내부적으로 내린 것으로 보이며, 미국의 협상 여하에 따라 이를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단계적인 폐기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으로서는 5월의 NPT회의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도 북한 핵문제의 가시적인 결과물을 얻고자 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상반기 중으로 북미간의 직접 협상이 이루어지고, 고위급 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북미간 고위급 회담은 두 번째로 눈 여겨 보아야 할 지점이다. 이미 북미간에 놓인 문제는 6자회담의 틀과 수석 대표의 위상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의제로 이동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 및 핵포기, 평화체제 그리고 관계정상화의 문제는 현재의 협상틀로는 담아내기 어렵고, 따라서 고위급의 정치회담이 필연적으로 요청된다. 의제의 무게감에 비추어 보았을 때,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방북이 예상되며, 이렇게 본다면 2000년 당시 조명록 특사와 울브라이트 국무장관의 교차방문과 그해 10월에 발표한 ‘조미공동코뮤니케’가 재등장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겠다. 여기에 지난 2007년 ‘10.4 정상선언’에서 남북이 합의한 3자 혹은 4자 회담을 상기한다면, 한반도 평화체제는 남북미중의 4자에 의해 우선적으로 ‘종전선언’으로 이루어지고, 핵폐기 과정도 병행하여 평화체제 구축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4자 정상 혹은 최소한 외무장관급의 회담이 요구된다. 올해 이 과정이 이루어질 수 있는지는 아직 확정하기 어렵지만, 상반기 중 클린턴 국무장관의 방북이 이루어진다면 올해 안에 베이징 등에서 4자간 ‘종전선언’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북미관계 정상화는 일정한 시간이 요구되며, 미국내 법적인 문제 등으로 전격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만, 이와 관련해 북미 양국의 연락대표부(혹은 연락사무소) 설치 등의 수교 전 단계 과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배제하기 힘들다. 일부의 보도에 의하면,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방북 시에 전달된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에는 북미 관계정상화의 의지와 연락사무소 설치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북한의 경우 관계정상화보다는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철회와 평화체제 구축을 우선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선순위 문제가 지난해 양측의 회담에서 차이점으로 지적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평화체제, 관계 정상화가 맞물리면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북미간 신뢰관계로 보았을 때, 협상은 포괄적으로 진행하되 이행은 단계적으로 ‘행동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따라서 대북 적대정책 철회와 북한의 핵포기 선언, 평화체제 구축과 단계적 핵폐기 등이 서로 맞물리면서 그 결과물로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그리고 북미간 관계정상화의 진전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에는 몇 가지 부정적인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즉, 위의 과정은 모두 북한과 미국이 모두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려는 의지가 확고하게 지속되어야 하며, 국내 정치적인 변수에 의해 흔들리지 않을 때만이 가능할 것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올해 중간선거가 예정되어 있으며, 중동의 정세 - 특히, 파키스탄 및 아프카니스탄에서의 대테러전쟁, 이란 핵문제 등 - 역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지금까지 남북관계에 별다른 전향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우리 정부의 태도도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더욱이 오바마 행정부의 경우 과거 부시 행정부와 달리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중시하는 외교정책을 전개하고 있는 조건에서 우리 정부의 자세는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변수가 비록 중요한 것임에는 틀림없지만 지금의 대화와 협상의 국면을 대결의 국면으로 후퇴시킬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결국 올해의 북미관계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중심으로 - 몇 가지 걸림돌이 있겠지만 - 고위급 회담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는 남북관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과정은 비교적 빠른 시간에 즉, 상반기 중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3. 남북관계 - 북한의 적극적인 유화공세와 주저하는 MB

올초 북한의 신년사설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 표명을 담고 있다. <조선신보>는 더 나아가 ‘극적 사변’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까지 남북관계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전하고 있다. 특히, 이들 표현의 전후 맥락을 통해 지난 정상회담의 과정을 언급함으로써 올해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에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 정부 또한 지난해 말부터 대북 인도적 지원에 적극성을 띠고, 올초에는 남북관계에 새로운 전기를 만들어 내야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남북간에 ‘이심전심’의 정상회담 분위기 조성이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 정도의 수사라면, 남북간에 어느 정도의 정상회담에 대한 공감대 및 일정한 협의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지난해 3차례에 걸친 정상회담을 위한 비공식 접촉이 서로간의 입장차이로 결렬된 것에 비추어보면, 그 이후에도 이러한 비공식적 접촉과 접점을 형성했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경우, 2012년을 바라보면서 대미관계와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진전 - 되돌릴 수 없는 북미관계정상화와 남북관계의 안정적인 진전 - 을 목표로 하고 있고, 이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비핵화 나아가서 남북 협력관계의 새로운 단계로의 발전을 의미한다. 북한의 이러한 목표는 2012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해’를 위한 전략적 판단에 기초하고 있으며, 따라서 쉽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지금까지의 남북관계의 교착과 경색은 우리 정부의 ‘6.15’ 및 ‘10.4’ 양 선언의 불이행 및 대북 강경책에 보다 큰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하여도 쉽게 풀릴 것 같지 않았던 남북관계가 급격하게 유화국면으로 전환된 것은 현정은 회장의 방북과 김정일 위원장의 면담, 그리고 고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한 특사조의사절단의 방문이었다. 이를 계기로 남북간에는 비공식접촉이 이어졌고, 이산가족 상봉 등 부분적인 협력사업이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비핵개방 3000’에 기초한 대북정책을 고수하였고, 북한의 적극적인 유화정책에 주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난해 말부터 약간의 변화된 듯한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은 북미간의 직접 협상에 따른 압력을 들 수 있다. 여기에는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방북 이후 변화된 정세도 자리하고 있다. 또한 일본 역시 북한에의 접근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이 지속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자칫하면 뒤처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 역시 남북 정상회담을 통한 주도권 및 당사자 입장을 주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국내 정치적 상황을 들 수 있다. 세종시 문제, 4대강 문제 등 국내 정치적 현안의 복잡함과 지방선거를 앞둔 정부 및 여당의 선택이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내 정치적 반전을 꾀하고자 하는 정부의 입장에서 정상회담 카드는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

남북의 정상회담은 지금까지의 남북 경색 국면을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북미관계의 개선 및 한반도 평화체제, 그리고 비핵화에 중요한 진전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특히, 현재 끊어진 금강산 관광과 개성관광 등의 남북 협력 사업이 제자리를 찾게 될 것이다. 이는 결국 지금까지의 정부 대북정책이 결국에는 화해와 협력의 정책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를 둘러싼 우리 사회 내의 갈등이 보수의 분열이라는 새로운 현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정상회담을 둘러싼 정치적 역학관계의 문제는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된다. 지난 정상회담을 위한 비공식 접촉이 무원칙적으로 언론에 흘러나온 이유 중의 하나가 여권 내 반대 세력에 의한 것이라면, 정상회담을 반대하는 정치 세력의 움직임은 가장 중요한 변수로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지난 정상회담의 역사를 보더라도 선거를 앞두고 이를 발표하는 것은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맞았던 경험이 있다. 이는 정상회담이 지방선거를 전후로 어느 시점에서 결정되느냐에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될 것이다. 1월 중으로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과 상반기 북미간 직접 협상 및 고위급의 회담 등이 예상된다면, 남북 정상회담 역시 상반기 중으로 열릴 가능성이 높다 하겠다. 최근의 남북 모두에게서 보이는 적극적인 수사를 보면 이미 상당한 수준에서 정상회담에 대한 조율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지 판단된다.

결국 2010년의 남북관계는 지금까지 주저했던 북한의 유화공세에 남한이 호응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를 띠게 될 것이며, 정부로서는 수동적이고 미온적인 대북정책에서의 어쩔 수 없는 변화를 강제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2010년은 우리 정부에게는 지금의 대북정책에서 탈피하여 적극적인 화해?협력의 길을 갈 것인지, 아니면 수동적으로 끌려 갈 것인지에 대한 도전에 맞닥뜨리는 해가 될 것이다.

4. 2010년의 북한 - 경제 강국 건설

올해 초 북한의 신년사설은 유례없는 경제분야의 강조가 돋보이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제목부터가 농업과 경공업에 방점을 찍고 있고,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전 국가적 힘을 집중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2012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해’를 앞두고 경제 분야에서의 성과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김정일 위원장의 ‘6.25 담화’에서 보듯이 모든 힘을 경제 건설에 쏟고 있는 상황이 올해에는 대외적인 여건 변화와 더불어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북한은 2007년부터 부쩍 강화된 시장에 대한 통제와 더불어 지난해에는 전격적으로 화폐개혁을 통해 경제에 대한 국가의 장악과 지도를 강화하였다. 아직 화폐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가 어렵기는 하지만, 일부 언론의 부정적 보도와는 달리 이번의 조치가 차분하게 실행되고 있고, 주민들도 큰 동요없이 이를 받아들이고 있는 듯이 보인다. 이번 화폐개혁의 핵심 목표가 경제에 대한 국가의 지도 강화 및 나아가서는 계획정상화에 있지만, 그 이면에는 오히려 적극적인 대외 개방의 의도도 숨어 있다. 그것은 지난해 9월 김정일 위원장의 대외 개방 및 투자 활성화에 대한 교시가 내려졌고, 이를 위해서는 내부 경제에 대한 국가의 통제력 강화의 요구되고 있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사실, 북한은 이미 오래 전부터 화폐개혁을 구상했던 것으로 보인다. 북미관계의 경색 등으로 인해 화폐개혁의 시기를 연기했던 북한이 전격적으로 이를 실시한 것은 화폐개혁이 가지고 있는 경제적인 의미 못지않게 국제정치적 의미도 눈여겨보도록 하고 있다. 즉, 북한의 화폐개혁은 대외적으로는 개방과 외부 투자의 유인 효과를 높이는 조치의 일환이며, 이는 대외관계가 안정화 될 때만이 가능하다. 구체적으로는 북중 협력관계의 강화 및 북미관계의 진전과 남북관계의 발전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화폐개혁의 전격적인 실시에는 이러한 대외관계에 대한 전망과 더불어 이를 위한 북한의 적극적인 의지가 결합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화폐개혁의 성패는 국가의 공급 능력의 회복이 관건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지난해 ‘150일 전투’와 ‘100일 전투’를 통해 일정한 수준의 공급 능력은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향후 중국과의 협력 강화 및 미국과의 관계 개선 등을 통한 대외적 투자 여건의 마련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해 리근 외무성 국장의 방문 당시, 북한 대표단의 입에서 미국과의 현안 이외에도 북한에 대한 투자에 대한 적극적인 설명 등이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북한이 외부 투자를 받아들이고자 하는 적극적이고, 본격적인 움직임이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한 법제 정비 등도 내부적으로 이루어졌고, 또한, 최근 라선시를 특별시로 변경한 것 등도 이러한 외부 투자의 유치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 북한에게 2010년은 2012년을 위한 확실한 징검다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2012년으로 예상되는 당대회 및 안정적인 후계구도의 마련 등이 올해의 성과에 의해 크게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북미관계의 개선, 평화체제 및 한반도 비핵화 등은 다른 의미로 북한의 국제사회에서의 참여 및 경제적 협력의 안정적 추진 등을 의미하며, 이는 북한 내부의 현안 등을 큰 어려움 없이 추진할 수 있는 대외적 환경의 마련을 의미한다. 특히, 최근 북한이 국제사회에의 참여를 강력하게 요청했다는 보도를 보면, 북한이 앞으로 경제건설을 위한 외부 자본의 유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이 예상된다.

최근 북한을 둘러싼 가장 큰 세간의 관심은 김정일 이후의 후계구도라 할 수 있다. 여러 가지 보도가 엇갈리고 있지만, 김정은으로의 후계는 확정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그를 중심으로 한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식 검증과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후계구도는 시간이 흐를수록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되며, 그런 점에서 올해는 후계구도에 따른 북한의 움직임이 보다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100일 전투의 결속 및 화폐개혁의 성과 그리고 당 조직 등에 대한 사상교양과 조직적 결속의 강화 등은 모두 후계구도의 안정적 구축으로 모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올해 신년사설에서 보이는 당 조직과 사상교양에 대한 강조는 후계자를 중심으로 한 당 조직의 재편이 가속화될 것을 암시한다.

결국 북한에게 올해는 2012년을 향한 중요한 징검다리이며, 결정적인 전환의 해가 될 것이다. 지난 20여년 동안의 기나긴 여정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것인지의 여부가 올해의 성과로 크게 좌우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올해 북한은 다양한 양자회담과 다자회담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대외 여건을 정비하고, 내부적으로는 화폐개혁으로 촉발된 경제 정비와 재건설 그리고 대외 투자를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성과는 후계구도의 안정적인 구축으로 모아지게 될 것이다.

5. 새로운 10년을 준비해야

올해는 2000년대 첫 10년의 마지막이며,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는 해이다. 내외적으로 커다란 변화가 다가오고 있으며, 이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한반도의 상황을 우리의 요구에 맞게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인지가 결정될 것이다. 결국 문제는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과 남북관계의 개선 여부인 것이다. 현재 주저하는 정부의 모습은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다행스럽게도 지난해 말부터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외부 환경에 의해 수동적인 변화로 끝나지는 않아야 할 것이다. 적극적인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정책이 새롭게 짜여져야 할 것이며, 나아가서는 한반도의 정세 변화, 동북아시아 질서 변화에 대처하는 정책 지향을 시야에 포함해야 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남북간 승패 논리에 집착한 정책은 한반도 성공하지 못했다. 설사 성공했더라도 그것은 냉전의 방정식에 의한 것이었다. 이미 세계는 탈냉전으로 접어든지 20여년의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냉전의 방정식에 의한 승리가 아니라 공동의 승리를 추구해야 할 때이다. 남북 모두가 승리하는 것이 곧 통일의 길이며, 지금의 복잡한 상황을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할 수 있다.

2010년은 이미 다가왔다. 그리고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장을 내밀고 있으며,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새로운 10년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서 2010년은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