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정치2012.11.05 14:31

2012 / 11 / 02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Story Briefing]투표시간 연장해야할 사회경제적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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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교체’라는 거대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12월 19일 대선을 앞두고 ‘투표시간 연장’이라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정치 참여를 확대해야 하는 길고 긴 사회경제적 이유가 있다. 한편에서의 비정규직 확대와 고용불안으로 인해 투표시간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고, 또 다른 편으로 정치에 대한 불신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비정규직과 고용불안으로 인한 불평등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불신의 정치를 개혁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투표를 해야 한다.

왜 정치를 바꿔야 하는지 7가지 장면을 가지고 공감해보자. 미국의 전 노동부장관을 역임했던 비판적인 경제학자 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가 대다수 미국인을 위해 작동해왔던 경제와 민주주의가 위험에 빠지게 되고 극소수 부자와 힘 있는 계층으로 부와 권력이 집중되었다고 비판하면서 현재 미국 경제의 모순을 다음의 7가지 사실을 통해 적시한 것을 옮겨본 것이다.(Robert Reich, 2012,『Beyond Outrage』,서문)

 

1. 지난 30년 신자유주의 시대 동안에 경제성장의 과실은 최상층 1%에게로 집중되었다.

 


현재 미국의 400대 최고 부자들은 미국 시민 절반인 1억 5천만 보다도 많은 부를 가지고 있다. 미국 최고 경영자 중위 연봉은 870만 달러(약 100억 원)이다. 월가의 경영자와 핵심 펀드매니저와 일반 미국인의 임금 격차는 현재 약 300배다. 30년 전까지만 해도 30배에 불과했다.

우리나라는? 얼마 전 언론보도에서 삼성전자 등기 임원의 연봉이 109억 원이었다. 삼성전자 직원 평균 연봉의 약 120배라고 한다. 우리나라 최저임금 기준으로 연봉 환산을 하면 약 1000만원에 불과하다. 삼성전자 등기 임원과 1천배 이상의 격차가 벌어진다. 하물며 최저임금 이하의 급여를 받는 노동자도 수백만임을 기억해야 한다.

모든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했다!

 

2. 2008년의 대침체(Great Recession) 이후 경제는 5년째 거의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소득과 재산이 최상층에게 집중되고 있기 때문에, 거대한 미국이 중산층도 소득이 늘지 않았고, 때문에 빚을 얻어서 소비했다. 2007년까지 빚을 포함하여 소득의 110%를 소비했다. 빚으로 주택을 사고 금유투자를 했다.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로 부채거품이 터졌다. 더 낮아진 소득 100% 가운데 이자 상환을 하고 나면 소비가 대폭 줄어들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년 동안 가계 소득은 5배 정도가 늘었는데 부채가 10배가 늘었다. 1992년 110조 원이던 가계 부채는 현재 1100조 원으로 불어났다. 미국 시민과 마찬가지로 빚을 얻어 주택을 샀고, 주택가격은 이제 하락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빚을 얻어 소비할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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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연의 [잇:북]2012.07.31 11:22

2012 / 07 / 30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테마북] 재벌개혁 경제민주화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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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장. 경제 자유화인가 경제 민주화인가.

2장. 재벌개혁 없는 경제 민주화는 가능한가.

3장. 경제 민주화와 시장의 역할, 국가의 역할

4장. 경제 민주화인가 보편복지인가.

 

[글머리에]

불평등의 세계화, 경제 민주화를 부활시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시민운동의 화두는 ‘불평등(inequality)’해소이다. ‘1%에 의한, 1%를 위한, 1%의’ 사회를 개혁하여 99%가 더 나은 삶을 보장받는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1990~2000년대 신자유주의 경제 성장기에 감춰졌던 소득 불평등 구조가 경제위기가 터지면서 수면위로 부상했다. 위기에도 불구하고 상위 1%는 타격을 거의 받지 않는데 비해 서민은 심각한 빈곤으로 떨어져 생존권을 위협받고 중산층은 쪼그라드는(squeezed middle)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도 다르지 않다. 2010년 기준 한국의 상위 1%가 차지하고 있는 소득 비중은 11.2~11.5%인데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의 6.97%에 비해 거의 두 배가 늘어난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사회의 경제적 불평등과 상위 1%로의 부의 쏠림현상이 심각했음을 알 수 있다.

위기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상위 1%인 금융회사들이 손실을 사회화시키면서 오히려 불평등을 심화시키자, 2011년 카이로에서 스페인, 이스라엘, 영국, 인도, 그리고 월가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서 1%의 탐욕과 불평등에 저항하는 시민사회의 운동이 확산되어갔다. 불평등의 세계화가 저항의 세계화를 낳은 것이다.

중국효과 덕분에 위기의 충격에서 다소 벗어나 있었던 동아시아의 불평등 심화 역시 예외는 아니었고 한국경제도 마찬가지였다. 2010년에는 6%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고 2011년7월까지 주가가 2200포인트에 도달한 한국경제지만, 그것은 삼성과 현대차 등 유력 재벌의 ‘나 홀로 성장’이거나, 세계적 과잉 유동성이 신흥국에 흘러들어온 ‘해외자본 유출입 효과’로 만들어진 것일 뿐, 국민들의 생활향상과 동떨어졌다.

우리나라에서 고용불안과 경제적 불평등, 불공정의 뿌리이자 부를 독점하는 1%가 있다면 당연히 그 맨 앞자리에 재벌 대기업 집단이 있어야 한다. ‘부유한 월가와 가난한 미국 국민’이 있다면 ‘부자 삼성과 가난한 한국 국민’이 우리 앞에 있는 냉엄한 현실인 것이다. 시위에 참여한 미국 시민들이 ‘월가에게 금융규제를, 증세를, 사법처리를’ 구호로 내걸고 있다. 한국에서는 재벌 대기업 집단에게 규제를, 증세를 해야 하고 불법적인 증여 상속 등에 대해 법의 엄정한 집행을 해야 한다. 재벌개혁 경제 민주화는 이러한 역사적 흐름을 배경으로 하여 외환위기 이후 15만에 역사적으로 부활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과거처럼 자본시장 범주 내에서의 일부 소액 투자자 운동이나 전문가 운동이 아니라 ‘시민적 민생운동’으로 차원을 달리하면서 상인들과 소비자, 노동자들과 중소기업의 생활현장에서 부활하고 있다.

 

경제 권력이 집중되면 경제 독재가 나타난다.

월가 시위대들의 분노의 표적이 된 월가 초대형은행에 견줄만한 대한민국의 1%는 누구일까. 바로 삼성, 현대, SK, LG로 대표되는 재벌 대기업 집단이라고 주장할 근거가 있는가? 삼성과 현대 그룹의 공식적인 자산 총액은 한 해 국가 예산규모를 상회하는 330조원이 넘는다. SK와 LG까지를 포함하는 4대그룹의 작년 매출액 603조 원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 규모의 절반을 웃돈다. 이들은 금융위기 이후에도 그 규모를 계속 키워서 2007년 대비 계열사 수자가 최소 30%이상 늘어났다. 2012년 삼성그룹이 81개, 현대 그룹이 56개, 그리고 SK그룹이 94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너무 커져서 도저히 해체나 파산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지경이다. 더욱이 이들은 과거처럼 정권의 눈치나 보는 위약한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정권에게 훈수를 두고 여의도 국회에 촘촘하게 로비를 하며 자사 싱크탱크를 동원하여 이데올로기를 만들어낼 능력까지 보유하게 되었다. 미국의 월가가 그런 것처럼 진정한 실세로서 권력을 쥐게 된 것이다.

힘이 집중되면 그 힘은 남용될 수 있다. 정치권력이 집중되면 독재가 나타나고 시장 점유율이 집중되면 독점이 나타난다. 나아가 시장에서의 독점 권력을 넘어서 ‘선출되지 않은 사회권력’으로 진화하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더 걱정스러운 것은 커져가는 재벌권력을 제어할 최소한의 법적 제도적 수단들이 모두 해제되고 마땅한 견제 세력도 없는 실정이다. 김종인 전 의원은 "정치민주화의 골자가 정치독재를 막는 것이었다면, 경제민주화의 골자는 경제독재를 막는 것"이라며 경제 민주화가 반드시 재벌개혁을 수반해야 함을 지적하고 있다. 정당한 주장이다.

 

헌법에 따라 국가는 시장의 경제 권력을 규제해야한다.

외환위기 이후 15년 동안 규제를 완화하고 시장의 자율에 맡긴 결과는 양극화의 심화였고 재벌권력의 비대화였다. 양극화는 더 이상 시장의 자동조절 메커니즘으로 완화되지 않으며 재벌권력도 시장에서 견제되지 않는다. 헌법의 민주주의 정신에 따라 국가가 나서야 한다. 일부에서는 헌법 119조 2항의 경제 민주화조항 이전에 119조 1항 경제 자유화 조항이 있다면서 국가의 시장개입을 지금처럼 막으려고 한다.

그러나 시장은 신성불가침의 성역 같은 것이 아니다. 우리의 헌법 제 1조 1항은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가 민주 공화국임을 선언하고 있다. 민주주의가 모든 가치에 우선한다는 뜻이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이 시장 경제와 경제 주체들의 자유를 옹호한다면 그 역시 민주주의에 가장 부합하는 경제 형태이기에 선택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시장 경제는 선험적인 절대 선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장이 잘 작동하는 영역이 있는가 하면 보건이나 교육처럼 시장 메커니즘으로 해결이 안 되는 생활 영역도 있을 것이다. 금융처럼 시장에서 작동시키되 일정한 규제나 공공의 참여가 필요한 영역도 있다.

모두 민주주의라는 가치 안에서 작동해야 한다. 자유 시장을 해치지 않는 한도에서 경제 민주화를 말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시장의 자유가 있는 것이다. 새로운 체제를 만드는 화두가 경제 민주화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리고 제 1 과제는 민주주의 허용범위를 심각한 수준에서 일탈한 동시에 자유 경쟁시장 조차 파괴하고 있는 재벌의 이익추구 행위를 개혁하는 것이다. 이제 헌법 119조 2항이 명시한 경제에서의 국가의 역할 즉, ①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 ② 적정한 소득의 분배, ③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 남용 방지, 그리고 ④ 경제 주체간의 조화를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할 시점에 있다.

지금 경제 민주화의 가장 긴급하고 우선적 과제는 국민경제라고 하는 경제 생태계에서 재벌의 독식이 도를 넘어섬으로써 노동자, 상인, 소비자, 중소기업 등 나머지 경제주체들이 같은 공간에서 생존하고 공생할 수가 없게 되었다는 데 있다. 재벌구조 내부의 민주화를 논하기에 앞서 재벌과 여타 경제주체들이 같은 국민경제 생태계에서 공존할수 있도록 할 민주화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가는 재벌의 과도한 경제력 남용을 억제하는 한편, 과도하게 권리가 침해된 다른 경제주체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재벌들과 공기업들부터 비정규직 사용 남용이나 정리해고 남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더 많은 노동자들이 단결하고 단체 협상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이름아래 십 수 년 동안 진행되어 온 체계적인 노동권 약화시도를 되돌려야 한다.

경제위기 이후 새로운 재벌개혁운동을 일으킨 상인들이 지역 상권에서 생존하고 서로 협력하여 발전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들을 보강해야 한다. 소매, 도매, 온라인 시장에서의 재벌들의 무차별 진입을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

주요 필수 품목들에 대한 재벌의 독과점 가격 횡포와 담합행위 등을 당사자인 소비자들이 직접 해결할 수 있도록 소비자 집단소송 요건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 납품 중소기업들의 원가절감과 기술혁신, 생산성 향상 노력이 정당하게 이익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재벌들의 무리한 납품가격 인하를 억제해야 한다. 스스로 납품가격 협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중소기업 단체들에게 협상권을 부여해야 한다.

무엇보다 재벌의 과도한 경제력 남용을 방지하고 일정한 제도적 틀 안에서 경제활동을 하도록 기업집단법과 같은 제도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각종 세금 감면 등 이미 종료했어야 할 특혜도 이젠 거둬야 한다. 이익독식을 노린 탈법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같은 강력한 벌칙이 뒤따라야 하고 재벌을 감독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권한을 대폭 보강해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 재벌 집단 내부의 의사결정체계나 소유 지배구조, 상속 관계 등이 아무래도 좋다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내부구조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밖으로 잘못된 행동이 나오는 것이다. 무리한 사업 확장이 무리한 이윤추구를 불러오는 것이고, 독단적인 의사결정이 주위의 이해관계자의 이익 침해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경제 민주화는 한 시대의 과제다.

김종인 전의원은 "1962년부터 1987년까지 25년은 압축 성장, 1987년부터 2012년 현재까지 25년은 정치민주화의 시기였다면 앞으로는 경제민주화의 시기"라고 규정했다. 맞는 말이다. 보편 복지와 함께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는 일시적 구호가 아니다. 지금까지 수십 년 역사를 통해 누적된 구조적 문제와 시대적 전환의 산물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보편복지와 경제 민주화는 2010년대 내내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의제가 되어야 한다. 더욱이 경제 민주화는 금융 민주화로, 노동 민주화로 그 내용을 더욱 확장시켜 나감으로써 우리사회가 경제적 민주주의를 심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한 마디로 한국사회가 ‘정치 민주국가’이자 ‘경제 민주국가’, 그리고 ‘보편 복지국가’가 되려는 긴 도정을 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공룡이 이 지구상에서 사라진 것은 초식동물을 위한 풀과 나무를 다 먹어치워서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현재 대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소기업 업종과 중소상인들을 괴멸시키는 상황인데, 그렇게 되면 결국 대기업도 죽게 되어 있습니다." 2011년 재벌개혁 이슈가 부상하기 시작할 때 지식경제위위원회 위원장을 맡던 민주당 김영환 의원이 한 발언이다. 점점 더 ‘상수’가 되어가는 경제위기 국면에서 공룡의 횡포를 막아 생태계를 지켜보자는 경제주체들의 생존 움직임이 바로 경제 민주화다. 재벌 독식의 ‘약탈적 공생관계’를 개혁하고 진정한 공생이 가능한 경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또한 경제 민주화의 목표와 지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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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6 / 28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재벌개혁 없는 경제 민주화가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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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1. 한국의 점령운동은 누구에게 향하는가?
2. 이스라엘 시민들이 재벌에 분노한 이유
3. 재벌과 투기자본 중 하나를 ‘선택’하라니?
4. 재벌개혁 없이 경제 민주화가 가능한 영역은 없다.

 

[본 문]

지난 6월 22일 새사연과 참여연대, 민변, 민주노총을 포함한 각계의 단체들이 연대하여 ‘경제 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위한 시민연대’(경제 민주화 시민연대) 준비조직을 만들었다.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가 논쟁의 장에서 실천의 장으로, 개별적 저항에서 연대운동으로 전환되는 순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

경제 민주화 시민연대는 “재벌이 이미 중소상인, 중소기업, 소비자, 노동자 등 각계각층 국민대중의 생존과 생활에 깊숙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말로만 하는 동반 성장론이나 재벌과의 타협론은 국민대중의 심각한 생존과 생활의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으로, 아주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경제민주화와 재벌체제 개혁을 위한 정책 및 입법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결성 취지를 밝히고 있다.

시민연대의 명칭에서나 결성 취지문에서 이른바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가 항상 함께 따라다니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경제 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위한 시민연대’의 약칭을 ‘재벌개혁 시민연대’로 할 것인가 아니면 ‘경제 민주화 시민연대’로 할 것인가를 두고 약간의 토론도 있었다. 보다 포괄범위가 확장된 경제 민주화 시민연대로 어렵지 않게 약칭을 정했지만 그 안에 재벌개혁이 전제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경제 민주화와 재벌개혁은 어떤 상관관계에 있을까. 더 나아가 재벌개혁을 강조하지 않고 경제 민주화를 주장할 수도 있는 것일까.

 

1. 한국의 점령운동은 누구에게 향하는가?

외환위기 이후 15년 만에 재벌개혁 요구를 다시 우리사회의 가장 중요한 의제로 다시 끌어올려준 것은 글로벌 경제위기였고 이로 인한 불평등의 심화였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재벌개혁 경제 민주화운동은 2011년 카이로에서 월가까지 세계를 휩쓸었던 월가 점령운동의 맥락과 닿아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우리나라에서는 ‘점령하라’ 운동이 왜곡되어 전개되었다. ‘1퍼센트에 맞서는 99퍼센트의 운동’이 투기적인 세계 금융 자본과 재테크 자본시장에 대한 비판의 맥락에서 전개된 것이 아니라, 반재벌 운동의 맥락에서 전개된 것”이라는 비판이 일부에서 제기되었다. 우선 이러한 문제제기부터 풀어보도록 하자.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그 동안 감춰졌던 불평의 세계화가 수면위로 부상하고 이것이 곧 저항의 세계화로 전환되었다. 그 상황에서 세계적인 분노의 대상이 월가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금융자본인 것은 맞다. 그러면 한국에서 글로벌 투자은행의 한국버전이라고 할 여의도 증권가 자본이 우리 국민의 분노의 대상이고 99%가 저항해야 할 1%인가. 아니다. 우리 연구원은 한국에서 점령운동 시위를 하기도 전인 2011년 10월 초에 아예 의도적으로 운동을 왜곡할 목적의 주장을 했다. 한국에서는 월가점령운동을 도식적으로 모방하여 여의도 증권가 앞에서 시위를 하면 안 되고 삼성과 같은 재벌 대기업 집단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월가 시위대들의 분노의 표적이 된 월가 초대형은행에 견줄만한 대한민국의 1%는 누구인가. 우리 경제에서 ‘너무 커서 존재해서는 안 되는 존재’는 누구인가. 바로 삼성, 현대, SK, LG로 대표되는 재벌 대기업 집단이다. 삼성과 현대 그룹의 공식적인 자산 총액은 한 해 국가 예산규모를 상회하는 330조원이 넘는다. SK와 LG까지를 포함하는 4대그룹의 작년 매출액 603조 원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 규모의 절반을 웃돈다. 이들은 금융위기 이후에도 그 규모를 계속 키워서 2007년 대비 계열사 수자가 최소 30%이상 늘어났다. 현재 삼성그룹이 78개, 현대 그룹이 63개, 그리고 SK그룹이 86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너무 커져서 파산시킬 수 없을 지경이 아닌가. 더욱이 이들은 과거처럼 정권의 눈치나 보는 위약한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정권에게 훈수를 두고 여의도 국회에 촘촘하게 로비를 하며 자사 싱크탱크를 동원하여 이데올로기를 만들어낼 능력까지 보유하게 되었다. 미국의 월가가 그런 것처럼 진정한 실세로서 권력을 쥐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삼성의 스마트폰 선전의 예로 알 수 있듯이 월가와 달리 부단한 기술혁신과 경쟁력 강화로 얻은 대가이고 때문에 비난받을 수 없는 것인가.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이미 올해 상반기에 크게 공론화된 것처럼, 하청기업에 대한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 골목상권이나 MRO사업 등에 이르기까지 무분별한 시장 잠식, 통신과 유류를 포함한 각종 독과점 가격 등을 통한 이익추구가 대기업 현금창고를 채우는데 기여했던 것이다. 또한 경제위기 와중에 정부의 규제완화, 감세, 고환율 정책의 지원을 받아 수익행진을 구가했음도 주지의 사실이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고용불안과 경제적 불평등, 불공정의 뿌리이자 부를 독점하는 1%가 있다면 당연히 그 맨 앞자리에 재벌 대기업 집단이 있어야 한다. ‘부유한 월가와 가난한 미국 국민’이 있다면 ‘부자 삼성과 가난한 한국 국민’이 우리 앞에 있는 냉엄한 현실인 것이다. 시위에 참여한 미국 시민들이 ‘월가에게 금융규제를, 증세를, 사법처리를’ 구호로 내걸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재벌 대기업 집단에게 규제를, 증세를 해야 하고 불법적인 증여 상속 등에 대해 법의 엄정한 집행을 해야 한다. 한국에서도 99% 국민운동이 번질 조짐이다. 99%를 환영한다. 당사자의 행동이야말로 진정한 변화를 열어갈 최후의 대안이기 때문이다. 99% 한국 국민이 저항해야 할 1%는 재벌 대기업집단이며 요구해야 할 핵심구호는 재벌개혁이다.”

 

2. 이스라엘 시민들이 재벌에 분노한 이유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런 ‘왜곡’은 우리나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대표적으로 이스라엘 시민들도 2011년 저항운동의 칼끝을 자국의 재벌을 향해 겨눴다. 그리고 그 결과 실질적인 2012년 4월 정부로부터 실질적인 재벌 쪼개기 조치를 받아냈다.

지난해인 2011년 8월 700만 인구의 이스라엘에서 30만이 거리로 나왔던 전무후무한 시위가 있었고, 이는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우리의 경우처럼 아랍권과 대치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특수 조건 때문에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주택 값이 너무 올라 텐트시위를 한 것이 발단이었으니 정확히 지난해의 세계적인 저항운동의 궤도위에 있었던 시위임은 물론이다.

그런데 이스라엘도 앞선 튀니지나 아랍처럼 치솟는 물가를 감당하기 어려워했던 서민들이 시위를 한 것인가. 유사하기는 하지만 약간 다른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의 물가는 4%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인플레이션이 직접적인 시위의 원인이었던 이집트의 작년 물가 상승률이 13%이었고, 인도가 6.8%, 중국이 5.4%, 그리고 우리나라 4.0%였던 것을 생각해보면 종합적인 소비자 물가 상승이 이스라엘 국민을 거리로 나오게 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남유럽처럼 실업이 심각한가. 아니다. 실업률도 경제위기 초기에 7% 수준에서 작년에 5.6%로 낮아지면서 완화되고 있는 중이다. 최근 유로 지역 실업률이 10%를 돌파하고 스페인은 20%를 훌쩍 넘어간 것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 그러면 부채와 재정 상태는 어떤가. 국가총부채는 GDP의 74%정도이고 재정적자 규모도 -4%전후여서 그 자체만으로는 유럽 국가들에 비해 심각하다고 할 만한 것은 아니다.

그러면 이스라엘 시민을 분노하게 만든 것은 무엇이었나. 역시 핵심은 불평등이었다. OECD국가들 가운데 이스라엘보다 불평등 정도가 높은 국가들이 4개 국가 밖에 없을 정도로 이스라엘의 불평등은 심각하다. 2008년 기준 이스라엘의 지니계수는 3.9인데, 유럽 연합이 3.0 전후이고 우리나라도 3.1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3만 달러 국가치고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불평등 정도를 기록하고 있다. 2000년대 초에 3.5에서 빠르게 악화된 것이다. 이러한 불평등의 결과 2008년 기준 빈곤선 이하의 가구가 무려 24%였다는 것, 때문에 상당한 가구가 소득으로 식료품과 주거, 교육과 건강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분노가 폭발한 것이 바로 2011년 8월의 이스라엘 시위였다는 것이다.

심각한 불평등 구조가 계속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약간의 추가적인 물가 인상이나 소득정체도 곧바로 생활의 타격을 받게 된다. 그런데 불평등과 물가 부담의 본원적 원인이 독점적 재벌(monopolistic conglomerates)이 경제를 통제하여 독점가격을 매기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스라엘 시민들의 판단이었던 것이다. 최근 우리 국민들이 석유가격에 대한 정유 독점재벌의 독점가격이 있고, 통신비에도 통신재벌들의 독과점 가격이 있다는 강한 의문을 갖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덧붙이면 이처럼 물가가 전반적으로 비싼 가운데, 동시에 이스라엘의 과도한 군사비 때문에 교육과 보건의 공적 지출 비중이 구조적으로 적어 사회보장 시스템이 취약했던 것도 한 몫을 했던 것이다.

규제 풀린 금융시스템이 붕괴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경제를 장기침체로 몰아넣고 소득 불평등의 강도가 커지면서 전 세계 시민들이 곳곳에서 저항운동을 시작했다. 논리적으로는 이들에게 공통의 분노의 대상은 월가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금융자본일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일으킨 장본인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구체적인 형태는 국가마다 다르다. 신자유주의가 착근된 형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해외자본이 좌우하는 금융시장과 재벌 대기업집단이 절대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실물시장으로 이중화 되어있는 특징이 있다. 때문에 한국경제의 구조개혁도 한편에서는 금융시장에서의 대외충격을 줄이기 위한 ‘자본통제’와, 다른 편에서의 실물시장에서의 재벌의 독점 횡포를 억제하기 위한 ‘재벌개혁’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금융통제와 양극화 해소는 민주적 대안의 길에서 같이 가야 할 두 바퀴 친구가 되어야 한다.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는 금융통제 없이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들이 계속 되었던 것을 새길 필요가 있다.

 

3. 재벌과 투기자본 중 하나를 ‘선택’하라니?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서 최근 세 가지 갈래의 의견들이 있다. 첫째 의견은 의외로(?) 보수적인 새누리당에서 대변해 주었다. 지난 6월 5일, 새누리당 경제 민주화 실천모임에서 이혜훈 최고위원이 6쪽 자리 발표 자료를 통해 “재벌개혁은 경제 민주화를 위한 선결조건”이라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는 힘의 균형과 견제인데 재벌의 경제력 집중은 이러한 힘의 균형과 견제의 원리가 원천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게 막아 힘의 남용을 초래한다.” “정치권력이 집중되면 독재의 폐해가, 시장 점유율이 집중되면 독점의 폐해가 나타난다.” “경제의 영역에서 민주화를 달성하기 위한 경제 민주화는 이러한 민주주의 원리가 작동되지 못하게 하는 재벌의 문제점을 고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혜훈 최고위원의 주장은 가장 상식적이면서도 정당한 주장이다. 이런 주장을 개인 이혜훈이 아닌 전체 새누리당이 얼마나 수용하고 지속시킬지는 일단 지켜보도록 하자.

그러면 정작 당사자인 재벌들의 생각은 어떨까. 경제 민주화의 칼끝이 자신들에게 향해 있음을 잘 알고 있고 있는 전경련은 경제 민주화가 자신들이 아닌 그 누구에게 향해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다만 규제를 할 때는 법률에 근거해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할 뿐이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대 중소기업 간 양극화 해소를 위해 ‘재벌 구조의 경제 민주화’ 와 ‘재벌과 중소기업 간 경제 민주화’를 강조하며 다양한 정책들을 제시하고”있다면서, “사전적인 행정규제 중심의 대 중소기업 간 양극화 해소 정책들을, 되도록 사후적인 사법적 구제강화 정책들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소비자 등의 이익에 부합하는 헌법 합치적 양극화 해소방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세 번째 의견은 앞서 보았듯이 한국의 점령운동이 재벌을 향한 것이 ‘왜곡’이라면서 경제 민주화운동이 필요하다면 그 핵심 문제제기 대상은 재벌 보다는 투기자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실세가 미국인가 군부독재인가 하는 오래된 논쟁이 떠오르기도 한다. 물론 우리나라 주요 재벌기업은 과거 군부정권과는 차원이 다르게 단순히 국내자본이 아니고 이미 글로벌 플레이어인 점부터가 확연히 다르지만 말이다.

전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눌러 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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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9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정치권에서 전례 없이 중요한 사회개혁 의제들이 쟁점이 된 2011년 한 해였다. 물론 반값등록금, 무상급식과 보육지원 확대 등을 포함한 복지개혁이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 또 다른 중요한 의제도 있었다. 하나는 2011년 상반기 내내 논쟁이 됐던 재벌개혁 이슈다. 올해 초에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의 ‘초과이익 공유제’ 제안을 기폭제로 해서 일감 몰아주기 문제,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 부활 문제 들을 필두로 실로 오랜만에 재벌개혁이 우리사회의 중요한 화두가 된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에서 경제민주화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일부에서 재벌개혁을 확산시키려고 했지만, 재벌들의 보이콧으로 동반성장위원회가 사실상 좌초하는 등 지속적인 힘을 얻지는 못했다.

하반기에 들어오면서 우리사회는 이른바 버핏세로 상징되는 ‘부자증세’가 사회개혁 이슈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이는 복지재원 마련이라는 측면에서뿐 아니라 부를 독식해 온 1%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국내외적 여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적으로 재벌개혁에 대한 요구가 잠복해 있는 가운데 세계적으로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부자증세가 필요하다는 움직임이 국내 정치에 반영된 것이기도 했다.

미국의 버핏세는 주로 근로소득자에 비해 투자소득자들의 세금이 낮다는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투자소득 과세 비율을 올려야 한다는 식으로 논의가 확대됐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포괄적인 부자증세의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소득세·법인세·주식 양도세 모두에 걸쳐 증세 논의가 불붙은 것이다. 소득세에 대해 현행 과표구간 8천800만원 이상에 대해 35%의 세금을 부과하는 체계를 수정하고 1억5천만원 이상 구간을 새로 만들어 40% 과세를 하자는 주장이 그 예다.

또한 법인세에 대해서는 현행 과표구간 2억원 이상에 대해 22%의 세금을 부과하던 것을 바꿔 영업이익 500억원 또는 1천억원 이상의 구간을 신설하고 여기에 25~30%의 세금을 부과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금융과세에 대해서는 면세 혜택을 주고 있는 파생상품시장에 대해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거래세를 부과하는 동시에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부동산 거래와 마찬가지로 과세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던 것이다.

하반기부터 불어닥친 부자증세 분위기로 인해 이명박 정부는 당초 소득세와 법인세 추가 감세 계획을 일단 철회했다. 그 후 증세를 일관되게 주장해 온 민주노동당은 물론 민주당까지 소득세와 법인세, 금융 양도차익에 대한 증세를 주장했고 심지어는 여당 일부에서도 증세를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바야흐로 복지논쟁이 본격적인 부자증세 논쟁으로 확산되면서 최소한의 증세가 실현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적어도 부자증세의 2011년 판 결론은 허탈하다. 지난 2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 합의된 결과는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 무산, 법인세는 과표구간 2~200억원 사이는 예정대로 20%로 감세, 200억원 이상에 대해서만 현행 22% 유지였다. 최소한의 증세는 고사하고 일부는 예정대로 추가 감세까지 한 것이다. 하반기 한나라당을 포함한 정치권의 무성한 부자증세 논의가 무색해지는 상황이다.

지금 시점에서 한국과 세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부자증세 논쟁은 단순히 ‘공평 과세’ 차원이나 ‘복지재원 마련’ 차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지난 30년 동안 작은 정부를 주창하면서 가파르게 감세기조를 이끌어 왔던 신자유주의 정책 실패를 반전시켜야 한다는 역사성을 담고 있다. 전 세계는 자유주의 금융시장 실패로 인한 엄청난 경제추락을 막기 위해 국가재정 투입으로 경기회복을 모색하고 있지만 그동안의 감세로 인해 재정여력이 바닥난 상태다. 우리나라도 규제완화와 감세로 대기업이 성장하면 국민생활이 개선될 것이라던 적하효과가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 감세의 철학도, 현실적인 효과도 모두 잘못됐다는 얘기다.

부자증세는 1%대 99%로 양극화를 구조화시켜 왔던 신자유주의 소득불평등 구조를 국가의 재분배를 통해 완화한다는 중대한 의미를 담고 있다. 99%에서 1%로 집중된 부와 99%의 소득정체는 현재 경제위기를 고착시키는 최대의 원인이기도 하며 전 세계에서 실업과 불평등에 저항하는 사회운동을 일으키는 핵심 요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사회적 재부가 노동에서 기업으로, 재벌 대기업으로 편중돼 왔다는 점에서 법인세 증세는 재벌의 사회적 책임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시대가 변하고 있다. 보수세력이 부자증세에 대해 ‘세금폭탄’이라면서 국민을 현혹할 시기는 지났다는 것이다. 복지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높아지면 질수록, 재벌개혁 요구가 커지면 질수록 부자증세 요구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될 것이다. 2012년 선거 공간에서도 “국민에게 복지를, 부자에게 증세를”이라는 구호는 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게 될 것이다. 부자증세를 둘러싼 논쟁은 2011년 12월27일 종결된 것이 아니다. 새해 시작과 함께 2012년에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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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제 분노한 월가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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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월가시위는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가?
2. 1%가 소득과 재산을 지배하는 사회
3. 고용없는, 그리고 임금없는 회복
4. 생산성과 실질임금의 동반상승
5. 1%경제는 지속가능한가?

[본문]
1. 월가시위는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가?

최근 월가점령 시위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내일은 서울을 비롯한 세계 400여개 주요 도시에서 ‘99%의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될 계획이다. 미국의 월가시위대는 왜 분노하고 있으며,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 것일까? 대답은 아주 간명하다.

“1%의 탐욕과 부패를 우리들 99%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99%, 전쟁종식, 부자과세(We are the 99%, End the War, Tax the Rich!)”라는 대중적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주주의를 아주 쉽고 명료하게 정의하면,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라 할 수 있다. 국민이 나라의 주권을 가지고 스스로 정부를 구성하여 국민을 위해서 복지를 향상시키는 정치를 하는 시스템을 바로 민주주의라 한다. 그러나 미국 사회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스티글리츠 교수가 명쾌한 칼럼에서 지적한 것처럼, “1%의, 1%에 의한, 1%를 위한” 사회다. 1%와 99%로 구분된 사회를 시티그룹은 2005년 한 투자보고서를 통해 “부자가 권력을 행사하는” 플루토노미(Plutonomy)라는 신조어로 정의하기도 하였다.

2. 1%가 소득과 재산을 지배하는 사회

자본주의 사회에서 권력의 통제는 소득이나 재산과 밀접한 관련을 지닌다. 통상 재산이라고 하면 개인(또는 가계)이 소유한 모든 자산의 가치에서 부채를 차감한 순자산을 말한다. 그러나 소득분포 연구에서 부동산, 주식, 채권과 같이 부의 축적 수단으로서 시장에서 거래되는 자산으로 한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소득은 임금, 배당금, 이자, 임대수익 등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론적으로는 소득은 재산의 수익률에 의존하기 때문에 재산이 많다고 해서 꼭 소득이 높은 것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재산분포의 꼭대기를 차지하는 부자들의 소득이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여기서 유의할 것은 상위1% 소득의 상당수는 노동으로부터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2008년 미국 국세청(IRS)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000만 달러 이상을 번 13,480 슈퍼리치의 총소득 4000억 달러 중 노동에서 발생한 소득은 19%에 불과하였다.

미국의 상위1% 가계는 대략 전체 소득의 21%, 재산의 35.6%, 금융자산의 42.4%를 차지하고 있다. 극소수 상위1%(100만 가구)가 직접적인 금융수익을 제공하는 금융자산의 거의 절반을 통제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비해 하위90%는 소득 53%, 재산 25%, 금융자산 17.3%를 차지하고 있다. 상위10%가 전체 소득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하위90%의 재산을 전부 합해도 상위1%보다 적으며, 금융자산은 상위1%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극심한 양극화다.

역사적 추세로 소득 및 재산 분포의 악화 정도를 비교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1982년에 상위1%는 전체 소득의 12.8%, 하위 90%는 63.6%를 차지하고 있었다.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1980년대 이후, 전체 소득의 8% 이상이 하위90% 가계에서 상위1%로 이전된 것이다.

좀 더 긴 역사적 안목으로 살펴보면 소득 양극화의 추세는 더욱 뚜렷이 나타난다. 위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전체 소득에서 상위10%와 1%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공황 이후 1950~60년대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상위1%가 차지하는 비중은 1928년 18.4%를 정점으로 1976년에는 6%까지 큰 폭으로 하락하였다. 그러나 1980년대 레이건 재임 기간 7%에서 12%로 상승하였다. 그리고 이 추세가 이어져 2008년 경제위기 직전에는 19.3%까지 올랐다. 1950~60년대 ‘자본주의 황금기’ 시대에 양극화가 완화되었다면,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시대는 양극화가 확대되는 특징을 보인다.

통상 가계 소득분포의 장기적 추세를 가지고 양극화의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누가 사회를 지배하는가?”, 즉 경제 민주화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소득보다는 재산 분포가 더욱 중요하다. 재산이 발생하는 여러 가지 경제적 편익을 차지하더라도, 의회민주주의 시스템에서 권력의 분포는 소득보다는 재산과 더욱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1990년대 신경제로 주식시장이 폭등하던 시기, 미국의 상위1%는 전체 재산의 38.1%를 차지하였다. 2000년대 초반 IT 버블 붕괴로 상위1%가 차지하는 재산 비중은 조금 감소하였다. 그러나 감소한 부분이 하위 계층으로 이전된 것이 아니었다. 다만 상위1~4%가 차지하는 비중이 21.3%에서 25.8%로 이전되었을 뿐이다. 따라서 상위5%, 또는 상위10%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대 이후에도 꾸준히 증가하였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상위10%가 차지하는 재산비중은 더욱 증가하여 75.1%를 차지하고 있다. 그에 상응하여 하위90%는 1963년 33%에서 2009년에는 24.9%로 줄어들었다. 하위90%를 조금 구분하면 하위60%는 전체 재산의 2.2%만을 차지하고 있다. 금융자산은 불과 0.3%에 불과하다. 국민의 절반이 넘는 60%가 재산의 2.2%, 금융자산의 0.3%를 차지하고 있다니 놀라운 양극화 현상이다. 하위40%는 재산 및 금융자산 모두 마이너스로 각각 -0.9%, -1.0%를 차지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에는 빚이 더욱 늘어나 재산은 -0.5%에서 -1.4%로 더욱 감소하고 있다.

아래 그림은 상위1%의 평균재산과 보통(median) 가구의 평균재산의 격차가 얼마나 확대디고 있는 지를 보여주고 있다. 1962년에 상위1% 부자들은 보통 가구보다 평균적으로 125배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2009년 이 격차는 최고치로 늘어나 무려 225배에 달하고 있다. 금융위기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것이다. 금융위기로 모든 계층의 재산가치가 하락했지만, 주택가격 하락에 따라 중산층에 미치는 재산상의 손실이 더욱 컸기 때문이다.

상위1% 내에서도 슈퍼리치라 불리는 400대 부자들의 재산 격차 또한 더욱 늘어나고 있다. 400대 부자들의 평균 재산을 2009년 달러로 환산할 경우, 1982년 5억 달러에서 2000년에는 37억 달러로 무려 633% 증가하였다. 1980년대 이후 뚜렷하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지만 두 번의 하락기를 경험하기도 하였다. 주로 2000년 IT 버블 붕괴와 2008년 금융위기에 따른 주식가치의 손실에서 비롯되었다. 2009년 기준, 재산 10억 달러가 되면 400대 부자클럽에 가입할 수 있는데 이들의 재산을 모두 합하면 1.3조 달러에 달한다.

400대 부자의 재산축적의 이면에는 하위계층의 몰락이 나타나고 있다. 재산이 거의 없거나 마이너스 상태인 극빈층의 증가가 뚜렷이 증가하고 있다. 2009년을 보면 네 가구 중 한 가구가 재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이 마이너스 상태다. 12000달러 미만인 가구는 37.1%로 1/3 이상을 차지한다. 다른 말로 하면 경제위기나 실업에 매우 취약한 가구가 1/3을 넘는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금융자산의 경우 상위1%가 2007년 기준 42.4%를 차지하고 있다. 상위1%는 평균적으로 420만 달러의 주식을 가지고 있다. 이에 비해 중간가구(40~60%)는 10200달러, 하위40%는 불과 1700 달러를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금융자산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상위1%는 주식의 48.3%, 채권의 60.6%를 차지하고 있다.

[그림 4]는 펀드나 연기금 등 모든 주식을 포괄하여 계층별 주식 분포를 나타낸 것이다. 상위1%는 대략 40%, 상위10%는 80%를 점유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하위80%는 10%도 채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 주식 소유가 매우 불균등하게 분배되어 있기 때문에 주식시장 호황은 대부분 상위1% 부자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위의 그림은 1989년부터 2007년까지 소유 계층별로 주식시장 호황의 수혜를 나타낸 것이다. 상위1%는 36.8%, 상위10%까지 확대하면 81.1%의 이득을 향유하였다. 이에 비해 하위80%는 불과 8.5%에 불과하였다. 미국의 대다수 국민들에게 주식시장 호황은 부자들의 잔치에 불과한 것이었다. 

3. 고용 없는, 그리고 임금 없는 회복

미국의 월가 시위대는 소득 및 재산의 극심한 양극화에 분노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더욱 분개하게 만든 것은, 금융위기에 따른 고통분담과 경기회복의 과실 또한 불평등하게 배분되고 있는 현실이다. 

미국의 경기침체는 공식적으로 2009년 중반 종결되었다. 그러나 위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실업률과 고용률은 여전히 과거 경기침체의 최저 수준보다도 악화된 상태다. 실업률은 여전히 9.1%로 매우 높은 상태이고, 실질실업률(U-6)은 16.2%에 달한다. 경기침체가 시작되기 전(44개월 전)보다 실업률은 4.4%p 높고, 고용률은 4.7%p 낮은 상태다. 노동시장의 경제지표만 놓고 보면 미국은 여전히 경기침체 상태에 놓여 있다. 그러나 2009년 중반부터 시작된 경기회복은 기업에 천문학적인 이윤을 안겨다 주었다. 

2009년 2사분기부터 2011년 1사분기까지, 물가상승률을 차감한 실질 기업이윤은 39.6% 증가하였다. 두 차례 양적완화와 기업이윤 증가에 따라 금융시장 또한 호황을 맞이하였다. 같은 기간 S&P 500과 다우존스 지수는 40% 이상의 수익률을 보였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을 측정한 여러 지표들은 거의 변함없거나 오히려 줄어들었다. 마찬가지로 고용의 총량 또한 경기가 회복된 7분기 동안 거의 증가하지 못하였다. 즉 미국의 경기회복은 고용 없는, 그리고 임금 없는 회복이다. 노동자들은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잃었으며, 노동시장 악화의 영향으로 해고되지 않은 노동자들 또한 실질임금이 정체 또는 하락하고 있다.

이에 비해 금융위기로 파산에 직면한 월가의 금융기업들은, 정부가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 자금을 금융시장에 쏟아 부은 덕택으로 회생하였다. 그리고 두 차례 양적완화 조치로 월가는 천문학적인 자산 가격 상승의 수혜 또한 입었다. 극소수 1%부자들이 경기회복의 수혜 또한 모두 가져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천문학적인 이윤에 기초하여 또 다시 보너스 잔치를 벌이고 있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S&P 500에 속한 대기업 CEO들은 노동자의 평균임금보다 344배나 높은 보상을 받았다. 이 수치는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2009년 263배로 다소 감소하였다. 그러나 작년에 325배로 거의 금융위기 직전 수준을 회복하였다. S&P 500에 속한 대기업 CEO들의 평균보수는 2009년보다 27.8% 증가하여 1000만 달러가 넘었다. 이에 비해 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은 명목상 3.3% 증가하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좀 더 장기적인 시계열로 보면, 1960~70년대 2~30배 수준이던 격차가 80년대부터 가파르게 상승하여, 90년대 이후에는 200배 이상으로 증가하였다.  월가 시위대가 분노할 만한 분명한 경제적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4. 생산성과 실질임금의 동반성장

미국경제는 고통분담, 성장의 과실, 소득 및 재산분포가 극도로 왜곡되어 있다. 비정상적인 시스템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미국경제의 근본 문제가 무엇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여러 분석이 있겠지만, 근본문제를 가장 간명하게 나타낸 것은 위의 그림이라고 생각한다. 1947년을 기준(=100)으로 생산성과 실질임금의 추세를 나타낸 것이다.

자본주의 황금기라고 불리는 1950~60년대에는 생산성과 실질임금은 거의 같은 추세로 증가하였다. 기업의 공급능력 증대와 더불어 노동자의 임금이 동반상승했기 때문에 총수요 부족의 문제에 직면하지 않았다. 그러나 1970년대 중반 이후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한 결과, 기업의 생산성은 증가하는데 노동자의 실질보수는 증가하지 못하였다. 그러한 격차의 확대는, 기업 CEO들의 보상 증가와 금융 산업의 이윤 증가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이는 소득분포에서 상위1%의 소득 및 재산 증가로 이어졌다. 양극화는 기본적으로 실질임금이 생산성에 조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통상 경제학 교과서에 따르면 기업의 이윤증가는 투자증가로 이어져 소비부족을 보충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기업의 투자는 비교우위가 있는 금융 산업에 집중되었다. 그리고 총수요 부족의 갭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더 강력한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하는 정책실패를 보이게 된다.

첫 번째가 부유층과 대기업 감세를 통한 소비 및 투자 유인책이다. 왼쪽 그림은 소득세의 최고세율, 오른쪽은 법인세의 최고세율과 실효세율의 장기적 추세를 나타낸 것이다. 레이건 행정부 시절 소득세의 최고세율은 70%에서 28%로 큰 폭으로 인하되었다. 그리고 법인세 실효세율은 1952년 공화당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취임했을 당시 52.8%에서 지난해에는 10.5%까지 떨어졌다. 따라서 연방정부의 세수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1945년 35%에서 지난해 9%까지 하락하였다. 이는 최근 재정문제가 발생한 원인이기도 하다.

둘째, 부채의 증가다. 경제적 생산성이 증가하면 개인적?사회적 소비수요 또한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실질임금이 정체되어 구매력이 늘어나지 않으면 빚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금융규제 완화의 정책이 추진되었고 금융기업은 새로운 금융혁신으로 부채를 늘릴 수 있는 금융상품들을 개발하였다. 따라서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는 1980년대 이후 거의 두 배 가까이 상승하여 2007년 137.6%로 늘어났다.

셋째, 주기적인 자산시장 버블이다. 소비수요가 늘어나기 위해서는 자산 가격의 상승이 필요했다. 이른바 부의 효과(wealth effect)를 노린 것이다. 자산 가격 상승으로 재산이 증가하여 부유해졌을 때 투자자와 부유층은 더 많이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금융시장 호황이라는 경제적 환경과 부유층의 소비증가는 일반 소비자들의 소비 또한 늘리게 된다. 금융시장 호황으로 투자자와 부유층의 소비성향 증가가 위에서 아래로 경제 전반적인 소비성향을 늘리기 때문에 자산시장 트리클 다운 효과라고도 한다. 주로 금융당국의 규제완화, 금융기업의 금융혁신,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3박자가 어우러져 추진되었다. 그리고 최근 양적완화 또한 이러한 기조의 연장선에 다름 아니다.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은 필연적으로 총수요 부족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경제정책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감세는 재정위기, 부채는 가계의 상환능력 악화, 그리고 버블과 붕괴는 금융시장의 변동성과 경기침체를 초래한다. 그리고 위 세 가지 경제정책은 모두 양극화를 확대하는데 기여하였다. 다시 말해, 실질임금과 생산성의 괴리가 근본적인 정책전환으로 극복되지 않으면 미국경제는 저성장, 저고용의 덫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상태다. 미국경제의 현주소다.
 
5. 1%경제는 지속 가능한가?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미국 사회는 한마디로 상위1%가 사회의 소득과 재산을 사실상 지배하는 ‘1%경제’라고 할 수 있다. 2005년 발표된 시티그룹 보고서도 “플루토노미의 핵심은 소득양극화”로 분석하고 있다. 플루토(Pluto)란 사회의 재산과 소득을 실제로 통제하는 최상위1%를 지칭한다. 따라서 플루토노미를 우리말로 옮기면 '1%경제'라 부를 수 있다.

시티그룹에 따르면 소득불평등을 기꺼이 인내하거나 인정하려는 사회는 1%경제 또한 인내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그리고 기술혁명과 금융혁신, 친기업적 정부와 감세정책이 지속되는 한 1%경제도 지속될 것으로 보았다. 다시 말해 소득양극화가 지속되거나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한 것이다.

또한 시티그룹은 1%사회를 위협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수단은 세제 개편이라고 보았다. 법인세, 소득세, 자본소득세 등의 인상은 1%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 또한 이윤 몫 감소를 통해 부유층의 재산축적이 증가하는 것을 완화할 수도 있다. 이는 자본과 노동의 권력관계의 변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보았다. 고전적인 예로서, 최저임금제, 노동시간 단축 등을 통한 국내 노동시장 규제가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1%-친화적인 정부의 경제정책과 세계화가 지속되는 한 1%경제의 큰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 예측하였다.

이러한 분석과 함께 시티그룹은 1%의 수중에 재산과 소비가 집중되는 사회에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도 빼놓지 않았다. 물론 1%경제가 지체되거나 전복될 가능성에 대한 검토는 사회적 분석의 영역에 속한다. 유권자가 이 시스템을 계속 지지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시스템을 원할 것인가의 문제, 즉 정치적 영역이다.

1%경제에서 1%는 사회의 재산과 소득을 통제하여 1%를 위한 정치적 이득 또한 향유할 수 있다. 그러나 99%는 1%와 동등한 투표권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다수의 힘이 통제하는 정치적 영역에서 1%경제는 가장 큰 위협이 된다고 보았다.

1%경제를 사회가 용인하는 이유는 유권자의 대다수가 1%가 될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부자클럽에 가입할 수 있다면 그 시스템을 폐지할 이유가 없다고 본 것이다. 이른바 ‘아메리칸 드림’이다. 그러나 유권자들이 부자클럽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부자가 되는 것을 동경하기 보다는 재산의 파이를 나누려 할 것이라고 경계하였다. 그러나 경제가 성장하고 유권자의 대다수가 상대적으로는 열악해졌지만 절대적 기준으로 과거보다 나아졌다고 판단하는 한, 사회적 소요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다만 경기가 지속적으로 침체되고 재산가치가 하락하는 기간에 사회적 소요나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하였다.

시티그룹의 전망에 견주어 월가시위를 분석하면, 99%의 1%클럽에 대한 동경과 열망이 1%경제에 대한 99%의 절망과 분노로 전환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일자리, 소득, 재산, 그리고 희망을 잃은 99%가 1%경제의 부정의와 탐욕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일어선 것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1%의, 1%에 의한, 1%를 위한’ 이라는 제목을 단 칼럼에서 아래와 같이 상위1%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우리 사회의 부자와 정책 당국 또한 귀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우리 사회의 희망과 미래를 위해서 너무 늦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상위1%는 최고의 주택, 최고의 교육, 최고의 의사, 최고의 생활양식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상위1%의 운명은 다른 99%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와 떼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는 사실에 대한 이해다. 역사를 통해, 이것은 상위1%가 결국에는 배워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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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