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17                                                                                         최정은/새사연 연구원



무상급식 중단을 선언해 논란의 중심에 섰던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이번에는 저출산 관련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최근 홍 지사는 한 종합채널방송에 출연해 우리 출산율이 낮은 이유가 여성의 지위가 높기 때문이라 말했다. 그의 말을 더 이어가면, 여성들이 경제적으로 독립하게 되면서 결혼을 안 해도 되는 사회분위기와 자녀 없이 살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때문으로 사안을 바라보고 있다.

홍 지사는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회 자문위원 직함도 가지고 있는 여당의 차기 대권후보선상에 있는 핵심이다. 그러나 그의 최근 논란은 저출산의 문제를 여성 개인 탓으로 돌리는 기존의 가부장적 틀에서 벗어나 있지 않아 여성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가 꺼냈다 대중의 뭇매를 맞은 싱글세등의 파장도 컸다. 일련의 논란들을 겪으며 여당과 정부의 인식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새삼 드러나고 있다. 결혼 안하고 아이도 안 낳는 이들에게 세금을 더 매기고, 여성을 가정에 머물도록 묶어두면 저출산 문제는 해결될 거라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믿기 어려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정부, 의지도 책임도 뒷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이 마련된 게 2005년이다. 저출산에 대한 위기의식이 사회적으로 높아진 때 대통령 직속으로 이 위원회가 세워졌고, 5개년 계획을 마련해왔다. 내년인 2015년까지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이 짜여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역할을 해오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위상은 이명박 정부와 현 박근혜 정부를 이어오면서 계속 추락하고 있다. 올해에는 대통령이 회의에 참여한 적이 없으며, 사업본부 수장이 공석이 된지 오래라는 소리도 들려온다. 정부 일각에서는 싱글인 대통령 때문에 대놓고 홍보도 못해 그렇다는 안이한 평가도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10월에 마련된 제2차 저출산기본계획을 보면, 일가정 양립은 물론, 결혼과 출산, 양육지원, 아동의 건전한 성장환경 조성 등에 100여개 이상의 사업이 나열되어 있긴 하다. 그러나 집행되는 예산의 80%이상이 보육료 등 양육비지원이나 휴직제 개선 등의 현금지원에 쏠려 있고, 가족친화 사회 환경 조성이나 가족을 이룰 여건 조성, 아동 교육비 부담 등과 관련한 사교육비 문제나 교육개혁의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못해 그 한계가 뚜렷하다. 상당수의 사업들이 과제별로 쪼개져있는 상황에서 위원회의 역할도 미미한 지금, 이 문제를 여성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게 우리 정부의 현주소다.

가까운 일본도 저출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으며 저출산 위기 탈출을 목표로 대기아동 제로정책을 선보이며 호응을 얻고 있다. 싱가포르는 신혼부부에게 임대주택을 줘 주거안정을 보장에 적극적이며, 스웨덴은 양성평등의 관점에서 저출산에 대응하고 있다.

 

일과 가정 양립? 이제는 포기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저출산과 관련해 한국 상황이 모순적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2003년 기준 1.17명이었던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지난 몇 년 간 소폭 상승했으나, 2013년에는 1.19명으로 떨어져 10년 전 수준으로 퇴보했다. 이는 OECD 국가 평균 1.7명과 비교해도 한참 밑도는 수치이다. 여성 고용률 역시 OECD 평균 60%를 하회하는 53.5% 수준으로 제자리걸음인데, 최경환의 발언은 이와 같은 상황에 따른 해석일 터다.

그러나 이 현상은 지극히 현실에 기반해 있다. ‘결혼-연애-출산을 포기하는 청년세대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가계소득은 오르지 않고, 전세가는 고공행진을 하는 마당에 결혼과 자녀계획은 언감생심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전까지만 해도 일과 가정의 양립은 적어도 선택의 영역에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은 그 수준을 넘어 포기의 상태에 이른 듯하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의 위기 대응력은 그야말로 제로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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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23정태인/새사연 원장

철의 여인이 세상을 떴다. 한때, 여야 가릴 것 없이 한국의 정치인은 그녀를 자신의 이상형으로 꼽았다. 하지만 당시에도, 그리고 지금도 영국 시민의 시선은 둘로 나뉜다. ‘역사로서의 현재’를 의식하면서 당대의 삶을 살아낸 사람들의 시선은 따가울 수밖에 없는데, 특히 두 명의 켄은 신랄하다.  
 
먼저 그녀가 총리일 때 런던 시장을 지낸 켄 리빙스턴은 이렇게 말한다. “그녀는 오늘날 주택 위기를 만들어냈다. 그녀는 은행 위기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녀는 실업수당의 위기를 만들어냈다. …실로 우리가 오늘날 맞고 있는 모든 현실적 문제는 그녀가 근본적으로 잘못한 일들의 유산이다.” 대처 스스로 최고의 초기 업적으로 꼽는 탄광노조 탄압을 소재로 한 영화, <케스>를 감독한 켄 로치는 더욱 독하다. “마거릿 대처의 장례식을 민영화하자. 경매에 올려 가장 싼 가격의 장례업체에 맡기자. 그게 그녀가 원했던 방식이니까.” 이 두 명의 켄은 죽은 자 앞에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것일까? 
  
마거릿 대처, 그녀는 지난 30년간 전 세계를 휩쓴 신자유주의, 시장만능주의의 시대를 열었다. 2008년 금융위기로 그 시대는 막을 내렸지만 “그녀가 근본적으로 잘못한 일”은 지구 반대쪽, 한반도 남녘에서 재현되고 있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진주의료원을 폐쇄하겠다고 나섰다. 이유는 강성 노조 때문에 의료원이 “돈 먹는 하마”가 되었기 때문이란다. 영국민에게 남은 유일한 자존심, 국가의료체제(NHS)의 해체는 대처의 소원 중 하나였다. 
 
의료 부문에서는 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것은 케네스 애로의 논문 <불확실성과 의료의 후생경제학> 이래 경제학자들의 상식이다. 표준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시장 실패’가 다 관찰될 뿐 아니라 가장 높은 수준의 위험과 불확실성이 넘실대는 곳이 의료 부문이다.  
 
의사와 환자 사이에는 만리장성과 같은 정보의 비대칭성이 있고 민간 의료보험 회사와 대형 병원은 ‘단물 빨아먹기(cream skimming)’로 돈을 벌 수 있다. 의사와 환자 사이만큼 정보의 비대칭성이 극심한 경우는 좀처럼 찾을 수 없다. “MRI를 찍어야 하고 3일 입원해야 한다”라는 의사의 말을 거부할 수 있는가? 또한 치료의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병원비를 미리 알 수 없으니 값싼 진료를 선택할 방법도 없다.  
 
반면 병원은 건강보험 비급여 부분(MRI나 초음파 촬영, 고급 병실처럼 보험금이 나오지 않는 부분)을 늘려서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 민간 병원이 보통 병실의 장기 입원 환자를 거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시장 실패가 공공의료기관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이다. 설령 시장이 훌륭하게 성공한다 해도 시장은 돈 없는 사람의 필요를 충족시켜주지 않는다. 예컨대 필수 약품 시장, 식량 시장은 시장 실패의 사례가 아니지만 사하라 사막 이남의 에이즈 환자들은 약품을 살 돈이 없어서 죽어가고 북한 주민도 마찬가지다. 이것이 시장의 ‘근본적 한계’다.  
 
대안이 있다면 내놓고 토론하라 
 
그러므로 시장 이전에 우리는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충족시켜야 할 필요를 정의해야 한다. 존 롤스가 기본재라고 부른 것, 아마르티아 센이 필수 능력이라고 부른 것, 바로 ‘공공성’이다. 공공성의 외연은 시대와 사회에 따라 사뭇 다르다. 즉 그것은 우리가 지금 정치적으로 합의해야 할 일인 것이다. 예컨대 “돈 없어서 굶어 죽으면 안 되고, 돈 없어서 치료를 못하면 안 된다”라는 합의는 시장보다 훨씬 앞선다. 
 
1995년 드라마 <모래시계>는 평균 시청률 45%, 순간 시청률 75%를 기록했다. 홍준표 지사는 이 드라마의 주인공 중 강우석 검사(박상원)의 모델이었다. 그는 1993년 슬롯머신을 수사하면서 카지노 업계의 대부 정덕진, 그리고 돈을 받고 이 사건을 무마하려 했던 이건개 당시 대전고검장마저 구속시켰다.  
 
그의 눈에는 진주의료원의 노조가 조폭이고, 그를 말리는 보건복지부는 비리 상사로 보이는 것일까? 하지만 그가 지금 구속한 것은 국민이 합의한 공공성이요, 정치다. 물론 사회적 권리로서의 필요를 충족시킬 더 나은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걸 토론하라고 있는 게 정치다. 정치를 시장이 대신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법도 능사가 아니다. 홍 지사는 이제 명백히 시대착오로 판명난 대처의 뒤를 따르려고 하는 것일까? 의료 공공성을 지금보다 더 훌륭하게 충족시킬 다른 대안이 있다면 그것을 내놓고 의회와 토론하는 것이 바로 도지사가 할 일이다. 시장에 맡기면 그만이라는 건, 한 시대의 광신이었고, 그 우상은 이미 죽었다. 

* 이 글은 시사인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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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8 / 02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차라리 홍준표가 안철수를 비판했다면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눌러주시면 됩니다.

[목 차]

1. 박근혜 후보가 안철수 원장에게 경제 민주화를 훈계하다.

2. “박근혜 후보에게 재벌개혁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됨”

3. 박근혜는 본인부터 철저히 친 재벌 정책을 반성하라.

 

[본 문]

 

박근혜 후보가 안철수 원장에게 경제 민주화를 훈계하다

최근 안철수 원장의 재벌개혁 의지에 대한 검증이 관심을 받고 있다. 9년 전인 2003년, 안 원장이 당시 벤처기업가와 대기업 최고경영자로 구성된 브이소사이어티의 같은 멤버로서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되었던 최태원 SK그룹 회장 석방 탄원서에 서명한 것이 재벌 감싸기라고 지적된 것이다. 이어 11년 전인 2001년, 결국 좌절되고 말았던 인터넷 은행 설립 시도 과정에 브이소사이어티 멤버로서 참여했던 것을 두고 금산분리를 훼손했다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사회에 살면서 친구가 법정에 갔는데 탄원서 써달라고 하면 나도 안 써줄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는 정운찬 전 총리의 언급처럼 기업 경영자들이 일반적으로 겪을 수 있는 사건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안 원장이 기업가가 아니라 책임이 가장 무거운 대선 후보로 거명되는 만큼 이 문제는 확인하고 검증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유력한 대선 후보이자 안철수 원장과 지지율 경합을 벌이고 있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거들고 나섰다. 안철수 원장이 재벌 총수의 범죄행위를 감싸는 탄원서에 서명한 사실을 비판하면서, “그런 것을 우리가 고치려고 하는 것 아니겠어요?” 라고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드디어 박근혜가 안철수 원장에 대해 경제 민주화의 원칙을 들이대며 직접 반격했다고 언론들도 일제히 다투어 보도했다. 벤처기업가 출신 교수 안철수 원장에게 박근혜 후보가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에 대해 훈계를 두게 될 줄이야.


“박근혜 후보에게 재벌개혁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됨”

“재벌개혁과 관련하여 참여정부에서 재벌개혁 정책이 대폭 후퇴한 것에 대한 평가도 없이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전면적 폐지, 금산분리의 점진적 완화를 주장하고 있어 이명박 후보와 마찬가지로 재벌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음. 재벌개혁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됨.”

위의 인용문은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07년 여름. 경향신문 2007년 7월 3일자에 실렸다.,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당내 경선에 나와서 발표한 경제 공약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연합에서 총괄 평가한 내용이다

당시 박근혜 후보는 한나라당 경선 후보들 가운데 경제 공약 면에서는 이명박 후보와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의 친 재벌 시장 지상주의 경향을 보였다. 특히 출자총액 제한제도에 대해 이명박, 박근혜 후보가 유독 즉각 폐지를 주장, 금산분리에 대해서서도 이명박, 박근혜 후보만이 금산분리 완화를 주장, 법인세에 대해서는 이명박과 박근혜가 즉시 인하를 주장하여 두 후보의 경제 공약에 차이가 없었다고 당시 언론들이 공통적으로 보도했다.

“우리 경제, 어떻게 살릴 것인가? 우리 경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살 수 있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권부터 바꿔야 한다. 크기만 하고 무능한 정부, 불법파업과 집단이기주의, 기업은 규제로 묶이고 국민의 마음은 갈라져 있는 것이 우리 경제의 큰 병이다. 이 병을 고치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 ...  ‘줄.푸.세 정책’으로 우리 경제를 확실히 살려 놓겠다. 세금과 정부 규모는 줄이고 불합리한 규제는 과감히 풀고 법질서와 원칙은 바로 세우겠다.”

위 인용문은 당시 한나라당이 2007년 5월 29일 광주에서 대선 후보 경제 정책 토론회를 했는데, 그 자리에서 박근혜 후보가 한 발언의 일부이다. 동아일보 2007년 5월 30일자에 실렸다. 바로 ‘줄.푸.세 정책’을 정점으로 한 경제 자유화와 친 재벌 정책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5년 전 박근혜 후보의 경제 공약 어디에도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는 들어갈 틈 자체가 없었다. 박근혜에게 경제 민주화라니,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박근혜는 본인부터 철저히 친 재벌 정책을 반성하라

“국민 여러분에게 서민경제론을 주창한다. 성장 동력 회복을 위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이다. 재벌 경영의 투명성이 확보될 때까지 ‘출자총액제한제’와 금산법은 유지되어야 하고, 재벌의 상속세 탈세를 막아 불법적인 부의 대물림을 없애겠다.”

위 인용문은 당시 박근혜 후보와 함께 경선에 나선 홍준표 전 의원이 자신의 경제 공약을 설명한 내용이다. 한나라당에서 다소라도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 의지를 가진 후보가 있었다면 홍준표 전 의원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 박근혜 후보가 “홍준표 후보는 출자총액제한제를 유지한다고 했다. 경제가 살기 위해서는 투자가 살아나야 하는데, (재벌에 대한) 역차별 아닌가.” 하면서 홍준표 후보의 재벌개혁을 비판하고 재벌 옹호를 했다.

오죽하면 또 다른 대선후보였던 원희룡 의원이 “(박근혜의) 줄.푸.세가 혹시 복지는 줄이고 재벌규제와 난개발, 투기를 풀어서 생기는 시장의 실패, 약자의 저항을 공권력으로 군기 세우는 것 아닌가” 하고 비판을 할 정도였다. 원희룡 의원의 줄.푸.세 해석이 정확했음은 이 정책을 현실화시킨 이명박 정부 5년이 증명해주었다.

바로 5년 전에 자기 당 동료의 최저 수준의 재벌개혁 방안조차 비판했던 박근혜 후보가 이제 ‘경제 민주화의 전도사’로 나서서 누군가를 비판하는 엄청난 비약이 일어난 것이다. 비약에 대한 아무런 설명도 없이 말이다.

어쨌든 안철수 원장은 9년 전 기업가 커뮤니티 회원의 일원으로 최태원 SK 회장 구명 탄원서에 서명했던 점에 대해 공개적으로 잘못된 것임을 인정했다. 그렇다면 박근혜 후보는 5년 전 대선 후보로 나서면서 수없이 반복한 친재벌 정책 공약에 대해 국민 앞에 무릎 꿇고 반성을 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야 할 것이다. 그런 다음에야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다른 사람을 훈계할 처지가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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