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 01 / 17 이은경/새사연 연구원

 

새사연 2013년 회원 캠페인- “새사연과 함께하는 희망 북클럽”을 시작하면서

우려했던 신자유주의 보수정권의 집권 연장이 현실화되면서 우리 사회가 진보적 발전을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가 많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을 힘들어 하는 다수 국민이 존재하는 한 변화에 대한 모색은 멈출 수 없으며 우리 사회의 진보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진보가 노력을 기울여온 보편 복지와 경제 민주화, 그리고 일자리를 의제로 하여 치러진 18대 대선임에도 진보가 패배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보수가 손쉽게 의제를 차용해도 아무런 차별화가 되지 않을 만큼 진보 정책의 폭과 깊이가 짧기 때문이라 생각 됩니다. 또한 진정 현실에서 살아가는 우리 국민들의 삶과 생각에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살아있는 진보 정책’을 모아내지 못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제안합니다. 평범한 생활인들과 손잡고 우리 사회의 진보적 변화를 추구해온 새사연은 현 시점에 꼭 필요한 고민이 담긴 책들을 함께 읽는 것으로 새로운 시작을 함께 할 것을 회원들과 시민들에게 제안합니다. 그 첫 출발점으로 새사연 연구원들이 각자 회원님들께 꼭 추천하고 싶은 책 한권씩을 선정하여 소개하고, 진보의 깊이를 위한 물음을 던지겠습니다.

아울러 이후에 회원님들이 추천하는 책, 새사연과 함께하는 독서 토론, 저자와의 대화 등을 다양하게 시도할 생각입니다. 회원님들의 관심과 참여 기대하겠습니다.

 

 

<새사연 희망 북클럽 ③>『초협력자』

-협력, 경쟁보다 오래된 인간의 역사-

 

초협력자

(마틴 노왁, 로저 하이필드,

2012,사이언스북스)

대선 이후 새로운 시작을 원하는 목소리는 많지만 정작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시원한 대답을 내려 주는 이는 없어 보인다. 사람 사는 사회에서는 사람에 대한 탐구가 가장 기본이 아닐까. 인간의 이기와 무한 경쟁이 우리를 병들게 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이타와 협력은 그저 동화 속 이야기만 같이 느껴지기만 한다. 이 책의 작가는 감정에의 호소나 근거 없는 주장이 아닌, 수학과 경제학, 진화 생물학 등을 통한 오랜 연구와 실험으로 인간의 본성에는 이기와 경쟁보다 신뢰와 협력이 더욱 본질적인 특성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러한 본성이 가장 잘 발현 될 수 있는 조건을 조목조목 나열해 준다. 지금 우리에게 이 보다 필요한 책이 또 있을까.

 

힐링이 아닌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대선 이후 읽을  만한 글들이 많이 나오지 않고 있다. 멘붕, 힐링, 부정선거 등이 주된 키워드일 뿐이고 대선에 대한 평가나 향후 전망에 대한 글들은 별로 나오지 않는 듯하다. 감정적 평가에 그에 기초한 전망은 이런 상황에서 독이 될 수 있다. 우클릭, 좌클릭, 후보 경쟁력, 민주당, 진보당 등에 대한 섣부른 평가는 자기 위안이거나 또 다른 현실 도피가 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할 일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은 매우 중요하다. 섣부른 답이 아니라 짧게는 30년의 민주화 이후, 길게는 근대한국 사회의 사회운동을 전면적으로 평가하고 새로운 모색을 해야 한다.  

새로운 시작은 어디에서 출발해야 할까. 선거이후 드물게나마 나오는 글들을 보면 몇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운동의 원칙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이 있다. 맑스주의나 사회주의운동 등 전통적 진보적 가치로 돌아가 원칙적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노동, 여성, 복지, 경제민주화 등 진보가 주장해왔던 정책들을 보다 깊이 있게 연구하고 대중적 의제로 삼아야 한다는 글들이다. 보수여당에서 제목만 베껴가도 의제를 선점할 수 있는 수준의 정책이 아니라 현실에서 살아가는 우리 국민들의 삶과 생각에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살아있는 진보 정책’을 만들어내고 국민적 의제화 하는 과정에서 진보적 가치를 다시 세우자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완전히 새로운 틀에서 진보적 가치를 새로 정립하자는 의견도 소수지만 나오고 있다. 기존 운동이 기초하고 있는 이념, 가치, 세계관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새로운 미래를 찾아보자는 것이다.

 어디에서 출발할까

근래에 서구에서 주로 나오는 연구들은 주로 인간의 본성에 적합한 사회에 대한 고민이다. 진화이론에 근거한 진화심리학, 사회생물학, 게임이론 등. 인간이 만들어야 할 미래는 인간의 본성에 적합한 사회이어야 하며, 그를 위해 인간의 본성에 대한 연구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책이 “초협력자”이다.

인간 행동과 윤리의 유전적 기초

리처드 도킨스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와 E. O. 윌슨이 창시한 "사회 생물학" 이래로 진화이론은 인간을 냉혹한 유전자의 매개체로 보아왔다. 한국사회 역시 진화이론은 과학적 영역이거나 우생학의 잔재 정도로만 이해한다. 하지만 인간과 사회는 이성적 접근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인간은 진화과정에서 사회적 존재로 도약하는 과정을 통해 현재의 특징을 지니게 되었다. 때문에 인간의 사회적 본성은 매우 근원적 본성이며 그 안에는 협력과 갈등, 권력과 연대, 평화와 폭력의 가능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  

현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인간 본성에 대한 인식은 주류경제학에서 정의하는 이성적, 합리적, 이기적 인간이다. 여기서 이기심을 제외하더라도 보수/진보를 모두 아우르는 사고구조는 인간의 이성적 측면에 대한 강조이다. 하지만 이런 이론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진화심리학에서 밝히고 있는 여러 사례들은 인간의 시각/청각과 같은 지각, 식욕/수면욕과 같은 욕망, 행복/모성애/질투심 같은 감정, 도덕/헌신/충성심 같은 윤리 모두가 인간의 본성에 존재함을 보여준다. 사회생물학에서 밝힌 바대로 인간은 사회적 존재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현생 인류의 특징을 지니게 되었기 때문에 인간의 본성에는 사회적 본성이 내재되어 있고 그 안에는 이윤추구적 속성뿐만 아니라 협력, 헌신, 모성애, 우정, 신뢰와 같은 다양한 윤리적 기초를 갖고 있다.

 어떤 조건이냐가 중요하다

진화심리학에서 인간 사고구조의 핵심은 “if~ then” 이라고 본다. 또한 후성유전학에서 유전적 발현의 기초는 “switch유전자” 이다. 어떤 조건에서 어떠한 반응이 유발되는데 그 반응은 진화적으로 형성된 생물학적, 인간 본성적 틀 안에 존재하지만 그 변이는 매우 다양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유전자의 진화과정에서 나온 인간 존재가 매우 다양한 형태로 살아갈 수 있는 배경이 된다. 다시 말해 어떤 조건에 처해져 있느냐에 따라 인간은 다르게 행동하며 살아가게 되고 그 범주는 사이코패스에서 성인(聖人)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해진다.

하지만 첫 출발이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에 그 변이의 다양성은 공동체를 유지하고 계승, 발전하는데 기여하는 속성이 더욱 강하다. 개체의 성공을 위해 사기꾼은 항상 존재하지만 인간은 사기꾼을 찾아내고 응징하는, 더 나아가 ‘응징=복수’에 대한 쾌감을 갖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이다. 따라서 인간에게는 협력하고 신뢰하는, 속성과 그러한 분위기가 팽배한 사회 속에서 편안해하는 본성을 지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주변 조건과 상관없이 일관된 행동양식을 보이는 것이 아님은 명확하다. 태아시기, 3세까지의 양육시기, 12세 정도까지의 청소년 시기를 개별 인간의 본성이 정해지는 근본적 시기로 보는 이유는 각각의 시기가 유전자의 발현, 기본적 뇌와 신경계의 발현, 기본 신체구조와 심리구조가 형성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장한 성인이 되어서도 어떤 조건이냐에 따라 행동이 결정되는 것은 인간의 중요한 본성이다. 쓰레기를 투기하는 곳에 거울이나 사람 눈을 부착해두면 일탈행위가 급감하는 사례나 이 책에서 설명하는 틱포탯(Tit for tat)* 전략 등은 이러한 인간의 속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 책은 이러한 사실들을 다양한 사고실험과 컴퓨터를 이용한 수학적 계량화를 통해 증명하고 있다. 사실 이 책에 나오는 협력의 법칙을 저자가 최초로 창조해 낸 것은 아니다. 해밀턴과 윌슨 등의 사회생물학자들이 기본적으로 토대를 구축한 위에 엑셀 로드같은 게임이론가 들의 작업, 스티븐 핑커 등 진화심리학자들의 뛰어난 작업에 의해 유전자와 개체의 적응도를 위해 살아가는 개체가 어떻게 협력과 사회적 공동체를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 왔다. 이 책의 장점은 수학자와 프로그래머로서의 장점을 살려 광범위한 연구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과 공동 작업을 수행하면서 여러 영역의 진전을 하나의 실로 꿰어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협력의 법칙 

이 책에서 밝힌 협력의 법칙은 첫째 직접 상호성, 둘째 간접 상호성, 셋째 공간 선택, 넷째 집단 선택, 다섯째 혈연 선택이다. 직접 상호성은 내가 도움을 받으면 도움을 주는 것이다. 폴라니가 이야기한 선물의 문화나 나에게 도움을 주었던 존재에 대한 기억을 길게 유지하는 속성, 가족, 혈족, 부족 등으로 이루어진 인간 기본 공동체 역사 등이 직접 상호성을 설명하는 증거들이며 가장 강력한 협동의 조건이기도 하다. 직접 상호성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반복적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공동체가 필요하고 그 범위는 150-200명 수준으로 조사된다. 이러한 공동체는 인류 역사에서 현재까지 유지되어온 가장 기본 공동체 규모이다.  

간접 상호성은 사회 전체의 신뢰도로 해석할 수 있다. 사회 전체의 분위기가 도움을 기대할 수 있는 경우 협력이 증가하는 등의 사례가 이것이다. 간접 상호성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저자는 평판과 수다의 힘을 들고 있는데 인간이 주고받는 대화의 80% 이상이 남에 대한 가쉽이라고 한다. 이를 확대하면 “사회적 자본”, 동양의 “도”, “인의”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회 전반에 신뢰가 형성된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의 차이는 그 사회의 운영원칙이 개인의 합리성(이윤)이 아닌 신뢰, 협동 등이다. 이러한 간접 상호성은 4번째 집단선택으로 이어진다. 집단선택은 사회생물학에서 가장 오래된 논쟁 중 하나이며 저자가 단언한 것처럼 논리적으로 완결되지는 않았다. 핵심은 자연선택의 단위가 개체인지 집단인지, 다시 말해 개체수준의 이타적 행동이 집단의 유지에 도움이 된다 하더라도 선택의 단위가 개체이면 집단선택은 작동할 수 없다는 것이다. 초기의 단순한 집단선택(집단을 위해 자살하는 개체) 이론은 인정받고 있지 못하지만 자살하는 병든 세포, 개체수준에서는 이기적 존재가 적응하지만 이타적 존재가 많은 집단이 항상 유리했다는 사실은 집단선택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운 이유이다.

이 외에도 많은 협력의 조건들이 다양한 사례와 풍부한 수학적, 컴퓨터 공학적 근거들로 설명되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주의 깊게 볼 부분은 인간은 “어떤 조건일 때 협력 하는가” 이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인간은 많은 협력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으나 항상 그러한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사회는 유사 이래 가장 많은 수의 인류가 가장 거대한 파워를 가지고 자연을 개척하고 문명을 건설해가고 있다. 고도로 조직된 협력시스템 없이는 작동하지 않는 사회를 꾸려가고 있음에도 인간 사회의 운영원리는 신뢰와 협력에 있지 않다. 인간사회의 초협력적 구조와 실제 사회운영에서의 개체 중심적 삶의 형식사이의 모순, 이것이 인류가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이 책은 그를 위한 협력의 조건들을 설명해준다.

상식적 가치를 복원하자

새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의 사회경제적 제도를 변화시키고 권력구조를 개편하는 등 많은 중요한 일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간이 행복한 시스템이 되기 위해서는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와 본성에 기초한 상호 협력 조건의 발견, 그래서 그것을 사회적 룰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변화시킬 사회의 시스템 운영원칙 자체가 “신뢰와 협동”, “도(道”), “인의(仁義)”가 되어야 한다. 이는 추상적 이론이나 고도로 조직화된 이념이 아니라 상식이며 보편이다.

맹자는 양나라 혜왕을 만나 나라에 어떤 이익을 주실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단호하게 “왜 이익을 말하느냐 인의가 전부이다(何必曰利 有仁義而已).”라고 일갈한다. 이는 사회의 운영원리가 이윤이나 합리성이 아닌 보다 보편적 가치, 보다 이상적이고, 상식적 가치에 기반 해야 나라가 위태롭지 않으며 서로가 서로에게 투쟁하는 홉스식의 사회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모든 행동의 배경에 이기적, 계산적 이유가 존재한다는 차가운 이성의 세계가 아니라 항상 존재하는 그러한 마음, 그 마음을 보다 긍정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사회 운영원리, 이것들에서 새로운 사회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죄수의 딜레마에서 승리하기 위한 유력한 전략 중 하나. 배반하기 전까지 경기자는 항상 협력한다. 만약 배반했다면, 경기자는 복수할 것이다. 경기자는 빠르게 관용을 베푼다. 경기자는 반드시 상대와 한번 이상 경쟁할 "좋은 기회"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저자 소개

-로저 하이필드 (Roger Highfield)-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물리 화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프랑스 그르노블에 있는 ILL(INSTITUT LAUELANGEVIN)에서 중성자의 정반사를 연구했다. 데일리 텔레그래프뉴사이언티스트에서 20여 년간 과학 기자로 근무하며 과학계 최전선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쟁과 새로운 소식들을 깊이 있게 전하여 영국 언론인 상을 비롯한 수많은 상을 수상했다. 2012년 현재는 영국 국립 과학 박물관과 철도 박물관 등을 포함한 과학 박물관 그룹에서 대외 언론과 홍보 등을 담당하는 책임자로 있는 동시에 텔레비전과 라디오 등 여러 매체에서 과학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킨 세계적인 발생학자 이언 윌머트(Ian Wilmut)와 함께 쓴 복제양 돌리 그 후를 포함해 해리 포터의 과학, 예수도 몰랐던 크리스마스의 과학등 여러 권의 대중 과학 책을 썼다.

-마틴 노왁 (Martin A. Nowak)-

수학자이자 진화 생물학자이다. 오스트리아 빈 대학교에서 생화학과 수학을 전공하고, 세계적인 분자 진화 생물학자인 페테르 슈스터(Peter Schuster)와 준종 이론(quasi-species theory), 진화 게임 이론의 개척자인 카를 지그문트(Karl Sigmund)와 인간에서의 협력의 진화를 연구하여 1989년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게임 이론을 진화 생물학에 적용함으로써 진화 생물학 분야에 탄탄한 수학적 이론의 기초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HIV를 비롯하여 바이러스성 질병과 암, 인간 언어를 대상으로 한 연구로 생물학 전반과 진화 경제학의 발전에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 옥스퍼드 대학교 수리 생물학 교수를 지냈으며 그 후 프린스턴으로 옮겨 고등 과학원 최초로 이론 생물학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현재 하버드 대학교 생물학과 및 수학과 교수인 동시에 진화 동학 프로그램(Program For Evolutionary Dynamics) 책임자를 맡고 있다. 300편 이상의 학술 논문을 발표하였으며 그중 40편이 네이처, 15편이 사이언스에 게재되었다. 특히 2010년 에드워드 윌슨(Edward O. Wilson)과 함께 쓴, 진화론의 꽃인 혈연 선택 이론에 반기를 든 논문이 네이처표제 기사로 실리면서 진화 생물학계에 크나큰 논쟁을 불러왔다. 전 세계 생물학 분야와 수학 분야의 천재들이 일명 노왁 랜드(Nowakia)’로 불리는 그의 연구실로 모여들어 수학을 도구로 생명의 기원과 진화, 협력과 이타성의 비밀을 푸는 모험에 동참하고 있다.

* 출처: 알라딘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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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2 / 11 / 02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한국 사회적 경제의 올바른 시작을 위하여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누르시면 됩니다.

 

편집자 주 > 새사연은 9월에 일차로 대선후보들의 주요 정책을 비교 분석해 보았다. 물론 이들 후보들의 정책 평가 기준은 대선후보 16대 정책과제를 실은 책 『리셋 코리아』에 있다. 주요 7대 정책 평가를 한 내용은 테마북으로 엮었으니 참조 바란다. (http://bit.ly/UXuL8X )

새사연이 준비한 두 번째 대선정책 시리즈는 <대선 후보들이 '말하지 않는' 중요 정책>이다. 박근혜 후보, 문재인, 안철수 후보 등 유력 대선 후보들이 10월에 접어들면서 정책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다. 올해 대선은 특히 중복되는 공약이 유독 많은 상황이어서 유사한 정책들이 반복적으로 되풀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국민의 입장에서 매우 중요하고 절실한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무슨 이유가 되었던지, 후보들이나 캠프에서 거의 다루지 않거나 비중있게 다루지 않는 정책들도 적지 않다. 새사연은 이런 '외면받는', 그러나 '중요한' 정책들을 발굴하여 다시 국민과 후보들에게 환기시킴으로써 해당 정책이 조명받도록 할 목적으로 두 번째 시리지를 기획하게 되었다. 새사연 회원들과 독자들의 성원을 바란다.

 

[ 본 문 ]

한 달 앞으로 다가온 협동조합 기본법 발효

12월을 기대하며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12월 19일에 있을 대통령 선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조금 앞선 12월 1일부터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되기 때문이다. 2011년 12월 제정된 협동조합기본법이 1년 만에 발효되면서, 앞으로 5인 이상만 모이면 출자금 제한없이 거의 모든 분야에서 자유롭게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게 된다.

12월이 지나면 전국 곳곳에서 협동조합이 탄생할 것이다. 동네 빵집이나 커피가게에서부터 대안학교나 병원까지, 또 지금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분야에서도 협동조합은 충분히 만들어질 수 있다. 기존의 사회적 기업들도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 예상된다. 때문에 요즘 지방자치단체나 시민사회단체에서는 협동조합 관련 아카데미나 강좌가 많이 진행되고 있는데, 대부분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참석하고 있다.

협동조합으로 대표되는 사회적 경제는 아직은 우리에게 익숙한 개념이 아니지만, 앞으로 한국사회가 새로운 사회경제체제를 만들어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부문이다. 사회적 경제는 단지 시장경제보다 착한경제로만 이해해서는 안된다. 당면해서는 한국사회의 보편적 의제가 되어버린 경제민주화나 보편복지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중요 기둥의 하나이다. 장기적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모델을 만들고, 생태문제를 해결해가는 길에 반드시 필요한 원리이다.

 

사회적 경제에 대한 대선 후보들의 인식은?

그렇다면 우리의 대선 후보들은 사회적 경제의 중요성을 얼마나 인식하고 있을까? 사회적 경제를 육성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제시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주요 대선 후보들의 정책에서 사회적 경제에 대한 관심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 특히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는 안타깝게도 사회적 경제나 협동조합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그나마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가 저서 『사람이 먼저다』에서 경제 정책의 한 부문으로 사회적 경제를 언급하면서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있어서 주요 후보들 중 가장 긍정적이다. 현재로써는 사회적 경제라는 용어를 사용한 유일한 대선 후보이다.

문 후보는 사회적 경제를 “시장과 정부의 약점을 메우는 제3의 영역”, “시장 경쟁의 원리를 채택하되 공공성 내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영역”, “신자유주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경쟁지상주의를 보완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청”에 대한 응답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사회적 경제는 협력적 성장의 기조 위에서 육성되어야 하는데 “협력적 성장이란 서로 자조하고 협력하면서 연대를 통해 상생하는 성장”이라 이야기한다.

더불어 사회적 경제를 통해서 대기업 위주의 경제구조를 개선하고, 지역 경제를 살리며,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고, 복지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사회적 경제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의의들이 아직 세부 정책으로 충분히 다듬어진 것 같지는 않다. 사회경제위원회를 설치하고,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이 자생력을 가지고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히는 정도이기 때문이다.

안철수 후보는 자신이 주장한 경제론인 두바퀴 경제에서 협동조합이 “굉장히 큰 축”이라고 말하며, 다양한 사안들에 대한 해법으로 협동조합을 꾸준히 언급하고 있다. 특히 재벌개혁 경제민주화 정책 중 소상공인 협동조합을 제안하면서 “재벌개혁이 강자의 횡포를 막는 경제민주화의 출발점이라면, 이런 협동조합 운동은 약자의 힘을 키우는 경제민주화의 결승점”이라고 표현한 점은 매우 인상적이다. 또한 강원도 원주 밝음신협을 방문해서 “협동조합은 경제민주화의 주체임과 동시에 혁신적인 경제, 그리고 지역 격차를 해소하도록 하는 가장 중요한 경제 주체 중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택정책 발표에서도 공공임대주택의 건설 및 관리 운영에 협동조합 참여를 제시했다. 경제민주화, 중소상인 지원, 지역경제 활성화, 주거복지 확충 등에 있어서 협동조합이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 보고서 전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누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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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6 / 20 정태인/새사연 원장

정태인의 '네박자로 가는 사회적 경제' (11)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누루시면 됩니다.

 

이 글은 새사연의 정태인 원장이 2011년 12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진행한 ‘정태인의 경제학 과외 2부 : 사회경제, 공공경제, 생태경제’ 강연 내용을 수정 보완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사회적 자본이란 무엇인가?

앞서 사회적 딜레마의 해결을 위해서는 서로 협력해야 하며,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서로 신뢰해야 한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여기서는 신뢰를 촉진하는 사회적 자본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인도 출신 경제학자이며 캠브리지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파샤 다스굽타(Partha Dasgupta)의 논문 <신뢰 : 사회적 자본과 경제발전(A Matter of Trust : Social Capital and Economic Development)>을 중심으로 살펴볼 것이다.

다스굽타는 사회적 자본 분야의 대표적 경제학자이며 경제학의 지평을 확장하는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경제학 연구의 본질은 자본주의 자체라기보다는 오히려 특정 사회적 조건에서 인간 행동에 관한 광범위한 분석에 맞닿아 있다.”는 그의 말은 이러한 견해를 잘 보여준다. 최근에는 환경자산을 포함하는 '포괄적 부(inclusive wealth)'라는 개념을 만들어 지속가능한 경제에 관한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우선 무엇을 사회적 자본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정의에 관한 이야기부터 해보자. 사회적 자본에 해당하는 것들은 매우 많고, 다양하며, 대체로 무형의 것이다. 그만큼 그에 대한 정의도 학자마다 다양하다.

합리적 선택이론을 추구했던 미국의 사회학자 콜만(Coleman)은 1988년 연구에서 사회적 자본을 “거래비용의 감소와 효용의 극대화를 이루도록 하는 사회적 관계나 사회적 구조, 즉 생산적인 사회적 관계망” 으로 보았다. 이는 최소비용으로 최대효용을 거두는 합리적 선택에 초점을 맞춘 정의이다.

이후 1993년 미국의 정치학자 퍼트넘(Robert Putnam)은 사회적 자본을 “행위의 조정을 촉진하여 사회의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신뢰, 규범, 네트워크와 같은 사회 조직의 속성” 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신뢰, 규범, 네트워크라는 각각 다른 개념을 하나로 묶어버리는 너무 포괄적인 설명이라는 단점이 있다.

2002년 미국의 경제학자인 보울스와 진티스(Bowles and Gintis)는 “사회적 자본은 일반적으로 신뢰, 소속단체에 대한 관심, 공동체의 규범에 따라 살려고 하는 의지, 규범을 따르지 않는 사람에 대한 응징을 말한다.” 고 정의했다. 이는 사회조직 뿐 아니라 구성원의 태도까지 포괄한 설명이다.

다스굽타의 경우 더 원초적인 개념인 신뢰에 초점을 맞추고 사회적 자본을 정의하고 있다. 그는 사회적 자본이 무엇인가라는 질문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더 근원으로 내려가서 서로 협동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직면하는 문제가 무엇인지에서부터 출발했다. 다른 이와 함께 일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직면하는 기본적인 문제는 결국 신뢰의 문제였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을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드는 조건은 무엇인지를 질문했고,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조건을 사회적 자본이라 명명하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다스굽타에 의하면 사회적 자본은 “합의된 상호강제 구조를 통해서 다른 사람이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믿음을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하는 사람들 사이의 네트워크” 라고 정의된다. 즉, 사람들 사이의 관계나 상호작용이 신뢰를 촉진시킨다면 그것은 사회적 자본이다. 사회적 자본은 신뢰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의미를 가진다.

그런데 건물이나 토지가 버려져 있는 경우처럼 네트워크도 작동하지 않은 채 버려져 있을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오히려 사회적으로 해악을 끼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을 수도 있다. 좋은 네트워크도 있고 나쁜 네트워크도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좋은 사회적 자본도 있고, 나쁜 사회적 자본도 존재한다. 마을 사람들이 함께 만든 관개시설이나 상호보험, 상호저축대부조합 등은 좋은 네트워크이다. 반면 힌두교의 카스트 제도나 마피아의 경우는 나쁜 네트워크이다.

 

신뢰를 촉진하는 4가지 조건들

그렇다면 어떤 조건이 만족되어야 신뢰를 촉진하는 좋은 사회적 자본이 만들어질까? 앞에서도 많이 살펴보았지만, 다스굽타의 견해를 한 번 더 정리해보자. 신뢰란 매우 광범위한 개념이다. 개인 간의 약속을 의미하기도 하고, 공동체의 관습적 규범을 함축하기도 하는 개인적 문제에서 정치적 문제에까지 관련된다.

다스굽타는 신뢰란 이타심과 이기심 사이의 어딘가에서 발생한다고 말한다. 이는 인간이 상호성을 서로 주고받는 가운데 신뢰가 생겨난다고 이해할 수 있다. 그는 구체적으로 신뢰가 형성되는 두 가지 단계를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첫째, 서로 상대방이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둘째, 상대방이 약속을 지킬 경우 나도 약속을 지키는 것이 나에게 이익이 되어야 한다. 두 번째 조건은 그 자체로 자기강제적(self-enforcing)이며, 내쉬균형을 이룬다. 나도 약속을 지키는 게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이 명확하므로 다른 선택을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두 번째 조건이 만족되어야 첫 번째 조건이 형성될 수 있으며, 반대로 첫 번째 조건이 만족되어야 두 번째 조건이 형성될 수 있다. 즉, 두 조건은 서로 맞물려 있으며, 둘 다 만족될 때 신뢰는 형성될 수 있다. 이를 신뢰의 두 가지 조건이라고 하자.

다스굽타는 신뢰의 두 가지 조건을 형성하는 요인으로 다음의 4가지를 꼽는다. 상호애정(mutual affection), 친사회적 태도(pro social disposition), 외적강제(external enforcement), 상호강제(mutual enforcement)이다. 이 중에서도 상호강제를 사회적 자본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상호애정과 친사회적 태도, 외적강제

첫 번째 요인은 상호애정이다. 가족이나 친구 등 매우 긴밀한 관계를 맺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사이에서는 서로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믿는다. 단순히 감정적 유대감에 의해서일 수도 있고 나와 친근한 사람이 잘 되는 것이 곧 나에게도 이익이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경우를 경제학적으로는 상호의존적인 효용함수를 가졌다고 표현할 수 있다. 자신의 효용 뿐 아니라 상대방의 효용이 나에게 영향을 준다는 뜻이다. 이를 다른 말로 사회적 선호를 가졌다고도 표현한다. 또한 관계가 매우 긴밀하기 때문에 서로 약속을 지키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손쉽게 감시할 수 있다는 점도 신뢰를 강화시킨다. 즉, 도덕적 해이나 역선택이 덜 일어난다. 하지만 구성원의 숫자가 늘어나면 상호애정이라는 요인이 가지는 설득력은 떨어진다. 이는 마치 우리가 앞서 살펴본 노박의 협력을 유도하는 다섯 가지 규칙 중 혈연선택과 같은 맥락이다.

두 번째 요인은 친사회적 태도인데, 이는 다른 사람과 협동하려고 하는 상호적 태도를 뜻한다. 자신이 맡은 의무를 다하는 것, 대가에 대해 비용을 지불하는 것, 남을 돕거나 은혜를 갚는 것, 나에게 해를 끼친 사람에게 벌을 주는 것 등이 상호적 태도이다. 사람들이 상호적이라는 것이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면 서로 신뢰할 수 있다.

상호성의 기원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입장이 있는데,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다. 유전적 요인이란 인류의 오랜 역사를 통해서 상호성이 생존본능으로 내재되어 있다는 것인데, 진화심리학에서 주로 제기되는 주장이다. 자연선택의 압력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인간은 기본적으로 상호적인 태도를 지니게 되었다는 것이다. 환경적 요인이라 어린 시절의 교육이나 생활방식을 통해서 보상과 응징의 과정을 거치며 상호적 태도를 습득하게 되었다는 주장이다. 둘 중 어느 하나가 꼭 옳다고 따질 필요는 없다. 두 가지 입장은 상호배타적이지 않다.

어떤 요인 때문이던지 사람들은 상호성에 기반을 둔 사회 규범을 내면화함으로써 이를 따르려고 한다. 규범을 어겼을 때는 부끄러워하고 죄책감을 느끼고, 이는 규범을 어기는 것을 예방한다. 우리가 법을 어기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는 꼭 처벌 받기 싫어서만은 아니다. 최근 행동경제학에서도 친사회적 태도 또는 상호성이 인간의 본성에 어긋나지 않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사람의 심성, 태도, 본성에만 의지할 수는 없다.

그래서 제기되는 세 번째 요인이 외적강제이다. 약속을 지키고, 협동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익이 되도록 만들어 주는 제도, 기구, 기반시설이 있다면 신뢰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외적강제를 통해 약속은 권력이나 권위에 의해 보장받는 명확하고 강제력 있는 계약으로 확고해진다. 실제 다양한 사회에서는 이런 식의 외적강제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다양한 외적강제의 방식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이 있다면, 약속을 파기했다는 것이 확실히 증명될 때 약속을 지키지 않은 사람에게 응징을 한다는 것이다.

외적강제의 하나로 국가를 상상해보자. 흔히 국가와 배치되는 것으로 생각되는 자유로운 시장에서의 거래도 법적 구조에 의해 보호받기 때문에 가능하다. 법은 국가의 강제력에 의해 보장된다. 결국 시장에서의 거래는 국가라는 외적강제에 의해 보호받는 합법적 계약이다.

그렇다면 외적강제 그 자체는 신뢰해도 괜찮은가? 국가를 믿을 수 있는가? 국가는 사람에 의해 조정된다. 여기서 대리인 딜레마(Agency dilemma)라고도 하는 주인-대리인 문제(Principle-Agency problem)가 발생할 수 있다. 개인 또는 집단이 의사 결정 과정을 다른 사람에게 위임할 때, 주인과 대리인 사이에 정보의 불균형, 감시의 불완전성이 존재하면서 도덕적 해이와 역선택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국가 뿐 아니라 모든 외적강제가 대리인 딜레마에 해당한다. 협동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의사결정을 외적강제 수단에 맡긴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적강제에만 의존해서 신뢰를 형성할 수는 없다.

물론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자유로운 언론과 공정한 선거 제도 등을 통해서 대리인이 국가가 잘못된 결정을 할 경우 국민들이 다음 선거에 이들을 퇴출시킬 수도 있다. 이탈리아 사회를 연구한 퍼트넘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사회적 활동에 참여할수록 국가 관료들은 더 정직하고 효율적으로 임무를 수행한다는 것을 보였다. 이는 외적강제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자발적인 상호강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회적 자본의 핵심은 상호강제

네 번째 요인은 상호강제이다. 다스굽타는 앞의 세 번째 요인들이 각각 한계가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상호애정은 그 범위가 협소하고, 친사회적 태도는 사람의 심성에만 의지한다는 점에서 불완전하고, 외적강제는 그 자체를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때문에 이런 세 가지 요인에 앞서 필수적이고, 핵심적인 요인이 상호강제이다.

상호강제란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이해당사자들이 함께 정한 규칙에 따라 응징을 가하는 것이다. 집단 구성원에 의한 믿을만한 응징 위협은 약속을 어기는 것을 막아준다. 단 이 때의 응징이 충분히 가혹하고 위협은 믿을만해야 한다. 결국 상호강제란 사회적 규범에 따르는 행동에 의해 신뢰를 형성하는 방안이다.

상호강제는 장기적 관계일수록, 미래에 대한 기대가 클수록, 협동 관계가 서로 연결되어 있을수록 잘 작동한다. 각각의 경우를 직관적으로 생각해보자. 만약 관계가 일회적이라면 응징을 두려워 할 이유가 없어진다. 장기로 갈수록 평판과 응징이 미치는 영향이 커진다. 미래가 안정적이고 미래에 대한 기대가 클수록, 지금 당장 배반하여 얻을 수 있는 현재의 이익 대신 협동하여 얻을 수 있는 미래의 이익을 추구하게 된다. 협동 관계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면 하나의 관계가 끊어지면 다른 관계도 끊어질 수 있기 때문에 서로 배반할 유인을 줄일 수 있다.

이를 다스굽타가 소개한 예를 들어 다시 확인해보자. A와 B가 있다. A는 자본금 4000원을 가지고 있으며 상품을 시장에 내다팔 수 있는 유통구조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정작 상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없다. 반면 B는 생산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자본금도 유통구조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 B가 가진 생산기술의 가치를 2000원이라고 하자. 즉, A와 B는 각각 4000원 어치와 2000원 어치의 부를 갖고 있다.

이제 A와 B가 협동할 경우를 생각해보자. A가 4000원을 B에게 빌려주자 B는 그것을 통해 8000원 어치의 상품을 만들고, A는 그것을 시장에 판매하였다. 협동하기 전에는 A와 B의 부를 모두 합쳐도 6000원에 불과했는데 협동을 함으로써 8000원이 되었다. 총 2000원의 이윤이 발생한 것이다. 이를 각각 1000원씩 나눠가진다고 하자. 즉, A와 B는 협동을 통해서 매번 1000원의 이익을 더 얻게 된 것이다. 대신 미래의 거래에 대해서는 할인율을 계산해주어야 한다.

이를 수식으로 표현하면 A와 B가 거래를 계속하여 얻게 되는 이익은 다음과 같다. r은 미래에 대한 할인율이다.

1000 + 1000/(1+r) + 1000/(1+r)2 + 1000/(1+r)3 + .... = 1000(1+r)/r

A는 협동하여 얻게 되는 이익 1000(1+r)/r원이 4000원보다 크면 계속 협동할 것이다. 이 때 r은 약 0.33 이하여야 한다. r이 작을수록 A가 동할 유인은 커진다. 반대로 r이 0.33보다 커지면 A는 배반할 유인이 커진다.

이번에는 A와 B의 거래 외에 A와 C의 거래도 동시에 존재한다고 생각해보자. 앞의 경우와 비슷하다. C는 1000원어치의 생산기술을 가지고 있고, A가 3000원을 빌려주면 6000원어치의 상품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즉, 협동하기 전의 A와 C는 각각 3000원과 1000원의 부를 갖고 있었는데, 협동을 하면 6000원으로 늘어나서 2000원의 이윤을 얻는 것이다. 역시 2000원의 이윤을 각각 1000원씩 나눠가지기로 했으므로 앞서와 같이 1000(1+r)/r원이 장기적으로 협동할 경우 얻는 이익이 된다.

이 거래에서 A는 1000(1+r)/r원이 3000원보다 크면 계속 협동할 것이다. 따라서 이 때 r은 0.5 이하여야 한다. r이 0.5보다 커지면 A는 배반할 유인이 커진다. 만약 A와 B의 거래, A와 C의 거래가 따로 존재하고, A의 미래할인율 r이 0.4라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A는 C와의 거래는 지속하지만 B와의 거래는 배반할 것이다.

하지만  A와 B의 거래, A와 C의 거래가 모두 연결되어 있어 동시에 일어나야 하는 경우라고 생각해보자. 예를 들어 A가 대기업이고 B와 C는 부품을 만들어 제공하는 중소기업인데, 하나의 상품을 만들 때 두 개의 부품이 모두 필요한 경우이다. 이 경우 A가 누구와도 협동하지 않는다면 원래 자본금 7000원만을 갖게 된다. 하지만 A가 B와 C 모두와 협동할 때 얻게 되는 이익은 다음과 같다.

2000 + 2000/(1+r) + 2000/(1+r)2 + 2000/(1+r)3 + .... = 2000(1+r)/r

따라서 2000(1+r)/r원이 7000원보다 크면 양쪽 모두와 협동할 것이다. 이 때 r은 0.4 이하면 된다. 즉, 두 개의 거래가 연결되어 있다면 A는 C와의 거래 뿐 아니라 B와의 거래도 유지하게 된다. 거래가 많이 연결되어 있을수록 이윤율이 낮은 쪽과도 협동할 유인이 생기는 것이다.

 

* 정리 :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 정태인의 '네박자로 가는 사회적 경제' (1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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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2 / 04 / 25 정태인/새사연 원장

정태인의 '네박자로 가는 사회적 경제' (10)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제목을 눌러 주시면 됩니다.

이 글은 새사연의 정태인 원장이 2011년 12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진행한 ‘정태인의 경제학 과외 2부 : 사회경제, 공공경제, 생태경제’ 강연 내용을 수정 보완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협력의 시작, 신뢰

 

이제까지 사회적 딜레마의 해법은 협력이며, 협력이 일어나는 조건은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협력을 가져오는 조건들은 핏줄, 반복적인 관계, 정보, 집단 등 다양했다. 이런 조건들이 만족될 때는 협력하는 것이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이 되었다. 또 동기, 전략, 구조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협력을 유도할 수 있다.

이런 외적인 조건과 함께 많은 학자들이 주목한 점은 협력을 촉진하는 가치를 찾는 것이었다. 사회가 어떤 가치를 선택해야 협력이 촉진될 수 있을까? 그 답으로 제시된 것이 신뢰이다.

우리는 앞에서 인간은 상호적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남이 잘해주면 나도 잘해주고, 남이 잘 대해주지 않으면 나도 잘 대해주지 않는 것, 다시 말해 받은 만큼 베푸는 것이 상호성이다. 이 경우 중요한 것은 처음 행동이다. 처음에 상대방이 나에게 잘해주면 나도 똑같이 잘해줄 것이고 그러면 다시 상대방이 나에게 잘해주는 선순환이 이어진다. 하지만 처음에 누군가 이기적 행동을 보여 상대를 배반한다면 배반의 악순환이 이어진다.

어떻게 해야 처음의 행동으로 배반이 아닌 협력을 선택하게 만들 수 있을까? 당신이 협력을 택할 경우 나도 협력을 택할 것이라는 확신을 주면 된다. 내가 협력을 택할 때 상대방 역시 협력으로 화답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으면 된다. 바로 여기서 필요한 것이 서로에 대한 신뢰이다.

만약 인간이 이타적이라면 신뢰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남이 날 도울 것이라는 확신이 없어도 상대방을 위해서 이타적으로 행동할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인간은 이기적이지 않은 것처럼 이타적이지도 않다. 우리가 상정하는 인간은 매우 상식적인 상호성에 기반한 인간이고, 그래서 신뢰가 중요하다.

정리하자면 기존의 시장경제에서는 이기적 인간을 상정했고, 이 경우 사회적 딜레마가 닥쳤을 때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상호성을 지닌 인간을 상정하면 협력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슴사냥게임으로 전화할 수 있다. 사슴사냥게임의 경우 서로 힘을 합쳐 사슴을 잡는 경우와 각자 토끼를 잡는 경우 두 가지의 해가 있었다. 이 중 어떤 것을 택할 것인가? 모두에게 더 큰 이익을 주는 것은 서로 힘을 합쳐 사슴을 잡는 경우이다. 이것을 선택하게 하는 것이 바로 신뢰이다.

 

신뢰란 무엇인가?

굳이 이렇게 따지지 않아도 인간관계에서 신뢰는 매우 중요하다. 사랑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상대를 믿지 못하고 의심하는 사랑은 얼마나 괴로운가? 비행기를 탈 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비행기 조종사와 항공업체를 신뢰하고 목숨을 맡기는 셈이다. 불우이웃돕기에 참여할 때도 모금된 돈이 횡령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있는 것이다. 결국 인간의 사회생활은 신뢰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불신이 시작되면 우리는 아무 행동도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신뢰(Trust)란 무엇일까? 미국의 정치학자인 후쿠야마(Francis Fukuyama)는 신뢰란 ‘공동체 내에서 그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보편적인 규범에 기초하여 규칙적이고 정직하며 협동적인 행동을 할 것이라는 기대’라고 정의한다. 즉, 신뢰란 공동체가 공통으로 받아들이는 규범을 따르는 것이다. 신뢰의 판단기준은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이다. 규범의 내면화, 그것이 신뢰이다.

이런 점에서 신뢰란 주류경제학에서 말하는 정보의 문제와도 구분이 된다. 주류경제학에서는 정보가 완벽하게 주어져서, 상대방의 유형과 전략을 파악할 수 있다면 협력을 유도할 수 있다고 본다. 이 상태를 미국의 정치학자 하딘(Russel Hardin)은 신뢰성(Trustworthiness)이라 하여 신뢰와 구분하였다. 정보에 의존하는 신뢰성과 달리 신뢰는 규범이 내면화된 경우로 정보의 유무와 관계없이 일어나는 것이다.

일본의 사회심리학자 야마기시(Yamagishi)는 신뢰란 ‘사회적 불확실성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상대에 대한 믿음 때문에 상대가 자신에게 선한 행동을 하리라 기대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즉, 상대가 반드시 내가 기대한대로 행동할 것이라는 확실성이 없는 상태에서도 믿는 것인 신뢰이다.

이런 점에서 야마기시는 신뢰를 장담(Assurance)과 구분한다. 장담은 확실한 상황에서의 믿음이다. 흔히 조직폭력배의 상하관계를 예로 든다. 조직폭력배 간에는 서로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하지만 그 믿음은 배신할 경우 목숨을 빼앗아 갈 수 있다거나 내 가족을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는 두려움에서 나온다. 불확실한 상황을 확실하게 만드는 어떤 조건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는 신뢰가 아니라 장담이다.

이상을 정리해보면 신뢰란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상대방이 '공동체의 보편적 규범'을 따라 협력할 것이라는 믿음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신뢰 중에서도 일반적 신뢰(Generalized Trust)가 중요하다. 이는 특정 관계나 특정 대상에 대한 신뢰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은 믿을만하다'는 생각을 뜻한다. 불특정 다수의 대한 믿음, 인간 본성이 악하지 않다는 믿음인 것이다.

일반적 신뢰가 높을수록 사회 구성원 전반은 처음 행동으로 협력을 택하게 된다. 일반적 신뢰는 인간의 본성인 상호성을 협동으로 유도한다. 반대로 일반적 신뢰가 낮다면 사회 전반적으로 협동이 일어나기 어렵다. 아이들에게 "모르는 사람과는 말하지 말고, 따라가지도 말아라"고 말하는 사회는 일반적 신뢰가 낮은 것이다.

20년 넘게 세계 여러 국가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세계가치조사(World Value Survey)에서는 "당신은 남을 얼마나 믿습니까?" 라는 질문을 통해서 각 국의 일반적 신뢰도를 측정한다. 조사 결과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이 언제나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상위 수준이었지만, 불행하게도 가장 빠른 속도로 순위가 추락하고 있는 국가이다. 더 끔찍한 것은 15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같은 질문의 조사에서는 압도적으로 꼴찌를 차지했다.

 

신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그렇다면 무엇이 신뢰를 만들어낼까? 자연과학의 문제였다면 실험을 통해서 어떤 현상의 원인을 상대적으로 쉽게 알아낼 수 있다. 하지만 사회과학의 경우 현실에 존재하는 수많은 변수를 통제하기가 불가능하다. 최근에는 계량경제학이나 통계학이 발달하여 실증연구가 활발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회적 현상에 대해 명확한 인과관계를 밝혀내기란 쉽지 않다. 특히 변수들 간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밝혀진다고 해서 그것이 모두 인과관계는 아니라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며 여러 학자들의 연구를 검토해보면, 일반적 신뢰와 상관관계를 갖는 요인들로 다음과 같은 것이 제기된다. 개인의 경우 교육을 많이 받을수록 다른 이에 대한 신뢰가 높았다. 특히 가정교육과 초등교육의 영향이 컸다. 또한 전문직이고 고소득 집단일수록 그러했다. 반면 이혼을 한 경험이 있는 사람, 실업자, 차별의 역사를 가진 소수인종, 건강이 나쁜 사람의 경우 일반적 신뢰가 낮았다. 교육, 소득, 직업, 건강 등이 일반적 신뢰와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국가를 대상으로 분석한 경우 경제발전, 종교는 일반적 신뢰와 양의 상관관계가 있었다. 경제발전이 높을수록 신뢰가 높았다. 경제발전이란 일반적으로 재산권 확립 및 공정한 경쟁과 동반된다. 즉, 계약이나 제도에 의한 최소한의 공정성이 보장된다. 이것이 신뢰를 촉진하는 요인이 되었을 수 있다. 혹은 반대로 신뢰가 높았기 때문에 공공재의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무임승차자가 줄어서 경제발전이 촉진되었을 수도 있다. 종교가 발달한 곳일수록 신뢰가 높았다. 종교는 이타적으로 살 것을 권하므로 신뢰를 촉진했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국가부패, 소득불평등, 범죄율은 일반적 신뢰와 음의 상관관계가 있었다.

 

소득불평등은 신뢰를 떨어뜨린다

특히 소득불평등와 일반적 신뢰의 관계는 지금 한국사회에서 필요한 부분이기에 자세히 짚어보고자 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가 바로 양극화이기 때문이다. 덴마크 정치학자 나네스터(Peter Nannestad)는 소득불평등이 집단 간 신뢰의 차이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소득불평등이 일정 수준 이상 심해지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부족하거나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상위 집단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거나 사회 구조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소득불평등은 일반적 신뢰를 떨어뜨린다. 특히 이 같은 불만과 의혹이 높은 상황에서 상위 집단의 부정부패와 같은 증거가 발견되면 적개심으로까지 발전한다.

소득불평등에 관해 이야기가 나온 김에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소득불평등 해소를 위한 소득재분배는 흔히 평등의 가치로 이야기된다. 그리고 평등은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선입견이 있다. 하지만 평등이 효율성을 강화시킨다는 연구들도 많다. 먼저 케인즈의 유효수요이론이 이를 뒷받침한다. 케인즈는 불황기에 중요한 것은 총수요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런데 고소득층의 경우 소비성향이 낮다. 10억 원을 번다고 생각해보자. 그 중에 얼마나 소비할 수 있겠는가? 아무리 많이 소비해도 10억 원 중 아주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투자라도 해야 하는데 불황에는 투자할 곳이 없다. 따라서 고소득층은 총수요 증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면 저소득층은 소득의 대부분을 생계유지를 위해 소비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저소득층의 소득이 늘어나면 그만큼 소비가 늘어나고 총수요가 만들어진다. 이런 맥락에서 소득재분배는 경기 회복과 발전에 도움이 된다.

두 번째는 평등이 다양성을 촉진하여 효율성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핀란드의 교육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모든 아이들이 저마다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면, 모두가 일등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개인의 기량 극대화는 사회적 성과의 극대화로 이어질 것이다.

세 번째는 평등이 신뢰를 가져오는데, 신뢰는 거래비용 감소, 공공재 공급 증가, 제도의 성공이라는 결과를 유도하여 효율성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거래비용은 199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코즈(Ronald Coase)에 의해 제기된 문제이다. 코즈는 시장이 가장 효율적이라면, 그래서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점에서 균형이 이루어진다면 왜 굳이 기업이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그리고 그 이유로 거래비용을 제시했다. 어떤 상품을 구입하고 판매할 때는 적절한 대상을 탐색하고, 계약을 맺고, 그 계약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감시와 처벌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노동자를 고용할 때, 그 사람이 해당 일자리에 적합한 사람인지 알아보아야 하고, 근로조건들을 합의하여 계약을 맺어야 하고, 그 후에는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 감시가 필요하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행하는 경제활동은 사실 이런 복잡한 절차를 거치고 있다. 기업은 필요한 거래와 경제활동을 기업 내부로 끌어들여서 거래비용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이 코즈의 설명이다. 서로 간에 신뢰가 있다면 거래비용은 줄어들 수 있다. 비용이 주는 만큼 이익은 늘어날 것이고 이는 효율성 증가로 이어진다. 공공재의 경우 비경합성과 비배재성이라는 독특한 성질로 인해서 무임승차자가 많이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서로가 신뢰하는 사회라면 협력을 통한 자발적인 공공재 생산이 활발해질 것이다. 또한 신뢰가 쌓이면 사회 제도가 지켜질 확률이 높아지고, 제도가 튼튼한 상태에서는 경제활동도 안정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제도를 잘 만들면 신뢰가 촉진될까?

다음으로 살펴보고자 하는 것은 제도와 일반적 신뢰의 관계이다. 결국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어떤 제도를 만들어야 신뢰가 촉진될 것인가이다. 아니, 그 전에 제도가 신뢰를 촉진할 수 있는가 부터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다.

제도는 보상과 응징으로 구성된다. 협력할 경우 보상을 받고, 배반할 경우 응징을 당한다. 사람들이 제도를 신뢰하면 타인에 대한 신뢰도 높아질 수 있다. 제도가 정확하게 응징과 보상을 한다면 타인이 나를 배반할 확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도에 대해서 불신하게 되면 타인에 대한 불신은 더 심해진다. 타인이 나를 배반해도 제도가 응징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만 보면 좋은 제도는 신뢰를 촉진하는 것 같다.

야마기시의 실험은 제도가 신뢰를 촉진시키는 사례를 보여준다. 실험에서 처음에는 물질적 동기에 의해서, 즉 제도에 의해서 사람들이 협동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이후 물질적 동기가 사라져도 사람들은 여전히 협동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도와 신뢰가 반드시 양의 상관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스웨덴은 노동운동이 강한 나라이지만 정작 노동법은 허술하다. 노르웨이는 성평등이 가장 잘 실현된 나라이지만 성평등법은 약하다. 이 두 나라의 경우를 보자면 신뢰가 강한 곳에서는 제도가 약하다. 내면의 규범만으로도 유지가능하기 때문에 제도가 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제도는 사람들의 행동을 하한선으로 추락시킬 수도 있다. 이스라엘의 하이파 유치원 사례가 대표적이다. 부모들이 아이를 데리러 오는 시간에 지각을 하자, 벌금제를 도입했더니 오히려 지각이 늘어났다고 한다. 이전에는 유치원 교사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지각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벌금제가 도입되자 벌금만 내면 된다는 면죄부가 생긴 것이다. 이후 벌금제를 없앴지만 지각은 더 늘어났다.

따라서 제도를 만들 때는 섬세한 고려가 필요하다. 모든 제도를 설계할 때 그것이 신뢰를 구축하는지에 대한 평가가 따라야 한다. (하지만 애초부터 불신이 높은 나라라면 어떨까? 이런 경우에는 강한 제도가 필요할 수도 있다.)

경제학자들은 행정적 규제보다 시장화를 통한 제도를 선호한다. 대표적인 방식이 하딘이 공유지의 비극에서 제시한 것으로, 공유자원에 사적소유를 부과하는 것이다. 즉, 공공재를 시장재로 만든다. 공유자원은 비배재성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사람도 공유자원을 사용할 수 있어 무임승차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기술이 발전하면서 무임승차자를 걸러낼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면 원래 방송은 공공재였는데 기술의 발전으로 케이블티비가 등장하면서 요금을 지불한 사람만 방송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시장화를 통한 제도는 신뢰에 어떤 영향을 줄까? 단정할 수는 없지만 시장화가 신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 같지는 않다. 행동경제학의 실험에서 ‘시장’이라는 이름을 붙이면 사람들은 더 이기적으로 행동하고, ‘공동체’라는 이름을 붙이면 더 이타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제도 역시 마찬가지로 작동하지 않을까?

인간이 만든 제도 중 가장 강력한 제도는 국가이다. 국가는 사회적 딜레마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국가는 일반시민의 권리를 위임한 것이다. 폭력도 쓸 수 있다. 서로 신뢰하지 못하거나 협력하지 못하는 부분은 국가가 강제한다. 홉스의 리바이어던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국가는 신뢰에 어떤 영향을 줄까? 스웨덴의 저명한 정치학자 로스슈타인(Rothstein)은 정부의 불편부당성(impartiality), 또는 정부의 질(quality)이 신뢰를 촉진하는 핵심적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국가가 공정하다고 생각될 때 사회 구성원 사이의 신뢰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로스슈타인의 분석에 의하면 스웨덴 국민들이 정부의 불편부당성을 공유하게 된 것은 1930년대 총리였던 사회민주당 출신 정치가 한손(Per Albin Hansson)에 의해서이다. 당시 스웨덴에서는 자본가가가 파업하는 노동자를 공격하다가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회민주당을 비롯한 이들이 모든 자본가와의 타협은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손은 범법행위에 대해서만 처벌할 뿐 나머지 관계는 인정했다. 이 때의 경험이 스웨덴 국민들에게 국가의 불편부당성을 각인시키는 집단기억이 되었다.

우리 국민들이 국가와 정부에 대해서 갖고 있는 집단기억은 무엇인지 돌아보게 된다. 또한 국가가 이미 지배계층의 특권을 위해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그 때의 불편부당성은 지배계급의 편을 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 정리 :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 정태인의 '네박자로 가는 사회적 경제' (11)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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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2 / 04 / 10 정태인/새사연 원장

정태인의 '네박자로 가는 사회적 경제' (9)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제목을 눌러 주시면 됩니다.

 

이 글은 새사연의 정태인 원장이 2011년 12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진행한 ‘정태인의 경제학 과외 2부 : 사회경제, 공공경제, 생태경제’ 강연 내용을 수정 보완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구조에 의한 해결 - 게임의 규칙을 바꿔라

구조에 의한 해결은 게임의 규칙 자체를 바꿔버리는 것이다. 앞서 두 가지 해법은 구조는 바뀌지 않는다고 가정한 상태에서 사람들의 동기와 전략을 변화시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었다. 우선 악셀로드는 구조적 해결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반복과 정체성 확립을 제시했다. 첫째, 상호작용은 빈번하고 영구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둘째, 자신에 대한 그리고 상대에 대한 정체성이 확립되어야 한다. 셋째, 상대방의 과거 행동에 대한 정보가 많아야 한다. 다시 말해 서로에 대해서 잘 알아야만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많은 실험에서 익명성은 협동을 감소시켰다.

 

1) 보수 구조

보수 구조를 바꿔서 협력을 유도하는 것이다. 협력의 보수를 높이고 배반의 보수를 낮추면 당연히 협력의 빈도는 높아진다. 이 경우 실제 현실에서는 물질적 보수와 함께 정신적 보수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투표의 경우, 내가 지지하는 투표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으면 사람들의 투표 의지는 높아진다. 내가 투표하는 행위를 통해 얻게 되는 보수가 원하는 후보의 당선으로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또한 실험에 의하면 협력을 통해 다른 사람의 보수가 높아지는 경우에도 협력의 빈도는 상승했다.


흥미로운 점은 공공재의 경우이다. 분할할 수 없는 공공재의 경우 협력이 높아졌다. 예를 들어 어떤 공공재를 개개인에게 나눠주고 저마다 개별적 수익을 얻게 하는 것보다 공공재를 집단이 공동소유하고 그에 대한 고정된 공동 수익을 얻게 할 경우 협력이 높아진다. 이는 집단정체성과도 연결된 부분이다.

 

2) 개인의 행동이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구조

개인의 행동이 상황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적을 경우 사람들은 협력하지 않는다. 가뭄에 나 혼자 물을 절약한다고 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으며, TV 수신료를 내지 않는다고 해서 TV 프로그램이 종영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개인의 행동이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일정 수준 이상 커지는 구조를 만든다면 협력은 늘어날 수 있다. 나의 행동을 인해 다음 단계로 진입한다거나 발전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믿으면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환경 문제 있어서 이런 구조 형성이 필요하다. 앞서 물 절약의 경우 내가 물을 절약하면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럴 것이고 그것이 변화를 가져온다는 믿음이 제공되어야 한다.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도 그렇다. 지금 내가 종이컵 하나를 안 쓴다고 과연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인가? 그럴 것이라는 확신을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한 대책으로 현실에서 사용되는 것이 몇 가지 있다. 그 중 하나는 개인이 기여하는 만큼 공공기관 등이 기여해줌으로써 전체 보수를 더욱 커지게 하는 것이다. 이는 개인의 행동이 상황을 변화시킬 가능성을 더 크게 만들어 준다. 또 하나의 방식은 개인의 행동이 가져오는 결과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다. 자선단체에서 자선가와 아이들을 일대일로 맺어주는 것이 이런 효과를 노린 방식이다. 내가 기부한 돈이 실제로 어떻게 도움이 되고 있는지를 매우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3) 집단의 크기

많은 연구는 집단의 크기가 커질수록 협력은 줄어든다고 밝힌다. 이에 대한 이유는 많다. 집단이 커지면 배반에 의한 피해가 확대되는 폭도 커지며, 다른 이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도 어렵고, 익명성이 강화된다. 또한 조직 운영 비용도 집단의 크기가 커질수록 늘어난다. 집단 내에서 서로의 행동에 대해 대화하고 조정하기가 힘들어진다. 한 사람의 행동이 상황을 변화시키는 것을 보여주기도 어려워진다. 이런 이유로 일부 논자는 무정부주의적 소집단 네트워크로 공동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경제도 시장경제에 비해 일정 부분 이런 속성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규모에 따른 협력 감소는 금방 사라지며 거꾸로 규모가 커지면서 협력이 증대하는 경우도 있다. 공공재 형성에 있어서 집단의 규모가 커지면 한계비용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때는 공공재가 비경합적이라는 가정, 즉 다른 사람이 사용한다고 해서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몫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가정이 필요하다. 또한 집단규모에 따라 인구의 이질성이 증가하므로 이것이 다양한 사회적 가치나 자원의 확보로 이어질 수 있어서 협력에 도움이 될 수 있다.

 

4) 경계를 명확히 하는 구조

공유지의 비극은 경계를 설정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공유자원이 가지고 있는 비배재성,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는 성질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유지의 비극을 처음 제시했던 미국의 생물학자 하딘(Garrett James Hardin)은 자신의 논문에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첫 번째 방법은 지도자나 권위의 수립을 통한 해결이다. 지도자가 규제를 설정하고 집행하는 것이다. 정부가 특정 구역, 특정 시기에 어획량을 규제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홉스(Thomas Hobbes)가 이야기했던 강력한 힘을 가진 국가로서의 리바이어던(Leviathan)이 여기에 해당한다. 하딘은 "공유지에서의 자유는 모든 것을 망칠 뿐이다", "모두가 망하는 것보다는 불공정한 것이 낫다"고 덧붙였다.

흔히 집단 내부의 유대관계가 강한 경우에는 민주적으로 권력을 잡은 지도자가 등장하고, 유대관계가 약한 경우에는 강한 권력을 가진 이가 지도자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자의 경우 유대관계가 약해서 협력이 쉽게 일어나지 않으므로 강제적인 권력을 선택하는 것이다. 또한 사람들이 지도자의 권위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정당성과 공정한 과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집단이 공통적으로 무엇이 중요한 가치인지 합의해야 하며, 지도자는 사람들이 복종할 수 있는 충분한 강제력을 가져야 하며, 부패하지 않고 특정 집단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신뢰가 필요하다는 연구들이 제시되었다. 단순해 보이지만 그만큼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른 구조적 해결책이 존재할 경우 사람들은 지도자를 만들지 않는 경향이 있다.

두 번째 방법은 사적소유의 도입이다. 공유지를 쪼개서 개인에게 각각 소유권을 주는 것이다. 공공의 재산보다는 개인의 재산이 더 잘 관리된다는 가정에서 출발한 방법이다. 하지만 바다, 공기, 국방처럼 사적 소유를 설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답이 될 수 없다. 또한 누가 그 재산을 소유하느냐라는 사회정의 차원의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개인 소유의 재산이 더 잘 관리된다는 확실한 보장이 없고, 사적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제도와 비용이 필요하다.

하딘의 해결책은 여기서 끝이 난다. 이후 오스트롬이 세 번째 방법으로 공동체의 자원을 잘 알고 있는 구성원들에 의한 지역적 규제와 제한을 제시한다. 오랜 기간 동안 공유지를 성공적으로 관리해온 공동체의 몇 가지 특징을 정리해본 결과 배제성의 경계를 명확히 관리했다는 점이 우선적으로 꼽혔다. 오스트롬은 "공유지로부터 자원을 사용할 수 있는 개인이나 가계가 명확히 정의되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5) 응징과 보상의 제도화

협력자는 보상을 받고 배반자는 응징을 받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선택적 유인이라 부른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첫 번째는 제도를 도입하고 운영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다. 개인의 행동에 대해 보상을 하거나 응징을 하려면 그들을 감시해야 한다. 대도시에 살아가는 수많은 개인들의 행동을 감시하고 평가하기는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물을 절약해야 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집에서 물을 얼마나 아끼는지를 일일이 조사한다면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그리고 이는 사생활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협력을 유발하는 제도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협력을 통해 얻는 이익보다 더 커질 수도 있다. 또한 감시와 규제는 사람들 간의 충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두 번째는 응징과 보상의 제도 자체가 공공재이므로 무임승차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2차 공공재라 하는데, 사회적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설계된 공공재를 뜻한다. 예를 들어 만들어진 제도를 잘 지키기 위해서는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지만, 실제로는 경찰이나 사법 당국만이 규제를 지키기 위해 애쓸 뿐 일반 개인들은 방관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나는 규제가 가져오는 이익은 받고 있지만, 그 규제를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니 무임승차자가 되는 것이다. 이를 구분하기 위해 애초의 사회적 딜레마를 1차 딜레마라 부르고, 제도 유지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딜레마를 2차 딜레마라 부를 수 있다.

특히 문제는 1차 딜레마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는 타인을 믿고 적극 협력했던 이들이 오히려 2차 딜레마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는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2차 딜레마는 서로를 감시하고 규제하는 것이므로 신뢰와 협력을 추구하는 이들의 성향에 맞지 않는 것이다. 반면 1차 딜레마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타인을 믿지 못하고 협력하지 않던 이들은 규제를 만드는데 더 적극적이 되어 2차 딜레마 해결에 협조한다. 그래서 결국 협력하는 사람과 협력하지 않는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규제의 정도는 비슷하게 된다.

사회적 딜레마 해결은 매우 민감한 문제이다. 협력에 영향을 주는 매우 많은 변수가 있으며, 아주 작은 변화만으로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오스트롬 역시 공유자원 문제에 만병통치약은 없다고 단언했다. 우리가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배반자를 줄이거나 제거할 수 있는 구조적 변화이다. 이는 앞서도 보았듯이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사슴사냥 게임으로 바꾸는 것이다. 사슴사냥 게임에서는 다른 이들도 협력할 것이라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게임의 형태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사회적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은 커진다.

* 정리 :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 정태인의 '네박자로 가는 사회적 경제' (10)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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