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6.19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창조경제가 창조한 것은 ‘창조경제'라는 용어뿐.

 

새 정부가 출범한지 100일이 지나 오랜 준비 끝에(?) 지난 6월 5일, 드디어 정부가 ‘창조경제 청사진'을 공식적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10여 년 전 김대중 정부가 추진한 벤처 활성화 정책과 다를 것이 없을 정도로 전혀 창조적이지 않다는 비판만 되돌아왔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중소 벤처 육성은 김대중 전 대통령 때 추진한 신지식인 운동과 문구, 단어까지 비슷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새누리당 정희수 의원도, “지난 10년 전 정부와 현 창조경제의 차이점을 전혀 이해할 수가 없다”고 개탄했다.

 

그렇다. 오랜 공을 들여 정부가 정식화시킨 창조경제의 3대 목표-6대전략-24개 추진과제를 들여다 보면, IT중심의 벤처창업정책 말고는 기존에 있는 여러 가지 산업정책과 기술지원 정책을 짜깁기 한 것일 뿐이다. 과거의 추격형 전략에서 선도형 성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반복하고 있지만, 이는 대기업 단위에서 이미 오래전에 실행하고 있는 구호를 뒤늦게 정부가 반복하고 있는 것일 뿐 큰 의미도 없다.

 

좋은 개념이니 내용을 채워 주자고? 버리는 편이 낫다.

 

일부에서는 창조경제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만든 존 홉킨스 교수의 2001년 저작『The Creative Economy』에서 근거를 찾으려고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는 이와 별로 관련이 없어 보인다. 또 일부는 구체적 실체를 찾기 위해 이스라엘의 ‘창업국가' 모델이나, 최근 핀란드에서 노키아 쇠퇴를 대체하는 벤처붐을 들여다보지만, 정부가 뚜렷이 이들 국가를 롤 모델로 했다는 얘기도 들리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이론적 근거도 구체적 사례도 없는 추상적 개념들만 계속 동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민간에서 ‘창조경제 연구회'까지 만들고 있지만, 이 역시 비현실적인 끼워 맞추기식 해석을 할 개연성이 높다. 결국 잘 평가해 본들, 창조경제 정책은 ‘창조경제'라는 용어만 창조한 채 사라질 운명이다.

 

그런데 개인들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창의성을 살리자는 취지에서 좋은 개념이니, 개념은 살리고 내용을 전진적으로 채워주자는 ‘선의(?)'의 주장도 있다. 그러다 보니 ‘창조 경제는 이런 것'이라는 개념정의가 말하는 사람들만큼 많아지게 되고, 결국 창조경제라는 개념으로는 전혀 국민들 사이에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가 어렵고 살기가 팍팍한 상황에서, 국민 전체의 지혜를 모아도 모자랄 판에 ‘창조경제'가 국민의 의사소통과 지혜의 수렴을 가로막고 있는 애물단지가 되고 있지 않나? 이론적 근거도 없고, 설득력 있는 유사 사례도 없으며, 지금 경제 환경에도 맞지 않는 국적 불명의 창조경제는 폐기하는 것이 맞다.

 

‘세계 경쟁력'에 집착하기보다 ‘협동경제'로 내부를 다져야.

 

지금 우리 앞의 경제 환경은 글로벌 기술 경쟁력이 뒤처지면서 발생한 것이 아니다. 하드웨어적 스마트폰 경쟁력은 세계최고이며, 가격대비 자동차 경쟁력도 결코 낮지 않다. 그런데도 경제성장률은 2% 밑을 기고 있지 않나? 우리뿐이 아니다. 미국의 경제 역시 IT분야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세계 최고의 경쟁력과 시장 점유율을 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7% 중반대의 실업률을 떨어뜨리지 못하고 있다. 문제가 다른데 있다는 것이다. 고장난 신자유주의 금융시스템, 극단적으로 악화된 불평등 구조 등이 쉽게 치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나친 수출의존도를 줄이면서 국내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여 내수기반을 키워야 한다. 승자 독식의 경쟁시스템을 완충할 수 있도록 사회 안전망을 확장하는 한편, 공공부문의 역할을 회복하고, 특히 협동조합과 같은 사회적 경제 부분을 키워 신뢰하고 협동하는 사회적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에너지 위기를 맞아 에너지 집중형 산업에서 에너지 저소비형으로의 산업 전환도 시작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위한 투자가 필요하고 일자리도 필요하다. 특히 경제위기에서 함께 어려움을 나누고 사회가 함께 살기위해 필요하다. 이런 것을 굳이 이름 붙이자면 협동 경제라고 할 것이다. 필요한 것은 창조경제가 아니라 협동경제라는 말이다.

 

기술혁신과 함께 사회혁신이 절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조와 혁신이 긴요한 것 아닌가? 긴요하다. 물론 IT분야에서 필요하고 이미 민간에서 기업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정부가 정작 관심을 가져야 할 대목은 ‘사회혁신'이다. 가난한 서민에게 과감하게 신용대출을 해주었던 그라민 은행과 같은 발상의 혁신, 느리더라도 시민들이 지자체 예산 결정에 참여하는 참여 예산제의 실험, 그리고 무한 경쟁교육에서 협동하는 교육으로의 전범을 이룬 혁신학교 등이 그런 사례다. 아직도 신자유주의가 우리 사회에 고착시킨 정글 자본주의의 폐해를 하나씩 전복해야 한다. 엄청난 창의적 상상력과 국민적 에너지가 필요하다. 경쟁을 위한 창의적 상상력이 아니라 협동을 위한 창의력, 상상력, 의지가 필요한 것이다. 정부가 북돋워야 할 대목도 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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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30이수연/새사연 연구원


이수연 / 새사연 연구원


“한국은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것처럼 협동조합의 기적도 이룰 것입니다.” 협동조합의 권위자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의 스테파노 자마니 교수가 한국 방문단에게 한 말이라고 한다. 그의 말대로 지금 우리나라에 부는 협동조합 열풍은 한강의 기적을 이루고도 남을 정도다.


협동조합, 한강의 기적 이룰까?

 

기획재정부에 의하면 현재 설립 신청을 한 협동조합의 수가 850여 개에 달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향후 10년 안에 서울에 8000개의 협동조합을 만들겠다고 선포했다. 지자체나 시민단체, 대학들에서는 다양한 협동조합 강좌들이 열리고 있으며, 강의마다 빈 자리를 찾기 어렵다. 2011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었고, 2012년 12월 이 법이 발효되었으니 불과 2년 만의 변화이다.

 

협동조합이 대체 뭐길래 그럴까? 협동조합기본법에 의하면 5명 이상이 모여서 출자금을 납부하고 정관을 만들어 신고하면 협동조합이 된다. 기존의 개인사업체나 법인이 아닌 또 다른의 형태의 사업체 설립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런데 5명이 주식을 투자해서 만든 주식회사와 협동조합은 어떻게 다른 것일까? 협동조합은 일반기업보다 착하고 좋은 일을 하는 것 같은데 그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서는 조합원, 출자금, 정관 등의 형식을 넘어서 협동조합이 가진 근본적 특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반기업과 협동조합의 근본적 차이는 자본과 노동의 고용관계에 있다. 일반기업의 경우 자본이 노동을 고용하는 형태이다. 사장님이 자기 돈으로 회사를 차리고 직원을 고용한다. 혹은 주주들이 자본을 댄 후 경영자와 직원을 고용한다. 하지만 협동조합은 노동이 자본을 고용하는 형태이다. 협동조합의 자본은 조합원들의 출자금으로부터 나온다. 조합원, 바로 노동이자 사람이 자본을 고용하는 것이다. 이는 곧 누가 기업의 주인인가라는 문제로 볼 수 있다. 일반기업에서는 자본이 주인이지만, 협동조합원에서는 조합원이 주인이 된다.

 

협동조합이 '착한 일'을 할 수 있는 이유


기업의 주인이 누구냐에 따라 기업의 수익을 어떻게 배분하고 활용할지가 달라진다. 일반기업에서는 수익이 발생하면, 주인인 자본가의 이익으로 돌아간다. 매출이 증가하면 주주들의 배당금이 높아지거나 사장님이 부자가 되는 식이다. 하지만 협동조합은 조합원을 위해 수익을 사용한다. 소비자협동조합이라면 조합원인 소비자들에게 더 좋은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기 위해 수익을 사용한다. 생산자협동조합이라면 조합원인 생산자들이 납품한 물건을 좋은 가격에 구매하기 위해 수익을 사용한다. 노동자협동조합이라면 조합원인 노동자들의 임금상승과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수익을 사용한다. 금융협동조합이라면 조합원인 고객들에게 더 낮은 대출금리와 더 높은 예금금리를 제공하기 위해 수익을 사용한다. 사회적 약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지역 공동체 발전을 목표로 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이라면 그러한 목표를 위해 수익을 사용한다. 그래서 협동조합은 수익이 아니라 조합원이 필요로 하는 것, 조합원이 합의한 가치를 추구하는 ‘착한’ 기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자본이 주인인 일반기업에서는 노동자를 해고하거나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히거나 환경을 파괴하는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들의 목표는 수익극대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협동조합에서는 그런 일들이 일어날 수 없다. 노동자가 주인이고, 소비자가 주인이고, 지역 공동체가 주인이기 때문이다.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몬드라곤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협동조합그룹이다. 1956년 5명의 창립자에 의해 설립된 난로공장에서 시작하여 현재는 200개가 넘는 기업을 산하에 두고 있는 거대 그룹이다. 현재 스페인에서 매출 기준으로 7위이며, 9만 명에 가까운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삼성과 같은 재벌인데, 그 재벌이 협동조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몬드라곤의 목표는 일자리 창출이다. 가난했던 지역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되었고 지금도 그 목표를 충실히 실현하고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몬드라곤 역시 위기를 맞았고 약 8000명의 일자리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삼성과 같은 일반기업이었다면 8000명의 정리해고가 발생했을 것이다. 하지만 몬드라곤은 8000명의 직원에게 평소 임금의 80%를 지급하며 휴직을 시켰다. 그리고 교육과 훈련, 창업을 통해 그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주었다. 왜냐하면, 몬드라곤의 목표는 수익이 아니라 일자리 창출이기 때문이다. 해고없는 기업이라는 몬드라곤의 신화는 철저히 협동조합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조합원이 주인이며, 그래서 수익이 아니라 필요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것 자체가 목표라는 점. 이것이 협동조합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필수적인 내용이다. 이런 근본 특징으로부터 모든 조합원들이 출자금의 규모에 상관없이 1인 1표의 의결권을 갖으며, 조합원의 투표를 통해 이사회나 경영진을 선출하며, 투자배당이 아니라 이용고배당을 실시한다는 협동조합의 운영 원칙들이 나오게 된다. 투자배당이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주식에 대한 배당처럼 투자한 자본에 대해 수익을 배당하는 방식이며, 이용고배당이란 협동조합을 이용한 정도에 따라 수익을 배당하는 방식이다. 소비자 협동조합의 경우는 소비를 많이 한 조합원일수록, 생산자 협동조합의 경우는 생산을 많이 한 조합원일수록 높은 배당을 받는 것이다.

 

이러한 협동조합의 특징을 담아 국제협동조합연맹(ICA)에서는 협동조합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를 통해 공통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자율적인 조직”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또한 협동조합의 7가지 원칙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첫째, 조합원의 참여는 자발적이고 개방적이다. 둘째, 민주적으로 운영된다. 셋째, 경제적으로 공동 소유하고 공동 이용한다. 넷째,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다섯째, 조합원과 일반대중에게 교육과 훈련 및 정보를 제공한다. 여섯째, 협동조합끼리 서로 협동한다. 일곱째, 지역사회에 기여한다.

 

시장 경제 속에서 협동조합은 어떻게 가능한가?


공통의 가치를 추구하고, 조합원들끼리 협동하고, 신뢰하고, 연대하다니! 확실히 협동조합은 수익, 효율, 경쟁을 추구하는 일반적인 경제와 다른 원리를 갖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그게 과연 가능할까? 경제학의 아버지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보이지 않는 손’을 언급하면 말했던 경제는, 모두가 제 이기심을 충실히 따르고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하면 사회 전체적으로도 가장 이로운 결과가 나오는 것이었다. 이를 시장경제라 부른다. 여기에는 가치, 협동, 신뢰, 연대 등의 ‘착한 것’들이 낄 틈이 없다. 아담 스미스의 말대로 인간이 모두 이기적으로 행동한다면 협동조합은 불가능하다. 필연적으로 망할 수밖에 없다.

 

과연 인간은 이기적일까? 여기 인간이 이기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유명한 실험이 있다. 최후통첩게임(Ultimatum Game)이다. A와 B라는 두 사람이 있다. 이제 A에게 1만 원을 주고, B와 나눠가지도록 한다. A가 B에게 얼마를 주든 상관없다. 1000원이든 5000원이든 주고 싶은 만큼 제시할 수 있다. B는 A가 제시한 금액을 받아들이거나 그게 마음에 들지 않으면 거절할 수 있다. 단, B가 A의 제안을 거절하면 두 사람은 모두 한 푼도 갖지 못한다.

 

당신이 A라면 얼마를 제시하겠는가? 당신이 B라면 A가 얼마를 제시했을 때 제안을 수용하겠는가? 만약 시장경제에서 말하듯이 인간이 물질적 이익만 추구하는 이기적 존재라면 이미 답은 나온 셈이다. A는 1원을 제시하고, B는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A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최소한의 금액인 1원만 주는 게 이기적인 행위이다. B의 입장에서는 A의 제안을 거부해서 한 푼도 못받는 것보다는 1원이라도 받는 게 이익이다.


인간이 이기적이지 않다면...

 

하지만 전 세계의 경제학자, 사회학자, 심리학자, 인류학자들이 위 실험을 수도 없이 반복한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대체로 A는 4000원에서 5000원 정도의 금액을 B에게 제시하고, B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만약 A가 욕심을 부려 2000원 이하의 금액을 제시하면, B는 이를 거절하고 차라리 한 푼도 받지 않는 쪽을 택했다.

 

이 결과는 무엇을 뜻하는가? 우선 인간은 물질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인간은 남을 생각한다. 그리고 인간은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행위에 대해서는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반발한다. 협력과 응징을 통해 남이 나에게 하는 만큼 나도 베푼다는 것이다. 가장 상식적이고도 현실적인 인간의 모습이다. 이를 상호적 인간이라 한다. 생각해보면 이미 인류의 오랜 고전인 성경과 논어에서도 이를 황금률이라 하여 언급하고 있다.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 <성경> 마태복음 7장 12절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 - 내가 원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하지 마라” - <논어> 12편

 

특히 최근에는 생물학이나 진화학에서도 이런 상호성이 인간의 유전자에 박혀있다고 설명한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상호적이고 따라서 협동은 진화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몇 백만 년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인간의 역사 대부분을 인간은 상호적으로 행동했다. 다만 최근 300년 동안, 그리고 신자유주의가 압도했던 특히 지난 30년 동안 인간은 이기적이라는 주장이 득세했을 뿐이다.

 

이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반론을 제시했다. A가 4000원이 5000원이라는 높은 금액을 제시한 까닭은 혹시 B가 그 제안을 거절해서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A의 결정은 이기적이며, 시장경제가 상정하는 이기적 인간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를 확인하기 위해 또 하나의 실험을 했다. 독재자 게임(Dictator game)이다. 앞서 진행한 최후통첩게임과 똑같이 진행하되, 다만 B에게서 제안을 거절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했다. 즉, A가 어떤 금액을 제시하더라도 B는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건 너무나 쉽다. 만약 A가 이기적인 인간이라면 B에게 한 푼도 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실험 결과는 예상과 다르게 나왔다. 역시 전 세계에서 이루어진 여러 차례의 실험 결과를 종합해보면 대체로 A는 2000원에서 3000원을 B에게 나눠 주었다. 앞의 최후통첩게임 결과와 비교 해보면 나눠 주는 금액이 2000원 정도 줄기는 했다. 줄어든 2000원은 경제학자들의 반론처럼 자신의 이익을 확보하려는 마음의 크기일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2000원에서 3000원의 금액을 결정권이 없는 사람에게 제시하고 있다는 것은 남을 배려하는 행동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인간은 이기적이지 않다. 인간에게 이기적인 면이 분명 있지만,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오히려 대체로 이기적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경제학이 아담 스미스 이후 300년 역사 동안 절대적인 가정으로 삼은 인간은 이기적이라는 명제는 절대적이지 않다. 인간이 이기적이지 않으며 상호적이라는 사실에서 경제는 착해질 수 있고, 협동조합과 같은 기업이 존재할 수 있게 된다. 이 ‘착한 경제’를 사회적 경제(시장경제를 시장적경제라고 하지 않는 것처럼 사회적 경제보다는 사회경제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나, 국내에서 이미 많이 사용되어 읽는 이에게 익숙한 용어라는 점을 고려하여 사회적 경제라 표기한다)라 한다.

 

인간의 상호성을 전제로 한 사회적 경제


시장경제가 개인의 이기심을 전제로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사회적 경제는 개인의 상호성을 전제로 협력을 통해 연대를 추구하는 것이다. 사실 사회적 경제는 시장경제보다 더 오랫동안 인류와 함께해왔다. 원시부족마다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식량 공유의 습관이 대표적이다. 시장경제는 19세기에 자본주의가 등장하면서야 우리 곁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경제라고 하면 시장경제가 전부이며, 경제활동은 당연히 이기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전세계적으로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져들고, 소득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욕심과 경쟁을 강요하는 시장경제의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동시에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사회적 경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협동조합에 대한 사람들의 놀라운 관심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라 이해할 수 있다.

 

사회적 경제의 개념에 대해서 조금 더 정리해보자. 학문적이고 정책적으로 사회적 경제라는 개념이 가장 먼저 자리 잡은 곳은 프랑스였다. 1800년대 후반 자본주의가 도입되면서 대규모 도시노동자가 양산되었고, 이들의 삶은 매우 열악했다. 이에 대해 노동자들의 집단 대응이 필요하다고 믿었던 경제사상가 샤를 지드(Charels Gide)는 ‘시장경제를 더 사회적이고, 공평한 체제로 전환한 대안’으로 사회적 경제를 제시했다. 이런 실용주의적 입장과 함께 생시몽(Saint Simon)이나 푸리에(Fourier)와 같은 사회주의자들은 ‘사회, 경제적 목적을 지닌 협동조합을 정치적 도구로 삼아서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새로운 사회경제체제로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1901년에는 협동조합, 상호공제조합 등이 프랑스에서 법적 인정을 받았다. 이후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경기침체와 실업으로 유럽의 복지국가들이 위기에 처했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사회적 경제가 유럽 전체에 퍼져나갔다. 시장과 국가가 해결하지 못한 일자리 창출과 사회 서비스 제공을 위해 개인들의 자발적 공동체가 나서게 된 것이다. 1989년에는 유럽위원회 차원에서 사회적 경제 전담 부서를 신설했다.

 

사회적 경제에 대한 정의는 다양한데, 대표적인 것 몇 가지를 꼽자면 다음과 같다. 공통적으로 시장과 국가의 바깥에 존재하며, 자발적이고 민주적이며, 전체 공동체의 보편적 이익을 지향하는 경제라는 점을 포함하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가 만족시킬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이 표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사회적 경제 안에는 어떤 기구들이 포함될까? 대체로 경제적 목적(수익 창출)과 사회적 목적(구성원이 합의하는 공동체의 보편적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기구로서 협동조합, 상호공제조합, 사회적 기업 등이 포함된다. 나라에 따라 경제적 목적은 전혀 추구하지 않은 채 사회적 목적만을 추구하는 자선단체나 비영리 단체까지도 사회적 경제 안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앞서 우리가 살펴본 협동조합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등장하는 사회적 경제 조직의 대표 사례이다.


사회적 경제가 가져올 수 있는 미래

 

그렇다면 이런 사회적 경제는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우리가 사회적 경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논리만을 강요해서 생겨나는 많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나아가 우리의 사고방식과 사회운영원리를 좀 더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요즘은 주춤하지만 지난 대선을 최고점으로 하여 경제민주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경제민주화를 위해 재벌을 개혁하고 규제한다고 하자. 그러면 이제까지 재벌이 차지해왔던 자리를 새로운 경제주체가 메워주어야 한다. 재벌을 규제할 수 있는 대안세력이 등장해야 한다. 사회적 경제가 그것을 해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재벌기업이 독과점하고 있는 시장을 중소상인과 중소기업에 돌려주는 경제민주화 역시 협동조합을 통해 실현할 수 있다. 골목까지 들어오는 재벌들의 빵집이나 대형마트에 대항하기 위해 동네 슈퍼 협동조합이나 동네 빵집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다. 또한 협동조합은 그 자체로 소유와 경영에 있어서 민주적이며, 지역과 공동체를 고려하는 공동선을 추구한다. 협동조합이 확산될수록 우리는 그러한 기업을 더 많이 갖게 되는 것이다.

 

복지국가 건설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시장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진다. 그렇다고 복지를 수익성만 추구하는 시장에 맡길 수는 없다. 정부의 복지체계를 지역 구석구석까지 잘 전달해줄 수 있는 조직은 지역에 뿌리박은 민간 조직이면서, 수익성만을 추구하지 않고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조직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국가의 건강보험시스템에서 마지막 의료서비스 전달(1차 진료)을 의료생협이 맡는 것이다. 지역의 다양한 수요를 만족시키기에는 국가의 관료조직을 타고 내려오는 의료서비스보다 지역 주민들이 만든 의료생협을 통한 의료서비스가 훨씬 더 적절하다.

 

꼭 이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좋다. 지금 우리 동네에서, 지금 나에게 무언가 필요한 것이 있다면 협동조합으로 해결할 수 있다. 동네에 마을버스가 필요하다면 마을버스 협동조합을 만들자. 지역신문이 필요하다면 지역신문 협동조합을 만들자. 어린이집이나 대안학교를 만들 수도 있다. 협동조합과 같은 사회적 경제가 많이 생길수록 우리사회 전반에 깔리는 운영원리 또한 경쟁이 아니라 협동으로 변화할 수 있다.

 

서두에 소개했던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의 스테파노 자마니 교수는 “협동조합은 상상의 산물”이라고 했다. 무엇이든 상상하는 것을 이룰 수 있으며, 때로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것도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막연하게 세상은 원래 그런 거야, 경제는 원래 그런 거야 라고 생각해왔다면 이제 그 벽을 깨고 새로운 사회를 그려보자. 우리에게는 사회적 경제라는 새로운 물감이 주어졌다. 


* 이 글은 가톨릭대학교 교지 '성심'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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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 05 / 03 새사연/부동산 정책모임 번역

지속가능한 개발에 충실한 이탈리아 주택협동조합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PDF 아이콘을 눌러 파일을 다운로드 받으시기 바랍니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부동산 정책 모임은 유럽연합사회주택위원회(CECODHAS Housing Europe)와 국제협동조합연맹의 주택분과(International Co-operative Alliance Housing)가 함께 발간한 Profiles of a Movement: Co-operative Housing Around the World"를 통해 세계주택협동조합의 역사와 현황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새사연이 직접 국제협동조합연맹의 주택분과로부터 저작권 이용허가를 받아 번역한 본 자료는 총 22개국의 주택협동조합들의 사례들을 담고 있다주택협동조합이 이 국가들에서 왜 필요했고누가 어떤 과정을 통해 주택협동조합 운동을 이끌어 왔으며이에 대한 정부와 시민 사회의 역할은 어떠했는지그리고 이들 국가들에서 주택협동조합은 어떤 긍정적 혹은 부정적 유산들을 남겼는지에 대해 본 자료는 잘 설명하고 있다.

 

사회적 협동조합의 형태를 가진 진정한 의미의 주택협동조합을 경험할 기회가 없었던 우리에게 있어서 본 자료는 좋은 지침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본 자료를 통해 약 1세기 전부터 있었던 주택협동조합 운동의 역사를 접하면서 협동조합이라는 우리에게는 아직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 좀 더 친숙해질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길 기대한다.(편집자 주)

 


이탈리아 협동조합 역자 요약


이탈리아 주택협동조합은 크게 전통적 주택협동조합과 사회적 주택협동조합 두 유형으로 나뉜다. 전자는 정부보조금을 받는 대신 시장 보다 조금 낮은 가격에 주택을 제공하고, 조합원이 자신이 거주하는 주택을 소유하도록 허용한다. 반면 후자의 경우 조합원은 주택을 소유할 수 없고, 대신 저렴한 가격과 보장된 거주권이라는 유리한 조건으로 주택을 임대할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주택 소유를 전제로 한 주택공급이 전통적으로 주를 이뤄왔고, 이러한 전통은 주택협동조합 운동 내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시장화의 영향과 재정부족으로 공공주택의 부족현상이 심각해짐에 따라 사회적 주택협동조합들이 과거보다 활성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대출이자에 대한 보조금 지원, 건설부지 제공, 더 나아가 조합에 대한 직접적 자금지원 등을 통해 주택협동조합의 성장에 기여했다. 또 주택협동조합을 포함한 모든 협동조합들로 하여금 매년 일정 비율 이상의 금액을 연대기금에 적립하도록 하고, 이 기금이 조합원에게 배당금으로 지출되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주택협동조합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거듭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마련하였다.

 

이탈리아 주택협동조합은 4개의 전국연합들에 의해 조직된다. 이 연합들은 개별 주택협동조합의 설립을 돕고, 필요한 교육을 제공하며, 지역 단위 조합들 사이의 연대를 촉진하는 등의 역할을 한다. 한편 친환경 건설, 에너지 효율성에 대한 이탈리아 주택협동조합들의 높은 관심에서 볼 수 있듯이 지속가능한 개발 부문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주택협동조합

 

역사

 

이탈리아의 협동조합는 19세기 중반에 시작되었다. 1854년에 설립된 최초의 협동조합은 소비자협동조합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1886년, 레가쿱(Legacoop, 설립 당시 Federazione Nazionale delle Co-operative라 불림)이라는 전국 협동조합 협회가 만들어졌다. 1919년 레가쿱은 분열되었고, ‘Conf co-operative’라는 또 하나의 전국 협동조합 협회가 새롭게 만들어진다. 다른 유럽 국가들에서와 같이 이탈리아 협동조합도 연대의 원칙하에 실업이나 높은 생계비 부담과 같은 사회 전반의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설립되었다. 

 

이탈리아의 첫 번째 주택협동조합은 1884년에 설립되었다. 담배공장의 노동자들이 건설한 이 주택협동조합은 협동조합이 발달한 지역으로 유명한 에밀리아 로마냐(Emilia Romagna)의 수도, 볼로냐(Bologna)에서 활동을 시작하였다. 1800년대 말부터 1920년대까지 수천가구의 협동조합주택이 개발되었다. 이러한 방식의 주택공급은 협동조합이 담고 있는 가치를 지지하는 정치인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다른 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세계대전은 주택협동조합을 포함한 많은 협동조합들을 파괴시켰고, 파시스트 레짐은 민주적으로 운영되던 주택협동조합의 종말을 가져왔다. 그러나 2차 대전이 끝나면서 협동조합 운동은 다시 부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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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 04 / 19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추천 보고서(11)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의 협동조합 10년 청사진 보고서파일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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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1. 세계 협동조합의 해를 보내고 나서
2. 참여는 협동조합의 수단이자 목적
3. 경제, 사회, 환경 측면에서 지속가능성 확보
4. 교육을 통한 정체성 강화와 메세지 확산

5. 협동조합을 예외적 존재로 취급하는 법적 체제 개선 필요

6. 자본 조달, 사람들의 인식 개선과 함께 진행되어야

 

 

[본  문]

 

1. 세계 협동조합의 해를 보내고 나서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은 올해 1월 ‘협동조합 10년 청사진(Blueprint For A Co-operative Decade)’ 보고서를 발표했다. 2020년까지 협동조합이 발전하기 위한 전략적 목표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인 2012년은 국제연합(UN)이 정한 세계 협동조합의 해로, UN의 반기문 사무총장은 협동조합을 두고 “경제적 활력과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국제적 공동체” 라고 표현했다. UN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협동조합을 알리고, 협동조합이 UN이 정한 새천년개발목표(Millenium Development Goals)를 실현하는데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며, 협동조합의 설립과 성장을 촉진하고, 각 국 정부는 이에 필요한 정책과 법을 도입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ICA는 보고서에서 UN의 세계 협동조합의 해가 협동조합으로 새로운 방식의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을 널리 알리는 시발점이 되었으며, 작년은 협동조합 영역에 있어서 역사적인 시기였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점점 악화되고 있는 경제침체와 불평등 심화도 협동조합에 대한 인식 확산의 배경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작년의 성과를 잘 이어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목표와 행동이 필요하며, 그런 이유에서 이 보고서를 발표한다고 밝히고 있다. ICA가 제시하는 향후 10년 간 협동조합의 목표,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전략과 방법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먼저 ICA는 최근 전 세계에서 전반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문제들로 환경파괴와 자원감소, 불안정한 금융, 불평등의 심화, 젊은이들이 사회적으로 배제되고 있는 현상, 정치조직이나 경제조직에 대한 신뢰 상실, 국제 정치의 불균형들을 꼽았다. 그리고 협동조합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나서야 하고, 또 지난 경험을 보았을 때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고 본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협동조합이 이처럼 사회문제 해결에 긍정적 기여를 하며, 그래서 협동조합의 설립과 성장을 지원하고 방해가 되는 요소들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점을 사람들이 확신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구체적으로는 2020년까지 협동조합이 달성할 목표로 다음의 세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지속가능성 실현의 선도자로 인정받는다. 

둘째, 사람들이 선호하는 사업 모델이 된다. 

셋째,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이 된다. 


그리고 이런 목표들을 이루기 위한 전략으로 다음의 다섯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조합원의 참여를 한 단계 높인다.

둘째, 지속가능성 실현의 주체로 자리매김한다.

셋째, 협동조합의 메세지와 정체성을 강화한다. 

넷째, 협동조합의 성장을 지원하는  법적 체제를 확보한다. 

다섯째, 조합원들이 통제할 수 있으면서도 안정적인 자본을 구축한다. 


첫 번째의 참여와 두 번째의 지속가능성은 협동조합이 다른 기업에 비해 갖고 있는 장점이다. 이러한 장점들을 세 번째 전략인 협동조합의 정체성에서 나오는 것이기도 하다. 협동조합의 정체성과 장점을 사람들에게 제대로 인식시키는 것이 메시지이다. 네 번째 법적 제도와 다섯 번째 자본은 이를 위해 필요한 조건들이다. 이 다섯 가지 측면의 전략들이 상호작용하며 추진될 때 협동조합의 청사진이 실현될 수 있다. 



2. 참여는 협동조합의 수단이자 목적


ICA가 제시한 협동조합 청사진의 다섯 가지 전략을 하나씩 짚어보자. 먼저 참여의 문제이다. 구성원들의 민주적 참여는 협동조합의 가장 잘 알려진 특징이자, 일반 기업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보고서에서는 참여가 가져오는 효과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하는데 하나는 경제적 측면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낸다는 것이다. 소비자, 노동자들이 협동조합을 통해서 목소리를 내도록 하여 더 생산적이고, 더 현명하며, 더 책임 있는 기업을 만든다. 다른 하나는 공동체를 강화하는데 기여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방법을 배우도록 하여 공공재를 창출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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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경제학은 300년 동안 우리를 속여왔다"

[책소개] 『정태인의 협동의 경제학』 (정태인, 이수연 / 레디앙)


2013.4.13

경제학은 300년 동안 우리를 속여 왔다. 이른바 주류경제학은 이렇게 주장해 왔다. “인간은 이기적이고, 시장은 효율적이며, 모든 경제 문제는 시장이 ‘보이지 않는 손’을 통해 해결해줄 것”이라고. 정태인 등 『협동의 경제학』의 저자들은 이는 거짓말이며, 기존의 경제학은 죽었다고 선언한다.

저자들은 또 경제학 제국주의 시대와 시장경제 유일사상을 모두 극복해야 하며, 시장경제와 함께 사회적 경제, 공공경제, 생태경제의 네 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4박자 경제학’이 필요하고, 이들이 사회 운용의 원리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기존의 경제학은 사망했다

“현실과 상식에 맞지 않는 이야기들이 경제학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세상을 지배하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되겠는가? 금융 위기를 유발한 약탈적 대출, 전 인류의 절멸을 가져올 지구온난화, 아이들을 사지로 내모는 사교육 경쟁 앞에서도 여전히 모두가 이기적으로 행동하면 시장이 다 알아서 해줄 것이라고 주장하는데도 똑똑한 경제학자들 대다수가 그렇게 주장하니 올바른 얘기일 거라고 믿어야 할까?

내 보기에 경제학은 이미 사망했다. 경제학의 아름다운 수학 체계는 현실에서 너무 멀어졌다. 지나치게 정교해져서 머리 좋다는 학자들이 아주 조그만 현상의 수학적 증명에만 매달리고 있다. 하늘의 유토피아 한 구석을 헤매고 있을 뿐, 자신이 디디고 있는 땅은 완전히 잊었다. 지금 우리에게는 다른 경제학이 필요하다.”

지난 2008년 미국 발 금융 위기 이후 30여 년 동안 맹위를 떨쳤던 신자유주의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신자유주의가 민주주의의 반대편에 서서 사적 거대 자본, 특히 금융 자본의 절대적 자유만 강조한 채 일체의 공공성을 부인하는 가장 폭력적 형태의 자본주의였다는 점에서 이 체제의 근간이 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본질에 대한 비판도 최근들어 다양하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곳일 뿐 아니라, 정치와 경제가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시장 또는 경제를 정치와 분리시켜 경제 활동이 이뤄지는곳이 진공의 공간인 양, 어려운 수학을 동원해 각종 경제 모형을 만드는 ‘똘똘한’ 경제학자들의 오류에 대한 지적, 간혹은 조롱도 그런 비판 가운데 하나다. 이 책의 주류경제학에 대한 비판과 대안은 다양하고 입체적이다.

협동의 경제학

주류경제학에 대한 입체적 비판

첫 번째는 애덤 스미스 이후 주류경제학의 기본 전제였던 인간의 이기심과 그에 따른 경제적/합리적 선택이 사회의 공리를 증진시킨다는 주장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 제기이다. 저자는 행동경제학의 가장 최근의 이론적 성과를 바탕으로 인간의 본성이 이기적인 것만이 아니라, 오히려 더 협동적이었다는 점을 밝힌다.

저자들은 인간의 무한 이기주의적 경쟁을 독려하고,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자 진실인 양 말해온 것은 자본주의 역사 300년 동안에만 해당되는 것으로, 인류 역사에서는 오히려 예외적인 상태를 일반화한 것이라는 입장을 옹호한다. 저자들은 이기심을 바탕으로 하는 경쟁은 인간 본성이 아니라 자본주의적 인간의 속성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두 번째는 시장의 효율성에 대한 이견이다. 시장의 효율성은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른 합리적 자원 배분, 개인의 이기심과 사회적 공익의 선순환을 중심 논리로 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경제학에서도 인정하는 시장실패는, 단지 시장경제의 예외적 상황이 아니라 자본주의 경제학의 필연적 결과이며, 따라서 시장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작동한다는 주장 역시 제한적인 범위 안에서 인정돼야 한다.

오히려 개인의 이기적 욕망과 사회적 수준의 공익이 충돌하는 사회적 딜레마 현상이 보다 보편적이며, 이 같은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인류가 오랜 시간 어떤 노력을 해 왔는지 구체적 사례를 소개한다.

이 과정에서 이기심을 바탕으로 한 호모 에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 경제적 인간) 간의 경쟁보다는 호모 레시프로칸(Homo Reciprocan 상호적 인간)으로서의 협동이 개인과 공동체를 유지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는 사실을 밝힌다. 저자들은 또 경제학이 자랑하는 효율성이라는 가치가 평등이나 우애와 같은 다른 가치보다 중요하다는 근거도 없다고 말한다.

정의를 내다버린 경제학 비판

세 번째 저자들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내부에서 싹이 트고 있는 다양한 사회적 경제와 협동조합 운동이 자본주의를 극복하는 대안 경제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유럽연합(EU)는 지난 2009년 유럽 의회의 압도적 찬성으로 ‘사회적 경제에 관한 결의’를 채택했다.

유럽 의회는 결의문을 통해 현재 자본주의의 위기적 상황은 새로운 경제적 사회적 모델을 요구하는 바 “사회적 경제는 산업민주주의와 경제민주주의를 강화하는 데 상징적인 의미에서, 그리고 실제 성과라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하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저자들은 사회적 경제는 상호성과 연대, 신뢰와 협동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런 가치들은 자본주의의 원리, 주류경제학의 원리, 시장경제의 원리만으로 사회를 일원화할 때 발생할 수밖에 없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 형성되고 발전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이어 사회적 경제의 대표적 사례이자, 한국에서도 관련법이 제정되면서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 협동조합 운동에 대한 이탈리아와 캐나다의 사례를 현지 방문 결과를 토대로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네 번째 저자들은 경제학이 ‘실증’이라는 이름으로, 수학을 동원하면서 쌓아올린 이론적 결과를 놓고 이를 ‘사회과학의 보석’이라며 스스로에게 훈장을 달아주는 행위를 비판한다. 저자들은 이런 학문적 입장은 경제학에서 ‘정의(justice)’를 내다버린 결과일 뿐으로, 주류경제학 이론의 현실 설명력에 대한 본질적인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저자들은 경제학이 이제는 ‘정의’의 가치를 복원시켜야 하며, 공공경제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강조돼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들은 공공경제에서 중요시 하는 공공성을 사회적으로 결정하는 이론적 자원으로 ‘정의론’을 차용하고 있다.

자연권적 자유지상주의, 경험적 자유지상주의, 평등적 자유주의, 공동체적 자유주의, 마르크스주의에서 얘기하는 각각의 정의론을 재산권 위상에 대한 견해 차이, 재분배에 대한 입장 차이라는 스펙트럼을 통해 설명하고, 바람직한 공공경제의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

“이제까지 주류경제학에서 공공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우선적으로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긴 후에 남은 문제를 해결하는 수준이었다. 시장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것, 시장에 맡기면 오히려 비용이 많이 드는 문제와 같이 ‘나머지’를 처리하는 영역이 공공경제였다. 효율성보다 기본적 생존권과 인간다운 삶을 우선한다면 공공경제를 통해서 정의로운 재분배를 이루는 것이 기본 바탕이 되고, 그 중에 시장에 맡기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경우에 시장경제의 몫이 되어야 한다.”

바글바글 에너지야말로 우리의 자랑

마지막으로 저자들은 특히 모든 생산과 소비는 쓰레기를 생산하는 자연의 훼손과 동시에 진행된다는 점을 환기시키면서, 엔트로피 법칙이 반영된 생태경제는 전 인류가 처해 있는 공공의 재앙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경제학이라고 말한다. 시장경제의 한 분파로 자리 잡고 있는 환경경제학과는 질적으로 다른 생태경제학을 튼튼하게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시장경제의 한계와 사회적 경제의 가능성, 공공경제와 생태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동시에 인간의 이기적 속성에 기반하고 있는 ‘경쟁과 효율의 경제학’에서 인간의 상호성과 연대, 사회적 정의를 중요하게 바라보는 ‘협동의 경제학’이 가능하며, 또 시급한 과제라는 점을 책 전편에 걸쳐 강조하고 있다.

저자들은 “장구한 인류 역사에서 시장이 인간관계를 대변한 건 지난 300년뿐”이며 “인간이 자신과 가족을 위하여 경쟁하면 시장이 모든 갈등을 조정해 줄 것이라는 300년 묵은 신앙을 이제는 버릴 때가 되었다.”고 주장하면서, 하지만 “구소련 사회주의처럼 공공경제의 원리, 또는 평등의 가치 하나로 세상을 조직해서도 안 된다는 뼈저린 교훈도 얻었다.”며 네 박자 경제학의 조화로운 운영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책을 마무리하면서 협동조합 운동과 지역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론보다 현장에서 실천에 나서는 것이야말로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라는 점을 일깨운다.

“이론은 ‘협동조합을 꿈꾸는 그대’에게 이렇게 말한다. 먼저 동네에서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지 살펴서 주민들과 해법을 모색하라. 지방정부나 중앙정부의 사업 중에 해당 항목을 찾아서 담당 부서와 의논하라. 정부가 하는 일 중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은 없다. 무엇보다도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절대로 정부 공무원의 머릿속에서는 나올 수 없는 사업들도 수없이 튀어 나올 것이다. 우리의 꿈이 주민들 스스로의 에너지로 실현되는 곳이 바로 사회적 경제다. 바글바글한 에너지야말로 우리의 가장 큰 자랑이 아닌가?”

* 기사원문 : http://www.redian.org/archive/53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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