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인의 '네박자로 가는 사회적 경제'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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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새사연의 정태인 원장이 2011년 12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진행한 ‘정태인의 경제학 과외 2부 : 사회경제, 공공경제, 생태경제’ 강연 내용을 수정 보완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인간 협력의 조건 3 : 평판이 중요하다

세 번째는 간접 상호성(Indirect Reciprocity)이다. A가 B를 도와주고, B가 C를 도와주면 D가 A를 도와준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평판(reputation) 때문이다. 상대를 도와주면 나의 평판이 좋아져서 훗날 다른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상대를 배신하면 이기적 인간이라는 평판을 받게 되어 훗날 도움을 받을 수 없다. 실제 이론과 실증 연구에 의하면 다른 사람을 더 많이 돕는 사람이 더 많은 도움을 받는 것으로 나타난다.

앞서 살펴본 직접 상호성은 협력을 설명하는 매우 강력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제한적이다. 우선 똑같은 두 사람이 반복적으로 만나야 하며, 서로 도울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하고, 도움을 주는 사람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보다 도움을 받는 사람이 얻게 되는 혜택이 커야 한다. 하지만 때로 사람들은 낯선 이를 돕기도 하고, 나를 도와주지 않았던 사람을 돕기도 한다. 사람들 사이의 협력은 반드시 쌍방 대칭적으로 일어나지만은 않는다. 이를 설명해주는 것이 간접 상호성이다. 직접 상호성에 의한 협력이 물물교환이라면, 간접 상호성은 돈이 발명된 후의 교환과 같다. 평판이 돈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때문에 사람들에 대한 평판이 얼마나 잘, 그리고 정확하게 전달되느냐가 중요하다. 평판은 결국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달된다. 소위 말하는 뒷담화가 정확하고 신속하게 퍼지는 사회일수록 협력이 잘 일어나는 셈이다. 이는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q는 다른 사람의 평판을 알 수 있는 확률이고, c는 협력할 때 지불하는 비용이고, b는 협력할 때 얻게 되는 이익이라 한다면 q > b/c 인 경우에 이타적 행동이 나타나다. 이익 대비 비용의 비율보다 평판이 확산되는 확률이 클 경우, 즉 잘 확산될 경우에 이타적 행동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인간 협력의 조건 4 : 유유상종, 끼리끼리 논다

네 번째는 네트워크 상호성(Network Reciprocity)이다. 지금까지의 논의는 협력하는 사람과 배반하는 사람이 골고루 섞여 있고, 모든 사람과 가리지 않고 관계를 형성하는 경우를 가정했다.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있는 경우가 많다. 공간적 요인 때문이기도 하고 사회적 관계가 요인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전라도와 경상도의 분리, 그리고 정치적 지지 정당의 선명한 차이가 그렇다. 내가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보면 같은 동네에 살거나 같은 종교를 믿거나 같은 학교를 다녔거나 혹은 같은 정치적 견해를 보유한 사람들일 것이다. 무엇이든 나와 공통점을 가진 사람들이다.

협력과 배반에 있어서도 이와 마찬가지다. 협력하는 사람들은 협력하는 사람과 어울리고 배반하는 사람들은 배반하는 사람들끼리 어울린다. 협력하는 사람 주변에 있으면 협력의 이익을 얻게 된다. 하지만 배반하는 사람 주변에 있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으며, 오히려 배반으로 인해 최악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때문에 협력하는 사람 주변으로는 사람이 모이지만, 배반하는 사람 주변에서는 사람이 멀어진다. 유유상종이다.

만약 협력하는 사람과 배반하는 사람이 아주 골고루 섞여 있는 상황에서, 그 둘이 만난다면 협력하는 사람이 손해를 본다. 이것이 반복되면 협력하는 사람은 적자생존의 법칙에 의하면 도태되거나 사라진다. 하지만 협력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네트워크를 형성하면 서로 이득을 주게 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배반하는 사람들을 이길 수 있다. 이것이 네트워크 상호성이다. 국지적 상호성이라고도 한다.

이는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k를 내가 관계를 맺고 있는 주변 사람들의 수라고 하고, c는 협력할 때 지불하는 비용이고, b는 협력할 때 얻게 되는 이익이라 한다면 b/c > k 인 경우에 이타적 행동이 나타난다. 이익 대비 비용의 비율이 주변사람의 수보다 클 경우, 즉 내가 만나는 사람이 적으면 적을수록 협력은 잘 일어난다. 주변사람의 수가 늘어날수록 다양한 사람을 만날 확률이 커지므로 유유상종의 기회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인간 협력의 조건 5 : 착한 애들이 뭉치면 세다

다섯 번째는 집단선택(Group Selection)이다. 집단선택이란 어떤 집단이 어떤 특성을 갖는가 혹은 어떤 특성을 가진 사람을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있는가에 따라 집단들의 생존 가능성이 달라지고, 그로 인해 그 속성이 전체로 퍼져나가게 될 지 아니면 없어지게 될지가 결정되는 과정을 뜻한다. 지금까지는 개인을 중심으로 협력과 배반의 선택을 살펴보았는데, 이제 개인이 모여서 이루어진 집단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다. 협력자끼리 모여 있는 협력자 집단과 배반자끼리 모여 있는 배반자 집단이 있다. 협력자들은 서로를 돕지만, 배반자들은 돕지 않는다. 협력과 배반을 통해서 얻게 되는 이득만큼 자손을 남길 수 있으며, 자손들은 부모의 집단과 같은 집단에 속한다고 가정해보자.

앞서 게임이론으로 살펴본 사회적 딜레마 상황에서 보았듯이, 서로 협력할 때가 서로 배반할 때보다 더 많은 이득을 얻게 된다. 따라서 협력자 집단이 배반자 집단보다 더 많은 이득을 거두게 되고, 더 많은 자손을 남길 수 있다. 반면 자손 수 증가에서 뒤처지는 배반자 집단은 소멸하게 된다. 만약 협력자와 배반자가 섞여 있는 혼합집단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 협력자와 배반자가 섞여 있는 경우 배반자가 더 많은 이득을 얻는다. 그러므로 그 집단은 배반자 집단으로 변하게 되고, 협력자 집단에 의해 밀려난다. 이 경우 두 가지 차원에서 선택이 일어난다. 집단 내에 있는 개인의 차원에서는 배반자가 유리하지만, 집단 간 차원에서 보자면 협력자 집단이 유리하다. 때문에 집단 내에서는 협력자의 수가 점점 줄어든다 해도, 협력자 집단이 존재하기만 한다면 전체적으로는 협력자가 더 많아질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집단선택을 다층선택(Multilevel Selection)으로 부르기도 한다.

쉽게 말해 남을 위해 희생하는 이타적인 사람이 많이 있는 집단, 집단 내 구성원들이 서로 협력하는 집단이 생존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리스 국가 스파르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전쟁에서 다른 이들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던질 수 있는 희생전신이 강한 투사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스파르타는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는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n을 한 집단의 최대 크기, 다시 말해 한 집단에 속해 있는 사람 수라고 하고 m을 집단의 수라고 한다. c는 협력할 때 지불하는 비용이고, b는 협력할 때 얻게 되는 이익이라 한다면 b/c > 1+(n/m) 이다. 따라서 한 집단 내의 사람 수가 적을수록, 그리고 집단의 수가 많을수록 협력이 잘 일어난다. 한 집단 내의 사람 수가 적다는 것은 유유상종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는 뜻으로 협력자끼리 모여 있을 경우가 많아진다는 뜻이다. 협력자와 배반자가 섞여 있을 경우 협력자가 불리하기 때문에 협력자끼리 모여 있을수록 협력자의 수가 증가할 수 있다. 반대로 집단의 수가 많다는 것은 협력자 집단이 배반자 집단을 이기는 일이 더 많이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집단의 차원에서는 협력자 집단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혈연선택, 직접 상호성, 간접 상호성, 네트워크 상호성, 집단선택이라는 인간 협력의 조건 다섯 가지를 살펴보았다. 를 정리해보자면 혈연관계가 가까울수록, 어떤 사람을 다시 만날 확률이 높을수록, 사람들의 평판이 잘 알려질수록, 만나는 주변 사람이 적을수록, 집단의 구성원이 적고 집단의 수가 많을수록 협력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리는 이런 조건을 활용하고 반영하여 협력을 유도할 수 있는 사회 규범, 법률, 제도를 만들 수 있다.

* 정리 :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 정태인의 '네박자로 가는 사회적 경제' (8)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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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의 '네박자로 가는 사회적 경제'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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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새사연의 정태인 원장이 2011년 12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진행한 ‘정태인의 경제학 과외 2부 : 사회경제, 공공경제, 생태경제’ 강연 내용을 수정 보완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착하게 살면 다 해결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세 가지 사회적 딜레마 게임을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모든 사람이 이타적 인간이 되는 것이다. 이제까지 자신의 보수를 고려했던 것과 달리 남의 보수만을 고려하여 게임이론을 전개하면 사회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상대방의 보수를 고려하면서 죄수의 딜레마의 경우를 다시 살펴보자. B가 협력을 선택할 때 A도 협력을 선택하면 상대방인 B는 3을 얻는다. 반면 A가 배반을 선택하면 상대방인 B는 1을 얻는다. 상대방의 보수를 고려한다고 가정했으므로 A는 협력을 선택한다. 이번에 B가 배반을 선택하는 경우이다. A가 협력을 선택하면 상대방인 B는 4를 얻고, A도 배반을 선택하면 상대방인 B는 2를 얻는다. 상대방의 보수를 고려한다고 가정했으므로 A는 협력을 선택한다. 즉, A는 B가 무엇을 택하든지 협력을 택해서 상대방의 보수를 최대화할 것이다. B의 경우도 A와 똑같은 과정을 거쳐서 협력을 택하게 된다. 따라서 A와 B 모두 협력을 택하고 (3,3)이 새로운 내쉬균형이 된다. 이는 두 사람의 보수의 합이 가장 크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점이다.

사슴사냥게임의 경우도 똑같이 적용해보자. B가 협력을 선택할 때 A도 협력을 선택하면 상대방인 B는 4를 얻는다. 반면 A가 배반을 선택하면 상대방인 B는 1을 얻는다. 상대방의 보수를 고려한다고 가정했으므로 A는 협력을 선택한다. 이번에 B가 배반을 선택하는 경우이다. A가 협력을 선택하면 상대방인 B는 3을 얻고, A도 배반을 선택하면 상대방인 B는 2를 얻는다. 상대방의 보수를 고려한다고 가정했으므로 A는 협력을 선택한다. 즉, A는 B가 무엇을 택하든지 협력을 택해서 상대방의 보수를 최대화할 것이다. B의 경우도 A와 똑같은 과정을 거쳐서 협력을 택하게 된다. 따라서 A와 B 모두 협력을 택하고 (4,4)가 새로운 내쉬균형이 된다. 이 역시 두 사람의 보수의 합이 가장 크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가장 바람직하다.

치킨게임은 어떨까? B가 협력을 선택할 때 A도 협력을 선택하면 상대방인 B는 3을 얻는다. 반면 A가 배반을 선택하면 상대방인 B는 2를 얻는다. 상대방의 보수를 고려한다고 가정했으므로 A는 협력을 선택한다. 이번에 B가 배반을 선택하는 경우이다. A가 협력을 선택하면 상대방인 B는 4를 얻고, A도 배반을 선택하면 상대방인 B는 1을 얻는다. 상대방의 보수를 고려한다고 가정했으므로 A는 협력을 선택한다. 즉, A는 B가 무엇을 택하든지 협력을 택해서 상대방의 보수를 최대화할 것이다. B의 경우도 A와 똑같은 과정을 거쳐서 협력을 택하게 된다. 따라서 A와 B 모두 협력을 택하고 (3,3)이 새로운 내쉬균형이 된다. 역시 사회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점이다.

이처럼 모두가 남을 생각한다면 문제는 해결된다.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종교의 가르침이 바로 이것이다. 종교적 해법은 굉장히 강력해서 모든 사회적 딜레마 게임을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인류 역사에서 종교적 해법이 장기적 성공을 거둔 경우는 없다. 왜일까?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이기적이기만 한 존재는 아니지만 이기적 속성을 갖고 있음은 분명하다. 한 인간 안에 이타적인 모습도 존재하고 이기적인 모습도 존재한다.

인간은 언제 협력하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해법을 찾아야 할까? 대부분의 인간은 상대가 이기적일 때 자신도 이기적으로 행동한다. 손해를 보거나 바보가 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상대가 이타적이라고 확신한다면, 상대가 나에게 잘해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면 자신도 이타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서로 이타적으로 행동했을 때, 서로 협력했을 때 자신에게 돌아오는 이득이 크다면 그렇게 행동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런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사회적 제도와 규범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인간뿐 아니라 자연 속 동물들도 서로 협력할 때가 있다. 진화론을 주장한 다윈(Charles Robert Darwin)은 <종의 기원(On the Origin of Species by Means of National Seleciton)>에서 적자생존을 주장하지만 자연 곳곳에서 나타나는 동물의 이타적 행위 또한 설명하고자 했다. 그 중 대표적 사례로 꿀벌를 들었다. 꿀벌 사회는 한 마리의 여왕벌과 나머지 수 천 마리의 일벌로 이루어진다. 대다수 일벌은 여왕벌이 낳은 알을 돌보고,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해 목숨을 바친다. 일벌의 일생은 이타적 행위 그 자체이다.

비슷한 예로 남아프리카 지역에 사는 미어캣이라는 몽구스과에 속하는 포유동물이 있다. 이들은 땅굴에서 집단서식을 하는데 서로 돌아가면서 보초를 선다. 침입자가 나타날 경우 보초는 위험을 알리기 위해 큰 소리로 신호를 보낸다. 이 덕분에 나머지 미어캣은 위험에 대비하고 안전하게 피신할 수 있지만, 큰 소리를 내면서 자신의 위치를 노출시킨 보초는 침입자의 눈에 띨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자신의 희생을 감수하는 것이다. 흡혈박쥐들도 이타적 행동을 한다. 이들은 가축의 피를 빨아먹고 살아가는데 흡혈에 성공하지 못하는 날이 많다. 만약 충분한 피를 섭취하지 못해서 굶어죽을 상태에 이른 흡혈박쥐가 있을 경우 다른 흡혈박쥐가 자신이 빨아온 피를 나누어준다. 자신이 먹어야 할 몫을 포기하고 남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다.

동물은 왜 이타적 행동을 할까? 사람은 왜 그럴까? 무임승차를 하면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시킬 수 있는데 왜 그렇게 하지 않을까? 하버드대학교의 생물학 및 수학과 교수인 노박(Martin Nowak)은 2006년 <협동 진화의 다섯 가지 규칙(Five Rules for the Evolution of Cooperation)>이라는 논문을 발표한다. 여섯 페이지에 불과한 이 짧은 논문은 인간을 포함한 동물이 협력하는 다섯 가지 경우를 보여준다.

인간 협력의 조건 1 : 피는 물보다 진하다

첫 번째는 혈연선택(Kin Selection)이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로도 표현된다. 혈연, 핏줄은 더 구체화되어 유전자로 설명된다. "나는 물에 빠진 2명의 동생 또는 8명의 조카를 살릴 의지가 있다"고 말한 생물학자 할데인(J. B. S. Haldane)의 장난스러운 설명 또한 이를 설명한다. 동생은 자신의 유전자의 절반을 공유하고 있고, 조카는 8분의 1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죽더라도 2명의 동생 또는 8명의 조카를 살릴 수 있다면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는데 차이가 없다는 주장이다. 생물의 가장 큰 목표인 종족보전을 위해서는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전달해야 하며, 이를 위해 자신과 혈연관계가 있는 개체들을 돕고자 하는 이타적 행동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꿀벌도 미어캣도, 흡혈박쥐의 이타적 행동도 결국 자신과 같은 유전자를 가진 종족을 보호하기 위한 '이기적인' 이타적 행동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를 영국의 생물학자 해밀턴(Hamilton)이 1960년대 확장하여 체계화 것이 해밀턴 법칙(Hamilton's Rule)이다. 다른 개체와 자신과의 연관성(relatedness)을 r이라 하고, 다른 개체를 돕는데 지불하는 비용(cost)을 c, 이를 통해 얻게 되는 이익(benefit)을 b라 했을 때 r > c/b 인 경우에 이타적 행동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c/b는 이익 대비 비용의 비율을 나타낸 것으로 이 숫자가 클수록 협력의 비용이 크며, 이 숫자가 작아질수록 협력의 이익이 크다. 이 비율보다 연관성이 클 때, 다시 말해 혈연관계가 긴밀할수록 이타적 행동이 잘 일어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설명은 적용 범위가 너무나 제한적이다. 내 가족, 친척에게만 적용될 수 있다. 내 친구들은 아무리 친하고, 서로를 배려한다고 해도 혈연관계나 유전자의 공유도로 따지자면 그 정도가 매우 미약하다. 혈연선택은 이를 설명하기 힘들다. 남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베풀어지는 선행의 경우에도 설명할 수 없다. 앞서 말한 동물들의 경우도 그렇다. 케임브리지대학교의 팀 클러튼 브록(Tim Clutton Brock)이 미어캣 집단을 관찰한 결과, 그들 속에는 혈연관계를 맺지 않은 이민자들도 섞여 있었지만 보초를 서는 횟수에 있어서 차별이 없었다. 이들의 이타적 행동이 반드시 유전자의 공유도 때문만은 아님을 보여준다.

인간 협력의 조건 2 :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두 번째는 직접 상호성(Direct Reciprocity)이다. A가 B를 도와주면 그 보답으로 B가 A를 도와준다는 것이다. 특히 둘 사이의 관계나 거래가 장기적이거나 반복될 때 직접 상호성이 많이 나타난다. 단골이 형성되는 경우가 이렇다. 가게가 좋은 물건을 팔면, 손님들은 이에 호응해서 그 가게만을 찾아오는 것이다. 또한 이렇게 반복적인 관계가 형성되면 가게 주인 입장에서는 오늘 하루 조금 더 돈을 벌기 위해서 손님에게 바가지를 씌우기보다 앞으로의 장기 거래를 생각해서 더 친절히 대하게 된다.

즉, 직접상호성에서는 반복의 횟수가 중요한데 이를 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w는 게임이 반복될 확률이고, c는 협력할 때 지불하는 비용이고, b는 협력할 때 얻게 되는 이익이라 한다면 w > c/b 인 경우에 이타적 행동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익 대비 비용의 비율보다 게임이 반복될 확률이 클 경우, 즉 반복되는 횟수가 클수록 이타적 행동이 잘 일어난다는 뜻이다.

우리가 앞서 살펴본 죄수의 딜레마도 이를 반복할 경우 다른 해법이 나올 수 있다. 원래 죄수의 딜레마에서는 상대방이 어떻게 하든지 상관없이 나는 배반하는 것이 (2,2)로 이득이었다. 하지만 반복해서 이런 거래를 할 경우 1회의 보수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는 게임 속에서 발생하는 보수의 합을 생각하게 된다. 따라서 (3,3)을 선택할 때 장기적으로 가장 많은 이득을 얻게 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1980년대에 미국의 정치학자 악셀로드(Robert Axelrod)는 죄수의 게임을 반복할 경우 최선의 전략이 무엇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전 세계의 경제학자, 게임이론가, 컴퓨터과학자 등을 대상으로 토너먼트를 벌였다. 1등은 미국의 수학심리학자 아나톨 래퍼포트(Anatol Rapoport)가 제시한 TFT(Tit for Tat) 전략이었다. 이 전략은 한마디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 설명할 수 있다.

우선 처음에는 상대방에게 잘해준다. 그 후에는 상대방이 잘해주면 나도 잘해주고, 상대방이 잘못하면 나도 잘못한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직전에 한 행동을 따라하는 것이다. 이 간단한 전략이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둔다. 이 경우 일단 서로가 협력하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협력할 수 있다. 즉, 계속해서 (3,3)의 보수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상대방이 순간의 실수로 배반할 경우, 나도 배반하게 되어 계속해서 서로 배반하게 된다. 즉, 계속해서 (2,2)의 보수밖에 얻지 못한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추가 전략이 몇 가지 필요하다. 서로 배반하는 선택이 어느 정도 계속될 경우 먼저 협력하여 변화의 기회를 꾀하는 것이다. 이를 GTFT(Generous TFT), 즉 관대한 TFT라 한다. 혹은 상대방이 두 번 연속해서 배반할 경우에만 똑같이 배반하는 전략이다. 상대방이 단 한 번 배반하고 다시 협력으로 돌아설 때에는 응징하지 않지만 두 번 이상 배반할 경우에는 응징하는 것이다. 이는 TF2T(Tif for 2 Tat)라 부른다.

쉽게 말하면 이런 것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잘 지내려면 처음에는 협력해라, 그리고는 상대방이 하는 대로 하라, 그런데 만약 배반이 계속되면 네가 먼저 협력하라. 이렇게 하면 자기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이기적 인간과 대립하여 상정했던 상호적 인간의 특성에 딱 맞는 이야기이다. 2500년 전 성경과 논어에서 이미 알려주었던 황금률과도 같다.

하지만 경제학자들 중에는 직접상호성은 이타적 행위가 아니라 이기적 행위라고 규졍하기도 한다. 결국 장기적으로 자신이 얻는 보수가 높은 쪽을 선택하는 것이므로 이기적 동기에 의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또한 혈연선택과 마찬가지로 직접상호성도 제한적이다. 수많은 인류 중 내가 두 번 이상 만나는 사람, 나와 두 번 이상 거래를 하는 사람은 매우 소수이기 때문이다.

* 정리 :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 정태인의 '네박자로 가는 사회적 경제' (7)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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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의 '네박자로 가는 사회적 경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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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새사연의 정태인 원장이 2011년 12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진행한 ‘정태인의 경제학 과외 2부 : 사회경제, 공공경제, 생태경제’ 강연 내용을 수정 보완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게임이론을 이용한 사회적 딜레마 게임

사회적 딜레마의 구조를 이해하고 해법을 찾기 위해, 학자들이 게임이론을 빌려서 고안한 것이 사회적 딜레마 게임이다.

게임이론은 복잡한 상황을 단순화 시켜 주로 두 사람 간의 전략적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이론이다. 전략적 상호작용이란 어떤 상황의 결과가 자신 뿐 아니라 상대방의 행동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음을 뜻한다. 여기서 행위자는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고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존재로 가정한다.

게임 이론은 행위자 혹은 경기자, 전략, 보수로 구성이 된다. 행위자는 게임에 임하는 주체를 말한다. 전략은 행위자가 취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행동을 말한다. 보수는 각 행위자들이 선택한 전략의 결과로 얻는 이득을 수치화한 것이다.

두 사람 사이의 사회적 딜레마 게임은 3가지가 있다.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 사슴사냥게임(Stag Hunt Game), 치킨게임(Chicken Game)이다. 무수히 많은 게임이 있지만 사회적 딜레마의 상황을 담고 있는 게임은 이 세 가지뿐이다. 따라서 이 세 가지 게임을 잘 이해하고 있다면, 어떤 상황이 사회적 딜레마인지를 판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용이해진다.

사회적 딜레마 게임 1 : 죄수의 딜레마

죄수의 딜레마부터 살펴보자. 앞서 언급했듯이 두 명의 범인이 잡혀왔는데 물증이 없다. 범인들이 묵비권을 행사하면 6개월 형을 산다. 검사는 자백을 받기 위해 두 범인을 분리시켜놓고 자백하는 사람은 풀어주겠다고 제안한다. 대신에 자백하지 않은 사람은 10년 형을 산다. 만약 두 범인이 모두 자백하면 각각 5년 형을 산다.

이를 게임이론의 요소인 행위자, 전략, 보수로 표현하면 이렇다. 행위자는 두 명의 범인 A와 B이다. 전략은 협력(cooperation)과 배판(defect) 두 가지가 있고 각각 C와 D로 표시한다. 여기서 협력은 자백하지 않는 것이고, 배반은 자백하는 것이다. 가로축이 A의 전략이며, 세로축이 B의 전략이다. A와 B가 각각 협력 또는 배반이라는 두 가지 전략을 택할 수 있으므로 총 네 가지 결과가 나온다. A와 B 모두 협력하는 경우는 (C,C), A와 B 모두 배반하는 경우는 (D,D), A는 협력하고 B는 배반하는 경우는 (C,D), A는 배반하고 B는 협력하는 경우는 (D,C) 이다.

보수는 석방될 경우를 4, 6개월 형을 살 경우를 3, 5년 형을 살 경우를 2, 10년 형을 살 경우를 1이라 하자. 숫자가 클수록 얻는 이익이 큰 것이다. 앞서 살펴본 네 가지 결과의 보수를 다음과 같이 표기한다. A와 B 모두 협력하는 경우는 (3,3), A와 B 모두 배반하는 경우는 (2,2), A는 협력하고 B는 배반하는 경우는 (1,4), A는 배반하고 B는 협력하는 경우는 (4,1) 이다. 먼저 쓴 것이 A의 몫이고, 나중 쓴 것이 B의 몫이다.

이제 A와 B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먼저 B가 협력할 경우 A의 선택을 생각해보자. 이 경우 A도 협력하면 (3,3)의 결과가 되어 A는 3을 얻는다. 반면 A가 배반하면 (4,1)의 결과가 되어 A는 4를 얻는다. 따라서 B가 협력할 경우 A는 배반하는 것이 이득이다. 다음으로 B가 배반할 경우 A의 선택을 생각해보자. 이 경우 A가 협력하면 (1,4)의 결과가 되어 A는 1을 얻는다. 반면 A가 배반하면 (2,2)의 결과가 되어 A는 2를 얻는다. 따라서 B가 배반할 경우에도 A는 배반하는 것이 이득이다. 즉, A는 언제나 배반하는 것이 이익이다. 이러한 선택 과정은 B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어 B 역시 언제나 배반하는 것이 이익이다. 결국 A와 B는 서로 배반하고 (2,2)를 얻게 된다.

경제학 200년의 역사를 뒤집은 내쉬균형

서로를 배반하여 (2,2)를 얻는 상황은 내쉬균형(Nash Equilibrium)이다. 내쉬균형이란 상대방의 전략에 대해서 자신이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상태이다. 내쉬균형은 상대방이 전략을 바꾸지 않는 한 다른 전략을 선택할 유인이 없는 상태이다. 지금의 선택을 바꿀 이유가 없는 상태로 매우 강력한 균형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장 좋은 상태는 아니다. 위의 그림에서도 (2,2)의 내쉬균형보다 개인적으로나 전체적으로나 더 좋은 결과인 (3,3)이 존재한다. 개인적으로는 A와 B 모두 2보다 큰 3을 얻을 수 있고, 전체적으로는 4(=2+2)보다 큰 6(=3+3)을 얻을 수 있다. 만약 두 범인이 사전에 미리 만나서 자백을 하지 않기로 약속을 했고, 서로를 굳게 신뢰한다면 (3,3)이라는 더 좋은 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내쉬균형은 영화 <뷰티풀 마인드(Beautiful Mind)>의 주인공이기도 하며,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수학자 존 내쉬(John Nash)가 22살의 나이에 발표한 박사학위논문에서 나왔다. 영화를 보면 대학원생이던 내쉬가 박사학위논문을 가지고 교수를 찾아가자, 교수가 “자네는 경제학 200년의 역사를 뒤집었네.” 라고 말한다. 영화적 상상력이 더해진 장면이겠지만 내쉬균형이 가져온 파장에 대한 정확한 평가이다. 애덤 스미스(Adam Smith)의 보이지 않는 손에서 시작된 주류경제학은 인간이 이기심에 따라 행동하면 가장 효율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내쉬균형은 개인이 이기적인 선택을 했을 때 사회 전체적으로는 비효율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2,2)의 결과는 우월전략균형(Dominant Strategy Equilibrium)이기도 하다. 우월전략이란 상대방이 어떤 전략을 택하느냐에 관계없이 자신이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전략이다. 우월전략균형은 서로가 우월전략을 선택한 상황이다. 죄수의 딜레마에서는 상대방이 협력하든 배반하든 상관없이 배반하는 것이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므로 이는 우월전략균형이 된다. 우월전략균형은 내쉬균형이 된다.

어떤 상황이 죄수의 딜레마인지 쉽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보수의 크기 순서를 확인하면 된다. 가로축 행위자의 보수를 기준으로 해서, '내가 배반하고 상대방이 협력할 때(D,C)의 보수 > 서로 협력할 때(C,C)의 보수 > 서로 배반할 때(D,D)의 보수 > 나는 협력하고 상대방은 배반할 때(C,D)의 보수' 의 순서와 같아서 N의 형태가 되면 죄수의 딜레마이다. 이 크기 순서만 지켜진다면 어떤 숫자를 넣어도 상관없다. 앞의 표에서도 A의 이익을 기준으로 했을 때 보수의 크기를 따라가보면 '4 > 3 > 2 > 1'로 N자를 그린다.

광고 경쟁과 공유지의 비극

몇 가지 게임을 더 살펴보자. A와 B라는 커피 전문점 두 곳이 있다. 두 업체는 TV광고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A와 B가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광고를 한다'와 '광고를 하지 않는다'이다. 광고를 하지 않는 것이 두 업체 사이의 협력이고, 광고를 하는 것이 배반이 된다. 두 업체가 모두 광고를 하지 않을 경우 각각 50억 원의 이익을 얻는다. 한 업체는 광고를 하는데 다른 업체는 광고를 하지 않을 경우, 광고를 한 업체의 이익은 80억 원으로 늘어나지만 광고비로 10억 원을 지출하여 70억 원의 이익을 얻는다. 광고를 하지 않은 업체는 매출이 줄어서 20억 원의 이익을 얻는다. 두 업체 모두 광고를 할 경우 매출의 변화는 없지만 광고비가 지출되어 40억 원의 이익을 얻는다. 이를 게임이론의 전개표로 그리면 다음과 같다.

B업체가 광고를 하지 않을 때, A업체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경우 A업체는 광고를 하지 않으면 50의 이익을 얻지만, 광고를 하면 80의 이익을 얻는다. 따라서 광고를 하는 선택을 한다. B업체가 광고를 할 때, A업체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경우 A업체는 광고를 하지 않으면 20의 이익을 얻지만, 광고를 하면 40의 이익을 얻는다. 따라서 역시 광고를 하는 선택을 한다. 결국 B업체가 어떤 선택을 하든지 A업체는 광고를 하는 것이 이득이다. B업체도 A업체와 똑같이 생각할 것이고, 두 업체 모두 광고를 하는 것이 내쉬균형이자 우월전략균형이 된다.

결과는 어떠한가? 두 업체가 광고를 하지 않았다면 각각 50억 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두 업체 모두 광고를 하면서 광고비 10억 원만 낭비하고, 이익은 40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경쟁이 사회 전체적으로는 자원의 낭비를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회적 딜레마의 대표적 사례로 소개했던 공유지의 비극 역시 죄수의 딜레마 형태로 표현할 수 있다. 한 어촌 마을이 있고, 인근 해역은 이 마을 모든 사람이 고기를 잡을 수 있는 공유지라고 하자.(최정규, 2010, <이타적 인간의 출현> 중)  마을 사람들이 자신의 이득을 최대화하기 위해 물고기를 남획하면 인근 해역의 물고기는 곧 고갈된다.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서로 협조해서 어획량을 규제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모두 어획량 규제를 지킨다면 나는 마음껏 고기를 잡아서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모든 마을 사람들이 어획량 규제에 협조할 경우 각각 10의 이익을 얻는다. 어획량 규제를 지키지 않는 사람이 등장할 경우, 그 사람은 15의 이익을 얻고 다른 사람들은 피해를 입어서 3의 이익을 얻는다. 모든 마을 사람들이 어획량 규제를 지키지 않을 경우 각각 5의 이익을 얻는다. 이를 마을 사람 A와 B의 관계로 단순화시켜 게임이론의 전개표로 그려보자.

B가 어획량 규제를 준수할 때 A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경우 A는 어획량 규제를 준수하면 10의 이익을 얻고, 물고기를 남획하면 15의 이익을 얻는다. 따라서 물고기를 최대한 많이 잡는 것이 이득이다. B가 물고기를 남획할 때 A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경우 A는 어획량 규제를 준수하면 3의 이익을 얻고, 물고기를 남획하면 5의 이익을 얻는다. 따라서 물고기를 최대한 많이 잡는 것이 이득이다. 결국 B가 약속을 지키든 안 지키든 상관없이 A는 어획량 규제를 지키지 않고 물고기를 남획하는 것이 이득이다. B 역시 똑같이 생각할 것이므로, 모두가 물고기를 마구잡이하는 (5,5)가 내쉬균형이자 우월전략균형이 된다. 환경과 미래세대, 공동체 따위는 생각하지 않는 파괴적 결론이다.

우리 생활 속 죄수의 딜레마

이처럼 죄수의 딜레마로 설명할 수 있는 현상은 매우 많다. 좀 더 일상적이고, 재미있는 사례로 우버먼(Huberman)과 글랜스(Glance)가 제기한 저녁 값의 딜레마(Dinder's Dilemma)가 있다. 친구들 여럿이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각자 먹고 싶은 것을 시키되 계산은 총액을 사람 머릿수로 나누어서 똑같이 내기로 했다고 하자. 단순화를 위해 메뉴로는 2000원짜리 김밥과 6000원짜리 스파게티가 있다고 하자. 친구들이 김밥을 시키면 나는 비싼 스파게티를 시켜서 친구들에게 비용을 부담시키는 게 이익이다. 친구들이 스파게티를 시키면 내가 굳이 김밥을 먹으면서 스파게티 값까지 부담할 이유가 없다. 즉, 다른 사람이 어떤 메뉴를 시키든지 상관없이 나는 비싼 스파게티를 먹는 것이 이익이다. 모두들 이렇게 생각하여 비싼 스파게티를 시키게 된다. 이 역시 죄수의 딜레마이다.

한국의 부모와 아이들을 가장 괴롭게 만드는 사교육 역시 바로 죄수의 딜레마이다. 이 경우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사교육을 시킨다'와 '사교육을 시키지 않는다'이다. 상대방이 사교육을 시킨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아이만 사교육을 안 시키면 뒤처질 수 있으니 나도 사교육을 시킨다. 상대방이 사교육을 안 시킨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아이만 사교육을 시켜서 성적을 올리고 싶으니 나는 사교육을 시킨다. 결국 상대방이 사교육을 시키든 안 시키든 나는 사교육을 시킨다. 전국의 학부모들이 다 이렇게 생각한다. 모두 죄수의 딜레마에 걸려 있다.

한미 FTA도 죄수의 딜레마를 이용하여 체결되었다. 한미 FTA를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했던 설명은 다음의 두 가지였다. 첫째, "다른 국가가 미국과 FTA를 맺기 전에 우리가 먼저 맺어야 한다. 그래야 미국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둘째, "다른 국가들이 미국과 FTA를 맺고 있는데 우리만 안할 수는 없다. 우리만 뒤처지기 때문이다." 결국 다른 국가가 미국과 FTA를 체결하든 안하든 우리는 FTA를 맺어야 한다는 것이다. 죄수의 딜레마이다.

죄수의 딜레마에 빠지면 해결하기 어렵다. 강력한 균형상태인 내쉬균형이기 때문에 서로 전략을 바꿀 유인이 없다. 사교육도 한미 FTA도 그렇다. 만약 전국의 학부모들이 사교육을 시키지 않기로 약속한다면 문제는 해결된다. 세계 각국이 미국과의 FTA를 체결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면 문제는 해결된다. (물론 FTA 자체가 가져오는 장단점을 명확히 파악하고 신중히 결정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방법이겠지만, 여기서 게임이론의 구조만을 고려하여 해법을 찾자면 그렇다.) 서로 배반하지 않겠다는 약속, 서로 협력할 것이라는 신뢰가 있다면 (3,3)이라는 더 좋은 해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서로 믿지 못하니 (2,2)라는 해밖에 선택할 수 없다.

어떻게 하면 (2,2)에서 (3,3)으로 갈 수 있을까? 이 답은 두 번째 사회적 딜레마 게임인 사슴사냥게임을 통해서 찾아보자.

* 정리 :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 정태인의 '네박자로 가는 사회적 경제' (5)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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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2 / 08 정태인/새사연 원장

정태인의 네박자로 가는 사회적 경제론' (1)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제목을 눌러 주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새사연의 정태인 원장이 2011년 12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진행한 ‘정태인의 경제학 과외 2부 : 사회경제, 공공경제, 생태경제’ 강연 내용을 수정 보완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이대로 괜찮을까? 경제는 시장이 아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다른 경제학이 필요하다. 이제까지는 이기적인 개인들이 시장에 모여서 각자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때 가장 효율적이라고 주장하는 주류 경제학, 바로 시장경제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시장경제는 지금 우리 사회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등장하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전 인류를 절멸시킬 수 있는 지구온난화 문제를 생각해보자. 저마다 자신의 이익만 추구한다면 환경 파괴 따위는 모르는 척하는 게 합리적이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지구가 망할 것 같지는 않으니 신경 쓰지 않는 게 합리적이다. 환경 파괴에 따른 비용을 책정하여 시장에서 환경 파괴권을 판매할 수도 있다. 그러면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부자들은 조금 더 마음 편하게 환경 파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구온난화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2008년 발생한 세계 금융위기를 생각해보자. 소득도 재산도 없는 사람들에게 무리한 대출을 권했던 모기지 업체, 파산 위험이 있는 대출을 담보로 파생상품을 만들어 판매한 이들은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라는 시장경제의 원리를 충실히 따랐을 뿐이다.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문제인 사교육과 부동산은 어떠한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높아지는 사교육 비용과 부동산 가격은 계속해서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경쟁에 맡겨 놓는게 옳을까? 그렇다면 무상급식 이후 불었던 복지국가 건설의 꿈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모두가 이기적이라서 제 이익만 챙기려 든다면 누가 무상급식을 위한 세금을 내려고 할까? 시장에만 맡긴다면 사회복지 서비스가 제대로 형성될 수 있을까?

시장경제를 적용했을 때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있다면, 이제는 그와 다른 원리로서 접근해야 한다. 경제는 시장이 아니다. 경제학에는 시장경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여러 가지 다른 원리를 가진 경제들이 있다. 이 강연을 통해 우리는 다른 경제에 대해 배울 것이다.

시장경제, 공공경제, 사회경제, 생태경제의 네박자

경제는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시장을 통해 이루어지는 시장경제, 국가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공공경제, 그리고 그 외에 개인들 간의 자유로운 공동체에 의한 사회경제가 존재한다. 여기까지는 동시대의 사람들이 자원을 배분하고 사회를 구성할 때 필요한 방식이다. 여기에 더해서 시대를 뛰어넘어 세대 간의 문제를 해결할 때 필요한 방식이 생태경제이다.

시장경제에서 시장이란 구체적인 장소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재화나 서비스를 거래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판매와 구매 행위 자체를 의미한다.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것이 바로 시장이다. 시장에서의 핵심은 경쟁이다. 경쟁이 가장 효율적인 점을 찾아주기 때문이다. 시장경제의 원리는 경쟁을 통해서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공공경제는 주로 시장 실패 부분을 국가가 어떻게 보완하느냐를 다룬다. 국가는 개인들의 사회계약에 의해 탄생했다. 세금을 거두고, 법을 만들어 강제하고, 때로는 폭력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이런 권한을 이용해서 국가는 시장에서 분배가 되지 않는 재화를 세금을 통해 재분배한다. 개인들이 조금 더 비슷하게 살 수 있도록 하여 사회분쟁을 줄이고자 한다. 공공경제의 원리는 재분배를 통해서 평등을 추구하는 것이다.

사회경제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영역이다. 인간은 스스로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공동체를 이루어왔다. 원시 부족마다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식량공유의 습관이 바로 사회경제이다. 현대에서는 수익성과 함께 사회적 연대를 추구하는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이 대표적인 사회경제이다. 사회경제의 원리는 상호성을 통해서 연대를 추구하는 것이다.

시장, 국가, 공동체로 나누어 각각 효율, 평등, 연대를 추구하는 영역의 조합으로 사회를 이해하는 방식은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헝가리의 경제학자 칼 폴라니 역시 저서 <거대한 전환>에서 시장, 재분배, 선물이라는 세 가지 교환양식이 존재한다고 보았다. 또한 시장경제는 사회조직의 일부에 불과한데, 사회의 모든 영역을 시장경제의 원리로 일원화한 결과 대공황이 나타났다고 보았다. 프랑스 혁명의 가치가 자유, 평등, 박애라는 점도 시장경제, 공공경제, 사회경제의 구분과 닮아있다.

생태경제는 기존의 환경경제학과 다르다. 환경경제학은 시장실패로 일어나는 환경 문제를 시장원리에 따라 조정하는 이론이다. 하지만 생태경제는 인간이 아닌 자연을 중심으로 생각하며, 인간의 경제를 에너지와 물질이 흐르는 생태계의 하부 구조로 파악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생태경제의 원리는 생태계의 법칙과 세대 간 정의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앞의 세 경제를 포괄하는 범주이며, 가장 중요한 원리이다.

사회는 이처럼 다양한 원리에 의해 구성되고 굴러간다. 지금의 신자유주의는 시장경제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에 문제를 불러온 것이다. 우리는 이 다양한 경제 원리들 하나하나를 파악하고 각 원리들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인간은 이기적인가?

시장경제의 기본전제는 인간이 이기적이라는 점이다. 시장경제에서의 인간은 경제적 인간, 호모 에코노미쿠스(Homo-economicus)로 불린다. 호모 에코노미쿠스는 자신의 물질적 이익 추구를 최우선 목표로 둔다. 또한 뛰어난 정보력과 판단력을 가지고 있어서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물질적 이익을 최대화하는 선택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정말 그럴까?

만약 인간이 호모 에코노미쿠스라면 시장경제가 사회를 운영하는 유일한 원리가 되는 것이 맞다. 시장경제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은 시장경제에서 상정한 인간의 정의가 실제와 다르다는 것을 뜻한다.

여기 인간이 이기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유명한 실험이 있다. 이름하여 최후통첩게임(Ultimatum Game)이다. 두 사람이 있다. 편의를 위해 A와 B로 칭하자. 이제 A에게 1만 원을 주고, B와 나눠가지도록 한다. A가 B에게 얼마를 주든 상관없다. 1000원이든, 5000원이든 주고 싶은 만큼 금액을 제시할 수 있다. B는 A가 제시한 금액을 받아들이거나 혹은 거절할 수 있다. B가 A의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두 사람은 각각의 금액을 나눠가지고, B가 A의 제안을 거절할 경우 두 사람 모두 돈을 받지 못한다.

당신이 A라면 얼마를 제시하겠는가? 당신이 B라면 A가 얼마를 제시했을 때 제안을 수용하겠는가? 만약 시장경제에서 말하듯이 인간이 이기적이라면 이미 답은 나온 셈이다. A는 최소한의 금액 1원을 제시할 것이고, B는 그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다. B의 입장에서는 1원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제안을 거부하여 1원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보다는 이익이기 때문이다. 이를 알고 있는 A는 1원보다 많은 금액을 제시할 이유가 없다.

전 세계의 많은 경제학자, 사회학자, 심리학자, 인류학자들이 동일한 실험을 여러 차례 진행했다. 대체적인 결과를 종합해보면 A는 4000원에서 5000원 정도의 금액을 B에게 제시한다. 물론 B는 이 제안을 수용한다. 그리고 A가 2000원 이하의 금액을 제시할 경우 B는 이를 거절하고 한 푼도 받지 않는 쪽을 선택했다. 시장경제의 예측에서는 한참 벗어난 결과이다.

이 실험에서 우리는 인간의 두 가지 속성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인간은 남을 생각한다. 이기적인 인간이라면 남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물질적 이익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내 돈이 아닌 1만원이 생겼을 때, 옆의 사람에게 얼마를 주는 것이 좋을지 배려한다. 그래서 전체 금액의 40% 이상을 나눠주고 있다. 둘째, 인간은 불공평한 행위에 대해서 응징한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상대방이 너무 낮은 금액을 제시할 경우, 설령 손해를 보더라도 제안을 거절함으로써 상대방을 응징하는 것이다.

남을 생각하고, 불공평한 행위를 응징하는 인간의 속성을 상호성이라고 한다. 상호성의 핵심은 남이 해주는 대로 나도 행동한다는 것이다. 남이 나한테 잘해주면 나도 잘해주고, 남이 나한테 잘못하면 나도 잘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을 상호적 인간, 호모 리시프로칸(Homo-reciprocan)이라 한다.

이런 결과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반박을 했다. 경제학자들은 A가 4000원이나 5000원이라는 높은 금액을 제시한 까닭은 혹시 B가 그 제안을 거절해서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A의 결정은 이기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를 확인하기 위해 또 하나의 실험이 진행된다. 독재자게임(Dictator Game)이다. 앞서 진행한 최후통첩게임과 똑같이 진행하되 다만 B가 제안을 거절할 수 있는 권리를 갖지 못하도록 했다. 즉, A는 원하는 만큼의 금액을 B에게 제시하고 B는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만약 A기 이기적인 인간이라면 한 푼도 주지 않는 것이 답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실험 결과는 예상과 다르게 나왔다. 역시 전 세계에서 이루어진 여러 차례의 실험 결과를 종합해보면 대체로 A는 2000원에서 3000원으로 B에게 나눠주었다. 앞의 최후통첩게임의 결과와 비교해보면 나눠주는 금액이 2000원 정도 줄어들었다. 줄어든 2000원은 경제학자들의 반박처럼 자신의 이익을 지키고자 했던 마음일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2000원에서 3000원의 금액을 결정권이 없는 사람에게 제시하고 있다는 것은 남을 생각한 행동으로 볼 수 있다.

인간은 상호적이다

인간은 이기적이지 않다. 인간에게 이기적인 면이 있을 수는 있지만, 언제나 이기적인 것은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오히려 대체로 이기적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경제학의 300년 역사 동안 절대적 가치로 이어진 '인간은 이기적이다' 라는 명제는 절대적이지 않다. 그리고 이 명제를 기반으로 하여 세워진 시장경제 역시 절대적이지 않다.

앞으로 우리가 배울 다른 경제학에서는 이기적 인간이 아닌 상호적 인간을 기본으로 할 것이다. 남이 하는 만큼 나도 베푼다는 가장 상식적이고도 현실적인 인간. 생각해보면 이미 인류의 오랜 고전인 성경과 논어에서도 이를 황금률이라 하여 언급하고 있다. 이 같은 만고의 진리를 묻어두고 어째서 이기적 인간이라는 오해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일까?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 - 성경 마태복음 7장 12절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 - 내가 원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하지마라." - 논어 12편

 
* 정리 :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 정태인의 '네박자로 가는 사회적 경제론'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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