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사연의 [잇:북]2012.10.29 14:25

2012 / 10 / 26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테마북] 재벌개혁, 구체적으로 말하자.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누르시면 됩니다.

 

* 본 책자의 글들은 새사연이 <오마이뉴스>와 함께 기획하여 2012년 7월부터 9월까지 8회에 걸쳐 <오마이뉴스>에 연재했던 기사입니다.

 

[여는 글]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가 시대적 요구가 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재벌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은 온 국민이 피부로 느낄 만큼 명확합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논의는 생산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경련을 앞세운 재계는 헌법을 들먹이며 재벌개혁이 위헌이라고 반박합니다. 어떤 이들은 재벌개혁을 무조건 재벌해체로 몰아가기도 합니다.

이제 재벌개혁의 구체적인 방안을 두고 토론해야 합니다. 무엇을 목표로 하여,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나 규제할 것인지에 대해 서로 합의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한국사회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대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재벌개혁에 관한 전 국민적 논의와 합의를 이끌어가기에 적절하며, 또한 유력 대선후보들이 현직 국회의원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관련 내용을 입법화할 수 있는 조건이기도 합니다.

이에 새사연이 먼저 재벌개혁의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요구되는 재벌개혁은 재벌의 시장지배력 해소, 독점 해소입니다.

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우선 재벌의 법적 실체를 인정하는 기업집단법(재벌규제법)을 제정하고, 사후적으로 독점을 해소할 수 있는 계열분리명령제 또는 기업분할명령제를 실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기존에 존재했던 재벌규제 방안인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부활시키고, 순환출자를 금지해야 합니다. 또한 향후 재벌이 지주회사로 변모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도 강화해야 합니다. 더불어 법인세를 인상해야 합니다. 재벌 감시기관으로서 공정거래위원회를 강화하는 것과 함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재벌 이외의 경제주체들이 재벌과 동등한 협상을 할 수 있도록 힘을 키울 수 있어야 합니다.

 

2012년 10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 김병권

 

[목 차]

◆ 여는 글
◆ 삼성, 현대, LG의 가지치기... 더 큰 공룡 만든다 (김병권)
◆ 삼성은 왜 멀쩡한 회사를 계열분리시켰나 (김병권)
◆ 옥스퍼드사전도 인정한 이 단어, 법적 실체가 없다니 (김병권)
◆ 새누리당도 싫어하는 '일감 몰아주기' 없애는 방법 (김병권)
◆ 회장님의 폭풍 질주, 누가 견제할 수 있을까 (김병권)
◆ 김종인 위원장, 경제민주화 기본을 놓치셨군요 (김병권)
◆ 삼성과 다른 엘지? 지주회사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김병권)
◆ 이명박의 ‘재벌사랑’에 날아가버린 30조원 (김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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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연의 [잇:북]2012.07.31 11:22

2012 / 07 / 30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테마북] 재벌개혁 경제민주화 논쟁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눌러 주시면 됩니다.

 

[목차]

1장. 경제 자유화인가 경제 민주화인가.

2장. 재벌개혁 없는 경제 민주화는 가능한가.

3장. 경제 민주화와 시장의 역할, 국가의 역할

4장. 경제 민주화인가 보편복지인가.

 

[글머리에]

불평등의 세계화, 경제 민주화를 부활시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시민운동의 화두는 ‘불평등(inequality)’해소이다. ‘1%에 의한, 1%를 위한, 1%의’ 사회를 개혁하여 99%가 더 나은 삶을 보장받는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1990~2000년대 신자유주의 경제 성장기에 감춰졌던 소득 불평등 구조가 경제위기가 터지면서 수면위로 부상했다. 위기에도 불구하고 상위 1%는 타격을 거의 받지 않는데 비해 서민은 심각한 빈곤으로 떨어져 생존권을 위협받고 중산층은 쪼그라드는(squeezed middle)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도 다르지 않다. 2010년 기준 한국의 상위 1%가 차지하고 있는 소득 비중은 11.2~11.5%인데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의 6.97%에 비해 거의 두 배가 늘어난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사회의 경제적 불평등과 상위 1%로의 부의 쏠림현상이 심각했음을 알 수 있다.

위기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상위 1%인 금융회사들이 손실을 사회화시키면서 오히려 불평등을 심화시키자, 2011년 카이로에서 스페인, 이스라엘, 영국, 인도, 그리고 월가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서 1%의 탐욕과 불평등에 저항하는 시민사회의 운동이 확산되어갔다. 불평등의 세계화가 저항의 세계화를 낳은 것이다.

중국효과 덕분에 위기의 충격에서 다소 벗어나 있었던 동아시아의 불평등 심화 역시 예외는 아니었고 한국경제도 마찬가지였다. 2010년에는 6%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고 2011년7월까지 주가가 2200포인트에 도달한 한국경제지만, 그것은 삼성과 현대차 등 유력 재벌의 ‘나 홀로 성장’이거나, 세계적 과잉 유동성이 신흥국에 흘러들어온 ‘해외자본 유출입 효과’로 만들어진 것일 뿐, 국민들의 생활향상과 동떨어졌다.

우리나라에서 고용불안과 경제적 불평등, 불공정의 뿌리이자 부를 독점하는 1%가 있다면 당연히 그 맨 앞자리에 재벌 대기업 집단이 있어야 한다. ‘부유한 월가와 가난한 미국 국민’이 있다면 ‘부자 삼성과 가난한 한국 국민’이 우리 앞에 있는 냉엄한 현실인 것이다. 시위에 참여한 미국 시민들이 ‘월가에게 금융규제를, 증세를, 사법처리를’ 구호로 내걸고 있다. 한국에서는 재벌 대기업 집단에게 규제를, 증세를 해야 하고 불법적인 증여 상속 등에 대해 법의 엄정한 집행을 해야 한다. 재벌개혁 경제 민주화는 이러한 역사적 흐름을 배경으로 하여 외환위기 이후 15만에 역사적으로 부활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과거처럼 자본시장 범주 내에서의 일부 소액 투자자 운동이나 전문가 운동이 아니라 ‘시민적 민생운동’으로 차원을 달리하면서 상인들과 소비자, 노동자들과 중소기업의 생활현장에서 부활하고 있다.

 

경제 권력이 집중되면 경제 독재가 나타난다.

월가 시위대들의 분노의 표적이 된 월가 초대형은행에 견줄만한 대한민국의 1%는 누구일까. 바로 삼성, 현대, SK, LG로 대표되는 재벌 대기업 집단이라고 주장할 근거가 있는가? 삼성과 현대 그룹의 공식적인 자산 총액은 한 해 국가 예산규모를 상회하는 330조원이 넘는다. SK와 LG까지를 포함하는 4대그룹의 작년 매출액 603조 원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 규모의 절반을 웃돈다. 이들은 금융위기 이후에도 그 규모를 계속 키워서 2007년 대비 계열사 수자가 최소 30%이상 늘어났다. 2012년 삼성그룹이 81개, 현대 그룹이 56개, 그리고 SK그룹이 94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너무 커져서 도저히 해체나 파산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지경이다. 더욱이 이들은 과거처럼 정권의 눈치나 보는 위약한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정권에게 훈수를 두고 여의도 국회에 촘촘하게 로비를 하며 자사 싱크탱크를 동원하여 이데올로기를 만들어낼 능력까지 보유하게 되었다. 미국의 월가가 그런 것처럼 진정한 실세로서 권력을 쥐게 된 것이다.

힘이 집중되면 그 힘은 남용될 수 있다. 정치권력이 집중되면 독재가 나타나고 시장 점유율이 집중되면 독점이 나타난다. 나아가 시장에서의 독점 권력을 넘어서 ‘선출되지 않은 사회권력’으로 진화하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더 걱정스러운 것은 커져가는 재벌권력을 제어할 최소한의 법적 제도적 수단들이 모두 해제되고 마땅한 견제 세력도 없는 실정이다. 김종인 전 의원은 "정치민주화의 골자가 정치독재를 막는 것이었다면, 경제민주화의 골자는 경제독재를 막는 것"이라며 경제 민주화가 반드시 재벌개혁을 수반해야 함을 지적하고 있다. 정당한 주장이다.

 

헌법에 따라 국가는 시장의 경제 권력을 규제해야한다.

외환위기 이후 15년 동안 규제를 완화하고 시장의 자율에 맡긴 결과는 양극화의 심화였고 재벌권력의 비대화였다. 양극화는 더 이상 시장의 자동조절 메커니즘으로 완화되지 않으며 재벌권력도 시장에서 견제되지 않는다. 헌법의 민주주의 정신에 따라 국가가 나서야 한다. 일부에서는 헌법 119조 2항의 경제 민주화조항 이전에 119조 1항 경제 자유화 조항이 있다면서 국가의 시장개입을 지금처럼 막으려고 한다.

그러나 시장은 신성불가침의 성역 같은 것이 아니다. 우리의 헌법 제 1조 1항은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가 민주 공화국임을 선언하고 있다. 민주주의가 모든 가치에 우선한다는 뜻이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이 시장 경제와 경제 주체들의 자유를 옹호한다면 그 역시 민주주의에 가장 부합하는 경제 형태이기에 선택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시장 경제는 선험적인 절대 선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장이 잘 작동하는 영역이 있는가 하면 보건이나 교육처럼 시장 메커니즘으로 해결이 안 되는 생활 영역도 있을 것이다. 금융처럼 시장에서 작동시키되 일정한 규제나 공공의 참여가 필요한 영역도 있다.

모두 민주주의라는 가치 안에서 작동해야 한다. 자유 시장을 해치지 않는 한도에서 경제 민주화를 말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시장의 자유가 있는 것이다. 새로운 체제를 만드는 화두가 경제 민주화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리고 제 1 과제는 민주주의 허용범위를 심각한 수준에서 일탈한 동시에 자유 경쟁시장 조차 파괴하고 있는 재벌의 이익추구 행위를 개혁하는 것이다. 이제 헌법 119조 2항이 명시한 경제에서의 국가의 역할 즉, ①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 ② 적정한 소득의 분배, ③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 남용 방지, 그리고 ④ 경제 주체간의 조화를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할 시점에 있다.

지금 경제 민주화의 가장 긴급하고 우선적 과제는 국민경제라고 하는 경제 생태계에서 재벌의 독식이 도를 넘어섬으로써 노동자, 상인, 소비자, 중소기업 등 나머지 경제주체들이 같은 공간에서 생존하고 공생할 수가 없게 되었다는 데 있다. 재벌구조 내부의 민주화를 논하기에 앞서 재벌과 여타 경제주체들이 같은 국민경제 생태계에서 공존할수 있도록 할 민주화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가는 재벌의 과도한 경제력 남용을 억제하는 한편, 과도하게 권리가 침해된 다른 경제주체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재벌들과 공기업들부터 비정규직 사용 남용이나 정리해고 남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더 많은 노동자들이 단결하고 단체 협상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이름아래 십 수 년 동안 진행되어 온 체계적인 노동권 약화시도를 되돌려야 한다.

경제위기 이후 새로운 재벌개혁운동을 일으킨 상인들이 지역 상권에서 생존하고 서로 협력하여 발전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들을 보강해야 한다. 소매, 도매, 온라인 시장에서의 재벌들의 무차별 진입을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

주요 필수 품목들에 대한 재벌의 독과점 가격 횡포와 담합행위 등을 당사자인 소비자들이 직접 해결할 수 있도록 소비자 집단소송 요건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 납품 중소기업들의 원가절감과 기술혁신, 생산성 향상 노력이 정당하게 이익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재벌들의 무리한 납품가격 인하를 억제해야 한다. 스스로 납품가격 협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중소기업 단체들에게 협상권을 부여해야 한다.

무엇보다 재벌의 과도한 경제력 남용을 방지하고 일정한 제도적 틀 안에서 경제활동을 하도록 기업집단법과 같은 제도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각종 세금 감면 등 이미 종료했어야 할 특혜도 이젠 거둬야 한다. 이익독식을 노린 탈법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같은 강력한 벌칙이 뒤따라야 하고 재벌을 감독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권한을 대폭 보강해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 재벌 집단 내부의 의사결정체계나 소유 지배구조, 상속 관계 등이 아무래도 좋다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내부구조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밖으로 잘못된 행동이 나오는 것이다. 무리한 사업 확장이 무리한 이윤추구를 불러오는 것이고, 독단적인 의사결정이 주위의 이해관계자의 이익 침해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경제 민주화는 한 시대의 과제다.

김종인 전의원은 "1962년부터 1987년까지 25년은 압축 성장, 1987년부터 2012년 현재까지 25년은 정치민주화의 시기였다면 앞으로는 경제민주화의 시기"라고 규정했다. 맞는 말이다. 보편 복지와 함께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는 일시적 구호가 아니다. 지금까지 수십 년 역사를 통해 누적된 구조적 문제와 시대적 전환의 산물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보편복지와 경제 민주화는 2010년대 내내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의제가 되어야 한다. 더욱이 경제 민주화는 금융 민주화로, 노동 민주화로 그 내용을 더욱 확장시켜 나감으로써 우리사회가 경제적 민주주의를 심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한 마디로 한국사회가 ‘정치 민주국가’이자 ‘경제 민주국가’, 그리고 ‘보편 복지국가’가 되려는 긴 도정을 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공룡이 이 지구상에서 사라진 것은 초식동물을 위한 풀과 나무를 다 먹어치워서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현재 대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소기업 업종과 중소상인들을 괴멸시키는 상황인데, 그렇게 되면 결국 대기업도 죽게 되어 있습니다." 2011년 재벌개혁 이슈가 부상하기 시작할 때 지식경제위위원회 위원장을 맡던 민주당 김영환 의원이 한 발언이다. 점점 더 ‘상수’가 되어가는 경제위기 국면에서 공룡의 횡포를 막아 생태계를 지켜보자는 경제주체들의 생존 움직임이 바로 경제 민주화다. 재벌 독식의 ‘약탈적 공생관계’를 개혁하고 진정한 공생이 가능한 경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또한 경제 민주화의 목표와 지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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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1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자산순위 재계 2위인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지난 8월28일 5천억원에 달하는 현대글로비스 주식 보유분을 해비치재단에 기부하기로 했다고 언론에 보도됐다. 워낙 기부문화가 후진적이어서 그런지 사상 ‘최대 액수’, ‘통 큰 기부’라는 수식어와 함께 사회지도층의 ‘귀감’이 되고 있다는 칭찬의 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현대그룹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도 높이 평가한다면서 자신이 내건 ‘공생 발전’에 협조해 달라고 했다.

특히 정 회장은 “저소득층 우수 대학생들이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 감당하기 어려운 대출을 받아 힘들어 하는 사연들이 가슴 아프다”며 “이 같은 학생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취지의 말을 전했다고 해 벌써부터 욕먹는 재벌 총수에서 ‘존경 받는 부자’로 바뀌고 있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좋은 일이다. 기부 자체를 하지 않는 부자들이 얼마나 많은 세상인가.

이처럼 한국 부자들이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통 큰 기부’를 들고 나오기 시작할 무렵에 외국의 부자들은 좀 다른 메뉴를 가지고 나왔다. 바로 ‘나에게 세금을 더 걷어라’는 부자 증세다. 부자 증세 깃발은 국가채무한도 증액을 놓고 한바탕 홍역을 치러 세계경제를 흔들었던 미국에서 먼저 나왔다. 500억달러 자산가이자 투자자인 워렌 버핏이 주인공이다.

버핏은 지난 8월14일 뉴욕 타임스 기고에서 자신의 지난해 납세내역을 밝히면서, 돈으로 돈을 버는 슈퍼 부자들의 과세비율이 노동자들에 비해 턱없이 낮다고 주장하고, 100만달러 이상을 버는 부유층에 대해 즉각 세금을 올리고 1천만달러 이상 소득을 올리는 사람에게는 추가적으로 세금을 인상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세금 올려달라는 탄원은 미국에서 그친 것이 아니다. 미국보다 재정위기 정도가 심각한 유럽 국가들의 부유층들도 여기저기서 자신의 세금을 올려달라는 제안을 하고 있다. 프랑스 화장품 업체 로레알의 최대 주주인 릴리안 베탕쿠르, 브뤼셀 항공의 공동 창업주 에티엔 다비뇽, 이탈리아 자동차기업 페라리의 루카 디 몬테체몰론 회장도 부자 증세 요구대열에 합류했다. 물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현대차·LG·SK 등 한국의 유력 기업 총수들에게서는 아직 ‘세금 올려 달라’는 제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우리 사회는 경제성장과 건설 붐이 일었던 것이 아니라 일종의 복지 붐이 일었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한번 터진 국민의 복지 요구는 경제불황 여건에서 어설픈 반대 논리로는 꺾을 수 없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장직과 대통령 출마 옵션을 모두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민투표에서 패배해야 했던 것이 지금의 현실인 것이다. 상황이 이 정도니 그 동안 줄곧 성장을 통한 분배와 선별복지를 철학으로 삼아왔던 정부 여당도 흉내를 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정부 여당이 복지 흉내를 내자면 막대한 이익을 편취하고 있는 재벌의 협조가 필수적이었다. 대한민국에서 4대강 사업도 멈추지 않고 감세기조도 이어가면서 복지를 한뼘이라도 늘리려면 재벌 대기업의 현금 창고가 다만 얼마라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상생과 동반 성장’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재벌 대기업의 자발적 협조를 기대했지만, 이미 정권의 눈치를 굳이 볼 필요가 없을 만큼 덩치가 커진 재벌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정부 여당은 강도를 높여 ‘초과이익 공유제’나 ‘연기금 주주권 행사’ 발언 등으로 일종의 압박을 가했다. 그래도 재벌집단이 전혀 움직이지 않고 오히려 ‘복지 포퓰리즘’을 비판하자, 난데없이 정부 여당에서 ‘재벌 개혁’의 격한 구호들이 튀어나오게 된다. 이것이 정몽구 회장의 통 큰 기부가 있기 직전까지의 분위기였다.

이런 와중에 결정적인 충격이 가해졌는데 바로 8월에 터진 세계적인 재정위기와 더블 딥 우려의 확산이었다. 처음에는 재정균형과 긴축, 복지지출 축소로 움직이는 듯 했지만 곧 ‘경기부양과 증세’로 분위기는 반전됐고 여기에 주요 부유층들로부터 세금을 더 내게 해달라는 요청이 줄을 이었던 것이다.

정몽구 회장을 포함한 한국의 재벌 총수들도 세계적인 증세 대열에 합류하면 자연스러웠을 것이고 한국의 재벌기업과 총수들이 과연 글로벌 기업과 세계적인 경영자로 성숙했다는 존경과 칭찬이 쇄도했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재벌 총수들이 선택한 것은 ‘증세가 아니라 기부’였다.

최근 정부가 고소득층과 대기업에게 주려던 ‘추가 감세’ 방안을 약간 수정하고 있다고 한다. ‘고소득 층 추가 감세’는 중지하고 대신 ‘기업의 추가 감세’는 계속한다는 것이다. 정몽구 회장의 당초 기부 취지가 무엇이든 결과만 놓고 보면 한 번의 기부행위로 지속성을 갖는 대기업의 감세가 무리 없이 실행되게 됐다. 나쁘지 않은 거래였다고 보면 정몽구 회장에 대한 모독이 될 것인가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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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26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삼성과 현대자동차 같은 유수한 대기업들이 언론에 자주 비치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니다. 얼마 전까지는 대기업들의 엄청난 실적이나 그로 인한 주가상승 등이 주를 이뤘다. 세계 시장에서 현대차가 4위의 이익을 달성했다거나, 삼성전자의 분기실적이 4조원을 넘었다는 식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양상이 좀 달라졌다. 노조에 대한 탄압이나 불법파견 사례, 그리고 중소기업 시장 잠식 등 각종 불공정 거래행위 보도 등이 부쩍 늘었다. 7월부터 복수노조가 허용되면서 삼성에버랜드를 포함해 삼성 계열사들에서 속속 노조가 결성되자 삼성은 관련 노동자 해고로 대응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현대차 사내하청의 경우 도급(하청)으로 위장한 불법파견에 해당하므로, 파견법에 따라 2년 이상 근무한 노동자는 현대차에 직접 고용된 것으로 본다”는 대법원 판결이 1년 전인 지난해 7월22일 나왔건만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보도도 있다. 부동의 재계 1·2위 기업집단에서 벌어진 일이다.

기업집단 가운데 자산규모 24위인 신세계그룹 계열의 이마트가 중소상인들의 소매시장을 싹쓸이한 것도 모자라 창고형 도소매 매장인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온라인 도매몰인 이클럽 등을 개점하고 도매시장에서 생계를 영위하는 중소 도매상의 밥그릇까지 빼앗으려 한다는 소식도 있다.

한국의 재벌 대기업들이 갑자기 수익실현이 막혔기 때문일까.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의하면 지난 1년 동안 삼성그룹은 당기순이익이 38%, 현대차는 60%, 그리고 신세계그룹은 두 배에 가까운 80%가 늘었다. 55개 대기업집단의 당기순이익은 66%가 늘었으니 전체적으로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들어갈 비용부담 압력이 크거나 기존 시장에서 수익률이 악화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면 무엇일까. 문제는 대기업들의 이 같은 행보가 최근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계속 그랬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겉으로는 세련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났지만, 내면에서는 노동자와 중소기업, 중소상인에 대한 압박 강도를 더욱 높였다. 비용절감을 위해 노동유연화를 강화하고 하청 중소기업에 대한 관리도 훨씬 심해졌다. 내수 독점도 심해져서 중소상인들 골목시장까지 잠식해 왔다. 다만 재벌 대기업의 오만과 횡포가 최근 이슈가 되면서 새삼스럽게 부각된 것일 뿐이다.

대기업의 독점규제와 불공정거래 근절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진 정부조직인 공정거래위원회가 20일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 협약 이행실적’이라는 것을 발표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 협약’이라는 것을 체결하게 하고 그 이행실적을 점검한 결과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통령이 직접 ‘대기업과 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정책과제로 제시한 후 정부의 의지가 높았기 때문에 관심이 모아졌다.

그러나 116개 대기업에 대해 동반성장 협약 이행평가를 실시한 결과, 43.1%에 해당하는 50개사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양호’ 등급 미만을 받았다. 이행 자체가 법적으로 강제된 것이 아니라 자율적인 것이어서 사실 기대를 하기는 어려웠다. 황당한 것은 ‘양호’ 등급 미만을 받은 대기업들이 어떤 기업인지 동반성장 협약절차 규정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실 불법파견을 판시한 대법원도 무시하고 있는 실정에서 ‘자율적 이행 협약’이라는 것이 재벌 대기업들에게 약발이 있을 리 없다. 그런데도 정부의 동반성장 정책은 일관되게 ‘자율 협약’이다. 최근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작업하고 있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라고 하는 것도 2006년 폐지된 중소기업 고유업종 제도와 달리 강제력이 없는 일종의 자율협약이다. 역시 실효성이 극히 회의적이다.

자율협약이라도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밀어붙이면 그나마 나을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자체 조사한 경우는 참여정부 시기만 해도 해마다 2천건이 넘었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990건에 불과하다. 이명박 정부 들어 절반 미만으로 줄어든 것이다. 불공정 행위 자체가 감소했기 때문일까. 아니다. 피해를 당한 기업들이 직접 제소한 건수는 지난 정부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불공정 행위가 줄었기 때문이 아니라 의지가 줄어든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 남아 있는 유일한 해법은 사회적인 압력을 높여 대기업의 횡포를 견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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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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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09.09.23 09:29

어제 삼성전자의 목표주가가 105만 원으로 상향 조정됐다는 소식이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난 17일 사상 처음으로 장중 82만 원을 기록하는 등 최근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한 IBK투자증권은 삼성전자가 오는 2010년에 순이익 12조 7000억 원, 연결 영업이익 13조 4000억 원으로 사상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세계 경제의 불황 속에서 삼성전자가 보여주고 있는 눈부신 실적을 보면 이러한 전망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비단 삼성전자뿐이 아니다. 현대자동차 역시 여전히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미국 시장에서 지난 8월에 전년대비 47퍼센트의 판매량 증가를 기록하며 사상최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기술력과 시장점유율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던 도요타자동차가 사상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현대자동차는 대단한 실적을 올린 것이다.

이처럼 경제성장률을 비롯해 최근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여러 국내 경제지표들과 함께 삼성,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의 선전이 추석을 앞둔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국내외 언론의 호들갑처럼 대한민국 경제는 ‘수확의 계절’에 들어섰다고 말할 수 있을까. 혹시 성장률과 코스피지수가 주는 착시효과에 눈이 멀어 앞으로 닥칠 추운 겨울을 대비할 기회마저 놓쳐버리는 것은 아닐까.

이번 글에서는 한국 경제의 ‘가을걷이’에 앞서 최근 국내 초(超) 대기업들이 보여준 눈부신 실적의 배경과 그 지속 가능성을 짚어보고자 한다.

세계 100대 기업에 이름 올린 국내 초 대기업들의 힘

지난 7월 포츈지가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에는 국내 대기업 네 곳이 10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40위), LG(69위), SK홀딩스(72위) 그리고 현대자동차(87위) 등이었다. 이들은 더 이상 저임금 노동력으로 싸구려 모조품이나 만들던 별 볼일 없는 회사들이 아니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60퍼센트, 세계 휴대폰 시장의 30퍼센트를 장악하는 등 반도체, LCD, 자동차, 휴대폰 등 고가의 첨단 소비재 시장을 자체 기술력으로 장악해가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다.

삼성전자는 2009년 3월 LED TV 시장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이미 100만 대 이상을 팔아치웠고, LG화학은 GM에 하이브리드 카의 핵심 부품인 2차 전지 납품업체로 선정됐다. 그런가 하면 현대자동차는 미국 소비자 조사기관인 JD파워의 신차 품질조사에서 일반 브랜드 부분 1위로 선정되었다. 이처럼 한국의 초 대기업들은 80년대의 3저 호황과 90년대의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생존과 변신을 거듭하며 어느덧 글로벌 기업의 반열에 들어섰다.

이들 기업이 국내에서 차지하는 입지가 엄청나게 커졌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특히 97년 외환위기라는 지각변동 속에서 살아남은 10대 그룹은 과거 30대 그룹을 능가할 정도로 성장하며 국내 기업들의 순이익 대부분을 독차지하게 됐다. 실제로 이들 10대 기업의 순이익은 국내 상장기업 전체 순이익의 70퍼센트에 달한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에 전체 상장기업 순이익의 17퍼센트에 달하는 3조 원을 벌어들였다.

그렇다면 씨티와 GM이라는 금융과 제조업의 상징적 기업들마저 무너져 내리는 위기 상황에서 국내 대기업들이 이처럼 놀라운 실적들을 내고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우선,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기 위한 꾸준한 연구개발 투자를 꼽을 수 있다. 2006년 기준으로 전체 상장기업들의 연구개발비는 14조 5000억 원으로 매출액의 2.3퍼센트에 그쳤으나 상위 10개 기업은 전체 연구개발비의 60퍼센트에 달하는 8조 7000억 원 이상을 쏟아 부었다. 특히 삼성전자는 매출액의 10퍼센트에 달하는 5조 5000억 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이는 전체 상장기업 연구개발비의 40퍼센트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현대자동차도 매출액의 3.83퍼센트인 1조 원을, 엘지전자도 4.23퍼센트인 9800억 원 등을 각각 연구개발비로 썼다. 이쯤 되면 이들의 성공 뒤에는 꾸준한 노력이 있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물론, 환율효과와 세계 각국의 경기부양책이라는 외부 요인도 무시할 수만은 없다.
환율효과는 특히 반도체, 자동차, 가전 등 우리 주력 제품의 최대 경쟁국인 일본 엔화 환율과의 관계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2009년 1~4월 기준 원화가치는 지난해에 비해 약 43퍼센트가 평가절하된 반면, 엔화 환율은 같은 기간 8.3퍼센트나 평가절상되었다. 그만큼 국제 시장에서 우리 수출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확보되었다는 뜻이다.

각국 정부가 내놓은 경기부양책도 영향을 미쳤다. 우선 한국 정부의 세제감면이 5, 6월 자동차의 내수판매 급증을 가져온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2009 한국경제, 정말 ‘풍년’을 기대해도 좋을까>, 2009.9.22). 여기에 더해 미국 정부가 한 달 동안에만 30억 달러를 쏟아 부은 신차 보조금 정책도 단단히 한몫을 했다. 이러한 정책에 힘입어 소비능력이 떨어진 미국인들은 저렴하고 연비가 좋은 국내 소형차로 몰리게 되었고, 그 결과 현대와 기아차의 지난달 미국시장 판매량은 전년대비 각각 47퍼센트와 60.4퍼센트가 상승했다.

놓쳐서는 안 될 한 가지 요인이 더 있다. 신자유주의 금융화에 발 맞춰 GM과 같은 전통 제조업체들이 수익 창출의 무게중심을 금융 부문으로 옮긴 것과 달리 국내 제조업체들은 그러한 추세를 미처 따라가지 못한 채 여전히 제조업에 몰두해왔다는 점이다. 이는 물론 국내 기업들의 선견지명 때문이라기보다는 대한민국의 금융화가 그만큼 더디게 진행되었기 때문이다(금융위기 이후 2009년 2월 자통법을 시행하는 등 오히려 금융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이명박정부를 그래서 더 이해할 수 없다).

이상의 여러 요인들 덕에 한국의 몇몇 초대기업들은 세계적 불황 속에서도 시장장악력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1년 사이 한국 제품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8.5퍼센트, 중국 시장 점유율은 2.4퍼센트가 확대되었다.

국내 초 대기업들의 선전은 계속될 수 있을까

여기서 두 가지 의문이 들게 된다. 그렇다면 국내 초 대기업들은 앞으로도 순항할 수 있을까, 또 만일 그렇다면 그들이 벌어들인 어마어마한 수익 덕에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삶도 조금은 나아질 수 있을까.

우선, 환율 효과나 경기부양책은 우리의 바람과는 달리 오래도록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22일 국제 금융컨설팅업체 글로벌 인사이트는 우리나라의 빠른 경기 회복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내년에 1054원으로 내려가는 데 이어 2011년에는 980원대까지 내려갈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더구나 세제 혜택과 같은 경기부양책은 정책 시행이 만료되는 순간 당연히 그 혜택도 모두 사라진다. 따라서 더 이상 환율과 경기부양책에 기대를 걸기 어렵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30여 년간 신자유주의 체제를 지탱해온 이른바 ‘차입 경제’가 막을 내림에 따라 그 동안 금융회사들의 무리한 대출을 기반으로 창출된 과잉 소비시장도 종언을 고할 수밖에 없다. 결국 자동차 시장을 비롯해 이미 초과잉 상태에 놓인 생산체계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자동차산업의 한해 생산 규모는 약 9400만 대로 실제 소비 여력인 6000만 대를 50퍼센트 이상 뛰어 넘는다. 이미 극심한 출혈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업계 5위의 독일 키몬다가 올해 1월 자금압박으로 힘없이 무너지기도 했다.
이처럼 글로벌 경쟁에 뛰어든 국내 초 대기업들에게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삼성과 현대의 화려한 비상... 그러나 추락하는 우리의 삶

이제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기로 하자. 삼성과 현대를 비롯한 국내 초 대기업들의 화려한 비상이 우리네 삶에 보탬을 주고 있을까.
물론 우리의 토종 기업들이 국제 무대에서 이름을 날리는 일은 분명 좋은 일이다. 선진국의 밤거리를 밝히는 국내 기업들의 광고판에 눈시울을 붉히기도 한다지 않는가(물론 이들은 한국 기업임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들 기업이 우리 국민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이 고작 그런 정도의 감상적 위안뿐이라면 곤란하지 않을까. 굳이 최근 떠오르고 있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란 거창한 개념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이들이 수행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들은 존재한다. 법인세 납부, 고용 창출, 투자 확대 등이 그것이다.

우선,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불황을 이유로 신규 고용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벌써 꽤나 오래된 얘기처럼 들리겠지만, 2009년 2월 30대 그룹 채용 담당 임원들이 일자리 나누기(Job Sharing)에 합의한 적이 있다. 임금조정으로 자금을 조성해 신규직원이나 인턴을 채용하겠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대졸 신입사원 연봉을 최고 28퍼센트까지 삭감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그러나 약속과 달리 이들의 올 상반기 신규 고용은 3만 500명에 그쳐 지난해에 비해 32.6퍼센트나 줄었다. 2009년 하반기에도 크게 나아질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역시 30대 그룹이 같은 기간에 집행한 투자금액은 32조 6000억 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5.7퍼센트가 줄었다. 같은 기간 외국인 직접투자가 2.1퍼센트 늘어난 것과 기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게다가 이런 결과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자임한 이명박정부가 기업의 투자 확대를 위해 법인세 부담을 줄여야 한다며 최고세율을 3퍼센트나 낮추기 시작한 뒤여서 정부도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 하반기가 시작된 7월 1일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대기업이 투자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는 직설적인 발언을 하는가 하면 바로 다음 날 ‘일자리 창출과 경기회복을 위한 투자촉진 방안’을 발표한 것도 재정 여력이 다해 조급해진 정부의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결국 대기업들은 감세와 세제 감면(자동차 산업)이라는 특혜를 등에 업고 거기에 임금 삭감까지 단행한 결과 기대 이상의 실적을 얻을 수 있었지만 이를 고용과 설비투자 확대로는 이어가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들이 납부한 법인세 규모도 우리의 기대에 턱없이 못 미쳤다. 각종 감면 혜택의 결과다.  2008년 기준 삼성전자가 납부한 법인세는 최고세율 25퍼센트에 한참 못 미치는 6.5퍼센트에 그쳤고, 현대자동차는 19.3퍼센트, SK텔레콤은 15.2퍼센트 등이었다. 그렇다면 그 많은 수익은 대체 어디로 갔을까.

97년 외환위기를 겪은 뒤 이른바 ‘주주자본주의’ 경영 행태가 들어선 이후 매년 되풀이되는 일이지만 이들 대기업 수익의 상당 부분은 주주들에게로 돌아갔다. 적게는 수익의 15퍼센트에서 많게는 수익 전부를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한 것이다. 상당 부분이 외국인에게 돌아갔음은 물론이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은 전체 배당의 무려 43퍼센트를, 현대자동차는 26퍼센트를 외국인 배당으로 지급했다.

그 결과 삼성전자의 경우 외국인에게 지급한 배당 규모와 법인세의 규모가 거의 같은 수준이었고 SK텔레콤은 외국인 배당이 오히려 더 많았다. 그나마 지난해는 월가의 유동성 부족으로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비중이 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올해는 다시 외국인 투자가 몰려들고 있어 상황은 더 나빠질 수 있다.

삼성과 현대, 우리는 과연 이들과 같은 방에 살고 있을까

한국 1위 기업 삼성전자의 2008년 말 기준 매출액은 73조 원, 당기 순이익은 5조 5000억 원, 이익잉여금 누적액은 55조 원이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한민국의 초 대기업들이 이처럼 국내외 시장에서 승승장구를 하는 사이 대다수의 국민들은 실업과 임금 삭감 등의 여파 속에서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1.4퍼센트의 임금 인상률을 받아들여야 했고, 올해 들어 다시 자산시장이 들썩이자 조급한 마음에 다시 부채를 끌어와 주식ㆍ부동산시장을 기웃거려야 했다. 가계부채 700조 원, 주택담보대출 340조 원이라는 지표는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다.

기억하겠지만 97년 외환위기 직후 정부는 대기업들에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대기업들의 무리한 빚잔치도 한국 경제 파산의 주요한 원인이었지만 국민들은 그들에게 막대한 세금이 지원되는 것을 묵묵히 참아낼 수밖에 없었다. ‘아랫목이 따뜻해지면 곧 윗목도 따뜻해 질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을 신뢰해서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이후 십여년 간 점점 깊어져만 간 사회 양극화는 ‘한번 윗목은 영원한 윗목’임을 일깨워주었다.

그리고 다시 2009년 오늘의 상황은 여기에 더해 ‘4대 그룹을 위한 따뜻한 안방과 4000만을 위한 싸늘한 곁방’이 따로 존재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심을 갖게 만들고 있다. 연일 국내외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국내 초 대기업들의 빛나는 성적표를 보면서도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다시 마지막 질문이다. “삼성과 현대를 비롯한 국내 초 대기업들의 화려한 비상이 ‘당신의 삶에’ 보탬을 주고 있을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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