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3.01.29 재산권과 노동권의 투쟁
  2. 2012.12.27 ‘종업원이 곧 기업’인 세계를 희망하는 2013년
  3. 2011.08.07 조남호 회장께
2013.01.24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연초부터 자본과 공권력에 대항하는 노동조합들의 저항이 처절하다. 최근 민주노총은 노동현장에서 해결해야 할 다섯 가지 긴급 현안을 적시했다. 한진중공업의 손해배상·가압류 철회와 해고자 원직복직,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국정조사와 복직 이행,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유성기업 노조탄압 중단, 공무원 해고자 복직 등이다. 엄청난 요구이거나 난해한 내용이기는커녕 대체로 기본적인 노동권을 지켜 달라는 것이다.

특히 한진중공업이 노조를 상대로 “파업으로 인한 재산 손실을 변상하라”며 냈던 158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대통령 선거 이후 노동자들을 잇따라 숨지게 한 도화선이 됐을 뿐 아니라 그 성격도 대단히 상징적이다. 파업이라고 하는 헌법상 노동기본권을 노동자들이 행사한 것에 대해 민법상 재산권 손실을 초래했다며 자본이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산권이 노동권을 위협했다고 표현해야 할까. 그런데 이 같은 행위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성립 가능한 논리인가.

외환위기 이후 15년 동안 한국경제를 지배해 왔던 시스템을 통상 신자유주의라고 부른다. 신자유주의는 시장의 자율적 조정을 신봉하는 시장지상주의라고도 하고 규제완화나 감세·민영화·작은 정부와 같은 경제·사회정책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런데 신자유주의는 ‘주주 이익 극대화’라고 표현되는 사적재산권의 극단적 옹호체제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사실 규제완화나 감세로 상징되는 신자유주의 정책 수단들은 자본의 사적재산권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다. 사적재산에 대한 정부의 조세징발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또한 기업의 소유권을 오직 주주로 한정하고 기업의 존립과 경영의 결과를 오직 지분을 소유한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인건비 등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신자유주의가 재산권을 극단적으로 옹호하는 반대편에는 노동권에 대한 철저한 무시가 거울처럼 존재한다. 공식적인 정책 명칭은 ‘노동시장 유연화’다. 재산권의 극대화를 위해 노동비용의 최소화가 필요했고 이를 위해 노동권의 완전한 해체가 필요했다. 정리해고 요건 완화, 비정규직·파견근로 확대, 임금격차 확대, 외주 확대 등 앞서 다섯 가지 긴급 현안을 초래한 노동권 해체가 그것이다. 그 압권은 노동자 파업이라는 노동권 행사에 대해 민법상 재산상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으로 대응하는 행위다. 사적재산권 행사를 위해 노동권이 유린당하는 모습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민주주의 체제에서 과연 재산권이란 무엇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재산권도 인권처럼 천부적 자연권이라도 된다는 것인가. 일찍이 민주주의 이론에 관한 석학으로 알려진 로버트 달은 재산권을 ‘자연권’으로 주장할 근거가 없다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사유재산권에 관한 어떤 논증도 사유재산을 무제한 축적할 권리까지 정당화하지 못한다. 다만 최소한의 자원, 특히 생활에 필수적인 자원 채집·자유와 행복추구·민주적 절차 그리고 기본권 실현에 필요한 자원들에 대한 권리를 보장할 뿐이다.”

우리 헌법 역시 재산권을 자연권처럼 무제한 보장한 적이 없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헌법에서 재산권에 대한 조항인 23조는 이렇게 돼 있다.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 그러나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며 공공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재산권의 행사를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헌법 119조에서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할 것을 명시하면서도, 동시에 “경제 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있게 한 대목과 상통하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희생을 여기서 중단시키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약속한 ‘국민 대통합’으로 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 고삐 풀린 재산권 주장이 다수의 노동자들과 공공의 이익을 위협한다면 일정한 규제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지난 15년 동안 모든 보호장치가 사라져 버려 실질적으로 무권리 상태로 된 노동권을 회복시켜 줘야 한다. 해고요건을 엄격히 규제하고 무분별한 파견근로를 제한하고 불법파견을 엄벌하며 모든 노동자들에게 노동 3권을 보장해야 한다.

재산권을 다시 규제하고 노동권을 다시 보호해 힘의 균형을 다시 찾아야 한다. 그래야 “경제 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라는 헌법의 목표가 달성될 것이다. 노동자들의 희생 또한 종결될 것이다. 그러면 국민 대통합으로 가는 길도 보일 것이다.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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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26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보수적인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와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가 비극적인 선택을 하는 등 노동자와 서민들의 절망이 절벽 앞에 서게 됐다. 그런데 퇴임을 앞둔 이명박 대통령은 그렇다 치고, 100% 국민행복 시대와 중산층 70%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한 박근혜 당선자조차 일언반구 언급이 없다. 노동자들은 아예 ‘장외 국민’이라는 말일까.

끝난 지 일주일밖에 안 된 대선 투표에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모든 유권자 국민에게 배포된 박근혜 후보의 공약 홍보자료에는 ‘70% 중산층 재건을 위한 10대 공약’이 있었다. 이 가운데 여섯 번째 공약이 바로 ‘고용불안으로부터 일자리 지키기’다. 거기에는 분명 정년 60세 연장 등과 함께 ‘해고요건 강화’ 등 제도적 보호 장치 마련, 사회적 대타협 기구 구성 등의 내용이 들어가 있다. 부당해고된 한진중공업 노동자에게 당연히 관심을 가져야 하는 공약 내용이다.

또한 박근혜 당선자의 일자리 공약에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상시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포함하는 비정규직 차별을 줄이는 내용도 있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를 외면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이렇게 공약 내용이 국민 기억에 생생한데도 당선되자 휴지 조각처럼 무시하는 상황이라면, 시간이 지난 후라면 어떨까. 애초에 노동과 관련해 약속한 것이 거의 없는 실정이지만, 그나마 "약속한 것은 반드시 실천한다"고 강조해 온 박근혜 당선자의 이미지는 그야말로 허상에 불과했던 것인가. 아니면 유독 서민·노동자에게 한 약속만 무시되는 것인가.

우리와 삶을 함께해 온 노동자들이 하나 둘씩 삶의 기대를 접는 올 겨울은 그래서 유난히 춥다. 도대체 기업에서 노동자라는 존재는 무엇일까. 또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서 노동자 유권자는 어떤 존재일까. 진보에서는 ‘노동 존중’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특별히 노동만을 존중할 필요 없이 헌법에 보장된 인권과 노동권·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인정해 주는 사회를 기대하는 것조차 기득권층에게는 그렇게 과도하게 보이는가.

여기서 잠시 마저리 캘리(Marjory Kelly)가 10년 전에 미국 자본주의를 비판하면서 쓴 책 <자본의 권리는 하늘이 내렸나(The Divine Right of Capital)>의 몇 구절을 인용하면서 과연 일하는 노동자가 대접받는 세상이 그렇게 힘들고 어려운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노동자들이 기업가로부터 흔히 듣는 얘기가 있다. “종업원은 우리 회사의 가장 큰 자산입니다”라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은 적어도 기업 회계장부에서 보면 거짓이라고 저자는 평가한다.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정리해고는 불요불급한 지출요인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자산의 대량 파괴로 묘사돼야 할 것이 아닌가. 종업원이라는 자산의 대량파괴를 일삼는 정리해고를 하는 기업들은 거의 자살행위를 하는 것이 아닌가. 아마도 한진중공업 기업가도 말로는 종업원을 가장 큰 회사의 자산이라고 말했을 것이고, 쌍용차를 포함해 정리해고를 일삼았던 적지 않은 기업들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마저리 캘리는 냉정하게 우리의 현실을 지적한다. “기업 회계상으로 종업원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 돈도 가치가 있고, 물건도 가치가 있으며, 아이디어(지적재산권)도 가치가 있고, 심지어 영업권처럼 뜬구름 잡는 것들도 가치가 있다. 이와는 정반대로, 종업원들의 가치는 마이너스다. 그들은 손익계산서상의 비용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비용과 관련되는 목표는 언제나 단 한 가지, ‘절감’뿐이다.”(마저리 캘리, <자본의 권리는 하늘이 내렸나>, 64쪽)

한편 저자는 우리 앞에 놓여 있는 현실과 정반대되는 사회를 상상하도록 해 준다. “노동법에 최고의 법적가치를 부여하면서, 주주의 소유권을 보이지 않는 손에만 맡겨 놓는 자유시장을 머릿속에 그려 보라. 이는 모든 사람들이 ‘종업원들이 곧 기업’이라고 믿는 세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세계에서 종업원들은 기업이라는 곳을 움직이는 주인공들이다. 그러므로 종업원들만이 이사를 선출할 수 있고, 기업의 목적은 종업원들의 수입을 극대화하는 데 있다.”

“이론적으로 주주들은 협상과 계약을 통해 정해진 수익을 갖지만 실제로는 주주들은 계약조건을 수용하든가 그게 싫으면 그 기업을 떠날 수밖에 없다. (…) 신문지상에서 어떤 기업이 잘나간다고 할 때에는 곧 종업원이 잘나가는다는 것을 뜻한다. 주주들은 매년 배당수익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일부는 ‘자본해고’에 따라 수입이 종료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주주의 수익이 아니라 종업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기업의 최고 목표가 되는 그런 기업이 있는 사회, 그런 기업을 만드는 사회, 그것을 정치의 목적으로 하는 지도자를 꿈꾸고 그런 희망의 싹을 살리면서 다시 새해를 준비해 보자.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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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07정태인/새사연 원장

안녕하십니까? 환갑을 넘은 나이에 50일 넘게 낯선 땅에 머무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으십니까? 아무리 외국이라도 호텔에 인터넷이 안 될 리는 없겠죠? 해서 이렇게 편지를 보냅니다. 아... 제 소개를 하는 게 순서겠군요. 회장께는 ‘듣보잡’이겠습니다만 저는 참여정부에서 대통령 “국민경제비서관”을 지냈고 지금은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이라는 진보진영 씽크탱크에 몸담고 있는 정태인이라고 합니다.

 

“진보라니..,. 뻔한 얘길 하겠구나”, 컴퓨터 스위치부터 내리지 마시기 바랍니다. 200일이 넘게 크레인에 올라가 있는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고 20일이 넘게 단식을 하고 있는 심상정, 노회찬 진보신당 고문들 얘기도, 그리고 정몽준의원처럼 국회 청문회 얘길 하려는 것도 아니고 부산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려는 것도 아니니까요. 순수하게 저는 경영 컨설팅을 하려고 합니다. 제가 조선산업을 공부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산업경제학을 전공으로 삼았고 청와대에서 실물경제도 들여다 봤으니 공짜 컨설팅 치고는 혹시 건질 게 있을지도 모릅니다.

 

잘 아시다시피 한국 조선산업은 세계 최고입니다. 삼성의 반도체나 현대의 자동차, 포스코의 철강이 우리의 대표 산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설계 등 핵심 기술에서 명실상부한 세계 1위는 조선산업 뿐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다른 산업과 달리 소품종 대량생산이 불가능한 조선산업에서는 특히 노동자의 숙련과 응용 능력, 경제학에서 말하는 암묵적 지식(tacit knowledge)은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한국 조선산업 노동자들의 생산성은 압도적이지요. 유럽의 조선산업이 나날이 쇠퇴하고 있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노동자 평균 연령이 이미 55세를 넘어섰다는 점을 꼽는 걸 보면 한국의 경쟁력이 어디에 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건 물론 아니죠. 다른 제조업과 꼭 마찬가지로 조선산업 역시 중국이 걱정입니다. 더구나 중국 선박조의 50%를 유럽이 주문하고, 유럽의 조선 업체들이 서서히 중국으로 진출하고 있는 건 조만간 우리에게 엄청난 위협이 될 겁니다. 해서 저는 한진이 필리핀 수빅에 대형 조선소를 건설한 것에도 고개를 끄덕입니다. 해외 생산이 중국과의 경쟁전략 중 하나라는 건 틀림없습니다. 임금이라는 요소를 생각한다면 당연하다고 까지 할 수 있죠.

 

그러나 다른 모든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임금이나 땅값, 금리와 같은 요소비용을 놓고 중국과 경쟁한다면 백이면 백 우리는 뒤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할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현재의 기술격차를 유지하거나 더 벌리면 그만이니까요. 하지만 그게 가능할까요? 저는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바로 적기”라는 속담보다도 훨씬 더 시간의 여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90년대 초반에 제가 실리콘밸리에서 공부할 때의 경험을 떠올려 보면 품질 면에선 당시에 이미 삼성TV가 소니를 거의 다 따라 잡았지만 가격은 절반에 불과했습니다. 그 후 10년이 지나서야 그 지위가 역전됐습니다. 초반에 따라잡는 데는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을 수 있지만 마지막에 추월하는 데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얘깁니다. 그러나 요소비용을 줄이는 데만 신경을 쓴다면 조만간 중국에 추월당한다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따라서 한진중공업이 살 길은 크루즈(여객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을 만드는 겁니다. 쇄빙선을 만든 자랑스러운 기억을 되살려 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크루즈는 컨테이너와 또 다른 차원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안락하면서도 빨라야 하니 엔진부터 실내 가구까지 화물선과는 비교가 될 수 없겠지요. 삼성이나 현대도 겁먹을 정도지요. 그러나 저는 조선업계의 유명한 전설을 떠올립니다. 그 옛날 고 정주영회장이 현대 중공업을 창업하면서 그랬다지요. “조선산업은 철판을 이용한 건설산업”이라고요. 조회장께서는 이렇게 선언하셔야 합니다. “크루즈는 바다 위에 호화맨션을 건설하는 것”이라고요.

 

한국 제조업 전체로 봐서 가장 큰 문제는 기계와 화학산업이 취약하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방향을 알지만 고부가가치 선박에 도전하지 못하는 거지요. 하지만 중국과의 경쟁에서 살아 남으려면 그 길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 기획재정부(구 재경부)는 금융허브를 만들겠다는 둥 완전히 방향감각을 상실했지만 지식경제부(구 산자부)는 확실하게 고급 선박 쪽으로 올바른 방향을 잡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제 조선이 아니라 해양산업으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는 것도 백번 옳은 얘기지요. 또 하나의 다행은 울산과 광양의 철강, 마산창원의 기계산업, 더구나 부산신항과 광양항을 끼고 있는 부산이 천혜의 해양산업 적지라는 사실입니다.

 

이렇게 생각하실 겁니다. 기업가는 1분 1초의 여유도 없이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먼 미래의 장밋빛 그림이나 그리고 있으니 역시 책상물림이라고요. 하지만 한진이 이 쪽으로 가야 하는 이유가 또 하나 있습니다. 영도조선소 자리에 주상복합아파트를 건설한다는 풍문이 사실이라면 한진중공업은 망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부산은 고급 아파트가 넘쳐 납니다. 세계금융위기는 언제 다시 불거질지 모르고, 우리의 부동산 거품은 언젠간 터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시기에 영도에서 아파트 공사를 시작한다면 거의 100% 한진은 망합니다.  

 

그래도 크루즈는 언감생심, 그림의 떡으로 보이실 겁니다. 현대나 삼성이 엔진과 전자제품을 도와주지 않을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더 눈을 크게 뜨면 유럽의 조선산업이 보이실 겁니다. 제가 비서관일 때 세계 최고의 기계설비 기업인 독일 티센크루프(Thyssen Krupp)의 한국 진출을 도운 적이 있습니다. 이들이 중국에 아시아 본부를 세우려다 한국으로 방향을 틀었던 건(이명박 정부 와서 어떻게 일이 진행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중국의 부품 수준이나 기업 관행이 미덥지 못해서였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티센은 군함과 크루즈를 만들고 있고 당시에도 조선산업에서 합작할 기업을 찾고 있었습니다. 티센이나 핀란드의 아커(Aker)와 기술 제휴를 하는 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유럽 기업들은 중국에 기술만 뺐기는 게 아닌가, 두려워 하고 있고 중국 역시 아직은 컨테이너가 목표기 때문에 유럽이 고급선박에서 한국과 협력할 이유가 충분히 있습니다. 

 

당장은 어떻게 하느냐구요? 수빅조선사가 수주했다고 발표한 물량을 결코 소화하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회장님도 잘 알고 계시겠죠. 그 중 상대적으로 고부가가치, 그리고 규모가 적은 선박을 영도에서 만들면 2-3년은 문제가 없겠죠. 지금은 R&D 능력과 숙련 노동자를 길러야 할 때이지 ‘정리해고’할 때가 아닙니다. 그런데 회장님은 연구직들을 대량으로 감축하셨더군요. 거꾸로 가시고 계신 겁니다.

 

아.. 정부도 문제라고요? 그렇습니다. 기업가 출신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대통령은 토목 프렌들리로 판명났고 지경부 장관은 이익공유제 말참견이나 하고, 주유소에나 관심이 있으니 정말 문제지요. 그러나 한진에 다행인 것은 이 정부의 수명이 이제 1년여 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조회장께서 영도를 중심으로 ‘해양부산’을 내걸면 부산시와 지역사회 역시 한진을 적극적으로 도울 겁니다. 다음 그림을 한번 보시고 그 설계자가 되는 걸 꿈꿔 보시기 바랍니다. 세계 0.1%의 인구, 1%의 GDP, 그러나 10%의 해양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노르웨이의 모습입니다.

 (Poter, 2000, The Microeconomic Foundation of Competitiveness and the Role of Cluster)

노르웨이는 부산과 경남의 인구보다도 적습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부산/경남은 해양도시의 모든 면을 다 갖추고 있습니다. 조회장께서도 기업이 살고 노동자도 살고, 지역사회, 나아가서 한국도 사는 길을 안다면 과감하게 나서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그 길은 명백합니다.

 

이 한마디만 기억하십시오 “영도 땅위에 아파트를 지으면 망합니다. 그러나 바다 위에 지으면 밝은 미래가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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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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