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12정태인/새사연 원장

 

딱히 무엇 때문이라고 꼬집어 말하긴 어렵지만 나는 국회에 가는 걸 싫어한다. 내 세금으로 지은 건물인데도 나를 움츠리게 하는 으리으리한 건물 때문일까, 아니면 웬만큼은 차려 입어야 하는 불편함 때문일까. 그도 아니면 지난 6년간, 아니 한·미 FTA의 추진에서 비준까지 공청회, 청문회, ‘끝장토론’ 등에 시달렸기 때문일까?
 
지난달부터 부쩍 국회 출입이 늘었다. 그 중 한 번은 또다른 거대경제권인 중국과 FTA 협상을 개시한 탓이고, 두 번은 요즘의 화두인 ‘경제민주화’ 때문이다.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위한 시민연대’ 준비위가 이곳에서 탄생을 알렸고, 7월 5일에는 야당 국회의원들의 모임인 ‘경제민주화포럼’이 발족했다. 나는 시민연대 준비위의 공동대표이고 동시에 포럼의 자문위원이다.
 
지난 총선의 복지경쟁에 이어 경제민주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전 대표는 총선에서 누린 톡톡한 재미를 못잊었는지 대선에도 김종인 박사를 끌어들였다. 그는 현행 헌법 제197조 2항의 입안자이니 경제민주화의 원조라고 선언할 태세다. 이에 포럼의 창립기념 강연을 한 유종일 교수는 “자연산 경제민주화와 성형 경제민주화를 구별해야 한다”고 맞불을 놓았다. 한마디로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는 가짜란 얘기다. 그에 앞서 축사를 한 문재인 의원은 ‘줄푸세’야말로 경제민주화의 적이라고 핵심을 짚었다.
 
‘줄푸세’란 5년 전인 2007년 이맘 때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경선 후보가 들고 나온 경제정책기조로 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자는 뜻이다. 전형적인 ‘시장만능주의’인데,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되듯 한국에선 곧 ‘재벌만능주의’를 의미했다. 박근혜씨 대신 대통령이 된 이명박씨가 집권 첫 해에 쏟아낸 정책들이 바로 ‘줄푸세’였다.
 
하지만 1년도 되지 않은 2008년 가을 세계 금융위기가 폭발했고 작년부터 불은 유럽으로 옮겨 붙었다. 세계적 ‘줄푸세’의 귀결이요, ‘시장만능론’의 파산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두 지역에서 모두 금융이라는 만병통치약을 믿은 부채주도성장(debt-led growth)이 문제였다. 아무리 빚을 내도 효율적인 금융시장이 위험(병균)을 분산시켜서 큰 병(위기)에 걸리지 않을 것이란 광신이었다. 똑같은 믿음으로 인한 병은 한국 내부에서도 무럭무럭 자라났으니 지금 초읽기에 들어간 가계부채가 바로 그것이다. 줄푸세는 국내외 경제위기의 근원인 것이다.
 
경제민주화란 단순히 소득과 재산의 불평등의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누누이 강조했듯이 ‘밖으로부터, 위로부터’의 성장(수출과 낙수효과)은 더 이상 지속불가능하다. 이제 ‘안으로부터, 아래로부터’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해야 하는데, 재벌이 주역인 ‘줄푸세=시장만능론’이야말로 가장 큰 걸림돌이다. 또 지난 겨울부터 다섯 번에 걸쳐 연재했듯이 경제민주화의 핵심 과제가 ‘재벌개혁’이니 줄푸세와 경제민주화는 물과 불처럼 어울릴 수 없다. 
 
분명 헌법 제119조 2항은 시장만능을 견제하는 조항이요, 재벌규제를 함축하고 있다. 과연 박근혜 전 대표는 이런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줄푸세의 포기 선언을 할까? 만일 그게 아니라면 박근혜씨의 경제민주화는 이번 대선 최대의 거짓말이 될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한·미 FTA로 민주당을 몰아붙였다. 미국식 FTA는 ‘시장만능론’의 통상분야판 정책이니 당연히 ‘잘못된 정책’이었다고 대답해야 할 민주당은 우물쭈물 얼버무렸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궁극적 뜻이 복지에 있었다며 은근슬쩍 복지 의제를 가로챘던 박근혜씨가 과연 이번에도 끼어들기에 성공할까? 민주당은 자신의 정책이 ‘자연산 경제민주화’임을 증명하려면 먼저 ‘시장만능론’의 폐기, 재벌 주도 성장전략의 폐기를 명확히 선언해야 한다. 먼저 눈 안의 티끌부터 제거해야 박근혜씨가 어디를 고치고 분칠을 했는지 환하게 보이지 않겠는가?  

이 글은 주간경향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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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2.01.25  정태인/새사연 원장
 
지난주에 나는 꽤 많은 정치인들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논문 들여다보는 게 일인 사람에겐 흔치 않은 일인데, 바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때문이었다.
 
기본적으로 양자간 협정인 FTA는 말 그대로 아주 다양하다. 참여정부 이래 우리가 취한 전략은 “거대 선진경제권과의 동시다발적 FTA”이다. 고강도의 충격을 이리 저리 줘서 가장 경쟁력 있는 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약한 부분도 경쟁 속에서 살아야 하며 혹 죽어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미 FTA와 한·EU FTA는 기실 농업과 중소제조업을 버리고, 수출대기업과 서비스산업으로 경제를 꾸리겠다는 것에 다름아니다. 한국의 삼성 등 재벌, 그리고 기획재정부는 한 마음으로 네트워크 서비스산업, 그리고 의료와 같은 공공서비스 산업이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노리고 있다. 한국의 서비스, 지적재산권, 투자 분야를 개방하고 민영화하겠다는 미국의 전략과 정확히 일치했다.
 
한·중 FTA는 사뭇 다르다. 중국은 서비스, 지적재산권, 투자 분야의 협상을 기피할 것이 확실하다. 최근 중국·뉴질랜드 FTA 이래 이런 신이슈를 포함한 것들이 있지만 한국에 이들 분야를 강하게 요구해서 제조업의 개방 수준을 높이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공공서비스 민영화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상품무역 분야의 이익도 미국과 EU에 비해서 훨씬 클 것이다. 2010년 대중국 수출은 1168억 달러였고(금년에는 전체 수출의 4분의 1에 이를 것이다) 흑자는 452억 달러로 전체 흑자의 80%에 달했다. 중국의 단순 평균 관세율은 9.7%이지만 관세환급을 고려하면 약 2.7%에 해당한다. 따라서 관세를 0으로 낮추기만 해도 당장 약 55억 달러 정도의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농업과 중소기업이다. 한·중 FTA는 한·미 FTA와 한·EU FTA 이후 유일하게 남은 신선채소나 과일마저 궤멸시킬 것이다. 또한 한국과 중국은 아주 밀접한 분업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산업내 무역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특히 전기나 비철금속, 정밀화학, 건설기계산업의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다.
 
다행히 중국은 자국 기업 하나 하나의 이익을 위해 집요하게 개방을 요구하지 않아도 되는 정치·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는 나라다. 또한 자국의 완성차나 전자산업의 유치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한국에도 양보해야 한다. 박태호 신임대표가 “농산물을 대폭 개방하는 높은 수준의 협상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것도 이런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현재는 국익 최대화를 내거는 제로섬 게임 방식의 FTA 전략 전체를 수정해야 하는 시점이다. 그런 방식으로 전개된 WTO 룰마저도 바뀌어야 하는데(예컨대 신이슈 규정과 농업분야는 모두 개정해야 한다) 구식 FTA를 또 맺는 것은 역사를 거스르는 행위이다. 이제 새로운 교류 형식을 창안해야 하고, 이는 차기 정부가 장기적인 세계 경제 전망과 산업구조, 복지사회에 대한 전략 속에서 결정해야 할 일이다.
 
미국의 대아시아 전략을 고려할 때 한국과 중국 모두 외교·안보적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왕 그럴 거라면 장차 세계 속에서 동아시아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한 역내 국가 간에 합의를 하고 그에 걸맞은 교류방식을 택해야 한다. 한 마디로 ‘경쟁해’가 아니라 ‘협동해’를 찾아야 한다.
 
누가 봐도 상호이익이 크기 때문에 쉽게 협동해를 선택할 수 있는 사업은 얼마든지 있다. 외환보유액 여유분의 북한과 중국 내륙 투자, 황사 방지를 위한 환경협력, 시베리아 가스관 사업, 중국 쪽 대륙간 철도 연결, IT산업 표준 사업 등 무궁무진하다. 중국과의 국제협정은 FTA가 아니라 공동체적 협력을 목표로 한 새로운 유형의 세계 표준을 동아시아에서 만들 수 있는 기회다. 중국이 홍콩과 맺은 ‘성과확대형 CEPA’는 이런 구상의 맹아적 형태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구상 없이 실행하는 한·중 FTA는 또다른 의미에서 치명적 독이 될 수 있다.

이 글은 주간경향에도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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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12.01.25 11:09


구식 FTA 대신 새로운 교류협력의 표준을 만들자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제목을 눌러 주시면 됩니다.

[목차]
1. 한미 FTA와 한중 FTA의 차이
2. 동아시아 협력과 복지국가를 열어갈 새 틀 필요

[본문]
1. 한미 FTA와 한중 FTA의 차이

기본적으로 양자간 협정인 FTA는 말 그대로 아주 다양하다. 참여정부 이래 우리가 취한 전략은 “거대선진경제권과의 동시다발적 FTA"이다. 고강도의 충격을 이리 저리 줘서 가장 경쟁력 강한 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경쟁력 약한 산업도 경쟁 속에서 살아아야 하며 혹 죽어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미 FTA와 한EU  FTA는 기실 농업과 중소 제조업을 버리고, 수출대기업과 서비스 산업으로 경제를 꾸리겠다는 것에 다름아니다. 한국의 삼성을 대표로 한 재벌 그리고 기획재정부는 한 마음으로 네트워크 서비스산업, 의료와 같은 공공서비스 산업을 노리고 있다. 이게 바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의 서비스, 지적재산권, 투자 분야를 개방하고 민영화하겠다는 미국의 전략과 정확히 일치한다.

한중 FTA는 사뭇 다르다. 중국은 서비스, 지적재산권, 투자 분야와 같이 최신 통상 이슈에서의 협상을 기피할 것이 확실하다. 최근 이루어진 중국-뉴질랜드 FTA 중에는 이런 최신 통상 이슈를 포함한 것들이 있지만, 한국에 이들 분야를 강하게 요구해서 자국 제조업의 개방 수준을 높이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중 FTA에서는 한미 FTA의 가장 큰 문제인 공공서비스 개방과 민영화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상품무역 분야에서의 이익도 미국과 EU에 비해서 훨씬 클 것이다. 2010년 대중국 수출은 1168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4분의 1에 달했으며, 흑자는 452억 달러로 전체 흑자의 80%에 달했다([그림1]과 [그림2] 참조). 중국의 단순 평균 관세율은 9.7%이지만 관세환급을 고려하면(한국이 중국에 부품을 수출하고 그 부품을 사용한 상품이 다른 나라로 수출되면 관세를 환급해준다) 약 2.7%에 해당한다. 따라서 관세를 0%로 낮추기만 해도 당장 약 55억 달러(약 1168억 달러×0.027)정도의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농업과 중소기업이다. 한중 FTA는 한미 FTA와 한EU FTA 이후 유일하게 남은 신선채소나 과일을 궤멸시킬 것이다. 또한 한국과 중국은 아주 밀접한 분업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산업내 무역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특히 전기나 비철금속, 정밀화학, 건설기계산업의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다([표1] 참조).

다행히 중국은 자국 기업 하나 하나의 이익을 위해 집요하게 개방을 요구하지 않아도 되는 정치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미국은 주별로 특정 산업이 있어서, 각 주의 의원이 전체를 고려하지 않고 지역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지만, 강력한 공산당이 이끄는 중국의 통상협상은 전체 이익을 목표로 한다. 또한 자국의 완성차나 전자산업 등 유치산업을 보호하고자 하기 때문에 한국에 대해서도 무리하게 취약 산업 개방을 요구할 수 없다. 미국처럼 전 분야에서 경쟁우위를 가지고 있는 나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박태호 신임대표가 “농산물을 대폭 개방하는 높은 수준의 협상”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것도 이런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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