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변하는' 이명박 당선인의 모순   


"함께 일할 대통령이 어떤 사람인가를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명박 당선자의 서슬이 묻어나는 말이다. 청와대 수석 내정자들을 모아놓고 한 말이기에 더 그렇다. 기실 그 말은 그의 참모들에게만 중요한 게 아니다. 국민도 함께 5년을 살아갈 대통령이 어떤 사람인가를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당선자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스스로 규정했다. '하루하루 변하는 사람'이란다. 솔직히 당선자의 그 말에 기대를 걸고 싶다.


새 대통령이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이해할 때


기실 나는 이 당선자를 만난 일이 없다. 정치인 김대중이나 노무현과 달리 만나 이야기 나눌 아무런 계기가 없었다. 그의 사람됨이 어떨까, 내심 궁금도 했던 까닭이다.


그 궁금증에 당선자가 명쾌하게 답한 셈이다. 당선자는 "나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나를 생각할 때 저지르는 과오"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하는 것"을 들었다.


그래서다. 그가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과 관련해 밝힌 말이 눈길을 끌었다. 당선자는 일요일에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새 정부는 내수를 살려야 한다, 성장의 내실이 사회적 약자에게 어떤 혜택을 주느냐 하는 관점에서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권 5년 동안 4% 정도의 성장을 했지만 그 성장의 과실이 소외된 계층이나 서민에게는 잘 돌아가지 않았다는 당선자의 평가에도 동의한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살아날 수 있고 서민이나 소외계층, 사회적 약자들이 성장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내수를 살려야 한다는 당선자의 말에선 '하루하루 변하는 사람'이란 말을 실감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실감은 이어진 말에서 당혹감으로 다가왔다. 당선자가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미국 쇠고기 수입을 노무현 정권이 해결하면 큰 역사적 업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해해야 옳을까. 역사에 남을 업적을 전임 대통령에게 양보하는 새 대통령의 더없는 미덕으로 보아야 할까. 


내수를 살린다면서, 한미FTA 강조? 


분명한 사실은, 같은 날 같은 곳에서 한 그의 말에 드러난 모순이다. 사회적 약자와 자영업자들을 들먹이며 강조한 내수 살리기와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은 서로 어긋나는 정책 방향이다.


물론, 모순은 변화를 이끌어내는 동력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전제가 있다. 모순을 모순으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모순을 모순으로 인식하지 못할 때 변화는 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명박 당선자가 내수시장 살리기를 강조하고 있을 때다. 일본 정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발 벗고 나섰다.


막연한 정책이 아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중소기업들의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려고 오는 4월부터 장려금을 지급한다.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따른 중소기업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일본 정책당국자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게 내수 회복에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당선자에게 명토박아둔다. 그게 정책이다. 막연히 내수시장을 살려야 한다고 말하기는 자칭 '경제 대통령'이 할 일이 아니다. 게다가 곧이어 한미 자유무역협정이나 미국 쇠고기 수입을 강조하기란 말살에 쇠살이다. 


일본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 이것이 바로 경제 살리기


일본은 비정규직 비율이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낮다. 그럼에도 후생노동성이 앞장서서 해결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어떤가. 이명박 정부의 노동부장관으로 내정된 인물은 법학교수다. 법과 질서로 노동운동을 손보겠다는 당선자의 낡은 발상과 이어진다.


오해 없기 바란다. 나도 당선자에게 덕담을 하고 싶다. 하지만 쓴소리를 할 수밖에 없다.  경제살리기 정책만이 아니다. 교육 정책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을 곰비임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늘 변한다는 당선자가 변화의 기본인 모순을 모순으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그의 무지는 벅벅이 국민의 불행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다. 듣그럽겠지만 이명박 당선자에게 들려주고 싶다. 대통령이 먼저 자

신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는 게 중요함을.


손석춘 2020gil@hanmail.net




필자는 언론개혁시민연대 창립공동대표, 한겨레신문 노조위원장, 논설위원을 역임했습니다. 현재 <손석춘의 청년학교>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새사연 원장입니다. 이 글은 이스트플랫폼과 오마이뉴스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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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여백이 있는 정치"는 불가능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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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의홍 / 자유기고가 벼랑끝 정치 여의도에 정부조직개편안을 놓고 전운이 감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총선을 치러야 하니 생존을 위한 샅바 싸움은 어찌 보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하지만 국회의사당에서 막말이 난무하고 벼랑 끝 대치 상태를 계속 지켜보는 것은 씁쓸하기만 하다. 연말 정기국회에서 새해 예산안이 법정기일내에 통과된게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고 예외없이 멱살잡이와 봉쇄, 몸싸움 장면은 지속적으로 화면을 장식한다. 국회의원이 법을 만들면서 폭..

    2008/02/19 18:57

'덜컥 개방'과 '방임'... 한국경제의 모습


"숭례문을 일반에 개방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미련한 말도 들린다. 그야말로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반편의 말과 조금도 다름없다."


<동아일보>가 종합면에 편집한 작가 김주영의 기고문이다. ’치욕의 현장’을 찾아 쓴 글은 숭례문 개방의 책임을 묻는 사람들을 숫제 ‘반편’이라 욕하고 있다. 과연 그러한가. <동아일보>를 비롯한 대다수 신문과 방송이 숭례문을 개방한 책임을 묻지 않는 까닭은 ’반편’이 아닌 데 있을까.


한국의 신문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의 해악은 깊숙이 퍼져있다. 상대의 논리를 멋대로 단순화해 매도하는 사람들이 무장 늘어나고 있는 게 좋은 보기다.


숭례문 참사 책임 묻는 게 ’반편’인가


명토박아둔다. 숭례문을 개방했다는 이유로 이명박 당선자의 책임을 묻는 게 아니다. 아무런 안전 대책 없이 덜컥 개방한 책임을 묻고 있을 따름이다. 대다수 언론이 궁따고 있다고 해서 진실이 바뀌지 않는다. 숭례문을 덜컥 개방한 이명박 서울시장의 책임은 크고 원천적이다.


그럼에도 마치 숭례문 개방 자체를 반대하는 반편으로 몰아세우거나 이명박 책임을 아예 거론도 않는 윤똑똑이들이 언론계에 똬리틀고 있다.


주류 신문과 방송이 침묵하는 영향은 미처 우리가 의식 못할 만큼 두루 퍼져있다. 가령 숭례문 큰 불에 이명박 책임을 거론할라치면 지나치다고 눈 흘긴다. 하지만 어떤가. 범행자가 숭례문을 선택한 이유를 보더라도 대책 없이 숭례문을 덜컥 개방했기에 빚어진 참사 아닌가.  


숭례문이 불꽃으로 무너져내린 뒤에도 대책 없는 개방, 남대문식 개방은 여전히 활개친다. 보라. 마음은 ’콩밭’에 가있는 임기 말 국회의원들이 새삼 한미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을 밀어붙이겠다고 나섰다.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자가 한 목소리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빨리 처리하라고 다그친다. 심지어 <조선일보> 사설은 쇠고기 전면 수입까지 부르댄다. 노 대통령과 이 당선인의 결단이 필요하단다. 광우병 위험성이 다시 거론되고 있는 현실은 모르쇠다. 


숭례문도 열고 한국 쇠고기 시장도 열고


’덜컥 개방’과 ’방임’ 두 가지로 간추려지는 ’숭례문식 개방’의 특성은 그대로 한국 경제로 이어진다.


한미자유무역협정의 국회 비준을 추진함과 동시에 자본의 논리에 모든 것을 맡기려 한다. 이명박 당선자 스스로 ’친기업 정부’를 당당히 선포했다. 말이 좋아 언죽번죽 ’친기업’일 뿐, ’친재벌’ 정부다.


재벌 총수들에게 언제든 자신에게 전화를 걸라는 당선자의 눈웃음은 노동운동을 겨냥해 ’법과 질서’를 부르대는 눈초리와 대조적이다.


덜컥 개방하고 모든 걸 자본의 논리에 맡기려는 당선자의 ’용기’를 충실히 정당화해주는 몫은 삼성경제연구소다. ’한국경제 고도성장은 가능한가’ 제하의 보고서는 "소비와 투자를 적정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인수위가 목표로 제시한 6% 성장을 이룰 수 있단다. 대통령 당선자가 듣기에 얼마나 달콤한 말인가.


그렇다면 삼성경제연구소가 제안한 ’소비와 투자 활성화 대책’은 무엇일까. 법인세 인하와 규제 완화란다.


절로 실소가 나온다. 결국 자본에 모든 걸 맡기라는 주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앞서 미국 굴지의 투자기관 골드만삭스도 규제 완화를 충고했다.


불타는 치욕의 현장은 숭례문만이 아니다


결국 남대문식 개방의 피해자는 대다수 국민일 수밖에 없다. 이미 대통령직 인수위는 노사관계 ’실적’에 따라 지자체에 지방교부세를 차등 지급하겠다는 기상천외한 방침을 밀어붙이고 있다. 노동기본권을 보장한 헌법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발상이라는 비판이 나와도 모르쇠다.


그렇다. 미국 자본의 논리와 한국 재벌의 논리가 그대로 이명박 정권의 정책으로 나타나고 있다. 덜컥 개방과 방임이라는 ’숭례문식 개방’ 논리다. 감시해야 마땅한 언론은 되레 용춤 춘다. 묻고 싶다. 정녕 우리 시대의 미련한 반편이는 누구일까.


청와대와 국회의사당, 재벌과 언론사의 마천루에서 지금 이 순간도 덜컥 개방과 방임의 논리는 활활 타오르고 있다.


치욕의 현장은 비단 숭례문만이 아니다.


손석춘 2020gil@hanmail.net





필자는 언론개혁시민연대 창립공동대표, 한겨레신문 노조위원장, 논설위원을 역임했습니다. 현재 <손석춘의 청년학교>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새사연 원장입니다. 이 글은 이스트플랫폼과 오마이뉴스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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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MB, 경제논리로 딸도 팔아먹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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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MB 당선인은 "경제", "실용" 대통령이라고 스스로를 얘기합니다. 그러나 그 안에는 가치와 원칙이 없는 듯합니다. 시민들이 원한다며 숭례문도 화재에 대한 문화재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활짝 개방했다지요.(그렇게 욕하던 포퓰리즘 아닙니까?) 당장에 보기는 좋았지만 그렇게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게 돈들 일같이 보이셔서 성금 모으자고 얘기하셨습니까? 또 그 잘난 경제논리가 먼저 떠오르셨습니까? 나는 당신이 그 경제논리로 딸은 팔아먹지 않나 자못 궁금합니..

    2008/02/14 19:26
  2. 연예인 숭례문 기부 언론을 흐린다..!?

    Tracked from 정원이의 이모.저모  삭제

    숭례문이 화재로 불타 어수선한 가운데 무한도전의 숭례문 기부소식을 들었습니다.~신문 기사에서 보니.. 총 2억5000만원~3억으로 추산되고 있는 수익금 중 1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전국 각지의 지방자치 단체에서 추천을 받은 소년소녀 가장들 100여명을 위해 장학금으로 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사원문 무한도전의 선행은 매우좋다고 생각은 되지만 이렇게 언론을 통해서 알려야만 되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명 태안 사고로 알려진 태안앞바다 기...

    2008/02/14 19:50
  3. 노통의 장기집권에 화나 방화했다?

    Tracked from 뒷골목인터넷세상  삭제

    방화범 피의자 채모씨가 방화를 현 대통령인 노무현 대통령이 시킨것이라는 주장을 펴 세인들의 혼을 빼놓고 있다. 1998년의 토지보상문제를 2008년 대통령에게 잘못을 전가시키고 있는 뻔뻔스런 방화범 채씨.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백나리 기자 = 검색하기" alt>숭례문 방화사건의 피의자 채모(70)씨는 14일 "이 일은 노무현 현 대통령이 시킨 것"이라며 국가가 자신의 토지보상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주지 못한 것이 범행 동기라고 밝혔다. 채씨는 19..

    2008/02/14 22:53

미국은 16일 이미 합의한 한미 FTA 협정문안을 수정한 뒤 한국 정부에 보내왔다. 한미 FTA 재협상을 공식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수정된 협정 문안은 노동, 환경, 의약품, 필수적 안보, 정부조달(노동 관련), 항만 안전 및 투자의 총 7개 분야에서 미국의 ‘신통상정책’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전반적으로 의회를 지배하고 있는 민주당의 ‘보호무역주의’ 색채가 들어간 것으로 이해할 수 있으나, 보다 중요한 것은 본질적 내용이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으로 한국에 강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 대통령 판단에 따라 피해 보상 없는 무역제한도 가능


먼저 이번 재협상 과정 자체에서 드러난 행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협상이 타결되어 양 당사국의 국회 비준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행정부와 의회가 수개월에 걸쳐 정치적으로 타협한 ‘신통상정책’에 따라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강요하고 있다. 신통상 정책이 정치적 협의 산물이라는 것은 ‘자유무역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공화당 행정부가 중간 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다수당 민주당의 ‘보호무역주의’를 받아들이는 대신, 오는 6월 30일로 만료되는 ‘무역촉진권한(TPA)’의 연장(혹은 재개시)을 얻어낼 것이라는 측면 때문이다.


수정된 협정문안의 내용 자체에도 일방적인 패권주의가 드러난다. 노동과 환경의 기준을 위반할 경우에 ‘일반 분쟁해결 절차’를 적용하자는 것은 기존에 합의한 ‘특별 분쟁 절차’의 벌과금 규정 대신에 무역보복이나 (상한이 없는) 피해 보상금 지급을 하자는 것이다.

국제법 분쟁에서 열위 상태에 있는 한국은 무역보복 등이 발생했을 경우 초강대국 미국에 일방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또한 ‘필수적 안보(essential security) 예외’조치는 당사국 대통령이 자의적으로 판단한 사안에 대해 어떠한 피해 보상 없이 무역제한을 가할 수 있는 길을 터놓은 것이다. 미국은 지난 2003년 ‘필수적 안보’를 내세워 이라크 재건 사업 과정에서 무역 제한 조치를 취한 바 있으며 이 때 세계무역기구(WTO)는 이것을 이슈화하였다.


이런 사안들은 타결된 협정문에 추가적으로 문구를 더하는 차원이 아니라 기존 협정문안 자체를 수정해야 할 사항들이다. 아무리 한국 정부가 추가협의(추가협상도 아니고)라고 우기고는 있지만 명백히 ‘재협상’이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경제적 득실 떠나 국민 아닌 미국의 뜻에 따라 진행되는 게 문제


한국 정부는 미국 내부의 정책 전환에 맞춰 국가간 협정을 재논의 해야 할 아무런 법적인 의무가 없다. 오히려 타결된 협정에 대해 재협상을 요구하는 미국의 행위 자체가 국제법상 상식 밖의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미국의 일정에 끌려 다닐 것이 분명하다. 불평등한 한미 관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는커녕 스스로 한미 FTA 타결이 정치적 업적이라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TPA 기간 만료일인 6월 30일, 워싱턴에서 추가협의와는 상관없이 한미 FTA 협정 문안에 공식 서명을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예상대로 미 의회가 행정부의 TPA를 연장시켜 줄 경우 한국 정부는 서명 이후 또 다시 미국이 하자는 대로 재협상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한미 FTA를 반대하는 근본 이유는 단순히 경제적 득실의 차원에서가 아니다. 본질적으로 한국의 정치경제가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의 불평등한 관계에서 미국이 하자는 대로 진행되며 그 정도가 점점 심화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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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자동차와 농산물 등의 개방을 확대하기 위해 준비된 수순을 진행시키는 가운데 국내의 반대여론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월 10일 미국 의회가 신통상정책을 채택하면서 노동과 환경 기준을 FTA 체결의 중요한 선결 조건으로 내세운 것은 노동과 환경의 개선에 있다기보다는 재협상의 명분 내지는 자동차 비관세장벽 철폐의 지렛대였음도 밝혀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한미 FTA 협정문이 공개되면서 지적재산권-의약품의 대미 종속 강화 문제도 한층 불거지고 있다.

지적재산권-의약품 관련 조항은 신통상정책에서 노동과 환경 기준 다음의 세 번째 중요 사항이기도 하다. 상품과 서비스의 관세 및 비관세 장벽 철폐에 비해 덜 알려져 있던 지적재산권 문제의 중요성과 함의에 대해 간략히 짚어보기로 하자.


‘지적재산권’ 무방비에 대미 종속화 가속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정부의 의약품-특허 연계에 대한 무지와 복제약 시판자에 대한 법률적 제재의 문제를 강력히 비난하고 있다. 한미 FTA 협정문의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지적되고 있는 의약품-특허 연계 조항은 의약품 규제 기관(한국의 식약청)은 복제약이 기존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확정되기 전까지는 시판승인을 보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약품의 지적재산권은 다른 특허와 달리 취급해야 한다. 먼저, 의약품은 사적 소유를 핵심으로 하는 다른 특허와 달리 보다 많은 사람의 접근권을 보장해야 하는 복지의 성격을 갖고 있다(06년 제57차 WHO 총회 결의사항). 또한 일반적으로 특허청의 승인은 신규성 등의 기준으로 이루어지지만, 의약품에 대한 허가는 안전성과 유효성 그리고 제조 절차와 자국의 독특한 관행에 대한 조사를 필요로 한다.

이런 이유로 WTO 협정에서도 의약품-특허 연계 관련 조항이 없으며, 미국의 신통상정책까지 의약품 규제 기관(한국의 식약청)과 특허 승인 사이의 연계가 불필요함을 언급하고 있다.


의약품과 지적재산권의 공공성을 지켜내야


미국과 유럽 등 지적재산권의 강자들은 언제나 특허에 대한 사적 소유의 배타적 권리를 확장하기 위해 후발국들을 압박해왔다. 이번 한미 FTA 협정에서 의약품-특허 연계 조항과 함께 저작권의 기한 연장(현행 50년에서 70년으로), ‘일시적 복제(RAM에서의 복제, 스트리밍 서비스 까지도 여기에 해당됨)’의 개념 도입 등도 이러한 맥락 속에 있다.

특허와 지적재산권은 새로운 창작의 동기를 부여함과 동시에 더 많은 공유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시작되었지만 이제 공공성은 사라져 복지 확장과 기술 발전의 장애물이 되고 있을 뿐이다. 한미 FTA 협정은 지적재산권에 관한한 미국의 기대 이상을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앞으로 복제약과 복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강력한 행정적, 형사적 조치를 압박하는 방향에 우선순위를 둘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의약품과 지적재산권의 공공적 성격을 강조하면서 천편일률적인 ‘지식의 사적 소유 우선’ 논리에 대항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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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협상 타결로 한껏 고무되었던 정부가 미국의 재협상 요구로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졌다. “재협상은 절대 없다”던 정부와 협상단의 도도한 자세는 사실상 대국민용이었을 뿐, 미국의 요구에 단 한 번의 이의 제기도 없이 그대로 수용하는 양상이다.


미국이 한미 FTA 재협상을 꺼낸 이유는 어디까지나 그들의 ‘내부 사정’에 기인한다. 지난 선거를 통해 의회 다수당이 된 민주당이 부시 행정부에 신속무역협상권을 연장해 주는 조건으로 통상 상대국에 국제노동기구의 5개 기준과 7개 국제환경협약 이행을 요구하는 새 통상정책을 요구하여 의회와 행정부간 합의를 했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은 한미 FTA 협상 결과 가운데 자동차 시장과 쇠고기 시장 개방 폭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어 재협상을 명분으로 이들 부문의 개방 압력을 더욱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그동안 한미 FTA가 우리측의 주도적 결단에 의한 것이며 한국이 적극적으로 협상을 이끌어 간다고 선전했지만, 협상 타결 시한 연장이나 재협상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과 의제는 전적으로 미국의 입김에 좌우되었을 뿐이다. 현 정부는 이라크 파병에서부터 북핵 문제를 다룬 6자회담, 한미 FTA까지 철저히 부시와 코드 맞추기를 해온 덕분에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내 친구 노 대통령에게 감사한다’(4월 24일 미PBS 방송과 인터뷰)는 칭찬까지 받기도 했다. 대다수 시민단체와 민중 진영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부시 코드를 가지고 신속하게 밀어붙이던 한미 FTA가 재협상 국면에 들어간 것은 이 협상이 얼마나 근시안적이고 미국 위주의 협상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동시에 국민에게 오만하고 미국 앞에 한없이 초라한 정부의 ‘굴욕’을 남김없이 드러낸다.


재협상 역시 미국이 자체의 목적을 위해 제기한 만큼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여지는 거의 없다. 한미 FTA는 모든 면에서 미국이 나프타(NAFTA, 북미자유무역협정)를 통해 15년간 실험한 미국식 자유무역협정을 한층 정교하고 미국에 유리하게 업그레이드시킨 버전이다. 나프타는 미 민주당 클린턴 정권 때 체결되었음을 상기해보아야 할 것이다. 이미 원칙도 없이 미국이 하자는 대로 코드를 맞추고 있는 정부에게는 재협상이 있을지 모르나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한미 FTA의 완전 철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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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길이란다. 저 괴물처럼 우리를 덮쳐오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활로’란다. 비판론을 ‘외눈박이’로 비난한 청맹과니 청와대만이 아니다. 청와대, 경제 관료, 부자신문의 들뜬 영혼에 두루 ‘권위’를 지닌 삼성경제연구소도 그렇다. ‘창립 20돌 기념’으로 ‘한국 경제 20년 재조명’ 보고서를 냈다. 한국 경제가 너무 일찍 늙었다고 진단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부자신문은 나팔을 분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작은 정부론’으로 ‘참여정부’에 ‘쓴소리’를 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과연 그 보도는 진실일까? 아니다. 보고서가 정부 개입 축소를 주장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이 ‘큰 정부’였던가?


큰 정부는커녕 작은 정부다. 이미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며 두 손 올린 정부다. 더 정확히 말하면, 시장 아닌 자본에 넘겼다. 그럼에도 삼성경제연구소는 더 내놓으란다. 기실 노 정권은 더 줄 태세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그것이다. 청와대가 자처한 ‘자주적 친미’란 우스개 그대로다. 자주적으로 친미에 허겁지겁 투항하는 꼴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사부자기 거든다. “다양한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개방을 전제로 하는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은 개방에 대한 한국의 적극적 의지를 대외에 알릴 수 있는 기회”란다.

그럼에도 왜 그럴까. 시민운동 일각에선 노 정권이 협정을 강행하진 않을 것이라는 낙관이 솔솔 흘러나온다. 노 정권의 기세가 한때 주춤한 것도 사실이기에 그렇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노 정권에 착시현상을 지녔기에 그럴 가능성이 더 높다. 명토박아 둔다. 노 정권이 설마 밀어붙이겠느냐는 ‘기대’는 근거 없는 예단이다. 무엇보다 저지투쟁의 대오를 흔들 수 있는 위험한 전망이다.


보라. 청와대는 결기를 다시 곧추세웠다. 오기마저 넘쳐난다. 더구나 전시 작전통제권 논란을 빚으며 노 정권이 자주적이라는 착시가 더 굳어졌다. 앞뒤 못 가리는 친미 사대언론은 접어두자. 찬찬히 짚을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이미 한-미 사이에 합의된 전시작통권 환수가 논쟁으로 불붙은 게 노 정권의 노림수라는 분석이 그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하는 여론을 작통권 공방으로 교묘하게 무마하려는 기만술일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전시 작전통제권 넘겨주기에 적극적인 미국의 ‘여유’는 여러모로 성찰해 볼 대목이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전시작통권 소동을 들먹이며 자유무역협정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고 언죽번죽 털어놓았다. 그래서일까. 협정 추진에 절차적 민주주의조차 유린됐다는 지적에도 모르쇠다. 대안을 내놓으라고 되술래잡는다. 진보적 연구소가 곰비임비 대안을 내놓고 있는데도, 한사코 없단다. 공부에 게으르다는 개탄에 그칠 일이 아니다. 수천만 명의 삶이 걸린 국가적 의제 아닌가.


그래서다. 청와대와 삼성경제연구소에 묻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대체 누구의 살길이란 말인가. 안전한 사람은 괴물의 공격권 밖에 있는 소수다. 그렇다. 분명 그 협정은 권력·재벌·언론의 삼각동맹에겐 더 누리며 살 길이다. 삼각동맹의 부라퀴들이 슬쩍슬쩍 흘리는 부스러기로 배부른 이들에겐 지금처럼 누리며 살 길이다.


하지만 민중에겐 벅벅이 아니다. 이미 신자유주의를 좇는 ‘민주정부’가 휘두른 폭력에 농민, 노동자에 이어 임신부의 태아까지 생명을 빼앗겼다. 대안은 있다. 노동을 배제하고 민중을 죽이는 신자유주의를 넘어서서, 창조적 노동을 경제발전의 동력으로 삼는 ‘노동 주도 경제’는 뜻만 모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렇다. 괴물과 싸우는 길, 바로 그것이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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