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13정태인/새사연 원장

 

여태까지 ‘착한 경제학’을 읽은 독자라면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 낱말인지 잘 알 것이다. 한마디로 신뢰는 협동의 기초다. 신뢰는 양의 상호성(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곱다)을 촉발시킨다. 일반 신뢰(generalized trust)란 잘 아는 사람뿐 아니라 모르는 사람도 믿는 것을 말한다. 일반 신뢰의 사회는 협동이 사회규범으로 뿌리 내린 사회다. 신뢰와 협동이 개인에게 내면화한 이런 사회는 경제성장과 사회통합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등이 그 모범 사례이며 그 반대쪽 사례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퍼트넘의 저 유명한 ‘나 홀로 보울링(bowling alone)’은 미국의 경우이다.
 
하지만 남을 믿는다는 건 매우 위험한 행위다. 자신을 무장해제하기 때문이다. 흘러간 사랑을 떠올려 보라. 사랑에 제대로 데었던 사람은 웬만해선 마음을 열지 않는다. 하여 오직 가족과 몇몇 사람만 신뢰하게 될 텐데, 이를 특수 신뢰(particularized trust)라고 부른다. 특수 신뢰는 강력하지만 폐쇄적이기 십상이다.
 
박근혜 후보의 최근 캠페인은 ‘위기-신뢰-통합’이라는 세 낱말로 요약된다. 프로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잘 구성된 조합이다. 세계 경제의 침체로 인해 한국 경제가 어렵고, ‘신뢰의 정치인’을 따라 위기를 헤쳐나가야 하며, 그것이 곧 국민통합이라는 메시지다. “경험 없는 선장은 파도를 피해 가지만 경험 많고 유능한 선장은 파도 속으로 들어간다”(박 후보 홍보영상)는 문구는 그의 결기를 잘 보여준다. 노년층은 아마도 아버지 박정희의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과연 그는 ‘신뢰의 정치인’일까? 그가 신뢰라는 가치를 강조하는 이유는 7일자 경향신문에서 찾을 수 있다. “(청와대를 나온 후) 뒤돌아 멀어져가는 사람들을 지켜본 박 후보는 약속과 신뢰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배신에는 질색한다”. 아뿔싸, 그가 말하는 신뢰란 배반에서 비롯된 신뢰, 즉 위에서 언급한 특수 신뢰다. 그것은 폐쇄 집단의 신뢰이다. 따라서 “일단 믿기로 한 사람은 여러 번 기회를 주지만 정말 한 번 안 되겠다 싶으면 가차없이 아웃시키는 특징”(같은 신문)을 지닐 수밖에 없다. 물론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의 작용이기도 할 것이다.
 
이런 특징은 선거에서 유별난 힘을 발휘했다. 그의 카리스마는 특정 집단 내에서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한 종합편성 TV가 개국 기념 인터뷰에서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라는 자막으로 내보낸 것도 무리가 아니다(TV 조선, 2011년 12월 1일). 그가 보수집단을 결집시켜서 한나라당을 위기의 수렁에서 건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착한 경제학’의 ‘일반 신뢰’는 대화와 소통에 의해 형성되고 쌓인다. 반대로 특수 신뢰는 내부의 암호와, 외부와의 불통에 의해 더욱 견고해진다. 그의 말투, 예컨대 박지만씨에 대한 의혹에 대해 “아니라면 아닌 것”이라고 잘라 말하는 방식, “참 나쁜 대통령”과 같은 단말마 방식은 특수 신뢰의 특징이다.


문제는 그의 ‘특수 신뢰’가 대한민국 전체, 그리고 경제위기에 대해서도 통할 것인가이다. 그의 경제정책 기조인 ‘줄푸세’가 양극화를 심화시켜 한국 경제를 더 깊은 수렁으로 떨어뜨릴 것이라는 얘기는 이미 했다(경제 논리는 경향신문의 7일자 정동칼럼을 보시라).
 
케인즈 경제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돈이 아래로 흘러야 한다고 가르치고 ‘착한 경제학’은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높아져야 한다고 말한다. 1930년대 대공황 때 루스벨트는 노동조합 지도자를 만나 “당신의 말이 옳다. 거리로 나가서 외쳐라. 내가 그 주장을 실현시키겠다”고 말하고, 국민연금법(보편복지의 확대)과 와그너법(노조의 단결권 보장)을 통과시켰다.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은 루스벨트와 같은 일반 신뢰요, 개방적 참여민주주의다.
 

* 이 글은 주간경향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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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5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묘하게 시점이 겹쳤다. 2011년 11월은 한국 집권여당이 유례없이 ‘비공개 날치기’로 한미FTA라는 국제조약을 인준한 달로 기록됐다. 그런데 11월은 미국이 동아시아로 되돌아오기 위해 구체적인 행동을 개시한 시점으로 기록될 것 같다.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일본을 끌어들이고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남중국해 문제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전 호주 외무장관이었던 에반스는 동아시아 태평양지역에서 역사적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어떤 미묘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지금 세계적으로 가장 큰 난제는 경제위기가 끝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광범위하게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동아시아 각국 역시 세계경제 침체로 인해 다양한 충격을 받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성장 명맥을 이어 가고 있다. 9% 이상의 성장능력을 꾸준히 이어 오고 있는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중국 덕분이다. 아세안 10개국이 평균 6% 성장을 지속하고 있고 인도양의 또 다른 잠재적 대국 인도 역시 비슷한 수준의 성장능력을 잃지 않고 있다. 북미와 유럽의 장기침체는 이런 아시아의 선방을 더욱 돋보이게 하면서 미국의 관심을 아시아로 돌리게 만들었다.

그러나 동아시아로 돌아온 미국 앞에 이미 과거의 동아시아는 없었다. 최근 10여년 동안 중국을 중심으로 매우 다양하고 탄탄한 경제적 관계가 깊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아시아의 역내무역의존도는 유럽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북미의 45%를 훨씬 능가하는 54%에 이르렀다. 역내 직접투자 관계도 30%를 넘었다. 아세안 10개국과 한국의 주요 무역상대국은 북미와 유럽에서 중국으로 이동해 버린 것이다. 이제 동아시아의 대부분 국가들은 경제적으로 중국과 관계를 맺고 중국이 서구와 관계를 맺는 방식으로 전환됐다. 어떤 조약을 맺었거나 인위적으로 동맹관계를 발전시켜서가 아니라 경제적 관계가 자연스럽게 흘러가 버린 것이다.

동아시아의 성장 잠재력에 편승해 위기를 탈출해 보려던 미국 입장에서는 상당히 탄탄하게 얽히고 있는 동아시아의 자연적 경제관계에 비집고 들어갈 틈새가 필요한 처지에 몰렸다. 미국은 동아시아에 비집고 들어갈 두 가지 지렛대, 경제적으로는 TPP, 정치·군사적으로는 중국의 국경분쟁 요소를 이용하기로 한 것 같다. 먼저 동아시아와의 연계성도 떨어지고 의미도 보잘것없었던 TPP를 포장하기 위해 미국과 NAFTA로 엮여 있는 캐나다와 멕시코를 동원하는 한편, 결정적으로 일본을 끌어들이기로 했다. 대지진까지 겹쳐 도저히 활로가 없었던 일본의 노다 정부는 아무런 국내적 사전준비도 없이 미국의 요청에 기꺼이 바람잡이 역할을 했다. 갑자기 중국을 배제한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가 떴다고 언론이 떠들썩하던 TPP 부상은 이렇게 연출된 것이다.

TPP라는 허약한 경제적 지렛대에 비해 정치·군사적으로 미국이 활용할 수단은 좀 더 다양했다. 중국과 조금이라도 갈등관계를 맺고 있던 국가들을 모두 동원했다. 전통적 우방국인 호주에는 미 해군 2천500명이 훈련할 수 있는 해군기지 창설을 결정했다. 중국과의 역사적 경쟁자이자 미국에 우호적인 인도에게는 호주의 대인도 우라늄 수출을 허용했다. 중국의 인도양 통로인 버마에도 손길을 내밀었다. 특히 남중국해로 중국과 영토분쟁이 있는 필리핀과 베트남을 감안해 남중국해 문제를 동아시아 정상회의에서 이슈화해 중국을 자극했다.

여전히 세계 최강의 패권국가 미국이 그렇게 2011년 11월 아시아를 휩쓸었다. 반대로 동아시아 입장에서는 기존 경제관계에서 상당히 큰 교란요인이 발생한 것이다. 물론 한두 번의 미국 행보로 이미 자연적으로 굳어진 동아시아 내부 경제관계가 와해될 수는 없다. 더욱이 이 같은 행보가 내년 미국 대선을 겨냥한 국내 정치용 이벤트라는 성격도 있는 만큼 얼마나 지속적으로 미국이 동아시아 질서 재편에 강도를 높일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미국이 자국의 장기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지금보다 훨씬 더 동아시아 성장능력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고, 그럴수록 아시아에 개입해 경제적 실리를 챙겨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다시 우리 자신에게로 돌아와 보자. 한국 역시 그 어느 나라보다 경제적 측면으로는 동아시아 국가가 됐으며 대만을 제외하고는 가장 중국경제에 의존한 경제가 됐다. 수출과 수입 측면에서 제1의 교역국이고 제1의 해외투자국가인 것이다. 아세안 10개국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세계경제의 발전추세를 보건데 이런 경향은 앞으로도 가속화될 것이 명확하다. FTA를 체결한 유럽과 미국과의 무역투자 관계는 축소될 것이고 반대로 중국과 동아시아 관계는 확대될 것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한국은 미국과 FTA를 체결했고, 미국은 중국과 경제·정치적 이해관계의 갈등을 감수하고 동아시아로 진입하려 하고 있다. 일반적이라면 한국은 동아시아 국가의 일원이라는 토대 위에서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나름대로의 기준을 가지고 균형을 잡는 위치에 서는 것이 ‘국익’에 맞을 것이다. 향후 미국과 중국이 동아시아 경제권을 어떻게 흔들지 모를 중대한 국면이 아닌가. 이런 측면에서 보더라도 현재 한국이 서둘러 미국과 먼저 FTA를 체결한 것은 스스로 균형자 역할을 할 입지를 좁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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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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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11.07.13 10:30

 

2011 / 07 / 12 이상동/새사연 연구센터장

'반값 사회보험료' 찬성을 유보하는 이유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제목을 눌러 주시면 됩니다.

목 차

1. 저소득 취업자, 사회보험료 지원 필요하다.

2. ‘반값’의 말장난 속에 혜택은 극히 일부에 국한

3. 사업주 지원을 축소하고 이를 사회보험료 재원에 활용해야

4. 맺음말 : 고용보험 제도의 개혁과 함께 가야

1. 저소득 취업자, 사회보험료 지원 필요하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이른바 ‘반값 사회보험’ 정책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저임금 취업자 약 100만 여명에게 사회보험료를 최대 절반까지 지원하는 방안이다. 최대 절반까지 지원한다고 해서 언론 매체가 ‘반값’이라 이름 붙인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한나라당 내에 두 가지 방안이 있는데, 정두언 의원의 안은 일용직, 간병인 등을 포함하여 취약 노동계층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고 김성식 의원의 안은 고용보험에서 포착 가능한 저임금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먼저 언론에 노출된 것은 여당 쪽이지만 구체적인 법률안 작업은 야당 쪽이 한발 앞서 있다. 민주당의 이미경 의원은 초안을 이미 마련해서 법제처에 검토를 요청해 놓고 있다. 조만간 특별법의 형태로 법률 발의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내용이 아직 알려지지는 않고 있으나 일단 사회통합과 사회정의 차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주지하다시피 저소득 취업자에 대한 사회보험료 지원 정책은 일차적으로 사회보험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이차적으로 사회정책의 실효적 영향권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노동소득이 낮다는 것은 불안정 고용을 의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상당 부분 제도적 보호(사회보험)에서도 배제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보험은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국가의 의무로부터 정당성이 도출되는 제도이고, 그렇다면 형평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저임금 노동자를 배제하고 있는 것이다.

■ 사회보험료 지원, 사각지대의 해소

사회보험 또는 행정적 영향권 내에 있지 않는 이들 집단을 ‘비공식 고용’이라 부르는데 최소 기준에 따라 약 200만 명에서 최대 약 1,000만 명으로 추정된다. 예컨대 최저임금 미달자 약 230만 명, 사회보험 미가입 비정규직 약 280 만 명과 유사 실업자 약 300만 명을 들 수 있다. 이외에 비공식 고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영세자영업자(self-employment)와 특수고용 노동자 그리고 가사노동자 등을 포함하면 거대한 비공식 부문의 전체 그림이 그려진다.

사회보험료 지원 정책은 OECD 고용전략에서 공식적으로 권고하는 사항이다. 한국에서는 이 정책이 비공식 고용의 공식 고용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일반적으로는 다음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회보험료 지원 정책의 기대효과

첫째, 개별 노동력의 적응성(employability)과 이동성(mobility)을 높여 노동력의 질적 성장을 촉진한다.

- 인적자본 투자 측면 : 노동빈곤 계층의 질적 하락 저지.

둘째, 가장 중요한 임금정책 가운데 하나인 최저임금제도의 실효성을 높인다.

- 최저임금 제도의 전달체계 강화

첫째, 한계소비성향이 큰 하층의 임금수준을 높여 경기 침체를 저지한다.

- 거시경제 측면 : 총수요의 구성의 오류 시정

이상의 의의에 비추어 사회보험료 지원 정책은 찬성할 만하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이를 열렬하게 찬성하는데 주저하고 있다. 그 배경을 알아보자.

2. ‘반값’의 말장난 속에 혜택은 극히 일부에 국한

사회보험료 지원은 상당수의 OECD 국가들에서 시행하고 있는 정책이다. 그 목적은 약간씩 편차가 있는데, 저소득 임금노동자의 소득 지원 (영국, 독일 등), 기업의 노동수요 촉진 (프랑스 등) 그리고 영세 사업장의 노사 양측 보험료 감면 (벨기에, 스페인, 캐나다, 네덜란드, 아일랜드 등) 등으로 구분된다. 이외에도 경기침체에 따른 한시적 재정정책의 목적을 담을 때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앞에서 설명한 대로 사회보험료 지원의 궁극적인 목표는 공식고용으로의 전환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양극화의 해소, 사회통합의 강화가 시대적 과제일 뿐만 아니라 비공식고용이 지나치게 과잉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론 보도를 종합해 보면 한나라당이 검토하고 있는 정책의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혜 대상이 최대 120만 명 정도에 지나지 않고 지원 금액도 매우 낮기 때문이다.

사실 ‘반값’이라는 말 자체는 과도한 상징조작이다. 이 정책은 노동소득이 증가하면 지원액이 감소하도록 제도를 설계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확히 말해 한나라당의 안은 최대 50%, 최소 0%의 금액을 지원하는 것이다. 공식고용으로의 유인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최대 50%의 지원율을 상향시켜야 하고 대상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3. 사업주 지원을 축소하고 사회보험료 재원으로 전환해야

비공식 고용 규모가 훨씬 거대함에도 불구하고 왜 한나라당의 안은 대상규모가 120만 명 정도에 그치는 것일까? 최저임금에서 최저임금 1.3배까지의 임금노동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이들 중에서도 사업장 규모와 주동 노동시간에 일정한 제한을 두기 때문이다. (김성식 의원안 기준) 이 정도 수준으로는 공식고용으로의 전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혜택에서 제외되는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 비사업장 노동자(특수 및 가사노동자 등), 비임금노동자 (영세자영업자 등) 그리고 시간제 노동자 등에서 비공식고용은 훨씬 빈번하게 관찰된다.

그런데 재정규모가 7~8,000 억 원에 지나지 않는(!) 이 정도 수준의 지원에 대해서도 재정당국의 반대가 있는 것 같다. 아마도 정부는 취약 노동계층의 사회보험 가입이 늘어나면 앞으로 추가 지출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반대 논거로 덧붙일 것이다.

각종의 법인세 지원 제도를 조금만 축소 또는 폐지해도 재원 마련은 어렵지 않다. 현재 많은 종류의 법인세 조세 감면이 고용창출을 이유로 시행되고 있다. (임시)고용투자세액공제, 고용창출세액공제, 외국인투자진흥법에 의한 세액공제, 경제자유구역법 등에 의한 세액공제 등이 그 예이다. 이러한 제도는 모두 사업주를 지원하는 것이며 대표적인 고용정책사업인 고용보험기금사업의 상당 부분도 사업주 지원 일색이다. 반면 취업자를 지원하는 재정사업은 소규모 사업 몇 개가 최근 시작되었을 뿐이다. 취업자를 지원하는 재정사업을 늘리고 효과가 의심스러운 사업주 지원 재정사업을 줄여야 한다.

4. 맺음말 : 고용보험 제도의 개혁과 함께 해야

재정문제와는 별도로 사회보험료 지원 정책이 그 진정성을 국민들로부터 인정받고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 고용보험 제도의 개혁을 필요로 한다. 제도의 외형을 개혁하는 것과 함께 내부 운영 절차를 개혁하는 것도 필요하다. 각각의 측면을 짚어 보자.

■ 제도 개혁 방향 : 제도의 확대 측면

고용안전망의 사각지대를 해소한다는 의의가 있다. 고용보험은 사회보험 가운데 가장 커다란 사각지대를 갖고 있다. 사각지대 가운데 위법하게 고용보험을 회피하는 사업장과 노동자를 포괄하는 데 이번 정책이 사용될 수 있다.

이외에도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는 법적으로 가입이 거부되는 취업자 집단이 있다. 자영업자, 특수고용 노동자, 가사노동자, 주당 15시간미만 단시간 노동자, 소규모 농림어업 사업장 종사자, 고령자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들에게 가입이 허용되도록 고용보험법이 개정되어야 한다.

또한 한국 고용안전망의 제도적 불비(不備) 사항으로 오랫동안 지적되어 온 실업부조 제도가 하루빨리 시행되어야 한다. 청년실업자, 장기실업자 등이 대상이 되는데 이들은 보험료 기여를 전제하는 보험 방식만으로는 해소할 수 없는 사각지대이다. 사회보험료 지원 정책은 이들 정책의 도입과 함께 가야만 그 진정성이 인정되고 효과가 배가될 것이다.

■ 제도 개혁 방향 : 기존 제도의 개혁 측면

현행 제도 하에서도 손을 보아야할 많은 과제가 있다.

먼저 사업장단위로 관리되는 방식을 개별 피보험자 단위로 관리되는 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 현재 방식은 취업자에게 사회보험료 지원 금액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둘째, 시간당 임금 산정의 정확성을 높여야 한다. 이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 임금조사의 아주 커다란 숙제이기도 하다. 정확한 단위 노동임금이 조사되어야만 시간제 노동자에 대해서도 사회보험료 지원이 가능해진다.

마지막으로 행정적 제재, 신고센터의 운영 등이 필요하다. 비공식고용을 공식고용으로 전환하는 데 가장 우선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수단은 행정적 적발과 제재임에 분명하다. 예컨대 최저임금 위반, 사회보험 불법 가입 회피 등에 대해 행정적 조치가 방기되고 있다.

정치권의 복지담론 경쟁이 ‘일자리’ 쪽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이른바 ‘반값 사회보험료’가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기대에도 불구하고 정부, 여당의 안은 매우 미흡하다. 우선순위가 높은 집단들이 오히려 뒤로 밀리고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도 있다. 거창한 ‘반값’ 구호가 국민들의 마음속에 실망감으로 자리 잡는다면 향후 이를 교정하는 것도 어려울 수 있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사회보험 사각지대의 해소, 비공식고용의 공식화를 위해서는 많은 제도 변화를 필요로 한다. 사회보험 지원 정책이 과연 이런 큰 그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아직 흔쾌히 찬성 입장을 밝히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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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30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오랜만에 ‘재벌개혁’ 구호가 정치권에서 공공연하게 거론되기 시작했다. 재벌개혁이 당연시되던 외환위기 직후도 아니고 재벌개혁을 사회개혁의 주요 부분으로 내걸며 집권했던 참여정부 시절 얘기가 아니다. ‘대기업 친화적 정책’을 핵심 공약으로 했던 이명박 정부 집권 4년차에 나온 것이다. 그것도 야당이 아니라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이 진원지라는 점에서 놀랍다.

정두언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지난 6월26일 ‘대기업은 다시 재벌이 되어 버렸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재벌개혁 없는 선진화는 불가능하다”며 “재벌개혁은 한나라당이 ‘부자 정당’ 오명을 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던 것이다. 적지 않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에 동조하면서 7월4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의 주요 이슈로 부각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조차 하다. 격세지감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2009년 하반기 이래로 50% 전후라는 놀라운 이상(?) 지지율을 유지해 왔던 이명박 대통령이 2011년 접어들면서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하더니 급기야 4·27 재보선 참패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6월 접어들어서는 이 대통령 지지율이 30% 밑으로 추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총선과 대선을 불과 1년 앞둔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른바 한나라당 식 복지정책을 내놓지 않을 수 없었고 반값 등록금이나 보육지원 확대 등을 하려면 재원마련이 필수적이었는데, 이를 위해 추가적으로 인하하려던 대기업 법인세 인하 등을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국면이었다. 또한 경제위기 와중에도 대기업은 고속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데 국민의 체감경기는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대기업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은 터였다. 이런 마당에 재벌 대기업이 조용히 있어 주는 것은 고사하고 경제단체들이 들고 일어서 공공연하게 법인세 인하 철회를 비판하는가 하면, 자신들과 직접 이해관계도 없는 반값 등록금 정책까지 문제 삼고 나서 버렸으니 한나라당으로서는 좌시할 수 없었을 터였다.

“재벌이 무소불위의 절대권력을 행사한다”, “북한의 세습체제를 능가하는 세습 지배구조, 문어발식 족벌 경영 등으로 서민경제를 파탄내며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식의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낸 이유다.

우선 재벌개혁을 요구하는 한나라당 일부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명박 정부 집권기간 3년, 동시에 경제위기 3년 기간 동안 확연해진 사실은 우리사회에서 재벌 대기업의 눈부신 성장이 곧 국민경제의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재벌 대기업이 선도하는 경제 발전모델은 지금 시점에서 확실히 그 효력을 상실했다.

이렇게 재벌 대기업의 성장이 국민경제의 균형발전이 아니라 불균형을 확대하고, 이들이 국민경제의 부가가치를 독점적으로 편취하는 현실에서 양극화 해소나 복지확대는 매우 어렵게 된 것이며, 지금 시점에서 ‘재벌개혁’이 국민경제와 사회통합을 위해 필수적으로 나올 수 밖에 없는 과제가 됐다. 향후 우리 사회의 핵심의제로 재벌개혁이 다시 전면에 부상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이는 내년 총선과 대선국면으로 접어들수록 확대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찌할 것인가. 한나라당이 야당인 민주당보다도 앞서 재벌개혁이라는 의제를 공식적으로 꺼내든 것도 모자라 재벌들에게 가장 민감한 세습이라는 용어를 동원하면서 원색적인 비난까지 마다하지 않을 정도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대책이라는 것은 말만큼 대단하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까지의 주장만 놓고 보면 한나라당은 재벌 대기업들에게 법인세 추가 인하 중지나 ‘임시투자세액 공제제도’ 종료를 순순히 수용해 주기를 바라는 정도다. 최근 대기업이 동네 순대가게 영업시장까지 먹으려한다는 비난에서 보듯이 중소기업이나 영세상인들의 시장까지 과도하게 잠식하는 행태를 자제하는 정도를 원하는 것이다. 덧붙인다면 정부가 물가 문제로 고전하는 있는데 통신사나 정유사 등 재벌 대기업들이 물가안정에 협조하는 모양새를 만들어 줬으면 하는 것이다. 이게 전부이고 한나라당 식 재벌개혁이다.

한 가지 확실히 해 둬야 할 것이 있다. 외환위기 이후 살아남은 주요 재벌 대기업들의 경제력 집중도는 꾸준히 상승해 왔지만,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규제완화와 감세, 고환율 정책으로 인해 그 정도가 역사상 최고점까지 올 정도로 심해졌다는 사실이다. 외환위기 이후 10여년 만에 다시금 재벌개혁의 깃발을 들 정도로 집중도는 심화됐고 반면 국민경제 파급력은 약화됐던 것이다. 바로 한나라당이 저질러 놓은 일이다. 반드시 바로잡아야 하고 되돌려 놓아야 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상황에서 “현재 수준에서 더는 과도하게 재벌이 나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수준의 재벌개혁이라면 이는 문제를 일으킨 자신의 책임조차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더 가관인 것은 이 정도 수준의 재벌에 대한 요구조차도 대놓고 거부하면서 정부·여당과 날을 세우고 있는 재벌 대기업 집단이다. 가히 2010년대 한국의 재벌 대기업 집단은 ‘누구의 눈치도 통제도 받지 않는 절대권력’으로 부상했다는 점에서 이전 시기들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이 실감난다. 통제받지 않는 권력이 전횡을 일삼고 이익을 독점하는 것은 민주주의 관점에서 보나 정의의 관점에서 보나 대단히 심각한 문제다. 한나라당의 어설픈 재벌개혁 깃발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이글은 매일노동뉴스에도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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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0년 6월2일 지방선거 다음날이다.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 시퍼렇게 살아있음을 증언했다고 썼다. 오만한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심판이라고 분석했다. 바로 그 국민은 두달도 되지 않아 7월28일 심판의 대상을 바꿨다. 오만한 민주당을 심판했다.

민주당은 최대 승부처로 꼽힌 서울 은평을과 충북 충주에서의 패배를 두고 야권 단일화가 늦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당이 최선을 다했지만 단일화가 좀 늦은 것이 원인이었다며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인천 계양을과 충남 천안에서의 패배는 투표율이 낮아 한나라당의 조직동원이 가능했다고 진단했다.

야권 연대가 늦어 졌다는 민주당 지도부를 보라

과연 그러한가. 단언하거니와 민주당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절망스러울 정도다. 단일화가 늦어 패했다? 투표율이 낮아 한나라당이 이겼다? 원인을 모두 외부로 돌리는 작태다. 하지만 외부 요인보다 내부요인이 크다. 아니, 결정적이다. 민주당이 이명박 정권 심판론을 들고나온 서울 은평을이 상징적 보기다. 민주당이 장상을 공천했을 때, 대다수 민주시민은 도무지 어이가 없었다. 장상으로 이재오를 이기겠다는 오만은 대체 어디서 비롯하는 걸까?

6월 지방선거 결과는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이명박 정권의 실정에 대한 반사이익이라는 분석을 민주당 지도부는 시들방귀로 여겼다. 지방선거 뒤 축제 분위기에 젖어있던 민주당은 기실 얼마나 꼴볼견이었던가. 지방선거 바로 다음날 나는 서울시장선거에서 한명숙이,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유시민이 패배한 사실 앞에 겸손해야 하며 그렇지 않는한 정작 2012년 대선에서 패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비판적 지식인들의 경고를 모르쇠했다. 장상 공천은 그 필연적 귀결이다. 장상이 누구인가. 김대중 정부시절 국무총리 서리로 임명되었을 때, 이미 여론의 심판을 받고 물러난 사람이다. 바로 그 장상을 결정적 시기에 한나라당 이재오의 맞수로 공천한 민주당의 정권 심판론은 말살에쇠살이다.

그렇다. 7월 재보선은 묻지마 정권 심판론에 대한 매서운 심판이다. 심판을 받고도 단일화가 늦었다거나 투표율이 낮았다고 강변하는 민주당의 오늘은 무조건 야권연대란 승산도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진실을 증언해준다.

무조건 야권연대로 정권 심판론에 매서운 심판

희망은 있다. 민주당이 강원도에서 선전했기 때문이 아니다. 광주에서 민주당이 이겼기 때문은 더더욱 아니다. 광주에서 민주노동당 후보가 2만표를 넘으며 민주당 후보에게 다가갔기 때문이다. 광주 지역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줄줄이 서서 민주노동당을 조준해 한나라당 2중대나 반미 정당 따위의 색깔공세를 폈는 데도 민주노동당 후보에 광주시민들이 2만 표를 준 사실이야말로 희망이다.

물론 실체이상으로 희망을 부풀릴 생각은 없다. 만일 광주시민들이 민주노동당 후보를 당선시켰다면, 민주당이 장상을 공천하며 민주노동당에 색깔공세를 펴는 따위의 오만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날 수 있었을 터다.

그렇다. 지금의 민주당으로선 결코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이명박을 심판할 수 없다. 바로 그 교훈을 민주당이 진심으로 받아들인다면 2010년 7월 재보선의 패배는 예방주사가 될 터다. 하지만 민주당에 과연 그런 능력이 또는 겸손이 있을까. 

손석춘 2020gi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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