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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2.13 평등과 효율성 주입식 교육의 비밀
2011.12.12정태인/새사연 원장

교육에서 평등이란 무엇을 의미할까? 독자들께서는 대부분 ‘고교 평준화’를 떠올렸을 것이고, 곧 이어서 ‘주입식, 암기식 획일교육’까지 연상하셨을 것이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이 ‘고교 다양화’를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극단의 경쟁을 도입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연상에 근거한다.

과연 그럴까? 답은 단연코 “아니오”이다. 평등교육으로 유명한 핀란드 교육이 주입식, 암기식인가? 정반대다. 교육에서 평등이란 말 그대로 등(等)수가 없다(平)는 것을 의미한다. 재작년 핀란드에서 나는 에리키 아호를 만났다.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핀란드의 교육개혁 40년 역사 중 처음 20년 동안의 국가교육청장이었다.

은발의 이 노신사는 매우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등수라니요? 이 아이는 달리기를 잘 하고, 얘는 수학을 잘 하고, 이 친구는 음악에 발군인데 아이들의 순서를 어떻게 정한다는 얘기죠?” 이 말을 듣는 순간 내 머리는 환하게 밝아졌다. 평등이란 등수를 매길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하여 핀란드 선생님들의 역할은 아이가 어떤 분야를 좋아하는지 파악해서, 더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있다.

등수를 매기려면 아이들의 학력을 하나의 숫자(scalar)로 환산해야 한다. 그러려면 수학이나 영어에는 가중치 100이나 90을 주고, 체육이나 음악에는 10 또는 5를 부여해야 한다. 바로 우리나라에서 하는 짓이다. 전국이 단일한 시험을 보고 그 점수에 따라 인생이 결정되니, 모두 똑같은 내용을 배워야 하고 ‘찍기’에 의해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전국 등수와 일제고사. 이것이 획일식, 암기식 교육의 근원이다. 아이들이 자살하고 심지어 어머니를 살해하는 끔찍한 사태의 원인도 이것이다.

평등은 다양성을 낳는다. 자기가 좋아하는 걸 더 잘 하면 된다. 바로 이 다양성이 효율성을 낳는다. 3년에 한 번 15살 정도 아이들을 대상으로 PISA라는 국제학력평가를 치르는데 핀란드는 10년 동안 3연속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우리 아이들도 발군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대체로 핀란드 바로 뒤의 자리를 유지해 왔다. 학력에 관한 한 어깨를 나란히하는 두 나라 아이들이 정반대의 응답을 하는 질문은 “얼마나 좋아서 공부하는가?”이다. 상상하시는 대로 핀란드 1위, 우리는 일본과 함께 꼴찌다. 우리 아이들이 핀란드에 비해서 거의 두 배의 공부를 한다는 것도 여기에 추가해야 한다.

아이들뿐 아니다. 어른들도 두 배로 일한다. 그런데 1인당 GDP는 핀란드가 두 배다. 우리들이 핀란드 사람보다 4배나 못났을까? 그럴 리 없다. 만일 어떤 직업을 택한다 하더라도 월급도 별 차이가 없고 사회적으로 비슷하게 인정받는다면 당신은 어떤 직업을 택할 것인가? 자기가 잘 하고 무엇보다도 좋아하는 일을 택할 것이다. 핀란드의 수도배관공과 교수는 비슷한 월급을 받는다. 더구나 이 나라의 보편복지는 어떤 직업을 택해도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준다. 시장주의자들이 강조하는 ‘선택의 자유’를 어느 쪽이 더 확실히 보장하는 것일까?

북유럽 국가의 일반적 신뢰(generalized trust·‘다른 사람을 얼마나 믿는가?’)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최근의 연구들은 소득불평등도가 신뢰도를 결정하는 요소 중 가장 중요하다는 데 거의 100% 합의했다. 신뢰는 사회적 딜레마를 해결해서 효율성을 높인다. 다음 번에 이야기할 주제이다.

이 글은 주간경향에도 실린 글입니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