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13여경훈/새사연 연구원

 

 

아베노믹스, 엔저현상 지속될 전망 

최근 일본 아베 정권이 무제한적(open-ended) 양적완화 정책을 발표한 이후, 엔화 약세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일본 엔화는 지난 해 1078엔 대에서 현재 94엔을 넘어서 20% 가량 평가절하 되었다. 이에 따라 원엔 환율은 1160원까지 떨어져 원화가치는 엔화에 비해 25% 정도 평가절상 되었다 

이번 주 개최되는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일본의 엔저 정책에 대해서 독일 등 유럽을 중심으로 비판이 쏟아지겠지만, 정치적 수사에 그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미 지난 해 9월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이 각각 무제한적 양적완화를 실시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디플레이션을 벗어나기 위한 물가안정목표치 상향(2%) 또한 통상적인 통화정책의 일환이기 때문에 나무랄 수도 없다. 따라서 유럽발 재정위기가 재발되지 않는 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진행된 엔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면서 엔화 약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엔화 약세는 긴축정책을 지속하면서 오직 수출증대에만 목을 매고 있는 유로지역의 경기회복에도 타격이지만, 해외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고 있는 과도한 수출의존의 우리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발표되고 있는 지난 해 4분기 국내 상장기업의 실적 쇼크는 이를 반영하고 있다.

자본유출입 규제 강화하고 과도한 수출의존 성장전략 수정할 때 

한편 2008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환건전성 부담금과 선물환 포지션 등 일련의 자본유출입 규제가 실시되었다. 그동안 국제적인 자본자유화를 설파했던 IMF도 최근 집행이사회에서 승인된 보고서를 통해 신흥국의 자본유출입 규제를 전향적으로 인정하게 되었다. 따라서 급격한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하고 대외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자본유출입 규제를 더욱 강화할 시점이다. 최근 거론되고 있는 외환투기의 온상인 역외선물환(NDF) 시장에 대한 규제가 조속히 실시되어야 한다.

특히 파생상품과 외환거래에 적용되는 금융거래세는 거래비용 증가로 과도한 투기를 억제하고 생산적 투자활동으로 자원을 이전하여 자원의 효율적 배분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자산 가격 및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하고, 경제적 불확실성 해소로 금융 및 재정 정책의 실효성을 제고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아주 낮은 세율에도 연간 수조원에 달하는 재정수입을 올려 복지지출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취임을 앞둔 박근혜 정부는 금융 및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로드맵을 향후 제출할 국정운영 청사진에 담아야 할 것이다. 특히 부자 및 재벌증세에는 입을 닫고 있는 박근혜 정부가 복지지출 재원을 감당하기 위해서라도 금융거래세 도입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기를 기대한다. 또한 대기업 중심의 수출중심 성장전략 또한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한다. 주기적인 외환시장 불안은 원화 약세로 오히려 대기업의 수출경쟁력은 강화된다. 그러나 원화의 지나친 평가절상은 수출경쟁력 약화로 과도한 수출의존 경제체제에서 불가피하게 성장률 하락과 경기침체를 수반하게 된다 

즉 한국경제의 외환시장 불안은 수출대기업과 외환시장 투기세력에게는 기회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국민경제에 긍정적 효과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외환시장 불안 해소와 수출의존 성장전략 탈피, 박근혜 정부가 성공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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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하락으로 중소기업들은 떨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 초반으로 2008년 9월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전면화 된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출업체들의 환차손 위험 커지고 있다. 물론 상품의 국제거래에 있어 환율 차이에 의한 환차익/환차손이야 늘 상존하기에 많은 수출업체들은 환차손을 방어하기 위해 환해지를 한다. 대표적인 환해지 방법이 바로 달러 선물환매도 거래이다. 환율이 더 떨어지기(원화 평가절상) 전에 미리 수출대금으로 들어올 달러를 파는 것이다. 아래 그림의 왼쪽은 최근 3년간 원/달러 환율 변동 그래프고 오른쪽은 최근 1년 사이의 그래프이다.

<지난 3년간 원/달러 환율 변동>                     <지난 1년간 원/달러 환율 변동>

원/달러 환율은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가 시작됨에 따라 급격히 상승하였다. 2007년까지 1000원 위아래로 움직이던 원/달러 환율은 위기가 전 세계로 퍼진 시점에는 1600원까지 위협하였다. 당시 환율의 급격한 상승을 예측하지 못한 많은 중소기업들은 2007년 보다 원/달러 환율이 더 하락할 것이라는 금융기관들의 전망에 따라 자발적 혹은 비자발적으로 환해지 상품에 가입하였다. KIKO와 같은 환해지 파생상품이다. 그러나 미국 발 금융위기로 원/달러 환율은 급격히 상승하였고 KIKO라는 상품의 특성상 Knock In 구간을 초과할 경우 환차손의 2-3배를 은행에 지급하게 되어 천문학적인 환차손을 입었다. 이런 상황에서 수출을 잘 하고도 환해지를 잘 못 하여 파산한 소위 흑자도산 기업이 속출하였다. 대표적인 기업이 태산LCD이다. 태산LCD는 설립한 지 25년 된 중소기업으로 LCD 광원장치인 백라이트유닛(BLU)을 만들어 주로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업체였다. 2009년 상반기에 매출 3441억 원, 영업이익은 전년도인 2007년 상반기에 비해 8배가 넘는 114억 원을 기록하는 등 양호하고 장래가 촉망받는 중소기업이었다. 그럼에도 환차손을 방어하기 위해 KIKO 상품에 가입했다가 엄청난 손실을 보고 결국 2009년 9월 16일 법원에 파산신청을 하였다. 가만히 있었으면 급격히 오른 원/달러 환율에 의해 오히려 환차익을 볼 수 있었음에도 잘못된 환해지도 기업이 무너진 것이다.

2010년 4월 16일 경향신문 기사에 따르면 최근 급격한 원/달러 환율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수출기업들의 환위험 해지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그 원인으로 2008년 이전 KIKO와 같은 투기성 환해지 상품에 가입했다가 엄청난 손실을 입었던 점이 일종의 트라우마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신용평가회사 무디스의 우리나라 국가 신용등급 상향과 중국 위안화 절상 가능성, 싱가포르 중앙은행의 통화 절상 방침, 외국인의 주식 매수세, 무역수지 흑자 행진 등으로 원화의 수요가 높아지고 강세가 예상됨에 따라 추가적으로 환율이 더욱 떨어진 전망이 우세해 수출업체들의 환차손이 예상되고 있음에도 중소 수출기업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환율이 더 하락하면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하겠지만 어느 정도의 환율 수준이 적정한가의 문제는 여전히 논란거리인 만큼 중소기업들의 고민은 커져만 갈 수밖에 없다. 경제위기 시장에 환율은 내맡기는 자유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한 조건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외환시장의 안정성을 위해 환율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제기가 많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은 하나의 대안으로 관리형변동환율제도인 바스켓밴드크롤제도를 이야기한 바 있다. 환율 변동의 상한선과 하한선을 지정하고 그 범위를 넘어설 때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하여 환율을 안정화시키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시장 참가자들에게 정부 개입의 시점을 예상하게 하고 정부 대응의 신뢰를 높이는 측면이 있어 현재의 자유변동환율제도에 비해 훨씬 안정적인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환율제도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는 정부 부처의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세계는 금융위기 이후 금융시장의 안정성과 부채 줄이기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은 정 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OCED 국가 중 위기 이후 경제회복 속도가 1위라고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눈앞에 놓인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너무 빠른 속도는 사고를 불러오기도 한다. 지금은 속도보다 안전한 운전이 더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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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먼브라더스의 파산보호신청, 메릴린치의 합병, 보험사 AIG의 구제금융과 미 재무부의 7천억 달러 공적자금 투입 결정,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금융 폭탄이 터지는 요즘이다. 한마디로 말해 미국 내 굴지의 금융기관이 줄파산을 하자, 미국 정부가 나서서 국가재정으로 이를 막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의 자유’와 ‘규제완화’를 부르짖던 금융선진국 미국에게는 참으로 치욕스러운 일이다.

어떻게 이런 대규모의 금융위기가 발생했을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파생(금융)상품’을 알아야 한다. 1970년대 초 미국의 마이런 숄즈와 피셔 블랙이 개발한 ‘블랙-숄즈 옵션 가격 결정 모형’에서 시작된 파생상품은 90년대부터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지금은 종류도 수천가지에 이르며, 전체 규모도 전세계 GDP의 10배인 600조 달러에 이른다. 옵션, 선물, 스왑 등이 대표적이다.

부동산 투기에서 시작된 위기, 파생상품이 확산시켜

전통적 금융상품인 현물상품은 예금과 적금, 주식, 채권 등으로 주로 자금조달의 수단이었다. 이와 달리 파생상품은 미래의 위험을 분산(헤지, hedge)시키기 위한 것으로, 특정 기초자산을 기반으로 하여 그것의 가격변동에 따라 수익이 결정된다. 최근에는 주로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투기 목적으로 사용된다. 흔히 듣는 ELS도 특정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여 그 변동 폭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이며, 중소기업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KIKO 역시 달러를 비롯한 외화를 기초자산으로 하여 환율 변동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이다.

현재 미국 금융위기의 진원지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라고 하는 주택담보대출 부실인데, 여기에 파생상품이 개입하여 미국민들의 부동산 투기 거품 붕괴로 끝날 일을 전세계의 금융위기로 확산시켰다.

2000년대 들어 저금리 정책으로 대출이 쉬워진 미국민들은 주택담보대출로 주택을 구입했다. 집을 사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집값은 올랐고, 집값이 오를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 대출을 해준 모기지업체는 현금을 보유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채권으로 MBS(모기지담보부 증권)라는 파생상품을 만들었다. 그리고 MBS를 다시 나누고 조합하여 CDO(부채담보부 증권)라는 좀 더 복잡한 파생상품을 만들었다.

쉽게 말해서 MBS는 대출금 상환의 권리와 위험부담을 판매하는 상품이며, CDO는 MBS를 통해 수익을 얻을 권리와 위험부담을 판매하는 상품이다. 여기에 MBS와 CDO의 원금상환을 보장해주는 CDS(신용디폴트 스왑)를 비롯하여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새로운 상품이 생겨난다.

복잡한 종류와 구성으로 위험 예측조차 힘들어

이런 파생상품은 헤지펀드를 통해 대량 매입되고 유통되었다. 금융 규제에서 자유로운 헤지펀드는 자산의 10배, 30배에 이르는 자금을 은행으로부터 대출(이를 ‘레버리지’라고 부른다)하여 파생상품에 투자했다. 파생상품을 통해 주택담보대출과 헤지펀드가 연결되고, 헤지펀드에 돈을 빌려준 은행과 그 은행에 투자한 전세계의 자본이 얽히고설키게 된 것이다.

그런데 연결망의 출발점이었던 주택담보대출이 부실해진다. 2006년 들어 금리가 높아지자 대출이자를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겼고, 대출을 해준 모기지업체도 파산하게 된다. 부실은 파생상품의 연결망을 따라 헤지펀드를 파산시키고, 헤지펀드에 돈을 빌려준 은행마저 문닫게 만들었다. 더 큰 문제는 파생상품의 종류와 판매경로가 워낙 복잡하여 위험이 어디까지, 어느 정도의 규모로 확대될 것인지 예측할 수 없다는데 있다.

결국 이번 금융위기는 고수익을 노린 헤지펀드와 금융기관이 무리하게 투기적 파생상품을 거래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그럴 수 있었던 근본적 이유는 이를 통제할 적절한 금융규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통제받지 않은 자본이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위험을 키운 것이다. 원래 미국에는 ’글래스-스티걸 법’이라 불리는 금융기관 규제법이 있었다. 그러나 금융기관들의 끈질긴 로비에 1999년 폐지되었고,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

이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규제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한다. 또한 2009년 시행될 자본시장통합법을 통해 금융시장의 장벽을 허물고, 신종 파생상품을 통해 글로벌 투자은행을 육성하겠다고 한다. 규제완화로 인해 금융선진국 미국의 투자은행 3곳이 망하는 모습을 보고서도 말이다.

<용어 공부>

MBS(Mortgage Backed Securities, 모기지담보부 증권)
주택담보 대출을 담보로 하여 발행되는 채권. 개인주거용 주택의 경우 RMBS(Residential MBS), 상업 부동산용 주택의 경우 CMBS(Commercial MBS)라고 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을 기반으로 하여 최초로 만들어진 파생상품이 RMBS이다.

▶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부채담보부 증권)
MBS와 같은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여 이를 신용등급별로 묶은 후 분할하여 만든 채권. 주택담보 채권의 일반적인 2차 파생상품이다.

▶ CDS(Credit Default Swap, 신용디폴트 스왑)
채권보증업체에게 신용보증수수료를 지급하고 신용위험시 원금상황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파생상품. 주로 MBS나 CDO를 다량 매수한 헤지펀드나 투자은행이 많이 사용하며, 이 때문에 CDS를 판매한 채권보증업체들도 파산에 이르렀는데 대표적인 것이 AIG이다.

▶ 헤지펀드(Hedge Fund)
주식, 채권을 포함하여 주로는 통화 및 선물, 옵션, 스왑 등의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를 통해 고수익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하는 펀드. 100인 미만의 투자가로 구성되어 정식 법인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금융규제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 레버리지(Leverage)
타인으로부터 빌린 자본을 지렛대 삼아 자기자본이익률을 높이는 것. 지렛대 효과라고도 한다. 금리가 낮고, 높은 수익률이 예상될 때 주로 사용하는 방식이나 과도하게 사용할 경우 도산위험이 높아진다.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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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07.11.20 21:09



 <금융의 세계화, 금융 오류의 세계화>

80년대부터 신자유주의화를 선두에서 설파하고 금융대출을 볼모로 자유화, 개방화 압력을 넣어왔던 국제통화기금(IMF)조차 최근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빈부격차 확대 등 세계화의 부정적인 측면을 지적할 만큼 신자유주의의 폐해에 대한 공감이 널리 확산되고 있다.


신자유주의 배후에 국제적 금융자본과 금융세계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도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지난 7, 8월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전 세계에 확산되고 한국도 이 영향을 받아 주가가 하루 만에 무려 126포인트가 폭락(8월 16일)하는 기록을 세웠던 데에서도 이는 입증된다.


최근 프랑스 경제학자 프레데릭 로르동은 프랑스 월간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10월호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금융자본의 인질극(페이지 6-15)’이라는 글을 통해, 미국 서브프라임 부실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세계 경제를 뒤흔들었는지를 명쾌하게 짚어내고 있다. 프레데릭 로르동이 전개하고 있는 논지를 압축하여 소개한다. (소개 글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10월호의 번역 글을 참고했음을 밝혀둔다.)


금융자유화 이후 끊임없는 혼란 이어져


저자는 금융자유화가 전면화된 80년대 이후 금융 불안 없이 3년을 보낸 적이 없다고 지적한다. “87년 주식시장 대폭락, 90년 정크본드 사태와 미국의 저축대부조합 위기, 94년 미국채권시장 폭락, 97년 태국, 한국, 홍콩을 강타한 1차 국제금융위기, 98년 러시아, 브라질을 덮친 2차 국제금융위기, 2001-2003년 인터넷 버블 붕괴”가 그것이다. 이 사건들은 “거의 매번 경제사책에 기록될 만큼 중요한 사건”이라는 것이다.


그는 올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시작된 대출시장 위기 역시 “제한 없는 투기거래의 불가피한 연쇄효과”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평가하면서 여기서 나타난 7가지 특성을 잘 짚어주고 있다.


미국 부동산 구매자 -은행의 부동산 담보대출 - 1차 파생상품: 부동산담보대출채권 - 2차파생상품: 부채담보부채권 - 헤지펀드로 이어지는 금융버블의 형성과 붕괴과정, 그리고 다시 사모펀드위기 - 재차 은행신용경색 - 중앙은행개입 - 금리인하의 연쇄과정을 매우 잘 설명해주고 있다. 이 글은 현대의 복잡한 금융시스템의 사슬 구조와 그 취약성을 잘 이해할 수 있게 한다.


1. 금융버블의 구조 - ‘펀지’게임

 

저자는 1920년대 엄청난 수익을 미끼로 순진한 사람들을 끌어들여 그들의 저축을 거덜 낸 투기꾼 찰스 펀지의 실패담을 사례로 든 경제학자 민스키를 인용하면서 금융버블이 어떻게 시작되는지를 분석한다. “찰스 펀지는 투자가들에게 약속한 수익을 제공할 실제 자산이 전무했고, 있지도 않은 배당금을 고객에게 지급할 수는 없으니 최초 고객들의 투자금에 대한 이자를 나중에 투자한 고객들의 자금으로 지불했고, 또 이를 지탱하기 위해 새로운 자금을 계속 유입시키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현재 금융 부문에서 일어나고 있는 미국 부동산담보 대출 버블들도 찰스 펀지가 한 행위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 부동산 시장의 성장세를 유지하려면 점점 더 많은 가계가 담보대출 시장으로 몰려야했고, 건전한 채무자 부대가 더 이상 없을 경우에도 시장이 절대적으로 유지되어야 했기 때문에, 부동산 대출 중개인들은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 상환능력이 없는 사람들까지도 대출시장에 끌어들인다는 것이다.


“시장의 끝없는 성장에 대한 믿음을 기초로, 이제 모든 참여자들이 적격 판정을 받은 이상, 대출의 수문이 대대적으로 개방되고, 이렇게 지탱된 투기적 상승은 모두가 옳다고 인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바로 이런 식으로 후세에 전해질 서브프라임모기지 카테고리가 출현한 것이다”


2. 위험도는 파생상품으로 전이


그런데 버블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른바 파생상품의 출현은 버블의 층위와 단계를 한층 증폭시키게 된다.


“90년대 초에 놀라운 발상이 등장했으니 바로 다수의 대출을 하나로 묶어 양도 가능한 채권의 형태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자산 유동화’라고 불리는 이 거래의 이점은, 그렇게 제작된 유가증권(주택담보대출채권)들을 작은 단위로 나누어 시장에서 다양한 (기관) 투자가들에게 매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방식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대출이 은행의 회계장부에서 빠져나가는 것이다”


즉 은행은 신용이 낮거나 상환능력이 부족한 고객에게까지 주택담보 대출을 확대하고, 이에 대한 부실을 피하고자 주택담보대출을 채권(RMBS)으로 잘게 나누어 팔고, 이를 구매한 투자가들에게 위험을 넘기며 자신은 빠져나온다. 투자가들이 구입한 대출증권은 여러 보유자에게 분산되기 때문에 위험도는 낮은 것처럼 보이는 반면, 고위험에 따른 고수익을 보장하는 경향이 있어 헤지펀드 등이 이를 적극적으로 구입한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자산유동화와 파생상품 탄생이 또한 끝이 아니다. “주택담보대출채권을 기반으로 새로운 종류의 유가 증권을 발행하는데 이것이 바로 CDO(부채 담보부채권)”이며, 파생상품의 파생상품이 만들어지는 것이고 이에 따라 금융자본은 끊임없이 시장에 몰려들게 되며 최초 위험성은 전이되고 분산된다는 점이다.


“비교적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성할 수 있는 헤지펀드들은 고위험 유가증권에 투자한다. 이 유가증권들은 시장의 유동성이 보장되는 한 임의로 되팔 수 있는 자산으로, 따라서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자산으로 인식된다. 따라서 수익 마진은 엄청나며, ‘유동성 폐기물’이 황금으로 간주되고, 골든 보이들은 축제를 연다. 어마어마한 이윤이 객관적 위험을 은폐한다. 누구도 위험을 보려고 하지 않는다. 가능한 최대한 오랫동안 시장의 상승세가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는 동안에도 부동산 중개인들은 계속 새로운 시장 참여자들을 대대적으로 모집한다”


3. 구조적 취약성에서 파산까지


이런 메커니즘에 따라 “부동산 대출 제공자인 은행은, 심지어 가장 위험한 대출채권도 유동화가 가능하다면 대출을 제공하면 제공할수록 유리하다고 생각할 것이며, 헤지펀드는 시장 유동성이 보장되는 한 가장 위험도가 높은 CDO를 매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금융시장의 이러한 위험성 전이 구조는 매우 사소한 환경변수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이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을 때 그 인상폭은 그야말로 작아보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험곡선의 다른 쪽 끝에 있는 가계에서는 부동산 대출금리가 6.3퍼센트에서 11.25퍼센트로 급등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급기야 원리금 상환을 할 수 없어 올해 1사분기에 미국 서브프라임 채무자들의 14퍼센트가 파산하게 된다.


이는 곧 부동산 시장 참여자가 증가세에서 일시에 감소세로 반전하게 되는 결과를 낳고 부동산 가격은 하락하게 된다. 서브프라임 부실사태는 베어스턴스 은행과 아메리칸 홈 모기지 인베스트먼트라는 두 금융기관의 부실과 파산으로 이어졌고 “바로 이 순간 이 기관의 실패를 목도한 시장 참여자들은 깊은 충격을 받게 되고 상황이 역전되게 된다”는 것이다.


4. 위험평가의 갑작스런 반전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유동화채권 가운데 심지어 AAA 나 AA 등급을 받은 우량채권 조차도 위험하지 않을까 의심하는 상황까지 간다. 더욱이 이들 채권을 평가하는 신용평가 기관들이 엄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하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신용평가기관들은 바로 이들 유가증권을 발행하는 금융기관들을 주 고객으로 수입을 얻기 때문이다. 세계적 신용평가 회사인 무디스 2006년 수입의 40퍼센트는 주택담보대출 채권이나 부채 담보부 채권과 같은 상품을 평가하는 업무에서 발생했다고 한다. 때문에 신용평가기관들이 자신의 고객을 잃을 각오를 하면서까지 정확한 평가를 할 리가 없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오히려 위험의 막바지에서도 신용평가기관들이 ‘투자적격’ 판정을 한 사례들은 최근 역사에서도 수없이 많다.


저자는 또한 “금융의 세계화와 함께 금융부문 오류도 세계화된다”고 지적한다.

“담보시장이 붕괴한 곳은 분명히 미국이다. 그러나 미국 담보대출의 유동화 증권들은 전 세계의 투기펀드에게 매도되었다. 심지어 지루하고 엄격하며 투자은행보다는 상업은행을 선호하는 독일인들조차도 21세기를 맞아 ‘모던’해지기로 결심하고 더욱 적극적으로 시장 활동에 뛰어들었다.”


5. 전 금융시장으로의 금융경색의 확산


이렇게 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서로 연쇄작용을 일으킨다.

“파생상품의 불안한 균형은 아무도 그것을 요구하지 않는 한, 즉 모두가 시장의 유동성이 보장되고 있다고 믿는 한 유지된다. 그러나 시장 참여자들 중 한명이 큰 손해를 보고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CDO를 매도하여 시장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순간, 잠재되어 있었던 두려움이 수면위로 부상하면서 구매자들이 모두 사라진다. 유동성은 증발하고 ‘공식적으로’ 양도 가능한 자산들은 ‘실제로는’ 전혀 거래가 되지 않는다”


8월 초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여파로 유럽대륙인 프랑스 BNP-파리바 은행이 급히 세 개의 펀드를 폐쇄했던 이유가 여기에서 설명된다.


주택담보대출 관련 유동화 증권시장의 위기는 겉으로는 이와 전혀 관련이 없는 자산시장으로까지 확산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사모펀드라는 것이다.


최근 금융부문의 수퍼스타로 떠오른 사모펀드는 “거래 자금을 주로 대출을 통해 조달한다. 자기 자본은 극히 일부만 투자될 뿐이다. 더구나 사모펀드의 대출 원리금은 사모펀드가 인수한 기업이 지불한다. 따라서 이런 방식의 거래를 통해 사모펀드는 그야말로 엄청난 수익을 얻는데, 수익이 너무도 어마어마한 나머지 은행들은 너도나도 사모펀드에게 자금을 조달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제의 동지였던 은행들이 갑자기 신중해 지면서 사모펀드는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저자는 이것을 “금융의 어떤 부문에서의 위험의 갑작스런 출현이 다른 부문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전형적인 금융혼돈 효과”라고 지적한다.


6. 은행으로 되돌아오는 금융위기


최초에 부실 고객에 대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위험성을 전이하기 위해 시작한 자산유동화 게임, 즉 파생상품의 출현이 만든 위기는 결국 여러 루트를 통해 부메랑이 되어 은행 자신에게 돌아온다.

“은행은 은행이 운영하고 있는 펀드를 통해 파생상품을 취급한다. 따라서 정문으로 내보냈던 담보대출 위험이 창문으로 돌아오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 발생한다”


특히 은행은 이 같은 금융 불안 국면에서 손실이 발생할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손실 예상분에 해당하는 준비금을 확충해야 하는데 이는 다시 신용경색을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은행의 신용 수축은 특정 분야 대출자뿐 아니라 모든 유형의 대출자들에게 공히 해당되기 때문에 신용경색이 발생하고 결국 언제나처럼 그로 인한 피해는 이 모든 투기거래와는 전혀 상관없는 실물경제의 행위주체들인 기업과 임금 노동자가 떠안게 된다”는 것이다.


7. 중앙은행에 대한 구조 요청


시장이 상승국면일 때는 그렇게 오만했던 금융플레이어들이 일단 위기가 발생하면 모두들 ‘엄마’를 외치며 중앙은행이라는 ‘국가적 어머니’의 품으로 뛰어든다는 것이다.  ‘시장 외부’에 존재하는 공적 기관인 중앙은행은 이윤이 폭포수처럼 쏟아질 때는 증오의 대상이지만, 상황이 악화되는 순간 그 중앙은행에게 애타게 도움을 요청한다. 이것이 지난 9월 미국연방준비은행이 결국 최종적으로 금리인하를 전격적으로 단행한 이유라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


저자는 “만약 여러 금융기관의 실패가 응축되어 도미노 효과를 통해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될 경우, 즉 시스템 전체가 붕괴할 경우 중앙은행이 대대적으로 개입하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결론 내린다. 

“이것이야 말로 금융의 폐해 중 가장 참을 수 없는 것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중앙은행이 내버려 둘 수 없는 수준까지 금융의 규모가 커지면서 결국 중앙은행이 어쩔 수 없이 개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모든 사람들을 인질로 잡고 금융은 인질극을 벌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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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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