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10.07.12 15:01
다시 부활한 Treasury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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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문]

지난 달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선진국 경제는 2013년까지 재정적자를 적어도 절반 줄이고, 2016년까지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을 줄이거나 안정화시킬 재정계획을 공언"한다고 발표하였다. 금융위기를 예견하지도 아무런 대안도 내놓지 못하며 숨죽이고 있던 '신자유주의 경제학'이 'Sovereign-debt crisis(국가재정위기)'라는 용어를 빌려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정부의 재정정책이 한 나라의 경제적 활동과 실업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주장은 통상 Treasury view에서 그 이론적 뿌리를 찾는다. 1920년대 영국 재무성 관료들은 정부지출을 늘리면 그 만큼 민간 지출이나 투자가 줄어들기 때문에 경제적 활동에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주장한데서 비롯되었다. 정부의 권한을 줄이기 위해 감세, 민영화, 규제완화 등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며, 시장과 개인의 책임을 극단적으로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의 이론적 근거로 주류경제학은 이를 잘 활용하고 있다.

이에 비해 재정정책의 유효성은 대공황 이후 케인즈의 유효수요 원리로 잘 설명되고 있는데, 개념적으로는 미국의 경제학자 러너(Lerner)의 '기능적 재정(functional finance)'으로 설명할 수 있다. '기능적 재정'에서는 재정정책은 총수요가 부족한 현실 경제에 수요 창출이나 실업 극복 등 경제적으로 바람직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실제 기능이나 효과를 지니고, 이와 관련해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게 된다.

개별 국가에서 재정정책이 올바로 집행되기 위해서는, 이에 필요한 국제적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현 시기 G20에 진정으로 필요한 국제적 공조다. 장기적으로는 달러체제를 극복해야 하며, 단기적으로는 특별인출권(SDR) 확대와 지역별 통화기금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국제적 투기자본의 이동을 규제해야 한다.

다음으로, 기업의 막대한 이윤이 투자로 전환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미국과 영국에서 금융위기를 전후로 기업은 막대한 현금을 축적하고 있음에도 기업의 투자는 GDP의 10% 이하로 줄어들고 있다. 기업은 노동자를 해고하고 임금을 줄여 비용을 삭감하면서 이윤이 늘어나고 있지만 투자는 오히려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기업의 자본소득(capital gain)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금융규제와 안정, 그리고 최저임금 인상 등의 조치가 실시되어야 한다.

또한 재정정책에서 '신뢰'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재정적자는 결국 국민이 져야 할 부담이다. 침체기에 재정적자를 늘리더라도 회복기에 재정흑자를 통해 건전한 재정을 달성하는 것은 정치적 '신뢰'로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오늘의 '빚'이 내일의 '수익'으로서 비전을 제시해야 그 빚을 사회적으로 동의할 수 있다.

여경훈 khyeo@saesay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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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09.05.13 10:24
중국의 파워와 ‘특별인출권' 확대 제안(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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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SDR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작동하는가?

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된 국제통화체제는 달러와 금의 태환에 기초한 고정환율제였다. 세계대전을 치른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막대한 부채를 짊어지고 있었고, 미국은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 세계 금 총량의 60퍼센트 가량이 미국으로 집중되었다. 또한 최대 승전국인 미국은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여 ‘세계통화(방코르)’를 주창하는 영국의 제안을 물리치고 달러에 기초한 고정환율제에 합의하였다. 대신 미국은 금 1온스 당 35달러의 교환비율로 금을 달러로 교환해 줄 의무를 지니게 되었다.

그러나 금이 증가할 수 있는 물리적 양은 한정되어 있었던데 비해 국제 무역과 금융 거래를 담당하던 달러에 대한 수요는 급증하여 달러가치의 안정적 유지는 태생적으로 곤란하였다. 더군다나 50년대에 미국은 자본주의를 지키기 위하여 동맹국에 대한 원조, 대출 등으로 국제수지 적자국가로 전환된다. 결국 런던 금시장에서 거래되는 금의 시장가격이 급등하여 금-달러 체제의 유지 자체마저 점차 어렵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은 금의 유출을 억제할 목적으로 석유를 비롯한 일부 상품의 수입 쿼터제를 실시하는 등 여러 조치를 취하였다. 동시에 IMF는 1967년 외환준비금으로서 금이 부족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SDR(특별인출권)을 도입할 것을 합의하였다. 초기 1.5퍼센트의 이자를 지불했던 SDR을 도입함으로써 공식가격으로 금을 구입해 시장가격으로 금을 매각하는 차익매매의 투기적 유인을 줄이고, 외환준비금으로서 달러를 비축하는 유인을 높이고자 하였다.

그러나 베트남 전쟁을 치르기 위해 미국이 달러를 마구 찍어내자 막대한 재정적자와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였다. 간단히 말해 금에 비해 달러의 가치가 체계적으로 과대평가 되어 있었다. 그 결과 1970년에 이르러 금 비축량은 22퍼센트로 줄어들었고 급기야 1971년 8월 닉슨은 더 이상 달러와 금을 바꾸어 줄 수 없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이로써 역사적인 브레튼우즈 체제는 붕괴되고 현재의 달러체제가 시작되었다.

초기에 SDR의 가치는 1달러(=금 0.88671g)에 상응하는 가치로 고정되었지만 고정환율제가 붕괴된 후 1974년부터 SDR 또한 주요 통화의 바스켓으로 가치가 결정되었다. 초기에는 16개국 통화의 바스켓으로 결정되었지만 1981년부터 주요 5개국의 통화로 결정되고 있다. 5년마다 바스켓을 구성하는 통화와 가중치를 IMF 이사회에서 결정하고 있다. 1999년 유로화가 도입된 이후 주요 4개국의 통화로 바스켓을 구성하고 있는데 가중치와 가치 결정은 아래 표와 같다. 또한 주요 통화국의 금리에 따라 SDR 금리가 결정(현재 0.42퍼센트)되고, SDR을 쿼터보다 많이 지니고 있는 국가는 해당 금리를 받고 있다.

현재 1 SDR은 대략 1.5달러에 상응하는 가치를 보이고 있는데, 최근 미 달러의 가치가 하락함에 따라 SDR의 상대적 가치는 상승하는 추세다. 원화를 보면 IMF 외환위기 당시 1 SDR=2,663원까지 치솟은 적이 있었다. 그 후 2006~07년 원화가 절상되던 시기 1,300~1,400원대를 유지하다 지난 3월 4일 2,289원까지 상승하기도 했으나 최근 다시 1,900원 이하로 떨어졌다.

SDR은 앞서 본 것처럼, 고정환율제에서 금의 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브레튼우즈 체제가 붕괴되고 주요 선진국들이 변동환율제로 전환함에 따라 그 기능을 거의 상실하였다. 특히 SDR의 확대는 곧 달러 지위의 하락을 의미하기 때문에 미국은 자국 의회의 승인을 핑계로 SDR이 확대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이러한 연유로 SDR의 기능과 배분은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는 IMF의 회계단위로서만 기능하거나 환율 바스켓 제도를 실시하는 일부 국가에서 환율 결정에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쿼터별로 배분된 SDR은 각국 중앙은행의 ‘자산’으로 처리되어 외환준비금으로 사용될 수도 있다. 또한 IMF 지분에 따라 배분된 SDR에 대해서 5년 평균 배분 가치의 30퍼센트 이상만 유지하면 되므로 기축통화가 필요한 국가는 SDR을 교환하여 국제 거래에 활용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초기 SDR 배분과 달리 SDR은 지속적으로 달러와 교환되는 경향이 있는데, 현재 23퍼센트를 배분받은 미국은 지속적으로 SDR 비중을 확대하여 현재 43퍼센트를 보유하고 있다.

5. SDR은 어떻게 배분되는가?

SDR은 일반배분과 특별배분 두 가지 방식으로 배분되고 있다. 최초의 배분은 1970~72년 사이에 이루어 졌는데 IMF 지분에 따라 93억 SDR이 국가별로 배분되었다. 1979~81년 또 한 차례 121억 SDR가 역시 IMF 지분별로 배분되어 현재 누적으로 214억 SDR(320억 달러)가 배분되었으며, 한국은행은 현재 0.8억 달러에 상응하는 SDR을 보유하고 있다.

SDR이 정상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세계 무역량, 금융거래, 그리고 외환준비금이 증가하는 비율에 상응하게 배분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야 한다. 그러나 1981년 이후 한 번도 추가로 배분되지 않았기 때문에 전체 외환준비금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아래 그래프에서 보는 것처럼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전 세계 외환준비금 총액이 7조 달러를 초과하므로 1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하는 비중으로 거의 실효성을 상실하고 있다.

이러한 일반 배분과 함께 일시적인 특별 배분 형태로 쿼터를 늘리는 제도가 있다. IMF 이사회는 이미 1997년에 기존의 SDR 배분을 두 배로 늘리기로 합의하였다. 왜냐하면 1981년 이후 IMF에 가입한 회원국들(전체의 20퍼센트)은 한 번도 SDR을 배분받지 못했고, 세계경제 규모가 증가하는 속도에 비해 기존의 SDR 배분이 너무 작아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가 효력을 발휘하려면 전체 185개 회원국 중 3/5에 해당하는 111개 국, 총 의결권의 85퍼센트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현재 131개 회원국, 78퍼센트의 의결권이 동의하고 있지만, 16.77퍼센트의 의결권을 지닌 미국이 동의하지 않아 효력이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만들어 놓은 규칙이나 하는 일이란 꼭 ‘요모냥 요꼴’이다.

6. SDR 확대의 필요조건 : IMF 지배구조 개혁

중국이 주장하는 것처럼 특정 국가의 통화가 국제 무역이나 환율 결정의 기준으로 더 이상 사용되지 않고 국제금융기구가 기축통화를 관리하면 경제적 불균형과 불공평을 조정하는 데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물론 선진국과 달리 본질적으로 통화의 태환성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의 경우 항시적인 외환위기에 시달릴 필요도 없을 것이다.

SDR의 기능 확대는 최근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중국이 포함된 BRICs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주창하는 내용이다. 또한 개발도상국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진보적 경제학자, UN 산하 금융개혁위원회를 지휘하고 있는 스티글리츠, 심지어 조지 소로스도 이러한 의견에 지속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예를 들어 UN 산하 금융개혁위원회는 지난 3월 중순 G20 회의가 열리기 직전 ‘국제 통화 및 금융 체제 개혁’에 관한 보고서에서 SDR 배분을 확대하여 세계경제의 구조적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처럼 SDR을 강조하는 입장은 1997년 IMF 외환위기가 발생한 이후부터 대두되기 시작했는데 현재 두 가지 입장이 공존하고 있다. 하나는 금융위기가 발생할 경우 SDR을 발행하여 유동성 문제를 해소하고 위기가 극복되면 소멸시키는 방안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안은 금융위기가 발생할 경우 일시적인 유동성 해결 방안은 될 수 있을지언정 구조적 불균형이나 기축통화 국가에만 존재하는 여러 불평등한 ‘특권’의 문제는 결코 해결할 수가 없다. 오히려 SDR 배분을 규칙에 근거하여 영구적으로 늘려 실질적으로 외환준비금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다른 하나의 입장이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세계통화’를 창설하여, 외환준비금의 기능뿐만 아니라 무역과 금융 거래에도 활용할 수 있는 단계적인 청사진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선, 현재 각국 중앙은행과 IMF 사이의 회계단위로만 기능하는 SDR이 국제 거래의 지불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SDR과 각국 통화와의 지불청산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지불청산 체계가 구축되면, 국제 무역, 상품 가격, 기업의 회계 단위 등에도 SDR이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달러가치의 변동에 따른 유가, 주식, 부동산 등 자산가격의 등락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중국이 제안한 것처럼 SDR을 보유하려는 유인을 증가시키기 위해 SDR로 표시한 채권과 같은 금융자산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IMF에서 SDR 표시 채권에 관한 연구가 검토되고 있는데 현재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이 자국통화로 표시한 채권을 발행할 수 없는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외환준비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SDR의 일정 비율 한도 내에서 개별 국가로 하여금 SDR 표시 채권을 발행하게 하면 SDR 가치의 안정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아울러 현재 SDR 바스켓은 달러, 유로, 엔, 파운드 4개국의 통화로 구성되어 있는데 모든 주요 경제국의 통화가 포함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현재의 가중치 또한 GDP나 무역 규모 등을 고려하여 조정되어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주요 상품들의 바스켓으로 가치가 결정되는 것이 안정적 가치의 유지를 위해서 바람직하다.

이러한 건설적인 방안도 SDR을 관리하는 국제기구가 합리적으로 운영되고 민주적인 지배구조를 갖출 때만이 실현가능할 것이다. 현재 IMF가 하는 일이란 선진국의 자금을 ‘긴급 자금’ 형태로 개발도상국에 빌려주고 이를 관리하는 것이 사실상 전부다. 거기에다 악명 높은 ‘개혁 조건’을 내걸고 신자유주의 ‘전도사’의 역할을 드러내놓고 하고 있다.

그러나 IMF 본연의 기능이란 일국의 중앙은행이 금융기관을 관리, 감독하는 역할을 세계적 차원으로 확대한 것이다. 따라서 특정 국가의 통화가 아닌 ‘세계통화’를 만들어 유동성을 관리하고 금융안정을 위해 감독과 규제를 실시해야 한다. 즉 세계적으로 ‘최종대부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IMF 의결권의 85퍼센트가 동의해야만 SDR을 발행할 수 있는 현재의 지배구조 하에서는 SDR 배분과 기능의 확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IMF 의결권의 거의 17퍼센트를 미국이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선진 4개국(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이 21.6퍼센트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난 4월 초 G20 회의에서 통과된 것처럼 2,500억 달러에 상응하는 신규 SDR을 발행하면 기존 IMF 쿼터에 따라 선진국이 60퍼센트인 1,700억 달러를 차지하게 된다. 1981년 이후 가입하여 IMF 지분이 없는 국가들은 해당 사항이 없을 뿐만 아니라 SDR 발행을 통해 개발도상국의 유동성 위기를 지원하려는 애초의 목적에도 전혀 부합할 수 없게 된다. 아울러 국제금융질서를 보다 공평하게 운영하고 민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서는 1원1표의 IMF 체제에서 벗어나 1인1표의 UN으로 권한과 논의의 중심축을 재편해야 할 것이다.

여경훈/새사연 연구원

관련글 : 세계 외환보유고 1/3 장악한 중국, 달러체제를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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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09.04.22 09:32
중국의 파워와 ‘특별인출권' 확대 제안(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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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국의 파워 : G2와 베이징 컨센서스

자본주의 심장부, 월가에서 발생한 세계적 차원의 경제위기는 G7로 대변되는 선진국 중심의 국제질서마저 재편하고 있다. 이의 상징이 바로 G2(미국과 중국)라는 신조어다. 냉전 시대의 한 축이었던 소련에 비견될 정도로 중국의 파워가 부상하고 있다. 소련을 비롯한 동구 사회주의권의 붕괴, ‘신경제’로 상징되는 미국의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구축된 90년대 미국의 슈퍼파워에 견주어 볼 때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
슈퍼국가로서 미국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중동국가를 침공했을 뿐만 아니라 세계은행을 필두로 이른바 ‘충격요법’을 동구 사회주의권 개혁에 사용하였다. 또한 IMF를 통해 90년대 초반 구축된 신자유주의 발전 전략, ‘워싱턴 컨센서스’를 개발도상국에 강요하였다. 미국식 발전전략은 97년 동아시아 금융위기, 남미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한 좌파정권의 집권 등으로 사실상 파산한 상태다. 물론 그 결정타는 2007년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금융위기다.

최근 중국경제의 급성장을 배경으로 지난 2004년 만들어진 ‘베이징 컨센서스’가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주지하듯이 워싱턴 컨센서스는 신자유주의의 이론적 기초와 ‘충격요법’이라는 구체적 방법론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에 비해, 2004년 타임지 국제관계 논설위원이었던 Ramo가 만들어 낸 ‘베이징 컨센서스’에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내용이나 합의가 없다. 다만 중국식 발전전략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원리를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첫째, 동구권에서 실패한 ‘충격요법’에 반대하는 개념으로서 점진적, 단계적 발전전략을 강조한다.
둘째, 발전의 유일한 측정 지표이던 GDP에 반하는 개념으로 경제체제의 지속가능성, 부의 공평한 배분 등을 중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책 결정의 자결주의(self-determination)로서, 금융을 포함한 경제주권 뿐만 아니라 정치, 군사전략의 내정불간섭을 포함한다.
세계무대에서 중국의 파워가 부상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두말할 것 없이 부시정권 8년 동안의 ‘빵점’짜리 대외전략에 있다. 한국의 뉴라이트를 제외하면 부시정권이 잘했다고 용기 있게 평가할 곳은 없을 것이다.

또한 워싱턴 컨센서스를 채택한 국가들에서 예외 없이 경제 성적표가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뒷마당 남미에서 우파정권을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된 것도 그러한 연유다. 이렇게 미국의 힘이 약화된 틈을 중국이 비집고 들어오고 있다. 그리고 그 힘의 원천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장한 중국의 경제적, 사회적 지표들이다. 아래의 표는 중국과 미국의 국력을 나타내는 각종 지표들을 비교한 것이다. 현재 중국은 일본 다음으로 세계 3위의 GDP, 그리고 세계 1위의 외환준비금과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대략 2025~30년쯤에는 중국의 GDP가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2. 중국 파워의 배경 : 막대한 외환준비금

2009년 3월 기준,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1.9537조 달러에 달한다. 전 세계 외환보유고 총액이 6.7조 달러에 달하는데, 중국이 약 29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1999년 말 1,546억 달러에서 10년 사이에 무려 12배나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막대한 외환준비금을 바탕으로 중국은 미국의 국채를 대량 구매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대외부채 6.3조 달러 중 약 50퍼센트를 해외에서 구매하고 있는데, 중국은 이 중 23.5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2000년도만 해도 미 국채의 30퍼센트 이상을 일본이 구매했으며, 중국은 600억 달러로 전체의 6퍼센트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2조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외환준비금을 바탕으로 2월 기준 7,442억 달러로 전체의 23.5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최근 중국경제 부상의 두드러진 특징으로 통화스왑을 통한 위안화 영향력의 확대를 꼽을 수 있다. 중국은 현재 한국을 비롯한 6개 나라와 6,500억 위안(975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왑을 체결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미주개발은행 제50차 연차 총회에 참석하여 아르헨티나와 통화스왑을 체결하였고 앞으로도 브라질, 베네수엘라 등과 통화스왑 체결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통화스왑 확대는 지난해 미국이 달러 패권을 지키기 위해 한국, 멕시코 등 개발도상국으로 통화스왑을 확대한 것에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개최된 G20회의에서도 후진타오 주석은 지역 금융협조와 유동성 공급을 강조하였고, 달러가 필요한 국가들이 앞 다투어 통화스왑 체결을 요구한 것도 한 몫을 담당하였다.

이러한 국제정치 질서의 재편과 더불어 금융시장에서도 중국경제의 부상은 놀라울 정도다. 아래 그림은 Financial Times가 발표한 것으로, 시가총액 기준 1999년과 2009년 세계 20대 금융기관의 순위를 비교한 것이다.

1999년만 해도, 세계 20대 금융기관에 미국은 시티그룹을 포함하여 11개 금융기관을 포진시켰다. 그 다음으로 영국이 HSBC를 포함하여 4개의 금융기관을 자랑하였다. 10년이 지난 지금, 미국과 영국의 유수의 금융기관들이 국유화되고 주가는 폭락하였다. 이에 비해 중국의 공상은행, 건설은행, 중국은행 등의 성장은 눈부시다. 모두 시가총액 1000억 달러가 넘는 거대기업으로 성장하였다.

시가총액 1~3위를 달리고 있는 위의 세 은행들은 모두, 1979년부터 인민은행의 ‘상업성 업무’를 분할하여 설립된 국유-전문은행들이다. 외환 업무를 전담하던 중국은행, 기업의 투자 대출을 전담하던 건설은행, 도시 예-대출 업무, 기업의 유동자금과 설비투자자금 대출을 전문으로 하던 공상은행이 이처럼 비약적으로 성장한 것이다.

따라서 중국의 미 국채를 포함한 달러 표시 외환자산이 확대됨에 따라 중국은 심심치 않게 달러 가치 하락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경제적 의미를 넘는 메시지를 포함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 고위관료의 달러에 대한 발언이나 경기부양 메시지 등은 세계금융시장을 흔들 정도다. 왜냐하면 미국의 중국의존도 증가는 중국이 급격하게 달러표시 자산을 매도할 경우 달러 하락과 국채 금리 상승을 초래하여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의 달러 매도는 ‘외부성’ 효과로 말미암아 외화자산 가치 하락을 염려한 다른 국가의 연쇄적인 매도를 촉발시켜 달러 헤게모니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지난 2월, 베이징을 방문한 힐러리 국무장관이 달러가치 하락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안전 자산’이라 연이어 강조한 것도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지난 2월에만 해도 중국은 미국의 단기 채권을 56억 달러 구매하였지만 장기 채권에 대해서는 9.6억 달러 매도하여 달러 가치에 대한 우려를 여전히 증폭시키고 있다. 급기야 취임 청문회에서 환율 조작국으로 중국을 지목하던 미 재무부는 최근 보고서에서 환율 조작이라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고 있다.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지키기 위한 미국의 처절한 몸부림이라 할 수 있다.

위 그림은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보유한 외환준비금 중 달러와 유로화 비중을 연도별로 표시한 것이다. 통상 금융위기가 발생할 경우 안전자산을 선호하여 기축통화인 달러의 비중은 확대된다. 대표적으로 90년대 남미와 아시아에서 연이은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달러의 권위는 더욱 확대되었다. 전 세계 외환준비금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95년 59퍼센트에서 2001년 71.5퍼센트까지 늘어났다. 특히 개발도상국은 97년 74퍼센트까지 확대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99년 유로화가 도입되고, 2001년 이후 달러가치가 하락하면서 달러의 비중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현재 전 세계 외환준비금에서 달러의 비중은 64퍼센트, 유로화는 26.5퍼센트다. 개발도상국의 외환준비금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59.8퍼센트, 유로화는 31퍼센트로 달러의 권위는 점차 하락하고 있다. 특히 2007년에는 OPEC 총회에서 베네수엘라와 이란이 주도하여, 달러가치 하락에 대비하여 원유 거래에 유로화로 결제할 것을 주장하여 미국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적도 있다.

3. 중국의 SDR(특별인출권) 제안

이러한 힘을 배경으로,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G-20회의가 열리기 전에 특정 국가의 통화와 독립된 국제준비통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하여 미국을 깜짝 놀라게 하였다.

“super-sovereign reserve currency가 오래 전부터 제안되었지만, 아직까지 실질적인 진전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194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 이미 케인즈가 30개의 상품에 기초한, ‘Bancor’라 부르는 국제통화를 도입할 것을 제안하였다. 불행히도 그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중략) 또한 브레튼우즈 체제의 결점이 처음으로 나타난 1969년에 IMF는 기축통화의 본질적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SDR을 만들었다. 그러나 SDR의 기능은 배분과 사용 영역의 제한으로 인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현 기축통화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국제금융기관이 국제통화를 관리하여 국제적 유동성을 창조하고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국제통화 개혁을 위해서 점진적 개혁을 주장할 수밖에 없다. 중국 자신이 미 국채투자에 발을 담그고 있고 현 체제의 급격한 붕괴는 글로벌 유동성 및 신뢰 위기와도 관련되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은 합리적인 것으로 보인다.

특정 국가의 통화에 기초한 국제준비통화의 본질적 불안정성은 이미 1960년대 초반 Robert Triffin이 지적하였다. 우선, 세계경제에서 달러 표시 자산을 만드는 여러 방식이 존재하지만, 미국 이외 국가들이 달러 자산을 축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미국이 국제수지 적자를 운영할 때만이 가능하다. 그러나 미국의 대외적자는 기축통화로서 달러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키므로 달러를 다른 통화로 대체하려는 유인을 제거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달러가치 변동을 초래하고 있다. 결국 달러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각국 중앙은행의 달러비축을 위한 미국의 대외적자가 필요하며, 기축통화의 신뢰회복을 위해서는 미국의 대외흑자 혹은 균형이 필요하다. 이를 통상 ‘달러체제의 딜레마(Triffin Dilemma)’라 부르고 있다.

좀 더 다른 각도에서 이러한 딜레마를 해석하면 국내수요 자극에 수반한 국제적 과잉유동성, 역으로 국내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긴축정책의 세계경제 동반침체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전자의 대표적인 사례가 현재의 글로벌 금융위기이며 후자의 대표적 사례가 80년대 초반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세계경제 동반침체다. 결국 달러체제의 딜레마란, 국제적 유동성 공급과 기축통화국의 대외수지 균형, 그리고 달러가치의 안정의 측면에서 항상적인 긴장관계가 존재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중국은 “초국가적 준비통화는 신용에 기초한 주권통화[달러]의 본질적 위험성을 제거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유동성을 관리할 수 있게 한다”고 강조한다. 중국의 주장처럼 특정 국가의 통화가 국제 무역의 기준이나 다른 통화의 환율 결정에 벤치마킹으로 더 이상 사용되지 않으면, 국제금융기구가 관리하는 준비통화는 경제적 불균형을 조정하는데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물론 선진국과 달리 본질적으로 태환성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의 경우, 항시적인 외환위기에 시달릴 필요도 없을 것이다.(2편에 계속)

여경훈 khyeo@saesayon.org

* 특별인출권(Special Drawing Rights, SDR) : 국제 유동성 부족에 대처하기 위해 IMF 참가국간의 합의에 따라 인위적으로 창출된 대외 지급준비자산을 말한다. SDR의 가치는 당초 미국환 1달러, 순금으로 0.88867g으로 정해졌으나 변동환율제가 정착되면서 74년 이후로는 표준 바스켓 방식에 따라 매일 집계된다. 81년부터는 미국과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등 5개국 통화가치를 기준으로 간소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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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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