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 06 / 28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재벌개혁 없는 경제 민주화가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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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1. 한국의 점령운동은 누구에게 향하는가?
2. 이스라엘 시민들이 재벌에 분노한 이유
3. 재벌과 투기자본 중 하나를 ‘선택’하라니?
4. 재벌개혁 없이 경제 민주화가 가능한 영역은 없다.

 

[본 문]

지난 6월 22일 새사연과 참여연대, 민변, 민주노총을 포함한 각계의 단체들이 연대하여 ‘경제 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위한 시민연대’(경제 민주화 시민연대) 준비조직을 만들었다.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가 논쟁의 장에서 실천의 장으로, 개별적 저항에서 연대운동으로 전환되는 순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

경제 민주화 시민연대는 “재벌이 이미 중소상인, 중소기업, 소비자, 노동자 등 각계각층 국민대중의 생존과 생활에 깊숙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말로만 하는 동반 성장론이나 재벌과의 타협론은 국민대중의 심각한 생존과 생활의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으로, 아주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경제민주화와 재벌체제 개혁을 위한 정책 및 입법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결성 취지를 밝히고 있다.

시민연대의 명칭에서나 결성 취지문에서 이른바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가 항상 함께 따라다니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경제 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위한 시민연대’의 약칭을 ‘재벌개혁 시민연대’로 할 것인가 아니면 ‘경제 민주화 시민연대’로 할 것인가를 두고 약간의 토론도 있었다. 보다 포괄범위가 확장된 경제 민주화 시민연대로 어렵지 않게 약칭을 정했지만 그 안에 재벌개혁이 전제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경제 민주화와 재벌개혁은 어떤 상관관계에 있을까. 더 나아가 재벌개혁을 강조하지 않고 경제 민주화를 주장할 수도 있는 것일까.

 

1. 한국의 점령운동은 누구에게 향하는가?

외환위기 이후 15년 만에 재벌개혁 요구를 다시 우리사회의 가장 중요한 의제로 다시 끌어올려준 것은 글로벌 경제위기였고 이로 인한 불평등의 심화였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재벌개혁 경제 민주화운동은 2011년 카이로에서 월가까지 세계를 휩쓸었던 월가 점령운동의 맥락과 닿아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우리나라에서는 ‘점령하라’ 운동이 왜곡되어 전개되었다. ‘1퍼센트에 맞서는 99퍼센트의 운동’이 투기적인 세계 금융 자본과 재테크 자본시장에 대한 비판의 맥락에서 전개된 것이 아니라, 반재벌 운동의 맥락에서 전개된 것”이라는 비판이 일부에서 제기되었다. 우선 이러한 문제제기부터 풀어보도록 하자.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그 동안 감춰졌던 불평의 세계화가 수면위로 부상하고 이것이 곧 저항의 세계화로 전환되었다. 그 상황에서 세계적인 분노의 대상이 월가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금융자본인 것은 맞다. 그러면 한국에서 글로벌 투자은행의 한국버전이라고 할 여의도 증권가 자본이 우리 국민의 분노의 대상이고 99%가 저항해야 할 1%인가. 아니다. 우리 연구원은 한국에서 점령운동 시위를 하기도 전인 2011년 10월 초에 아예 의도적으로 운동을 왜곡할 목적의 주장을 했다. 한국에서는 월가점령운동을 도식적으로 모방하여 여의도 증권가 앞에서 시위를 하면 안 되고 삼성과 같은 재벌 대기업 집단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월가 시위대들의 분노의 표적이 된 월가 초대형은행에 견줄만한 대한민국의 1%는 누구인가. 우리 경제에서 ‘너무 커서 존재해서는 안 되는 존재’는 누구인가. 바로 삼성, 현대, SK, LG로 대표되는 재벌 대기업 집단이다. 삼성과 현대 그룹의 공식적인 자산 총액은 한 해 국가 예산규모를 상회하는 330조원이 넘는다. SK와 LG까지를 포함하는 4대그룹의 작년 매출액 603조 원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 규모의 절반을 웃돈다. 이들은 금융위기 이후에도 그 규모를 계속 키워서 2007년 대비 계열사 수자가 최소 30%이상 늘어났다. 현재 삼성그룹이 78개, 현대 그룹이 63개, 그리고 SK그룹이 86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너무 커져서 파산시킬 수 없을 지경이 아닌가. 더욱이 이들은 과거처럼 정권의 눈치나 보는 위약한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정권에게 훈수를 두고 여의도 국회에 촘촘하게 로비를 하며 자사 싱크탱크를 동원하여 이데올로기를 만들어낼 능력까지 보유하게 되었다. 미국의 월가가 그런 것처럼 진정한 실세로서 권력을 쥐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삼성의 스마트폰 선전의 예로 알 수 있듯이 월가와 달리 부단한 기술혁신과 경쟁력 강화로 얻은 대가이고 때문에 비난받을 수 없는 것인가.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이미 올해 상반기에 크게 공론화된 것처럼, 하청기업에 대한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 골목상권이나 MRO사업 등에 이르기까지 무분별한 시장 잠식, 통신과 유류를 포함한 각종 독과점 가격 등을 통한 이익추구가 대기업 현금창고를 채우는데 기여했던 것이다. 또한 경제위기 와중에 정부의 규제완화, 감세, 고환율 정책의 지원을 받아 수익행진을 구가했음도 주지의 사실이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고용불안과 경제적 불평등, 불공정의 뿌리이자 부를 독점하는 1%가 있다면 당연히 그 맨 앞자리에 재벌 대기업 집단이 있어야 한다. ‘부유한 월가와 가난한 미국 국민’이 있다면 ‘부자 삼성과 가난한 한국 국민’이 우리 앞에 있는 냉엄한 현실인 것이다. 시위에 참여한 미국 시민들이 ‘월가에게 금융규제를, 증세를, 사법처리를’ 구호로 내걸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재벌 대기업 집단에게 규제를, 증세를 해야 하고 불법적인 증여 상속 등에 대해 법의 엄정한 집행을 해야 한다. 한국에서도 99% 국민운동이 번질 조짐이다. 99%를 환영한다. 당사자의 행동이야말로 진정한 변화를 열어갈 최후의 대안이기 때문이다. 99% 한국 국민이 저항해야 할 1%는 재벌 대기업집단이며 요구해야 할 핵심구호는 재벌개혁이다.”

 

2. 이스라엘 시민들이 재벌에 분노한 이유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런 ‘왜곡’은 우리나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대표적으로 이스라엘 시민들도 2011년 저항운동의 칼끝을 자국의 재벌을 향해 겨눴다. 그리고 그 결과 실질적인 2012년 4월 정부로부터 실질적인 재벌 쪼개기 조치를 받아냈다.

지난해인 2011년 8월 700만 인구의 이스라엘에서 30만이 거리로 나왔던 전무후무한 시위가 있었고, 이는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우리의 경우처럼 아랍권과 대치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특수 조건 때문에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주택 값이 너무 올라 텐트시위를 한 것이 발단이었으니 정확히 지난해의 세계적인 저항운동의 궤도위에 있었던 시위임은 물론이다.

그런데 이스라엘도 앞선 튀니지나 아랍처럼 치솟는 물가를 감당하기 어려워했던 서민들이 시위를 한 것인가. 유사하기는 하지만 약간 다른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의 물가는 4%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인플레이션이 직접적인 시위의 원인이었던 이집트의 작년 물가 상승률이 13%이었고, 인도가 6.8%, 중국이 5.4%, 그리고 우리나라 4.0%였던 것을 생각해보면 종합적인 소비자 물가 상승이 이스라엘 국민을 거리로 나오게 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남유럽처럼 실업이 심각한가. 아니다. 실업률도 경제위기 초기에 7% 수준에서 작년에 5.6%로 낮아지면서 완화되고 있는 중이다. 최근 유로 지역 실업률이 10%를 돌파하고 스페인은 20%를 훌쩍 넘어간 것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 그러면 부채와 재정 상태는 어떤가. 국가총부채는 GDP의 74%정도이고 재정적자 규모도 -4%전후여서 그 자체만으로는 유럽 국가들에 비해 심각하다고 할 만한 것은 아니다.

그러면 이스라엘 시민을 분노하게 만든 것은 무엇이었나. 역시 핵심은 불평등이었다. OECD국가들 가운데 이스라엘보다 불평등 정도가 높은 국가들이 4개 국가 밖에 없을 정도로 이스라엘의 불평등은 심각하다. 2008년 기준 이스라엘의 지니계수는 3.9인데, 유럽 연합이 3.0 전후이고 우리나라도 3.1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3만 달러 국가치고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불평등 정도를 기록하고 있다. 2000년대 초에 3.5에서 빠르게 악화된 것이다. 이러한 불평등의 결과 2008년 기준 빈곤선 이하의 가구가 무려 24%였다는 것, 때문에 상당한 가구가 소득으로 식료품과 주거, 교육과 건강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분노가 폭발한 것이 바로 2011년 8월의 이스라엘 시위였다는 것이다.

심각한 불평등 구조가 계속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약간의 추가적인 물가 인상이나 소득정체도 곧바로 생활의 타격을 받게 된다. 그런데 불평등과 물가 부담의 본원적 원인이 독점적 재벌(monopolistic conglomerates)이 경제를 통제하여 독점가격을 매기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스라엘 시민들의 판단이었던 것이다. 최근 우리 국민들이 석유가격에 대한 정유 독점재벌의 독점가격이 있고, 통신비에도 통신재벌들의 독과점 가격이 있다는 강한 의문을 갖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덧붙이면 이처럼 물가가 전반적으로 비싼 가운데, 동시에 이스라엘의 과도한 군사비 때문에 교육과 보건의 공적 지출 비중이 구조적으로 적어 사회보장 시스템이 취약했던 것도 한 몫을 했던 것이다.

규제 풀린 금융시스템이 붕괴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경제를 장기침체로 몰아넣고 소득 불평등의 강도가 커지면서 전 세계 시민들이 곳곳에서 저항운동을 시작했다. 논리적으로는 이들에게 공통의 분노의 대상은 월가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금융자본일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일으킨 장본인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구체적인 형태는 국가마다 다르다. 신자유주의가 착근된 형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해외자본이 좌우하는 금융시장과 재벌 대기업집단이 절대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실물시장으로 이중화 되어있는 특징이 있다. 때문에 한국경제의 구조개혁도 한편에서는 금융시장에서의 대외충격을 줄이기 위한 ‘자본통제’와, 다른 편에서의 실물시장에서의 재벌의 독점 횡포를 억제하기 위한 ‘재벌개혁’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금융통제와 양극화 해소는 민주적 대안의 길에서 같이 가야 할 두 바퀴 친구가 되어야 한다.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는 금융통제 없이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들이 계속 되었던 것을 새길 필요가 있다.

 

3. 재벌과 투기자본 중 하나를 ‘선택’하라니?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서 최근 세 가지 갈래의 의견들이 있다. 첫째 의견은 의외로(?) 보수적인 새누리당에서 대변해 주었다. 지난 6월 5일, 새누리당 경제 민주화 실천모임에서 이혜훈 최고위원이 6쪽 자리 발표 자료를 통해 “재벌개혁은 경제 민주화를 위한 선결조건”이라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는 힘의 균형과 견제인데 재벌의 경제력 집중은 이러한 힘의 균형과 견제의 원리가 원천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게 막아 힘의 남용을 초래한다.” “정치권력이 집중되면 독재의 폐해가, 시장 점유율이 집중되면 독점의 폐해가 나타난다.” “경제의 영역에서 민주화를 달성하기 위한 경제 민주화는 이러한 민주주의 원리가 작동되지 못하게 하는 재벌의 문제점을 고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혜훈 최고위원의 주장은 가장 상식적이면서도 정당한 주장이다. 이런 주장을 개인 이혜훈이 아닌 전체 새누리당이 얼마나 수용하고 지속시킬지는 일단 지켜보도록 하자.

그러면 정작 당사자인 재벌들의 생각은 어떨까. 경제 민주화의 칼끝이 자신들에게 향해 있음을 잘 알고 있고 있는 전경련은 경제 민주화가 자신들이 아닌 그 누구에게 향해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다만 규제를 할 때는 법률에 근거해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할 뿐이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대 중소기업 간 양극화 해소를 위해 ‘재벌 구조의 경제 민주화’ 와 ‘재벌과 중소기업 간 경제 민주화’를 강조하며 다양한 정책들을 제시하고”있다면서, “사전적인 행정규제 중심의 대 중소기업 간 양극화 해소 정책들을, 되도록 사후적인 사법적 구제강화 정책들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소비자 등의 이익에 부합하는 헌법 합치적 양극화 해소방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세 번째 의견은 앞서 보았듯이 한국의 점령운동이 재벌을 향한 것이 ‘왜곡’이라면서 경제 민주화운동이 필요하다면 그 핵심 문제제기 대상은 재벌 보다는 투기자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실세가 미국인가 군부독재인가 하는 오래된 논쟁이 떠오르기도 한다. 물론 우리나라 주요 재벌기업은 과거 군부정권과는 차원이 다르게 단순히 국내자본이 아니고 이미 글로벌 플레이어인 점부터가 확연히 다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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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11.03.28 14:56
2011 / 02 / 10      여경훈/새사연 연구원

*이 글은 미의회의 금융위기조사위원회가 제출한 <금융위기조사보고서>를 요약정리한 글입니다. 원문은 www.fcic.gov/report 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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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금융위기조사위원회 설립과 주요 활동 내용


- 금융위기조사위원회(Financial Crisis Inquiry Commission)는 "미국에서 발생한 현 금융, 경제 위기의 원인을 검토”하기 위해 설립
* 2009년 5월 의회에서 통과되고 대통령이 서명한 Fraud Enforcement and Recovery Act(Public Law 111-21)에 따라 설립
* 10명의 독립 패널들은 주택, 경제학, 금융, 시장규제, 은행, 소비자 보호 부문에서 경험이 풍부한 민간 전문가로 구성; 6명은 민주당, 4명은 공화당에 의해 지명


- 금융 시스템과 경제를 절망으로 빠뜨린 원인에 대해서 역사적 기록으로 남기고, 정책담당자와 대중이 이번 재앙이 어떻게 발생했는지에 대한 이해를 도울 목적으로 보고서를 작성(1월27일 발표)
* 금융위기가 어떻게 발생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무슨 일이 일어났고 위기가 어떻게 발생했는지를 규명

- 잡한 금융시스템의 작동, 위기 진행 방식 등을 규명하기 위해, 주택담보 대출과 증권화, 파생상품, 기업지배구조, 리스크 관리 등 난해한 주제들을 분석하기 위해 특정 금융회사에 대한 사례 연구를 진행
* AIG, Bear Stearns, Citigroup, Countrywide Financial, Fannie Mae, Goldman Sachs, Leman Brothers, Merrill Lynch, Moody's, Wachovia 등을 조사

- 의회와 행정부가 조치를 위한 관련 정책 등을 검토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정책담당자와 규제당국을 조사
*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연방준비위원회(FRB), 뉴욕연방은행, 주택도시개발부, 통화감독관(OCC), 연방주택금융청(FHFA), 저축은행감독청(OTS), 증권거래위원회(SEC), 재무부 등을 조사



2. 금융위기조사위원회의 핵심 결론


* 위원회가 제기했던 핵심 질문: 2008년에 어떻게 다음과 같은 냉혹하고 고통스러운 양자택일의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는가? “수백만의 미국인이 일자리와 저축, 그리고 집을 잃고 있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 시스템과 경제를 총체적인 붕괴에 빠트리도록 놔둘 것인가, 아니면 금융시스템과 기업에 수조달러에 달하는 국민의 세금을 투입할 것인가?”


* 위원회가 검토한 바에 따르면, 금융시스템은 우리 부모세대의 모습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과거 30 여년의 변화는 놀라운 것이었음. 금융시장은 점점 더 세계화되고, 기술은 금융상품과 거래의 효율성, 속도, 복잡성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음.


* 1978~2007년 기간, 금융부문의 부채는 3조 달러에서 GDP 대비로는 비중이 두 배 증가한 36조 달러로 급상승. 2005년에 10대 상업은행은 1990년 수준의 두 배 이상인, 산업 총자산의 55%를 보유. 2006년 위기 직전, 금융부문의 이윤은 1980년 기업 총이윤의 15%에서 27%까지 증가. 이러한 변화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위원회의 주요 분석과 검토 사항.



※아래는 보고서가 밝힌 주요 내용과 결론.

 

1) 금융위기는 피할 수 있었다.

 

위기는 자연이나 고장 난 컴퓨터 모델 탓이 아니라, 인간 행위와 무대책(inaction)의 결과였다. 금융 CEO들과 금융시스템의 공적 관리인들은 수차례 경고를 무시하고, 미국인의 후생에 중차대한, 시스템 내부에서 자라나는 위험에 대하여, 의심도, 이해도, 관리도 하지 못했다. 경기변동은 제거할 수 없지만, 이런 정도의 대규모 위기는 발생할 필요가 없었다. 월스트리트와 워싱턴의 많은 사람들이 위기는 예측되거나 회피될 수 없었다고 변명하고 있지만, 경고 사인은 있었다. 비극은 경고가 무시되고 평가절하 된 데서 발생하였다.

 

위험한 서브프라임 대출과 증권화(securitization)의 폭발적 증가, 지속 가능하지 않을 정도의 주택가격 폭등, 광범위하게 진행된 약탈적 대출관행, 가계 주택담보대출의 놀랄 만한 증가, 금융회사의 자기 계정 매매와 규제받지 않은 파생상품, 단기 ‘repo' 시장의 폭증 등 수많은 위험 신호가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신호에 매우 관대했고, 적시에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의미 있는 행동은 거의 취해지지 못했다. 일례로 유해한 모기지(toxic mortgage)의 증가를 제어하는데 연준은 치명적인 실패를 저질렀는데, 모기지 대출에 건전성 기준만 적용했어도 방지할 수 있었다. 연준은 그러한 힘을 가진 유일한 기관이었지만 집행하지 않았다.

 

 

2) 금융 규제와 감독의 광범위한 실패는 금융시장의 안정에 치명적임을 입증

 

시장이 스스로 교정하는 성질과 스스로 효과적으로 규칙을 감시하는 금융회사의 능력에 대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진 신념 때문에, 보초는 초소에 있지 않았다.

 

주로 전 연준 의장 그린스펀이 옹호하고, 의회와 행정부 관료들이 계속적으로 지지하고, 어디에서나 강력한 금융 산업이 적극적으로 밀어 부친, 지난 30여 년 이상 진행된 탈규제와 금융회사의 자기 규제에 대한 의존은, 재앙을 피하는데 기여했을 주요 세이프가드를 제거해 버렸다. 이러한 [시장주의적] 접근법은 그림자 금융시스템이나 장외 파생상품 시장과 같은 수조 달러의 위험이 내포된 핵심 영역에 대한 감독에서 간극(gap)을 만들었다. 또한 정부는 금융회사가 선호하는 가장 느슨한 감독기관을 선택하는 것을 용인하였다.

 

하지만 감독기관이 금융시스템을 보호할 힘(power)이 부족했다는 관점은 받아들일 수 없다. 감독기관은 대부분의 영역에서 충분한 힘을 지녔었다. 다만 그것을 활용하지 않는 쪽을 선택했을 뿐이다. 그러한 예들 중 세 가지만 들면 다음과 같다.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더 많은 자본을 요구하고 거대 투자은행의 위험한 관행을 중단시킬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뉴욕연방은행과 다른 감독기관은 위기 확대 과정에서 시티그룹의 방종을 단속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정책당국과 감독기관은 모기지 증권화 열차의 탈주를 멈출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환경에서 자신에게 부여된 책임을 집행할 정치적 의지와 용기가 부족했을 따름이다.

 

금융시장이 변모함에 따라 많은 영역에서 규제 시스템의 변화가 일어났다. 그러나 금융 산업 자체가 금융 기관, 시장, 상품에 대한 규제적 제약을 약화시키는 데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1999년부터 2008년까지, 보고된 로비 행위에만 27억 달러를 지출하였고, 선거 기부금으로 10억 달러 이상을 지출하였다.

 

 

3) 위기의 핵심 원인은, 체계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에서 기업지배구조와 위험 관리의 실패

 

주요 금융회사는 규제는 혁신을 질식시킨다고 주장하면서, 지속적인 규제 관리에 대한 필요가 없어도 내부의 자기 보존 본능이 치명적 위험 부담 행위로부터 기업을 보호할 것이라는 관점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한 기업의 상당수가 너무도 적은 자본으로 단기 자금조달에 치중하면서 너무도 많은 위험을 감수하는 등 부주의하게 행동하였다. 수조 달러를 파생금융상품을 포함하여 모기지 관련 증권을 만들고, 묶고, 다시 묶고, 팔았으며, 서브프라임 대출기업을 인수하고 지원하면서 막대한 위험을 노출시켰다. 이카루스(Icarus)처럼, 태양에 점점 더 다가갈수록 두려움을 느끼지 못했다.

 

시티그룹의 CEO는, 등급이 높은 모기지 증권에 400억 달러를 투자하는 것은 “전혀 내 관심을 자극하지 못했다”고 위원회에 증언하였다. 시티그룹 투자은행의 공동 책임자는 모기지 증권 상품에 시간의 “1%밖에 안 되는 매우 작은 비중”만 지출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예로 볼 때, 대마불사(too big to fail)는 ‘너무 커서 관리할 수 없는 문제(too big to manage)'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기업지배구조 붕괴와 책임성 부재의 충격적인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한 사례들 중 대표적인 것은 다음과 같다. 모기지 관련 증권에서 790억 달러 상당의 파생상품에 대한 위험과 계약 조건에 대한 AIG 고위 관리의 무지; 주택시장이 정점으로 치달을 무렵, 패니메이(Fannie mae)의 시장점유율, 이윤, 보너스에 대한 탐욕으로 위험한 대출과 증권 상품 확대 등.

 

 

4) 과도한 차입, 위험한 투자, 투명성의 부족이 결합하면 위기 시 금융시스템의 붕괴 과정을 초래함

 

위기에 이르는 수 년 간, 너무도 많은 금융회사와 가계들은 투자가치가 조금만 하락해도 금융 경색(financial distress)에 취약함을 드러낼 수 있을 정도로, 최대한도로 차입을 진행하였다. 예를 들면, 2007년에 5대 투자은행들은 극도로 낮은 자본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레버리지 비율은 40대 1로로 높았는데, 자산 40달러에 손실을 충당할 자본은 단지 1달러에 불과하였다. 자산가치가 3%만 하락해도 기업을 쓰러뜨릴 수 있는 지경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대부분의 차입은 오버나잇(overnight) 시장에서 단기로 운영되었다.

일례로, 2007년 말 베어스턴스는 자본금 118억 달러에 3836억 달러의 부채를 지고 있었는데, 오버나잇 시장에서 700억 달러 상당을 차입하고 있었다. 이것은 5만 달러의 자본금을 지닌 소기업이 160만 달러를 차입하여, 296750 달러를 매일 상환해야 하는 위험한 상황과 동일하다. 그리고 레버리지 비율은, 파생 포지션, 장부 외 자회사, 그리고 투자자만이 알 수 있는 금융리포트의 ‘윈도우 드레싱’ 등을 통해서 종종 은폐되었다.

레버리지 왕은 두 거대 정부보증기관(GSE)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었다. 두 기업이 소유하고 보증한 부채를 포함하면 레버리지 비율은 75대 1이었다. 2001년부터 2007년까지, 국가의 모기지 부채 총액은 거의 두 배로 상승하고 임금은 거의 정체되어 있었지만, 가계 당 모기지 부채 규모는 91,500달러에서 149,500달러로 63% 이상 증가하였다. 그러한 부채로 위험한 자산을 인수하여 위험은 더욱 확대되었다. 모기지와 부동산 시장은 점점 더 위험한 대출과 증권을 대량으로 찍어냄에 따라 많은 금융기관들은 위험한 금융상품들을 쌓아가고 있었다. 2007년 말 리먼브러더스는, 불과 2년 전보다 두 배로 폭증하고 총자본금의 네 배나 많은 1110억 달러를 부동산 증권 상품에 투자하고 있었다.

 

그러나 투명성이 요구되지 않았기 때문에 금융시스템 내부에서 부채의 위험성은 더욱 가중되었다. 19세기에 미국의 은행 시스템을 주기적으로 괴롭혔던 금융패닉에 맞서 방어벽을 만들기 위해 최종대부자로서 연방준비은행, 연방예금보험공사와 같은 일련의 금융 보호기관을 설립하였다. 그러나 지난 30여 년 동안, 전통적 은행 시스템의 규모를 능가하는 그림자 은행 시스템의 성장을 용인하였다. 금융시스템은 21세기 최첨단이었지만, 방어막은 19세기에 불과했다. 우리는 우리가 뿌린 씨앗을 수확했을 뿐이다.

 

 

5) 정부는 위기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으며, 일관적이지 못한 대응으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과 패닉을 증폭시킴

 

보고서에 따르면, 시장을 감시할 최적의 책임자들인 재무부와 연준, 뉴욕연방은행과 같은 주요 정책당국은 2007~8년 금융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였다. 정책당국은 실제로는 위험이 집중되었음에도, 분산되었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금융시장에서 위험과 상호 연계성에 대한 완전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에, 위기전염을 방지하기 위한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계획이 전혀 없었다. 적어도 주택 버블에 대한 논쟁이나 인지가 있었지만, 고위 관료들은 버블의 붕괴가 전체 금융시스템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2007년 여름, 연준 의장 버냉키와 재무부장관 폴슨은 서브프라임 시장의 혼란은 차단될 것이라며 장담하고 다녔다. 베어스턴스의 헤지펀드가 2007년 6월 문제가 불거졌을 때, 연준은 파산의 함의에 대해서 토론하였다. 그러나 다른 많은 펀드들이 베어스턴스와 동일한 위험에 노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베어스턴스 펀드는 “상대적으로 유별난(relatively unique)”것으로 평가 절하할 따름이었다. 2008년 3월 베어스턴스가 붕괴되기 불과 몇 일 전, SEC 의장 Christopher Cox는 거대 투자은행은 “충분한 자본금 대비책”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정부보증기업을 인수하기 불과 몇 주 전인 2008년 8월이 되어서야, 재무부는 두 기업의 금융 상황의 심각한 정도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리먼브러더스가 붕괴되기 한 달 전이 되어서야, 뉴욕연방은행은 리먼브러더스가 만든 90만 개의 파생상품 계약의 위험성에 관한 정보를 찾고 있는 중이었다.

 

또한, 위기 동안 정부의 일관되지 못한 조치들 -베어스턴스 구제 결정,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대한 정부인수 조치, 리먼은 구제하지 않고 AIG는 구제한 결정-은 시장의 불확실성과 패닉을 증폭시켰다.

 

 

6) 책임성과 윤리의 총체적인 붕괴

 

금융시스템과 경제의 건전성과 지속적 번영은 공정한 거래, 책임성, 투명성 등의 개념에 근거한다. 우리는 기업과 개인이 영리를 추구하는 것과 함께, 질 높은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금융위기를 확대한 책임성과 윤리 기준의 침식을 목도할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면, 대출을 받은 후 불과 몇 달이 지나지 않아 주택담보대출에서 디폴트가 발생한 차입자의 비율이 2006년 여름부터 2007년 말까지 거의 두 배로 증가하였다. 보고서는 대출 기준이 무너지고 규제가 느슨한 환경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한, 수많은 주택대출 사기 사건을 목록으로 만들어 놓았다. 주택대출 사기 사건과 관련한 수상쩍은 금융범죄 행위에 관한 규모가 1996년과 2005년 사이 20배로 증가하였다. 그리고 2005년과 2009년 사이 또 다시 두 배 넘게 증가하였다. 한 연구에 따르면, 2005년과 2007년 사이 주택대출 사기가 초래한 손실은 1120억 달러에 이른다고 추정하고 있다.


금융회사는 차입자의 상환 능력이 부족하고 모기지 증권 투자자에게 대량 손실을 초래할 수 있음을 알고서도 대출을 진행하였다. 2004년 9월에, Countrywide 임원들은 자신들이 실시한 대출의 상당수에서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1년도 채 되지 않아, 특정 고위험 대출에서 압류가 발생하고 기업의 “금융과 평판 부문의 재앙”이 초래될 수 있음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인간의 본성과 개인적, 사회적 책임성의 맥락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우선, 이번 위기를 탐욕과 자만심과 같은 도덕적 결점 탓으로 돌리는 것은 사태를 너무 단순화시키는 것이다. 그러한 설명은 이번 위기와 관련한 인간의 약점을 설명하지 못하는데 문제가 있다. 둘째, 이번 위기는 체계적 실패를 초래한 인간의 실수, 오판, 그리고 비행(misdeed)의 결과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특정 기업과 개인이 무책임한 행위를 저지른 것은 분명하지만, 이번 위기의 규모로 볼 때 일부 나쁜 경제주체의 행위로만 모든 것을 돌릴 수는 없다.

 

위기로 몰고 간 기업의 CEO, 금융시스템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공적 관리인들에 주요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누구도 ‘no'라고 말하지 않았다.

 

 

7) 주택담보대출 기준과 증권 파이프라인의 붕괴는 전염과 위기의 불꽃을 점화하고 확산시킴

 

2005년 상반기에 진행된 주택담보대출의 25% 가량은 이자만 상환하는(Interest-only) 대출이었다. 같은 해에, Countrywide와 Washington Mutual이 발행한 “Option-ARM" 대출의 68%가 서류가 부족하거나 아예 없는 부실 대출이었다. 이러한 추세는 결코 비밀이 아니었다. 약탈성, 사기성 대출을 포함한 무책임한 대출이 만연함에 따라, 연준과 다른 규제 당국은 오래전부터 경고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국가의 은행과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과 건전성을 보장하고 소비자의 신용 권리를 보호할” 임무를 무시하고 말았다. 너무 늦기 전에 방화벽을 구축하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또한 통화감독위원회와 저축기관감독위원회는 영역 다툼에 매몰되어, 주 규제당국이 금융남용 행위를 억제하는 것을 방해하기도 하였다.

 

주택 투기꾼, 모기지 브로커, 모기지 대출기업, MBS, CDO, CDO2, 합성 CDO등을 만든 금융회사에 이르기까지, 악성 모기지 파이프라인에 있던 모든 당사자가 자신이 지고 있는 위험이 옆 사람에게 순식간에 이전될 수 있다고만 믿고 있었다. 그들 모두가 틀렸다. 가계가 모기지 상환을 중단했을 때, 파생상품에 의해 증폭된 손실이 통째로 파이프라인으로 쇄도해 들어갔다. 판명된 것처럼, 금융 손실은 체계적으로 중요한 몇몇 금융회사에 집중되어 있었다. 결국 그렇게 효율적으로 수백만 개의 주택 파생상품을 만들었던 시스템은 위험을 해소하는데 매우 어렵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주택대출 증권화 과정이 너무도 복잡하여 가계가 자신의 주택에서 쫓겨나지 않도록 대출 조건을 수정하는데 장벽을 만들었고, 주택시장과 금융기관의 건전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확대시켰다.

 

 

8) 장외파생상품 시장은 이번 위기에 상당한 기여를 함

 

장외(OTC) 파생상품에 대한 연방-주 정부의 규제를 폐지하는 내용의 2000년 법안의 발효는 금융위기로 가는 행진의 주요 전환점(turning point)이 되었다. 어떤 감독조치도 없는 상황에서, 장외파생상품은 통제와 감독에서 벗어나 명목 금액으로 673조 달러로 급증하였다. 다음 세 가지 부문에서 장외 파생상품은 위기 확대에 기여하였다.

 

첫째, 신용부도스왑(CDS)은 모기지 증권화 파이프라인에 불을 붙였다. CDS는 모기지 관련 증권의 디폴트나 가치하락에 대비하여 투자자에게 판매되었는데, AIG의 경우 790억 달러 상당의 상품을 판매하였다.


둘째, CDS는 합성 CDO 상품의 개발에 핵심적으로 작용하였다. 합성 CDO는 모기지 관련 증권상품의 수익률에 베팅하는 것에 불과하였다. 같은 증권상품에 복수로 베팅하는 것조차 용인하였고, 금융시스템 전체로 확산되도록 일조함으로써, 주택버블 붕괴로부터 손실이 증폭되도록 만들었다. 골드만삭스에서만 2004년 7월1일부터 2007년 5월31일까지, 730억 달러 상당의 합성CDO를 만들어 판매하였다.


마지막으로, 주택버블이 터지고 위기가 시작되었을 때, 파생상품은 폭풍의 한 가운데에서 작동하였다. AIG가 붕괴하면 글로벌 금융시스템 전체로 손실을 폭포처럼 확대시킬 것이라는 우려로 인해, 정부는 구제금융으로 1800억 달러 이상을 투입하였다. 거대 금융기업 간 체결된 수백만 건의 파생상품 계약은 불확실성을 확대하고 패닉을 증폭시켰으며 정부의 구제금융 지원을 촉발시켰다.

 

 

9) 신용평가기관의 실패는 금융붕괴의 바퀴에 핵심 톱니바퀴로 작용

 

3대 신용평가회사는 금융붕괴의 주요 enabler(남을 도와주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망치고 있는 사람)로 작용하였다. 위기의 중심에 있는 모기지 관련 증권은 신용평가회사의 보증 없이는 판매될 수 없었다. 신용등급 상향은 시장이 폭등하는데 일조했으며, 2007~8년 동안 등급 하향은 엄청난 금융 피해를 초래하였다. 2000~7년 사이, 무디스는 45000여 개의 모기지 관련 증권에 AAA 등급을 부여하였다. 무디스는 2006년에만 매일 30여 개의 모기지 증권에 AAA를 매기고 있었다. 그러나 AAA를 받은 모기지 증권의 83%는 그 해 결국 등급이 하향되었다. 



3. 금융위기의 원인에 대한 대립하는 관점


- 초과유동성, 정부보증기관의 역할, 정부의 주택정책

* 첫째, 초과유동성 문제: 저금리, 광범위하게 이용 가능한 자본, 미국 부동산 시장에 투자하려고 하는 국제투자가 등은 신용버블 창조의 전제조건이었다. 그러나 초과유동성이 반드시 금융 위험을 불러일으킬 필요는 없다고 위원회는 결론을 내렸다. 금융위기의 주요 원인은 주로 위에서 언급한 것들이다. 실제로, 자본이 생산적 방향으로 흐르도록 장려된다면, 경제적 성장과 확장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 둘째, 정부보증기관(GSE)의 역할: 2005~6년 주택시장이 정점에 다다를 때, GSE는 위험한 모기지의 구입과 보증을 늘리기로 결정하였다. 1999년에서 2008년까지 1640만 달러를 로비 금액으로 지출하는 등 정부의 규제와 감독을 방어하기 위해 수십 년 동안 정치적 권력을 활용하였다. 2010년 3분기까지, 재무부는 그들을 살리기 위해 1510억 달러를 공급하였다. 위원회는 두 기업이 위기에 일조한 것은 사실이지만, 주요 원인은 아니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GSE는 서브프라임 등 위험한 모기지 확대에 참여했지만, 바보들의 골드러시 행진에서 월스트리트를 추동하기보다는 추종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정부보증기관이 구매하고 보증한 대출의 성과를 조사한 결과, 상당한 손실을 입었지만 연체율이 다른 금융회사가 증권화 시킨 대출보다는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신용점수 660점 이하 차입자들을 대상으로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2008년 말 GSE의 모기지는 다른 민간 모기지의 중대 연체율보다 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6.2% VS 28.3%)

 

* 셋째, 정부 주택정책 문제: 수십 년 동안, 정부의 주택정책은 인센티브, 보조금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 주택소유(homeownership)을 장려하는 방향이었다. 주택도시개발부의 주택시장 목표와 공동체 재투자 법안(CRA) 등을 주의 깊게 검토하였다. CRA는, 신용능력에 관계없이 특정 개인과 기업의 신용을 거절하는 은행들의 redlining(대출 거절) 관행을 없애기 위해 1977년에 발효되었다. 은행의 안정성과 건전성에 부합하면서, 개인과 기업이 예금을 한 지역공동체에 대출과 투자를 진행할 것을 요구하였다.

 

위원회는 서브프라임 대출이나 위기에 CRA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대부분의 서브프라임 대출회사는 CRA 적용을 받지 않았다. 서브프라임 대출의 불과 6%만이 CRA 법안과 연계되어 있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정부 주택 정책은 실패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전에는 금융시장에 접근이 거절되었던 가계에까지 신용을 확대하도록 공격적인 주택소유 목표를 설정하였다. 그러나 정부의 목표가 실제 현실과 조응되도록 보장하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무책임한 대출을 억제하는 데서 중앙은행과 다른 규제당국은 실패하였다. 2004년 봄 주택소유 비율은 정점에 다다른 후 하락하기 시작했다. 그 시점부터 정부가 제시한 기회의 담론은 금융재앙의 현실과 비극적으로 상충하게 되었다.



4. 금융위기조사보고서의 시사점


- 1997년 IMF 외환위기, 2002~3년 신용카드사태, 2008년 금융위기 등 수차례 주기적인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공론장과 역사적 기록이 사실상 전무한 우리 현실에 비추어 교훈적 자료라고 평가
* 금융위기 해소를 위한 임시방편적 단기 처방에 치중했을 뿐, 위기의 원인, 전달 및 확산 메커니즘, 정책 대응 실패, 그리고 위기 이후 금융규제 및 감독 강화 방안 등 제도 개선을 위한 국회 차원의 조사나 역사적 기록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함.
* 금융위기에 대한 교훈이 대중적으로 공유되고 제도 개선이 진행되지 못했기 때문에, 금융위기의 빈도나 강도가 갈수록 확대되고 금융 및 국민 경제의 불안과 불확실성이 증대함.


- 660여 페이지에 달하는 광대한 보고서는 금융위기의 작동 및 확산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 미국의 금융시스템 및 제도에 대한 이해의 증진에도 적지 않은 기여
* 주요 금융회사와 금융당국에 대한 사례 조사를 통해 미국의 금융 제도의 역사와 그 변화 과정의 이해에 적지 않은 도움.
* 대중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주택담보대출의 증권화 과정, 금융파생상품의 작동 원리에 대해 구체적 사례분석과 원리 설명을 통해 이해가 용이하고 생생한 현실 전달력을 발휘함.


- 보고서가 밝힌 금융위기의 핵심 원인은, 시장의 자정 능력과 자기 감시 능력에 대한 감독당국과 시장참여자의 맹신 때문
* 지난 수십 년 간 진행된 탈규제는 정치적, 이데올로기적으로 신자유주의적 환경을 강화.  감독당국 또한 그러한 정치적 환경에서 시장만능을 맹신하였고, 금융 감독과 규제를 집행할 의지와 용기가 전혀 없었음. 금융회사의 경제적 책임성과 윤리성 또한 총체적 붕괴를 초래함.
* 금융위기의 원인에 대한 대립되는 관점, 특히 정부보증기관이나 공동체 재투자 법안에 책임을 돌리는 보수적 관점을 의회의 공식적 보고서를 통해 기각함.

 

- 최근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증가, 부동산버블 등 문제 해결에 대한 정책적 시사점을 제공함
* 최근 정부는 주택시장 부양을 위해 DTI 규제완화를 추가 연장할 의도를 보이고 있음.
* 정부의 주택정책 기조는 규제완화를 통한 주택가격 버블의 지탱 및 부양. 이는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금융위기의 교훈과 상반되는 것으로, 여전히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했음을 입증함. 미국 금융당국에 총체적 감독 실패의 책임이 있지만, 위기 과정에서 “빚내서 집 사라”며 부실 촉진 혹은 확대 정책을 추진하지는 않았음.
* 특히 부시 행정부의 자가소유(Homeownership) 확대 정책이 정책실패의 주요한 부분이었음을 인지하고, 주택시장에서 자가소유 중심 정책을 재검토해야 함. 또한 가계부채와 부동산버블의 취약성과 위험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연착륙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여 시행해야 함. 아울러 금융위기 작동 시 대응 매뉴얼 작성 등 위기 대책 방안도 체계적으로 구축할 것을 권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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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1.01.20     이상동/새사연 연구센터장

지난 1월 6일 지식경제부는 지난 해 외국인직접투자(FDI) 실적이 양과 질 두 측면에서 매우 좋아졌다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배포하였다. 2010년 FDI는 130억 달러에 달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이와 함께 한국 FDI의 고질적 취약성으로 지적되어 왔던 수도권 집중, 높은 단기 투자 비중, 선진국 중심의 3대 과제가 완화되었다고 해석한다.

 

정부는 이상의 통계 수치를 한국경제의 이른바 ‘펀더멘털’이 좋아졌다는 근거로 삼는 한편 앞으로 더 많은 외국인 투자를 불러들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전파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FDI 유입이 큰 국가들이 선진국과 신흥 시장국가라는 국제적 사실로부터 우리나라도 이 방향으로 선진화의 비젼을 세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암묵적으로 던지고 있다.

 

과연 그럴까? 외국인투자를 맹목적으로 찬양하는 패러다임은 이제 폐기처분해야 한다. 외국인투자기업이 만들어내는 부정적 효과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외국인투자 또는 외투기업에 대한 맹목적인 신화는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이미 중진 자본주의국가로 발돋움했고 다수의 다국적기업을 보유한 상태에서 얼마나 더 많은 외국자본이 필요하다는 말인가?

 

첫 번째 진실, FDI 실제 금액은 정부 발표의 60%

 

정부의 FDI 통계는 이른바 신고금액을 말하는 것이다. FDI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유입액은 연간 60억불에서 160억불 사이에 있었고 FDI가 저조하다고 지적되었던 최근 5~6년 사이에는 약 100~120억불 정도였다. 그런데 이 수치들은 모두 신고금액을 말하는 것이고 실제로 도착한 금액은 약 60% 수준에 불과하다(누적금액 기준). 지난 15년 동안 40% 수준밖에 안 된 해도 4년이나 있었다. FDI 유치에 성공했다고 자화자찬하는 중앙과 지방 정부 그리고 여러 자치단체장들의 발표는 사실 ‘뻥튀기’ 냄새를 지울 수 없다.

 

많은 연구자들이 FDI 신고금액 통계에 신뢰를 주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더구나 도착했다 하더라도 많은 외화가 회수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매년 수치가 들쭉 날쭉 하기는 하나 2000년대 초반에는 도착금액의 약 40%가 회수된 적도 있다. 무조건 많이 신고되었다고, 그리고 무조건 들어오는 금액이 크다고 좋아하는 것은 유치한 발상이다.

 

두 번째 진실, 외투기업의 절대 다수는 실은 국적기업

 

2011년 1월 현재 지식경제부에 등록된 외국인투자기업은 약 1만 6,000 개이다. 이들 외투기업에 투자된다고 신고되는 금액이 FDI 신고금액인데, 내용을 잘 따져볼 필요가 있다. 1만 6,000여 개의 외투기업 다수는 통념으로 인식되는 ‘외국인 기업’이 아니다. 소규모 기업들이 절대 다수이고 예컨대, 무슨 무슨 성형외과와 같은 소규모 사업체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들의 외국인 지분율이 10%가 넘었다고 해서 외투기업이라고 부르는 것은 보통의 인식과는 커다란 괴리가 있다. 이들 기업을 지배하는 것은 내국인 경영진들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들 기업에 투자된 모든 외국인 자본이 국민경제와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맺는 ‘직접 투자’라고 치부할 수도 없다.

 

실제로 중요한 외투기업의 수는 약 3,000여 개로 파악된다. KOTRA는 매년 외투기업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하는데 이 때 표본으로 삼고 있는 기업들은 5000만 불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실시한 기업이거나 금융기관 등에 해당하는 중요 ‘외국인 기업’들이다. 이들 약 3,000여 개 기업이 FDI 금액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3,000 개 기업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출액 기준으로 2007년에 10%를 돌파하여 계속 상승 중에 있고 반면 고용은 약 2%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정부가 펼치는 각종의 외국인 투자 유치 정책들은 이들 3,000여 개 외국인 기업과 같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이름이 통할만 한 기업들을 핵심 타겟으로 삼고 있다 할 것이다. 외투기업으로 등록된 나머지 만 3,000여 개의 기업들은 외국인투자 유치 정책의 혜택에 편승한 부수 산물로 보인다.

 

지난 10여 년 동안 외국인 자본 유치의 정책적 목표가 실패했다는 평가가 안팎에서 있는데 이는 글로벌 기업들이 바라보는 한국 시장의 전략적 판단을 반영한 것일 뿐이다. 정부는 더 많은 자본 유치를 위해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보는 것 같지만 냉정한 진실은 그저 현실을 반영한 것일 뿐이다.

 

세 번째 진실, 직접투자 수지의 막대한 적자는 재벌 대기업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매 분기 직접투자 수지라는 것을 발표한다. 지식경제부의 FDI 통계와는 달리 실제로 자본이 이동한 것을 측정한 것이므로 신뢰성이 높다고 하겠다. 한국은행의 국제수지 통계는 국내 자본의 해외직접투자(FDI 유출)와 해외 자본의 국내직접투자(FDI 유입)가 실제로 거래된 금액을 집계한 것이다. FDI 유입이 전후 연도에 비해 돌출적으로 높았던 2000년과 2004년 경을 제외하면 지난 1997년 이래 거의 전 구간에 걸쳐 우리나라는 직접투자 수지 적자국이다. 다시 말해서 국내 자본이 해외에 투자하는 금액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특히 직접투자 수지는 2006년부터 엄청난 적자가 만성화되고 있다. 2007년에 직접투자 수지는 170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는데, 이 수치가 얼마나 큰 것인지는 앞서 지식경제부의 FDI 보도자료와 비교해 보면 잘 드러날 것이다. 과장되었다고 평가되는 신고금액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적자 규모가 유입액의 절대 수치를 능가한다.

이처럼 적자가 큰 이유는 최근 국내 자본의 활발한 해외투자 때문이다. 한 해에 FDI 유출은 약 200억 정도이다. 설명할 필요도 없이 이는 한국의 대기업들이 국내 설비투자와 고용투자보다는 해외 진출에 몰두하기 때문이다.

 

실증적으로 보았을 때 FDI가 경제성장에 기여하였다고 평가되는 국가는 선진 자본주의 국가, 중국 등의 신흥 시장국가 그리고 홍콩이나 싱가포르와 같은 개방화된 도시 국가들이다. 조금 더 관대하게 보자면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월등했던 시기의 스칸디나비아 국가나 1990년대의 아일랜드 정도를 더 포함시킬 수 있겠다. 한국 경제에 과연 이들 국가의 사례를 바로 적용해 ‘FDI 찬가’를 계속 부르짖는 것이 타당한가? 필자가 보기에 이는 IMF 외환위기 때의 비상 상황-투자 외화의 부족-을 10여 년째 우려먹으면서 초국적 자본의 이동을 더 자유롭게 하고자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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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08.08.14 11:03
금융자본의 욕심과 전세계의 고통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가 전 세계 금융위기로 전이되기 시작할 무렵인 2007년 10월, 퀀텀 헤지펀드의 공동 창업자였던 이름 난 금융투자자 짐 로저스는 이런 말을 했다. “경기 침체에도 밥은 먹어야 하기 때문에 곡물투자는 경기침체에도 안정된 수익을 보장할 것”, “농산물에 투자한다면 전 세계 경제가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도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고 수익을 챙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고수익을 위한 투자처를 찾는 그의 탁월한(?) 식견은 적중했다. 그때부터 곡물가격은 유가, 원자재 가격과 함께 끝을 모르게 치솟아 밀, 옥수수, 콩 등의 가격이 2배를 넘게 뛰었다. 이들에 투자한 상품펀드, 원자재펀드, 곡물펀드 역시 그에 비례하여 수익률이 올라갔다. 짐 로저스의 말대로 “어려움을 겪지 않고 수익을 챙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실물상품에 대거 자본을 동원하여 실수요가 아닌 이른바 ‘투기적 수요’를 엄청나게 키운 결과 전 세계는 인플레이션의 고통을 겪어야 했다. 일부 나라들에서는 곡물 값이 치솟아 폭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월가 금융자본이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고 수익을 챙기는 동안, 세계 인구는 뛰는 물가와 식량난 때문에 별다른 어려움을 지독하게 겪게 된 셈이다.

미국 원유 시장의 투기자본 규제 조짐

지난
7월 11일 147달러까지 올랐던 유가가 최근 하락하고 있다. 8월 12일 기준 두바이유 현물가격이 110.28달러, 서브텍사스산 중질유 선물가격이 114.01달러,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가격이 111.15달러였다. 최근 한 달 사이에 유가가 무려 35달러나 하락한 것이다. 왜일까?

사실 올해 내내 중국을 포함한 산유국과 미국사이에는 고유가 원인에 관한 논쟁이 치열했다. 월가 금융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미국은 인도, 중국 등 신흥국가들이 에너지 소비를 대폭 늘렸는데도 산유국들이 원유를 증산하지 않아서 발생한 수급 불일치가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곡물가 폭등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중국, 인도와 산유국들은 미국의 달러 약세와 투기자본 때문에 유가가 폭등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카타르 에너지 장관은 지난 6월 “우리는 시장의 공급량이 부족하다고 보지 않는다”며 “공급이 부족하다면 수입국 국민이 주유소 밖에서 줄을 길게 서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던 것이 그 대표적인 논거다.

그런데 미국이 주장하는 수급 불일치가 유가 상승의 원인이라면, 최근의 유가 하락 현상이 잘 설명되지 않는다. 그 동안 공급이 대폭 늘거나 수요가 대폭 줄어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석유 공급은 최근 기껏 하루 90만 배럴 정도가 늘었으며, 수요는 미국 경기침체로 약간 줄었을 뿐이다. 이 정도로는 최근 유가 하락을 설명할 수 없다. 대신에 그 사이에 발생한 다른 사건이 유가 하락의 이유를 설명해주고 있다.

진정되지 않는 신용위기와 고유가로 심각한 경제침체를 겪고 있는 미국이 대선을 맞이하면서 의회와 대선캠프 중심으로 석유시장에 침투된 투기자본을 규제하는 법안에 관한 논의를 활발하게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투기자본들이 이에 반응하면서 유가가 하락하고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아울러 미국에 이어 유럽과 일본경제가 침체를 겪으면서 상대적으로 달러가치가 미약한 강세로 돌아선 것도 이유로 꼽힌다. 결국 “별 어려움 없이” 수익을 내기 위해 원유시장에서 투기적 수요를 만들어낸 금융자본이 더 이상 무리하게 수익을 내기에는 미국경제의 침체 상태가 임계점에 도달한 것이다.

곡물과 석유에 이은 고수익 투자처, 물 산업

각종 첨단 파생상품을 만들어 대규모로 유통시키고 엄청난 고수익을 남기던 월가의 금융자본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을 도화선으로 전 세계에 금융위기를 일으켰다. 그러나 정작 본인들은 일찌감치 금융위기의 수렁에서 탈출하여 곡물, 원자재, 석유라고 하는 실물시장으로 배를 갈아타고 지금까지 생존했다. 그런데 이제 감당할 수 없는 고유가 압력에 미국 정가가 투기자본 규제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되었고, 금융자본은 또 다시 ‘별 어려움 없이 수익을 남길’ 새로운 대상을 찾아 나섰다.

무디스는 지난 8월 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유가가 하향세를 보임에 따라 투자자들이 물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면서 “물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은 갈수록 부족해져 가격이 계속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무디스는 세계 물 소비가 향후 20년 동안 두 배가량 늘어날 것이라며 2025년께 물 수요가 공급을 56% 가량 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입증하듯, 상수도회사에 투자하는 자금 지수인 ’아이셰어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워터 50지수’는 최근 20여 일 동안 15%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유가는 23% 급락했다. 이미 투기자본의 이동이 시작된 것이다.

이제 월가는 ‘물 산업’이라고 하는 새로운 고수익 투자대상을 찾아냈다. 새로운 수익처를 찾아 발빠르게 움직이는 월가의 상상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세계 인구가 어떤 고통에 빠지게 될지, 각국의 국민경제가 어떤 위험에 빠지게 될지는 신자유주의 금융자본의 관심사가 아니다. 오직 더 높은 고수익을 낼 수 있는 더 손쉽고, 더 빠른 방법을 찾아서 이익을 챙기고 빠지면 그뿐인 것이다.

식량은 수십 일을 먹지 않고도 견딜 수 있지만, 물은 불과 며칠을 견디지 못한다. 고수익이 보장되기만 한다면 인간에게 더 절박하게 필요한 소금, 심지어 공기마저도 금융자본에 의해 투기대상이 되고 말 것이다. 역사상 이렇게 첨단의 외피를 쓰고 이토록 잔인한 방법으로 돈을 번 사례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인본주의적 관점에서 신자유주의 금융화를 반대하는데 더 이상의 이유가 필요할까?

우리도 물 산업을 육성했어야 하나?

신자유주의를 추종해왔던 우리 정부도 ‘물’을 ‘산업’으로 키울 생각을 했고 계획도 세웠다. 참여정부 시절, “2005년 11조 원 정도인 국내 물 산업 규모를 오는 2015년까지 20조 원 이상으로 키우고 세계 10위권에 드는 기업을 2개 이상 육성한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2007년 7월 ‘물 산업 육성 5개년 세부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올 1월 이를 시행하기 위해 ‘물산업 지원법’안을 제정하고 5월에 입법예고할 계획이었는데, 촛불시위로 연기된 상태다.

“물에 투자하라”는 월가의 권고를 보면서, 아마 이명박 경제팀은 상반기 중 ‘물 산업 지원법’을 통과시켜 물 민영화를 추진하지 못한 것을 지독히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물 민간기업을 육성해 놓았다면 세계 10위권은 못해도, 이른바 세계적인(?) 외국 금융자본의 투자가 줄을 잇지 않았을까? 그래서 정부가 바라는 대로 그 물기업은 대규모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고, 막대한 수익을 올리지 않았을까? 그렇게만 된다면, 외국인 투자유치 증대, 외형적인 물 기업 실적 증대, 그리고 국내총생산 증대와 성장률 증대로 귀결되어 정부가 바라는 지표들의 개선도 일어났을 것이다.

대신 그 수익이란 물 값이 오른 대가일 것이고, 수익의 혜택은 우리 국민이 아니라 투자한 월가의 금융자본의 몫으로 돌아가겠지만 말이다.

김병권/새사연 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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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08.08.07 10:10

미, 석유 가격 조작 회사 고소

지난 7월 24일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옵티버 홀딩(Optiver Holding)이라는 회사를 석유 가격 조작 혐의로 고소했다. 에너지시장에서의 투기거래에 대한 조사가 실시된 후 적발된 첫 사례다. 옵티버 홀딩은 두 개의 자회사와 세 명의 트레이더를 시켜 원유선물시장이 마감되기 직전에 막대한 양을 사들여 지금까지 종가폭발(bang the close)을 유도했음이 드러났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자국에서 생산되는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를 안보상 전략물자로 정해 해외에서의 거래와 투기를 막는 정책을 펼쳐왔다. 석유 선물거래는 1982년 이후 뉴욕상품거래소(NYMEX) 등의 제한된 장소에서 CFTC의 규제 아래 선물과 옵션의 거래량이 엄격히 관리되어 왔다. 그러나 지난 2000년 이른바 ‘상품선물현대화법’이 통과되면서 구멍이 뚫리게 되었다.

상품선물현대화법은 대형 전문 투자자들에게는 해외에서의 전자 거래와 파생상품 거래를 허용하고 CFTC의 감시를 면제시켜, 사실상 불투명한 투기를 양산시켰다. 2002년 당시 세계 7위의 거대 에너지기업 엔론사는 로비 사실이 밝혀지면서 최대 규모의 회계 부정으로 몰락하였고, 후에 이 법안의 투기거래 구멍을 ‘엔론루프홀(Enron Loophole)’라 부르게 되었다.

에너지 투기거래의 구멍 '엔론 루프홀'

올해에만 벌써 40차례 가까이 열린 상원 청문회의 증언에 따르면, 대규모 헤지펀드와 투자은행들이 엔론루프홀을 이용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엔론루프홀을 “경찰도 없고 속도제한도 없는 고속도로”라 표현한다.

올해 CFTC의 조사로 투기적 요소가 유가상승에 약 70% 관여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골드만 삭스와 같은 거대 투자은행들, 엑슨모빌과 같은 거대 에너지기업들이 부도덕한 거래행위를 주도했음을 보여주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들은 주로 런던석유시장(ICE)을 이용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석유선물시장인 ICE도 투기거래에 동참하고 있었던 것이다.

NYMEX와 ICE의 선물가격은 세계 유가를 사실상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예컨대, 러시아와 노르웨이와 같은 비OPEC의 주요 산유국들은 이들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을 자국에서 생산된 원유가격의 기준으로 삼는다. 세 번째로 큰 석유거래소인 DME(두바이상품거래소)도 뉴욕과 런던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투기거래 주춤하자 유가 하락

투기거래 문제를 오래전부터 지적해왔던 경제학자 엥달(F. William Engdahl)은 주요 인사가 겸직을 해 사실상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엥달의 표현에 따르면 DME는 NYMEX의 ‘딸’쯤에 해당될 뿐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2003년 이후 기록적인 유가 급상승의 배경에는 금융자본의 투기행위가 도사리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유가가 들썩이면 주요 원인으로 설명되던 ‘수급불안’이나 ‘지정학적 위기’는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7월 첫 주에 145달러까지 돌파했던 유가가 최근 5주 연속 하락 추세에 있다. 그렇다면, 최근 유가 하락세는 그 역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최근 미국의 의회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투기거래 규제 움직임의 영향으로 이해된다.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연일 엔론루프홀의 완전폐지를 정책 쟁점으로 내세우고 있고, 상원은 15개의 규제 관련 법안을 논의하고 있다.

부도덕한 자본은 규제로 막아야

앞으로 석달 남짓 남은 미국 대선이 끝나기까지 투기규제의 움직임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소한 올 하반기에는 유가가 안정될 것으로 점쳐지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함께 급등했던 원자재와 곡물의 가격도 최근 유가와 비슷한 폭락세를 겪고 있다. 이 추세가 언제까지 지속 될 것인가?

2006년에도 미국에서 투기거래제한 법안을 통과시키고자 했으나, 부시 정부와 의원들의 소극적 태도, 에너지 금융기업들의 로비로 무산된 바 있다. 따라서 아직 섣부른 장담을 하기는 어려우나, 이번에는 규제법을 피하기 힘들 전망이 높다. 투기 자본이 만들어 놓은 후과-스태그플레이션-가 제어하기 힘들 정도로 확대되어 미국 정치권도 어쩔 수 없는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투자 자본과 투기 자본을 구별하는 것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지적들이 많다. 자본은 언제나 가장 손쉽고 자유롭게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생활인의 입장에서는 부도덕한 자본을 가려내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따라서 그에 대한 규제도 항상 필요하다.

 이상동 |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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