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1.10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지금은 다소 기억이 희미해졌을지 모르겠다. 지금부터 2년이 채 안 되는 2011년 8월의 일이다. 사상 처음으로 미국 신용등급이 강등되고 유럽 국가채무위기가 재점화되면서 세계경제가 다시 추락하려는 바로 그 시점이었다. 500억달러의 자산을 가진 미국의 유명 투자자 워렌 버핏이 세금을 더 내게 해 달라고 해서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신선한 충격을 줬던 것이다. 그리고 이후 이른바 ‘버핏세’라고 하는 증세 논쟁을 촉발시키면서 그때까지의 단선적인 재정긴축 논쟁 틀을 깨 버렸다.

버핏은 한 해 100만달러 이상을 버는 부유층에 대해 즉각 세금을 올리고, 1천만달러 이상 소득을 올리는 사람에게는 추가적으로 세금을 인상하자고 제안했다. 재정긴축과 신용등급 강등으로 궁지에 몰린 오바마 대통령은 곧바로 환영했다. 미국 시민의 95%가 지지했다. 그렇게 부자가 제안한 부자증세는 순식간에 뜨거운 공감대를 넓혀 갔다. 이듬해인 2012년 5월 부자증세를 공약으로 내건 올랑드 사회당 후보가 프랑스 대통령에 당선됐다. 같은해 12월20일, 프랑스 의회는 연간 100만유로(약 14억5천만원) 이상 고소득자에게 최대 75%의 소득세율을 적용하는 내용을 담은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그렇게 유럽에서 부자증세가 입법으로 확정돼 갔다.

어렵게 재선에 성공한 미국의 오바마 정부의 앞을 가로막은 가장 시급한 장애는 이른바 재정절벽(Fiscal Cliff)을 어떻게 풀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증세를 주장하는 오바마와 감세와 긴축을 주장하는 공화당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좀처럼 타협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해를 넘기기는 했지만 올해 1월1일, 미국 하원은 재정절벽을 피하기 위해 부자증세·상속세율 인상, 실업급여 연장 등이 담긴 협상안을 찬성 257표, 반대 167표로 통과시켰다. 공화당이 다수인 미국 의회도 부분적인 부자증세 입법화에 손을 들어줬던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증세에 대해 “제가 서명할 법안에 따르면 2%의 최고 부자 미국인들은 세금이 늘어나지만 중산층의 세금증가는 막았다”고 주장했다. 대체로 부부합산 연소득이 45만달러(약 4억7천만원) 이상의 소득세와 자본 이득세에 대해 각각 기존 35%에서 39.6%, 15%에서 20%로 증세가 실시되고 상속세와 급여세에 대해서도 약간의 증세가 이뤄졌다. 실질적이기보다는 상징적 의미가 컸지만 어쨌든 북미에서도 증세가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우여곡절 끝에 부자증세가 속속 입법화되는 상황에서 태평양 넘어 우리나라는 어떤가. 버핏세 논쟁이 개시되던 2011년 하반기부터 한국에서도 추가적인 감세행진은 일단 제동이 걸렸다. 그러나 복지예산이 늘어나는 것에 비례해 부자증세가 활발하게 검토된 것은 아니었다. 어쨌거나 그 와중에서 우리나라 국회도 2012년 연말 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언론들은 이를 부자증세라고 불렀다.

내역을 보면, 대략 소득세 특별공제 감면한도(2천500만원) 제도 도입과 법인세 최저한 세율 인상 등의 간접적인 증세요소들이 포함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세법 개정으로 더 걷힐 세금은 올해 4천460억원, 내년 1조3천171억원을 포함해 5년간 1조9천456억원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국회에 보고된 이명박 정부 4년간 감세규모가 약 63조8천억원이었던 것을 기억해 보라. 5년간 고작 2조원에도 못 미치는 증세를 부자증세라고 할 수 있을까.

박근혜 당선자는 소득세와 법인세에서의 부자증세를 극구 반대하면서 대신 금융부문에서 증세를 강화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면 금융부문 증세는 실제로 어떻게 됐나.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 금액을 기존의 4천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확대하면서 약 2천억원의 증세 효과를 거뒀다고 한다. 주식 양도차익 과세 범위도 다소 넓혔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현물주식이 아닌 선물 등 파생상품 거래세 도입은 무산됐다. 국경을 넘는 금융거래에 대한 토빈세 도입도 언급이 없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부자증세는 제대로 흉내도 못 낸 채 다시 해가 바뀌게 된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부자증세에는 여러 가지 함의가 녹아들어 있다. 당장 늘어나는 복지재정을 충당할 가장 유력한 대안이다. 장기화되는 불황국면에서 재정지출을 축소하지 않으면서 재정수지를 맞출 수 있는 방안이다. 극심한 소득 불평등이라는 잘못된 분배구조를 완화하는 정부의 적극적 재분배 정책이기도 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난 30년 동안 신자유주의가 조직적으로 강행해 온 감세정책을 바로잡는 일이다. 박근혜 당선자 말대로 신자유주의라고 하는 ‘원칙을 잃은 자본주의’를 바로잡는 일이다.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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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04정태인/새사연 원장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를 포함해서 48% 중 얼마쯤이 ‘멘붕’에 빠졌다 해도 첫사랑이 깨졌을 때보다 더할까? 이런저런 발버둥이 치유의 시간을 얼마나 줄였는지도 의문이지만 결국 영원할 것 같던 시간도 지나지 않았던가? 다음으로 ‘먼저 패배의 원인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주장이 지극히 옳다 해도, 아직 관련 통계도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리 서두를 필요가 있을까? ‘민주진보진영’의 재편은 족히 1년은 걸릴 텐데 ‘정확한’ 진단을 지금 내놓아야 할 이유도 별로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48%의 ‘힐링’에 당장 필요한 일은 뭘까? 어쩌면 박근혜 당선인이 그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일이 아닐까? 예컨대 문재인 후보의 공약 중 쓸 만하고, 동시에 본인에 대한 지지를 넓히는 데도 방해가 되지 않는 것들을 인수위에서 확정하면 어떨까? 당선인도 ‘맞춤형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내세우지 않았던가?

당장 현재의 ‘장기침체’를 벗어나려면 일단 소비가 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서민층의 소득이 증가해야 하고 동시에 소비를 가로막는 요인을 없애야 한다. 그렇다고 최저임금 획기적 인상, 노동조합 강화, 하청업체 단체협상권 인정 등 시장에서 양극화를 억제하는 정책은 박 당선인의 정책기조에 비춰 차마 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복지를 늘리는 수밖에 없다. ‘맞춤형 복지’를 늘리는 만큼 경제는 더 빨리 회복된다. 민주당 역시 이런 목적의 적자재정이라면 48%를 위해 찬성해야 한다. 증세냐 국채냐를 따질 때가 아니다(물론 ‘부자증세’가 훨씬 낫지만).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복지인 동시에, 소비 방해 요인을 제거하는 일거양득의 정책이다. 이 정책에 관한 한 문 후보의 정책이 훨씬 더 설득력 있다. ‘4대 중병만 중병인가’를 넘어서 만성병 환자 역시 절망적이다. 보장성을 90%까지 올리는 데 얼마 정도의 보험료 인상이 필요한가는 이미 시민단체에서 정리해 두었으니 계산하느라 뜸을 들일 이유도 없다. 재정 문제나 급작스러운 국민 부담에 신경이 쓰인다면 연간 상한액은 200만원 정도로 조정해도 될 것이다.
 
두 번째로 서민의 소비를 가로막고 있는 것은 역시 가계부채다. 만일 집값까지 폭락한다면 우리 경제는 위기상태에 빠질 것이다. 금년과 내년 역시 2%대의 성장에 머물 것이기에 지금 정부나 언론처럼 안이한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 이 역시 문 후보 쪽의 정책 방향이 옳았다. 당선인의 ‘국민행복기금’은 기실 ‘은행행복기금’이다. 은행의 채권회수에 정부가 보조금을 주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일단 ‘약탈적 대출’을 통해 그동안 천문학적 수익을 올린 금융권이 책임져야 한다. 번번이 금융소비자에게만 이른바 ‘도덕적 해이’의 책임을 묻고 그 원인을 제공한 금융기관, 그리고 감독당국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묻지 않는다면 이런 금융위기는 또 일어날 것이다.
 
셋째로는 사교육비인데 당선인은 심야 사교육과 선행학습의 규제만 제시하고 있다. 이 문제는 사실 대학입시를 개혁해서 ‘경쟁교육’을 뿌리뽑아야 해결될 문제지만 거기까지 기대하는 건 정책기조상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당장이라도 입시제도를 간소화하고 더 획기적인 사교육 규제를 하면 소비는 대폭(학원 관계자와 학부모의 한계소비성향 차이만큼) 증가할 것이다. 이 정책에는 돈도 들지 않는다.
 
쓴 김에 팁 하나 더. 우리나라 사람 중 어느 누구에게도 부담을 주지 않고 세수를 확보할 방법도 있다. 바로 토빈세(돈이 국경을 넘을 때 물리는 세금)다. 단 0.01%만 부과해도 약 2조원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탄소세까지 검토한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이건 그냥 꿈으로 간직하겠다.
 
이 정도만 인수위에서 확정한다면 48%는 절망을 거두고 생업에 몰두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대통합’을 원한다면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엄동설한에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분들이 기꺼이 내려올 수 있도록 중재한다면 어느 누가 당선인을 ‘100%의 대통령’이라고 부르지 않을까? 

* 이 글은 경향신문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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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정치2012.12.19 10:04

2012.12.19정태인/새사연 원장

 

시대교체?


"정권교체를 넘어 시대교체를 해야 합니다" 누구 얘기일까? 바로 지난 16 일 대통령 후보 토론에서 박근혜 후보가 한 얘기다. 민주당은 '명백한 표절'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후보가 9월 16일 민주당 대통령후보 수락연설에서 "변화의 새 시대로 가는 문을 열어주십시오. 정권교체, 정치교체, 시대교체, 반드시 해내겠습니다.”라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봄에 새사연에서 출간한 <리셋 코리아-18 대 대통령이 꼭 해야 할 16 가지 개혁과제> 제1부의 제목이 바로 '정권교체에서 시대교체로'이다. 굳이 더 거슬러 올라가자면 이 말은 2007년에 이미 언론 매체에 보도된 바 있다. 심상정 당시 민주노동당 대통령 경선 후보가 처음 사용한 말이고 그 말을 만든 사람은 나였다.  

불행하게도 너무 앞서 나갔다. 1년이 지나 2008년 세계금융위기가 터지고 나서야 사람들이 시장만능의 세계에 회의를 갖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제 전 세계는 새로운 역사의 단계에 들어섰다. 어느 곳이 새 시대의 정책기조를 먼저 시행하느냐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결정된다. 이번 대통령 선거가 지극히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쨌든 새사연은 문재인 후보에 이어 박근혜 후보까지 감복시킨 것일까? 불행하게도 박근혜 후보의 정책기조는 여전히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다. 줄푸세는 시장근본주의, 경쟁지상주의의 한국어 번안이니 그야말로 구시대의 정책기조라 할 만 하다. 반면 문 후보의 정책기조는 <리셋코리아>가 제시한 '소득주도성장', 아래로부터의 성장을 그대로 받아 안았다.


새 시대의 과제

'새 시대의 첫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다. 낡은 체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체제를 안착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30년 이상 갈 체제를 5 년 내에 완성시킬 수는 없다. 구체제 기득권 세력, 즉 재벌-경제관료-조.중.동의 3 각 동맹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어떤 것은 조심스럽게 구체제를 해체해야 할 것이고 어떤 것은 다행히 빈 터라서 바로 주춧돌을 놓을 수도 있다.

어느 경우라도 먼저 국민들부터 다독여야 한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 '시대교체'의 과제가 어느 한 사람이나 한 집단의 머릿속에서 해결될 리 없다. 문후보가 밝힌 '국민정당'과 '시민의 정부'없이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 여기선 문후보가 명확히 밝히지 않은 핵심 과제 몇 개만 짚어 놓는다.

우선 가장 장기적인 것으로, 우리 아이들의 목숨을 좌우할 생태문제를 들 수 있다.

어제 토론에서도 드러났듯이 박근혜 후보는 원전 마피아들을 해체할 생각이 전혀 없다(종합적으로 꼼꼼히 검토하겠단다). 문재인 후보는 수명이 다 한 원자로를 폐쇄하고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할 뜻을 명확히 밝혔다.

그러나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원전의 축소와 함께 탄소 배출도 시급히 줄여야 한다. 전기의 생산과 소비 시장에 확실한 신호를 줘야 한다. 전격적으로 충분히 높은 세율의 탄소세를 도입해야 한다. 늦어도 인수위가 탄소세 부과의 청사진을 밝힐 수 있어야 한다.

둘째로는 새 시대의 패권교체기에 우리나라가 갈 길을 제시해야 한다.

동아시아의 어느 나라도 미국의 패권도 , 중국의 패권도 원하지 않는다. 생태공동체, 경제공동체로 동아시아를 묶는 것이 가장 좋은 방향이다. 동아시아의 외환보유고를 공동 관리해서 2조 달러 이상의 여유분을 동아시아 경제의 생태화, 낙후지역의 개발에 사용해야 한다. 이런 동아시아판 마샬플랜은 이 지역 총수요를 확대해서 세계경제를 위기에서 구할 거의 유일한 길이기 때문에 미국도 반대하기 어렵다. 정권 초기에 중국, 일본, 동남아와 논의해서 이 방향으로 나아갈 것을 천명해야 한다.

구시대의 유물인 FTA 협상에 목매달 때가 아니다. 최근 IMF 가 허용한 나라별 자본통제도 동아시아 국가들이 동시에 토빈세를 부과할 때 가장 효과가 클 것이다. 참고로 0.05% 정도의 토빈세를 부과하면(즉 1억 원의 외국 돈이 국경을 넘을 때 5만 원 정도의 세금을 부과하면) 약 7-8조원의 세수가 늘어난다.

셋째는 복지국가 건설의 경로를 밝히는 일이다.

국회의 다수를 점하는 새누리당은 '재정 건전성'을 들어 거의 모든 복지 확대에 반대할 것이다. 현재 표류 중인 유통법이 곧 닥칠 미래의 모습인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 시행령만 바꿔도 해결할 수 있는 복지 정책, 경제민주화 정책도 얼마든지 있다. 예컨대 시행령만 개정해도 골목 상권을 보호하고 중소기업 적합 업종을 확대할 수 있다. 인수위는 모든 분야의 시행령을 검토해서 첫 번째 국무회의에서 일괄 처리해야 한다.

서민들에 대한 이런 복지는 동시에 단기 침체를 극복할 원동력이기도 하다. 국민들이 복지의 힘을 피부로 느낄 때 법을 바꿔야 하는 정책들도 해결할 수 있다. 기존 국회의원들이 무서워하는 것은 오직 국민의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새 시대의 첫 대통령'은 새 시대가 어떤 모습이고, 무엇을 해야 할지 밝히고 국민이 합의한 일부터 재빨리 실행해야 한다. 대통령 후보가 강조한 경제민주화와 보편복지가 커다란 방향임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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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10.01.21 11:40
자본시장 자유화 논거의 허구성
도표가 포함된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http://saesayon.org에서 PDF파일 다운로드

[요약]

신자유주의의 주축 중 하나는 신고전파라고 불리는 경제학자들이었다. 경제학자들이 직접적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향력은 강력했다. 이들은 학계에서 경제학의 주류로 자리 잡았고, IMF와 세계은행을 장악했다. 그리고 이들에게서 교육받은 많은 사람들이 세계 각국 정부의 경제 관료가 되었고, 신자유주의 정책을 적극 추진하였다.

신고전파 경제학자들이 집요하게 설파한 자유주의 이론의 핵심은 자본시장 자유화였다. 그들이 자본이동의 자유화를 주장하는 논거는 다음 네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한계효용이론에 따라 생산성이 낮은 개도국으로 선진국의 자본이 자연스럽게 흘러들어가게 해야 한다.
둘째, 자본시장을 자유화하면, 자본의 경기역행적 흐름으로 경제를 안정시킬 수 있다.
셋째, 국내 자본의 대외 투자를 허용하여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다.
넷째, 자본시장 개방의 훈육적 효과로 건전한 국가운영sound governance을 유도할 수 있다.

이러한 논거들이 기대고 있는 근본적 원리는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맹신이다. 다시 말해, 시장은 자율적 조정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고 정부가 간섭만 하지 않는다면 효율적으로 재원을 배분하고, 완전고용을 이루며, 생산의 결과물에 대한 형평성 있는 분배를 이룬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들의 주장과 정반대였다. 신자유주의 정책을 확대하면 확대할수록 경제는 불안정해졌고, 사회구성원 다수의 삶은 황폐해졌다. 지난 30년 동안의 신자유주의 역사는 다음의 결론에 이르게 한다.

첫째, 초국적 자본이동은 생산적인 투자와는 거리가 멀고 자산·금융시장에서 차익거래에 집중되어 있다.
둘째, 초국적 자본흐름은 경기순응적 흐름을 보이며, 투자자들의 군중심리로 인하여 한꺼번에 몰려다니면서 Boom & Bust를 일으킨다.
셋째, 국내 자본의 자유로운 대외 투자가 허용되면서 극히 소수는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더 가중된 사회경제적 위험을 떠안게 되었다.
넷째, 자본시장 개방의 훈육적 효과는 민주주의의 파괴와 주권의 위협을 의미한다.

박형준/새사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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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08.04.22 09:59


규제 풀린 금융자본이 과잉유동성 아래에서 첨단 금융기법을 동원해 금융거래를 지속한 결과, 주택 시장 거품 붕괴와 맞물려 심각한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금융의 투기화가 낳은 결과라는 비난이 거세지는 가운데, 금융에 대한 규제논의도 점차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기후 온난화와 바이오 에탄올 사용 증가 등의 요인과 함께, 경색된 금융시장에서 빠져나온 금융자본이 곡물시장에서 투기적 수요를 일으키면서 세계 곡물가격 폭등을 부채질 하고 있고 세계 식량위기를 몰고 오고 있다.


금융 투기화로 인한 금융위기와 식량위기가 동시에 세계 경제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서 유럽과 유엔에서 세계 금융거래에 대해 0.01퍼센트의 최소 세금을 부과하여 이를 개발도상국의 식량위기 대처에 사용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주목된다.


오스트리아 경제연구소의 스테판 슐마이스터에 의하면,  “전 세계 금융 거래에 최소한의 세금만 부과해도 한 해에 2,300억 달러 가량을 거둬들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물가 상승으로 위협받고 있는 개발도상국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금융 거래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은 70여 년 전 존 메이너드 케인즈(John Maynard Keynes)가 주식 시장에서의 투기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최초로 제안한 바 있으며, 1970년대에도 외환 거래에서의 투기를 막기 위해 노벨상 수상자인 미국의 제임스 토빈(James Tobin)에 의해 비슷한 아이디어가 제시된 바 있다.


최근 “토빈세(Tobin taxes)”를 지지하는 움직임은 국제 원조와 구호 차원에서 시작되어 세계화 반대 운동과 결합되어 진행되고 있다. 그들은 세계 금융 시장의 개방으로 인해 세계의 가난한 사람들이 당하고 있는 피해에 대해 시장이 보상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연 금융 투기화를 제어하고 세계 식량위기에 대한 최소 안전장치로서의 신종 토빈세가 70년대는 실패했지만 21세기에는 성공적으로 도입될지 지켜볼 일이다. 아래 번역 글은 최근 유엔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금융 거래세 내용을 실은 파이낸셜 타임즈 4월 16일자 기사이다.


(선진국 최소) 금융 거래세가 세계 빈곤을 구할 수 있다.

(Financial markets tax could aid world’s poor)



파이낸셜 타임즈 4월 16일

 Harvey Morris
번역 : 이수연 새사연 연구원


전 세계 금융 거래에 0.01%P의 세금을 부과할 경우 물가 급등과 기후변화로 고통 받고 있는 개발도상국에 수천억 달러를 지원할 수 있다고 이번 주 유엔이 밝혔다.


유엔과

세계은행, IMF의 관계자들은 뉴욕에서 특별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세계 가난한 나라들이 식량가격 급등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선진국(주류 세력)이 금융 시장을 통해 ‘최소한의 기부(최소 세금:micro-contributions)’를 실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UN은 선진국 경제계가 개도국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책임자로 필립 두스테-블래지 전 프랑스 외무장관을 임명했다. 그는 세계 시장의 균형을 깨뜨리지 않으면서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주식과 파생상품 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전 오스트리아 정책 고문이었으며 오스트리아 경제연구소의 스테판 슐마이스터도 월요일 회동에 참석하여 이와 같은 제안을 했다. 그는 전 세계 금융 거래에 최소한의 세금만 부과해도 한 해에 2,300억 달러 가량을 거둬들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물가 상승으로 위협받고 있는 개발도상국을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은행의 충고를 따라 이번 주 반기문 UN 사무총장도 같은 의견을 밝혔다. 그는 전 세계 식량 위기가 점차 확대되어 위급한 상황에 이르렀으며, 지난 7년 동안 빈곤과의 싸움에서 이루었던 성과가 모두 사라질 위협에 처했다고 말했다.


슐마이스터는 오스트리아 경제연구소의 최소 세금 계획에 대해 설명하면서 “금융 시장의 엄청난 거래량 때문에 금융 거래세(FTT: Financial Transaction Tax)를 매우 낮은 비율로 책정하더라도 엄청난 수입을 거둘 수 있다. 이 수입으로 개발 원조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초국가적 프로젝트를 추진하거나 초국가적 기관을 설립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 거래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은 70여 년 전 존 메이너드 케인즈(John Maynard Keynes)가 주식 시장에서의 투기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제안했었다. 1970년대에도 외환 거래에서의 투기를 막기 위해 노벨상을 수상자인 미국의 제임스 토빈(James Tobin)에 의해 비슷한 아이디어가 제시된 바 있다.(이른바 ‘토빈세’ 제안 -역자)


최근 “토빈세(Tobin taxes)”를 지지하는 움직임은 국제 원조와 구호 차원에서 시작되어 세계화 반대 운동과 결합되어 진행되고 있다. 그들은 세계 금융 시장의 개방으로 인해 세계의 가난한 사람들이 당하고 있는 피해에 대해 시장이 보상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까지 개발도상국의 가난을 뿌리 뽑기 위한 노력에서 세계 부자 국가들은 한 발짝 물러서 있었다. 금융 거래세는 다시 주요 이슈로 떠올랐고 유럽과 남미, 그리고 캐나다 의회의 지지를 받고 있다.


“각 나라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은 금융 거래세에 대한 찬반 토론에 불을 붙이고 있다.”고 슐마이스터는 말했다. 또 그는 금융 거래세 도입을 위한 제안들이 벨기에, 프랑스, 오스트리아의 의회에서도 지지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의 제안은 주식시장과 파생상품 시장에까지 확장하여 세금을 적용하는 것이다. 그는 이를 통해 세원이 늘어나는 이점이 있으며 기존의 세율을 이에 상응하여 낮출 수 있는 장점이 추가된다고 설명했다.


이 제안은 시장의 급변성을 조장하는 단기성 투자에 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금융 거래세는 거래 기간이 짧을수록 거래비용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갈수록 시세차익을 노리는 가격 데이터에 기반하고 있는 인위적인 투기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슐마이스터는 말했다.


올해 UN의 개발을 위한 혁신적 파이낸싱 특별 고문으로 임명된 두스테-블래지는 경제학자와 금융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제기되는 회의론에 대해서도 전했다. 사람들은 과연 이런 식의 세금이 효력을 발휘할 것인가, 오히려 시장을 불안하게 하지 않을 것인가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만약 누군가는 이를 실행하고 누군가는 실행하지 않는다면, 시장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그는 기술적 혁신이 아이디어를 더 현실성 있게 만들어 줄 것이며, ‘최소한의 기부’에 대해 전 세계적 합의가 이루어지도록 만들어 줄 것이라 말했다. 그는 오스트리아 연구소의 계획은 세금이 국제 시장에서 부정적 효과를 창출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최소한의 기부’를 실행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UN 사무총장을 대신하여 조만간 그들과 함께 실행에 옮길 것이다. 시장의 왜곡이 없는 가장 부담스럽지 않은 방법으로 할 것이다.”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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