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22정태인/새사연 원장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일주일 남은 재·보선은 내년의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일 테니 각 당이 사활을 거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내 눈에는 불을 향해 뛰어드는 부나방들로 보인다. 그런 면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천운을 타고 태어난 사람이다. 초기의 노무현 탓을 넘어서 이제 모든 문제는 바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할 충분한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금융위기의 수렁에서 허우적거리고 몇몇 유럽국가는 재정위기를 맞았다. 이웃 일본은 지진에 방사능 위기까지 맞았다. 전 세계가 맞고 있는 초유의 위기를 홀로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대통령을 모셨으니 우리는 그 얼마나 다행인가.


그런 대통령도 현재의 물가문제에 관해선 불가항력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물가 불안의 밑바탕에는 2008년 이후 전 세계가 돈을 푼 결과,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다는 사실이 깔려 있다. 국내 농산물 가격 역시 바깥에서 흘러들어온 구제역 바이러스 때문이니 모두 대통령 책임이라고 할 수는 없다. 또 한번 불가항력에 대해 최선을 다하는 지도자의 이미지다.

 금리·물가 정책 등 거품막기 급급

그의 ‘성공’ 비결은 “내가 해봐서 아는” 수출과 건설이다. 미국이 지난해 6000억달러 규모의 제2차 양적완화(통화증발)를 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를 향해 직접 통화절상 압력을 넣어도 원화는 꿋꿋하게 고환율을 유지하고 있다. 거의 모든 주요국의 통화 가치가 올라간 가운데 달러에 대한 원화 가치는 2007년 말 대비 여전히 20% 정도(실질로는 17%가량) 낮은 상태이다. 세계의 돈이 아시아 주식과 채권을 향해 몰려들었는데도 그렇다는 것은 한국은행이 달러당 1100원 선에서 무제한 달러를 사들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연히 그 액수만큼 시중에 원화가 풀린다. 한은은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해 그 돈을 거의 다 거둬들였다(불태화 정책). 국채를 사들인 은행들은 자산이 증가했으므로 대출을 늘릴 여력이 생겼다. 그런데 대기업들에는 수출로 벌어들인 돈이 흘러넘친다. 결국 가계 대출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여러분의 휴대전화에 수시로 들어오는 ‘값싼 대출’ 메시지는 이런 거시정책의 결과이다.

홈페이지 대문에 떡 하니 “물가안정-한국은행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입니다”라고 내건 한은이 그 물가 상승률이 4%를 넘나드는데도 금리를 사실상 동결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방 빼고 거의 모든 일을 “내가 해봐서 아는” 대통령이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은 건설이다. 해서 단군 이래 최대의 자연파괴를 조기에 달성하고 숨 돌릴 틈도 없이 20조원 규모로 강변에 대규모 리조트와 아파트를 건설하려는 것이다. 작금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위기를 막기 위해서도 건설사에 일감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도 중대형 아파트 위주로 미분양이 널렸는데 또 공급을 늘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더 많은 돈을 가계에 빌려줘 수요를 늘리면 된다. 따라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모든 부동산 규제를 풀어야 한다. 금융시장과 실물시장의 균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으려면 한은의 금리가 거품이 터지지 않도록 충분히 낮아야 하는 것이다.

고환율 정책의 핵심은 내수부문에서 세금을 거둬 수출부문에 보조금을 주는 것이다. 달러매입과 흑자로 넘쳐나는 돈은 다시 부동산 부문에 빌려줘서 고리를 뜯는다. MB노믹스의 귀결은 수출부문과 내수부문의 양극화, 자산거품과 가계부채라는 양대 폭탄이다. 이 정부의 임기와 함께 시작된 ‘세계적 대침체(Great Recession)’라는 조건이 아니었다면 MB노믹스는 엄청난 투기거품을 일으켰을 것이고 이미 그 폭탄은 터졌을 것이다.

차기 정권서 ‘펑’ 하며 터질 수도

참여정부는 처음 1년 동안 국민의 정부가 떠넘긴 신용카드 위기를 막는 데 급급했다. 내년 대선의 승리는 그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핵폭탄을 인수하는 일이다. 정권이 문제가 아니다. 여야의 지도자들 모두 진정 국민을 위한다면, 그리고 차기 정권의 성공을 원한다면 당장 4대강 사업 등 모든 토목공사를 중지하고 임기 내에 자산거품 문제를 해소하라고 한목소리로 대통령에게 외쳐야 한다. 복지고 뭐고 그 다음 일이다.

 이 글은 경향신문에도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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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6.2 지방선거가 집권여당의 참패로 막을 내린 후 한 달이 가까워지고 있다. 국민은 천안함 북풍의 정치적 이용에 저항했을 뿐만 아니라, 4대강 사업과 세종시 계획 수정, 그리고 MB식 특권 교육을 명확히 거부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민심을 받아서 세종시 수정안을 포기할 뜻을 비치면서도 여전히 4대강 사업에는 집요한 추진의지를 꺾지 않고 있어 지방선거 이후 사회적 통합과 민심 수습을 어렵게 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의 비용대비 경제적 효용성이나 환경영향, 국가재정 운용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등은 이미 재론할 여지없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강조해야 할 대목이 바로 고용창출 효과다. 당초 정부는 2009년 1월, 4대강 사업을 포함 국가 토목사업 계획을 발표하면서 임기 4년 기간 동안 96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공언한 바가 있다. 그리고 1년 반이 지났다.

그런데 실제 고용창출 효과는 어떠한가. 그러나 2009년 이후 건설업의 취업자 수 증가실적은 모든 산업을 통틀어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9년 상반기에 건설업 종사자 수는 증가는 고사하고 10만 명 이상이 감소했다. 양적으로 빠르게 고용이 회복되었던 올해 5월의 전체 취업자 수 증가가 60만 명에 육박하고, 제조업 취업자 수도 19만 명이나 늘어났던 데 반해 건설업 취업자 수는 고작 4만 9천명 밖에 늘지 않았다.

물론 공공토목건설 외에 민간 주택건설 경기 등이 부진했던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위기로 재정적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총 예산 24조 원 이상을 투입하는 대규모 국책토목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는데 관련 산업의 고용창출 효과가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면, 그 하나의 이유만으로도 4대강 사업의 재검토 사유가 되어야 한다. 지금 일자리 창출보다 중요한 국가 사업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이명박 정부는 일본 정부의 경제정책 자문인 오노 요시야스 오사카대학 교수의 다음과 같은 의견을 경청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는 일본이 지난 1990년대 이후 장기불황 대처에 실패했던 이유를 다음과 같이 분석하고 있다.

“(일본의 장기불황 상황에서) 잉여 노동력을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데 그런 발상이 없었다. 대신 돈을 뿌리면 수요가 회복한다고 생각해 감세, 내실을 생각하지 않은 공공사업에 투자했지만 큰 효과 없이 국채만 늘었다.” 이명박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감세 정책이나 4대강 사업에 대한 통렬한 반박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이어서 이렇게 언급했다.

“ 이번에는 비효율이 불황의 원인이라고 착각해 생산 효율화를 추구했다. 정부의 낭비가 문제라며 공공사업을 축소했다. 고이즈미 정권의 구조개혁이다. 하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력이 남는데 생산효율화를 추구하고 공공사업을 줄이면 실업이 늘어날 뿐이다. 그 때문에 디플레가 더 악화해 고용불안은 커지고 수요는 더 줄어 경기가 얼어붙는다. 지금까지는 사람이 남는데 더 사람을 줄이는 효율화였거나 재정규모만 따졌지 노동자원 유효활용이라는 원래 생각해야 할 부분을 잊고 있었다." 이 역시 이명박 정부가 공공부문 구조조정과 민영화 정책이 고용창출 입장에서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일본의 사례를 들면서 정확히 적시하고 있지 않은가.

결국 불황의 늪을 탈출하고 체감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고용창출 과제가 현재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감세, 4대강 사업, 공공부문 구조조정과 민영화로는 전혀 이룰 수 있는 정책목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올해 상반기 경기가 큰 폭으로 회복되고 있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그나마 외형적인 고용여건이 개선되고 있다지만 그것이 4대강 사업의 결과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 동안 진보에서 주장한 사회서비스 부문에서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을 뿐이다. 그나마 정부의 외면 속에서 나쁜 일자리만 늘어나고 있다. 하루빨리 민심이 요구한 4대강 사업 중단을 받아들이고,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질 좋은 일자리가 안착되도록 정부의 역량을 돌려야 할 것이다. 토목건설 뉴딜이 아닌 소프트 뉴딜로 전환하자는 말이다..

김병권 bkkim21kr@saesayon.org

* 진보정치 2010년 6월28일자 칼럼으로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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