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 04 / 20 최민선 원문보기 :

소득 둔화, 가계부채 급증 … 등록금 부담,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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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만원도 이렇게 큰 돈인데 그 비싼 등록금은 어떻게...?”

지난 9일 MBC <무한도전>을 보다 마음이 뭉클해졌다. 대학가에서 머리띠 판매에 나선 유재석, 박명수가 대학생들의 텅 빈 주머니 사정에 씁쓸해하는 장면과 함께 뜬 자막 때문이다. 그들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머리띠를 만원에 판매할 계획이었으나 오히려 원가도 안 되는 비용으로 물건을 내주는 상황에 처한다. 갈수록 치솟는 등록금과 생활비만으로도 빠듯한 대학생들의 경제 사정이 여과없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10년간 두 차례의 경제위기에도 고공행진한 등록금

그렇다면 대학생들에게 등록금은 얼마나 큰 부담으로 다가올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우선, 가계소득이 해마다 얼마나 증감했는가를 등록금 인상률과 비교해보자. [그림 1]과 같이 전년대비 가계소득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0% 이하까지 뚝 떨어졌다가 2000년대 들어 회복세를 보이는 듯하더니, 2008년 경제위기로 또다시 마이너스 대에 진입한 바 있다. 20년 간 두 차례의 커다란 경제적 타격을 받은 것이다.

[그림 1] 전년대비 가계소득 증감율과 대학등록금 인상률 비교 : 1991~2010

                                                                                                                      (단위 : %)

 * 출처 : 통계청, 가구당 월평균 가계수지(도시, 2인 이상)

이러한 와중에도 대학등록금은 꾸준히 인상돼 왔다. 국공립대의 경우 등록금 인상률은 90년대 중반에 10%를 넘어섰고 1997년 경제위기로 인해 잠시 주춤하다 해마다 꾸준히 인상률을 높여 2008년 경제위기 전까지 다시 10%대의 고점을 찍었다.

 국공립대 등록금 인상률이 가계소득 증가율을 앞선 것은 2002년 이후부터다. 2003년부터 국공립대 등록금 자율화 조치 이후 등록금 상한제가 풀리면서 정부가 등록금 가격책정을 대학에 자율로 맡겼기 때문이다. 정부가 매년 가계의 경제상황에 따라 등록금 상한기준을 제시하던 역할을 포기하자마자 대학은 재정악화를 이유로 ‘묻지마 인상’을 실시했다.

 1989년 등록금 자율화 조치가 실시된 사립대의 경우에는 90년대 초반에 이미 15% 이상의 급격한 인상률을 보였다. 1997년 경제위기 이후에는 그나마 인상폭이 줄었으나 5~10%씩 꾸준히 등록금을 인상해 왔다. 사립대 역시 국공립대와 마찬가지로 2002년 이후 등록금 인상률이 가계소득 증가율보다 높아졌다. 전반적으로 경제가 침체되는 국면에서 국민들은 허리를 조이고 있는 상황에서도 등록금은 꾸준히 오른 결과다.

 결국, 대학등록금의 최고 금액은 2010년 국공립대는 1,620만원, 사립대는 1,347만원에 달했다. 2000년에 국공립대와 사립대의 최고 등록금이 각각 496만원, 655만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사립대는 두 배 이상, 국공립대는 네 배 가까이 치솟은 것이다. 직장인들의 평균 월급 241만원(2010년 4월 기준)으로는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지 오래다.

[그림 2] 대학 연도별·설립별 최고·최저 등록금 추이


* 출처 : 통계청, 2010 교육통계분석자료집

그렇다면 대학생들의 생활비 부담은 어느 정도일까. 한국교육개발원의 ‘대학의 교육비와 수익률 분석 연구(2008)’ 보고서를 보면, 6개월간 지출하는 대학생의 생활비 수준은 평균 113만원, 사교육비는 57만원으로 총 169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부모님과 함께 살지 않는 경우는 생활비 지출이 더 높아 214만원이었다. 연간 400만원 이상의 생활비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보고서에서 조사한 생활비에는 기숙사나 하숙비, 교통비, 교재구입비, 학용품비 등 학교교육 활동에 참여하기 위해 개인이 필수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만 포함돼 있다. 이는 대학생들이 실제 많이 지출하고 있는 식비나 의류비, 문화생활비 등을 추가하면 더 많은 생활비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고소득층이 아니고서야 용돈이나 알바비를 아끼고 아껴 써야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무한도전>에 나온 대학생들의 빈 지갑은 결코 연출된 게 아닌 것이다.

빚 늘고 저축 줄어드는데 등록금은 오르고

고액의 대학등록금은 현재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 뿐 아니라 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앞서 살펴본 바대로 최근 가계 소득이 둔화되고 있는 환경에서, 가계는 부채를 통해 소비지출을 늘리고 있고 소비가 소득 증가율을 초과해 저축률은 줄어들고 있다. (새사연, <가계부채와 거시경제정책>, 2011.03.29)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과 가계저축률의 추세를 살펴보자. [그림 3]의 가계부채 비율을 보면, 1990년 70%였던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신용카드 버블이 발생한 2002년에 124%까지 올랐다. 미국보다 훨씬 가파르게 오르던 한국의 부채 비율 추세는 2008년 경제위기 이후에도 상승해 2010년 말 기준 155%까지 올랐다.

반면, 가계저축률은 [그림 4]에서 알 수 있듯 경제개발과 함께 꾸준히 상승했으나 IMF 외환위기를 경험하면서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1998년 21.6%였던 가계저축률은 2002년에는 역사상 최저점인 0.4%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가계 부채가 큰 폭으로 빠르게 증가하는 것과 동시에 저축률은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 3] 한국과 미국의 가계부채 비율 비교 : 1990~2010

 

[그림 4] 한국과 미국의 가계저축률 비교 : 1980~2010

        * 출처 : 새사연, <가계부채와 거시경제정책>, 2011.03.29

이와 같은 실정에서 갈수록 불어나는 대학등록금은 각 가정의 빚을 늘리고 저축을 줄이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전체 소비지출에서 교육비가 식료품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그 교육비 중 사교육비를 제외한 정규교육 비용에서는 대학등록금이 가장 덩치가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정의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졌을 때 사교육비는 임의로 줄일 수 있지만 대학등록금은 개인이 마음대로 줄일 수가 없다.

얼마 전 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실태조사>가 화제가 됐다. 출생 이후부터 대학졸업까지 자녀에게 드는 양육비용이 2009년 기준 2억 6,204만원인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억’ 단위의 양육비를 보며 젊은 층은 “애 낳고 살 세상이 못 된다”며 고개를 내두르고 중·장년층은 “먹고 살기 정말 힘들다”며 혀를 끌끌 찼을 터다.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2006년과 2009년 사이, 자녀 양육비를 증가시킨 주된 요인은 무엇인가다. 자녀 양육비는 3년 만에 3천만 원이나 증가했는데, 학교급별로 따져보면 초등학생 60만원, 중학생 78만원, 고등학생 189만원이 증가한 것에 비해 대학생은 337만원으로 그 증가폭이 월등히 차이가 났다.

대학생 양육비가 급증하게 된 원인은 단연 대학등록금 인상 때문이다. 초·중등학생 교육비의 경우, 공교육비는 거의 변동이 없고 사교육비가 증가한 반면, 대학생 교육비는 사교육비는 오히려 감소했으나 공교육비에서 증가했다. 대학생에게 들어가는 양육비가 7천만 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등록금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인상된다면 몇 년 안 가 자녀를 대학에 보내려면 ‘억’ 단위의 자금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대물림되는 빚, 두고만 볼 것인가

갈수록 높아지는 부모의 양육부담은 세계 1위의 저출산 국가로서 한국의 위상을 공고히 할 뿐 아니라 부모의 노후대비도 어렵게 한다. 아니, 노후대비 자금을 마련하기는커녕 오히려 부모가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얻은 빚을 고스란히 대물림할 가능성이 크다. 고령화 사회로 급속히 진입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그에 대한 대책은 부재한 까닭이다.

대학생 본인이 지는 빚도 문제다. 높은 등록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정부가 실시하는 학자금 대출은 해가 갈수록 이용자가 늘고 있다. [그림 5]를 보면 알 수 있듯, 정부의 직접 이자지원 방식으로 이뤄지던 학자금 대출제도가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로 전환된 2005년부터 대출자 및 대출액은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2005년 29만 4,000명이었던 학자금 대출자는 2010년 76만 1,327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고 대출액 역시 3조원에 이르렀다.

[그림 5] 학자금 대출자 및 대출액 추이 : 1999~2010

* 2010년 통계는 기존 학자금과 든든학자금 대출 현황을 합한 결과임.

학자금 대출을 받은 학생은 졸업 후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원금 상환의 고초를 겪게 된다. 이는 지난 1월, 취업포털 잡코리아에서 직장인과 구직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직장인과 구직자 각각 60.4%, 49.5%가 ‘부채가 있다’고 답했고, 빚을 지게 된 요인 중 하나로 직장인(19.2%)과 구직자(50.0%) 모두 등록금을 꼽은 것이다.

 직장인은 평균 2,759만원, 직장을 아직 구하고 있는 구직자조차 천만 원이 넘는 빚을 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직장인의 1/5, 구직자의 절반은 등록금 마련을 위해 진 빚을 갚고 있다. 고교 졸업생 10명 중 8명이 대학에 진학하고, 대학을 졸업해도 겨우 절반만 취업이 되는 현실에서 이러한 등록금 문제는 학생 본인, 가정, 나아가 전 국가적 문제일 수밖에 없다.

청춘이 청춘답게 사는 사회를 위해

“자녀 교육비보다 늙은 나에게 선물을 준비하자!”

얼마 전에 본 한 금융기관의 광고다. 사교육비, 대학등록금 마련으로 노후설계는 꿈도 못 꾸는 수많은 부모의 가슴을 후벼 팔 문구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자식세대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상승할 수 있다고 믿는 부모는 50%도 채 안 된다(한국의 사회동향, 2010). 그나마 계층이동을 하기 위해서는 서열이 높은 대학에 자녀가 진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자녀가 대학 이상의 학력을 갖기 원하는 부모는 90%를 훌쩍 넘는다(한국교육종단조사, 2005). 그리고 자녀양육의 책임한계를 ‘대학 졸업 할 때까지’로 보는 부모는 50%나 된다(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실태조사, 2009). 이러한 사회에서 부모가 양육부담의 굴레를 벗어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각종 매체에서 ‘가계부채 대란’이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가계부채가 800조원에 육박했다고 한다. 대학등록금은 빚을 지는 결정적 요인은 아니지만 상당부분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등록금은 여전히 오름세고 소득은 둔화되고 있다. 빚은 또 다른 빚을 낳고, 이는 세대에 걸쳐 대물림된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등록금이 없으면 빚 내서 다녀라’는 식의 정부 정책은 부모·학생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불안한 경제, 소득양극화, 청년실업, 그리고 만연한 경쟁 이데올로기 속에서 이들이 믿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방법은 없는가.

흔히 20대 젊은이들을 ‘청춘’이라 부른다. 이들에게 장밋빛 미래를 보여줄 수 없다면 열심히 꿈을 쫓으면 실현할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줄 수 있는 사회여야 한다. 그들이 푸른 봄빛처럼 반짝이는 진정한 ‘청춘’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부풀어 오를 대로 오른 대학등록금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 하여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을 시작으로 그 출발선에 서야 한다.

최민선 humanelife@saesay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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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11.03.28 15:08
2011 / 02 / 17      최민선/새사연 연구원
자율고 개선방안을 통해 본 그들의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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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자율고에 내재된 세 개의 폭탄

2. 자율고, 경쟁률 하락의 진짜 이유

3. 제2의 외고가 될 것인가 삼류학교로 남을 것인가

4. 차별 교육 아닌 '수평적 다양성' 교육 실현해야




[본문]



“그들이 1년에 1억 원씩 쓰면서 바라는 건 딱 두 가지야. 불평등과 차별. 군림하고 지배할 수 없다면 차라리 철저히 차별 받길 원한다구. 그게 그들의 순리고 상식이야.”

 

최근 세간의 이목을 끈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 나온 대사다. 스스로 ‘사회지도층’을 자임한 남자 주인공(현빈 분)은 백화점의 VVIP룸 고객의 권리를 이렇게 읊는다. 드라마 속 ‘그들’이 원하는 불평등과 차별은 현실 사회 구석구석에 묻어난다. 사회의 근간이 되는 교육에서조차.

 

얼마 전부터 자율형 사립고(이하 자율고)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고교평준화에 대한 논의도 재가열되고 있다. 다수의 언론은 이를 교과부와 소위 진보교육감과의 마찰에 초점을 맞춰 보도한다. 그러나 자율고와 같은 특수형태 고교나 고교평준화 제도는 일부 교육관료들의 갈등으로만 치부될 문제가 아니다. 피라미드처럼 서열화돼 있는 고교체제 전반의 문제이며, 나아가 대입경쟁과 학벌구조의 폐해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국민 대다수의 문제다.

 

그러나 현재 교과부의 주장은 국민 대다수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드라마 속 ‘그들’의 논리와 유사하다. 자율고에 대한 최근의 논란을 진단하고 그에 대한 방안을 모색해보자.

 

자율고에 내재된 세 개의 폭탄

 

지난 1월 12일, 교과부는 ‘자율고 운영 내실화를 위한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주요내용은 ▲2012년까지 100개의 자율고를 지정하겠다는 당초 목표에 연연하지 않고 혁신도시·기업도시·경제자유구역 및 세종시 등에 위치한 사립고를 중심으로 지정, ▲서울을 제외한 평준화 지역의 자율고에 자기주도 학습전형 도입, ▲신입생 충원율 60% 미만인 자율고에는 워크아웃 제도 도입, ▲맞춤형 컨설팅, 우수사례 발굴·확산 등으로 내실있는 운영을 지원한다는 방안이다.

 

교과부가 이러한 개선방안을 시급히 내놓은 이유는 올해 자율고 입시 경쟁률이 하락하고 몇몇 학교의 경우 입학정원이 미달되는 사태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올해 자율고의 평균 경쟁률(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 제외)은 1.5대 1로, 지난해 경쟁률(2.5대 1)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전국 51개의 자율고 중 27%에 달하는 14개교에서는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서울 용문고의 경우 200명이 넘는 결원이 발생해 자율고 지정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자율고의 입시 경쟁률이 하락한 원인은 무엇일까. 그에 앞서 자율고의 문제점을 짚어보자.

 

애초에 자율고는 탄생 이전부터 무수한 반대에 부딪혔다. 이미 외고를 중심으로 한 특목고가 고교서열화와 사교육 과열의 진원지로 비판을 받던 차에 자율고라는 특수형태의 고교가 또 하나 보태지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고교다양화 300프로젝트’의 핵심정책으로 자율고 도입을 밀어붙였다.

 

예상대로 자율고는 고교서열의 상위권으로 바로 진입했다. 정부는 자율고의 전신 격으로 외고보다 각광을 받던 자립형 사립고도 자율고로 전환할 것을 유도했다. 일반고 위에 특목고와 자율고 두 가지 형태의 고교가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렇듯 ‘특권학교’로 자리잡은 자율고는 외고와 마찬가지로 ‘입시학원화, 사교육 팽창, 귀족학교’라는 세 가지 주요 문제를 고스란히 안고 있다. 그 문제점을 간단히 짚으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자율고는 학교 측에 자율권이 대폭 부여돼 교육과정의 6분의 5를 학교가 알아서 운영할 수 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학생들은 입시경쟁에 유리한 학교에 몰리게 돼 있다. 이에 자율고는 신입생을 충원하기 위해서라도 교육과정 자율권을 ‘입시준비를 위한 자율권’으로 악용한다. 영어와 수학과 같은 주요과목 시간을 늘리고 예체능 과목 시간은 줄이는 식이다.

 

둘째, 자율고가 명문대 진학생을 다수 배출해 입지를 굳히면 학생 수요가 늘고 이에 따른 사교육이 팽창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외고에 들어가기 위해 초등학생 때부터 사교육을 받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게다가 외고는 지금껏 성적 상위 2~3%에 해당하는 중학생이 경쟁했다면, 자율고는 내신 30~50% 이상 지원이 가능해 사교육이 더욱 폭넓게 성행할 수 있다.

 

셋째, 자율고는 등록금이 일반고의 3배 이내로 규정돼 있다. 대략 350~450만원 선이다. 학교운영비나 보충수업비와 같은 수익자부담 경비를 더하면 4~5배에 이른다. 그야말로 ‘귀족학교’다. 2010년에 자율고로 전환된 서울지역 13개교에서 입학생 아버지의 소득별 분포 비교 결과를 보면 이는 명확해진다. 이들 학교는 자율고로 전환 이후 아버지가 고소득직인 비율이 5.6%p 증가하는 반면, 저소득직인 비율은 8.6%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율고, 경쟁률 하락의 진짜 이유

 

지난해 외고와 더불어 자율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는 올해 초 고교체제 개편의 일환으로 이들 학교의 입시제도 개선안을 내놓았다. 외고는 ‘자기주도학습전형’을 도입해 영어 내신과 학습계획서, 면접을 바탕으로 학생을 선발하도록 했다. 기존의 입시전형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돼 오던 중학교 전 과목 내신성적 반영이나 영어듣기평가를 금한 것이다.

 

자율고에 대해서는 비평준화 지역은 필기고사 외 방식으로 학교 자율적으로 선발하도록 하되, 평준화 지역은 선지원 후추첨으로 지원자를 내신(30% 이상)이나 면접을 통해 1차적으로 추려낸 후 추첨하도록 했다. 단, 서울지역은 내신 50% 이상인 지원자 중 추첨하는 방식을 고수했다.

 

입시제도 개선과 더불어 정부는 일반고 지원 이전에 학생을 선발하는 전기학교는 한 학교 이상 지원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특정 외고와 자율고를 동시에 지원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지원한 전기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학생은 일반고로 진학하게 된다.

 

올해는 이러한 정부의 조치 이후에 처음으로 실시한 고교입시였다. 앞서 밝혔듯, 결과적으로 올해 외고와 자율고는 전반적으로 입시 경쟁률이 낮아졌다. 특히 자율고는 다수의 학교에서 미달사태까지 발생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과연 정부의 입시제도 개선책이 효력을 발휘한 것일까. 그 원인을 몇 가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서울을 중심으로 자율고가 대거 생겨나면서 공급이 과잉됐다. 실제 서울지역 자율고의 입학정원은 지난해 4,955명에서 올해 1만462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그런데 한 해 중학교 졸업생 12만명 가운데 자율고에 지원 가능한 내신 상위 50% 이내 학생은 6만명이고, 지난해 자율고 신입생 출신학교 내신분포 결과에서 전체 학생 중 약 3분의 2를 차지했던 내신 상위 30% 이내 학생은 3만6천명이다. 그들이 전부 지원해도 경쟁률은 3대 1. 하지만 자율고는 아직 학생의 수요가 대거 몰릴 정도의 차별성을 갖지 못해 올해 경쟁률은 1.5대 1에 그쳤다.

 

또한 올해부터 자율고와 외고·과학고의 동시지원이 안 되자 학생들은 신중한 선택을 해야 했다. 지난해보다 늘어난 3,000명의 자율고 지원자는 어쩌면 입시제도 개선으로 영어 내신성적이 최상위권인 2~3%에 들지 못해 외고 지원을 포기한 학생들로 채워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해도 3,000명의 자율고 추가 지원자는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자율고 학생 수에 비해 소수에 불과하다. 결국 올해 경쟁률 1.5대 1이라는 결과는 정부가 학생들의 자율고에 대한 낮은 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고 공급에만 열을 올렸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둘째, 자율고는 도입 후 2년밖에 되지 않아 입시경쟁력이 입증되지 않았다. 학생들이 지원을 원하는 학교는 뭐니뭐니 해도 소위 명문대 혹은 ‘In seoul’이라고 일컬어지는 대학에 다수의 학생을 진학시킨 학교다. 그런데 자율고는 2년 전 입학한 학생이 아직 졸업을 하지 않아 일종의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학생들이 집과 떨어진 지역에 위치한 자율고를 선택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셋째, 학교 재정이 튼튼하거나 소득이 높은 지역에 위치한 학교 외에는 일반고와 차별성이 없다. 자율고는 정부지원금이 없기 때문에 사학이 투자의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나머지 부담은 학부모에게 돌아가게 돼 있다. 안 그래도 등록금이 높은데다 별도의 비용까지 부담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큰 부담이 되지 않으면서도 좋은 교육환경에서 교육받기 위해 학부모는 재정 형편이 나은 학교를 선택한다. 또한 흔히 ‘사교육 특구’로 불리는 강남, 서초, 송파, 양천, 노원 등의 고소득층이 밀집한 지역에 위치한 자율고는 주변의 고급 사교육기관들 덕에 인기가 많다.


반면, 학교 재정이 불안정하거나 지역적으로 입시에 유리한 환경을 갖추지 못한 학교의 경우에는 또 다른 학생 유인요소가 필요하다. 교과교실제와 같은 교육시스템이나 질 높은 교수학습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현재 그 외의 자율고 중에는 이렇다 할 특성화된 교육프로그램을 갖춘 학교가 거의 없다. 일반고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제2의 외고가 될 것인가 삼류학교로 남을 것인가

 

올해 자율고의 낮은 입시 경쟁률은 이와 같은 세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과도하게 자율고를 확대하려 했지만, 자율고의 실상은 학생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일반고보다 큰 등록금 부담을 짊어져 가면서 일반고와 다를 바 없는 교육을 받을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현상에는 정부의 입시제도 개선책도 일정정도 효력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특목고나 자율고와 같은 특수형태의 고교에 성적 우수 학생을 선별할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자 수요가 돌아선 것이다.

 

그러나 경쟁률 하락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자율고가 도입 취지와 달리, 학교에 부여한 다양한 자율권만큼 다양하고 질 높은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모델로 정착하지 못하는 데 있다. 자율고의 지원 양상을 보면, 현재 자율고는 크게 진학실적이 좋은 ‘제2의 외고’ 형태의 학교와 일반고와 다를 바 없지만 등록금만 높은 ‘비싼 학교’ 형태의 학교로 나뉜다. 전자의 형태는 학생 지원이 몰리지만 후자의 형태는 학생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때 정부는 무엇보다 교육과정의 다양화·특성화를 개별학교에서 어떻게 현실화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안을 내놓는데 주력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자율고 경쟁률 하락에 대한 대책으로 자율고 확대는 포기하지 않되 평준화 지역까지 학생선발권을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대신 일반지역에서의 확대보다는 혁신도시·기업도시·경제자유구역 및 세종시 등에 위치한 사립고를 중심으로 지정하겠다고 한다.

 

이번 대책을 통해 정부는 앞서 밝힌 자율고 경쟁률 하락의 첫째 원인인 무리한 자율고 지정 확대에 대한 비판에는 신설도시에서 공급을 늘리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해 교묘히 피해갔다. 여전히 자율고 확대 기조를 버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둘째 원인인 입시경쟁력이 검증이 안 돼 학생 수요가 낮은 문제에 대해서는 자율고에 학생선발권을 줘 성적 우수 학생을 가려 뽑을 수 있도록 했다. 올해부터 외고에서 실시한 ‘자기주도학습전형’을 자율고에도 도입해 오히려 자율고가 ‘제 2의 외고’가 될 수 있는 길을 터준 것이다. 게다가 외고는 ‘외국어에 능숙한 인재 양성’이라는 학교의 목표와 학생 선발기준이 비교적 명확한데 비해, 자율고는 개별학교마다 특성이 다르고 건학이념도 뚜렷하지 않아 ‘자기주도학습전형’을 도입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검토해야 한다.

 

셋째 원인인 학교 재정이 부실하거나 입시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돼 있지 않아 미달사태를 겪은 학교에 대해서는 워크아웃 제도를 도입했다. 임시방편으로 신입생 충원율이 60% 미만인 자율고에 학교 운영정상화에 필요한 경비를 국고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율고는 본래 정부로부터 재정결함 보조금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재정을 운영하는 학교다. 정부는 대신 자율고에 투자할 정부 보조금을 일반고에 투자해 교육의 질을 높이겠다고 밝혀왔다. 이번 정부의 조치는 이러한 지금까지의 주장을 뒤집는 꼴이다.

 

차별 교육 아닌 ‘수평적 다양성’ 교육 실현해야

 

정부는 현재 주요 교육정책으로 공언한 바 있는 자율고가 실패한 상황에서 어떻게든 그 모델을 성공시켜 그 숫자를 늘리는 데에만 혈안이 돼 있다. 학교 측에 학생선발권을 주겠다는 이번 대책은 이러한 정부의 조급증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러나 자율고는 진학실적에 따라 학생 지원이 몰리는 현실에서 입시전문기관화 될 소지가 너무 크다. 일반고와 차별성이 없으면서도 등록금은 일반고에 비해 너무 비싸 서민층 자녀가 지원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더욱이 중요한 것은 자율고 도입 3년차가 지나면 이들 학교의 대학 진학실적에 따라 자율고가 ‘제2의 외고’로 급부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고교서열이 재확립되면서 고교 입시경쟁에 불이 붙을 가능성을 예고한다. 따라서 정부는 자율고를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대신 현 시점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야 할 자율고 대책은 다양화·특성화 교육을 제대로 실시하는 학교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정부가 입시경쟁과 사교육비를 낮추려는 의지가 있다면 자율고를 ‘제2의 외고’로 만들어서는 안 되며, 그와 동시에 학생들의 수요를 높이기 위해서는 자율고가 본래의 취지대로 자율적이고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로 탈바꿈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율고 뿐 아니라 전체 일반고 역시 마찬가지 방향의 혁신이 시급하다. 일반고에도 자율권을 점차 확대해 학교별로 특성화된 교육프로그램과 다양한 교육과정을 갖추도록 한다면 자율고와 일반고의 구별은 무의미해질 것이다. 이를 토대로 지역 내 교육 네트워크를 촘촘하게 형성하고 학교 간 교류를 넓혀 각 분야별로 좀 더 전문적인 교육을 실시하도록 해야 한다. 이는 각 지역 내에서 학생들이 원하는 공부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사회나 학부모·학생의 교육적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방안이기도 하다.

 

정부가 내세우는 수월성 교육의 진정한 의미는 학생 개개인의 잠재적 능력과 적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맞춤식 교육이다. 20%의 특권적 학교를 양산하고 80%의 일반고를 삼류학교로 전락시키는 것은 수월성 교육의 방향에 반대될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커다란 손실을 가져온다. 특권학교와 교육여건이 낮은 학교는 줄이고 일반고의 질을 높이는 것, 이것이 바로 ‘수평적 다양화’를 실현하기 위한 올바른 방향이다.

 

그런 면에서 정부는 경기도에서 촉발된 혁신학교 모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혁신학교는 일반고와 같은 등록금을 받으면서도 뚜렷한 건학이념을 가지고 학생들이 다양한 적성과 소질을 개발하도록 하는 새로운 교육시스템을 도입하고자 한다. 한 명의 학생도 낙오시키지 않겠다는 의지로 책임교육, 맞춤교육을 실시하고자 한다. 이러한 혁신학교 모델이 성공적으로 정착되는 동시에 일반학교로 전파된다면 우리가 소원하는 ‘모두를 위한 수월성 교육’은 눈 앞에서 펼쳐질 수 있다.

 

최근 경기와 강원 지역에서는 일부 비평준화 지역을 평준화로 전환시키자는 바람이 거세다. 그러나 교과부는 이들 지역의 요구를 끝끝내 거부했다. 평준화로 전환하는데 찬성하는 지역주민이 80% 이상임에도 귀를 틀어막고 있는 것이다. 이번 자율고 대책과 고교평준화 제동 등 교과부의 이러한 행보는 교과부가 ‘차라리 철저히 차별받기 바라는’ 그들의 편에 서 있음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바로 대다수 국민의 ‘상식’은 차별 없이 수평적이고 다양한 교육체제를 만드는 것임을 그들이 깨달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최민선 humanelife@saesay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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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11.03.28 13:21
2011 / 01 / 03     최민선/새사연 연구원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뛰어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교사의 질적 수준이 곧 그 나라 교육의 질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된다는 말이다. 교사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그 방안을 찾기 위해서는 교사를 교육활동에 전념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요소를 살펴보는 것이 우선이다.


교사가 교육활동에 전념하지 못하는 현실적인 이유로는 교육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잡무에 과도하게 시달린다는 점이 꼽힌다. 얼마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교사의 주당 평균 공문처리 건수가 10건 이상이라는 응답은 36.6%, 공문 처리로 수업시간을 자율학습 등으로 대체한 경험은 월 1~3회가 42%이나 됐다. 이러한 교사의 과도한 잡무는 정작 교사의 핵심 업무인 수업을 준비하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게 만들어 수업의 질을 떨어뜨린다.


시간이 갈수록 기간제 교사가 늘어나는 것도 큰 문제다. 얼마 전 서울시의회 소속 최홍이 교육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서울시내 사립 중·고교 전체 교사 1만7606명 가운데 12.9%인 2280명이 기간제 교사였다. 반면 휴직교사는 432명에 불과했다. 신분이 불안정한 기간제 교사가 교육활동에만 전념하기를 바라는 건 무리다.


정부가 진정 교육의 질을 높이려는 의지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각 학교에 사무행정직원을 늘려 교사의 불필요한 잡무를 경감시키고 기간제 교사수를 제한하는 방안부터 마련해야 할 것이다.
 

최민선 humanelife@saesayon.org


*월간 <우리아이들> 1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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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 폐교 위기 속에 피워낸 교육의 희망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보고서 제목을 눌러주시면 됩니다.

[요약문]

최근 '산촌유학'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도심에 살던 아이들이 시골로 '유학'을 가는 풍경을 일컫는 말이다. 한두 달 혹은 1년 단위로 생태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단기 유학'이 아니라 아예 시골 학교로 전학 가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몇몇 학부모들은 시골 학교를 가기 위해 4살인 아이를 입학명부에 등록을 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역류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골의 작은 학교로 처음 언론의 주목을 받은 것은 남한산 초등학교다. 99년 교육부는 대대적인 농어촌학교 통폐합 정책을 추진했다. 이는 각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사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됐다. 남한산초 역시 2000년 폐교가 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역 주민과 학부모, 몇몇 교사들의 학교 살리기 운동에 의해 남한산초는 '새로운 대안적 공립학교'로 거듭나게 된다.

남한산초는 오히려 ‘작은 학교’이기에 누릴 수 있는 장점을 충분히 살리는 것으로 출발했다. 전교생이 100여명 규모이기에 교사가 아이들 한명 한명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집안 형편이나 부모의 성향, 아이의 성격 특징, 학습발달 상태까지 두루 알 수 있었다. 학부모와 교사는 끊임없이 토론과 조정을 거쳐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갔다.

이러한 남한산초의 성공사례는 공교육에서 새로운 교육을 꿈꾸는 이들에게 실천적 지침이 됐다. 관료 주도의 수직·하향적인 교육개혁은 학교현장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실패했다는 공감 때문이다. 이에 남한산초 모델은 거산초, 삼우초, 상부남부초, 금성초 등으로 전파된다. 모두 소규모 학교다. 각 학교는 체험중심의 프로젝트 학습, 계절학교, 블록 수업, 다모임 등의 남한산초 모델을 기초로 지역적 조건과 구성원의 실정에 맞게 학교를 새롭게 일구어갔다.

작은 학교가 늘어나게 되면서 2005년에는 '작은학교교육연대' 모임이 결성됐다. 전국적인 연대 운동으로 발전하기에 이른 것이다. 작은학교교육연대 회원들은 또 다른 지역에서 새로운 학교 만들기를 시도했고 이들 학교 간에는 네트워크도 구축됐다.

그러던 중 2007년 9월부터는 전국에 '교장공모제'가 시범 운영되기 시작했다. 새로운 교육을 열망하는 교사와 학부모들이 교장 선출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특히 '내부형 교장공모제'는 학교 개혁의 새로운 계기가 됐다. 기존의 교원 승진 경쟁 체제와 달리 교장 자격증이 없는 평교사에게도 교장 임용의 길이 열렸다. 이로 인해 교육철학과 학교운영에 대해 뜻이 같은 교장과 교사들이 주축이 돼 조현초, 홍동중, 덕양중 등 새로운 학교교육의 모델이 만들어지게 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2009년 경기도에서는 '혁신학교'가 새로이 생겨났다. 혁신학교는 첫 진보 교육감으로 당선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의 핵심 공약 중 하나였다. 당시 학교 현장은 이명박 정부 집권 이후 더욱 입시 위주로 내달리며 황폐화돼 가고 있었다.

혁신학교는 한 학년을 5개 반 이하, 학급당 학생 수를 25명 내외로 제한한 형태의 학교다. 교장은 공모제를 통해 임명하며 교장에게는 교사 초빙권을 보장한다. 교무보조인력, 상담전문교사, 사서교사, 보건교사를 필수적으로 배치해 교사들이 학생 교육과 상담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교육적 여건을 조성하는 것도 중시했다.

즉, 혁신학교는 '작은 학교'와 같은 소규모 학급 편성, '교장공모제를 통한 새로운 학교'와 같은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적극 활용한 형태다. 교육청에서 주도하는 만큼 기본적인 교육 여건 조성과 효율적인 학교 운영을 위한 행·재정적 지원도 대폭 늘렸다. 다시 말해 혁신학교는 시골의 작은 학교들에서 출발한 학교 단위의 혁신운동을 계승·발전시킨 새로운 학교운동인 것이다.

아직 미완성인 혁신학교의 구체적인 상은 앞으로 수년간의 경험과 시도 속에서 완성돼 갈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밝혀진 학교 단위 혁신을 위한 기본 조건들은 포함된다. 구체적으로는 △‘배움과 돌봄의 공동체’라는 교육철학에 합의하는 헌신적인 교사와 교장의 유입, △교사의 자율권 보장을 통한 교육과정의 특성화·다양화, △학교 주체들의 참여와 소통, 자발적 협력에 기초한 학교운영,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배움공동체 형성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아직 혁신학교는 가야할 길이 멀다. 단기적 과제로는 교장공모제와 교사순환제 등에 대한 대안, 교육과정 및 평가에 대한 자율권 확보, 교육청의 재정지원, 학부모와 지역의 협력을 보장하는 안정적 체제 구축 등이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21세기 새로운 교육철학·방향에 대한 국민적 합의 과정과 대도시와 중등학교에서의 성공 모델 제시가 필요하다는 것 역시 남겨진 과제다.

다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남한산초 졸업생의 이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학교를 다니며 점수로 환산할 수 없는 삶에 대한 내면의 힘을 가지게 됐어요.”

아이들은 학교에서 가르쳐준 스스로 삶의 길을 찾아가는 방법을 평생 기억하는 법이다.

최민선 humanelife@saesay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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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10.07.13 11:42
얼마 전 영국의 주요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은 초·중등학교 절반이 평가에서 기준미달 등급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했다. 2009년 9월부터 2010년 3월까지 3,990개 학교를 평가한 결과 47%의 학교가 기준 이하의 등급을 받았다는 교육기준청(Ofsted) 발표에 따른 것이다. 잉글랜드의 경우 최고 1등급을 받은 학교는 14%에서 11%로 감소했고 최하위 4등급을 받은 학교는 2006~7년의 6%에서 9%로 증가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영·미식 정책과 유사하다. 이른바 경쟁 위주의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이다. 그러나 영·미권 국가의 학력저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경쟁 위주의 교육정책은 학생의 학력 뿐 아니라 전인적 성장·발달에도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럼에도 현 정부는 경쟁 위주의 교육정책을 고집한다. 그 중에서 ‘일제고사’라고도 불리는 전국 학업성취도 평가는 정부의 지나친 경쟁교육의 대명사로 쓰인다. 평가 후 결과를 공개해 지역별·학교별 서열화가 이뤄지고 이에 압박을 받은 각 학교 현장에서 점수 경쟁이 과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각 학교에서는 0교시, 보충수업이 늘어나고 쉬는 시간은 줄어들었다. 일제고사를 대비하기 위한 시험이 생기고 문제풀이식 수업도 늘어났다.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7월 13~14일, 또다시 일제고사가 실시된다. 전국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시험이다. 이에 일부 학부모와 학생, 교원단체는 일제고사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대신 체험학습을 중심으로 한 대안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7월 1일 새로 취임한 강원·전북 교육감 역시 일선 학교에 일제고사 미응시생을 위한 대체프로그램을 마련하도록 해 ‘선택권’을 보장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교과부는 전북교육청에 일제고사 ‘성실 이행’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내고 그래도 거부하면 해당 교육감을 고발하겠다는 등 압력을 가하고 있어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처럼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일제고사, 과연 무엇을 위한 시험일까.

정부는 일제고사 실시의 이유에 대해 각 학교별로 학습부진아를 정확히 파악해 그에 따른 처방을 내리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말과 행동은 일치하지 않았다. [표 1]은 이러한 정부의 태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일제고사 실시 후, 학습부진아 지원을 위한 교육예산은 고작 180억원 정도가 늘었다(2009년 428억원). 시·도별로 볼 때 서울, 부산, 대전, 전북에서는 오히려 예산이 감소한 결과를 나타냈다.


실제로 드러난 학습부진아 현황과 지원이 비례하지도 않는다. 시·도별로 볼 때 서울, 부산의 경우 학습부진아가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원액은 감소했다. [그림 1]과 같이 광주, 대구, 강원, 경북, 제주 지역은 학습부진아 비율에 비해 지원액은 매우 저조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학습부진아 살리기 운동 정책토론회’ 자료집, 2010)


우리와 똑같은 부작용을 겪은 일본은 시행 3년 만에 일제고사를 폐지했다. 가와바타 다쓰오 일본 문부과학성 장관은 지난해 일제고사에 대해 “개별 학교가 성적 경쟁만 해서는 의미가 없으며, 지역의 교육수준을 균등화하고 향상한다는 일제고사의 목적 달성은 물론이고 비용 대비 효과를 생각하더라도 추출시험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로써 일본은 2007년 43년만에 부활한 일제고사를 지난해에 다시 표집평가로 전환했다. 대신 일본은 일제고사에 배정된 예산을 고교 무상교육과 육아지원 등 교육복지 차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문부과학성은 일제고사를 표집방식으로 바꾸면 올해 58억엔(750억원)의 예산을 10억엔 이하로 대폭 줄일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의 학력평가를 위한 예산은 334억원(2009년)에 이른다. 2008년 학습부진아를 지원하기 위한 예산(243억)을 훌쩍 뛰어넘고 2009년 예산에는 못 미치는 수치다. 평가를 위한 예산이 평가 후 학생지원을 위한 예산만큼 부담이 크다. 게다가 일제고사 실시로 인해 각 학교에서는 교육 파행 사례가 뒤를 잇고 있다. 학생들은 경쟁 과열로 인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호소한다. 일본과 한국, 과연 어떤 선택이 합리적인가.

* 이 글은 월간 <우리 아이들> 6월호에 실린 글을 수정·보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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