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27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올 상반기 922조 원까지 늘어난 가계부채가 가계뿐 아니라 경제 전반에 심각한 부담이 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 세계 가계부채는 감소하기 시작했는데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오히려 늘어났다. 2007년 말 가계부채가 665조 원이었으니 2008년 이후 거의 40% 가까이 빚이 늘어난 셈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올 1분기부터 증가폭이 크게 둔화했다는 점이다. 이는 시중은행이 전년 대비 2% 이내 수준으로 대출 증가를 억제하고, 카드사도 정부 규제 등의 영향을 받아 대출을 억제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다.

사실 지금까지는 부채 증가가 가계의 취약한 소득을 보완해줘 가계의 구매력 확대를 가능하게 했다. 이에 따라 민간소비가 증가해 단기적으로는 내수에 기여했다. 은행들도 대출을 늘리면서 수익이 증대했고, 이 역시 경제성장에 기여했다. 말하자면 지금까지는 가계부채가 일정 부분 내수를 끌어가는 동력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반전이 시작된 것이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돼 은행에서 가계로 흘러가는 추가 대출은 줄어든 반면, 가계가 은행에 되돌려줘야 하는 이자는 늘어났다. 한마디로 은행에 대한 부채상환 부담 때문에 구매력과 소비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은행들도 대출상품 판매를 추가로 할 수 없게 됐음은 물론이다. 가계부채가 상당 기간 우리 경제에 큰 짐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채권 은행과 채무 가계의 관계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채에 취약한 계층을 중심으로 상환 불능 위험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저소득 부채가구, 자영업 부채가구, 내 집을 가지고 있지만 가난한 가구의 위험성이 크다. 이들이 바로 워킹 푸어, 자영업 푸어, 하우스 푸어라고 하는 3대 푸어 집단으로, 일을 해도 가난하고 자기 사업을 해도 가난하며 집이 있어도 가난한데, 여기에 빚까지 얹어지면서 고통이 가중되는 것이다.  

물론 1000조 원대 가계부채는 외환위기 이후 10년 넘게 누적된 결과며, 일차적으로 소득에 비해 과도하게 차입을 늘려온 가계에 더 큰 책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 때문에 지금 고통이 따른다고 얘기할 수 있다.  

그러나 돈을 빌린 가계만 책임이 있고 돈을 빌려준 은행은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까. 우리보다 먼저 가계부채로 파산을 경험한 미국의 경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금융개혁법에서 약탈적 대출 금지조항을 신설해 과잉대출을 규제하기 시작했음을 참고해야 한다. 차입자에게 감당할 수 없는 대출을 해줘 수익을 추구하고, 부실이 나면 국민 혈세나 마찬가지인 공적자금을 받아 연명하는 금융기관의 이런 행위를 포괄적으로 약탈적 대출로 간주하면서 규제를 시작한 것이다.  

우리나라 은행도 예외가 아니다. 엄격하게 상환 능력을 검증하지 않은 대출이나 10년 이내 단기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부 일시상환대출, 과도한 수수료 등 금융소비자의 상환 부담을 키울 수 있는 대출 형태 등은 포괄적으로 보면 약탈적 대출 요소를 갖춘다. 가계부채 위험과 손실 부담을 은행도 함께 나눠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부 또한 가계대출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가계대출이 감소되는 상황에서 우리만 가계부채가 늘어나는데도 “경제규모가 커지면 부채규모도 커질 수 있다”며 예방적 차원의 대책을 세우는 데 소홀했다. 아울러 저축은행 부실 우려나 신용카드사 과잉경쟁 등에 뒤늦게 개입함으로써 정책 효과를 반감시키기도 했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이자가 높은 제2금융권으로 저소득층이 몰리는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키웠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가계부채 실마리를 풀어야 할까. 먼저 집 한 채가 한 가계의 전재산이나 마찬가지인 우리 현실상 은행의 무차별적 압류조치에 대한 적정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소한의 주거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채권자인 은행의 권리도 중요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공적자금을 투입해 살아난 우리 은행의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고려해봐야 할 문제다.


약탈적 대출 규제하자는 움직임도 있어


지난해 우리나라 은행들이 올린 엄청난 수익에 대해 언론에서 문제 삼은 적이 있다. 금융감독원 발표를 보면 2011년 은행들의 세전수익은 19조 원이다. 2010년 대비 46%나 상승한 규모다. 세금을 내고 손실대비준비금을 적립하고도 12조 원이나 된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010년 6.2%, 2011년 3.6%였다. 그런데도 은행은 이익신장률이 50% 가깝게 뛰어오른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실적은 제조업처럼 해외 수출이나 기술혁신을 통해 달성한 것이 아니다. 예금 금리는 낮추고 대출 금리는 높여서 이익을 얻는 ‘땅짚고 헤엄치기’식 장사로 큰돈을 벌었고, 그것도 해외 시장이 아니라 가계부채가 심각한 국내 시장에서 벌어들인 수익치고는 지나치게 컸기에 비판이 일었던 것이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가계소득이 늘지 않고 부동산값도 오르지 않는데 가계대출을 늘렸다면, 신용과 담보가치 평가 등 상환 능력에 대한 엄밀한 검증을 하지 않았다는 추정도 가능할 법하다. 최근 상환 능력을 엄격하게 고려해 대출을 해주고, 이를 어기면 상환의무를 소멸시키는 것까지 고려한 ‘공정 대출법’을 입법화하자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최근 우리 사회에선 금융, 특히 은행의 ‘공공성’을 부쩍 강조한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세미나를 통해 “국내 은행이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내부관리 체계 개선, 사회적 책임 활동 체계화, 경영지배구조 개선 등 은행에 대한 공공성 요구에 적극 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은행들은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책임을 나눠지려는 자세를 보이고, 향후 공공성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받지 않을 것이다.


이글은 주간동아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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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4 / 20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로버트 스키델스키(Robert Skidelsky)는 워릭대학교의 정치경제학부 명예교수이며 영국 아카데미에서 역사와 경제학을 연구하는 연구원이다. 국내에서도 출판된 1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케인즈 전기를 쓴 작가이기도 하다.

금융위기 이후에는 세계경제가 장기 침체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부채를 탕감해야 한다는 주장을 꾸준히 하고 있다. 아래 소개하는 글은 세계 석학들의 기고 사이트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에 실린 것으로 역시 "부채를 탕감하라(Down with Debt Weight)"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4년이 지났음에도 아직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이유는 각 국 정부의 경제대책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것이 긴축재정이다. 그는 이미 여러 글에서 "정부가 지출을 축소하면 경제가 더 위축되므로 부채는 더 증가한다. 그 결과 정부가 채무불이행을 선언할 가능성이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증가한다."고 비판해왔다.

또 하나의 잘못된 대책은 부채에 대한 과감하지 못한 대처이다. 그는 민간 은행이 파산했을 때 정부가 구제금융을 해준 것처럼 정부도 구제금융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특히 유럽의 재정위기 해결에 필요한 대책이다. 그는 재정위기가 발생했던 초반에 독일이 그리스의 빚을 탕감해주고, 이탈리아의 채무에 보증을 서줬다면 지금의 위기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지금이라도 빚더미에 올라서 이웃 나라의 빚을 과감하게 탕감해주는 것이 빠른 경제회복을 가져오는 길이라 주장한다.

어차피 받기 어려운 빚이라면, 차라리 통크게 탕감해주라는 것이다. 그러면 채권국이나 채무국이나 모두 부채에 대한 부담을 덜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부채가 여전히 존재하는 상태에서는 채무국은 그로 인한 부담 때문에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없다. 경기는 결국 사람들의 구매력이 늘어나고, 기업의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통해 활성화되는데 부채가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구매와 투자가 늘지 않기 때문이다. 채무국이 침체되면 채권국 역시 침체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게다가 채무국의 상황을 아예 모른 척 할 수는 없으니 구제금융 등의 지원도 계속 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조금 더 근본적으로는 채무자의 파산에는 채권자의 책임도 있기 때문이다. 채무자가 채권자를 속이지 않았다면, 채무자의 상태를 채권자도 다 알고 있었다면, 그러면서도 돈을 빌려주었다면 그건 채권자의 잘못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지금 독일이 통 큰 탕감을 할 수 없는 데에는 단지 정치인들의 무지 때문만은 아니다. 독일 국민들이 자신들의 세금으로 그리스 국민의 빚을 탕감해준다고 생각하여 거부감이 컸기 때문이다. 우리가 독일 국민이라면 어땠을까?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할까? 한 번 생각해볼 문제이다.

 

 


부채를 탕감하라

(Down with Debt Weight)

 

2012년 4월 18일

로버트 스키델스키(Robert Skidelsky)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t Syndicate)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거의 4년이 되어가고 있다. 많은 이들이 어째서 경기회복이 이토록 더딘지 궁금해 하고 있으며, 전문가들도 긴 침체에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IMF에 의하면 세계경제는 2011년 4.4% 성장했어야 하고, 2012년 4.5% 성장했어야 한다. 하지만 세계은행의 최근 발표에 의하면 실제로는 2011년에는 2.7% 성장에 그쳤고, 올해는 2.5%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 수치조차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경제 전망과 현실이 불일치하는 데에는 두 가지 설명이 가능하다. 금융위기로 발생한 손실이 사람들의 생각보다 더 심각하거나 혹은 정치인들이 내놓은 경제대책이 생각보다 효과적이지 못한 것이다.

사실 은행의 위기는 신속히 진압되었다. 2008년과 2009년에는 거대한 경기부양책이 실행되었다, 미국과 중국이 앞장섰고, 영국이 조정에 나섰으며, 독일은 내키지 않아 하면서도 지원에 나섰다. 금리는 대폭 하락했고, 파산한 은행은 구제금융을 받았고, 돈을 찍어내고, 세금을 줄였으며, 공공지출을 늘렸다. 일부 국가는 통화가치도 절하했다.

그 결과 추락은 멈췄고 생각보다 빨리 회복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경기부양책은 은행위기를 재정위기와 국가채무 위기로 바꿔놓았다. 국가 채무불이행의 공포가 커지자 2010년부터 각 국 정부는 세금을 올리고, 공공지출을 줄이고 있다. 회복되는 것 같았던 경제는 다시 반전되었다.

카르멘 레인하트(Carmen Reinhart)와 케네스 로고프(Kenneth Rogoff)는 그들의 명저 '이번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에서 단기적으로 순환반복되는 심각한 은행 위기에 대한 안전한 대책은 없다고 말한다. 이런 위기는 "과도한 부채 축적"으로부터 비롯되며, 이는 경제를 "신용위기에 취약"하도록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레인하트와 로고프는 전후에 발생한 경제위기들이 회복되기까지, 신용위기가 끝나고 경제 성장이 회복된 후에도 평균 4.4년이 걸렸다고 지적한다. 부채를 축소하는 "디레버리징" 과정에 필요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대공황의 경우 10년이나 걸렸다. 이에 대해 대공황의 경우 그에 대한 정책 대처가 느렸으며, 금본위제라는 한계가 있었다고 분석한다. 금본위제란 개별 국가들이 침체를 빠져나가는 자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수 없다는 뜻이다. 결국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경기 침체의 정도와 회복에 걸리는 시간이 달라진다.

1970년대에도 거대한 금융위기들이 있었다. 레인하트와 로고프가 지목한 전후 발생한 거대한 경제 위기들은 1977년부터 2001년 사이에 있었다. 은행과 자본 움직임에 대한 규제 방식이 변했기 때문에 발생한 위기들이다. 하지만 당시 위기는 1930년대 대공황보다는 짧았다. 정책적 대응이 그렇게 한심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의 대통령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Susilo Bambang Yudhoyono)는 이달 초 영국 수상 데이비드 카메론(David Cameron)에게 인도네시아가 1998년 위기 이후 성공적인 경기회복을 이룩한 것에 대해 자랑했다. 인도네시아의 경기회복 계획은 "우리는 사람들이 구매할 수 있다고 확신해야 한다, 우리는 산업이 생산할 수 있다고 확신해야 한다..."고 말한 존 메이나드 케인즈(John Maynard Keynes)의 생각에서 출발했다.

오늘날 많은 정부, 특히 유로존의 정부는 정치적 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재정 긴축에 나서면서, 사람들은 구매능력이 있고 산업은 생산능력이 있다는 확신이 퍼지지 못하고 있다. 중앙은행이 국가의 부채를 신경 써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들이 찍어낸 돈의 대부분은 은행 안에서 머물고 있다. 침체된 소비를 살리거나 추락한 투자를 늘리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유로존 자체는 작은 금본위제이다. 부채가 많은 국가는 자국 통화를 절하시킬 수 없다. 중국의 성장이 너무 느린 지금 상황에서 세계 경제는 아직은 더 바닥을 길 것처럼 보인다. 실업률이 20% 이상 올라간 국가도 있다.

재정정책, 통화정책, 환율정책이 모두 막힌 상황에서 장기 침체를 탈출할 방법이 있을까? 예일 대학교의 존 지나코폴로스(John Geanakoplos)는 대규모 부채 탕감을 주장한다. 은행이 파산할 때까지 기다려서 부채를 줄이기 보다는 정부가 "부채면제 명령"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채권자로부터 불량 부채를 사들인 후 채무자가 지불해야 할 부채를 탕감해주는 것이다. 이는 채권자의 요구와 채무자의 부채를 동시에 해결한다. 미국에서는 기간자산담보대출(TALF, Term Asset-Backed Securities Loan Facility) 프로그램과 민관합동투자프로그램(PPIP, Public Private Investment Program)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효과적인 부채면체 방법이 되었다. 하지만 이는 규모가 너무 작다.


그러나 부채면제의 원칙은 공공부채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한다. 특히 유로존에 필요하다. 과도한 공공 부채를 두려워하는 이는 바로 은행이다. 공공 정크본드 역시 민간 정크본드만큼 불안하다. 포괄적인 부채 탕감을 통해서 채권자와 채무자 모두 나아질 수 있다. 정부의 절망적인 디레버리지 시도에 의해서 생계가 파괴된 시민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부채면제는 채무자가 파산할 경우 채권자에게도 과실이 있다는 생각에 근거한다. 채권자들이 먼저 나쁜 대출을 창출했기 때문이다. 대출 시점에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지 않는 한, 채권자 역시 대출 거래에 있어서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

1918년, 케인즈는 "우리가 이런 종이 수갑으로 우리의 손발을 묶는다면, 우리는 다시는 움직일 수 없게 될 것이다." 고 말하며 1차 세계대전 당시 동맹국 간에 발생한 부채를 탕감할 것을 촉구했다. 그리고 1923년에 "긴축 절대주의자야말로... 혁명의 진정한 산파이다." 라고 말한 케인즈의 외침은 오늘날의 정치가들이 주의해야 할 경고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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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09.10.12 10:51
얼마 전 국제통화기금(IMF)은 가장 빠르게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나라로 한국을 주목했었다. 한국의 재정지출 규모가 GDP 대비 3.6퍼센트로 G20 국가들의 평균인 2퍼센트보다 크게 상회했으며, 그 결과 올해 1분기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서고 OECD 회원국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그 덕분에 위기극복의 사례로서 내년 G20 정상회의 개최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구체적인 평가를 잠시 미루어 둔다면, 정부의 발빠르고 과감한 재정지출 확대는 분명 위기진화의 일등 공신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과감한 재정지출로 인한 국가채무의 급속한 증가가 문제가 되고 있다. 국정감사에서는 올해 국가채무가 사실상 1439조 원에 이른다는 주장도 나오면서 논란이 증대되고 있다. 국가채무의 개념과 규모, 그리고 현재 우리 국가채무의 문제는 무엇인지 정리해보자.

국가채무 400조 원? 1400조 원?

국가채무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모두 포함하여 국가가 중앙은행이나 민간으로부터 빌려 쓴 돈을 말한다. 현재 ‘국가재정법’에 의해 정의된 국가채무는 국채와 차입금, 국고채무부담행위만을 포함한다. 국채는 세입부족액을 보전하기 위해 국가가 발행하는 채권으로 국고채권, 국민주택채권, 외화표시 외국환평형채권(외평채)이 있다. 차입금은 정부가 한국은행, 민간기금 또는 국제기구 등으로부터 법정 유가증권의 발행없이 직접 차입한 금액이다. 국고채무부담행위는 예산에 포함되어 있지 않던 지출이 발생할 경우 이를 국가의 채무로 부담하고 다음 년도 예산안에 포함시켜 국회 의결을 받는 것을 말한다.

이것이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국가채무의 개념이며, IMF의 기준이기도 하다. 이에 따르면 2008년 국가채무는 308조 원으로 GDP 대비 30.1퍼센트에 이른다. 올해에는 366조 원, 내년에는 407조 원을 넘어 GDP 대비 36.9퍼센트에 이를 전망이다. 하지만 이것은 매우 협소한 개념으로 국가가 직접적으로 채무자가 된 경우만을 계산한 것이며, 지방자치단체의 빚은 제외한 것이다.

                                     그림1. 2007년 결산기준 국가채무 구성
* * 출처: 국회예산정책처 ‘2009년도 예산안 국가채무관리계획 분석’

따라서 실질적인 국가채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범위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 즉, 정부가 발표하는 400조 원의 공식적인 국가채무보다 더 많은 빚들이 숨겨져 있다는 뜻이다. 일단 국가 보증채무라는 것이 추가되는데, 이는 민간 금융기관 등이 해외로부터 돈을 빌릴 때 국가가 상환보증을 서는 경우에 발생한다. 공기업과 공단의 채무 역시 국가채무로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채무도 포함시켜야 하지만, 일단은 중앙정부만을 고려하기로 하자.

공기업 채무와 민자사업 손실 지원 보조금도 포함해야

최근 국정감사에서 이한구 의원(한나라당)이 이런 식으로 계산된 광의의 국가채무를 공개했는데 2008년의 경우 무려 1439조 원에 이르렀다. 공식적인 국가채무에 비해 5배 정도 많다. 앞서 말한 국가직접채무에 보증채무와 부실채권정리기금부채, 예금보험공사 및 예금보험기금관련부채, 4대 공적연금 책임준비금, 한국은행 외화부채, 통화안정증권 잔액, 준정부기관 및 공기업 부채 등을 합친 결과이다.

여기에 또 하나 추가되어야 할 중요한 요인이 민자사업이다. 민자사업은 정부의 재정지출 부담을 줄인다는 의도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민자사업에 따라붙는 ‘최소운영수입보장제’로 인해 오히려 정부재정을 축내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천공항철도이다. 민자사업이었지만 운영수입 보장을 위해 정부는 2007년 1040억 원, 2008년 1666억 원을 보조금으로 지원했다.

이렇게 공기업과 민자사업이 공식 국가채무에서 제외되어 있는 까닭에, 정부가 이들에게 채무를 이월시키는 모습이 최근 눈에 띈다. 얼마 전 국토해양부는 4대강 사업비 15조 3000억 원 중 8조 원과 경인운하 사업비 2조 2000억 원 중 1조 8000억 원을 수자원공사에 떠넘겼다. 참고로 수자원공사의 2008년 매출액은 2조 4000억 원이었다. 앞서 언급되었던 부실 민자사업의 대표 인천공항철도 역시 철도공사가 되사기로 하였다.

OECD 평균의 10배 이상 속도로 증가

그렇다면 우리의 국가채무는 많은 것일까, 적은 것일까? ‘2009~2013 국가재정운용계획’에 의하면 2008년 300조 원을 돌파한 국가채무는 내년에 400조 원을 돌파하고, 2013년에는 500조 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5년 사이에 200조 원의 국가채무가 늘어난 셈이다.

                                           그림2. 10년간 국가채무 증가 추이

정부는 OECD 국가들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75.7퍼센트인 반면 우리는 35퍼센트에 불과하기 때문에 큰 걱정을 할 상황은 아니라고 말한다. 2007년 기준 미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가 62.4퍼센트 일본이 179.0퍼센트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우리의 국가채무 규모는 양호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림3. 10년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증감 현황

하지만 증가 속도를 보자면, 현재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국가채무가 증가하고 있다. 이한구 의원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07년까지 5년 동안 우리의 국가채무는 80.7퍼센트가 증가했다. 반면 미국은 8.3퍼센트, 일본은 16.5퍼센트 증가에 그쳤다. OECD 평균 증가율은 7.0퍼센트로 우리는 이보다 10배 이상의 속도로 국가채무가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선진국이 아니라 신흥국과 비교해야

한편 OECD 국가들과 국가채무를 비교하는 것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선진국들이 사용하는 개념은 일반정부 총금융부채(General Government Gross Financial Liabilities)로 우리의 국가채무와 다르다. 우선 대상범위가 국가에서 정부로 확대된 개념이다. 국가가 중앙정부의 행정조직만을 의미한다면 정부는 정책적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 모두를 의미한다. 대상항목 또한 채무에서 부채로 확대되었는데, 부채는 대차대조표상의 부채항목 모두를 의미하며 채무 부채의 일부 항목이다. 만약 우리가 선진국과 같은 기준으로 정부부채를 계산할 경우 688조 원에 이른다는 국회예결위의 보고서가 올해 초 발표된 바 있다. 이를 계산하면 GDP 대비 약 70퍼센트로 OECD 평균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기축통화국이 아니기 때문에 OECD 선진국들과 비교해서는 안 된다. 미국, 영국, 일본 등은 자국 통화가 국제시장에서 통용되는 기축통화이다. 하지만 경제위기의 국제시장에서 원화는 휴지조각에 불과하며, 환율이 출렁이면 우리는 외평채를 발행하는 등의 재정확대를 통해서 국내 경제를 안정시켜야 한다. 때문에 국가채무 비교에서 있어서 적절한 대상은 마찬가지로 기축통화를 갖지 못한 신흥국들이 되어야 한다.

신흥국 중 가장 큰 폭으로 국가채무 증가

이와 관련해서 지난달 IMF가 낸 보고서에 의하면, 2007년 국가채무비율과 2010년 전망치를 비교했을 때 11개 신흥국 중에서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한 나라가 한국이다. IMF는 한국의 2010년 국가채무가 42.0퍼센트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으며 2007년 29.6퍼센트와 비교했을 때 12.4퍼센트 포인트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G20 국가 중에서 선진국 G7과 호주 등을 제외한 신흥국 중에서 가장 높다.

우리나라 다음으로는 터키가 12.3퍼센트 포인트, 멕시코가 12.1퍼센트 포인트로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아르헨티나의 경우는 오히려 17.3퍼센트 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추정됐으며, 사우디아라비아와 인도네시아도 각각 5.9퍼센트 포인트와 4.1퍼센트 포인트 감소해 재정건전성이 호전될 것으로 IMF는 전망했다. 비교대상을 신흥국으로 바꾸고 나니 우리 국가채무의 심각성이 느껴진다.

재정확대로 금융위기의 급한 불을 껐다면, 이제 국가채무 증가로 인한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때이다. 특히 무리한 감세정책과 4대강 사업 등으로 인해 앞으로 들어오는 조세수입은 줄어들고 나가는 재정지출은 늘어나는 상황이 국가채무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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