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27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올 상반기 922조 원까지 늘어난 가계부채가 가계뿐 아니라 경제 전반에 심각한 부담이 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 세계 가계부채는 감소하기 시작했는데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오히려 늘어났다. 2007년 말 가계부채가 665조 원이었으니 2008년 이후 거의 40% 가까이 빚이 늘어난 셈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올 1분기부터 증가폭이 크게 둔화했다는 점이다. 이는 시중은행이 전년 대비 2% 이내 수준으로 대출 증가를 억제하고, 카드사도 정부 규제 등의 영향을 받아 대출을 억제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다.

사실 지금까지는 부채 증가가 가계의 취약한 소득을 보완해줘 가계의 구매력 확대를 가능하게 했다. 이에 따라 민간소비가 증가해 단기적으로는 내수에 기여했다. 은행들도 대출을 늘리면서 수익이 증대했고, 이 역시 경제성장에 기여했다. 말하자면 지금까지는 가계부채가 일정 부분 내수를 끌어가는 동력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반전이 시작된 것이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돼 은행에서 가계로 흘러가는 추가 대출은 줄어든 반면, 가계가 은행에 되돌려줘야 하는 이자는 늘어났다. 한마디로 은행에 대한 부채상환 부담 때문에 구매력과 소비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은행들도 대출상품 판매를 추가로 할 수 없게 됐음은 물론이다. 가계부채가 상당 기간 우리 경제에 큰 짐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채권 은행과 채무 가계의 관계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채에 취약한 계층을 중심으로 상환 불능 위험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저소득 부채가구, 자영업 부채가구, 내 집을 가지고 있지만 가난한 가구의 위험성이 크다. 이들이 바로 워킹 푸어, 자영업 푸어, 하우스 푸어라고 하는 3대 푸어 집단으로, 일을 해도 가난하고 자기 사업을 해도 가난하며 집이 있어도 가난한데, 여기에 빚까지 얹어지면서 고통이 가중되는 것이다.  

물론 1000조 원대 가계부채는 외환위기 이후 10년 넘게 누적된 결과며, 일차적으로 소득에 비해 과도하게 차입을 늘려온 가계에 더 큰 책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 때문에 지금 고통이 따른다고 얘기할 수 있다.  

그러나 돈을 빌린 가계만 책임이 있고 돈을 빌려준 은행은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까. 우리보다 먼저 가계부채로 파산을 경험한 미국의 경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금융개혁법에서 약탈적 대출 금지조항을 신설해 과잉대출을 규제하기 시작했음을 참고해야 한다. 차입자에게 감당할 수 없는 대출을 해줘 수익을 추구하고, 부실이 나면 국민 혈세나 마찬가지인 공적자금을 받아 연명하는 금융기관의 이런 행위를 포괄적으로 약탈적 대출로 간주하면서 규제를 시작한 것이다.  

우리나라 은행도 예외가 아니다. 엄격하게 상환 능력을 검증하지 않은 대출이나 10년 이내 단기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부 일시상환대출, 과도한 수수료 등 금융소비자의 상환 부담을 키울 수 있는 대출 형태 등은 포괄적으로 보면 약탈적 대출 요소를 갖춘다. 가계부채 위험과 손실 부담을 은행도 함께 나눠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부 또한 가계대출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가계대출이 감소되는 상황에서 우리만 가계부채가 늘어나는데도 “경제규모가 커지면 부채규모도 커질 수 있다”며 예방적 차원의 대책을 세우는 데 소홀했다. 아울러 저축은행 부실 우려나 신용카드사 과잉경쟁 등에 뒤늦게 개입함으로써 정책 효과를 반감시키기도 했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이자가 높은 제2금융권으로 저소득층이 몰리는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키웠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가계부채 실마리를 풀어야 할까. 먼저 집 한 채가 한 가계의 전재산이나 마찬가지인 우리 현실상 은행의 무차별적 압류조치에 대한 적정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소한의 주거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채권자인 은행의 권리도 중요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공적자금을 투입해 살아난 우리 은행의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고려해봐야 할 문제다.


약탈적 대출 규제하자는 움직임도 있어


지난해 우리나라 은행들이 올린 엄청난 수익에 대해 언론에서 문제 삼은 적이 있다. 금융감독원 발표를 보면 2011년 은행들의 세전수익은 19조 원이다. 2010년 대비 46%나 상승한 규모다. 세금을 내고 손실대비준비금을 적립하고도 12조 원이나 된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010년 6.2%, 2011년 3.6%였다. 그런데도 은행은 이익신장률이 50% 가깝게 뛰어오른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실적은 제조업처럼 해외 수출이나 기술혁신을 통해 달성한 것이 아니다. 예금 금리는 낮추고 대출 금리는 높여서 이익을 얻는 ‘땅짚고 헤엄치기’식 장사로 큰돈을 벌었고, 그것도 해외 시장이 아니라 가계부채가 심각한 국내 시장에서 벌어들인 수익치고는 지나치게 컸기에 비판이 일었던 것이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가계소득이 늘지 않고 부동산값도 오르지 않는데 가계대출을 늘렸다면, 신용과 담보가치 평가 등 상환 능력에 대한 엄밀한 검증을 하지 않았다는 추정도 가능할 법하다. 최근 상환 능력을 엄격하게 고려해 대출을 해주고, 이를 어기면 상환의무를 소멸시키는 것까지 고려한 ‘공정 대출법’을 입법화하자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최근 우리 사회에선 금융, 특히 은행의 ‘공공성’을 부쩍 강조한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세미나를 통해 “국내 은행이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내부관리 체계 개선, 사회적 책임 활동 체계화, 경영지배구조 개선 등 은행에 대한 공공성 요구에 적극 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은행들은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책임을 나눠지려는 자세를 보이고, 향후 공공성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받지 않을 것이다.


이글은 주간동아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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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2 / 10 / 28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2008년 리먼 파산으로 시작된 대침체(Great Recession)가 5년차로 접어들었건만 세계경제는 여전히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세계 3대 선진국 경제권인 미국과 유럽연합, 그리고 일본 중앙은행이 모두 무제한 국채매입 등의 양적완화조치에 들어갔다. 그 중에서 그나마 경기 여건이 나을 것이라는 미국경제의 회복력에 세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지난 9월 미국 연준이 경기회복을 기대하면서 세 번째(지난해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 단기국채를 장기국채로 교환하여 유동성을 공급한 정책-를 포함하면 4번째)로 양적완화 조치에 들어갔는데, 이번에는 초입부터 그 효과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널리 퍼지고 있다. 대표적인 학자가 누리엘 루비니 교수였다.(새사연이 소개한 세계의 시선: 루비니,미국경제의 3차 양적완화 효과 실망스러울 것.)

루비니 교수는 첫째, 증권시장이 바닥이었던 1,2차 양적완화 시기와 달리 지금은 주식시장이 상당히 올라와 있기 때문에 증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작을 것이라는 점, 둘째, 통화정책이 실물로 전달되는 채널들인 채권시장, 신용시장, 통화시장, 그리고 주식시장 채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그리고 세 번째로, “이번에는 재정적 뒷받침이 없다. 1,2차 양적 완화는 더 이상의 경제침체를 방어하고 더블 딥(double-dip)을 피하는데 상당한 도움을 주었는데, 그것은 재정부양책을 동반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서 3차 양적완화는 재정적 긴축, 심지어 거대한 재정절벽(fiscal cliff)을 동반”하고 있다는 점을 지목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 10월 12~13일에 도쿄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 미국의 3차 양적완화에 대한 각국 중앙은행들의 입장이 엇갈리자 이에 대한 분석을 싣고, 양적완화의 효과가 회의적이라고 평가했다. 그 이유는 주로 루비니 교수가 지목한 것 가운데 재정절벽의 위험성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더 나아가 골드만삭스의 비관적 시나리오를 비중 있게 소개하면서 재정절벽 위험이 3차 양적완화의 긍정적 효과를 압도하고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참고로, 골드만삭스는 재정절벽 위험성을 강조하면서 미국 의회가 연말까지 재정긴축 협상을 원만히 해결하고, 연말로 종료되는 감세도 연장하기 위해서는 이번 대선에서 공화당 롬니가 승리해야 한다고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다. 지금 월가의 공화당 편향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를 감안하고 골드만삭스의 메시지를 읽을 필요가 있다.)

여하튼 유럽 위기가 당분간 거의 해결될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미국마저 3차 양적완화 효과가 회의적이고 재정절벽 위험성마저 연말로 다가오면서 확대된다면, 2013년 세계경제 전망이 밝을 수 없다. 한국 경제도 3분기에 전년대비 1% 수준까지 추락하고 있는 현실에서, 서서히 우리 역시 위기관리대책을 논의해야 할 때가 가까워지는 것 같다. 그리고 좀 더 미국경제 모니터링을 주의 깊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3차 양적완화 효과에 대한 신뢰성은?

(Bernanke's faith in QE on shaky ground)

 

헤니 센더(Henny Sender)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

2012년 10월 19일자

지난 10월 12일~13일 도쿄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연차 총회 이후, 자신들이 취한 조치가 성공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일련의 방어적 발언들이 미국 연준관리들에게서 이어졌다. 연준 의장인 벤 버냉키는 연준의 정책이 “미국 경제 회복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며 “미국의 소비와 성장을 촉진시킴으로써 글로벌 경제를 지원하는데도 또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반적인 경제의 회복이나 ‘양적 완화’와 경제 상황 개선에 대한 희망적 신호가 서로 연계되어 있다는 확고한 증거는 거의 없다. 3차 양적완화에 의해 촉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제활동은 아직 현실화되지 않았다.

실제로 이번의 비정상적인 통화정책이 주고 있는 영향력은 이미 희미해지고 있다. 모건 스탠리 분석가는 이번 주(10울15일~21일)에, 갈수록 악화되어가고 있는 경제기초(Fundamentals)로 인해 고수익 시장의 수익률이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고 결정을 했다. 모기지담보부증권(MBS) 수익률이 최근에 떨어지다가 다시 반등하기 시작하는 동안에도 주식시장은 추가적인 상승을 하지 못하고 헤매고 있었다. 3분기 자본지출 감소는 연준의 정책이 기업투자를 위한 촉매제가 전혀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3차 양적완화 효과가 없는 중요한 하나의 이유는 ‘재정절벽(fiscal cliff)’에 대한 높아지는 우려 때문이다. 재정절벽은 내년 1월에 자동적으로 세금이 늘어나고 정부지출이 삭감되는 것을 말한다. 미국 의회가 재정적자 감축 협상을 원만히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전망, 즉 ‘재정절벽 리스크’에 대한 불확실성이 연준 정책의 긍정적 효과를 상쇄시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 재정절벽 - 작년에 미국정부의 국가채무 한도를 늘리는 의회 협상의 결과에 따라, 미국 의회가 연말까지 ‘초당적으로 재정적자 삭감조치를 합의하지 못하는 경우’에 2013년부터 ‘자동적’으로 10년 동안 1.2조 달러를 무조건 삭감하는 조항이 발동된다. 또한 당초에 2010년 종료될 예정이던 부시정부의 대규모 감세정책을 오바마 정부가 2012년으로 기한을 연장한 바가 있다. 따라 2012년 말이면 이러한 감세정책이 종료된다. 마지막으로 오바마 정부가 2010년에 실시한 급여세율 인하와 실업보험 우대책 등이 역시 2012년에 종료된다.(-인용자 해설)

골드만삭스는 이번 주에 고객들에게 재정절벽과 관련된 시나리오를 발송했다. 기본시나리오(좋지는 않은 시나리오)는 연말까지 재정절벽 문제를 풀지 못한 결과, 2013년 초에 실질 성장률의 1.5%가 감소하는 것이다. 더 나쁜 시나리오는 실업보험 우대책과 상위 소득세 감세 종료로 인해 성장률이 거의 2%까지 내려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악의 시나리오는 내년까지도 재정적자를 줄이는 방향에 대한 합의를 전혀 하지 못하여 성장률이 거의 4% 규모까지 떨어지고 경제는 다시 침체의 나락으로 빠지는 경우다.  

역설적으로, 아마도 재정절벽의 충격은 미국 정치인들이 대담한 행동에 들어가든지 아닌지와 무관하게 드라마틱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만약에 의회가 재정적자를 현재 GDP의 4.3%에서 1~1.5%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합의를 하는데 성공한다면, 재정긴축의 충격이 상당할 것이다. 반대로 의회가 합의에 실패한다면 불확실성 때문에 동일하게 기업의 투자와 성장이 감소할 것이다.

재정절벽에 대한 이러한 공포가 연준 정책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는 동안, 버냉키의 동료들은 재빨리 연준의 정책이 기본적으로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버냉키의 가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마사키 시라카와 일본중앙은행 총재는, 그는 통화정책이 실물경제를 좀 더 지원하는 것 이상을 할 수는 없다고 오랫동안 믿어왔는데, “(지금의) 글로벌 통화 완화경향이 2000년대의 거대한 신용거품을 일으켰던 환경과 유사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이 원자재 등 상품가격을 상승시키고 신흥시장의 자산거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신흥시장 중앙은행 총재들도 미국 연준에 대해 역시 비판적이다. 모건스탠리의 루치르 샤르마(Ruchir Sharma)는, 양적완화가 부자들에게는 자산가격 상승으로 인한 이익을 가져다 주지만, 상품가격 상승 부담으로 인해 빈곤층을 더욱 어렵게 하여, 결국 소득 격차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동조하고 있다. 일본과 인도, 브라질 등의 중앙은행 총재 등은 버냉키 보다도 더 공짜점심이 없다는 사실을 믿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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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2.05.09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우리가 설명하는 금융시스템은 서로의 영역이 구분되고 살균처리까지 된, 그래서 재미없는 시스템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은행은 엄밀한 의미의 진정한 은행이 돼야 한다. 예금으로 받은 돈을 안전하게 단기로 투자하는 데 있어 더 재미없고 지루한 곳이 돼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유명해진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경제위기 이후 은행시스템 개혁방향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고수익 추구라는 목적 아래 예금자의 돈으로 위험한 투자를 일삼았던 금융시스템을 엄격히 규제하고, 은행 본연의 자금 중개기능을 복원했을 때의 은행 모습이 혁신적(?)인 방법으로 투자를 감행하던 때와 많이 다를 것이라는 예시를 주고 있다.

그런데 어쩌랴. 은행시스템을 미처 개혁하기도 전에 문제는 계속 터지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4개 주요 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진 것이다. 부동산과 엮인 저축은행의 부실한 대출, 그리고 부실한 경영자들이 위험을 보지 않고 오로지 높은 수익성만을 추구하면서 발생한 숱한 사례가 또 하나 추가된 것이다. 예금자들과 후순위채권 매입자들은 대량 예금인출 사태를 포함해 한바탕 홍역을 치러야 했다.

최근 정부가 사금융의 과도한 이자요구나 무리한 채권추심을 규제하겠다고 나선 데 이어 저축은행 사태가 재발하면서 초점이 사금융과 제2 금융권으로 모아져 있다. 그러나 사실 우리나라 금융문제의 핵심은 여전히 은행이고, 은행을 축으로 한 금융지주회사다. 우리나라는 금산분리 규정에 따라 재벌과 같은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9% 이상 소유할 수 없다. 전에는 4%였던 것을 이명박 정부가 완화한 것이다. 그래서 대한민국 경제 영토에서 재벌이 진입하지 않은 거의 유일한 성역이 바로 은행산업이다.

그러면 재벌의 손길이 미치지 않았으므로 건전하게 발전했는가.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재벌 대신 외국 금융자본이 밀고 들어와 터를 잡고 있는 중이다. 우리나라 시중은행은 민영화 과정이 지연된 우리금융지주를 제외하면 외국인 지분율이 100%인 씨티은행과 SC은행은 물론이고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지주 등이 모두 외국인 지분율이 50%를 넘고 있어 우리나라 은행이라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 은행의 지분을 쥐고 있는 글로벌 금융자본이 누구인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일으켰고, ‘시장의 요구’라는 이름으로 지금도 남유럽 국가들의 운명을 쥐고 흔들고 있는 금융자본이다.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선진 경영기법도 아니고 건전한 자금중개기능 정착도 아니다. 오직 높은 수익이다. 국내 은행을 접수한 외국 금융자본 역시 철저히 수익논리에 따라 영업활동을 하고 은행을 경영해 나갔다.

그 결과 우리나라 7대 시중은행(KB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외환은행·씨티은행·SC은행)은 2000년대 이후 각 은행별로 조 단위 이상의 순이익을 올리면서 승승장구했다. 이 정도 규모의 이익은 제조업 기준으로 상위 10대 대기업 규모가 돼야 거둘 수 있는 성적이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에 10조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거뒀다. 그러나 그 수익은 상당정도 리스크를 감수하고 벌어들인 것임이 2008년 금융위기에서 밝혀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은행이 다시 한국경제 위기의 중심에 들어온 것이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은행채 등 시장성 수신을 대거 동원해 대출을 늘린 결과 예대율(대출/예금)이 한때 140%를 상회할 정도로 위험해졌고, 단기외화 차입 규모도 급격히 팽창함에 따라 외환 조달 위기에 몰렸던 것이다. 정부의 달러 지원과 자본확충펀드 조성 등 사실상 구제금융으로 다행히 심각한 위기에서 벗어나자, 은행은 다시 수익추구에 집중한다. 그 결과 지난해 또 한 번 수익이 사상 최고를 경신하게 됐던 것이다. 같은 시점에 가계대출도 개인부문 금융부채를 기준으로 보면 1천조원이 넘는다. 금융의 역할에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의 역사적 경험을 돌이켜 보면, 주식회사 은행의 사적이익 극대화와 공적기능은 제대로 조화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공적 역할을 위해 사적이익에 대한 상당한 제한을 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고, 이는 단순한 기능 규제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때문에 일정하게 소유규제가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현재 시점에서 글로벌 메가뱅크 시나리오와 같은 위기 이전의 금융 패러다임은 더 이상 통용되기가 쉽지 않게 됐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은행의 공적기능 회복과 산업 밀착형 서비스에 대한 재정립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은행산업 재구성에 대해 전진적인 개혁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재벌개혁과 함께 은행개혁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한다.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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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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