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5.13 고병수 / 새사연 이사


고병수 / 새사연 이사



공공병원 문제로 많은 자료들을 들춰봤지만 하나같이 “공공병원을 강화하자”라든지, “공공병원의 재정, 시설, 인력 등에 대해서 국가의 책임을 늘려야 한다”와 같은 원론적인 얘기들밖에 없었다. 그 내용들을 보면서 과연 그렇게 하면 지금의 공공병원 문제들이 해결될까 의아했다. 물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들 있지만, 그 정도의 문제의식과 해법 가지고 실제 병원을 운영하라고 했을 때 지금의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겠느냐 판단해 본다면 전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왜? 공공병원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여러 전문가들이 지적한 총론적인 것들도 의미가 있지만, 실제 운영에서 필요한 각론적인 것들이 지금의 문제들을 풀기 위해 더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역 주민의 신뢰 확보가 중요

 

신문보도, 관련 연구 자료나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다양하게 보고도 해답이 안 보여 나는 직접 몇몇 공공병원들을 찾아 나섰다. 병원 규모, 시설, 인력 등을 둘러보면서 어렵게나마 몇몇 직원들과 병원의 책임자인 원장님들을 면담했다.


 (사례 1)

유명한 대학병원 부원장 출신으로 있다가 정년퇴임하면서 오게 된 OO공공의료원의 김원장은 부임하면서부터 병원 노조 간부들을 여러 차례 만나서 병원 살리기에 대한 방안을 함께 고민했다. 뿐만 아니라 전 직원들의 생일을 일일이 챙기면서 꽃과 간단한 선물을 갖다 주었고, 카드에다가는 그 직원을 지켜본 소감을 적으면서 하는 업무가 힘들지만 병원과 환자를 위해서 애써 주니 너무 고맙다는 말을 빼곡히 적어서 함께 보낸다. 김원장은 병원 행사가 있으면 떡이나 음료수를 들고 청소 직원들이나 주차관리인들에게 먼저 갖다 준다. 이러한 모습에 직원들은 감동을 하고, 어려워도 원장의 뜻을 따르려고 같이 노력을 하게 되었다.

부임 초기에 직원들 월급이 제대로 지급되지 못할 상황이 되었을 때, 원장은 의사들에게 직원들 월급을 먼저 주자고 제안해서 승낙을 받았고, 노조에 이를 알리자 노조에서는 오히려 의사들이 먼저 월급을 가져가야 자꾸 떠나지 않을 거라면서 자기들이 양보하겠다고 거절했다. 몇 번이고 옥신각신 하다가 결국 의사들의 급여를 먼저 정산하게 되었고, 직원들은 80% 정도의 월급을 수령해야 했다. 다음 달에도, 또 다음 달에도 직원들은 제대로 된 월급을 손에 쥘 수가 없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은 재정이 넉넉하지는 않지만 직원들 급여가 어느 정도씩은 잘 돌아가게 되었고, 의사 인력도 많이 늘리고 시설도 보강해서 지역 주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게 되었다. 


노조와 해마다 분쟁을 겪어야 했던 위의 OO의료원은 원장이 몇 차례 연임을 하는 동안에 한 번도 분쟁 없이 단체교섭이 통과되었으며, 전 직원들의 화합된 분위기 속에 병원이 움직이고 있었다. 거기에 지방 정부의 지원을 받게 되어 병원 건물을 리모델링했으며, 의사 인력도 보강을 해서 처음에는 괄시하던 지역 주민들도 이제는 많이 찾아오는 병원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사례 2)

OO의료원으로 새로 부임한 강원장은 오래 전부터 지금의 병원을 어떻게 운영할지 고민해오던 터였다. 그러던 중 원장 공모에 응했고, 몇몇 전문가들과 논의 끝에 종합병원으로서의 지위를 내려놓고, 지역 특성에 맞는 병원으로 바꾸기로 결정을 했다. 종합병원이 아니면 진료 수가도 낮아서 운영에 차질이 생기지만 정말 필요한 진료과를 잘 키우면서 노인질환 중심으로 만들어 나가기로 했던 것이다.

노인전문병원에 걸맞게 시설이나 장비도 맞춰서 보강을 했고, 내과와 신경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를 핵으로 지역의 의료 욕구도 충족하면서 어르신들의 질환에 전문적이고,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위 의료원은 종합병원을 고집하지 않으면서 시대적 변화와 지역민들의 욕구를 잘 파악해서 운영 방침을 전환한 예이다. 아직 운영 초기여서 그 성과는 평가를 할 수 없지만, 내가 찾아갔을 때는 왠지 모를 도전에 대한 의지가 느껴졌고, 외래마다 환자들이 빼곡이 앉아 있는 모습을 보니 잘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멋진 공공병원을 만들기 위하여

 

만성 적자의 병원, 지역 주민들이 신뢰하지 않는 병원..... 이것은 지금의 공공의료원들에 항상 따라다니는 이미지이다. 하지만 최근 진주의료원 사태처럼 맘에 들지 않는다고 없애버리는 게 정답일까 물어본다면 그 대답은 또한 ‘아니올시다’이다. 그것은 마치 아이들이 다니는 공립학교를 없애고, 모든 학교를 사립학원으로 만들어버리는 꼴과 같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향하고자 하는 공교육의 이념을 없애고, 저급한 시장의 논리에 우리 아이들을 맡겨 놓을 것인가?

 

사립학교조차도 많은 운영비를 국가에서 대면서 공공의료원에는 찔끔찔끔 지원금을 대면서 왜 그렇게 싫은 소리들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전국 34곳 지방의료원들은 20% 이상의 의료급여환자들을 돌보고 있으며(민간병원의 경우 12%), 국가 재난 사태에는 첨병 역할을 해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익이 안 된다고 민간병원들이 기피하는 하는 의료사업들을 꿋꿋이 해내고 있는 공공의료원을 오히려 더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닌가? 민간병원들도 비보험 진료, 특진비, 값비싼 검사와 치료가 아니면 흑자를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지금의 실정에서 대한민국의 공공의료원들은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공공의료원들 내부의 문제점이 없다고 보지는 않는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스스로 개혁해야 할 부분들도 많다. 원장이나 조언자가 병원 개혁 방안을 내놓아도 모른 채 무시하는 중간 관리자들의 행태는 커다란 병폐이다. 원장은 2~3년 있다 떠날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서 더 능동적으로 사고하고 조직해야 할 중간 관리자들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의사들이나 직원들의 적극성 부족도 문제로 지적한다. 성실히 환자를 대하면서 지역의 주민들이 병원을 찾아오게끔 해야 하는데, 뭔가 부족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사례 3)

병원 청소부 김씨 아주머니는 여느 때처럼 병실을 돌며 일을 하는데, 한 환자가 자기를 불러서 호소를 한다. “아주머니, 검사 끝났기 때문에 밥을 먹어야 하는데, 밥이 왜 안 나오죠? 간호사한테 얘기 좀 해주세요. 아이고, 배고파.....”

김씨 아주머니는 병동 스테이션으로 가서 간호사에게 그 병실의 환자 문제를 얘기한다. “어, 아주머니 말해줘서 고맙습니다. 그 환자 밥을 따로 시켰는데, 조금 늦나봐요. 저희가 가서 말씀드릴게요. 늘 신경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병실에 문제가 있으면 저희에게 말해주세요. 바빠서 빼뜨리는 것들을 아주머니가 함께 도와주시니까 든든하네요.” 간호사의 말에 청소부 아주머니는 보람을 느낀다. 비록 환자를 대하는 일을 하는 건 아니지만 자기도 환자의 케어에 같이 복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간호사는 병실로 가서 그 환자에게 금방 식사가 올 것이라고 안심시켰고, 이 말을 빼놓지 않는다. “아까 청소하시는 김씨 아주머니가 말해주셔서 저희가 더 빨리 식사를 준비해 달라고 영양사실에 얘기했어요. 30분 내로 올 거예요. 아주머니가 병실을 청소하시면서 저희들이 못하는 부분을 들어주는 역할을 하니까 저희들도 간호사가 한 명 더 있는 느낌이 들어 좋아요.”

이 병원은 환자 신뢰를 얻은 여러 사례들을 모아서 직원회의 때 중간 관리자들이 발표하고, 그 직원을 칭찬하면서 의기를 북돋워준다. 이러한 병원의 분위기는 원장의 의지와 중간 관리자들의 노력으로 만들어 지는 것이라고 한다. 


보통의 병동이었으면 자기들이 알아서 다 하니까 청소부 아주머니는 신경 쓰지 말라고 핀잔을 줬을 것이다. 하지만 이 병원은 의사나 간호사만 아니라 청소부부터 전 직원들이 환자를 위해서 모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고, 어느 직원일지라도 환자를 위해서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만들어 주고 있는 두 가지 효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것이 환자가 병원을 신뢰하는 중요한 지점이다.

 

물론 병원의 의료시설이나 의사 인력이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이 부족하니까 공공의료원은 운영이 힘들다고 너무 핑계 대는 것은 아닐까? 지역 주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 스스로 변화하려는 노력을 덜 하고 있는 부분은 없을까? 지방의 어떤 공공의료원은 만성 적자에, 주민들의 믿음을 얻지 못하는 가운데에서도 무리하게 심혈관 센터를 추진하기도 한다.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의료시설을 확충한다는 명분이지만 30분이면 근처 대학병원으로 이송도 가능한데, 과연 그러한 훌륭한 시설이나 장비가 없어서 의료원이 신망을 못 얻는 걸까 먼저 자문을 해볼 필요가 있다.


 



신뢰란 믿음이 가고, 의지하게 된다는 뜻이다. 병원으로서 신뢰를 갖는다는 말은 믿고 자신의 건강과 더 나아가서는 삶과 죽음의 문제까지도 맡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인력과 장비도 중요하지만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게 우선이라고 본다. 지금의 공공의료원들은 지역사회 종합병원으로서 주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구체적인, 정말 주민들의 가슴을 움직이는 노력을 하고 있는가? 이는 비단 몇몇 공공의료원만 고민해야 할 게 아닐 듯하다.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 속에서도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러한 신뢰는 주민과 환자들의 충성심을 얻는 것으로 나타나게 된다. 지금부터라도 공공의료원들은 ‘공공’이라는 글자를 지우겠다는 의지를 가졌으면 한다. 민간병원들은 망하느냐, 흥하느냐의 기로에서 항상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지낸다. 공공의료원들도 우리가 스스로 해내지 못한다면 망할 수 있다는 각오로 환자들을 대하고, 병원 체질 개선에 노력을 배가하도록 해야 한다. 그 가운데 국가나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을 얻어야 하며, 주민들이 “우리 지역의 OO의료원은 정말 찾아가고 싶은 곳이야.”라는 말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찾은 의료원 중 몇 곳은 정말 그러한 노력들을 하고 있었다. 그러한 사례들을 연구하고 독특한 노력을 기울이면서 우리도 멋지고 안심이 되는, 지역 의료의 중심이 되는 공공의료원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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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25고병수/새사연 이사

지난 칼럼을 쓸 즈음에는 진주의료원이 폐쇄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후 각계각층에서 공공병원을 늘리지는 못할망정 폐쇄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보건의료를 망치는 일이라는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홍준표 경남 도지사도 다소 주춤하는 기세다.

 

 

외국의 공공병원 특징

 

진주의료원 때문인지, 지난 대통령 선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웬만한 국민들은 한국의 공공의료 부분이 취약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다. 외국은 의료보장성이 90% 가까이 되는데 우리는 60% 남짓, 외국은 공공의료 인프라가 90% 정도 되는데 한국은 10% 정도(전체 의료기관 중 공공의료기관의 병상 수는 12%, 병원 수는 6% 정도)로 흔히 비교하는 OECD에서도 최하위라고 한다.

 

이번 진주의료원 사태로 그동안 필자가 찾아갔던 외국의 병원들을 돌이켜 보게 되었다. 다른 나라의 공공병원들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는 모두 알다시피 공공병원 이용은 거의 무료라는 점이다. 암이든 중증질환이든 관계없이 말이다. 반면 동네의원들은 나라마다 달라서 진료비를 내는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둘째, 종합병원은 거의 다 공공병원이다. 그래서 외국에 갔을 때 공공병원이 어디 있느냐 물어 보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왜냐하면 주변에 깔린 게 다 공공병원이기 때문에 굳이 ‘공공병원’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평범하게 ‘OO종합병원’이라고 표현하며, 주민들 역시 평범하게 이용할 뿐이다. 늘 공기를 들이쉬고 내쉬면서도 굳이 숨을 쉰다고 일일이 표현하지 않는 것처럼.

 

캐나다 토론토 근교에 있는 ‘노스 요크 종합병원(North York General Hospital)’
중앙정부와 주정부의 예산으로 지역에서 전문의료를 담당하고 있다.

 

 

런던 외곽 뉴멀든(New Malden) 지역의 킹스턴 종합병원(Kingston Hospital)

역시 공공병원으로서 영국도 지역마다 균등하게 유치해서 지역민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한다. 

 

셋째, 공공병원의 의료 수준과 의료의 질이 사립병원보다 훨씬 뛰어나다. 그래서 공공병원에는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많은 진료과들이 있지만, 사립병원들은 진료수가가 낮거나 노력 대비 수익이 낮은 것들은 취급하지 않는다. 심장수술, 중증질환센터, 응급실 등은 외국의 사립병원들이 들여놓지 않는 진료 내용들이다. 주민들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상황을 겪게 되면 모두 지역의 종합병원(공공병원)으로 간다. 사립병원들은 대부분 수술이나 검사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 가는 경우가 많다.

 

넷째, 외국의 공공병원들은 거의 적자병원들이다. 하지만 우리처럼 적자를 만들어내니까 문제 있는 병원이라는 인식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병원들은 해마다 내년도 병원 운영 예산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받고 있고, 주민들로부터 진료비를 받아서 운영하지 않으며, 의료장비, 수술기법, 약품비, 인건비들이 해마다 증가하는데 예산이 따라서 증가하는 건 당연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역마다 배치되어 있는 종합병원들의 소중함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고관절치환 수술을 받아야 하는 70세 스미스 부인은 자기가 사는 지역의 병원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그곳에는 NHS와 계약을 통해 치료비를 받고 있는 사립병원(영리병원)도 있었고, NHS 병원(공공병원)도 있었다그녀는 NHS 병원을 골랐지만 수술 날짜는 정해졌어도 병실이 나오지 않아서 다시 사립병원을 찾아서 시간을 잡았고병실에 입원을 한 후 빠르게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수술 받은 얼마 후 운이 나쁘게도 그녀에게 위험한 합병증이 생기고 말았다하지만 그 사립병원은 응급의료 전문 인력은 물론 응급치료 시설도 갖추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그녀는 급히NHS 병원으로 후송되었다다행히 스미스 부인은 머잖아 회복을 할 수 있었지만자칫 기본적인 수술이었어도 비극으로 끝날 수도 있었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영국 의사협회 제공 사례)

 


적자가 아니라 예산이 늘어나는 것

 

필자가 사는 제주도의 2013년 예산이 3조 원이 약간 넘는다. 2014년에는 분명 이 금액보다 많은 예산이 수립될 것인데, 도 예산이 수천억 원 초과되었다고 도 행정을 나무랄 것인가? 예산이 초과 수립되었다고 도의회에서 질타를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다만 적정하게 만들어졌는지, 새는 구석은 없는지 살필 뿐이다. 국가나 시도의 예산이 해마다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 아닐까? 그러한 시각을 공공의료원에는 왜 못 보여줄까? 각 시도에서는 주민들의 공익을 위해서 막대한 재정을 투여하면서 지역의 건강지킴이인 공공의료원에는 왜 넉넉하게 쓰지 못하는 것일까?

 

모든 조직이나 단체의 예산은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것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것과 같다. 공공의료원도 마찬가지이다. 지역의 보건문제에 관여하고, 저소득층 환자들을 돌보고 국가 비상사태 때에는 적절한 역할을 해내는 의료원들은 해마다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 사실 적자란 개념은 경영에서 쓰는 말이라서 예산이 늘어난다고 쓰는 게 맞는 표현일 것이다. 외국과 다른 점은 한국의 공공의료원들은 전액 국가나 지방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는 것이 아니고 주민들로부터 진료비를 받아가며 운영해야 하며, 쥐꼬리만큼 아주 조금 지원을 받기 때문에 더 힘들게 운영되고 있다.

 

국가의 전폭 지원과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외국의 공공병원을 우리는 왜 못 만들어낼까? 거기에는 앞선 칼럼에서 썼듯이 대부분의 의료 인프라가 민영화되어 있는 한국의 현실이 큰 영향을 미쳤고, 둘째는 공공병원을 키우지 못하는 국가나 지방정부의 소홀한 인식이 컸다고 본다.

 

그렇다고 외국의 공공병원들이 모두 좋다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공공의료원들이 아무 잘못이 없다는 얘기도 아니다. 다음 시간에는 이러한 것들을 조명하면서 우리 공공병원들이 발전할 방법들을 찾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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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23정태인/새사연 원장

철의 여인이 세상을 떴다. 한때, 여야 가릴 것 없이 한국의 정치인은 그녀를 자신의 이상형으로 꼽았다. 하지만 당시에도, 그리고 지금도 영국 시민의 시선은 둘로 나뉜다. ‘역사로서의 현재’를 의식하면서 당대의 삶을 살아낸 사람들의 시선은 따가울 수밖에 없는데, 특히 두 명의 켄은 신랄하다.  
 
먼저 그녀가 총리일 때 런던 시장을 지낸 켄 리빙스턴은 이렇게 말한다. “그녀는 오늘날 주택 위기를 만들어냈다. 그녀는 은행 위기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녀는 실업수당의 위기를 만들어냈다. …실로 우리가 오늘날 맞고 있는 모든 현실적 문제는 그녀가 근본적으로 잘못한 일들의 유산이다.” 대처 스스로 최고의 초기 업적으로 꼽는 탄광노조 탄압을 소재로 한 영화, <케스>를 감독한 켄 로치는 더욱 독하다. “마거릿 대처의 장례식을 민영화하자. 경매에 올려 가장 싼 가격의 장례업체에 맡기자. 그게 그녀가 원했던 방식이니까.” 이 두 명의 켄은 죽은 자 앞에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것일까? 
  
마거릿 대처, 그녀는 지난 30년간 전 세계를 휩쓴 신자유주의, 시장만능주의의 시대를 열었다. 2008년 금융위기로 그 시대는 막을 내렸지만 “그녀가 근본적으로 잘못한 일”은 지구 반대쪽, 한반도 남녘에서 재현되고 있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진주의료원을 폐쇄하겠다고 나섰다. 이유는 강성 노조 때문에 의료원이 “돈 먹는 하마”가 되었기 때문이란다. 영국민에게 남은 유일한 자존심, 국가의료체제(NHS)의 해체는 대처의 소원 중 하나였다. 
 
의료 부문에서는 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것은 케네스 애로의 논문 <불확실성과 의료의 후생경제학> 이래 경제학자들의 상식이다. 표준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시장 실패’가 다 관찰될 뿐 아니라 가장 높은 수준의 위험과 불확실성이 넘실대는 곳이 의료 부문이다.  
 
의사와 환자 사이에는 만리장성과 같은 정보의 비대칭성이 있고 민간 의료보험 회사와 대형 병원은 ‘단물 빨아먹기(cream skimming)’로 돈을 벌 수 있다. 의사와 환자 사이만큼 정보의 비대칭성이 극심한 경우는 좀처럼 찾을 수 없다. “MRI를 찍어야 하고 3일 입원해야 한다”라는 의사의 말을 거부할 수 있는가? 또한 치료의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병원비를 미리 알 수 없으니 값싼 진료를 선택할 방법도 없다.  
 
반면 병원은 건강보험 비급여 부분(MRI나 초음파 촬영, 고급 병실처럼 보험금이 나오지 않는 부분)을 늘려서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 민간 병원이 보통 병실의 장기 입원 환자를 거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시장 실패가 공공의료기관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이다. 설령 시장이 훌륭하게 성공한다 해도 시장은 돈 없는 사람의 필요를 충족시켜주지 않는다. 예컨대 필수 약품 시장, 식량 시장은 시장 실패의 사례가 아니지만 사하라 사막 이남의 에이즈 환자들은 약품을 살 돈이 없어서 죽어가고 북한 주민도 마찬가지다. 이것이 시장의 ‘근본적 한계’다.  
 
대안이 있다면 내놓고 토론하라 
 
그러므로 시장 이전에 우리는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충족시켜야 할 필요를 정의해야 한다. 존 롤스가 기본재라고 부른 것, 아마르티아 센이 필수 능력이라고 부른 것, 바로 ‘공공성’이다. 공공성의 외연은 시대와 사회에 따라 사뭇 다르다. 즉 그것은 우리가 지금 정치적으로 합의해야 할 일인 것이다. 예컨대 “돈 없어서 굶어 죽으면 안 되고, 돈 없어서 치료를 못하면 안 된다”라는 합의는 시장보다 훨씬 앞선다. 
 
1995년 드라마 <모래시계>는 평균 시청률 45%, 순간 시청률 75%를 기록했다. 홍준표 지사는 이 드라마의 주인공 중 강우석 검사(박상원)의 모델이었다. 그는 1993년 슬롯머신을 수사하면서 카지노 업계의 대부 정덕진, 그리고 돈을 받고 이 사건을 무마하려 했던 이건개 당시 대전고검장마저 구속시켰다.  
 
그의 눈에는 진주의료원의 노조가 조폭이고, 그를 말리는 보건복지부는 비리 상사로 보이는 것일까? 하지만 그가 지금 구속한 것은 국민이 합의한 공공성이요, 정치다. 물론 사회적 권리로서의 필요를 충족시킬 더 나은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걸 토론하라고 있는 게 정치다. 정치를 시장이 대신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법도 능사가 아니다. 홍 지사는 이제 명백히 시대착오로 판명난 대처의 뒤를 따르려고 하는 것일까? 의료 공공성을 지금보다 더 훌륭하게 충족시킬 다른 대안이 있다면 그것을 내놓고 의회와 토론하는 것이 바로 도지사가 할 일이다. 시장에 맡기면 그만이라는 건, 한 시대의 광신이었고, 그 우상은 이미 죽었다. 

* 이 글은 시사인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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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 05 / 06 이은경/새사연 연구원

추천 보고서(12)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의료시장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PDF 아이콘을 눌러 파일을 다운로드 받으시기 바랍니다.

 


 

[목  차]


 

1. 시장은 의료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가?
2. 시장/경쟁은 의료비용을 증가시킨다. 
3. 의료 비용증가가 의료질에 영향을 미치는가?
4. 환자들은 과연 합리적인 선택을 할까?
5. 시장은 의료의 대안이 아니다.

 

 

 

[본  문]

 

1. 시장은 의료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가?

 

굳이 진주의료원 사태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한국 의료는 이미 지나치게 시장화 되어 있다. 유일한 공적 영역은 건강보험이나 보장률이 50% 중반에 불과하고 그 외 모든 의료 영역은 시장화 되어 있다. 한국 사회 의료 시장화의 문제점은 심각하지만 시장이 합리적이며 모든 문제를 효율적으로 풀어갈 수 있다는 믿음은 맹목적이다. 공공의료에 대한 불신은 심각하고 의료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은 “시장적 방식-경쟁의 도입”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용이 좀 비싸더라도 고급 대형병원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과 병원들의 경쟁이 효율성과 의료의 질을 보장한다고 보는 것이 대표적이다.

 

병원과 서비스의 자유로운 선택과 병원들의 경쟁이 의료 질을 높여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은 진실일까? 가장 시장화 된 의료로 평가받는 미국은 보건학자들은 이 문제에 답을 내기 위해 노력해왔다.

 

“의료비용은 과도한가? 그렇다면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Is Health Spending Excessive? If So, What Can We Do About It?” Health Aff September/October 2009 vol. 28 no. 5 1260-1275)에서는 미국 의료비용이 과도하다는 전제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도출한다. 이하는 그 핵심 내용의 요약이다.

 


2. 시장/경쟁은 의료비용을 증가시킨다.

 

미국 의료비는 매우 높고 건강결과는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는 사실은 더 이상 강조하지 않아도 될 만큼 잘 알려져 있다. 왜 비용이 문제가 되고 어떤 부분을 개혁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의료에서 비용, 의료질, 접근성(cost, quality, access)은 정의하기 쉽지 않다. 특히 의료질은 정의하기가 더 어렵다. 건강결과와 위험의 조정을 정의하기 어렵기 때문에 종종 일정한 프로세스에 부합하는지 여부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의료에서 총 복지를 정의하기 어려운 것과 별개로 의료비용은 이미 충분히 과도하다. 일반적으로 소득증대와 고령인구의 증가, 의료질 개선이 의료비 지출의 원인으로 지적되기는 하지만 미국의 상황은 일반적이지 않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소득증가에 비해 의료비 지출이 과도하기는 하지만 미국은 그 차이가 지나치게 크고 앞으로도 더 크게 벌어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더 큰 문제가 된다. 또한 고령인구의 증가는 의료비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물론 고령인구에 대한 의료비 부담은 향후 큰 부담요인이 되기는 하지만 과도한 의료비 지출을 설명하는 요인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미국 의료비 지출을 설명하는 요인들은 ?평균적 수요의 의료자원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금액보다 과도하게 지출되는 급여(경제적 비용) ? 높은 의료질 ? 비보험, 불충분한 보험자 ?낭비적 지출을 포함한 비효율적인 공급 ?행정비용등이 이야기된다. 연구자들은 의료비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과 개입방식을 수요, 공급, 제도, 연구개발 등의 영역으로 구분해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이상의 결과를 보면 미국의료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는 대다수의 요인들이 의료비용 상승과 비용 상승률을 가중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상충하는 이해관계자의 성숙(의료기기, 의약품, 보험회사 등 자본, 병원, 의료인 등)과 보수지불시스템의 영향이 제일 큰 것을 알 수 있다. 연구자들은 시스템 전반이 비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한두 가지의 개선으로 효과를 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총복지의 감소 없이 비용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합리적 가격에 효율적인 절차를 규명하고, 의료공급자가 의료혜택을 기대하는 환자들을 보다 낮은 가격으로 선도할 수 있는 프로토콜을 개발하고, 의료공급자가 이런 프로토콜을 잘 따를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디자인하고 비용혁신을 이끌어 내기 위한 연구에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의료는 비용절감과 의료질 담보라는 두 가지 상충된 목적을 동시에 달성해야 하며 이 과제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매우 합리적 개입과 조정이 절실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급자와 의료인 등 플레이어들의 합리적 의료 조정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특히 행위별수가제의 개선과 메디케어의 개선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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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3 / 04 / 17 이은경/새사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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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1. 위기의 공공의료
2. 외국에는 없는 의료공공성의 개념
3. 시장화된 현실이 만들어낸 개념, 공공성
4. 의료체계의 본질적 목표는?
5. 공공‘기관’ 대신 공공‘역할’론으로 전환, 타당한가?
6. 왜 공공기관이 중요한가?

 

 

[요약문]

 

공공의료가 위기다. 한국 사회 공공의료는 매우 취약해 전체 의료기관 중 공공의료기관은 병상수 12%, 병원수 6%로 전체의료에서 10%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OECD 국가 최하위이며 민간의료기관의 상업화된 의료행위는 의료시스템의 지속가능성을 의심케 할 수준이다. 이런 이유로 새로 바뀌는 정부마다 공공의료 활성화를 약속해왔지만 정권이 끝나는 시점에서 평가해보면 공공의료는 더욱 위축되었다. 민간병원의 공급과잉 상태에서 공공병원이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고 이로 인해 경영적자가 심화되는 식으로 악순환을 끊지 못한 상황에서 오히려 민간병원 활성화론이 대두되고 있다. 의료개혁집단내에서도 기관으로서의 공공보다는 기능으로서의 공공에 방점을 찍어왔다.

 

공공의료기관이 많아지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의료의 공공성이 달성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명확하다. 하지만 공공의료기관이 없어도 의료 공공성이 달성될 수 있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 “의료의 공공성이 대체 무엇인가? 달성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한국의 경우, 철저하게 민간영역(시장)을 중심으로 의료체계가 발전하다 보니 기본적으로 달성해야 할 과제들이 뒷전이 되고 이를 강조하기 위한 개념으로 ‘공공성’이 부각되었다. 지나친 시장화가 진전된 한국사회에서는 의료공공성 확보라는 시장질서 반대의 측면을 강조하게 된 것이다. 한국 의료체계의 지배적 질서는 시장인가? 한국 의료공급의 시장화를 극복하기 위해 보조금정책-물적 인센티브 방식이 타당한가?

 

공공의료기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의료 공공성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 이 글의 결론이다. 구체적으로는 표준진료를 선도해야 한다. 올바른 진단 및 치료기준과 적절한 진료비를 받아야 하고 상업적 진료를 지양해야한다. 의료연구와 교육에서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하며 환자와 의료진 모두가 제일 먼저 가고 싶은 병원이 되어야 한다.

 

민간기관에서 수행할 수 있는 공익적 사업이란 재정지원을 받아 일부 공익사업을 수행하는 역할에 불과하다. 그 경우 한국사회 시장적 의료질서 극복은 불가능하다. 보건의료전문가들은 한국 의료체계의 지속가능성을 우려하고 큰 틀의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구조적 변화가 가능한 수준의 개혁조치들은 공공영역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적극적 예산 배정과 거버넌스 구조 개편, 운영과 진료 형식의 변화를 통한 멋진 공공병원 만들기와 이러한 공공병원의 의료체계 지배력을 높이는 것, 이것이야말로 한국사회 의료 개혁을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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