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16김병권/새사연 부원장

 


18대 대통령 선거가 두 달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세 명의 유력 후보들 사이의 지지율 경쟁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그런데 정책이 구체화되고 우선순위가 명확히 선별돼 국민 앞에 제시되지 않고 있다. 투표일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완성된 공약집을 선보인 캠프는 단 한 군데도 없으니 말이다.

그 와중에 정책 비전은 일단 화려한 모습으로 선보이고 있다. 박근혜 후보는 ‘창조경제’를 제시했다. 문재인 후보는 ‘포용적 성장’을 내세웠고, 안철수 후보는 최근 '혁신경제'라는 것을 화두로 꺼냈다. 모두 낙관적인 비전들이다.

그런데 최근 국내외적인 경제환경은 대선후보들의 낙관적인 비전을 수용해 줄 여건이 도무지 아닌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올해와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을 모두 떨어뜨린 바 있는데, 단기적 전망뿐 아니라 장기 진단도 우울하기만 하다. 국제통화기금 수석 이코노미스트 올리비에 블랑샤르는 "세계경제가 괜찮은 상태로 되돌아가는 데는 금융위기 시작(2008년)으로부터 적어도 10년은 확실히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무슨 소리인가. 최소 2018년까지는 경기불황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결국 차기 정권(2013~2017년)은 집권기간 내내 세계경제 불황의 터널 속에서 생존하고 견뎌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국제통화기금의 최근 전망에서만 거론된 것이 아니다. 새사연은 올해 상반기에 펴낸 대선 정책 단행본 ‘리셋 코리아’에서 “2008년 금융위기는 대침체를 넘어 장기침체(Long Recession)로 전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그 때문에 올해 대통령 선거가 단순한 정권교체가 아니라 시대교체가 될 정도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뤄야 침체 극복이 가능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장기불황을 탈출하기 위한 패러다임의 전환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한국경제의 외형을 마사지하거나 성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체질을 바꾸고 구조를 개편하는 그런 수준의 개혁안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그것은 무엇보다 기존의 수출의존형, 부채의존형 경제발전 모델로부터 탈출하는 것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수출의존형 발전전략이나 부채의존형 발전전략 자체가 이미 불황 속으로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을 정점으로 지난해와 올해, 그리고 내년 이후까지 경기가 악화될 것으로 보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수출이 둔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지난 수년 동안은 이웃 국가 중국의 호조로 버틸 수 있었지만 이제는 중국이 9~10% 성장하던 시대는 끝났다. 게다가 모든 나라들이 위기탈출 대책으로 환율전쟁을 감수하면서까지 수출을 늘리려 한다. 수출의존형 발전전략이 고스란히 불황 속으로 들어가는 전략인 이유다.

부채의존형 발전전략도 마찬가지의 한계에 봉착했다. 이제 1천100조원의 가계부채는 부동산 경기하락과 맞물리면서 우리 경제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어마어마한 장애물이 됐다. 가계부채로 인해 금리정책 등 많은 거시정책이 제한을 받고 있다. 가계부채는 얼마 안 되는 국민들의 소득을 이자와 원금상환으로 빠져나가게 한다. 심각한 구매력 약화를 불러와 내수를 약화시키는 근본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소득 불평등 문제로 돌아가서 국민경제 총수요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가계에 대해 소득이라는 ‘성장 연료’를 주입해 줘야 한다. 우리는 내수와 수출의 동시 위축이라는 총수요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새로운 경제체제로의 구조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지속가능한 새로운 성장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 두 가지 과제가 만나는 지점에 놓여 있는 해결책이 바로 생산성과 실질임금의 동반성장 전략이다. 다시 말해 ‘소득주도 성장전략(Income-led Growth Strategy)’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문재인 후보가 자신의 포용적 성장전략 안에 소득주도 성장을 매우 중요하게 위치시켰다는 점이다. 안철수 후보도 그의 책 <안철수의 생각>에서 “고용이 따르지 않는 성장은 궁극적으로 상품에 대한 수요를 위축시켜서 파괴적인 결과를 낳게 됩니다. 노동자들에게 적절한 분배와 보상을 해 줘서 구매력을 키우는 것이 결국 내수시장 활성화를 가져와 기업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라고 적시했다. 소득주도 성장전략에 대한 이해의 틀을 흡수하고 있다. 물론 박근혜 후보에게는 노동자와 중소상인의 소득을 키워 내수를 발전시킨다는 전략을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 다시 걱정스러워지는 대목도 있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이처럼 수출주도·부채주도 성장전략이라는 낡은 시스템을 폐기하고, 국민의 호주머니를 채워서 경제를 발전시키는 소득주도 성장전략으로 전환하겠다는 비전이 더 이상 구체화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두 후보의 정책 창고에서 벌써 녹슬고 있는 것인가. 10년 장기불황이 언급되는 마당이어서 더욱 걱정스럽다.


이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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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1.07.13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지난 3년 반 이명박 대통령 집권 기간 동안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지지도는 경기 변동과 대체로 같은 흐름을 보였다. 집권하자마자 광우병 쇠고기 촛불집회를 겪은 대통령 지지도는 20%대로 추락한다. 얼마 안 있어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고 한국 경제도 위기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되었고 2009년 상반기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한다.

대통령 지지율이 50% 전후로 다시금 크게 상승하기 시작한 것은 2009년 하반기 이후부터이다. 올라간 지지율은 6.2지방 선거 참패 등 갖가지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2010년 말까지 최소 40%이상을 유지해왔다. 2009년 하반기는 끝없이 추락할 것 같았던 세계경제가 반전되기 시작하면서 한국경제도 회복세로 돌아서 OECD에서 가장 빠르게 침체를 벗어났다고 평가 받기 시작했던 시점이다. 그 분위기에 편승하여 때 이른 출구전략 논의가 되기도 했다.

2010년 하반기부터 또 다시 꺾이기 시작한 우리 경제는 올해에 5% 성장을 장담하던 정부의 예측과 다르게 4%초반으로 주저앉기 시작한다. 동시에 꿈쩍도 하지 않았던 대통령 지지율도 내려오기 시작하여 4.27 재보선에서 여당이 참패하더니 6월 접어들면서는 지지율이 30% 밑으로 추락했다.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 온 것이다. 정부에서 동반 성장을 강조하면서 재벌 대기업을 압박하고 여당에서 ‘반값 등록금’을 꺼내들면서 민심을 수습하려는 모양새를 취한 것도 한 편에서는 이해가 된다.

내외적인 경제 여건을 보건데 하반기 이후에도 그리 낙관적인 전망을 할 요인은 많지 않아 보인다. 특히 국민생활에서 중요한 문제는 이명박 정부 집권기간 내내 지적되어 온 지표경기와 체감경기 격차가 해소되는 방향이 아니라 확대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가 당초 성장률 목표를 5%에서 4.5%로 낮추었지만 실제 체감 경기는 그 이하가 될 것이 확실하다는 얘기다. 왜 그런가. 현재 한국경제 성장지표는 내수가 극심하게 위축되어 있는 상황과 관계없이 오직 대기업들의 수출에 의지하여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정부에서는 민간 부문의 회복이라 부르고 있다.

미국 경제의 완연한 재 둔화, 유럽 재정위기의 계속되는 재연, -3.4%까지 떨어지고 있는 일본경제 등 대외적 악조건 아래에서도 중국과 아세안 국가들의 안정적 회복세에 기대어 올해 수출 증가율이 무려 20.6%나 늘어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그 결과 현대 자동차를 포함한 주요 대기업들의 영업실적은 계속 기록을 갱신할 정도로 높은 실적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외국인 자금이 붙으면서 주가도 이들을 중심으로 오르고 있다. 여기까지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국내 경제 상황으로 눈을 돌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7.9%인데 비해 민간소비의 성장 기여도는 1.6%에 불과한 실정이다. 지난해 1분기 수출과 내수의 성장 기여도가 엇비슷한 수준인 것과 비교해도 차이가 확연하다. 한 조사에 의하면 민간 소비 비중이 매우 큰 미국의 경우 GDP 대비 민간소비가 70%를 넘는 것을 제외한다 하더라도 캐나다나 프랑스 일본 등이 대체로 60% 전후인데 비해 한국은 지난해 기준 51.8%에 불과했다. 내수 경기는 거의 침체 국면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추가적인 문제가 또 있다. 지난해와 달리 체감경기를 어렵게 하는 대표적인 요인이 바로 물가다. 올해 들어서 물가는 4%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거기에 명목소득도 하락 추세를 면치 못해 올해 1분기 기준 명목소득 증가율은 3.5%였고 물가를 감안한 실질 소득은 마이너스였다. 노동자의 임금 기준으로 보면 명목 임금이 겨우 1.3% 올랐으니 실질임금은 -2.7%가 되는 셈이다. 민간 소비가 살아날 리가 없다.

이 와중에 또 다른 부담을 주고 있는 요인이 가계 부채다. 이미 800조 원을 넘어선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가처분 소득 대비 절대 규모가 150%를 넘는다는 사실과 함께 부채 구조 자체가 취약하다는 점이 더욱 문제다. 기획재정부 자료를 보더라도 분할 상환이 아닌 일시 상환 비중이 미국의 26%보다 훨씬 높은 41.3%나 되고 고정 금리가 아닌 변동 금리 대출이 미국의 26%의 3배가 넘는 89%에 이른다. 저소득 계층은 소득대비 부채 비율이 높다는 것이 문제다. 중산층은 100만 가구가 넘는다는 이른바 하우스 푸어의 가처분 소득 대비 원리금이 41.6%나 된다. 저소득층이든 중산층이든 부채로 인해 실제 소비지출과 구매력을 높일 여지가 없다는 뜻이다. 전세가격 상승이 얹어지면 그 무게는 저소득층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임기 종반에 가까워지면서 그렇지 않아도 권력 누수현상이 커질 텐데 대통령 지지율을 다시 끌어올릴 방안을 정부는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정부와 여당도 대체적인 답을 알고 있는 듯하다. 반값 등록금처럼 사회복지 정책을 확대하면서 내, 외수 양극화의 중심에 있는 재벌 대기업에 대한 규제와 개혁 방안을 실제로 추진하는 것이다. 하반기 가장 어두운 전망은 정부와 여당이 다시 재벌 대기업 집단과 타협하여 국민을 힘으로 억누르는 것이 아닐까.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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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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