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09.12.18 09:59
투자수익률 계산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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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32조 투자 89조 대박?

최근 주요 경제신문들을 비롯하여 일간지들이 한국거래소의 보도자료를 인용해 2009년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32조 원을 투자해서 89조 원의 투자수익을 얻었다는 기사를 일제히 보도하였다. 새사연은 그동안 투기적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 세계경제체제의 불안정성을 키웠고, 1997년의 한국, 2008년의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그리고 두바이의 예처럼 국가경제 자체를 파탄시켜 버릴 수 있는 ‘대량파괴 무기’라고 이야기해 왔다. 그렇기에 이 보도를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그러나 89조원 대박의 근거로 사용한 계산방법이 석연치 않게 느껴졌고, 보도의 내용이 독자들에게 오해를 심어줄 수도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좀 더 정밀한 투자수익 계산을 시도해 보았고, 투자수익과 관련된 사회적 의미를 파악해 보기로 하였다.

먼저 한국거래소의 보도자료를 인용하여 쓴 기사를 하나 살펴보자.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일 현재 외국인이 보유한 주식의 시가총액은 286조 3404억 원으로 지난해 증시가 폐장한 12월 30일의 165조 7996억 원보다 72.7퍼센트(120조 5408억 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 투자자가 주식을 사는 데 쓴 돈인 순매수금액은 31조 5855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 증가분에서 외국인 순매수금액을 제외한 외국인의 투자수익은 88조 9500억 원으로 추정됐다(경향신문, 2009.12.13).

이 보도를 보면 마치 외국인이 32조 원을 투자해서 89조 원의 수익을 올린 것처럼 오해를 할 수도 있다. 코스피 지수가 2007년에 2000포인트까지 올라갔다가 하락하기 시작했고, 2008년 9월 리만브러더스 파산사태 이후 급락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들이 보유한 주식의 시가총액뿐만 아니라 시장 전체의 시가총액이 급격히 떨어졌다. 2009년 2월말부터 주가가 다시 회복하기 시작하였는데, 주가상승을 외국인들의 투자유입이 주도한 것은 사실이지만 89조가 신규투자에 붙은 수익은 아니다. 대부분은 팔지 않고 보유하고 있던 주식의 시가총액이 ‘회복’된 것이다. 같은 계산 방법을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수익에 적용하면, 국내 기관과 개인은 약 170조의 대박을 냈다고 볼 수 있다.

2. 수익률 계산의 근본적 어려움

이런 주먹구구식 계산이 모든 일간지를 장식할 수 있는 것은 수익률 계산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사실 때문이다. 먼저 외국인을 마치 한 명의 주체처럼 취급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 주식시장에는 180여개의 다수의 외국 투자기관과 많은 개인투자가들이 공식적으로 등록하여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투자시장에서 서로 경쟁하며 먹고 먹히는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물론 국제 정치경제적 흐름에 따라 형성된 추세를 한꺼번에 좇는 경향이 있어, 들어가고 나갈 때 몰려다니면서 소위 붐 앤 버스트를 일으키곤 한다.

두 번째 문제는 수익률은 어떤 종목을 누가 얼마에 사고 얼마에 팔았는지 알아야 계산 가능하다. 외국인을 하나의 주체로 취급할 수 있다고 가정하고 계산해도 이들이 어떤 주식을 얼마일 때 사서 얼마일 때 팔았는지 모르면 계산이 안 된다. 증권사에서는 이런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계산이 가능하지만, 전체를 파악할 수는 없다. 외국인들이 판 주식이 1998년에 ‘헐값’에 사들인 것인지 2007년에 ‘고가’에 산 것인지 모른다. 매도한 것에 대한 수익률을 얘기했지만 평가차익도 마찬가지다.

3. 대안적 계산 방법

이런 원천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가정을 전제로 좀 더 정밀한 방식의 계산을 할 수는 있다.

아래 표1은 2009년 2월부터 12월 10일까지 월 단위로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순매수 규모와 외국인 보유주식의 시가총액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2008년 12월말을 기점으로 하지 않고 2009년 2월을 계산의 기준점으로 잡은 이유는 3월부터 외국인들의 순매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시가총액도 12월말보다 2월말이 더 낮기 때문에 언론에 보도된 계산과 비교할 때 문제가 되진 않는다.

계산을 용이하게 하기위해 다음과 같이 단순화한 모델을 전제로 한다. 우선 언론 보도처럼 외국인은 하나의 투자주체라고 가정한다. 그리고 2009년 2월말까지 보유한 주식은 하나도 팔지 않고, 3월부터의 순매수는 신규투자로 생각한다. 이렇게 모델을 만들면, 외국인들의 전체 투자는 매월 변동금리가 적용되는 복리형 정기예금 플러스 적금 복합상품과 같아진다.

따라서 이자율에 해당하는 월 수익률을 먼저 구하고 월 복리로 매달 순매수 투자액의 현재적 가치를 구할 수 있다. 또한 원금(즉, 2월 말 보유 주식의 시가총액)의 수익률도 분리해서 구할 수 있다. 수익률은 다음과 같은 간단한 공식으로 구한다.

이 식과 함께 복리계산표를 이용해 매월의 수익률을 계산하고, 각 달에 신규투자액의 현재적 가치를 평가하면, 지난 2월부터 현재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규투자 총액은 약 25조 8000억 원이고 그 현재적 가치는 30조 9000억 원이다. 신규투자에 붙 수익은 5조 1000억 원인 셈이며, 수익률은 20퍼센트이다.

2월말의 시가총액과 현재(12월 10일)의 시가총액 차이는 약 130조 원인데, 이 중 약 100조는 2월말까지 보유하고 있던 주식의 가격이 올라가면서 만들어 진 것이다. 이는 2월말에 예금한 것으로 가정한 원금 156조 원이 255조 원으로 증가한 것으로서, 수익률이 63.8퍼센트였다(표2 참조).

4. 환율의 고려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익을 계산할 때는 한 가지 더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바로 환율이다. 이를 고려해서 다시 계산하면 외국인들의 신규투자 수익률은 더 올라간다. 2009년 2월에 원-달러 환율이 1500원/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는데, 차츰 안정되기 시작해 현재는 1160원 수준이다. 2월에 환율이 고점에 달했을 때 주식을 사서 지금 팔면, 주식가격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달러 당 400원 정도는 그냥 수익으로 남는다. 매달 신규매수에 필요한 돈이 외국에서 달러로 조달되었다고 가정하고 월평균 원-달러 환율을 고려해서 계산하면, 신규매수 수익률은 20퍼센트에서 28퍼센트로 높아진다. 그 차이를 원화로 계산하면 약 1조 6000억 원이다. 만약 외국인 신규매수가 모두 단기성 투기자본이고 12월 10일에 일제히 차익실현을 하고 본국으로 송금했다고 가정하면 외국인 투기꾼들은 9개월 만에 주식시장에서 5조원, 외환시장에서 1조 6000억 원의 수익을 얻는 것이다 (물론, 순수한 가정이다).

5. 자본의 세계화에 대한 단상

올 2월부터 지금까지 한국 주식시장에 들어온 외국인 신규매수 전체가 단기성 투기자본은 아니다. 금융감독원의 분석에 따르면, 주식시장에 유입된 단기성 달러 캐리 트레이드 자금은 1조 원 정도이고, 신규투자의 대부분은 중장기 펀드 자금이라고 한다. 채권시장까지 포함해서 약 7조 5000억 원이며, 이는 전체 순유입액의 15.3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외국인들의 투자가 중장기적인 성격을 띤 것이라면 외국자본과 국내토종 자본의 차이는 거의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면서 유가증권시장의 존재 자체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면 말이다. 올해 주식시장 최대의 수혜자는 이건희와 정몽구라고 한다. 12월 초를 기준으로 이건희가 보유한 지분의 평가액은 올 초 1조 3560억 원에서 3조 8351억 원으로 2조 4790억 원이 늘었다. 정몽구의 주식 보유지분의 평가액도 연초보다 2조 4390억 원이 늘어나 4조 2049억 원이다. 이 두 사람보다는 적지만, 최태원, 신동빈, 정몽준 등도 1조를 훨씬 뛰어 넘는 자산가치 상승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물론 이들과 외국자본의 차이가 없지는 않다. 이들 재벌가의 주인들은 좀처럼 주요 기업의 주식을 처분하진 않는다. 하지만 외국자본만 단기성 매매를 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의 많은 기관과 개인 투자가들이 매일 단타성 매매(day trading)에 매달린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자본 중 많은 부분은 주요 기업에 전략적 투자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시중은행이나 삼성전자와 같은 핵심기업들에 투자되어 있는 자본들은 대부분 장기투자이다.

맥킨지 글로벌에 따르면, 세계 주식시장의 약 30퍼센트는 세계화가 돼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외국인 소유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시장의 경우 2004년 7월에 외국인 소유지분이 주식수로 따지면 23.5퍼센트, 시가총액 기준으로 44퍼센트까지 올라간 적이 있다. 그 후 차츰 낮아지기 시작해 (즉, 차익실현을 하기 시작해) 2009년 3월 주식수를 기준으로 15.3퍼센트, 시가총액으로는 28퍼센트까지 내려갔다. 3월 이후 다시 외국 자금이 유입되면서 현재 주식수로는 약 17퍼센트, 시가총액으로는 32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위기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유지되었던 올 초의 소유지분 수준이 아마 한동안 깨지지 않을 바닥이 될 것 같다. 현재 수준이 세계적 평균에도 근접해 있기에 현 수준을 기준으로 아래위로 일정정도 변화를 보이면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세계화된 자본주의에서 국내자본 대 외국자본의 구도로 투자의 세계를 바라보는 것이 그리 합리적인 틀은 아니다. 그러나 국제적으로 정치경제적 상황이 급변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1997년의 위기 때도 그랬고,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도 그랬듯이 문제가 생기면 일시에 빠져나가 유가증권시장과 외환시장을 동시에 붕괴시키며 국민경제를 초토화시킬 수 있다.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두바이 등 얼마 전까지 성공신화로 본받아야할 대상으로 칭송받던 나라들이 외국자본이 썰물같이 빠져나가자 그대로 무너져버렸다. 이것도 우리가 직시하고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중요한 현실적 변수이다. 이런 위기를 겪고도 여전히 외국자본 유치를 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고 다니는 정부관계자들을 우리가 말리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다름 아닌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박형준/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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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09.10.07 10:19

코스피지수 1600선이 기어이 무너졌다. 경제성장률의 반등과 함께 경제 회복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코스피지수가 휘청거리고 있는 것이다. 4분기의 시작과 함께 나타나고 있는 이러한 현상이 혹시 한국 경제의 새로운 국면을 예고하는 징후는 아닐까. 2009년 4분기 한국 경제를 전망해보기로 하자.

자본시장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이상기류

추석연휴가 끝난 지난 5일 코스피지수는 1700선을 돌파한 지 십여 일만에 다시 1600선 바닥까지 내려앉았다. 그리고 바로 어제(6일) 결국 1600선이 무너졌다. 지난달 말부터 외국인들이 매도세로 돌아선 뒤 8거래일 연속 순매도에 나선 탓이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일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3,673억 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이는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로 돌아오기 시작한 올 3월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이다.

최근 외국인들은 삼성전자, LG전자, 현대모비스, 하이닉스 등 지난달까지 지수를 끌어올렸던 IT와 자동차 관련 주들을 집중적으로 팔고 있다. 이들이 단기차익 실현에 나섰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통상 외국인의 순매도 국면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것과 달리 현재는 환율도 계속 하락하고 있어 이들 외국인들이 이번 주부터 시작되는 기업들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자금을 비축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실물경제의 회복 없이 이루어진 최근의 금융시장 부흥이 한계에 부딪혔을 가능성 또한 짚어둬야 한다. 프랑스 해운회사의 부도설이야 말로 현재 세계 경제 곳곳에 여전히 매우 불안정한 위험 요소들이 숨어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증시와 같은 금융시장을 뒷받침해야 할 실물경제에 과연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지를 검토해보자.

사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식시장의 고속 회복과는 다르게 실물경제의 회복 속도는 매우 더딜 것이며 아직 고용상황 등은 바닥에 도달하지도 않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더욱이 최근의 회복조짐은 각국 정부가 대규모 경기부양책들을 쏟아부은 결과이지 정상적 경제회복 메커니즘의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 이는 한국경제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2009 한국 경제, 정말 '풍년'을 기대해도 좋을까, 새사연).

최근의 몇 가지 경제지표를 확인해보면, 우선 산업생산 측면에서 8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전달에 비해 오히려 떨어졌다(77.6퍼센트)다. 설비투자는 전달보다 조금 증가했으나 여전히 지난해 대비 -16.6퍼센트를 기록해 회복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건설기성액 실적도 정부 토목공사의 증가에도 7월에 비해 4.4퍼센트가 줄었다. 내수에 큰 영향을 주는 서비스업의 경우 자산시장인 금융과 부동산의 성장이 크게 늘었지만 전체적으로는 7월보다 0.6퍼센트 줄어드는 추세다(통계청, “2009년 8월 산업활동 동향”, 2009.9.30). 실물경제 회복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하겠다.

민간 부문에서 경제 회복을 주도하던 자동차산업을 살펴보자. 지난 8월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완성차 5개사의 판매대수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시장에서 사상 최초로 월간 판매대수 10만대를 기록하는 등 대박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달새 절반 수준인 5만 3000대로 떨어졌다. 미국 정부가 7~8월 두 달 동안 한시적으로 시행한 ‘중고차 현금보상 프로그램’이 종료되었기 때문이다. 세계 소비시장의 회복을 기대하기에는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고용지표를 확인해보자. 9월 고용상황은 아직 알 수 없지만 실업급여 상태를 보면 상황이 그리 낙관적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지난달에 실업급여를 신규 신청자는 7만 7000명으로 전달에 비해 늘었으며 지급액도 3500억 원으로 전달보다 늘었다. 해고 방지를 위해 지원하는 9월 고용유지 지원금 239억 원도 8월보다 늘었다(노동부 보도자료, 2009.10.1). 한국 고용시장에서도 역시 아직 회복 조짐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예상했던 일이었지만, 이처럼 산업생산과 소비, 고용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거나 오히려 더 악화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자산시장이 홀로 날아오르는 것은, 그것도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시기에서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설사 그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해도 그것은 경제 회복의 징후라기보다는 어쩌면 더 위험한 거품의 전조일지 모른다.

외국인이 계속 증시를 받쳐줄 수 있을까

간단하게 살펴보았듯이 현재 우리나라의 실물경제 회복 속도는 증시의 상승속도에 전혀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독자들을 위해 이번에는 한국 증시 상승의 막강한 동력인 외국투자자들의 동향을 짚어보기로 하자.

2009년 3월 이후 한국 주식시장의 급격한 상승에 대해 새사연은, “최근 보이는 한국 주식시장 폭등의 배경에는 정부의 저금리 기조와 회복세를 보이는 거시경제지표를 기반으로 국내 초 대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며 실적을 올려가자 불황 속에서 수익처를 찾던 월가의 금융자본이 이들 대기업들에 집중적으로 자금을 투자하면서 만들어진 일종의 3자 합작품 성격”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시가총액 1000조 눈앞... 한국 '주식시장의 봄'은 왔는가, 새사연).

물론 그밖에도 신흥국 주식과 같은 일종의 위험자산으로의 자본 이동 경향, 또 이와 연동된 달러 약세로 인한 ‘달러 캐리 트레이드’ 현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한국 증시가 선진국 지수(FTSE)에 편입된 것도 한 몫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외국 자본이 한국 주식시장을 장기 투자처로 인식하고 있지 않음은 분명하다.

특히 올해 3월부터 9월 23일까지 이어진 외국인의 공격적인 한국주식 매수세는 지난해의 급격한 이탈을 감안하더라도 정상적인 매수행위를 넘어서는 사재기 수준이었다. 외국인들은 올해들어 지난달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26조 8000억 원 그리고 채권시장에서는 34조 원을 순매수했고, 그 결과 28퍼센트까지 떨어졌던 외국인 비중은 9월 말 현재 다시 32퍼센트까지 늘어났다. 이는 경제위기가 본격화되기 전인 2007년 말의 32.4퍼센트에 달하는 높은 수준이다.

이미 2007년 말 수준까지 주식을 사들인 상황이고 보면, 머지않아 한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둔화되기 시작할 때 이들이 어떤 행보를 취할지는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증시의 경우는 이미 버블이 우려된다는 인식이 퍼져 있는 상황인 데다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더 이상 재정 여력이 남아있지 않다는 불안감도 서서히 현실화되고 있다. 여기에 금리상승으로 인한 가계부실 위험마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감안하면 외국자금이 앞으로도 계속 유입될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여러모로 합리적이지 않다.

가계부실이라는 새로운 뇌관을 놓쳐서는 안 된다

이번 금융위기를 통해 드러났듯이 저축보다 금융과 자산 투자에 의존하는 가계경제의 패턴은 경기 변동에 지극히 민감해지는 결과를 낳는다. 즉, 경기가 상승하면 주가와 부동산 가치 상승에 편승해 소비를 확대함으로써 경기 과열을 부추기고, 반대의 경우는 극도의 소비위축으로 돌아서 오히려 경기 침체를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이는 가계경제 자체의 안정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을 뿐 아니라 가계경제가 국민경제의 심각한 불안요소로 자리잡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행히 현재 세계 각국의 가계경제는 금융 투자나 과소비보다는 부채를 상환하고 저축을 늘리는 가계 디레버리지(de-leverage) 과정을 밟고 있다. 저축률이 제로에 이를 만큼 소비와 금융투자에만 전념했던 미국의 가계들조차 이번 금융위기를 계기로 지출방식을 바꾸고 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금 가계경제를 금융시장에 얽어매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2009년 4분기가 시작되었다. 혹시라도 이명박정부는 자신의 국정지지도가 코스피지수와 강하게 연동돼있다고 여겨 주식과 부동산시장으로 더 많은 투자가 몰리기를 기대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현실은 그런 바람대로 움직여줄 것 같지 않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가계대출을 더 끌어내 불안한 거품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치솟은 지지율에 거품이 끼어있지는 않은지 돌아보는 일일지 모른다. 높은 지지율과 경제지표가 곧 모든 현실을 보여주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때다.

-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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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08.07.17 11:14

“봐라 화수분이 아니냐. 암만 따내도 여전히 지천이잖니?”

어릴 적 할아버지는 내 손을 이끌고 텃밭에서 저녁상에 올릴 깻잎과 고추를 따며 이렇게 말씀 하셨다. 그때만 해도 나는 화수분이라는 말의 뜻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다만 할아버지의 흡족한 표정으로 미루어 ‘화수분이란 작물(?)은 상당히 농사가 잘되나 보다’라고 어림짐작할 뿐이었다.

화수분을 다시 만난 것은 그로부터 한참 시간이 흘러 중학교 때 한국 대표 단편문학선집을 읽으면서였다. 선집에는 일제 치하에서 작품 활동을 한 소설가 전영택의 ‘화수분’이란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었다. 예전 기억이 떠올라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재물이 자꾸 생겨 아무리 써도 줄지 않음을 일컬음’이라고 뜻을 풀이했다. 화수분은 내 짐작과 달리 농작물 이름이 아니었다. 황하의 물을 가득 담은 그릇이 있어 아무리 퍼내 써도 그 물이 마르지 않는다는 중국 고사의 하수분(河水盆)에서 유래한 말이라는 것도 비로소 알게 되었다.

3년반 동안 53조를 팔아치운 외국인

최근 우리나라

증시에서 외국인들의 연이은 매도를 보며 새삼 화수분이 떠올랐다. 한국 주식시장이 재물이 끊이지 않고 솟아나는 화수분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그렇다. 다만 이것은 유감스럽게도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 투자자에게만 해당되는 말이다.

외국인들은 2005년부터 한국 증시에서 순매도로 돌아서 2005년 2.4조, 2006년 11.2조, 2007년 24.6조 원 어치의 주식을 계속 팔아치웠다. 올해는 7월 16일 현재까지만 이미 14.4조를 순매도해 연간 최대 순매도 규모였던 작년 기록을 갱신할 기세다. 3년 반 사이에 약 53조 원을 한국 증시에서 빼내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의 이 연속 순매도 규모는 지난해 상장 12월 결산법인 555개사가 거둔 연간 순이익 총합계 49조 원보다 큰 것이며 올해 우리나라 살림살이에 쓸 국가 예산(256조 원)의 약 1/5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이처럼 많은 돈을 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빼가고 있건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외국인의 한국 증시에서의 비중은 32.3%로 여전히 영향력이 높기만 하다.

외국인은 원래 한국 증시에 대규모로 투자했으므로 실컷 빼가고도 많이 남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외국인에게 우리나라 기업 주식을 살 수 있도록 문호를 처음 개방한 것은 1992년 김영삼 정권 때이다. 이로부터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7년까지 6년 동안 외국인의 순매수액은 총 8.6조 원이다. 1997년 말 외국인의 주식 보유 총액은 9.59조 원으로 투자액보다는 크지만 금리 수익을 따져 환산하면 크게 남지도 밑지지도 않는 정도였다.

한도 100% 확대 그러나 2.8조 순매도

그러나 외환위기를 전후로 사정은 급변한다. 발등의 불인 달러 부족을 메우기 위해 그리고 신자유주의적 금융 개방 정책으로 인해 1997년 한 해에만 외국인 주식투자 한도가 23% → 26% → 50%로 세 번이나 확대되는 조치를 밟았다. 기업을 설립했거나 현재 경영하고 있는 대주주의 고정 지분을 고려할 때 투자한도 50%는 사실상 무제한적인 투자를 용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다음해인 1998년 5월에는 또다시 외국인 투자한도를 100%로 확대함으로써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 규제를 전면 철폐하기에 이른다.

그 결과는 어떻게 나타났을까? 1998년부터 2008년 7월 16일 현재까지 외국인의 한국 주식시장 순매수 누계 금액은 아이러니하게도 -2.8조 원이다. 증시 전면 개방에도 불구하고 약 10년간 외국인의 매도액이 매수액보다 더 크다는 뜻이다. 더더욱 가관인 것은 외국인의 국내 증시 비중(거래소 시장 기준)은 1997년 말 13.7%에서 2007년 말에는 32.3%로 오히려 두 배반 이상 늘었다는 사실이다.

자, 여기까지 전개한 이야기를 집약하면 이렇게 된다. 1997년 외환위기까지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의 13.7%만을 보유했으며 주식 평가액은 9.6조 원이었다. 그리고 이후 10년여 동안 외국인은 한국 증시에서 순매수가 아니라 2.8조 원을 순매도한 매도 주체였다. 올해 매도분을 제외한다 해도 10년간 순매수액 합계는 겨우 11.6조 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외국인의 국내 주식 보유 비중은 32.3%로, 평가액은 307조 원으로 30배 이상 대폭 늘어났다.(2007년 말 거래소 시장 기준) 이러니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 증시는 그들이 필요할 때 아무리 퍼가도 여전히 재화가 지천으로 남아도는 ‘화수분’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옛 이야기에 등장하는 신묘한 그릇은 저절로 재화가 생겨나게 할지 모르나 현실 세계, 특히 금융의 세계는 그렇지 않다. 금융 거래는 결국 제로섬 게임이다. 어떤 사람이 엄청난 수익을 올린다면 반대편에서는 그와 동일한 금액만큼을 누군가가 꼭 잃어주어야만 한다. 어릴 적 구슬로 홀짝놀이를 한 기억을 떠올려 보면 간단하다. 천하의 홀짝 귀재라 할지라도 잃는 아이들 구슬의 총합계 이상을 딸 수는 없는 것이다. 주식시장 단기 매매 차익의 원리는 홀짝놀이와 아무 차이가 없다.

물론 주식에 투자된 납입 자본은 기업의 생산 자본으로 사용되어 장기적으로 기업의 가치와 규모를 키우는 데 일조하고 그에 따라 주가도 오르는 또 다른 속성도 지닌다. 그러나 이것은 단기 투기거래가 아닌 장기 투자에서 그리고 어디까지나 실물경제의 성장률을 반영하는 범위 안에서만 타당성을 지닌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는 잠재성장률을 하회하는 저성장에 시달려왔다. 국내총생산은 1998년 484조 원에서 2007년 901조 원으로 1.8배 성장했을 뿐이다. 이 사이 외국인의 보유주식 평가총액이 30배로 불어난 것은 결코 한국경제의 실물적 성장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그릇을 채운 자 누구인가

실물경제 성장을 상회하는 외국인의 과도한 자본 수익의 이면에서 누가 대신 고통을 충당하고 있는지는 어렵지 않게 유추가 가능하다.

먼저 국내의 개인 및 기관투자가들이다. 외환위기 직후의 주가 침체기에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양껏 사들였다면, 국내의 개인 투자자들과 기관은 2005년 이후 본격적으로 주식 매수에 나서면서 외국인의 매물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는 전국이 펀드 열풍으로 들끓은 한해였다. 주식형, 채권형, MMF 등을 포함한 펀드 계좌가 2,000만개를 돌파하여 1가구 1펀드 시대를 맞이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로 금융 시장의 위험성이 이미 노출된 상황에서도 ‘펀드를 대체할 장기 투자 수단이 없다’는 금융기관과 언론의 장밋빛 예찬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2007년 9월 말 적립형 주식펀드가 최초로 1,000만개를 돌파했다. 그리고 불과 한 달여 뒤 우리 증시는 종합주가지수 2,085포인트를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주가가 고점에서 이미 27%가 하락하는 동안 그 많은 펀드와 300만을 상회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은 고스란히 주가 거품을 조성한 외국인의 수익으로 귀결된 것이다.

직접투자나 펀드 투자를 하지 않은 국민들은 이 피해에서 예외일까? 그렇지 않다. 실물경제를 압도하는 금융경제의 영향력은 국민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세계경제가 요동치고 전 세계에서 주가 버블을 일으켜 막대한 차익을 거둔 금융 자본이 유가와 식량, 원자재 투기에 달려들 때 그 피해는 펀드와 전혀 무관한 서민에게도 돌아온다. 금융 경색과 금리 인상, 물가 폭등, 내수 침체라는 이름으로.

외국 자본 따라하기, 금융 추종 정책의 부메랑

사정이 이러한데도 정부를 중심으로 소위 선진화를 부르짖는 대부분의 식자들의 관심은 우리나라를 금융국가로 만드는 데 온통 쏠려 있다. 해외 펀드 투자를 대단한 국익 창출 수단이라도 되는 듯이 권장하고 몇 개 남지 않은 국책은행을 민영화하여 매각하지 못해 안달이다. 증시 개방과 OECD 가입으로 한국이 곧 선진국이 될 거라고 설레발을 떨던 외환위기 직전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그 결과 지금 어떤 부메랑이 돌아오고 있는가. 얼마 전 미래에셋증권은 중국에 투자한 펀드의 대규모 손실에 대해 간담회를 열고 사과를 해야 했다. 미래에셋은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 4조 원 이상의 손실을 포함해 상반기 동안에만 모두 7조 1,775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그동안 국내 은행의 서브프라임 손실이 미미하다고 전해진 것과 달리 한국은행이 현재 외환보유액 2,581억 원의 15%에 이르는 370∼380억 달러 가량을 파산 위기에 처한 미국 모기지업체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채권에 투자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한국을 금융허브 국가로 만들기 위해 설립한 한국투자공사(KIC)는 미국 투자은행인 메릴린치에 나랏돈 20억 달러를 덥석 투자해 반년 만에 절반을 날렸다. 세계가 금융 불안으로 요동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어떤 손실이 어디에서 얼마나 발생할지는 전혀 예측 불허다.

이 모두가 견실한 실물경제의 성장 없이 금융이라는 황금알 낳는 거위에 집착한 결과들이다. 선진국들이 모두 금융으로 돈을 벌어들이니 우리도 어서 서둘러 따라가야 한다는 금융 세계화 추종 정책은 이미 나라 안팎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한국 증시에서 승승장구한 외국 자본 역시 정작 자기들 나라에서 번지는 금융 위기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미국은 한때 그들의 자존심으로 내세우던 자동차 회사 제너럴 모터스의 부도설이 심심치 않게 흘러나올 정도로 제조업 상황이 좋지 않다. 실물경제의 발전과 함께하지 않는 금융 강국의 꿈은 위험하기도 하거니와 누군가에게는 고통을 전가한다. 어릴 적 할아버지가 보여준 화수분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우리 국민경제의 나갈 길은 결코 금융 추종 정책에서 구할 수 없다. 일자리를 늘려 청년들의 기지개를 펴게 할 때, 중소기업과 자영업의 내수 경기를 살려 나라 안에서 자체적으로 수요와 생산이 촉진될 때, 한미FTA와 쇠고기 수입개방에 근심하는 농민들과 함께 식량 위기를 돌파할 농업 기반을 조성할 때, 그리고 투기활동이 아니라 이런 생산적 경제활동을 착실하게 지원하는 금융 시스템을 만들었을 때 우리는 당당히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봐라, 이게 정말 화수분이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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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