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08.07.23 15:19

중소기업에까지 전파된 스태그플레이션

글로벌 경제와 함께 한국경제도 2008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 초기 국면에 진입했다. 물론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서 조차 수출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아직 큰 충격 없이 나홀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오히려 상반기 정부의 고환율 정책 덕택에 대기업의 영업이익은 더 증가했다.

스태그플레이션 충격은 (1) 일차적으로 임시, 일용노동자 등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감소에서 나타나고 있고 (2) 특히 자영업자수가 1년 전에 비해 약 10만 명이 줄어드는 등 내수 부진과 물가상승은 자영업을 한계상황에 내몰고 있으며 (3) 일부 소기업들이 줄어들고 고용인원이 감소하는 등 중소기업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임시, 일용노동자 → 자영업인 → 소기업으로 전달되고 있는 스태그플레이션 충격은 하반기에 광범위하게 중소기업 생산 기반을 위협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기업들에게 특히 강화되어 나타나기는 하지만, 이미 중견기업에 이르기까지 업황 실적이나 전망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지난 3월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으로 반짝 상승한 것을 제외한다면 중소기업의 경기는 2007년 4/4분기를 정점으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고, 특히 5,6월부터 급격히 꺾여가고 있는 추세다. 7월 업황 전망치 78.2는 2005년 2월 이후 3년 5개월 만에 최저치다.

원자재가격 폭등, 이를 가중시킨 고환율 정책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는 급격한 달러 약세를 초래했고 월가에 집중된 과잉 금융자본을 원자재, 식량과 같은 실물자산으로 이동시켰다. 그 결과 2007년 4/4분기부터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였고 이는 국내 중소기업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주게 된다.

수입원자재 가격의 급등은 중소기업들에게 제조원가 상승의 부담을 주었지만,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원자재가격 상승분을 납품원가에 반영시켜주지 않았고 일부는 오히려 생산성 향상을 들어 원가를 인하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10년간 원자재인 철스크랩(고철)과 선철(쇳덩어리) 가격이 각각 190%, 121% 올랐지만 대기업에 납품하는 주물제품 가격은 20~30% 밖에 인상되지 않았다. 그 결과 지난 2월 29일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 회원들이 납품단가 현실화를 내걸고 납품중지 등의 파업을 하는 상황에 이른다.

여기에 추가부담을 얹어준 것이 이명박 정부 초기 강만수 경제팀의 고환율 정책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초인 3월 고환율 정책을 표방하면서 최대 950원대에 머물던 환율은 3월 18일 1,021원대까지 치솟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간다. 이후 환율은 980원선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고 상반기가 끝나는 6월 30일 1,043원을 기록하며 상반기를 마감한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통상 달러로 표시되는 계약통화기준 수입가격보다 원화 표시 가격 증가율이 더 낮았다. 그 이유는 환율이 낮았기 때문이다. 즉 당시까지는 수입 원자재 가격 급등을 환율이 완충시켜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3월부터 고환율이 시작되면서 달러표시 수입가격보다 원화표시 수입가격 상승률이 7% 이상 더 오르더니 6월에는 환율에 의해 수입가격 추가 상승분이 무려 17.5%가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미 32.5% 오른 달러표시 수입가격 상승률을 49%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고환율이 담당한 것이다. 즉, 환율이 수입가격 상승분을 완충시키는 것이 아니라 확대시키고 있다.

고환율 기조로 증폭된 수입물가는 6월에 49%까지 치솟았고, 수입 원자재 가격은 무려 92%까지 상승한다. 중소기업의 경영에 원자재 가격 상승이 가장 심각한 장애요인이 된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아울러 유가 폭등은 중소기업의 물류비 상승 부담까지 크게 높였다.

중소기업인들 원자재 가격 반영 명시하는 ’납품단가 연동제’ 요구

정부의 ‘납품단가 조정협의제’ 는 실효성 없어원자재 가격 부담이 계속 높아지자 중소기업인들은 지난 5월 ‘납품단가현실화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대처강도를 높였다. 더 이상 방관할 수 없게 된 공정거래위원회는 6월 12일, 절충안으로 ‘납품단가 조정협의제’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인들은 7월 11일 정부의 안을 거부하고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 100만인 서명운동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납품단가 조정협의제 법제화 방안은 대략의 구조로 볼 때 다음과 같다 (1) 납품단가 조정협의 조건과 방법을 하도급 계약서에 명시하도록 의무화 한다. (2) 중소기업은 계약서에 따라 원자재 가격 등이 인상되면 대기업에게 납품가격 조정협의 신청을 하고, 대기업은 이를 응해야 한다. (3) 구체적 단가 조정은 여전히 원사업자-수급사업자의 자율결정으로 한다. (4) 대기업이 단가 조정협의에 응하지 않으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법에 따라 제제조치를 취한다.

중소기업인들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정협의제가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1) 하도급계약서 작성이 의무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대기업들이 하도급 계약서 자체를 안 쓰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하도급 계약서에 납품단가 조정 방법을 명시하도록 하는 것은 큰 실효가 없다. (2) 현재에도 납품단가 분쟁 조정 신청을 하면 거래가 단절되는 경우가 무려 82%에 달한다. 워낙 교섭력 격차가 크고 거래단절이 빈번하여 50% 이상의 중소기업이 납품단가 인상 사유가 발생해도 참고 넘어간다는 것이 조사 결과다. 이런 상황에서 조정과 교섭을 자율적으로 하도록 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

현재 중소기업인들의 반응을 보면 “원자재 가격이 급변했을 때 이를 납품단가에 ‘연동’될 수 있도록 하지 않고 ‘조정’하도록 규정하면 실제로 조정에 나설 중소기업이 어디 있겠나”, “납품단가 조정협의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교섭력 격차로 인해 실효성이 전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납품 중소기업의 거래단절을 촉발하고 가격 협상의 족쇄를 채우는 결과를 초래할 뿐”, “이제는 곪을 대로 곪아 터졌기 때문에 연동제의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산업 자체에 엄청난 파장이 있을 수 있다”, “세계에서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라는 게 드물다는 점은 그만큼 우리나라의 대/중소기업 관계가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인들이 요구하는 ‘납품단가 연동제’는 다음과 같다. (1) 우선 하도급 계약서에 원자재 가격 반영을 명시한다. (2) 하도급법 개정을 통해 ‘부당한 하도급 대금의 결정 유형’에 ‘원자재 가격 변동을 반영하지 않는 경우’를 추가하여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제재를 가한다. (3) ‘중소기업 원가계산 센터’를 설립하여 원자재가격 변동에 따른 가격 인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납품단가와 관련된 분쟁조정 기능을 부여한다.

환헤지 파생상품(KIKO)으로 인한 대규모 손실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 분산 능력이 비교적 취약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지난해부터 은행들(주로 외국계 은행들)은 상당규모의 통화옵션 상품, 즉 환헤지 파생상품을 판매했다. 환헤지 파생상품이란, 주로 외화 결재를 하는 수출기업들이 급격한 환율변동에 대처하고자 달러와 같은 외화 통화를 기초자산으로 하여 설계된 통화옵션(KIKO, Snowball), 통화선도거래, 통화선물거래 상품 등을 말하며, 여기에 환변동보험을 포함할 수 있다. 그런데 중소기업들이 은행과 계약한 통화옵션상품, 특히 그 가운데 하나인 KIKO 상품으로 인해 심각한 손실을 보는 상황이 발생했다.

통화관련 파생상품계약은 수출 중소기업들이 은행들과 개별적으로 맺는 금융상품 거래이기 때문에 정확한 규모를 알기가 쉽지 않다. 문제가 심각하게 불거진 후 공정거래위원회는 7월 16일 이후 상장기업 공시에서 올해 사업연도의 정기보고서에 통화 관련 파생상품 계약내역을 명시하도록 규정했으므로 향후 공시 보고서에서 구체적인 내역이 밝혀질 것이다. 현재까지 추산된 바로는 2007년 KIKO를 포함한 통화옵션 상품 거래는 외국계 은행 중심으로 이루어졌는데, 거래 규모는 한국씨티은행이 65조 1천억 원, 신한은행이 43조 5천억 원, 산업은행이 30조 7천억 원, 우리은행이 18조 원, 그리고 SC제일은행이 16조 원인 것으로 추산된다.

대표적인 통화옵션 상품인 KIKO를 보면 환율이 일정범위 안에서 오르내리면 미리 정한 계약환율로 달러 환전을 할 수 있지만, 정한 범위의 최고한계를 넘어갈 경우에는 시장 환율보다 훨씬 낮아진 계약환율에 계약금액의 2~3배 이상의 달러를 팔아야 한다. 특히 “계약금액 정도의 손실은 환손실로 취급할 수 있지만 물량이 2배로 늘어난다는 규정 때문에 나머지 외화는 직접 시장에서 매수해 은행에 매도해야 하기 때문에 손실 폭이 훨씬 커지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 손실액은 1조 6천억 원2008년 2월까지 KIKO 상품 계약을 맺은 대부분의 경우 환율상한선을 950원선으로 보고 계약을 했다. 그런데 3월 이후 새 정부의 고환율정책으로 인해 환율이 일시적으로 1,020선까지 폭등하는가 하면, 2/4분기에도 좀처럼 980선 밑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그 때문에 Knock-In 범위에 걸린 중소기업들이 대규모 손실을 보게 된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4분기 KIKO 손실액은 총 2조 5천억 원으로 추산되고 이 가운데 중소기업 손실액이 절대적으로 많아서 1조 6천억 원, 그리고 대기업이 9천억 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환율변동추이를 보면 1/4분기 손실액은 오히려 적을 수 있고 2/4분기 손실액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와 업계에서는 2/4분기 환율급등으로 인한 평가손실 규모가 1/4분기의 2배를 넘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KIKO 손실을 제일먼저 시장에 공개한 제이브이엠은 1/4분기 손실 100억 원에 이어 2/4분기 손실이 130억 원 정도 될 것으로 예상되고, 디에스엘시디는 지난 1/4분기 KIKO 손실 160억 원에 이어 2/4분기 95억 원의 손실을 발표했다. 우주일렉트로닉스는 2/4분기 손실이 1/4분기보다 무려 10배 이상으로 추정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5월 27일부터 중소기업중앙회가 피해 사례를 접수한 결과 6월 4일 현재 114개 업체가 접수를 했다.

은행에 유리하고, 기업에 불리한 KIKO

KIKO 이외에도 수출보험공사에서 발행하는 ‘환변동 보험’ 상품을 구입한 중소기업들도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환변동 보험은 계약환율보다 환율이 떨어지면 보험공사로부터 환차손을 보상받지만, 환율상승으로 인해 발생하는 환차익은 수출보험공사에 돌려주는 방식이다. 2008년 들어 6월말까지 수출보험공사가 기업에 지급한 보험금은 357억 원이지만, 반대로 기업으로부터 환수한 금액은 2,222억 원이나 되었다. 환수금에서 보험금을 뺀 금액인 1,865억 원은 결국 기업의 손해 금액이다. 업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약 1,100여개 중소기업이 환변동 보험에 가입했고, “환율 인상으로 수입 단가는 올라간 반면 수출에서 거둔 환차익은 모두 환수 당해 일부 영세업체는 파산하기도 했다”는 것이 중소기업 중앙회 관계자의 주장이다.

이런 과정에서 발생한 중소기업 손실은 1/4분기 코스닥 기업들의 순익감소에서도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1/4분기 유가증권 시장의 기업들은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모두 증가했는데 반해 코스닥 등록기업들은 영업이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환손실로 인해 순이익이 33.98%나 감소한 것이다.

이처럼 수출중소기업들의 피해가 확산일로에 있지만 상품을 판매한 은행들은 가입한 기업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고, 금융당국도 당사자 분쟁이라며 불개입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물론 일부 기업들의 경우 투기목적으로 수출대금을 훨씬 웃도는 과도한 금액을 여러 은행들과 KIKO 통화옵션 거래를 하는 ‘오버헤지’에 나서 손실을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은행이 환헤지 상품의 장점만 강조하고 위험은 거의 알리지 않은 채 가입을 종용한 것은 사실이다.

지난 6월 중소기업 ‘환헤지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가 KIKO 거래 약관이 가입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돼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 약관심사를 청구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7월 14일 열린 약관심사자문위원회에서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다음 회의로 이월시켰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중소기업인들이 KIKO 등 환헤지 파생상품의 문제로 지적하는 것은 (1) 은행과 중소기업 사이에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통화옵션 상품의 성격이나 위험을 잘 모르고 은행의 일방적인 권유에 의해 가입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2) 상품설계가 자동해지 권한이 없는 등 은행보다는 기업에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되어 있으며 (3) 특히 수출중소기업들의 피해가 막대하여 방치할 경우 심각한 경제적 충격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KIKO가 작년 하반기에 붐을 이룬 만큼 1년 만기가 도래하는 올 하반기에는 상당수 기업들이 KIKO 관련 환차손으로 경영난을 겪을 것이 예상된다. 이미 KIKO 환차손 대금을 납입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발생하고 있고 이를 은행이 대신 납입해주고 있다. 중소기업이 납입을 하지 못하면 일부 대출전환을 하거나 압류 등의 조치를 취하며 회수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기업도산까지 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피해구제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고 공정계약 여부를 떠나 은행 역시 최소한 공동 부담을 한다는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자부담 가중

고환율로 가중된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과 환헤지 파생상품의 손실로 이미 상반기 중소기업의 실적은 심각히 악화된 상태이다. 여기에 대출금리 마저 오르고 있어 이자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중소기업 대출을 기피하던 은행들은 2002~2003년 신용카드 대란 여파로 일시적으로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하더니, 2006년 하반기 참여정부의 주택담보대출 억제정책으로 대출길이 막히자 다시 2007년 일시적으로 중소기업 대출을 대거 확대했다.

여기에 지난해 말부터는 원자재가격 상승과 재고 증가로 인해 운전자금이 필요해진 중소기업들이 대출 확대를 꾀하게 된다. 그 결과 올해에도 대출은 꾸준히 늘어서 대출 증가율이 7.7%(1월) → 3.2%(2월) → 4.2%(3월) → 7.4%(4월) → 5.8%(5월) → 6.1%(6월)로 상당히 높은 수준을 기록한다. 2008년 6월말 잔액기준 중소기업 대출은 398.8조 원으로 전체 기업대출의 89%를 차지하며, 전체 가계 대출 376.7조 원보다도 많은 금액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포함해서 시중 금리가 급격히 인상되고 있다. CD 금리는 5.36%(5월) → 5.37%(6월) → 5.59%(7월 22일)까지 인상되었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4.88%(4월) → 5.46%(5월) → 5.90%(6월) → 6.02%(7월 8일)로 높아졌다.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대기업과의 금리 격차를 벌리면서 2008년 5월에는 7.14%를 기록하며 상승일로를 가고 있다.

중소기업의 대출 확대와 금리 인상은 곧바로 중소기업의 이자부담을 가중시키고, 수익성이 나쁜 기업부터 연체를 가중시키게 된다. 특히 지난 수년간 대기업은 단기 차입금 상환 능력과 이자 상환 능력이 계속 개선된데 반하여 중소기업은 거꾸로 계속 악화되었다. 그 결과 2007년 말 기준 중소기업의 단기 차입금 상환 능력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자 상환 능력 역시 2001년 이후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더욱이 현금 수입으로 이자비용도 충당하지 못하는 기업(현금흐름 이자보상 비율이 100%미만)이 31.3%로 늘어났는데, 거의 3개 기업 가운데 한 개 기업은 돈을 벌어 이자도 갚지 못한다는 얘기다.

중소기업의 이자상환 능력 저하는 당연히 금융 연체 확대로 이어질 개연성을 갖게 되고, 더 심화되면 금융 부실로 이어지게 된다. 대기업의 경우 연체율은 2007년 말 이후 0.3% 수준으로 하향 안정화되는데 반해 중소기업은 다시 1%를 넘어서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도 “최근 유가 급등 등 대내외 경제여건이 악화되는 가운데 중소기업 대출의 연체율이 상승하는 등 은행 건전성이 저하될 소지”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일부에서는 정부 당국이 금리를 인상하여 시중 통화량을 흡수하고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현실을 인플레이션 국면으로만 보고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임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나오는 발상이다. 자산가치 하락과 경기침체가 인플레이션과 동시에 오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면 중소기업의 이자부담은 급격히 늘어나 경영수지를 더욱 악화시키게 될 것이다.

정부, 대기업, 금융기업의 책임이 명백히 존재

현재의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서 경제정책운용의 핵심은 물가관리 이외에도 내수기반을 안정시켜서 경제회복의 방향을 잡아나가는 데 있다. 사실상 물가인상이 상당정도 국외적인 요인에서 유래하기 때문에 물가상승 억제 자체보다는 국내적으로 물가상승에 대한 내성을 키우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도 내수기반 안정은 핵심이다.

그런데 내수기반 안정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고용의 88%를 담당하고 있는 중소기업 경기의 활성화이다.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 중소기업 경기 활성화는 취약한 기업에 대한 보호, 지원의 차원이 아니라 경기침체를 극복하고 경제를 살리기 위한 핵심과제의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대기업이 살아야 중소기업이 산다’는 접근이 아니라 ‘중소기업이 살아야 고용도 살고, 국민경제도 살고, 대기업도 산다’는 접근법으로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

21일 인크루트에 따르면 중소기업 192개사를 대상으로 하반기 채용시장 전망을 설문한 결과 60.9%가 ’악화될 것’이라고 응답한 반면 ’호전될 것’이라고 답한 기업은 6.3%에 불과했다. 이들이 하반기 채용시장의 걸림돌로 지목한 것은 ’경기침체’(60.9%)와 ’원자재값, 유가 등 외적 요소’(29.7%)다.

중소기업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는 원자재가격 폭등, 환헤지 파생상품 손실, 이자부담 가중이라는 3대 악재에 대한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중소기업인들이 요구하는 납품가 원자재가격 연동제 법제화와 환헤지 상품 불공정계약 무효 또는 그에 준하는 조치가 그것이다. 해결의 실마리는 중소기업인들이 제시한 해법을 진지하게 논의하는데서 시작한다.

고환율을 조장해 원자재가격 폭등과 환헤지 상품 손실을 가중시킨 정부,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납품가에 반영해주지 않고 있는 대기업, 그리고 환헤지 상품 판매에만 매달린 채, 중소기업에 대한 사후관리나 관계 형성에 무관심한 은행들은 각각 국민경제를 위해 중소기업문제를 풀어야 할 책임과 역할이 분명하게 존재한다. 정부와 대기업, 은행이 나서면 사실상 대부분의 문제를 풀 수 있다.

특히 정부가 적극적으로 환율정책의 실책에 책임을 지는 한편 대기업과 은행으로 하여금 중소기업 지원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대기업을 옥죄고 있다고 생각하는 출총제 규제나 법인세 부담을 풀어줄 생각보다는 지금 중소기업을 규제하고 있는 세 가지 덫을 시급히 풀어주어야 한다. 대기업은 지금도 충분히 자유롭다. 지금은 대기업을 풀어줄 때가 아니라 대기업과 은행으로부터 중소기업의 규제를 풀어주어야 할 때다.

대기업 노동조합들과 민주노총 등 전국적 노동조합 조직들도 중소기업 회생이 노동자의 최대 현안인 고용문제 해결의 핵심임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중소기업들의 납품가 연동제를 푸는 데 동참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김병권 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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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08.01.04 15:00
 

기업 친화적 경제 vs 노동 친화적 경제


이명박 경제의 핵심 기조는 시장 친화적인 경제를 넘어 기업 친화적(business friendly) 경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당선자는 지난 2일 경제연구원장 초청 간담회에서 “친기업이라는 말을 꺼리는 분들이 있지만 나는 당당하게 친기업이라는 말을 쓰겠다”고 공언했다. 그동안 참여정부도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누차 밝혀왔으므로 참여정부가 기업 친화적 경제정책이 아니었다고 말할 수는 없겠으나, 전경련을 중심으로 한 대기업 경영자들이 그간 ‘반기업 정서’를 지적하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지속적으로 요구한 것이 사실이다.


반면 새사연은 ‘일하기 좋은 나라’ 즉, 노동 친화적 경제로 전환해야 하며 인적 자원을 중시하는 지식기반 경제 추세에도 이것이 부합한다고 주장해 왔다. 신자유주의 이식으로 일반화된 노동유연화 정책이 기업에게 당장의 비용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는 있겠지만 노동생산성이나 심지어 중장기적 수익에도 부정적 효과를 초래한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고 보았다.


“비정규직 고용확대가 합리적인 유연화 전략이라기보다는 당장의 인건비 절감방안으로 추진되어 온 것일 가능성이 있다”(한국노동연구원, 2007, ‘지속 가능한 고용시스템 구축을 위한 평가와 전망’)


 “고용조정을 통한 수량적 유연성 확보는 노동 비용 절감 등을 통해 기업의 생산성 및 경쟁력 제고를 도모하려는 수단으로 활용되었지만, 동시에 숙련 형성의 단절, 재직자 사기 저하로 인한 생산성 저하, 사회안전망 구축비용 증대 등 고용조정 비용 발생이라는 부정적 효과를 초래하기도 했다”(한국노동연구원, 2007, ‘제품 수요변동에 대응한 한국기업들의 고용조정’)


일단 이명박 경제가 노동 친화적 경제 보다는 노동과 고용에 대해서는 ‘법질서’를 세우겠다고 공약한 만큼 이 문제에 대해서는 논외로 하자. 그렇다면 이명박 경제에서의 기업 친화적 경제는 대기업 친화적일 뿐 아니라 중소기업 친화적이기는 한 것일까. 이명박 당선자에게 기업이라는 범주는 중소기업까지를 포괄하고 있는 것일까.


99-88-33으로 상징되는 현재의 중소기업 위상


사실 중소기업 보호, 육성 정책은 역대 어떤 정권에게서도 항상 빠지지 않는 경제정책 분야였다. 그런데 신자유주의 시대에 중소기업을 새삼스럽게 강조하는 이유는, 중소기업이 단지 대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약하기 때문에 정부가 정책적으로 보호해야 할 대상이라는 뜻만은 아니다. 과거에 비해 경제적 비중, 특히 고용비중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간 중소기업의 수적인 비중은 계속 늘어나서 2005년 기준으로 99.9퍼센트인 300만개의 중소기업이 한국경제에서 활동하고 있다. 소상공인을 제외하여도 약 33만 5천개의 중소기업이 존재하는 것이다. 반면 대기업은 4천개에 불과하다.(중소기업중앙회, 2007.04, ‘2007년 중소기업 현황’)


중소기업 종사자도 2005년 기준으로 88.1퍼센트인 1,000만 명 이상이다. 소상공인을 뺀 33만 여 중소기업에 500만 이상이 종사하는 반면 대기업 종사자는 150만 명이 채 되지 않는다. 직장인 10명 가운데 9명이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참고로 OECD국가들은 중소기업이 평균 60~70퍼센트의 고용만을 책임지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약 10여년 사이 대기업에서는 100만 가까운 인력이 줄어든 반면 중소기업은 정반대로 고용이 팽창된 결과다. 절대 다수 기업이 중소기업이고 절대 다수의 노동자가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처럼 한국의 중소기업이 외환위기 이후 고용에 대한 절대적 책임을 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성은 지속적으로 하락하였다. 현재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의 생산성은 약 33퍼센트에 불과하다.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중소기업 생산성은 대기업의 50퍼센트 수준이었다. 지속적으로 생산성 격차가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중소기업을 정책적으로 새로이 재구축하지 않고서는 고용창출도, 생산성 향상도, 경제성장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하다.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중소기업 현실


대기업에서 방출되는 고용을 흡수하면서도 여전히 활로가 없는 자금조달 구조나 하도급 구조아래에 놓여 있다 보니 필연적으로 다수의 중소기업은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었다.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 제조업 부문 중소기업의 영업 이윤율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근까지 장기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경기순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상적인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조덕희, 2007.12, ‘제조 중소기업 이윤율 장기 하락의 실태 및 원인 분석’, 산업연구원)


중소기업의 종업원 1인당 이윤은 1991년 대기업의 33.3퍼센트에서 1997년 29.5퍼센트, 2005년 17.8퍼센트까지 추락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분석자는 “우리나라 제조업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이윤율 양극화 현상은 매우 분명하고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경향은 최근에 와서 더욱 심각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2007년에 접어들면서 대기업의 수익성은 회복되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은 여전히 하락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데 최근 3년간 영업 이익률이 절반 수준으로 하락되었다는 것이다.(배지헌, 2007.12, ‘중소기업 부실위험 높아졌다’, 엘지경제연구원) 이에 따라 채무상환 능력도 급격히 저하되어서, 영업이익으로 겨우 이자비용을 충당하는 정도의 채무상환 능력으로 보이고 있으며, 전체의 절반 가까운 중소기업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대출을 해 준 은행 입장에서도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신용위험을 매우 높게 보고 있으며 중소기업 발 신용경색을 조심스럽게 전망하는 경향도 생겨나고 있다.


2008년 경제 전망과 중소기업 금융조달


국책, 민간 경제연구소들이 내놓고 있는 2008년 경제 전망은 그리 어둡지 않다. 전반적인 거시경제가 2008년 상반기를 정점으로 하향세를 보일 것이나 점진적인 내수 회복 등으로 올해와 유사한 정도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다르다. 중소기업 경영환경은 “대내외 수요 둔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고유가, 저환율, 고금리 지속에 따른 채산성 악화와 비용부담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자금난까지 겹칠 것으로 예상되어 비우호적 분위기가 우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중소기업연구원, 2007.12, ‘2008 KOSBI 경제전망’)


특히 금융조달 측면에서 볼 때, “2007년 가계 대출 규제에 따른 반사적 영향으로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중소기업 자금난이 크게 해소되어 왔으나, 2008년에는 고금리 추세 지속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 은행권의 수신기반 약화에 따른 대출태도 전환이 예상되어 중소기업 자금사정 환경이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는 것이다. 현재 신규취급 중소기업 대출 가중평균 금리는 6.2%(2006) -> 6.7%(2007) -> 6.8%(2008)로 높아질 것이 예상되고 있다.(중소기업연구원, 2007.12, ‘2008 KOSBI 경제전망’)


이명박 당선자와 중소기업 정책의 미래


이런 환경에서 이명박 당선자는 기업은행 민영화와 산업은행의 단계적 민영화를 공약으로 한 바 있다. 그간 기업은행은 은행권 전체 중소기업 대출의 18퍼센트 이상을 담당하는 등 중소기업 자금 공급에서 중요한 축이 되었다. 기업은행이 민영화되면 중소기업에 대한 의무대출 비율을 법적으로 규정한 조항은 폐지될 것이다. 일반은행들은 한국은행 규정에 따른 권고 비율만이 적용되고 있어 실효성이 거의 없다. 금융권의 대출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명박 당선자는 이제 더 이상 대기업 CEO 마인드를 가지고 있으면 안된다. 왜냐하면 그는 대기업의 수장이 아니라 4800만 국민의 수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핵심 대기업을 키우면 이 효과가 중소기업을 포함한 내수 부문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적하효과(trickle-down effect)는 한국 경제에서 이미 사라졌다. 대기업과는 별도의 중소기업 친화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지난해 11월 세계지속가능발전 협의회는 “대기업 가치 사슬의 현지화를 통해 중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명박 당선자의 중소기업 정책에는 이런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기업은행 민영화 등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조달 구조를 더욱 어렵게 할 전망이다. 하긴 기업은행 민영화는 참여정부에서부터 추진된 것이니 참여정부를 ‘신자유주의적 방향’으로 더욱 철저히 이끌고 가겠다는 것 이상은 아닐 수 있다.


김병권/새사연 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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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07.11.20 20:09
 

17일 한국은행은 올해 은행의 산업 대출이 15조를 넘어서면서 2003년 이후 4년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산업대출 총 잔액 368조원이다. 반면 가계대출은 2조 4천억 원 증가한 것에 그쳤다. 가계대출 잔액은 348조원 수준이다. 지난해 4분기 14조 6천억에 비하면 1/6로 줄어든 것이다. 산업 대출 가운데 상당부분이 중소기업 운전자금으로, 일부는 설비투자로 들어갔다. 철저한 단기수익 추구로 중장기적인 산업 대출 보다는 단기성 가계대출에 열을 올려왔던 은행들이 이제 건전한 산업 자금 젖줄로 되돌아 온 것인가?

 

유동자금 해소를 위한 일시적 현상에 불과


물론 이는 중소기업 자금 숨통을 터주고, 만성적 투자부진에서 벗어나게 한다는 점에서 보면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런 방향이 구조적인지 일시적인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현재 모습은 여러 측면에서 신용카드 대란이 있었던 2002년을 연상시킨다. 2002년 신용카드 남발로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급기야 LG카드 부도위기까지 몰렸을 때에도 은행들은 유동자금 해소를 위해 일시적으로 산업 대출을 크게 증가시켰던 적이 있다.


지금도 동일하다. 과잉 신용대출로 생활인을 엄청난 신용불량자로 전락시켰던 금융권이 작년까지 위험도가 적은 주택담보 대출을 팽창시켜 전국의 부동산 가격을 폭등시켰다. 정부의 부동산대출 규제로 가계대출이 다시 막히자 일시적으로 산업대출로 유동자금을 해결하고 있다고 봐야한다.


이처럼 은행들이 일시적 유동자금 해소를 위해 산업 대출을 선택했을 때 또 다른 휴유증을 발생시킬 수 있다. 중소기업이 부침이 있을 때 자금을 회수하면 중소기업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기문 중소기업 중앙회장은 현재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 가운데 금융권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한몫하고 있다면서 “중소기업이 몇 년 동안 흑자를 내다가도 한 해 적자만 내도 은행이 즉시 자금을 회수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불안정한 금융상황에서 오히려 후유증 우려돼


지금 한국의 금융상황은 지극히 불안하다. 유동자금 과잉현상, 환율 급락 가능성, 대출금리 급등 등 우려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를 반증하듯 지난 16일에는 금융감독위원장이, 그리고 18일에는 한국은행 총재가 은행장들과 잇달아 회의를 열고 금융 불안 문제를 논의했다. 단기 수익위주로 움직이는 금융기관들의 경영구조가 공적인 방향으로 바뀌지 않는 한 해법을 풀기 쉽지 않다. 왜 은행을 “은행회사”라고 부르지 않고 “금융기관”으로 부르는지 음미할 대목이다. 하긴 16일 은행장들은 아예 스스로 “금융기관이 아닌 금융회사로 불러 달라”고 했다니 솔직하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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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