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일/ 새사연 연구이사 




2차 이하 하청협력업체의 경우는 여전히 법률상 중소기업들이 훨씬 많다. 따라서 불공정한 하청납품거래에서 문제는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재벌계 원천 대기업과 1차 하청협력업체 간의 거래가 아니라 1차 하청납품업체와 2차, 3차 하청납품업체간의 하도급 거래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몇 년 전에는 하도급법을 개정해 하청기업 보호법의 적용 범위가 2차, 3차 업체들로도 넓혀졌다. 그럼에도 대다수 야권 인사들은 이러한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는 현대차와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수출제조업의 하청 납품거래를 한번 깊이 살펴보자. 노무현 정부에 이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추진되는 대기업-중소기업 동반성장 또는 상생협력 정책은 하나같이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재벌계 수출제조업 대기업을 주요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일부 야권 경제학자들은 한 목소리로 이들 수출제조업 대기업의 높은 수익성(영업이익)의 원천은 무자비한 납품 단가 인하와 기술탈취 등 불공정한 거래에 있다는 듯이 비판한다. 이들과 거래하는 하청협력업체들의 수익성(영업이익)이 낮은 것은 이 때문이라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앞선 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전자와 자동차의 경우 1차 하청협력업체들의 수익성이 의외로 높다. 이 점에 대해서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전자와 자동차 제조업의 1차 협력 하청기업들의 경우 이미 상장 대기업으로 크게 발돋움한 회사들이 많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삼성전자 1차 협력업체’ 또는 ‘현대차 1차 협력업체’라고 찾아보라. 상당수의 상장 대기업들이 검색될 것이다.


야권 경제학자들이 제기하는 대기업-중소기업 간 격차와 불평등 심화의 문제는 주로 재벌계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들의 수익성이 낮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논의에서 간과된 점이 있다. 재벌계 대기업에 납품하는 1차 협력업체들의 상당수가 이미 법률상 대기업으로 성장해있다는 명백한 현실이다.


대기업-중소기업 간 수익성 격차를 비판하면서 재벌계 대기업의 갑질 하청 횡포에 대해 말하는 거의 모든 기존 연구는 ‘법률상 중소기업’과 ‘법률상 대기업’ 사이의 수익률 격차 및 임금 격차를 연구 대상으로 삼는다. 하지만 그런 연구에서 사용하는 데이터에 반영된 격차는 재벌계 대기업과 그 1차 협력하청 업체 사이의 납품 거래가 아니다. 오히려 1차 협력업체 대기업들과 2차 협력 중소기업 사이의 격차일 확률이 훨씬 더 높다. 앞에서 본 곽정수(2010)의 삼성전자, 현대차와 그 부품업체들 간의 수익성 격차 분석 역시 ‘법률상 중소기업’으로 분류된 부품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연구의 결과이다.


2차 이하 하청협력업체의 경우는 여전히 법률상 중소기업들이 훨씬 많다. 따라서 불공정한 하청납품거래에서 문제는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재벌계 원천 대기업과 1차 하청협력업체 간의 거래가 아니라 1차 하청납품업체와 2차, 3차 하청납품업체간의 하도급 거래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몇 년 전에는 하도급법을 개정해 하청기업 보호법의 적용 범위가 2차, 3차 업체들로도 넓혀졌다. 그럼에도 대다수 야권 인사들은 이러한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대기업으로 성장한 많은 1차 협력사들의 경우 국내에 둔 생산공장만 해도 전국에 여러 개다. 더구나 법률상 독립된 중소기업으로 신고된 여러 개의 동종 부품 제조·납품 공장들도 그곳을 실제로 방문해 보면 하나의 오너 경영 하에 있는 여러 개의 하청기업들이 하나의 기업그룹(중소기업 그룹)을 이루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는 그 회사를 직접 방문하지 않고서는 알 수가 없다. 이러한 현실은 기업의 재무제표 수치와 이의 통계 처리에 의존해온 기존의 대기업-중소기업 간 매출액-수익성 분석 연구에서 드러나지 않은 채 은폐되어 있다.


더구나 이들은 해외에도 여러 개의 생산 공장을 가지고 있다. 예컨대 현대·기아차와 삼성전자, LG전자에 납품하는 1차 하청협력업체들은 이미 15년 전부터 중국과 인도, 유럽, 미국, 베트남, 태국 등지로 현대·기아차 및 삼성전자, LG전자 등과 함께 현지에 동반 진출하였다. 중국과 베트남 등지의 현대·기아차 공장 및 삼성전자 공장 인근에 이들 1차 협력하청 업체들이 납품 공장을 지어 놓고 현지 매출을 늘리는 것이다.


예컨대 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와 통합한 직후인 2000년까지만 해도 현대기아차는 아직 해외 공장을 본격적으로 늘리지 않았고, 당시만 해도 현대기아차와 해외에 동반 진출한 부품 협력사는 28개 사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1년에는 1차 협력사 233개와 2차 협력사 197개 등 총 430개의 자동차 부품 협력사들이 현대기아차와 해외에 동반 진출해 현지 법인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중국에 277개사가 같이 진출했고, 인도에 60개, 미국에 40개, 유럽에 27개, 러시아 11개사, 브라질 8개, 터키에 7개 회사였다.


이들 하청 협력업체의 매출액은 해외 현지공장 매출을 합하여 수천억 원에 달하며 전 세계 매출이 1조 원이 넘는 경우도 꽤 많다. 게다가 해외 현지 공장들에서 일하는 종업원들 숫자도 수천 명에 이르러 종업원 수가 1만 명이 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중국에 있는 여러 공장에 종업원 3000명, 인도의 여러 공장에 2000명, 체코 공장에 2000명 등이다. 이렇듯 현대기아차와 삼성전자, LG전자 등 자동차와 전자산업에서 활동하는 1차 협력업체들의 상당수는 사실상 이미 10년 전부터 글로벌 중견기업(대기업)으로 성장하였다.


해외에 동반 진출한 업체들 간에는 공통점이 있다. 먼저, 자체 기술력과 품질관리 능력이 뛰어나다. 그들의 기술력과 품질능력을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 즉 최종 원청업체들이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SL의 경우 자동차 헤드라이트 제조의 기술력 및 품질에서 세계 6위에 올라있다. 자동차용 공조기(냉난방기)를 제작하는 한라공조 역시 세계 5위권의 우수한 기술력과 품질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 1차 협력업체들은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력과 품질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세계적 기준의 R&D를 수행한다.


게다가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세계 수준에 도달한 이들 1차 협력업체들은 현대차와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1960-80년대의 국가주도 경제성장 시기에 국가의 전략산업 육성 및 전략기술 육성정책(산업정책 또는 산업육성정책)을 충실히 따르면서, 그리고 자체 기술력 및 품질능력을 키워온 현대차와 삼성전자 등에 납품하는 과정에서, 이들 원청업체와 함께 공동으로 기술개발과 공동 R&D를 수행하면서, 그들 업체 역시 자체적인 기술력 및 품질능력을 키워왔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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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연은 지난 해 '한국사회 분노의 숫자'라는 타이틀로 우리사회의 불평등과 불공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기획 연재를 진행했습니다. 1년이 지난 현재 우리사회의 불평등은 더욱더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고, 최근에는 불평등에 대한 감수성이 '갑과 을'이라 문구를 통해 보편화 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새사연은 2013년 7월부터 "분노의 숫자 시즌2"라는 제목으로 우리사회의 불평등을 더욱 세밀하게 분석해 보고자 합니다.(편집자 주)





▶ 용어 해설


기업규모별 임금


통계청은 매년 3월과 8월에 발표하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자료를 통해 사업체 규모별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5인 미만, 5인 이상 10인 미만, 10인 이상 30인 미만, 30인 이상 100인 미만, 100인 이상 300인 미만, 300인 이상 사업체 노동자들의 임금 및 노동환경과 관련된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 이 때 통계청이 발표하고 있지 않은 시간당 임금의 경우 주간노동시간 정보를 이용해 추산하는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 문제 현상


대기업 노동자들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0인 미만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임금


통계청의 2013년 3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자료를 이용해 기업규모별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을 계산해보면, 10인 미만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월평균 임금은 300인 이상 대기업 노동자들의 월평균 임금의 절반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300인 이상 대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월평균 임금은 356만 7천원으로, 이는 5인 미만 중소기업 종사자의 월평균 임금 129만 9천원의 2.75배, 5인 이상 10인 미만 중소기업 종사자들의 월평균 임금 171만 8천원의 2.08배에 해당한다. 시간당 임금에 있어서도 비슷한 격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300인 이상 대기업 임금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은 5인 미만 중소기업 종사자의 2.8배, 5인 이상 10인 미만 중소기업 종사자의 2.2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저임금에 직면했으면서 사회보험 지원도 받지 못하는 중소기업 노동자들


이러한 임금격차는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낮은 임금에 기인한다. 시간당 임금으로 보았을 때 5인 미만 중소기업 종사자의 30.2%, 5인 이상 10인 미만 중소기업 종사자의 14.9%는 최저임금인 4,860원도 못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은 대부분 직장으로부터 사회보험 지원을 받고 있는 대기업 종사자들과 달리 사회보험 지원을 직장으로부터 받지 못하는 이들의 비중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의 경우 5인 미만 중소기업 종사자의 31.6%, 5인 이상 10인 미만 중소기업 종사자의 60.4%만 직장으로부터 지원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국민연금은 28.3%, 56.6%를, 고용보험은 29.5%, 57.8%를 각각 직장으로부터 지원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 문제 진단과 해법


비정규직 차별문제 해결하고 비정규직을 줄이는 노력 필요


전체 임금근로자 중 300인 이상 대기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비중은 11.9% 수준이다. 반면, 5인 미만, 5인 이상 10인 미만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비중은 19.0%, 17.3%나 된다. 그만큼 많은 노동자들이 저임금에 직면해 있으면서 직장으로부터 사회보험 지원은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 노동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이와 같은 문제의 원인 중 하나는 이들의 상당수가 임금이 낮고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 노동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5인 미만, 5인 이상 10인 미만 중소기업 종사자들 중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중은 각각 79.5%, 58.3%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중이 15.3% 밖에 되지 않는 대기업에 비해 상당히 큰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들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중소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의 60%도 안 되는 임금을 받고 있었다. 5인 미만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월평균 임금은 111만 9천원으로 정규직 노동자들의 월평균 임금이 200만 1천원의 55.9% 수준으로 매우 낮았으며, 5인 이상 10인 미만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월평균 임금 역시 130만 9천원으로 정규직 노동자 월평균 임금 229만원의 57.2%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중소기업 종사자에 대한 지원방안 마련해야


비정규직 종사자의 비중이 큰 중소기업의 현실을 고려할 때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 해소와 비정규직 노동자를 줄이는 노력은 중소기업 노동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와 함께 중소기업 노동자들과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책 역시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이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비해 임금이 높다고는 하지만 대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보다도 임금이 낮은 경우도 많으며, 노동환경 역시 대기업의 정규직에 비해 열악한 것이 일반적이다.

정부는 임금과 사회보험, 고용환경 개선을 위한 지원 정책과 함께 지원받는 기업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통해 중소기업 노동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개선시키는 정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대기업에 유리한 시장 관행을 개선하는 정책이나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횡포를 근절시키는 정책 등을 통해 중소기업 스스로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현실을 개선시킬 수 있도록 하는 정책도 고민해 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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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 01 / 23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2013년 가계부채 위험을 어떻게 대처할까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누르면 됩니다.

 

[목 차]

1. 은행 관점에서 본 가계부채의 위험

2. 가계의 관점에서 본 가계부채의 위험

3. 변곡점을 지나고 있는 가계 부채

4. 가계부채 대선공약 이행이 중요하다.


 

[본 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증가세를 지속했던 가계부채는 매년 우리 경제의 가장 위험한 국내적 요인으로 꼽혀왔다. 위험 수위도 해마다 조금씩 높아졌고 지난해 대선에서는 주요 후보들 사이에서 위기관리 대책 차원에서 다양한 가계부채 대책들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선거에서 승리한 박근혜 당선자의 ‘중산층 재건 70%를 위한 10대 공약’의 제 1번이 바로 가계부채 대책이었다. 박근혜 당선자는 공약 이행을 위해서라도 정권 인수 이후 어떤 식으로든지 곧 바로 가계부채 대책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한국경제와 사회 전망에서도 어김없이 우리경제의 가장 큰 국내적 위험요인은 가계부채다. 한겨레신문이 전문가 30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의하면 24명이 가계부채가 가장 위험한 국내요인이라고 응답했다.(복수 응답 기준) 두 번째 위험요인으로 지목한 고용불안 10명에 비해 두 배가 넘는다. 당연히 가장 우선해야 할 정책 현안도 가계부채라고 지목했다. 경기부양이나 일자리 창출보다 많은 수치다. 여러모로 올해 상반기에는 정부 차원에서 직접적인 가계부채 대책이 시행될 것을 예견하게 한다.

1. 은행 관점에서 본 가계부채 위험

올해 가계부채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경고는 한국은행이 조사한 은행들의 대출 태도 조사에서도 확인되었다. 한국은행이 새해에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를 발표하면서 가계의 신용 위험도가 카드사태 이후 최고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던 것이다.(그림 1 참조) 신용위험은 가계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로 직면하고 있지만, 특히 가계의 신용위험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수준을 뛰어넘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주목을 받았다. 이렇게 위험도가 상승하는 이유로서 1) 가계의 빚이 더 늘어나고 있고, 2) 수도권 중심으로 주택 등 담보가치가 계속 하락하고 있으며, 3) 소득의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세 가지를 지목했다.

물론 이 조사는 가계의 입장이 아니라 대출을 해주는 은행 입장에서 평가하는 것이라서 자금 운영상의 은행 내적 사정 같은 것이 함께 고려될 개연성도 있다. 그런데 대출행태 서베이에 응했던 은행들의 대출은 아직 부실 가능성이 높지 않고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문제는 신용카드사나 대부업에서 풀려나간 고금리 대출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가계의 신용위험은 한국은행 조사보다 더 커질 수도 있다. 사실 최근 수 년 동안 은행의 대출 증가율은 상당히 신중했던 반면, 신용카드사 등 제 2 금융권의 대출과 대부업 대출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특히 공식적으로 최고 이자율 39%까지 적용 받고 있는 대부업체의 가계 대출이 빠르게 증가한 결과 2011년 말 기준 전체 대출 잔액은 8조 7천억 원, 이용자 수 252만 명까지 도달했다.(그림 2 참조) 은행을 넘어 대부업까지 전체 대출기관을 확대한다면 가계의 신용위험은 객관적으로 이전보다 더 높아졌다고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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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12 / 17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최종선택은 진정 ‘먹고 살 수 있는 길’을 제시한 후보에게!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누르면 됩니다.

 

[본 문]

1. '민생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는 박근혜 후보의 말은 맞다.

올해 한 해를 달구었던 대통령 선거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이제 국민들은 투표장에 가서 누구를 찍어야 할지 최종적인 선택만을 남겨놓고 있다. 우리 경제와 사회가 위기적 국면에 놓여 있었던 만큼 수많은 정책과 공약들이 쏟아져 나왔고, 겉으로만 보면 엇비슷한 공약들이 유난히 많았다. 그런데 여야 후보들의 공약을 모아보면 대체로 보편 복지, 경제 민주화, 노동권 회복과 확대(또는 일자리)라고 하는 세 방면의 공약으로 집약된다.  

우리 사회에서 복지가 전면적인 화두로 부상한 데에는 외환위기 이후 15년 동안 심화된 사회 양극화와, 부실한 사회 안전망 현실이 경제 위기 장기화로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렵게 되었기 때문이다. 소위 5대 국민 생활 불안이라고 하는 보육과 교육, 주거, 건강, 고용, 노후 불안 등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보편 복지를 거스르려 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극적으로 정치권에서 퇴출되자 보수적 박근혜 후보도 복지를 형식적으로나마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가가 소득의 재분배를 통해 양극화를 완화시키는 것을 넘어서, 근본적으로 시장 자체에서의 불평등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경제 민주화가 ‘시대 정신’의 수준으로까지 부상했다. 이번에는 보수적인 박근혜 후보도 일찌감치 이에 편승했다. 물론 선거 막판에 자신이 끌어들인 김종인 전의원의 핵심적인 경제 민주화 제안을 거부함으로써 야당이 비판해온 ‘진정성 없음’을 스스로 자인했지만. 그리고 마지막으로 1700만 노동자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노동권 강화 역시 극히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비정규직 차별 축소와 최저임금 인상 차원에서 거론되기 시작했다. 결국 보편 복지, 경제 민주화, 노동권 회복과 확대(또는 일자리)라고 하는 대선의 중심 공약들은 모두 ‘먹고 사는 문제의 개선’을 담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한때 여야를 막론한 기성 정치권의 낡은 정치를 비판하면서 안철수 전 후보가 정치혁신을 제기했고 이를 야권 후보 단일화의 조건으로 내걸자, 정치 혁신이 선거의 주요 의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정치 혁신이 필요한 이유도 어디까지나 지금의 경제 사회적 난국을 풀기위해서, 소모적 정치 구태를 벗고 미래 지향적 정치를 펼쳐야 한다는 취지로 국민들이 공감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민생과 경제를 위해 정치 혁신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알맹이를 모두 빼버린 경제 민주화 공약으로 퇴색하자 박근혜 후보는 ‘민생 우선’ 구호아래, 이른바 ‘전 국민의 70%를 중산층’으로 만들겠다는 중산층 재건 프로젝트라는 것을 들고 나왔다. 사실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중산층을 재건’하겠다는 주장은 동어반복이다. 다만 지금 우리 국민이 대통령 후보를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먹고 사는 문제의 해법’ 여부에 있다는 사실은 맞다.  

그렇다. 지난 5년 전 대선에서도 핵심은 경제였고 먹고 사는 문제였다. 다만 그 당시 선택의 결과가 ‘줄. 푸. 세’와 같은 주장을 했던 이명박 후보였던 것이다. 이번에도 최종 선택은 경제이고 먹고 사는 문제다. 이제 ‘줄. 푸. 세’는 절대 해법이 되지 못함을 이명박 정부 5년이 보여주었고, 세계 금융위기가 보여주었다.

 

2. 임금과 소득을 제대로 받게 해주는 후보를 

먹고 사는 문제가 힘겨운 가장 본원적인 이유는 일하고 받는 임금 몫과 소득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 조건과 격차가 엄청나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용의 88%가 속해있는 중소기업 노동자와 노동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비정규직 임금의 상대적 격차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아래 [그림 2]를 보면, 특히 재벌 친화적인 이명박 정부 들어서 대. 중소기업의 임금격차가 눈에 띄게 확대되어 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조차도 5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했을 경우다. 자영업자 포함하여 2500만 취업자 가운데 1천 만이 1~4인 규모에서 종사하고 있음을 기억해보자.  

이번 대선은 바로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 더욱 심해진 이러한 소득격차를 바로잡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재벌개혁이 필요한 것이다. 재벌개혁을 제대로 해야 격차가 줄어들고, 박근혜 후보말대로 중산층이 확대되는 것이다. 재벌개혁을 크게 후퇴시키면서 중산층을 늘리겠다고 하는 박근혜 후보의 주장은 그래서 엉터리인 것이다. 

 

3. 금융을 제대로 규제하고 가계를 살릴 후보를 

우리 가정이 짊어지고 있는 부채가 국민경제의 가장 위험한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은 이제 온 국민이 알고 있다. 그런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포함하여 전 세계적으로 가계 부채가 조정과정을 밟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 오히려 사상 최대의 부채 증가를 기록했다. 부채 증가는 경제 규모가 늘어 가는데 따른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방관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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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06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친기업 정부를 내걸고 등장한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한국경제가 가르쳐 준 교훈은 바로 “기업에 대한 자율규제로는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 아닐까. 2012년 우리 사회에서 경제민주화 요구가 거세게 일어났던 배경이기도 하다. 금융시장과 독과점 시장이 특히 그렇다. 규제 풀린 금융시장은 대개 투기와 거품으로 치달으면서 경제 전체를 거대한 시스템 위기에 빠뜨린다는 것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생생하게 보여 줬다. 광범한 금융규제 논의가 다시 촉발된 이유다.

마찬가지로 규제체제가 사라진 독과점 시장은 대기업의 전횡과 이익의 편취,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킬 뿐 대기업의 성과가 중소기업과 노동자들에게 전파될 것이라는 낙수효과는 없다. 재벌체제에 대한 규제 시스템을 재구축하고 정부가 기업규제와 시장규제에 들어가야 한다는 경제민주화 여론이 형성된 배경이다.

그러나 우려했던 대로 연말이 가까워오고 대선이 임박하면서 경제민주화와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겠다거나, 경제를 살리기 위해 재벌을 지나치게 규제하면 ‘기업이 큰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논리가 횡행하면서 경제민주화는 사실상 실종되고 있는 상황이다. 재벌 대기업 규제의 칼날은 이미 무뎌졌으며, 그만큼 노동자와 상인 등 경제적 약자의 권리확대 법안들은 벌써 가로막히고 있다. (대)기업을 규제하고 기업의 핵심 구성원인 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것이 한국사회에서는 여전히 어려운 과제인가. ‘노동자와 사람이 먼저’이고 ‘기업은 사람들이 창조하고 통제하는 인위적 공동체’라는 기본적인 상식의 실현은 다시 먼 미래로 연기될 것인가.

지난달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패배한 공화당 롬니 후보가 선거 기간 중에 “기업도 사람이다(Incorporations are people)”는 주장을 해 논쟁이 됐던 사례를 상기하게 된다. 로스쿨 엘리자베스 워런 하버드대 교수는 기업은 사람이 아니라면서 롬니의 주장에 이렇게 반박했다. “사람은 심장이 있고 아이가 있고 일을 하며, 아파하고 슬퍼하며 춤을 춘다. 사람은 살고 사랑하며 죽는다. 이것은 중요하다. 우리는 기업을 위해 나라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위해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주장들이 왜 새삼 논쟁이 됐을까. 기업이 사람이라는 롬니의 주장은 단순히 기업이 영리 '법인(法人)'이라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본래 기업은 인간이 국가의 승인 아래 경제활동의 필요로 창조한 공동체다. 당연히 사람에 의해 조직되고 국가의 통제 아래 놓인다. 그런데 어느 순간 마치 독립된 실존을 가진 자연인처럼 기업을 대해야 한다면서, 기업의 자유활동을 규제하거나 통제하는 것에 대해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과 동일한 개념을 부여하게 된다. 이는 ‘자유로운 기업 활동’, ‘자유 시장’, ‘자유 무역’ 등이 사람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처럼 신성시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기업도 사람이다’라는 개념이 굳어지면 기업에 대한 규제나 시장에 대한 적절한 개입을 통한 경제민주화는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사람이 먼저’가 아니라 ‘기업이 먼저’라는 완고한 주장이 버티고 있다. ‘노동자가 살기 위해 기업도 있다’는 논리가 아니라 ‘기업이 살아야 노동자도 있다’는 논리가 압도하고 있다. 그러니 노동자와 상인을 살리기 위한 기업규제는 수그러들고, 경제 살리기는 곧 기업 풀어주기로 통하는 주장들이 난무하는 것 아닌가. 나아가 기업이 사람이라는 논리는 곧 기업의 유일한 주인이라고 강변되는 주주, 특히 대주주의 재산권과 자유를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것은 부자의 권리와 자유이고 여기에 경제민주화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10년 전에 출판된 ‘자본의 권리는 하늘이 내렸나(The Divine Right of Capital)’라는 책에서 마저리 켈리(Marjorie Kelly)는 기업에 대해 사람이 아니라 ‘인간 공동체’라고 확인하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그러므로 기업을 아우르는 더 큰 공동체가 그렇듯이 기업 또한 최선의 민주적 지배 아래 있어야 한다.” 그는 또한 “정부를 바꾸거나 폐지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다. 마찬가지로 오늘날 세계를 지배하는 기업을 바꾸거나 폐지하는 것 또한 국민의 권리”라고 주장했다. 어쩌면 이러한 주장이야말로 당연한 ‘민주적 상식’이 아닐까.

나라의 대표자를 뽑는 선거가 이제 눈앞에 다가왔다. 25년 전인 87년 민주화 항쟁을 통해 대통령을 국민이 직접 뽑는 직선제를 쟁취한 후 6번째 선거다. 지금까지 우리는 정치공간을 넘어 경제공동체인 기업 내에서는 약간의 주식을 매입해 소액주주가 되는 것 말고는 어떤 민주적 권리도 가져 본 적이 없다. 노동자 경영참여는 대선의 구호조차 되지 못한다. 하물며 “기업을 바꾸거나 폐지하는 것 또한 국민의 권리”라는 주장은 아득하기만 하다.

그러나 정치민주화라는 지렛대가 있어야 경제민주화로 가는 길을 열 수 있다. 이번 대선에서 조금이라도 더 경제민주화의 의지가 있는 후보를 뽑아야 경제민주화를 시작이라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야 기업보다 사람이 먼저인 미래를 꿈꿀 수 있다..


이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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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