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사연은 2008년부터 매 년 진보 정책 연구소 최초로 <전망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습니다. 경제, 주거, 노동, 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세계의 흐름 속에서 한국 사회를 진단하여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새로운 사회로의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2014년 전망 보고서 역시 총 8회에 걸쳐 연재됩니다.




2014년 전망 보고서(3) [한국경제] 747에서 474로 갈아탄 근혜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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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푸세-MB노믹스-근혜노믹스, 이름만 바꿔 달아 

2. 근혜노믹스, 실패할 수밖에 없다.

3. 왜 내수는 침체되고 있는가?



747은 ‘경제대통령’이라 자부하던 MB의 핵심 대선공약이다. MB는 지난 2007년 대선에서 “참여정부의 4%대 부진한 경제성장률로 국내경기와 고용사정이 매우 나빠졌다”고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동시에 자신을 ‘경제대통령’이라 치켜세웠고, ‘대한민국 747’을 통해 “연 7% 경제성장으로 3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10년 내 4만 달러 소득을 달성하여, 10년 내 세계 7대강국으로 올라서겠다”는 야심찬 비전을 발표하였다. 


그렇다면 자칭 경제대통령인 MB 5년의 경제 성적표는 어떠했을까? 먼저 MB가 부진하다고 혹평한 참여정부 5년 경제 성적표와 비교해 보자. 2003~7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4.3%,  물가상승률은 2.9%를 기록하였다. 반면 MB5년 경제성장률은 2.9%로 떨어졌고, 물가상승률은 3.3%로 상승하였다. MB 5년은 참여정부에 비해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1.4%p 떨어졌고, 물가상승률은 0.4%p 상승한 수치를 보여주었다.. 성장률은 떨어지고 물가는 오르는 초라한 성적표다. 


특히 ‘친 기업’을 모토로 내걸고 대규모 감세를 단행했지만, 연평균 투자증가율은 3.2%에서 0%, 내수증가율은 3.2%에서 1.7%로 뚝 떨어졌다. 연간 60만개, 총 3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공약은 어떠했을까? 5년 동안 124.8만 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데 그쳤다. 연평균 25만 개로 당초 공약의 40% 수준에 불과하였다. 


5년 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달성 및 10년 내 세계 7대 경제 강국에 진입하겠다는 야심찬 비전도 한낱 공염불에 불과하였다. 1인당 국민소득은 불과 1076달러 늘어나는데 그쳤고, 경제순위는 2008년 15위로 두 단계 하락, 전혀 변함이 없었다. 


돌아보면 사기도 이런 사기가 없을 정도다. 왜 이렇게 경제 성적이 형편없었을까? 그들 말대로 2008년 세계경제 위기에 따른 초기조건과 대외환경이 나빠서였을까? 참여정부 집권 첫 해인 2003년 또한 카드 사태에 따른 신용버블 붕괴로 경제성장률이 0.3%로 뚝 떨어졌다. 2008년 0.2% 성장률과 거의 차이 없다. 또한 세계경제는 침체에 빠졌지만, 환율 조건은 사상 유래가 없을 정도로 양호하였다. 이에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최대의 호황을 맞이하지 않았던가. 초기조건이나 대외환경이 나쁘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실상은 경제정책의 실패다. (이하 본문은 PDF 파일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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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경제 뉴스를 읽어 드릴 정태인입니다. 지난 달 19일, 전 세계의 금융시장을 뒤흔든 '버냉키 쇼크'부터 얘기해야겠군요. 미국이 앞으로 양적 완화를 축소할 것이란 발표에 전 세계 주가는 일제히 추락했습니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버냉키가 왜 이런 얘길 발표했는지, 그 이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연방준비제도의 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양적 완화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발표했죠. 실업률 6.5% 하한, 인플레이션율 2.5% 상한에 이르기까지는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는다는 말도 되풀이했습니다. 지금 미국의 실업률은 7.8% 정도이고, 청년 실업률은 두 배에 이르며 더구나 정규직의 증감으로 본다면 위기 이후 별로 나아진 게 없으니 이런 기조로 봐서 단기간에 위에서 말한 두 목표를 달성하기도 어렵습니다.

물론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얼마간 회복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UN desa(UN의 경제부서인데 세계금융위기 이후 OECD나 IMF보다 더 나은 예측을 해왔습니다)의 금년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은 1.9%입니다. 작년의 2.2%에도 미치지 못하는 거죠. 더구나 세계경제의 마지막 버팀목인 중국의 경제성장률마저 잘해야 7%대에 머물 것이 거의 확실한 지금 미국이 경기회복을 자신하면서 인플레이션을 걱정한다는 건 과도한 낙관입니다.

물론 정통 경제학자 버냉키는 양적 완화라는 비전통적 금융정책을 쓰는 게 꺼림칙했겠죠. 더구나 이 정책은 일단 제로금리에 도달한 뒤에는 경제가 더 나빠지는 걸 막을 수는 있을지언정 경기회복에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바로 케인즈가 말한 유동성 함정의 상황입니다. 우리가 그 옛날 거시경제학적 책에서 봤던 평평한 LM곡선(통화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일치시켜 주는 이자율과 산출의 조합)의 상황입니다(아래 그림 참조).

이 상황에서 양적완화는 LM곡선을 오른쪽으로 수평 이동하는 걸 의미합니다. 하지만 그림에서 수평의 LM 곡선을 아무리 옮겨봐도 균형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반면 IS곡선(실물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일치시켜 주는 이자율과 산출의 조합)을 오른쪽으로 이동시키면 위 그림이 보여 주듯 바로 GDP가 증가하겠죠. IS-LM 분석을 굳이 여러분께 보여 드리는 이유는 이 그림이 이제 표준 거시경제학 교과서에서도 사라졌기 때문입니다(크루그만은 2008년 위기 이후 경제학자들이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는 이런 분석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한탄에 한탄을 거듭한 바 있죠).

물론 시중에 미국 달러가 넘쳐나면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고 수출에는 유리하겠죠. 전형적인 '이웃 거지 만들기'(Beggar thy neighbor, 흔히 "근린 궁핍화"라고 번역하죠) 정책입니다. 일본의 아베노믹스 역시 마찬가지인데 이래저래 우리의 수출은 더 어려워질 겁니다.

대외적인 측면을 빼면 지금 미국에 필요한 정책은, 금융시장 안에서 이리 저리 배회하거나 대기업이 투자는 하지 않고 그냥 가지고 있는 돈(사내 유보)에 세금을 매겨서 가난한 사람이나 중소기업에 돌아가도록 하는 일입니다. 이 점은 한국도 마찬가지인데 마침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가 사내유보에 세금을 매기든가 법인세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올바른 소리를 했네요. (바로가기 ☞ : 박승 "대기업 유보금 별도 과세해야")

하지만 미국, 그리고 유럽의 보수주의 경제학자와 정치가들은 재정적자를 문제 삼고 있습니다. 당장 미국 정부는 의회의 결정에 따라 자동 지출삭감(sequestration)에 들어가야 합니다. 금년 나머지 기간만 무려 850억 달러를 줄여야 합니다. 현재와 같은 시기에 효과적인 재정지출은 이미 물 건너간 겁니다. 실로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경우죠.

버냉키는 내년 1월에 교체될 것이 거의 확실합니다. 그런데 이제 내년 1월이면 교체될 게 거의 확실한 그가 세계 경제에 왜 이런 충격을 준 걸까요? 더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원래 호들갑스럽기 마련인 금융시장이 출렁거리는 건 그렇다 쳐도 우리의 언론이 몇 면을 할애하면서도 그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버냉키의 발표를 호의적으로 본다면 자산가격이 부풀어 오르는 데 데 대한 경고겠죠. 반면 한껏 악의적으로 해석한다면 임기 내에 자신의 힘을 한번 과시한 데 불과한 걸로도 보입니다. 하여 현재까지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 벤 버냉키 Fed 의장. 그는 경제학자로서 '디플레 공황' 전문가로 명성을 얻었지만 폴 크루그먼 교수 등 진보 진영 학자들로부터 Fed 의장의 리더십을 상실햇다는 혹평을 받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버냉키는 어쩌면 커다란 실수로 판명 날, 시답지 않은 짓을 했으며 우리 경제에도 별 영향이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일과성 해프닝과 상관없이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가 계속 수렁 속에서 헤맬 것이라는 사실도 변하지 않을 겁니다. 특히 중국이 경착륙할 가능성은 계속 점검해야 할 겁니다.

벌써 저한테 허락된 분량이 다 됐지만 한국 얘길 건너뛸 수는 없겠죠? 경기부터 살펴보면 정부가 금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7%로 끌어 올렸다는 게 눈에 띄네요. 작년 9월에 올해 예산 수립의 근거인 2013년 전망치를 4.0%라고 했다가 정부가 출범하면서 반으로 확 내렸다가 또다시 늘리고 가관입니다. 물론 금리를 떨어뜨리고 예산을 대폭 늘렸으니 이 정도 성장률은 달성할 수 있습니다만 2003년에서 2005년 초까지 제가 청와대에 있을 때 경제성장률은 5% 정도였는데 <조선>·<중앙>·<동아>가 나서서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니 뭐니 난리를 쳤던 기억이 떠올라서 씁쓸할 따름입니다.

한편 정부가 야금야금 민영화를 진행하는 데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아니, 당장 나서서 막지 않으면 안 됩니다. 금융위원회가 민영 보험사를 통해서 '노후 의료비 보장보험'이라는 새 상품을 출시한다고 발표했는데요. 건강보험이라는 훌륭한 공적 보험을 놔두고 민간보험을 늘리는 건 돈 많은 사람들의 노후만 보장하겠다는 거나 마찬가지지요. 의사인 김종명 '내가 만든 복지국가' 건강보험하나로 팀장의 글을 보시죠. (바로가기 ☞ : (박근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포기하나)

한편, 내년도 건강보험료는 겨우 1.7% 올렸는데요. 우리 모두 안심하고 노후를 맞으려면 건강보험료를 더 내서라도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는 길입니다. (바로가기 ☞ : [정동칼럼]건보료를 올려라, 가입자 단체여!)

박근혜 대통령의 '줄푸세'(잊어버리셨나요? "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은 세운다"죠?)는 철도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26일 국토부는 수서발 KTX를 철도공사의 자회사로 운영하겠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KTX 노선을 쪼개서 경쟁체제로 만들면 소비자에게 적자를 줄일 수 있고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도 개선될 거라는 얘깁니다. 전형적인 민영화 논리죠. 정부는 이런 비판에 대해서 "민간매각 제한에 동의하는 자금만을 유치하고 이런 내용을 투자약정 및 정관에 명시하는 등 방지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과연 믿을 수 있을까요?

개방, 규제완화, 민영화는 지난 30년간 세계를 풍미했던 철 지난 유행가입니다. 지금 버냉키 쇼크까지 줄줄이 이어지고 있는 경제위기를 낳은 원흉이기도 하지요. 박근혜 대통령은 정말 옛날을 사랑하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이 취향은 우리를 낭떠러지로 밀어버릴 겁니다. 더구나 한미 FTA가 발효된 상태에서 '노후 의료비 보장보험'이나 '수서발 KTX 노선'에 미국 투자가 들어간다면 그다음엔 되돌릴 수도 없습니다. 투자자 국가 제소권을 발동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들이 첫발을 내딛기 전에 국민들이 막는 수밖에 없습니다.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의 첫 조합원 대상 서비스 <주간 프레시안 뷰> 준비호 1호에 실린 글입니다. 정치, 경제, 국제, 생태, 한반도 등 각 분야의 권위 있는 전문가들이 직접 전하는 뉴스를 보고 싶다면 프레시안의 조합원이 되기를 적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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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3정태인/새사연 원장

 

나는 드라마광이다. 특히 토요일, 일요일엔 어지러운 술자리 때문에 놓친 드라마 재방송을 보느라 어린 딸과 신경전을 벌이다 참다못한 딸이 “아빠가 아줌마야?”, 소리를 지를 정도다. 그래선지 드라마 1~2회를 보면 그 성패를 알아맞히는 경지에 이르렀다.

SBS <청담동 앨리스>. 요즘 내가 연구원에서 공부하다 말고 밤 9시경부터 자꾸 시계를 들여다보고 때 맞춰 짐 챙기도록 하는 드라마다. 두 회를 남겨 놓고 스토리는 지지부진하고 ‘청담동’의 벽을 절감하도록 하는 촌철살인의 대사들도 이젠 식상해졌지만 마지막 회는 시청률 20% 언저리까지는 올라가지 않을까.

청담동은 말하자면, 새로운 귀족사회이다. 인화(김유리)의 말대로 디자인 대학을 차석으로 졸업해도 그들의 ‘안목’은 흉내 낼 수 없다. 인종이 다르다. 하지만 한국은 대단히 역동적인 사회였다. 농지개혁과 한국전쟁으로 지주계급이 완전히 몰락했고 교육은 신분상승의 통로였다. 이런 역동성이 사라지기 시작한 건 1990년대 중반이었다. 외환위기를 계기로 새로운 지배계급이 생겨났고 이제 교육은 신분상승을 가로막는 벽이 됐다.

이때부터 세경(문근영)의 아버지 세대에게 부동산이나 주식 거품은 새로운 사회이동의 통로로 여겨졌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평생 흘린 땀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가계부채로 남았을 뿐이다. 이제 가난한 연인은 헤어지고 ‘청담동 앨리스’가 유일한 신분 상승의 길이 됐다.

▲ SBS <청담동 앨리스>

더구나 공부를 잘 못 했던 윤주가 보란 듯이 ‘청담동 며느리’가 되어 있으니 세경에겐 결코 못 올라갈 나무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겨우 두 세대에 걸쳐 이런 일이 한꺼번에 일어나다 보니 아직 체념에 이르지 못한 절망은 더욱 더 죽음에 이르는 병이 된다.

이 상황은 한국에만 특유한 건 아니다. 지난 30년간 세계에서 벌어진 일이다. 어느 나라나 수출경쟁력을 강조하면서 임금 인상을 억제했다. 그럼 수출이 잘 되지 않으면(모든 나라가 모두 무역흑자를 볼 방법은 없다) 국내수요가 줄어들어 경기침체에 빠지게 된다.

그 탈출구는 당시 모든 규제를 풀어버린 금융이 제공했다. 돈이 부족한 서민들에게 은행이 대출을 해 주고 신용카드를 뿌리면 된다. 저금리 상황, 그리고 저임금으로 남아도는 부자들의 돈은 집과 주식으로 향했다.

집값과 주가는 부풀어 오르고 이제 당장 빚을 낼 필요가 없는 사람들도 이 대열에 참여한다. 자산 가격이 오르면 괜히 부자가 된 것 같으니 소비가 늘어난다(‘자산효과’). 소비를 무한정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지위재’(position goods)가 개발됐다. 사회적 신분을 상징하는 고가의 상품이 그것이며 바로 아르테미스 장띠엘 샤 회장의 전략이기도 하다. 무슨 무슨 ‘캐슬’이 등장하고 명품 열풍이 불었으며 커피자판기는 전문점으로 대체됐다.

이런 소비의 유토피아가 지속 가능할까. 자산 가격이 계속 오르고 빚이 영원히 늘 수 있다면 가능하다. 그러나 그럴 수 없다는 게 비극이고 그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었다. 나만은 가격이 떨어지기 전에 빠져나올 수 있다는 허망한 자기 기만극은 2008년 금융위기로 막을 내렸다. 저임금에 시달리는 데도 청년 일자리도 늘어나지 않고, 청담동 바깥에 사는 노인들은 허드렛일이라도 해야 한다. 우울한 장기침체는 10년 이상 갈지도 모른다.

<청담동 앨리스>는 과장되었을지언정 현실이다. “줄푸세”의 박근혜씨가 대통령이 됐으니 정책이 이런 현실을 바꾸지도 못할 것이다. 청담동과 그 바깥은 점점 더 벌어지고 언론이 이런 개인주의/소비주의를 계속 부추기는 한(이 드라마의 간접광고를 보라), 이미 붕괴된 시스템 안에서 개인들은 절망할 수밖에 없다.

아마 <청담동 앨리스>는 순수한 사랑의 승리를 답으로 제시할 것이다. 절망적인 벽을 뛰어 넘는 사랑은 언제나 아름답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이 드라마 속 대리만족으로 허기를 채울 수는 없지 않은가. 청담동이 아닌 곳에서도 앨리스들이 서로 사랑하고 아웅다웅 싸움도 하면서 살아갈 길은 얼마든지 있다.

* 이 글은 PD저널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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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 01 / 06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집권 첫해에 경제 위기를 맞는 징크스

우연이겠지만 외환위기 이후 역대 정권은 모두 집권 첫해에 경제적 시련을 겪었다. 김대중 후보가 당선되던 1997년 그 시점은 한창 국제통화기금(IMF)과 한국이 구제금융 조건을 협상하던 터라, 김대중 당선자는 당선 확정 당일부터 환란에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움직여야 했다. 하지만 1998년 집권 첫해는 150만 명의 실업자가 쏟아져 나오는 등 사상 최악을 경제침체를 피할 수 없었다. 2003년부터 임기를 시작한 노무현 대통령 역시 집권 첫해부터 앞 정부가 조장한 거대한 신용 카드대란의 후폭풍을 뒷수습하는데 경제역량을 모두 투입해야 했다. 400만 신용불량자를 양산했던 그 해 우리 경제는 민간소비가 마이너스로 추락하면서 내수가 휘청하는 경험을 했다.

‘747공약’과 ‘경부대운하 건설’이라고 하는 그랜드 플랜을 내걸고 야심차게 시작한 이명박 정부 출범 시기인 2008년 초까지만 해도, 100년 만에 한번이나 올까 말까하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대침체(Great Recession)가 그 해 가을에 터질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7%성장은 고사하고 집권기간 평균 3%도 안 되는 성장률 실적밖에 기록할 수 없었던 이명박 경제의 운명은 그렇게 첫 해에 결정되었다.

2013년은 박근혜 정부가 임기를 시작한다. 5년 전의 보수적 정권교체와 달리 정권연장 차원이다. 그런데 이번에도 경제 여건이 좋지 않다. 아니 상당히 나쁜 편이다. 일단 2012년 경제가 당초 전망인 4%성장에서 반 토막 난 2% 수준이다. 그나마 정부가 평년 대비 재정투입을 두 배쯤 올려서 성장률을 약 0.5% 끌어올린 덕택이라는 것이 기획재정부 설명이다. 정부의 개입효과가 없었다면 1% 성장에 그쳤을 거라는 말이다. 15년 전처럼 환란도 없었고 카드대란도 없었는데도 바닥을 기는 성장률이었다. 두 자리 성장을 하던 수출이 마이너스에 빠지고 민간소비 증가도 1%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동반성장도 아쉬운데 동반침체의 위험 있다.

2013년 경제는 기본적으로 2012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망 기관들이 대체로 2.6%(삼성증권) ~ 3.2%(한국은행) 사이를 전망하는 등 올해 보다 체감이 거의 없을 개선을 전망하고는 있는데, 이것도 사실은 ‘소망’ 수준에 가깝다. 예를 들어 2012년보다 나을 것이라는 이유가 2013년 하반기에는 유럽과 미국 경제가 다소 호전되고 이에 따라 국내 투자여건이나 고용 여건도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이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상저하고(上底下高)다. 2012년 한국경제를 전망할 때에도 그랬다. 그러나 상반기 보다 더 나쁜 하반기 경제가 실제 결과였다. 2013년에도 ‘상저(上底)’일 것은 틀림없겠으나 ‘하고(下高)’일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특히 박근혜 경제의 앞날에 안 좋은 소식은 경제 회복을 기댈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사실 역대 정권들이 취임 초에 경제침체와 싸워야 하는 불운을 겪었다지만 그래도 내수와 수출 가운데 한 가지는 양호한 상황에서 경제정책을 펼 수 있었다. 김대중 정부는 글로벌 수출 환경 호조 덕분에 환란을 예상보다 빠르게 벗어날 수 있었고 노무현 정부도 신용카드 대란으로 무너진 내수를 두 자리 수 수출증가로 만회할 수 있었다.

시기

민간소비 증가율(%)

수출증가율(%)

1998년 외환위기

-12.5

+12.9

2001년 IT거품붕괴 여파

+5.7

-3.4

2003년 카드대란

-4.0

+14.5

2009년 금융위기 여파

+0.0

-1.2

2012년 동반침체시작(추정)

+1.4

+3.0

그런데 박근혜 정부 앞에는 어두운 수출환경과 허약한 내수 기반이 동시에 기다리고 있다. 글로벌 경제 환경을 보자.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세계경제 위기가 발생한 지 6년이나 지났으니 이제 경기침체는 저 멀리 사라지고 경제는 앞으로 쌩쌩 달릴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계의 많은 지역이 장기침체에 빠지면서 일본식 불황으로 나가고”있다고 2013년 세계경제를 압축해서 표현했다. 정부도 5%이상의 수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지는 않다.

내수는 어떤가. 역대 정부들이 내수를 소홀히 하고 수출에만 의존결과 내수 토대가 계속 취약해졌다. 고용여건은 2013년에 더 나빠질 것이 확실하여 민간 구매력이 확대되기를 기대하기 힘들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이어질 것이므로 건설투자나 긍정적 자산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더욱이 1100조원까지 불어난 가계부채의 원리금 상환부담은 부채를 동원한 소비확대의 측면을 잠식하면서 경제 성장의 현실적 장애요인으로 등장했다. 때문에 박근혜 정부는 임기 첫 해에 가계부채 위기관리와 씨름해야 한다.

 

가장 큰 리스크는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의 불확실성

물론 박근혜 정부에게도 의지할 카드가 하나 정도는 남아있다. 바로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는 정부의 역할이다. 2012년 경기하락을 2% 수준에서 방어한 것도 바로 정부 재정이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재정적자로 인한 긴축 논쟁이 경기침체를 오히려 가속화시키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여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단순한 재정지출 확대를 넘어서 어떻게 분배구조를 개선하여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구매력을 확대시키고 내수성장에 기여하도록 할 것인가 하는 점에서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게 된다. 바로 박근혜 당선자가 공약한 경제 민주화, 중산층 70% 재건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줄. 푸. 세’로 상징되는 대기업 위주 경제, 1% 편향 정책을 추구하던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같은 정당에서 집권 연장된 정부다. 다만 2012년 한국사회가 경제 민주화를 시대정신으로 부상시켰고 박근혜 후보가 선거전략 차원에서 이를 차용하면서 경제 민주화와 공정한 시장 경제, 중소기업과 중소상인을 위한 국가의 개입을 하겠다고 약속했던 것이다. 때문에 이 공약이 액면 그대로 실행될지, 아니면 새누리당의 전통적인 색깔이 다시 경제정책에 투영될지는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 바로 이 점이 2013년 한국경제 전망을 하는데 가장 불확실한 대목이다. 따라서 2013년 한국경제는 수출이나 내수 환경과 같은 외부 요인보다는 정부가 투명하고 확실하게 공약대로 경제정책을 실행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 이글은 한겨레 21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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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12 / 20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세대 간 대결이 아닌 세대 간 협력으로 다시 시작하자.

2012년 총선과 대선이 20년 만에 겹치는 시기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세계사적으로도 한 시대가 저물어가는 전환기였다. 대선 주자들도 ‘시대교체’를 말했다. 그래서 여느 선거 때의 ‘정권교체’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그러나 객관적 선거결과는 양대 선거 모두에서 신자유주의와 분단을 고수하려는, 과거 시대를 대표하는 정치세력이 재집권에 성공했다. 국회와 행정부가 또 다시 보수 세력에 의해 좌우되는 한국의 미래 5년이 예정되어 있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보수 세력에 의해 초래된 세계경제위기와 사회 양극화, 극심한 불평등이 한계점에 왔고, 이에 대한 유일한 해법은 진보적 정책이었다. 그래서 보수적인 박근혜 후보도 줄.푸.세가 아니라 경제 민주화, 복지, 일자리 창출을 주요 선거 공약으로 내세워야 했다. 양대 선거는 진보적인 의제를 매개로 치러졌던 것이다.

50대가 20~30대를 압도한 선거였다?

그런데 어째서 결과는 다시 신자유주의 분단 세력의 재집권으로 귀결되었는가? 이제 막 종료된 선거 결과를 두고 백가쟁명의 분석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는 중이라 차분한 평가를 좀 더 기다려 보아야 할 것 같다. 그러나 대체로 일치하는 분석 중의 하나가 20~30대에 비해 50~60대가 더 압도적인 투표 참여, 더 압도적인 박근혜 후보 지지를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림 ] 16대, 17대 대선과 18대 대선의 연령대별 투표율 변동

한 마디로 진보와 보수가 세대 사이의 응집력과 세대 사이의 대결구도를 만들어 냈는데 거기서 50대 이상의 응집력이 압도를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50대의 투표율이 90%에 근접한 놀라운 수치가 그 증거가 되고 있다. 이번 선거는 76%의 투표율에 가까울 정도로 지난 대선에 비해 13%정도 올라간 경이적인 투표율을 기록한다. 당연히 20~30대의 투표율도 크게 올라서 20대 18.6%, 30대 17.4%이상 투표율이 증가했다. 한마디로 20~30대는 이번 선거에서 할 만큼 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런데 과거 선거에서도 이미 투표율이 충분히 높아서(80대의 투표율), 더 이상 올라갈 여지가 적다고 간주된 50대의 투표율이 그 이상 올라가면서 더 압도적인 투표참여를 보여준 것이다. 이는 변동이 적었던 40대의 투표율 증가와도 확연히 비교되는데 훨씬 큰 증가 폭이었다. 투표참여 운동을 독려하면 20~30만 투표율이 올라갈 것이라는 잠정적 가정은 무너졌다.

애초에 세대 간 대결이 아니라 1%대 99%의 대결이었다.

그런데 어쩌다가 이번 선거가 마치 세대 사이의 투표 참여와 표 대결 양상으로 전개되었을까? 최근 들어오면서 한국의 선거가 ‘(영호남) 지역 선거’에서 ‘세대 선거’로 전환되었다는 분석들이 확산되어왔고 실제로도 그런 양상이 확인된 것은 사실이다.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나 2011년 10월 서울시장 선거 등이 대표적이다. 세대선거 분위기 아래에서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급격히 부상한 배경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원래 2012년 양대 선거의 핵심은 먹고사는 문제이자 경제 문제였다. 경제 민주화, 보편 복지, 일자리 등 선거의 주요 3대 이슈가 모두 먹고사는 문제가 아니던가? 또한 이 의제는 2011년부터 월가 점령운동이 상징적으로 제시한 99%운동에서 영감을 얻어 ‘극소수의 양극화 수혜자와 압도적 다수의 양극화 피해자’사이의 대결로 구체화되었다. 이를 두고 미국 선거에서는 ‘계급 전쟁(class warfare)'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였다. 경제 민주화 이슈가 부각될 때까지만 해도 당연히 우리나라 선거도 세대 간 대결이 아니라 1%대 99%의 대결이었던 것이다. 외국 금융자본과 재벌에 대항한 노동자, 서민, 중소상인, 중소기업의 대결이었던 것이다.

50대, 그들은 누구이며, 그들이 진정 보수화 되는가?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50대는 누구인가? 최근 매년 20만 명 이상이 직장에서 떨어져 나와 은퇴하기 시작하여 사회적으로 중대한 도전을 맞고 있는 바로 베이비 붐 세대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 은퇴시작(2010년부터) -> 경기불황 -> 은퇴 가속화 -> 사회 안전망 미비 -> 노동시장 재진입 시도 -> 경기불황으로 노동수요 약화 ->도소매, 음식 숙박 등 생계형 자영업 창업이라는 악순환의 고리에 들어가면서 고통을 받고 있는 세대다. 부채가 많은 자영업도 이들이다. 아직 국민연급을 수급하려면 시간이 한참 많아 스스로 경제생활을 해야 하는 세대도 이들이다.

그 어떤 세대보다 복지의 필요성이 큰 세대이고, 일자리가 필요한 세대이며 대기업 골목 상권 침해 등으로 피해를 받는 세대이며, 가계부채로 고통 받는 세대다. 사회 경제적 처지와 조건으로 보면 이들이 신자유주의에 동조할 이유가 없다. 위기를 불러일으킨 기존 경제체제를 고수해야 이익이 될 것도 없다. 재벌체제에 이익을 보는 것도 없다. 더욱이 경제위기가 5년째 계속되면서 이제 더 이상 이들도 부동산 경기가 급등하거나 주가가 폭등할 것이라는 따위의 선전에 솔깃하지 않는다. 선거운동 막판에 박근혜 후보가 주가 3000을 만들어주겠다고 허황된 소리를 했지만 이에 귀 기울인 50대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너무 당연한 것이지만 그들도 1%가 아니라 99%에 속한 서민들이 아니겠는가?

‘세대 간 대결’이 아니라 ‘세대 간 협력’이 진보의 정책이다.

물론 과거 20여년의 한국경제와 사회를 돌아보면, 일종의 ‘세대 간 착취’라는 용어를 사용할 만큼 세대 사이의 자원의 잘못된 분배가 있었던 점은 인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주로 50대 이상의 기성세대가 과거 부동산 거품의 수혜자가 되었고, 그 결과 지금의 20~30대가 주택이나 주거공간을 구매하기에는 너무 높은 주거비용이 형성되었다. 또한 부모 세대의 과열된 사교육 경쟁이 지금 젊은 세대에게 학교 교육과 과도한 등록금, 사교육비로 고통 받게 하고 있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또 기성세대의 일부가 정규직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청년들이 상대적으로 더 알바 등 나쁜 일자리에 전전하는 것도 발견된다. 그러나 이런 점들만을 과도하게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 세대 일반의 대결로 해석하면 안 되는 것이다.  

더욱이 한국 사회의 고령화에 따라 우리 사회에서 50대 이상의 유권자가 점점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는 점이 부가된다. 10년 전에 비해 20~30대 유권자 비중은 48.3%에서 38.3%로 줄었다. 반대로 50대 이상의 유권자는 29.3%에서 40%로 10%이상 늘었던 것이다. 당분가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20~30대는 개혁적 후보에 70% 투표하고 50대 이상은 보수적 후보에 70% 이상 투표하는 구조가 확립된다면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는 어떻게 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는 암묵적으로 이번 선거를 세대 간 대결로 보거나, 20~30대와 40대까지만 흡수하려는 노력을 하고 50대 이상에 대해서는 외면했던 점이 없지 않다. 더욱이 선거결과에 실망하여 50대 이상에게 비관적인 평가를 내리는 것이 매우 경계해야 한다.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세대 간 대결이 아니라 ‘세대 간 협력’을 기본으로 하는 정책 모델을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세대 간 협력을 기반으로 다시 1%, 99%의 싸움으로 바꿀 필요가 있을 것이다.  

사실 2012년 양대 선거를 거치면서 개혁과 진보의 조직적 틀은 상당히 무너져 있는 상황이다. 다시 세대 사이의 협력을 전제로, 하나씩 새롭게 진보의 조직적 기반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러기에는 5년도 긴 시간이 아닐 것이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도 아직 끝나지 않은 어둠 속에서 희망의 싹을 만들어 나가려는 깨어있는 시민들을 위한 진보적 정책 연구와 소통에 더 심혈을 기울일 것이다.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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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