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6.14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지난 총선부터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였던 보편복지와 경제 민주화는 대선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위험한 국면을 통과하고 있는 세계경제의 어려움과 맞물리면서 경제 민주화는 가장 중요한 대선 의제가 될 것이다. 이를 예고하듯 전경련과 산하 연구원인 한국경제연구원이 19대 국회 개원에 맞춰 지난 4일 경제 민주화에 대한 대기업의 반론을 적극적으로 펴기 시작했다.

전경련은 법·경제·철학이론을 모두 동원해 경제 민주화 논리를 반박하는 큰 스케일(?)을 보였다. 우리 헌법에 비춰 볼 때, 경제 자유화·자유시장경제가 원칙이고 경제 민주화는 극히 예외적인 국면에서 법률이 정하는 한도에서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 이론적으로는 소비자 선택 이론을 들고 나오면서 소비자 주권에 기초한 자유로운 소비자 선택이 가능한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경제 민주주의에 접근한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보편복지를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면서 선택적 복지를 주장하더니 경제 민주화를 예외적인 정책이라고 축소하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전경련이나 보수진영에서 복지와 경제 민주화 자체의 정당성과 지금 시점에서의 필요성을 부정하지는 못하고 있다. 나아가 이를 대체할 대안 담론을 만들지도 못하고 있다. 다만 제한하려고 할 뿐이다. 보편복지와 경제 민주화는 우리 현실에서 진보적인 프레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보편복지와 경제 민주화는 우리 경제현실에서 매우 좁게 제한돼 해석돼 왔다. 해석과 적용 분야를 훨씬 확장시켜야 한다.

그런데 복지나 경제 민주화를 말할 때 한 가지 생각해야 할 대목이 있다. 바로 현실적인 힘의 관계, 사회세력 사이의 역학관계다. 복지나 경제 민주화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새롭고 참신한 정책의 여부도 아니고, 각 정당들의 정책수용 여부도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사회세력들 사이의 힘의 관계를 정확히 반영한다.

흔히들 선진국 경제사에서 복지국가의 황금시대라 불리는 50~60년대에는 사회의 권력균형에 진정한 변화가 일어나면서 노동자와 대중의 힘이 시장의 힘을 견제할 만한 상황이 됐던 시기다. 반면 자본의 파워는 제한을 받게 됐다. 시장에 대한 정치적 개입을 통해 경쟁은 완화됐다. 자본 통제가 도입되고, 금융자본은 엄격히 규제됐다. 공공부문 확대를 통해 경제의 중요한 부분이 시장에서 떨어져 나가 민주적 통제를 받게 됐던 시기다. 이처럼 해당 사회에서의 사회세력(주로 자본과 노동) 사이의 힘의 관계에서 노동의 힘이 커지면서 복지정책을 제대로 적용할 ‘정책 공간’이 열리고 복지국가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80년 이후 신자유주의 30년 동안 시장을 둘러싼 규제 틀이 모두 깨지고 이번에는 시장과 자본의 힘이 사회 전 영역으로 팽창하게 됐다. 신자유주의가 성취한 정치·이데올로기적 헤게모니가 신속하고 체계적인 규제철폐에 이용됐다. 고정 환율제가 폐지되고, 자본통제가 해제되고, 시장에서 규제가 사라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그에 따라 이번에는 아래에서 위로 부의 역재분배가 이뤄졌다. 양극화가 심화된 것이다.

보편복지의 실현이 사회적 힘의 관계를 반영한다면, 경제 민주화는 사회적 세력관계 그 자체라고 할 만하다. 우리 헌법에서도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 민주화의 실현” 이라고 돼 있다. 무슨 말인가. 경제 민주화란 원래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경제주체들, 예컨대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용자와 노동자, 기업과 소비자들 간의 원천적인 불균형 관계를 국가의 정책적 개입에 의해 최소한 ‘조화’가 가능한 균형상황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앞서 세계경제에서 “80년 이후 신자유주의 30년 동안 시장을 둘러싼 규제 틀이 모두 깨지고 이번에는 시장과 자본의 힘이 사회 전 영역으로 팽창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한국에서는 97년 외환위기 이후 그랬다. 그 결과 경제 민주화도 심각한 후퇴를 맞게 된 것이다. 힘의 균형이 무너지고 금융자본과 재벌 대기업의 힘이 압도적으로 우리 경제질서를 지배하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선출되지 않는 경제권력, 3세로 승계되고 있는 재벌권력에 대한 견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논의돼야 할 경제 민주화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경제 자유화가 원칙이고 경제 민주화는 예외라고 하는 전경련의 주장이나, 경제 민주화가 실상은 주주자본주의적 요소를 함축하고 있다는 진보 일각의 비판은 모두가 핵심을 비켜 간 것이다. 복지의 확장을 위해서나 경제 민주화를 위해 노동자와 시민 등 99%의 힘과 권한을 다시 키워 나가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노동조합의 권리를 키우고 대자본의 힘을 제약하는 각종 정책과 법률을 통해 힘의 재균형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것이 복지고 경제 민주화다.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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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07.11.20 20:33
 

올해 들어 주가가 끝을 모르고 상승하면서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받은 경영자들이 이를 행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일부 연구기관에서는 스톡옵션이 과연 경영성과에 대한 정당한 보상인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보고서를 내고 있다. (김우진, 2007.7, “국내은행 경영진의 스톡옵션 개선방안)


경영실적과 무관하게 평가하는 경영자 보상시스템 문제


한국에서 스톡옵션제도는 주주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이식되기 시작한 1997년부터 시행되었다. 미국이 전형이라고 할 이 제도는 주주자본주의 시스템에서 경영자가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경영성과(정확히는 주식가치 상승)를 내도록 하는 인센티브로 도입되었다.


물론 경영진의 보수는 별도로 존재한다. 주주자본주의와 함께 임원들의 보수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임원 1인당 평균 연봉과 직원 평균 연봉 격차는 갈수록 커져 삼성이 160배(2005년), 신세계가 40배, 현대자동차가 27배, 삼성물산이 29배 등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가 2006년 주주총회에서 임원보수로 승인한 금액은 총 600억 원이었다. 이 중 사내이사 6명에게 총 538억 원이 지급되었다. 1인당 평균 89억7,000만 원이 지급된 셈이다.

연봉격차가 이렇게 큼에도 여기에 다시 연봉을 훨씬 뛰어넘는 스톡옵션이 부여된다. 연봉 1원을 받으면서 취임한 김정태 전국민은행장은 40만 주의 스톡옵션을 부여받아 4년 만에 110억 원 가량을 벌었다.


그렇다면 이들 경영자들이 과연 부여 받은 보수와 스톡옵션에 상응하는 경영성과와 실적을 냈는가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실제 데이터는 그렇지 않음을 말해준다. 심지어는 적자가 나고 있는데도 임원 보수를 주는 사례도 있다. 특히 스톡옵션을 받은 경영자들은 기업의 내적인 성장 잠재력을 키우기 보다는, ‘단기 주가부양을 위해 외형적인 경영에 주력’할 개연성이 높다. 미국의 엔론이나 월드컴 사례처럼 경영자들은 인위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주가 관리나 회계조작’의 동인을 제공할 가능성도 크다.


비용문제로 비정규직으로 내모는 건 말도 안 돼


갈수록 고용창출이 어려워지고 비용문제를 이유로 비정규직이 확대되어 감에도 경영진들의 보수와 스톡옵션의 가치가 치솟는 모순적 기업시스템이 확산되는 이유는 미국식 자본주의를 스탠더드로 믿고 수용한 탓이다.

<만국의 주주들이여 단결하라>(존 보글, 2003)는 책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경영자의 보상 총액은 1993~2003년 사이 3,000억 달러가 넘었는데 기업실적은 고작 연 1.9퍼센트씩 성장하는데 그쳤다... 기업이익에서 경영자 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4.8퍼센트에서 10.3퍼센트로 2배 이상 늘었다... 그렇게 한 일이 없는, 그렇게 적은 소수에게, 그렇게 많은 사람이, 그렇게 많은 것을 베풀 수는 없을 것”
경영진들의 천문학적인 보수와 스톡옵션은 이랜드 노동자들의 눈물겨운 싸움과 교차되어 우리사회 지독한 양극화의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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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07.11.20 20:23
 

지난주 여러 일간지에 멕시코 통신 재벌 카를로스 슬림(Carlos Slim) 회장이 세계 최고의 부자로 등극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6월말 기준으로 슬림의 보유재산은 678억 달러에 육박하여 13년간 선두 자리를 지켜온 빌 게이츠(592억 달러)를 가볍게 제쳤다. 1인당 국민소득 7,171달러(2005년)에 불과하고 인구의 절반이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나라에서 세계 최고 갑부가 등장했다는 부조화는 무엇으로 설명이 될까?


신자유주의적 축적의 전형


슬림의 재산 증식 과정은 주주자본주의가 관철되는 사회에서 부가 어떤 방식으로 조성되고 소수 자본에 집중되는지 보여주는 전형이다.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재산을 바탕으로 건설사와 부동산 회사 등을 운영하던 슬림이 고만고만한 재산가 수준이 아닌 세계적 부호로 성장한 비결은 기업 인수합병에 있다. 1982년 멕시코 페소화 위기가 발생하여 대규모 기업 부도 사태가 벌어질 때 슬림은 보험사를 비롯해 유통업체와 광산회사 등을 사들여 큰 이익을 본다. 자본 자유화와 금융 세계화를 받아들인 대부분의 개별 국가는 경제의 큰 변동성에 노출된다. 이로 인한 잦은 금융 및 환 위기는 서민과 중소기업가들에게는 고통이지만 유동자본이 풍부한 자본가 입장에서는 헐값에 자산을 사들일 절호의 기회다.


금융 세계화를 통해 개별 국민국가에 침투한 초국적 금융자본이 가장 먼저 노리는 타깃은 해당 국가의 금융과 공기업이다.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으며 주요 시중은행과 한국통신(KT), 한국담배인삼공사(KT&G) 등 독점적 사업을 영위하는 공기업 지분을 대거 외국인 손에 넘긴 사례처럼 멕시코도 공기업 사영화가 거세게 추진되었다. 슬림은 1990년 멕시코 국영 통신회사 ‘텔멕스’ 주식 51%를 인수하여 국가 기간 통신망 사업을 사실상 독점한다. 이 초유의 인수 작업이 당시 대통령 살리나스와 집권여당의 비호 아래 이루어졌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텔멕스 지분 인수 비용으로 그가 지불한 돈은 18억 달러. 텔멕스는 이후 유선통신 분야의 ‘카르소 글로벌 텔레콤’, 무선통신 부문의 ‘아메리카 모바일’로 분사되는데 현재 슬림이 보유한 주식의 평가액은 아메리카 모바일 250억 달러, 카르소 글로벌 110억 달러 등으로 사실상 그의 재산 대부분이 이 국영기업 사유화로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공공 기간망과 수많은 사업 영역을 슬림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멕시코 국민들은 단 하루도 슬림에게 돈을 지불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는 말이 우스개만은 아니다. 슬림은 축적한 부를 바탕으로 브라질, 도미니카 공화국 등 중남미 16개국의 주요 통신, 방송사를 사들이면서 자본의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들 국가 역시 IMF, IBRD를 앞세운 미국의 신자유주의 드라이브에 의해 공공영역을 마구잡이로 시장에 내놓은 상황이다.


FTA가 낳을 제2, 제3의 슬림


세계 최고의 갑부 슬림이 걸어온 길에는 금융세계화로 인한 국민국가의 경제위기, 국민을 위해 복무해야 할 공공 영역을 상품으로 쪼개 팔고 사면서 소수 자본에 이익을 몰아주는 사영화, 신자유주의 정치 엘리트들과 재벌의 단단한 이해관계, 생산 활동보다는 매매 차익 추구가 중심인 기업 M&A, 거대 금융자본이 휘젓고 다니는 전 세계적 금융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 인위적 주가 상승 등 세계화와 주주자본주의의 핵심이 종합 세트처럼 고스란히 담겼다.


카를로스 슬림이 천문학적으로 부를 불린 시기는 멕시코 경제의 완전한 미국화, 주주자본주의화를 가져온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궤를 같이한다. 한미 FTA로 대한민국에서도 제2, 제3의 슬림이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 경제 체제를 미국식 스탠다드로 전일화하려는 기도가 한미 FTA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재앙일 뿐임을 세계 최고의 부호가 걸어온 길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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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07.11.20 20:13
 

외환위기 이후 경상수지가 최대 적자라고 나라가 난리다. 5월 3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에 16억 달러 이상 적자가 나더니 이어 4월에도 20억 달러 가까이 적자가 났다는 것이다. 그동안 연 4퍼센트 수준의 저성장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가 자랑해오던 것이 수출은 잘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난 11월 3000억 달러 수출을 돌파했다고 홍보가 대단했다. 지난해까지 100억 달러가 넘는 경상수지 흑자가 나기도 했다. 그런데 두 달 사이에 35억 달러나 적자가 난 것은 웬일일까.


주주총회 몰린 3,4월이면 되풀이 될 엄청난 경상 적자


사실 이런 현상은 올해만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몇 년 전부터 12월 결산법인의 주주총회가 몰려있는 3,4월만 되면 매년 엄청난 규모의 경상수지 적자가 나는 신(新) 풍속도가 한국경제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주주총회 결과 외국인 주주의 몫으로 빠져나간 현금배당 때문이다. 3월 16억 달러의 경상수지 적자는 21억 달러의 소득수지 적자 때문이었던 것이다.


지금 한국경제는 최신의 주주자본주의 시스템으로 완전히 바뀌어 있다. 그 결과 자본시장에서 기업으로 돈이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업에서 번 돈이 주주에게 돌아가는 금액이 더 많아졌다. 지난 6년간 자금이 기업으로부터 순 유출된 금액(현금배당 + 자사주 취득 - 기업공개 - 유상증자)은 꾸준히 증가해온 것을 볼 수 있다. 또 같은 기간 기업들이 주식시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30조 원을 조금 넘는 반면, 기업들이 올린 수익 가운데 자사주 취득과 현금배당으로 지출한 금액은 무려 70조 원에 달한다. 기업으로부터 주주에게로 40조 원 가량이 빠져나갔다는 얘기다.

주주자본주의 시스템의 근본적 변화만이 해법


외국 금융주주자본은 자본시장을 통해 주요 기업들을 지배하고, 지분을 소유하여 배당금을 챙길 뿐 아니라 공격적인 경영개입으로 단기간 투자회수를 위한 갖가지 기법을 동원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기업도 하나의 상품에 불과하다. 이들에게 인수 기업이란 ‘사회적 기관이나 장기적인 부의 창조자가 아니라 사고팔아야 할 자산목록’에 불과하다. 주주자본주의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서는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렵게 되어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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