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현상

주식투자 인구 500만이 넘었다지만.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1년 미국과 유럽 위기가 터지기 전인 7월까지 주가가 2200을 돌파했던 분위기를 타고 우리나라 주식투자 인구가 520만 명을 넘어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경제 활동을 하는 사람들 5명 가운데 1명은 주식투자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면 우리 국민들은 과연 주식투자로 금융자산을 불려나가고 있는가? 우리나라 주식의 시가총액이 국내총생산(GDP)과 비슷한 1100조원을 넘어갈 정도이니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실제 내용을 보면 그렇지 않다. 520만 주주 가운데 10만 주 이상을 보유한 3만 명(법인과 기관 포함)0.6%가 전체 주식 시가총액의 75.7%863조 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 진단과 해법

주식투자 권하는 사회가 바람직한가?

반면 500주 미만을 소유한 개미들은 270만 명으로 56.4%비중을 차지하지만, 주식 시가총액의 2.2%에 불과한 25조 원을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지역을 좁혀서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서울에서 주식투자를 하는 개인들은 130만 명 정도 된다. 그 가운데 부유한 곳이라고 할 강남, 서초와 용산에 살고 있는 투자자가 1/5을 넘는 22%. 그런데 이들이 투자한 주식의 시가총액은 전체 서울 거주 개인 투자자 소유 주식의 60%를 가지고 있다. 결국 의미 있는 금융자산 규모를 가지고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것은 부유한 가구들일 확률이 높은 것이다.

결국 종합하면 이렇다. 전체 주식 시가총액 1100조 원의 30%는 외국인이 갖고 있고, 일반 기업법인이 29.6%, 기관이 13%, 그리고 개인은 24.4%를 가지고 있다. 그 개인 가운데에서 10만 주 이상 대규모로 보유한 개인 투자자가 주로 강남, 서초 등에 거주하는 부유층이며 이들이 절반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전체 주주의 절반(270만 명)500주 미만의 개미들은 2.2%, 전체 주주의 1/4(140)50주 미만의 개미들은 불과 0.2%의 주식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원래 주식시장의 이와 같은 소유구조는 특이할 것이 없다. 따라서 처음부터 주식시장에 대한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된다. 경제 활동 인구 5명 가운데 1명이 주식투자를 할 정도로 주식투자가 대중적인 재테크 수단이 되었다는 언론매체 등의 주장은 주식시장의 특성을 제대로 말해주지 않는 것이다.

주식은 저축과 달라서 수익 뿐 아니라 손실을 동반할 수 있는 위험성 높은 투자다. 또한 주식시장 참여자들 사이의 상당한 정보 격차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자금력뿐 아니라 정보에서도 열세인 개미들이 늘 불리한 투자다. 더구나 지금처럼 금융시장이 극히 불안정하고 경제가 장기침체로 가고 있는 시기에 주식투자를 권하는 사회는 건전한 사회라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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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08.03.10 11:48


전통적으로 평범한 일반인들이 자산을 모으고 관리하는 방식은 저축이었다. 월급을 받아 착실히 저축해서 집을 장만하고 살림을 늘려나가는 것이 자산을 ’관리’하는 흔하면서도 거의 유일한 통로였다.


언제부터인지 ‘자산운용’, ‘자산관리’, ‘재테크’, ‘투자’라는 용어가 일반인들에게도 매우 친숙하게 되었고, 어느새 펀드 계좌 1,000만개, 펀드 잔액 100조 원 시대가 열렸다. 마치 온 국민이 주식에서 펀드로 투자열풍에 뛰어드는 것처럼 보인다. ‘투자자=국민’, ‘투자자 보호=국민 보호’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것처럼 여론이 형성되고 있기도 하다.


원자재와 곡물 가격 폭등, 서민은 울상 짓고 투자자는 호재
만나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는 엉뚱하게도(?) 실물경제로 전이되었다. 특히 금융상품에서 손을 뗀 막대한 유동자금이 비 금융상품인 금, 석유, 철강, 구리, 밀, 옥수수, 커피, 코코아와 같은 실물상품으로 대거 옮겨가 이른바 실제 수요가 아닌 투기적 수요를 만들어냈다. 그 결과 금값 1,000달러, 유가 100달러, 철강, 밀 등 곡물 가격 폭등 현상을 단숨에 부채질했다. 멕시코와 터키에서는 밀가루 가격이 몇 배나 올라 파동이 날 지경이었고, 우리나라에서도 라면값이 100원 올라 때 아닌 사재기 열풍에 휩싸였다. 서민들에게는 식료품과 생활필수품 값의 폭등은 재앙의 전조나 다름없다.

서민들의 힘든 상황과 달리 ‘투자자’들은 이러한 현실 마저도 ‘자산관리’를 위한 새로운 호재이자 노하우를 쌓을 기회로 보는 것 같다. 주식을 털어버리고 금융상품에서 빠져나와 금이나 철광석 같은 원자재, 곡물 선물시장이나 관련 펀드에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권고를 하기에 바쁘다. 최근에 곡물가격이 급등하자 어떤 곡물관련 기업에 투자하느냐를 두고 논의가 분분했다. 밀가루를 생산하는 CJ제일제당에 투자하는 것이 맞는가, 아니면 밀가루로 라면을 만드는 농심에 투자하는 것이 맞는가 하는 논쟁이다. 투자자들에게 식료품이 올라 서민의 생활이 어려워지는 문제는 전혀 딴 세상 이야기일 뿐이다. 


아예 퀀텀 헤지펀드의 공동 창업자인 짐 로저스는 미국경기 침체에 대비해 달러 자산을 매도하는 한편 곡물 투자를 통해 고수익을 올리라는 조언까지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 “경기 침체에도 밥은 먹어야하기 때문에 곡물투자는 경기침체에도 안정된 수익을 보장할 것”, “농산물에 투자한다면 전 세계 경제가 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에서도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고 수익을 챙길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상식적으로 보면 놀라운 발상이다. 전 세계가 먹는 문제로 심각한 고민에 빠졌고, ’오일 쇼크(oil-shock)’에 버금가는 ’그레인 쇼크(grain-shock)’가 왔다고 고민하는 판국에 투자자들은 곡물가격 폭등 속에서 새로운 투자의 기회를 잡으라고 조언하고 있다.


주식 투자자, 전체 인구의 7.4%에 불과 


주식투자를 기준으로 보면 한국의 주식 투자자는 360만 명 정도다. 전체 인구의 7.4퍼센트이며 경제활동인구가 2,400만 명 정도가 되니 경제활동 인구대비 15퍼센트다. 물론 적지 않은 수이지만 우리나라 대학생 인구(300만 명)보다 조금 많은 정도다. 이들 360만 명이 보유한 주식 시가총액을 모두 합해봐야 사실은 2만 명 정도의 소수 외국인이 보유한 금액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

주식투자를 통해 실제로 재산을 불리는 국민의 수는 더욱 미미하다. 우리나라 국민의 전체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70퍼센트이며, 전세와 월세 보증금, 예금, 적금, 주식을 모두 합친 금융자산이라고 해봐야 20퍼센트 남짓이다. 따라서 우리 국민 대부분이 투자자라는 사고는 착각에 가깝다. 자산의 60퍼센트를 금융자산으로 보유한 미국인과 비교하면 안 된다. 미국 부동산 담보대출 부실을 볼 때 미국인의 자산운용 기법을 따라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 물론 최근에는 직접 주식투자보다 간접적인 펀드를 선호하니 그 인구를 합하면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일반 펀드 가입자들은 투자 개념보다는 대부분 ‘위험부담이 약간 있지만 이자율이 높은 적금’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투자자로 보기는 어렵다.


이명박 정부가 노던록 은행 국유화에서 배워야 할 점


지난 2월 21일 영국 정부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경영위기에 빠졌던 노던록 은행에 대해 한시적이지만 전격적인 국유화조치를 단행했다. 이미 거대한 액수의 공적자금, 즉 세금이 투입된 후였다. 국유화를 단행하면 그 이전의 노던록 은행 주주들은 손실을 입는다. 당장 노던록 주주들의 모임은 법적 대응을 시사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 조치로 140만 명의 노던록 예금 고객과 세금 550억 파운드를 지불한 6,000만 영국민들은 피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신자유주의 맹주인 영국정부가 주주(투자자)를 먼저 고려할 것인가, 납세자(국민)를 먼저 고려할 것인가의 선택에서 국민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처럼 투자자와 국민의 이익은 결코 같지 않다. 특히 은행과 같은 공적인 기관이나 곡물과 같은 국민의 삶이 걸린 문제에서 투자자와 국민의 입장은 대체로 첨예하게 갈라질 개연성이 높다. 이명박 정부는 누구의 편을 들 것인가. 투자자인가 국민인가.


김병권 bkkim@cins.or.kr / 새사연 연구센터장

이 글은 이스트플랫폼에 실렸으며 새사연 뉴스레터 R통신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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