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 07 / 03 정태인/새사연 원장

정태인의 '네박자로 가는 사회적 경제'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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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새사연의 정태인 원장이 2011년 12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진행한 ‘정태인의 경제학 과외 2부 : 사회경제, 공공경제, 생태경제’ 강연 내용을 수정 보완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중소기업의 네트워크, 산업지구

학계에서는 에밀리아 로마냐의 성공 요인으로 산업지구(Industrial district)를 설명한다. 산업지구란 1809년 영국의 경제학자 마샬(Marshall)이 최초로 제시한 개념으로, 전문화된 작은 규모의 동일기업들의 다수가 특정한 지리공간 상의 지구에 모여 있는 것이다. 마샬은 분업이 심화되면 대기업에 의한 대량생산방식과 중소기업에 의한 산업지구 방식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보았다. 마샬은 산업지구의 특성으로 산업의 국지화를 통한 외부경제의 확보, 지구 내에서 전문화된 기업들 간의 분업 심화, 지구 내부의 건설적인 협력관계, 기업활동을 고취시키는 지역 사회의 분위기 등을 꼽았다. 그리고 이런 특성 덕분에 지구 내의 기업 간에는 물류비용과 거래비용이 감소하고, 전문 분야의 노동력을 공유할 수 있으며, 불필요한 재고를 늘리지 않아도 되고, 기술의 학습과 전파를 용이하게 하여 잠재적인 혁신 역량을 강화해준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후 세계 경제는 중소기업에 의한 산업지구보다는 초국적 대기업들의 대량생산체제가 지배하게 된다. 포드주의가 대표적이다. 그러다가 1970년대 유럽과 미국에서 대규모 공장들이 잇따라 문을 닫은데 비해 전문 중소기업들의 산업지구는 경기침체를 극복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이탈리아계 산업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제3이탈리아 지방이 떠올랐다.

산업지구론을 연구한 대표적인 이탈리아 학자들이 산업지구에 관해 내린 정의를 몇 가지 살펴보자. 베카티니(Becatini)는 산업지구를 ‘제품생산과정을 여러 단계로 분리하여 생산하는 중소기업들의 영역적 체계’로, 스포르자이(Sforzi)는 ‘특정산업으로 전문화된 소기업들의 집적체’로 정의했다. 사벨(Sabel)은 산업지구를 ‘소규모 기업들로 구성된 마샬의 산업지구’와 ‘대기업들이 조직의 각 부분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형태로 재구성된 지역생산 네트워크’로 구분했다. 1990년 포터(Porter)는 관련 기업 간의 연계를 중심으로 대학, 연구개발, 지방정부 등이 복합된 산업클러스터라는 개념으로 발전시켰다. 또한 1991년 이탈리아 법은 ‘전문적 소기업이 고도로 집적되고 기업과 지역 주민 간에 특별히 친밀한 관계가 형성된 곳’이라고 산업지구를 정의하였다.

이들에 의하면 이탈리아의 산업지구는 전통적인 공예기술에 바탕을 두었다는 점, 유연적 생산기술과 생산방식을 접합하여 소비자들의 기호변화와 기술혁신에 신속히 대응했다는 점을 추가적인 특징으로 갖고 있다. 또한 기업들의 공동체와 주민들의 공동체가 결합되어 있다는 점 역시 중요한 특징이다. 이는 공동체 내의 신뢰가 단순히 부수적인 요인이 아니라 필수적 요인이며 주민들의 동의, 다시 말해 민주주의가 동반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이탈리아와 산업지구는 우리가 흔히 아는 클러스터와는 조금 다르다.

산업지구가 발전한다는 것은 동시에 그 지역 주민의 삶이 높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물질적 성장과 함께 그 지역의 가치와 문화 역시 고양되어야 한다. 에밀리아 로마냐에서는 정치와 경제의 분리, 사회와 경제의 분리라는 경제학적 이분법의 세계가 적용되지 않는다. 시장경제가 사회 안에 단단히 뿌리 박혀, 묻어 들어간 상태이다. 상호성의 원리가 경쟁의 원리를 제약하는 상태이다.

에밀리아 로마냐에는 9개의 현이 있는데 각각에 특화된 산업지구가 존재한다. 카르피는 섬유 및 의류 산업지구, 모데나와 레지오 에밀리아는 세라믹 및 농기계 산업지구, 라베나는 신발 산업지구, 리미니는 목재생산기계 산업지구, 폴리 세세나는 실내장식과 가구 산업지구, 파르마는 식료품 산업지구, 페라라는 바이오메디칼 산업지구, 볼로냐는 포장기계 산업지구로 유명한다. 우리로 치면 도를 이루는 각 시와 군에 각각 서로 다른 산업이 특화되어 있는 것이다. 2001년 조사 결과에 의하면 이탈리아 전체에 156개의 산업지구가 존재한다.

산업지구 내의 중소기업들은 정보, 장비, 사람, 주문을 공유한다. 수많은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시장조사, 기술 훈련, 인력 관리, 연구개발 등과 같은 사업서비스 기업과 금융서비스 기업이 등장했다. 마케팅과 유통을 돕는 기업도 생겨났다. 기업연합회도 조직되어 정보, 훈련, 금융, 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주 작은 전문화된 소기업들이 지속적이고 효율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들은 협력과 동시에 치열한 경쟁을 한다. 다만 공동체의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는 가격경쟁보다는 제품차별화 경쟁을 택한다.

예컨대 세라믹 산업으로 유명한 사수올로의 산업지구에서는 에나멜, 페인트, 풀, 포장, 기술상담, 그래픽과 디자인, 보관과 수송, 법률과 보험 등 세라믹 산업과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제공하는 소기업들로 우글거린다. 그 결과 세계 최고의 아름답고 내구성 좋은 고품질의 타일이 탄생하고 있다. 물론 대기업의 경우도 이런 기능을 가진 부서를 모두 갖추고 생산할 수 있겠지만, 기업의 위계질서로 인해 각 부서가 최고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발휘하지는 못할 가능서이 크다. 사수올로의 여러 소기업들처럼 경쟁하면서 창조하는 관계가 되도록 대기업의 각 부서를 설계하고 운영하기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풍성한 사회적 자본과 기업가 정신

산업지구라는 네트워크가 발생시키는 외부효과를 좀 더 살펴보자. 각 기업의 기술과 노하우는 산업지구 내에서 자유롭게 공유되면서 지역 공동의 지식과 제도로 존재하게 된다. 또한 장기 반복 거래와 평판 효과로 쌓인 신뢰는 각종 거래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공식적 계약이나 제도보다는 비공식적 관계가 저비용 고신뢰의 공유자산이 된다. 만일 공동체 내의 규범을 어긴다면 지역사회에 발붙이기는 어렵다. 지역의 고유문화와 역사는 구성원들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는다. 규범과 정체성은 다시 상호성을 강화하여 협력을 촉진한다. 이런 것들이 모두 사회적 자본이 된다.

그 중에서도 사업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소기업이 눈에 띈다. 80년대 이후 에밀리아 로마냐의 고용 증가를 주도한 것은 서비스 산업이다. 이는 또한 중소기업으로 구성된 이 지역이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었다. 협동조합들의 협동조합인 레가코프(Legacoop, 협동조합전국연합)와 중소기업중앙회인 CNA는 회계와 금융 등 일반적인 사업서비스를 제공한다. 정부 차원에서는 협동조합과 중소기업들이 변화하는 경제 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산업진흥공사인 ERVET(Emilia Romagna Valorizzazione Economica del Territorio)를 세웠다. ERVET에서는 각 지역마다 실질서비스센터(Real service center)를 세워 각 지역별로 전문화된 산업에 필요한 구체적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흔히 금융, 마케팅, 기술개발과 같은 사업서비스는 중소기업의 지속적 발전 앞에 놓인 죽음의 계곡으로 불린다. 하지만 에밀리아 로마냐에서는 이러한 사업서비스들이 네트워크를 통해 공유자산으로 형성되어 있다.

기업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사회적 자본이 충만하다는 조건은 기업가 정신의 고양으로 이어진다. 지역의 공유자산을 이용하여 언제든지 기업을 창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자와 기업가라는 계급적 차이 또한 절대적이지 않다. 사장과 노동자가 공산당(현재 민주당)에 같이 가입해서 활동한다. 이탈리아에서 노동조합이 가장 강한 지역이지만 동시에 노동자들은 기업가 정신에도 익숙하여, 노동조합은 기술변화와 구조조정에 아주 유연하게 대응한다. 사실 노동자라고 해서 시장에 적응하는데 필요한 창조성을 가지면 안 될 이유는 없다. 왜 노동자는 가치 자체를 새롭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가치 중에서 임금의 몫을 늘리는 데에만 온 몸을 받쳐야 하는가? 한국에서라면 반동적일 수 있는 이런 의문이 에밀리아 로마냐에서는 이상한 일이 아니다. 스웨덴이나 네덜란드의 노자간 역사적 대타협과 사회적 합의를 많이 이야기하는데 에밀리아 로마냐에서는 그런 합의가 일상에서 아주 미시적 차원으로 일어나고 있다.


지역 정부의 지원과 법제화

공산당이나 지역정부와 같은 공공부문에서의 뒷받침도 에밀리아 로마냐의 성공 요인 중 하나이다. 50년대 국제공산당인 코민테른에서는 ‘반독점 테제’가 결정되어 각 국가와 지역으로 내려왔다. 하지만 에밀리아 로마냐는 독점적인 대기업이 거의 없었다. 때문에 이 지역 공산당과 지역 정부는 반독점을 중소기업 육성으로 해석하고 실천에 나섰다. 당시 기술은 있지만 돈이 없는 중소기업들에게 놀고 있는 땅을 개발해서 시장 가격 이하로 제공했다. 산업지구의 인프라 건설과 금융 지원에 나섰다. 이후 70년대에는 ERVET와 실질서비스센터 등을 설립하여 사업서비스 지원에 나섰다. 80년대에는 공동 브랜드를 개발하고, 수출 촉진 정책을 폈다. 90년대에는 혁신지구 프로젝트에 나섰다. 특히 주정부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탁월하여 공동체 내에서 신뢰와 연대를 지키면서, 다양한 구성원들의 요구를 반영하고자 했다.

또한 협동조합과 관련된 법제화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미 1947년 제정된 이탈리아 헌법 제 45조에는 협동조합의 역할에 규정되어 있다. 같은 해 제정된 바세비법(Basevi law)에서는 혀동조합의 비분리자산을 인정하고 그에 대해서는 법인세를 면제하도록 하였다. 1983년 비센티니법(Visentini law)은 협동조합이 주식회사나 유한회사를 서립하거나 지분을 인수 보유하는 것을 인정하였다. 1992년에는 모든 조합이 이윤의 3%를 각출해서 협동조합 발전기금을 만들 수 있도록 하였다. 이 기금은 새로운 협동조합을 설립하거나 운영이 어려운 협동조합에 자금을 빌려주는데 쓰였다.


네트워크 안팎에서 오는 위기

하지만 앞서 보았듯이 네트워크의 단점 중 하나는 폐쇄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잠김효과라 불렀다. 잠김효과는 산업기술적 측면에서도 나타나고 사회문화적 측면에서도 나타난다. 기존의 기술체계에 대한 과신이 외부의 커다란 변화를 제 때 알아차리지 못하게 만든다. 또한 알아차리게 되어도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상호작용하고 있으므로 새로운 기술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구성원 간의 친밀성이나 유대감은 외부 구성원에 대한 배타적 태도로 나타나거나 새로운 구성원을 유입하는데 장애가 될 수 있다. 산업지구의 성공을 가져왔던 요인들이 역설적으로 위기를 불러오는 것이다.

네트워크 자체가 가진 문제 뿐 아니라 대외 환경의 변화 속에서 과연 에밀리아 모델이 건재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세계화와 정보통신 혁명 속에서,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하는 속에서 에밀리아의 중소기업들도 몰락하지는 않을까? 보통 치열한 국제 경쟁 속에서 자산특수성과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중소기업들은 수직적으로 통합되거나, 하청기업으로 전락하거나, 해외 이전하는 등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경제학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우려들은 아직까지는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 먼저 에밀리아 로마냐가 가진 매우 강한 인문학의 휴머니즘 전통이 사회문화적 잠김효과를 방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구 40만 명의 소도시 볼로냐에서 온갖 인종을 다 만날 수 있으며, 최대 노동조합인 CGIL은 외국인 노동자의 권리 증진에도 힘쓰고 있다.

그리고 에밀리아 로마냐의 중소기업들은 서로 연계된 기계제조업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서 외부환경 변화에 쉽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 앞서 사업서비스를 담당하는 중소기업들이 우글대고 있다고 하지만 전체적인 비중으로 보았을 때 서비스업에만 치중되어 있지 않다. 특화된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모든 기계장비를 해당 지역에서 생산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앞서 보았던 타일을 주로 생산하는 세라믹 산업지구에서는 역시 세계 1,2위를 자랑하는 세라믹 기계산업이 발전되어 있다. 세라믹을 생산하는 전 과정에서 필요한 기계들이 세라믹과 함께 그 지역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농업 산업지구에서 우유를 생산하는 농가가 있다면, 그 주위에는 우유 팩을 생산하는 기업이 있고, 우유 팩 생산에 필요한 기계를 만드는 기업이 함께 존재한다. 세계적인 스포츠카 페라니나 람보르기니, 세계적인 오토바이 두카티도 에밀리아 로마냐에서 생산되는데 역시 마찬가지이다. 최종적으로 부품을 조립하여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만드는 중소기업, 그에 필요한 수많은 부품을 만드는 중소기업, 또 그 부품을 생산하는 기계를 만드는 중소기업이 함께 존재한다.

또한 변화하는 경쟁 환경에 적응하고자 외부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내부의 기술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브랜드, 마케팅, R&D 등 전략부문에 집중하면서 산업지구 전체의 기술 및 조직 변화를 주도하는 선도기업과 지구그룹(district group)이 등장하고 있다. 선도기업이란 말 그대로 새로운 기술과 체계를 가장 먼저 도입하여 변화하는 기업이다. 이런 기업이 있으면 서로 긴밀하게 형성하고 있는 네트워크를 통해 혁신과 변화의 성과가 전파될 수 있다. 지구그룹은 몇 개의 중소기업들이 법적 독립성을 유지한 채 주식의 교차소유를 통해 하나의 집단을 이루는 것이다. 쉽게 말해 여러 기업이 뭉쳐서 선도기업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친밀함이나 연대감 등으로 이어진 비공식적 관계가 계약을 통해 공식적인 것으로 변하고 있다. 이들은 소기업이 담당하기 어려운 마케팅, 금융, 신기술개발 등 전략 분야를 담당한다. 고용규모가 클수록, 글로벌 경쟁에 노출되는 기업일수록 그룹화의 경향은 강하다.

그렇다고 이들을 한국의 재벌이나 일본의 게이레츠(系列) 같은 대기업의 폐쇄적 네트워크 로 볼 수는 없다. 제품차별화를 강화하기 위한 수평적 네트워크와 함께 품질 향상을 위해 수직적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존의 중소기업 네트워크가 대기업에 흡수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중소기업 간의 네트워크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중소기업 간의 인수 역시 합병을 하기 보다는 기존의 브랜드와 시설은 그대로 유지한 채 소유지분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즉, 중소기업 간 네트워크와 유연성 있는 체계라는 산업지구의 특징을 지켜가고 있다.

* 정리 :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 정태인의 '네박자로 가는 사회적 경제' (16)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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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7 / 02 정태인/새사연 원장

 

정태인의 '네박자로 가는 사회적 경제'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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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새사연의 정태인 원장이 2011년 12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진행한 ‘정태인의 경제학 과외 2부 : 사회경제, 공공경제, 생태경제’ 강연 내용을 수정 보완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에밀리아 로마냐라는 동네

오늘날 국제협동조합연맹(ICA)에는 전 세계 91개국의 227개 협동조합연합체가 참여하고 있다. 협동조합이 가장 강한 나라는 핀란드, 스웨덴, 아일랜드 및 캐나다인데 이들 국가에서는 인구의 절반이 조합원이다. 국민소득에서 협동조합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나라는 핀란드, 뉴질랜드, 스위스, 네덜란드 및 노르웨이였다. 최근 ICA는 전 세계 300대 협동조합을 선정했는데, 여기에 포함된 협동조합이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 프랑스,독일, 이탈리아 및 네덜란드였다.

여기서는 이탈리아의 에밀리아 로마냐 지방에 있는 협동조합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이탈리아는 1854년 토리노 노동자들이 만든 소비자협동조합을 시작으로 하여 150년의 협동조합 역사를 가지고 있다. 유럽에서도 협동조합이 매우 활발한 곳 중 하나이다. 특히 에밀리아 로마냐에 가장 많은데, 이탈리아의 약 4만 3000여 개의 협동조합 중 1만 5000여 개가 에밀리아 로마냐에 있다.

에밀리아 로마냐는 이탈리아 20개 주 중 하나로 이탈리아 북동부를 가로지르는 곳이다. 면적이 약 22만Km2, 인구는 430만 명 정도이다. 우리나라 경기도와 비교하면 면적은 2배 정도이고 인구는 3분의 1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2010년 여름 <오마이뉴스>에서 이 지역의 사회적 경제를 취재하는데 동행한 적이 있다. 당시 이곳의 1인당 GDP는 4만 달러로 이탈리아의 국가 평균의 2배에 달했다. 최근에는 유럽이 경제위기에 빠져 유로가 평가절하되면서 지금은 이보다 낮을 것이다. 2006년 캐나다의 레스타키스(Restakis)가 쓴 ‘에밀리안 모델(The Emilian Model)'에 따르면 에밀리아 로마냐의 인구는 이탈리아의 7%이지만 국내총생산의 9%를 생산하고 있다. 이탈리아 전체 수출의 12%를 차지하며, 각종 기술 등 관련 특허도 30%가 이 지방의 협동조합이나 기업들이 가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곳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된 것은 예전에 대학원 박사과정 때이다. 이 지역의 독특하고도 우월한 경제발전을 두고 1982년 이탈리아 경제학자 브루스코(Brusco)가 처음으로 ‘에밀리아 모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후 많은 학자들 이 지역을 연구하며 ‘제3이탈리아(3rd Italy)’, ‘유연전문화(flexible specialization)’등의 이름을 붙였다. 이탈리아는 남북의 경제적 격차가 큰데 남부 이탈리아와 북부 이탈리아라는 두 가지 구분에서 벗어나 높은 경제적 성장을 이룩한 12개의 주를 가리키는 말이 제3이탈리아였다. 이 제3이탈리아 지역은 10인 이하의 중소기업 네트워크가 수요의 변화에 유연하게 반응하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유연전문화라 불렀다.

에밀리아 로마냐를 방문했을 때 주 정부의 무차렐리(Muzzareli) 경제장관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가 말하길 “우리 주에는 40만 개의 기업이 있다” 고 했다. 그런데 에밀리아 로마냐의 인구는 약 400만 명, 따라서 하나의 기업 당 구성원의 수는 10명 정도인 셈이다. 여기에 노인과 어린아이를 제한다면 5~6명이 하나의 기업을 구성하고 있는 셈이다. 이곳에는 대기업도 없고, 대규모 공단도 없다. 수많은 중소기업이 내수와 수출을 담당하며 경제를 떠받치고 있었다. 이 중 800개 가량이 협동조합이었다.

에밀리아 로마냐의 주도(州都) 볼로냐는 이탈리아 협동조합의 수도라고 불릴 정도이다. 에밀리아 로마냐 국내총생산의 30%를 볼로냐가 차지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가장 핵심적인 기업 50개 가운데 15개가 협동조합이다. 볼로냐 주민들에게 협동을 통한 생활 방식은 매우 익숙하다. 소비자협동조합부터 농업이나 건설 등 각종 분야에서 협동조합이 운영되고 있었다. 소비자협동조합 코프 아드리아티카(Coop Adriatica)의 경우는 등록된 조합원 수만 100만 명이 넘는다. 2008년 말 매출액만 20억 유로에 달할 정도이다. 조합원인 시민들은 자신의 지역에서 생산된 상품을 구입하고, 이곳 마트에 진열된 제품의 70% 이상이 에밀리아 로마냐에서 생산된 것이다. 이들이 해당 조합마트에서 지출한 돈은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다시 지역에 투자된다.


 

볼로냐의 다양한 협동조합들

이곳의 대표적인 협동조합을 몇 가지 소개하자면, 먼저 세계4대 와인협동조합인 ‘리유니트&치브(Riunite&Civ, 이하 리유니트)’를 들 수 있다. 1953년 9개의 양조장의 연합체로 출발한 리유니트에는 2010년 현재 25개 양조장연합과 2600명의 포도 재배 농민들이 가입되어 있었다. 리유니트에서 생산되는 와인 브랜드는 9개, 한 해 1억 1000만 병을 생산하며, 연간 매출 액은 1억 4000만 유로에 달했다. 생산된 와인들은 전 세계로 수출되는데, 저렴한 가격과 높은 질을 인정받은 덕이다.

영세한 규모로는 독자적인 브랜드를 만들어 와인을 유통시킬 힘이 없었던 농민들과 개별 양조장들은 이윤은 물론 손실까지 모두 나눠 갖는 공동운명체로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조합원이 된 농민들은 단순히 양조장에 포도를 납품하고 마는 생산자가 아니라 조합의 의사결정 과정에 1인 1표의 권리를 행사하는 주체가 되었다. 조합원들은 다른 와인 생산업체에 포도를 공급하는 것보다 더 높은 값을 받으며, 와인 판매에 따른 수익금의 일부도 분배 받는다. 조합원에게 분배되지 않은 나머지 수익금은 조합 내에 재투자에 경쟁력 강화에 쓰인다. 물론 조합원으로서의 책임도 따르는데, 개인 매출액의 2.5%를 출자금으로 내야하고 만약 손실이 생길 경우 부담을 나눠져야 한다. 허나 아직까지는 경영위기를 겪은 적이 없다고 한다.

두 번째로 볼 곳은 주택건설협동조합 무리(Murri)이다. 무리는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주택 수요자들이 만든 협동조합이다. 일반 건설회사들이 공급하는 주택을 수동적으로 구입하는 게 아니라 집을 사려는 수요자들이 원하는 집을 직접 짓는 것을 모토로 지난 1963년에 설립됐다. 지금까지 건설한 주택이 1만 2000여 채, 현재 가입된 조합원만 2만 3000명으로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주택건설협동조합 중 하나다. 무리에서 짓는 집은 가격에 비해 높은 품질을 자랑한다. 친환경 자재를 사용하고, 태양광 설비를 갖추는 등 에너지 절약형으로 설계된다. 그러면서도 집값은 최대 20%까지 싸다. 무리에서 지은 임대 주택의 경우 임대료가 일반 임대 주택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집을 짓는 과정도 민주적이다. 건축 허가 과정부터 조합원들에게 상세한 정보가 제공되고 주택의 설계와 시공에 조합원들의 의견이 반영된다. 건축 사업이 진행되는 지역의 집을 구입하고 싶은 조합원들은 1만 유로(약 1600만 원)를 조합에 내고 분양 신청을 한다. 경쟁률은 3:1 정도로 조합에 가입한 기간이 길수록 기회를 잡을 확률은 높아진다. 만약 주택에 당첨되면 공사 진척에 따라 6번에 걸쳐 중도금을 납입하면 된다.

무리의 경우 은행 빚이 아니라 조합의 내부 적립금으로 주택을 짓기 때문에 당장 집이 팔리지 않아도 자금 압박에 시달리지 않는다. 경기가 침체되어도 타격이 적다. 2010년 기준 무리의 내부 적립금은 4700만 유로에 달한다.

세 번째는 노숙자의 자활을 돕는 사회적 협동조합 라 루페(La Rupe)이다. 이곳은 시로부터 노숙자 시설을 위탁 받아 운영하고 그 대가로 일종의 용역비를 받아 직원들의 월급을 주고 시설을 운영한다. 이런 식의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협동조합을 사회적 협동조합이라 하는데, 이탈리아에서는 1970년대부터 생겨났다. 1991년에는 사회적 협동조합법이 제정되어 법적 지위가 확립되었고, 2010년 기준 이탈리아 전체 사회서비스 지출의 13%에 해당하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볼로냐에서는 민영화된 사회서비스의 60% 이상을 협동조합이 제공하고 있었다.

네 번째는 앞서 잠깐 언급되었던 소비자협동조합 코프 아드리아티카(Coop Adriatica, 이하 코프)이다. 코프에서는 이페르 코프(Iper Coop) 등을 비롯한 대형 쇼핑몰 16개와 중소형 쇼핑몰 138개를 운영하고 있다. 코프의 조합원이 되려면 25유로의 가입비를 내야 한다. 2010년 현재 105만 명의 조합원이 존재하며, 이들이 낸 기금이 무려 19억 유로에 달한다. 2009년 매출액 역시 19억 4900만 유로에 달했다.

코프 조합원이 아니어도 코프 매장을 이용할 수는 있다. 하지만 조합원은 코프 매장에서의 할인 뿐 아니라 코프에서 운영하는 서점, 극장, 식당 등에서 최대 30%가지 할인을 받는다. 또한 조합원은 코프에 일정 금액을 적립하여 이자를 받을 수도 있고, 돈을 빌릴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여기서 발생한 매출이나 수익은 고스란히 해당 지역에 재투자된다는 것이다.


 

에밀리아 로마냐의 성공요인은?

그렇다면 협동조합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훌륭한 경제적 성과를 내고 있는 이곳의 비법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우선 이 지역의 독특한 문화를 손꼽을 수 있다. 이곳은 르네상스 시대의 중심 지역으로 인문주의 전통이 살아있는 도시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며 시인 단테(Dante)를 배출해낸 볼로냐대학교가 이곳에 있다. 옛날 건물들도 매우 잘 보존되어 있는데, 유명한 것이 7개의 성당이다. 유럽 다른 지역의 건물에 비해서는 아주 작고 초라한 성당이지만 무려 1100년 동안 지어졌다는 점에 유명해진 성당이다. 동네가 워낙 가난하다보니 1100년 동안 조금씩 지어서 성당을 완성했다고 한다. 덕분에 온갖 시대별 건축 양식이 다 묻어 있다. 이 성당뿐 아니라 도시 곳곳에 중세의 건물이 옛 모습 그대로 존재한다. 차가 다니지 못하는 샛길도 많고 건물마다 처마처럼 나와 있는 회랑이 구불구불 이어져 있다. 인문주의가 발전했고, 그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연대와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공동체의식, 시민의식이 싹트는 기반이 되었다.

또한 무솔리니에 대항해서 독립을 쟁취한 빨치산의 전통을 갖고 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는 80년대 인기 있었던 지오반니 꽈레스키(Giovanni Guareschi)의 시리즈 소설이자 테렌스 힐(Terence Hill)이 주연한 영화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The Little World of Con Camilo)"에 잘 나타난다. 영화의 배경인 브레첼로(Brescello)는 에밀리아 로마냐의 레지오 에밀리아에 위치한 도시이다. 신부인 돈 카밀로와 기계수리공인 뻬뽀네 시장은 사사건건, 때로는 치졸하게 다툰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파시스트와의 싸움에 있어서는 열렬한 빨친산이었으며, 공동체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점에 일치한다. 공산당원 뻬뽀네는 공식적으로는 천주교를 부정하지만 자기 아들에게는 세례를 받게 한다. 돈 카밀로는 동네 유지들로부터 ‘볼셰비키 사제’라는 별명을 얻지만 개의치 않는다. 이처럼 종교나 정파와 관계없는 끈끈한 공동체 의식이야말로 에밀리아 모델의 핵심이다.

실제로 내가 만나 본 에밀리아 로마냐 주민들은 자신의 인문주의와 빨친산 전통을 아주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친일 인사의 명단을 공개하는 것조차도 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를 만들어야 겨우 가능하지만, 에밀리아 로마냐에서는 각 동네에 있는 민중의 집(우리나라로 치면 마을회관 같은 곳)에서 빨치산 할아버지들이 어린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역사를 설명해주는 풍경이 일상이다. 주민들에게 어떻게 이런 독특한 경제가 가능하냐고 물었을 때도 “우리는 원래 그래, 우리 문화가 그래.” 라고 답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는 우리를 곤혹스럽게, 또는 실망스럽게 한다. 문화는 다른 누가 손쉽게 따라하거나 배울 수 있는 요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 정리 :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 정태인의 '네박자로 가는 사회적 경제' (14)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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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6 / 25 정태인/새사연 원장

정태인의 '네박자로 가는 사회적 경제'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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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새사연의 정태인 원장이 2011년 12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진행한 ‘정태인의 경제학 과외 2부 : 사회경제, 공공경제, 생태경제’ 강연 내용을 수정 보완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사회적 자본은 “합의된 상호강제 구조를 통해서 다른 사람이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믿음을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하는 사람들 사이의 네트워크”라고 했다. 앞서 상호강제를 살펴보았다면 이제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생각해보자.

 

신뢰의 네트워크가 경제성장을 가져온다

네트워크는 개인 간 관계를 보호하고 촉진하기 위한 소통 채널 구조이다. 일종의 통로이다. 이 통로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고 공통의 이해관계를 나누면서 신뢰가 형성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공동체적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네트워크는 가족처럼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것부터 자발적 조직까지 광범위하다. 우리는 어떤 네트워크에 속한 채로 태어나기도 하고, 새로운 네트워크에 들어가기도 한다. 네트워크의 연결은 개인의 선택에 의해 이루어지기도 하고 집단의 선택에 의해 이루어지기도 한다.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에는 사람과 시간을 비롯하여 다양한 비용이 들어간다. 기본적으로 네트워크가 확장되어 통로가 늘어날수록 비용은 늘어나지만 이익은 줄어든다. 쉽게 말하자면 친구에 대해서 아는 것보다 친구의 친구에 대해서 아는 것이 더 어렵다는 뜻이다. 하지만 네트워크는 시간이 지날수록 양의 외부성을 창출하여 유지비용을 상쇄한다. 네트워크를 통해 신뢰가 형성되고, 신뢰가 다시 신뢰를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네트워크의 이런 장점을 경제모델로 설명하면 이렇다. 기본적으로 생산함수는 노동(L)과 물적자본(K)을 투자하여 생산물(Y)을 만들어내는 함수인데, 여기서는 노동 대신에 인적자본(H)을 대입한다. 그리고 생산함수에 영향을 주는 총요소생산성(A)이 있다. 이는 지식이나 기술, 제도의 발전으로 증가하게 된다. 이를 식으로 쓰면 다음과 같다.

Y=AF(K,H) (A>0)

인적자본과 물적자본의 양이 늘어날수록, 그리고 총요소생산성이 늘어날수록 생산물의 양은 늘어난다. 이 때 네트워크를 통한 협동은 인적자본이나 총요소생산성의 증가를 가져온다. 네트워크의 외부성이 확대되는 범위가 좁아서 협동에 참가한 사람에게만 영향을 끼칠 경우에는 인적자본이 증가할 것이다. 네트워크의 외부성이 경제전체로 확대된다면 총요소생산성이 증가할 것이다. 어느 쪽이든지 결국 생산물의 증가로 이어진다. 늘어난 생산물을 다시 물적자본이나 인적자본에 투자하면 더 빠른 성장이 일어난다.

이에 대한 실증연구로는 퍼트넘이 이탈리아 20개 행정구역을 조사한 연구가 있다. 이 연구에서 퍼트넘은 1900년대 초 시민참여지표와 1970년대 초 고용, 소득 간에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즉, 시민사회라는 사회적 자본이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영향을 증명한 것이다. 또한 세계은행의 나라얀(Narayan)과 프리체트(Pritchett)는 탄자니아의 50개 마을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마을의 사회조직에 많이 참여하는 곳일수록 가계의 평균 1인당 소득이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네트워크의 문제점 : 배제성과 불평등

하지만 네트워크로 구성된 사회적 자본에도 문제는 존재한다. 네트워크에서의 활동은 구성원 사이에 유대, 애정을 형성하고 이것이 발전하여 개인의 사회적 정체성을 이루게 된다. 때로는 이런 정체성이 네트워크를 협소하고, 배타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특정 네트워크에서 편안함과 이익을 얻을수록 배타적이기 쉽다. 이를 잠김효과(Lock-in effect)라 한다. 태어날 때부터 소속될 수밖에 없는 가족, 민족, 인종 등의 네트워크나 종교적 네트워크의 경우 특히 잠김효과가 나타난다. 이런 특수한 네트워크 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협동의 네트워크에는 언제나 잠김효과의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협동하는 네트워크라 해도 그 내부에 불평등과 착취가 존재할 수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매킨(Mckean)은 지역 엘리트들이 공동체가 소유한 자원의 이익을 부적절하게 획득하고 있는 사례를 밝혔다. 이 외에도 많은 실증연구들에서 협동을 통해 얻은 이익을 재분배하는 과정에서의 불평등이 나타났다. 물론 죄수의 딜레마 상태일 때에 비하면 협동을 통해서 이익을 얻은 게 사실이지만, 공동체적 관계에서도 착취적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네트워크와 시장

공동체적 제도인 네트워크와 달리 시장은 익명의 교환이다. 모든 사회는 비인격적 시장과 공동체적 제도의 혼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둘 사이의 관계는 보완적이어서 함께 있을 때 더 좋은 성과를 내기도 하고, 때로는 적대적이어서 서로를 방해하기도 한다.

네트워크와 시장이 보완적인 경우를 살펴보자. 네트워크를 통한 상품의 생산과 교환은 시장을 활성화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선 경제학자들이 오래 전부터 주목해왔던 지점은 기업의 존재 이유가 바로 내부의 네트워크를 통한 거래비용 감소라는 것이다. 기업 내의 교환은 기업 간의 관계와는 달리 공동체적 네트워크에 기반하고 있다.

또한 기업 간의 관계에서도 공동체적 네트워크가 작동하는 경우가 있다. 미국의 사회학자 파월(Powell)과 브랜틀리(Brantley)는 바이오산업에서 경쟁기업의 연구자들이 특정한 정보를 공유하는 사실을 발견했다. 물론 비밀로 유지하는 정보도 있었다. 공개와 비밀 사이에 미묘한 균형이 존재했다. 만약 정보를 공유하지 않거나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과학자는 배제당했다. 경영자들 역시 이런 정보 공유의 네트워크를 알고 있었으며, 오히려 이를 장려했다. 정보의 공유를 통해 기술과 산업이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네트워크는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이다.

반면 시장과 네트워크가 대체재라면 둘은 적대적이다. 시장이 공동체적 제도를 대체하는 경우 반드시 고통 받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반대로 네트워크가 시장의 원활한 작용이나 존재를 방해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혈연적 유대가 매우 강력한 전통사회를 생각해보자. 여기에는 개인의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는 긍정적 기능이 있지만, 개인의 투자동기를 저하시킨다는 부정적 기능도 있다.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기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

정리하자면 사회적 자본이란 구성원들이 신뢰하고 협동할 수 있도록 돕는 규범이며, 이 규범을 지키기로 구성원들끼리 상호강제하는 네트워크이다. 그리고 결국 우리가 할 일은 현재까지의 모든 연구와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적 자본을 만들어가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다.

흔히 승리의 기쁨을 나눌 때 동료애와 신뢰는 촉진되기 쉽다. 선거에서 승리한다거나 정부가 효과적으로 사회적 딜레마를 해결하는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신뢰 형성 방식이다. 또한 퍼트넘이 강조한대로 자발적 시민단체에 가입해서 활동하는 것은 일반적 신뢰와 협동을 제고한다. 특히 그 자체가 오랜 신뢰와 협동의 결정체인 협동조합과 같은 사회적 경제에서 활동하는 것은 사회 전체의 일반적 신뢰를 높이는 교두보 역할을 한다. 지도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지도자는 이타적 행위를 선택함으로써 신뢰의 선도자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

따라서 한 사회의 역사적 집단 기억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신뢰와 협동을 이루어냈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경험이 없다. 대신 폭발적 경험의 기억은 생생하다. 87년 민주항쟁, 97년 외환위기 당시 금모으기, 2002년 월드컵과 그해 대선에서의 노풍, 이후 수많은 촛불집회 등을 겪었다.

이런 경험을 제도화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까? 제도가 모든 것을 보장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의 장치는 필요하다. 사람들 사이의 자발적 신뢰와 협동까지 제도에 의존하도록 되어서는 안 되지만, 무임승차를 막고 신뢰와 협동의 정체성을 장려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더불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앞서 네트워크가 배제성과 불평등의 성질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집단 내부의 신뢰와 협동을 촉진하려는 시도가 내부의 이견을 억압하고, 외부에 대해서는 적대감을 유발하는 식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런 것들을 고려하면서 공동의 가치에 대한 확고한 신념, 그리고 그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 정책과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런 것들이 갖추어지지 못한 상태에서 우리사회가 보편적 복지국가를 건설하거나 진전된 남북관계를 이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정리 :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 정태인의 '네박자로 가는 사회적 경제' (13)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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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4 / 25 정태인/새사연 원장

정태인의 '네박자로 가는 사회적 경제' (10)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제목을 눌러 주시면 됩니다.

이 글은 새사연의 정태인 원장이 2011년 12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진행한 ‘정태인의 경제학 과외 2부 : 사회경제, 공공경제, 생태경제’ 강연 내용을 수정 보완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협력의 시작, 신뢰

 

이제까지 사회적 딜레마의 해법은 협력이며, 협력이 일어나는 조건은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협력을 가져오는 조건들은 핏줄, 반복적인 관계, 정보, 집단 등 다양했다. 이런 조건들이 만족될 때는 협력하는 것이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이 되었다. 또 동기, 전략, 구조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협력을 유도할 수 있다.

이런 외적인 조건과 함께 많은 학자들이 주목한 점은 협력을 촉진하는 가치를 찾는 것이었다. 사회가 어떤 가치를 선택해야 협력이 촉진될 수 있을까? 그 답으로 제시된 것이 신뢰이다.

우리는 앞에서 인간은 상호적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남이 잘해주면 나도 잘해주고, 남이 잘 대해주지 않으면 나도 잘 대해주지 않는 것, 다시 말해 받은 만큼 베푸는 것이 상호성이다. 이 경우 중요한 것은 처음 행동이다. 처음에 상대방이 나에게 잘해주면 나도 똑같이 잘해줄 것이고 그러면 다시 상대방이 나에게 잘해주는 선순환이 이어진다. 하지만 처음에 누군가 이기적 행동을 보여 상대를 배반한다면 배반의 악순환이 이어진다.

어떻게 해야 처음의 행동으로 배반이 아닌 협력을 선택하게 만들 수 있을까? 당신이 협력을 택할 경우 나도 협력을 택할 것이라는 확신을 주면 된다. 내가 협력을 택할 때 상대방 역시 협력으로 화답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으면 된다. 바로 여기서 필요한 것이 서로에 대한 신뢰이다.

만약 인간이 이타적이라면 신뢰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남이 날 도울 것이라는 확신이 없어도 상대방을 위해서 이타적으로 행동할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인간은 이기적이지 않은 것처럼 이타적이지도 않다. 우리가 상정하는 인간은 매우 상식적인 상호성에 기반한 인간이고, 그래서 신뢰가 중요하다.

정리하자면 기존의 시장경제에서는 이기적 인간을 상정했고, 이 경우 사회적 딜레마가 닥쳤을 때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상호성을 지닌 인간을 상정하면 협력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슴사냥게임으로 전화할 수 있다. 사슴사냥게임의 경우 서로 힘을 합쳐 사슴을 잡는 경우와 각자 토끼를 잡는 경우 두 가지의 해가 있었다. 이 중 어떤 것을 택할 것인가? 모두에게 더 큰 이익을 주는 것은 서로 힘을 합쳐 사슴을 잡는 경우이다. 이것을 선택하게 하는 것이 바로 신뢰이다.

 

신뢰란 무엇인가?

굳이 이렇게 따지지 않아도 인간관계에서 신뢰는 매우 중요하다. 사랑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상대를 믿지 못하고 의심하는 사랑은 얼마나 괴로운가? 비행기를 탈 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비행기 조종사와 항공업체를 신뢰하고 목숨을 맡기는 셈이다. 불우이웃돕기에 참여할 때도 모금된 돈이 횡령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있는 것이다. 결국 인간의 사회생활은 신뢰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불신이 시작되면 우리는 아무 행동도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신뢰(Trust)란 무엇일까? 미국의 정치학자인 후쿠야마(Francis Fukuyama)는 신뢰란 ‘공동체 내에서 그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보편적인 규범에 기초하여 규칙적이고 정직하며 협동적인 행동을 할 것이라는 기대’라고 정의한다. 즉, 신뢰란 공동체가 공통으로 받아들이는 규범을 따르는 것이다. 신뢰의 판단기준은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이다. 규범의 내면화, 그것이 신뢰이다.

이런 점에서 신뢰란 주류경제학에서 말하는 정보의 문제와도 구분이 된다. 주류경제학에서는 정보가 완벽하게 주어져서, 상대방의 유형과 전략을 파악할 수 있다면 협력을 유도할 수 있다고 본다. 이 상태를 미국의 정치학자 하딘(Russel Hardin)은 신뢰성(Trustworthiness)이라 하여 신뢰와 구분하였다. 정보에 의존하는 신뢰성과 달리 신뢰는 규범이 내면화된 경우로 정보의 유무와 관계없이 일어나는 것이다.

일본의 사회심리학자 야마기시(Yamagishi)는 신뢰란 ‘사회적 불확실성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상대에 대한 믿음 때문에 상대가 자신에게 선한 행동을 하리라 기대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즉, 상대가 반드시 내가 기대한대로 행동할 것이라는 확실성이 없는 상태에서도 믿는 것인 신뢰이다.

이런 점에서 야마기시는 신뢰를 장담(Assurance)과 구분한다. 장담은 확실한 상황에서의 믿음이다. 흔히 조직폭력배의 상하관계를 예로 든다. 조직폭력배 간에는 서로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하지만 그 믿음은 배신할 경우 목숨을 빼앗아 갈 수 있다거나 내 가족을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는 두려움에서 나온다. 불확실한 상황을 확실하게 만드는 어떤 조건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는 신뢰가 아니라 장담이다.

이상을 정리해보면 신뢰란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상대방이 '공동체의 보편적 규범'을 따라 협력할 것이라는 믿음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신뢰 중에서도 일반적 신뢰(Generalized Trust)가 중요하다. 이는 특정 관계나 특정 대상에 대한 신뢰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은 믿을만하다'는 생각을 뜻한다. 불특정 다수의 대한 믿음, 인간 본성이 악하지 않다는 믿음인 것이다.

일반적 신뢰가 높을수록 사회 구성원 전반은 처음 행동으로 협력을 택하게 된다. 일반적 신뢰는 인간의 본성인 상호성을 협동으로 유도한다. 반대로 일반적 신뢰가 낮다면 사회 전반적으로 협동이 일어나기 어렵다. 아이들에게 "모르는 사람과는 말하지 말고, 따라가지도 말아라"고 말하는 사회는 일반적 신뢰가 낮은 것이다.

20년 넘게 세계 여러 국가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세계가치조사(World Value Survey)에서는 "당신은 남을 얼마나 믿습니까?" 라는 질문을 통해서 각 국의 일반적 신뢰도를 측정한다. 조사 결과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이 언제나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상위 수준이었지만, 불행하게도 가장 빠른 속도로 순위가 추락하고 있는 국가이다. 더 끔찍한 것은 15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같은 질문의 조사에서는 압도적으로 꼴찌를 차지했다.

 

신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그렇다면 무엇이 신뢰를 만들어낼까? 자연과학의 문제였다면 실험을 통해서 어떤 현상의 원인을 상대적으로 쉽게 알아낼 수 있다. 하지만 사회과학의 경우 현실에 존재하는 수많은 변수를 통제하기가 불가능하다. 최근에는 계량경제학이나 통계학이 발달하여 실증연구가 활발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회적 현상에 대해 명확한 인과관계를 밝혀내기란 쉽지 않다. 특히 변수들 간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밝혀진다고 해서 그것이 모두 인과관계는 아니라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며 여러 학자들의 연구를 검토해보면, 일반적 신뢰와 상관관계를 갖는 요인들로 다음과 같은 것이 제기된다. 개인의 경우 교육을 많이 받을수록 다른 이에 대한 신뢰가 높았다. 특히 가정교육과 초등교육의 영향이 컸다. 또한 전문직이고 고소득 집단일수록 그러했다. 반면 이혼을 한 경험이 있는 사람, 실업자, 차별의 역사를 가진 소수인종, 건강이 나쁜 사람의 경우 일반적 신뢰가 낮았다. 교육, 소득, 직업, 건강 등이 일반적 신뢰와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국가를 대상으로 분석한 경우 경제발전, 종교는 일반적 신뢰와 양의 상관관계가 있었다. 경제발전이 높을수록 신뢰가 높았다. 경제발전이란 일반적으로 재산권 확립 및 공정한 경쟁과 동반된다. 즉, 계약이나 제도에 의한 최소한의 공정성이 보장된다. 이것이 신뢰를 촉진하는 요인이 되었을 수 있다. 혹은 반대로 신뢰가 높았기 때문에 공공재의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무임승차자가 줄어서 경제발전이 촉진되었을 수도 있다. 종교가 발달한 곳일수록 신뢰가 높았다. 종교는 이타적으로 살 것을 권하므로 신뢰를 촉진했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국가부패, 소득불평등, 범죄율은 일반적 신뢰와 음의 상관관계가 있었다.

 

소득불평등은 신뢰를 떨어뜨린다

특히 소득불평등와 일반적 신뢰의 관계는 지금 한국사회에서 필요한 부분이기에 자세히 짚어보고자 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가 바로 양극화이기 때문이다. 덴마크 정치학자 나네스터(Peter Nannestad)는 소득불평등이 집단 간 신뢰의 차이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소득불평등이 일정 수준 이상 심해지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부족하거나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상위 집단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거나 사회 구조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소득불평등은 일반적 신뢰를 떨어뜨린다. 특히 이 같은 불만과 의혹이 높은 상황에서 상위 집단의 부정부패와 같은 증거가 발견되면 적개심으로까지 발전한다.

소득불평등에 관해 이야기가 나온 김에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소득불평등 해소를 위한 소득재분배는 흔히 평등의 가치로 이야기된다. 그리고 평등은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선입견이 있다. 하지만 평등이 효율성을 강화시킨다는 연구들도 많다. 먼저 케인즈의 유효수요이론이 이를 뒷받침한다. 케인즈는 불황기에 중요한 것은 총수요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런데 고소득층의 경우 소비성향이 낮다. 10억 원을 번다고 생각해보자. 그 중에 얼마나 소비할 수 있겠는가? 아무리 많이 소비해도 10억 원 중 아주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투자라도 해야 하는데 불황에는 투자할 곳이 없다. 따라서 고소득층은 총수요 증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면 저소득층은 소득의 대부분을 생계유지를 위해 소비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저소득층의 소득이 늘어나면 그만큼 소비가 늘어나고 총수요가 만들어진다. 이런 맥락에서 소득재분배는 경기 회복과 발전에 도움이 된다.

두 번째는 평등이 다양성을 촉진하여 효율성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핀란드의 교육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모든 아이들이 저마다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면, 모두가 일등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개인의 기량 극대화는 사회적 성과의 극대화로 이어질 것이다.

세 번째는 평등이 신뢰를 가져오는데, 신뢰는 거래비용 감소, 공공재 공급 증가, 제도의 성공이라는 결과를 유도하여 효율성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거래비용은 199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코즈(Ronald Coase)에 의해 제기된 문제이다. 코즈는 시장이 가장 효율적이라면, 그래서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점에서 균형이 이루어진다면 왜 굳이 기업이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그리고 그 이유로 거래비용을 제시했다. 어떤 상품을 구입하고 판매할 때는 적절한 대상을 탐색하고, 계약을 맺고, 그 계약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감시와 처벌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노동자를 고용할 때, 그 사람이 해당 일자리에 적합한 사람인지 알아보아야 하고, 근로조건들을 합의하여 계약을 맺어야 하고, 그 후에는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 감시가 필요하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행하는 경제활동은 사실 이런 복잡한 절차를 거치고 있다. 기업은 필요한 거래와 경제활동을 기업 내부로 끌어들여서 거래비용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이 코즈의 설명이다. 서로 간에 신뢰가 있다면 거래비용은 줄어들 수 있다. 비용이 주는 만큼 이익은 늘어날 것이고 이는 효율성 증가로 이어진다. 공공재의 경우 비경합성과 비배재성이라는 독특한 성질로 인해서 무임승차자가 많이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서로가 신뢰하는 사회라면 협력을 통한 자발적인 공공재 생산이 활발해질 것이다. 또한 신뢰가 쌓이면 사회 제도가 지켜질 확률이 높아지고, 제도가 튼튼한 상태에서는 경제활동도 안정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제도를 잘 만들면 신뢰가 촉진될까?

다음으로 살펴보고자 하는 것은 제도와 일반적 신뢰의 관계이다. 결국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어떤 제도를 만들어야 신뢰가 촉진될 것인가이다. 아니, 그 전에 제도가 신뢰를 촉진할 수 있는가 부터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다.

제도는 보상과 응징으로 구성된다. 협력할 경우 보상을 받고, 배반할 경우 응징을 당한다. 사람들이 제도를 신뢰하면 타인에 대한 신뢰도 높아질 수 있다. 제도가 정확하게 응징과 보상을 한다면 타인이 나를 배반할 확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도에 대해서 불신하게 되면 타인에 대한 불신은 더 심해진다. 타인이 나를 배반해도 제도가 응징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만 보면 좋은 제도는 신뢰를 촉진하는 것 같다.

야마기시의 실험은 제도가 신뢰를 촉진시키는 사례를 보여준다. 실험에서 처음에는 물질적 동기에 의해서, 즉 제도에 의해서 사람들이 협동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이후 물질적 동기가 사라져도 사람들은 여전히 협동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도와 신뢰가 반드시 양의 상관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스웨덴은 노동운동이 강한 나라이지만 정작 노동법은 허술하다. 노르웨이는 성평등이 가장 잘 실현된 나라이지만 성평등법은 약하다. 이 두 나라의 경우를 보자면 신뢰가 강한 곳에서는 제도가 약하다. 내면의 규범만으로도 유지가능하기 때문에 제도가 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제도는 사람들의 행동을 하한선으로 추락시킬 수도 있다. 이스라엘의 하이파 유치원 사례가 대표적이다. 부모들이 아이를 데리러 오는 시간에 지각을 하자, 벌금제를 도입했더니 오히려 지각이 늘어났다고 한다. 이전에는 유치원 교사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지각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벌금제가 도입되자 벌금만 내면 된다는 면죄부가 생긴 것이다. 이후 벌금제를 없앴지만 지각은 더 늘어났다.

따라서 제도를 만들 때는 섬세한 고려가 필요하다. 모든 제도를 설계할 때 그것이 신뢰를 구축하는지에 대한 평가가 따라야 한다. (하지만 애초부터 불신이 높은 나라라면 어떨까? 이런 경우에는 강한 제도가 필요할 수도 있다.)

경제학자들은 행정적 규제보다 시장화를 통한 제도를 선호한다. 대표적인 방식이 하딘이 공유지의 비극에서 제시한 것으로, 공유자원에 사적소유를 부과하는 것이다. 즉, 공공재를 시장재로 만든다. 공유자원은 비배재성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사람도 공유자원을 사용할 수 있어 무임승차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기술이 발전하면서 무임승차자를 걸러낼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면 원래 방송은 공공재였는데 기술의 발전으로 케이블티비가 등장하면서 요금을 지불한 사람만 방송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시장화를 통한 제도는 신뢰에 어떤 영향을 줄까? 단정할 수는 없지만 시장화가 신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 같지는 않다. 행동경제학의 실험에서 ‘시장’이라는 이름을 붙이면 사람들은 더 이기적으로 행동하고, ‘공동체’라는 이름을 붙이면 더 이타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제도 역시 마찬가지로 작동하지 않을까?

인간이 만든 제도 중 가장 강력한 제도는 국가이다. 국가는 사회적 딜레마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국가는 일반시민의 권리를 위임한 것이다. 폭력도 쓸 수 있다. 서로 신뢰하지 못하거나 협력하지 못하는 부분은 국가가 강제한다. 홉스의 리바이어던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국가는 신뢰에 어떤 영향을 줄까? 스웨덴의 저명한 정치학자 로스슈타인(Rothstein)은 정부의 불편부당성(impartiality), 또는 정부의 질(quality)이 신뢰를 촉진하는 핵심적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국가가 공정하다고 생각될 때 사회 구성원 사이의 신뢰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로스슈타인의 분석에 의하면 스웨덴 국민들이 정부의 불편부당성을 공유하게 된 것은 1930년대 총리였던 사회민주당 출신 정치가 한손(Per Albin Hansson)에 의해서이다. 당시 스웨덴에서는 자본가가가 파업하는 노동자를 공격하다가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회민주당을 비롯한 이들이 모든 자본가와의 타협은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손은 범법행위에 대해서만 처벌할 뿐 나머지 관계는 인정했다. 이 때의 경험이 스웨덴 국민들에게 국가의 불편부당성을 각인시키는 집단기억이 되었다.

우리 국민들이 국가와 정부에 대해서 갖고 있는 집단기억은 무엇인지 돌아보게 된다. 또한 국가가 이미 지배계층의 특권을 위해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그 때의 불편부당성은 지배계급의 편을 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 정리 :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 정태인의 '네박자로 가는 사회적 경제' (11)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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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2 / 04 / 10 정태인/새사연 원장

정태인의 '네박자로 가는 사회적 경제' (9)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제목을 눌러 주시면 됩니다.

 

이 글은 새사연의 정태인 원장이 2011년 12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진행한 ‘정태인의 경제학 과외 2부 : 사회경제, 공공경제, 생태경제’ 강연 내용을 수정 보완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구조에 의한 해결 - 게임의 규칙을 바꿔라

구조에 의한 해결은 게임의 규칙 자체를 바꿔버리는 것이다. 앞서 두 가지 해법은 구조는 바뀌지 않는다고 가정한 상태에서 사람들의 동기와 전략을 변화시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었다. 우선 악셀로드는 구조적 해결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반복과 정체성 확립을 제시했다. 첫째, 상호작용은 빈번하고 영구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둘째, 자신에 대한 그리고 상대에 대한 정체성이 확립되어야 한다. 셋째, 상대방의 과거 행동에 대한 정보가 많아야 한다. 다시 말해 서로에 대해서 잘 알아야만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많은 실험에서 익명성은 협동을 감소시켰다.

 

1) 보수 구조

보수 구조를 바꿔서 협력을 유도하는 것이다. 협력의 보수를 높이고 배반의 보수를 낮추면 당연히 협력의 빈도는 높아진다. 이 경우 실제 현실에서는 물질적 보수와 함께 정신적 보수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투표의 경우, 내가 지지하는 투표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으면 사람들의 투표 의지는 높아진다. 내가 투표하는 행위를 통해 얻게 되는 보수가 원하는 후보의 당선으로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또한 실험에 의하면 협력을 통해 다른 사람의 보수가 높아지는 경우에도 협력의 빈도는 상승했다.


흥미로운 점은 공공재의 경우이다. 분할할 수 없는 공공재의 경우 협력이 높아졌다. 예를 들어 어떤 공공재를 개개인에게 나눠주고 저마다 개별적 수익을 얻게 하는 것보다 공공재를 집단이 공동소유하고 그에 대한 고정된 공동 수익을 얻게 할 경우 협력이 높아진다. 이는 집단정체성과도 연결된 부분이다.

 

2) 개인의 행동이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구조

개인의 행동이 상황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적을 경우 사람들은 협력하지 않는다. 가뭄에 나 혼자 물을 절약한다고 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으며, TV 수신료를 내지 않는다고 해서 TV 프로그램이 종영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개인의 행동이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일정 수준 이상 커지는 구조를 만든다면 협력은 늘어날 수 있다. 나의 행동을 인해 다음 단계로 진입한다거나 발전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믿으면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환경 문제 있어서 이런 구조 형성이 필요하다. 앞서 물 절약의 경우 내가 물을 절약하면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럴 것이고 그것이 변화를 가져온다는 믿음이 제공되어야 한다.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도 그렇다. 지금 내가 종이컵 하나를 안 쓴다고 과연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인가? 그럴 것이라는 확신을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한 대책으로 현실에서 사용되는 것이 몇 가지 있다. 그 중 하나는 개인이 기여하는 만큼 공공기관 등이 기여해줌으로써 전체 보수를 더욱 커지게 하는 것이다. 이는 개인의 행동이 상황을 변화시킬 가능성을 더 크게 만들어 준다. 또 하나의 방식은 개인의 행동이 가져오는 결과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다. 자선단체에서 자선가와 아이들을 일대일로 맺어주는 것이 이런 효과를 노린 방식이다. 내가 기부한 돈이 실제로 어떻게 도움이 되고 있는지를 매우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3) 집단의 크기

많은 연구는 집단의 크기가 커질수록 협력은 줄어든다고 밝힌다. 이에 대한 이유는 많다. 집단이 커지면 배반에 의한 피해가 확대되는 폭도 커지며, 다른 이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도 어렵고, 익명성이 강화된다. 또한 조직 운영 비용도 집단의 크기가 커질수록 늘어난다. 집단 내에서 서로의 행동에 대해 대화하고 조정하기가 힘들어진다. 한 사람의 행동이 상황을 변화시키는 것을 보여주기도 어려워진다. 이런 이유로 일부 논자는 무정부주의적 소집단 네트워크로 공동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경제도 시장경제에 비해 일정 부분 이런 속성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규모에 따른 협력 감소는 금방 사라지며 거꾸로 규모가 커지면서 협력이 증대하는 경우도 있다. 공공재 형성에 있어서 집단의 규모가 커지면 한계비용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때는 공공재가 비경합적이라는 가정, 즉 다른 사람이 사용한다고 해서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몫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가정이 필요하다. 또한 집단규모에 따라 인구의 이질성이 증가하므로 이것이 다양한 사회적 가치나 자원의 확보로 이어질 수 있어서 협력에 도움이 될 수 있다.

 

4) 경계를 명확히 하는 구조

공유지의 비극은 경계를 설정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공유자원이 가지고 있는 비배재성,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는 성질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유지의 비극을 처음 제시했던 미국의 생물학자 하딘(Garrett James Hardin)은 자신의 논문에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첫 번째 방법은 지도자나 권위의 수립을 통한 해결이다. 지도자가 규제를 설정하고 집행하는 것이다. 정부가 특정 구역, 특정 시기에 어획량을 규제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홉스(Thomas Hobbes)가 이야기했던 강력한 힘을 가진 국가로서의 리바이어던(Leviathan)이 여기에 해당한다. 하딘은 "공유지에서의 자유는 모든 것을 망칠 뿐이다", "모두가 망하는 것보다는 불공정한 것이 낫다"고 덧붙였다.

흔히 집단 내부의 유대관계가 강한 경우에는 민주적으로 권력을 잡은 지도자가 등장하고, 유대관계가 약한 경우에는 강한 권력을 가진 이가 지도자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자의 경우 유대관계가 약해서 협력이 쉽게 일어나지 않으므로 강제적인 권력을 선택하는 것이다. 또한 사람들이 지도자의 권위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정당성과 공정한 과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집단이 공통적으로 무엇이 중요한 가치인지 합의해야 하며, 지도자는 사람들이 복종할 수 있는 충분한 강제력을 가져야 하며, 부패하지 않고 특정 집단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신뢰가 필요하다는 연구들이 제시되었다. 단순해 보이지만 그만큼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른 구조적 해결책이 존재할 경우 사람들은 지도자를 만들지 않는 경향이 있다.

두 번째 방법은 사적소유의 도입이다. 공유지를 쪼개서 개인에게 각각 소유권을 주는 것이다. 공공의 재산보다는 개인의 재산이 더 잘 관리된다는 가정에서 출발한 방법이다. 하지만 바다, 공기, 국방처럼 사적 소유를 설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답이 될 수 없다. 또한 누가 그 재산을 소유하느냐라는 사회정의 차원의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개인 소유의 재산이 더 잘 관리된다는 확실한 보장이 없고, 사적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제도와 비용이 필요하다.

하딘의 해결책은 여기서 끝이 난다. 이후 오스트롬이 세 번째 방법으로 공동체의 자원을 잘 알고 있는 구성원들에 의한 지역적 규제와 제한을 제시한다. 오랜 기간 동안 공유지를 성공적으로 관리해온 공동체의 몇 가지 특징을 정리해본 결과 배제성의 경계를 명확히 관리했다는 점이 우선적으로 꼽혔다. 오스트롬은 "공유지로부터 자원을 사용할 수 있는 개인이나 가계가 명확히 정의되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5) 응징과 보상의 제도화

협력자는 보상을 받고 배반자는 응징을 받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선택적 유인이라 부른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첫 번째는 제도를 도입하고 운영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다. 개인의 행동에 대해 보상을 하거나 응징을 하려면 그들을 감시해야 한다. 대도시에 살아가는 수많은 개인들의 행동을 감시하고 평가하기는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물을 절약해야 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집에서 물을 얼마나 아끼는지를 일일이 조사한다면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그리고 이는 사생활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협력을 유발하는 제도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협력을 통해 얻는 이익보다 더 커질 수도 있다. 또한 감시와 규제는 사람들 간의 충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두 번째는 응징과 보상의 제도 자체가 공공재이므로 무임승차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2차 공공재라 하는데, 사회적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설계된 공공재를 뜻한다. 예를 들어 만들어진 제도를 잘 지키기 위해서는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지만, 실제로는 경찰이나 사법 당국만이 규제를 지키기 위해 애쓸 뿐 일반 개인들은 방관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나는 규제가 가져오는 이익은 받고 있지만, 그 규제를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니 무임승차자가 되는 것이다. 이를 구분하기 위해 애초의 사회적 딜레마를 1차 딜레마라 부르고, 제도 유지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딜레마를 2차 딜레마라 부를 수 있다.

특히 문제는 1차 딜레마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는 타인을 믿고 적극 협력했던 이들이 오히려 2차 딜레마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는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2차 딜레마는 서로를 감시하고 규제하는 것이므로 신뢰와 협력을 추구하는 이들의 성향에 맞지 않는 것이다. 반면 1차 딜레마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타인을 믿지 못하고 협력하지 않던 이들은 규제를 만드는데 더 적극적이 되어 2차 딜레마 해결에 협조한다. 그래서 결국 협력하는 사람과 협력하지 않는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규제의 정도는 비슷하게 된다.

사회적 딜레마 해결은 매우 민감한 문제이다. 협력에 영향을 주는 매우 많은 변수가 있으며, 아주 작은 변화만으로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오스트롬 역시 공유자원 문제에 만병통치약은 없다고 단언했다. 우리가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배반자를 줄이거나 제거할 수 있는 구조적 변화이다. 이는 앞서도 보았듯이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사슴사냥 게임으로 바꾸는 것이다. 사슴사냥 게임에서는 다른 이들도 협력할 것이라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게임의 형태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사회적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은 커진다.

* 정리 :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 정태인의 '네박자로 가는 사회적 경제' (10)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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