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작전통제권'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7.13 [손석춘 칼럼] 이명박의 자주, 김남주의 매국 (1)
  2. 2010.06.28 오바마 미 대통령에 띄우는 편지
애써 참으려 했다. 날을 세워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한다고 과연 달라질 가능성이 있을까 회의감이 들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2010년 6월27일 이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만나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2015년 12월까지 미국이 보유하는 데 합의했을 때도, 차라리 오바마에게 편지(‘오바마 미 대통령에 띄우는 편지’ 2010년6월28일)를 쓴 이유는 그가 얼마나 자주성이 없는가를 드러내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보라. 이 대통령은 7월12일 라디오방송 연설에서 “일각에서는 전작권 전환시기 조정에 대해 국방자주권을 들어 비판하지만 시기조정은 우리의 필요에 따른 실질적이고 자주적인 선택”이라고 언죽번죽 말했다. 아무리 톺아보아도 놀라운 발언이다. 그래서다. 이 대통령의 자주권 훼손을 이미 칼럼에서 지적한 내가 대통령의 ‘반론성 발언’에 침묵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놀라운 ‘자주’ 발언

내가 대통령의 발언을 놀랍다고 본 일차적 이유는 그의 명백한 사실 왜곡이다. 대통령은 “유럽에는 많은 강국이 있지만 미군 사령관이 지휘하는 나토가 지역안보의 기본 틀”이라며 “우리의 전작권 문제도 동아시아지역과 세계안보의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부르댔다. 대통령의 발언만 보면 마치 유럽의 여러 나라가 대한민국처럼 전시작전통제권을 아예 미국에 넘겼다고 판단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과연 그러한가. 전혀 아니다. 만일 대통령이 그 사실을 알고도 그렇게 말했다면 국민 기만이고, 모르고 그렇게 말했다면 무능의 자기폭로다. 어느 쪽이든 놀라울 수밖에 없는 주장이다.
게다가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관련해 “뜻밖의 성과가 있었다”며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추진시한까지 정하면서 조속한 타결 의지를 강하게 천명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오바마는 그냥 타결 의지를 천명한 게 아니다. “조정”을 이야기했다. 이 또한 일부러 그 사실을 은폐했다면 국민 기만이고, ‘조정’이라는 말에 둔감한 것이라면 무능의 폭로다.

더 놀라운 일은 그것을 ‘자주적 선택’으로 강변한 데 있다. 그가 자주적 선택이라고 강변하는 연설을 들으며 나는 문득 얼마 전 해남농민회 초청강연을 갈 때 다시 읽었던 김남주 시집 <사랑의 무기>를 떠올렸다. 시인이 감옥에서 얻은 몹쓸 병으로 눈을 감은지 어느새 16년이 흘렀다. 하지만 시인이 남긴 시는 여전히 시퍼렇게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새삼 깨달았다.

시퍼렇게 살아있는 시인 김남주의 칼날

가령 시 <어머님께>를 보라. “일자무식 한 평생으로/ 자식 사랑밖에는 모르시는 어머니”께 시인은 절창한다.
“지금 이 나라에는/ 보수와 진보가 있는 게 아니어요/ 우익과 좌익이 있는 게 아니어요.”
곧이어 시인은 단언했다.
“매국노와 애국자가 있을 뿐이어요/ 그 중간은 없는 거예요 없는 거예요. 어머니.”

더러는 시인의 전투적 서정성을 1980년대식 논법이라고 넘기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가. 전작권 환수 연기를 공론화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전작권을 미국에 더 오래 넘겨주면서 오바마에게 되레 “사의”를 표명하는 저 한 나라의 대통령을, 우리 어떻게 불러야 옳은가.
그를 비판하긴커녕 오히려 찬가를 읊어대고 FTA에 대해서도 필요성만 부르대는 저 부자신문의 살찐 언론인들을 어떻게 호명해야 옳은가.

해남에서 김남주 생가를 찾아 고인의 아우 배려로 시인의 집필실에 잠시 머물 수 있었다. 그 시인의 거처에서 냉정히 짚어보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보수’일까, ‘매국노’일까를.

다시 이 대통령이 자주성을 운운한 연설을 비판하는 칼럼을 쓰면서도 지금 이 순간 하릴없이 참담해온다. 고 김남주 시인의 전투성에 견주면, 오늘 내가 부르는 ‘노래’는 얼마나 비루한가. 나의 ‘무기’는 얼마나 날이 무딘가.

손석춘 2020gi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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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버락 오바마 미합중국 대통령 귀하.

한미정상회담 소식을 듣고 밤새 뒤척이다가 오늘 아침 당신께 편지를 띄웁니다. 공개적으로 편지를 띄우는 이유는 당신과 소통할 수 있는 다른 길이 보이지 않아서입니다. 모쪼록 이 편지를 ‘감각’이 뛰어난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 대사가 당신께 보고하기를 기대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바쁜 대통령’이기에 번거로운 인사는 줄이고 간명하게 쓰겠습니다.

먼저 축하합니다. 당신은 대한민국 이명박 대통령과 캐나다에서 만나 한국의 전시작전통제권을 2015년까지 연장하는 데 합의했더군요. 더구나 그 ‘조건’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도 한국의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입니다. 당신의 노련한 협상력에 새삼 감탄하게 됩니다. 축하하는 까닭입니다.

작전권 더 갖고 FTA양보 받은 능력 축하

다만, 당신이 알고 있어야 할 진실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민주시민들은 당신이 미합중국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기뻤습니다. ‘오바마 혁명’이라고 당선 의미를 높이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당신은 목표였던 ‘건강보험 혁명’을 이뤘습니다. 진심으로 박수를 보냅니다.
앞으로도 굽힘없이 당신의 뜻을 미국 국내정치에 구현하길 바랍니다. 하지만 나는 당신께 오늘 짙은 유감을 표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신의 한반도 정책은 실패로 치닫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께 가볍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의 당선을 환호하던 이 땅의 민주시민들 사이에서 어느새 ‘검은 부시, 하얀 라이사’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는 사실을 당신은 들어보았는지요. 처음이라면 서울에서 활동하는 미국 중앙정보국(CIA) 책임자가 임무를 게을리 한 게지요.

‘검은 부시’라는 당신에게 모욕적일 말이 떠도는 이유는 당신의 한반도 정책이 조지 부시와 아무런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후보시절 당신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도 언제든 만나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약속한 사실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이란과 이라크-아프가니스탄에만 집중한 탓인지 대북정책에선 부시가 실패한 길을 답습하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대한민국 전시작전통제권을 연장 보유하고 더구나 그 ‘조건’으로 한미FTA에서 실리까지 챙기는 풍경을 보며 앞으로 이 땅에선 당신을 두고 “부시보다 더 부시답다”는 말이 퍼져가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부시보다 더 부시다운 검은 부시 오바마?

물론, 모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이 앞장서서 작전통제권을 더 보유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그 요청을 받아들이자 이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이 수락해준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며 사의를 표했다는 대목에선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수치와 분노를 느낍니다. 밤새 잠을 설친 이유입니다.

명토박아 전합니다. 국가의 작전통제권을 스스로 다른 나라에 더 가져달라고 ‘애걸’하며 고마움을 표하는 대통령을 보고 당신이 대한민국 국민을 우습게 여긴다면. 그것은 착각입니다. 게다가 한미FTA에서 더 양보를 얻어내 회심의 미소를 당신이 짓는다면, 그것은 단견입니다.

당장은 당신이 이른 눈부신 성과에 만족할 터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검은 부시’가 진정 아니라면, 지금 큰 실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똑바로 인식할 때입니다.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을 갈망하는 우리 국민 사이에서 미국은 공화당이나 민주당이 똑같다는, 만족할 줄 모른다는 비판 여론이 벅벅이 퍼져갈 전망입니다.

물론,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을 잊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그와 손잡고 웃는 버락 오바마의 얼굴이 조지 부시처럼 다가오는 한국인이 무장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당신이 잊지 말기 바랍니다.
당신의 건강을 기원하며 총총 줄입니다.

2010년 6월28일 서울에서

손석춘 2020gi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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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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