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2.15     손석춘/새사연 이사장

썩어도 너무 썩었다. 구려도 너무 구리다.


이명박 정권이 그렇다. 더러는 너무 격한 비난이라고 도끼눈 뜰 성싶다. 더러는 뜬금없다고 나무랄 법하다. 후각이 마비 또는 적응된 까닭이다. 


썩고 구린내를 맡지 못하는 이유는 간명하다. 언론이 ‘이중 잣대’로 판단력을 흐려서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중 잣대는 한국 언론의 고색창연한 ‘전통’이다. 가령 똑같은 문제를 일으켜도 일반 교사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는 ‘차별’ 받는다. 일반 교사가 그랬다면 아예 보도조차 않을 문제를 전교조 교사일 경우는 마구 부풀린다. 물론, 깨끗한 교단을 내건 조직이기에 의연히 감수해야 할 몫일 수 있다.


문제는 한국 언론의 평소 행태다. 일반 교사에 견주어 전교조의 도덕적 우월성을 전혀 평가하지 않는 윤똑똑이들이 문제가 불거지면 전교조 교사에 더 높은 도덕의 잣대를 들이대는 풍경은 아무리 보아도 남세스럽다. 아니, 불순하다. 비단 전교조만의 문제가 아니다. 보수와 진보를 다루는 언론의 이중 잣대는 완연하다.


언론의 후각마비·대통령의 거짓말


이명박 정권을 바라보는 언론의 눈도 마찬가지다. 이 정권은 으레 그러려니 하는 걸까? 아예 한 수 접어준다. 언론이라는 이름값을 위해서라도 최소한 짚어야 할 대목까지 구렁이 담 넘듯이 슬금슬금 지나간다.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과 은폐 의혹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굴욕적 재협상은 공화국의 기초를 흔드는 일임에도 사부자기 넘어간다. 공직 후보자의 국회 인사 청문 과정에서 결격 사유가 또렷하게 드러난 최중경도 어느새 지식경제부 장관으로 활개치고 있다. 최중경의 처와 처갓집이 대전 그린벨트 안에 있는 밭과 충북 청원군의 임야를 사고팔아 6~15배의 이익을 챙긴 사실은 ‘개발 예정지 투기’의 전형이다. 심지어 서울 강남 오피스텔의 면적을 축소 신고해 세금까지 탈루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국회 인사청문회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인식이다. 설 연휴를 앞두고 방송 3사가 생중계한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그는 국민 앞에 사과를 표명해야 할 사안에 되레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대통령이 된 뒤 국회 인사청문회를 보니까 상임위원장이 여당인 곳은 통과가 되고 야당인 경우는 이제까지 한 번도 통과를 못 시켰다”면서 “미국은 개인의 신상 문제는 국회가 조사해 (가부를) 결정하고 공개적 청문회에선 개인의 능력과 정책만 다룬다”라고 사뭇 정치현실을 개탄했다. 부적격 사유들이 곰비임비 불거져 한나라당에서도 사퇴를 요구받은 감사원장 후보 정동기에 대해서도 “너무 과거의 잣대로 보는 것 같아 나와는 안 맞는 점도 있는 것 같다”고 두남뒀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감사원장 후임 인선을 두고 대통령은 “정말 감사원장으로 일할 수 있고 청문회도 무사히 통과할 사람을 찾는 것이 만만치 않다”고 언죽번죽 말했다.


어떤가. 이 땅의 젊은 언론인들에게 가만히 짚어보길 권하고 싶다. 만일 지금 소개한 대통령의 발언에서 큰 문제를 느끼지 못했다면, 명토박아 말한다. 언론인으로서 후각이 이미 마비되었음을. 조금만 거리를 두었다가 다시 맡아보라. 대통령의 발언에서 썩은내와 구린내가 폴폴 풍기지 않는가. 아니 진동하고 있지 않은가.


썩고 구린 후보자들을 비호한 사실, 썩어 문드러진 자들을 그나마 걸러낸 우리 국회를 비난하며 미국 청문회를 들먹인 사실, 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할 감사원장 후보를 찾기 어렵다고 말한 사실, 야당이 상임위원장인 경우 한 번도 통과 못했다는 명백한 거짓말, 그 하나하나가 대통령으로서 부적격 발언이다. 대통령 자신이 썩은내와 구린내를 맡을 수 없을 만큼 후각이 마비 또는 적응했다는 증거다.


그 결과가 아닐까, 저 300만 넘은 가축들이 생죽음 당한 단군 이래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방역을 책임져야 할 정부의 고위관료가 되레 농민을 겨눠 살천스레 비난을 내뱉은 까닭은. 대통령 이명박의 후각을 믿어서가 아닌가. 아니, 그것을 감시해야 마땅한 언론의 후각을 만만히 보아서가 아닌가.


여기서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사옥의 ‘높은 자리’에 앉아있는 ‘언론인’들에게 정중하게 묻고 싶다. “경찰이 백날 도둑을 지키면 뭐하나. 집주인이 도둑을 잡을 마음이 없는데”라며 구제역에 시름하고 있는 축산 농가의 이른바 ‘도덕적 해이’를 들먹인 기획재정부 장관 윤증현, 그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각료였어도 모르쇠하거나 시늉만 내는 비판에 그쳤겠는가. 300만 가축의 대학살 앞에 방역 당국의 무사안일을 방관만 했겠는가. 저 썩고 구린 공직후보자들의 취임을 묵인했겠는가. 방송 3사가 생중계하는 일방통행식 ‘대통령과의 대화’에 나서 무람없이 거짓말 늘어놓는 대통령을 모르쇠 했겠는가.


‘썩·구 동맹’은 대한민국 현주소


무엇보다 감사원장 시킬 사람이 없다는 대통령 발언이야말로 다름 아닌 자칭 ‘보수세력’에 대한 최대의 모욕 아닌가. 그럼에도 침묵하거나 변죽만 울리는 비판에 그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인가. 그 침 뱉기에 동의해서인가.
 
물론, 세 신문만의 문제는 아니다. 2010년 8월 거짓말 총리후보 김태호에 이어, ‘비리 백화점’으로 질타 받은 신재민 문화관광부 장관 후보, ‘쪽방촌 투기’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가 물러났을 때, 시민사회 일각에선 썩고 구린 자들의 공직 취임을 원천적으로 막을 입법운동을 벌였다. 하지만 그 어떤 언론도 의제로 설정하지 않았다.


결국 썩고 구린 정치판은 지금 이 순간도 ‘생생’하다. 그 판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배후’가 있어서다. 바로 신문과 방송이다. 정치와 언론의 썩고 구린 동맹, 2011년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그래서다. 저 ‘썩·구 동맹’ 얼굴에 다시 꼭꼭 눌러쓴다.


구려도 너무 구리다. 썩어도 너무 썩었다.



*이 글은 미디어오늘(http://www.mediatoday.co.kr)에도 실린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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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죄수의 딜레마’. 이 유명한 게임이론은 사회 구성원 개개인이 모두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경우, 그 결과가 사회 전체적으로 좋지 않은 방향으로 귀결됨을 설명한다. 가령, 현장에서 함께 잡힌 두 명의 죄수가 있다. 경찰은 사건에 대한 확신만 있을 뿐 물증이나 증언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경찰은 두 죄수에게 말한다. “자백하라. 만약 너 혼자 자백하면 수사에 협조한 것을 정상 참작해서 3년형을 살게 해 주겠다. 하지만 넌 입을 다물고 상대방이 모두 자백한다면 너 혼자 20년형을 살게 될 것이다.” 그간의 판례상, 두 죄인이 모두 입을 다문다면 증거불충분으로 각각 5년형을 살고, 둘 다 자백을 하면 10년형을 살게 된다.

죄수는 고민에 빠진다. 상대방이 자백을 안 할 것이라고 믿을 수 없기에 둘 다 5년형을 받는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 최악의 상황은 자신만 자백을 하지 않아 20년형을 살게 되는 것, 그 다음이 둘 다 자백을 해서 10년형을 사는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먼저 자백해서 3년형을 사는 것이다. 어쨌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자백’인 것이다. 그리하여 결국 두 죄수는 자백을 해 10년형을 받게 된다.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 빠진 한국교육

현재 우리의 교육은 이러한 ‘딜레마’에 처해있다. 모두가 경쟁하지 않고 진정한 교육을 추구하면 행복하겠지만, 양극화된 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편으로 상대방보다 순위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경쟁’을 선택한다. 그 과정에서 남과 똑같이 받는 공교육으로는 승자가 될 수 없기에 사교육에 의존하게 된다. 비용에 따라 질의 차이가 현격해지는 사교육이 순위를 결정하기에 이제는 학력이 아닌 재력의 싸움이다.

그렇다면 승자는 진정 행복한가.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에 취직해 경제적으로 남부럽지 않게 먹고 사는 것이 행복이라 정의한다면, 그렇다. 하지만 교육적 관점으로도 과연 그러할까. ‘나보다 순위가 높은 사람이 몇 명인가’에 주목해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며 억압과 불안,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하는 교육시스템에서는 승자도 패자도 모두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교육’이 아닌 ‘경쟁으로 사람을 줄 세우는 교육’은 창의적 사고는 물론 전인적 성장까지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MB, 국민적 반대여론 무시한 교육정책 강행

이러한 현실에서 경쟁을 교육문제 해소의 유일한 해법으로 생각하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한국교육은 ‘딜레마’를 넘어 ‘위기’에 봉착했다. ‘학교 만족 두 배, 사교육 절반’의 공약을 내걸어 당선됐건만 오히려 정반대의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현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은 점차 높아졌다.

실제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지금까지 발표하는 정책마다 많은 반발을 불러왔다. 영어몰입교육 실시 발표는 ‘오륀쥐 파동’을 일으켰고, 0교시, 우열반, 야간자율학습 등에 대한 규제를 푸는 학교자율화 조치는 ‘미친 교육’으로 불리며 촛불정국을 만들었으며, 이는 해방 후 최초로 교육학자 110명이 “교육철학이 부재한 이명박 정부의 시장주의적 교육정책이 국가 사회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는 내용의 집단 성명을 내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정부의 불도저식 밀어붙이기 행보는 계속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초등학생 입시 부활’을 우려한 지역주민과 교육위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두 개의 국제중 설립을 강행했고, 정부는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숙형공립고 82개, 마이스터고 9개를 지정ㆍ고시했다.

또한 정부는 일제고사, 학교정보 공개, 학교선택제 등 학생들을 성적으로 한 줄 세우고 학교 간 경쟁을 부추기는 정책들을 일사천리로 발표했다. 특히 지난해 처음 실시한 일제고사의 경우, 서울시교육청은 시험을 거부한 학부모와 학생들의 체험학습을 허락한 교사 7명에게 파면ㆍ해임이라는 중징계를 내려 아직도 교육청 앞에는 촛불이 사그라들 줄 모른다.

극심한 경기 불황 속 유일한 상승세, 사교육비

이와 같은 이명박 정부의 경쟁 위주의 시장주의적 교육정책은 사교육비 급증으로 귀결됐다. 통계청의 가계조사 결과에 의하면, 도시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보충교육비 지출액이 2007년에는 평균 17만 원을 웃돌았던 것에 비해 2008년에는 1, 2분기 각각 19만 원, 20만 원 선을 넘겨 3분기에는 약 22만 원 고지마저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7년 3분기와 비교해보면 23퍼센트나 늘어난 수치다.

미국발 경제위기로 경기침체가 가속화되던 지난해, 각 가계의 소비지출은 4.7퍼센트에 그쳤지만 사교육비 지출은 예년보다 월등히 늘어난 이 기이한 현상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새 정부의 달라진 교육정책이 학부모와 학생의 생존본능을 자극한 탓이다. 강화된 경쟁구도에서 살아남으려면 더 많은 사교육이 필연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이다.

사교육비에 대한 학부모들의 부담 정도는 서울지방통계청의 서울사회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지난해 5~7월에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학생이 있는 30대 이상 가구 가운데 80.4퍼센트가 “교육비가 부담스럽다”고 답했으며, 교육비 중 가장 부담스럽게 느끼는 부분은 ‘사교육비’라는 답이 77.5퍼센트로 가장 많았다. 사교육비가 부담스럽다는 응답은 지난 2000년, 2004년에는 60퍼센트대였으나 2008년에는 77.5퍼센트로 대폭 늘어나 정부의 잘못된 교육정책에 의한 고통이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는 형국을 잘 보여준다.

2009년 예정된 것들

그렇다면 올해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려는 교육정책은 무엇일까. 지난 촛불정국에서 유명세를 탄 ‘MB, 제발 아무 것도 하지마!’라는 피켓 문구처럼 앞으로 펼쳐질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은 한층 높아진 상태다.

▶ 자사고 등 ‘입시명문고’ 설립으로 인한 교육 양극화
우선, 올해 가장 큰 이슈가 될 사안은 다양한 ‘입시명문고’ 설립으로 인한 사교육비 급증과 학교서열화 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말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2009년에는 자율형 사립고 30곳을 신규 지정하고, 기숙형 고교는 142교, 마이스터고는 20교로 각각 늘리는 방안 등 고교체제 개편의 본격화를 예고했다. 이는 정부가 지난 해부터 고교의 유형을 다양화해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을 확대함으로써 현행 평준화 체제의 단점을 보완하겠다며 추진해 온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올해 말 첫 신입생을 선발하는 자율형 사립고는 교육과정, 교원인사, 학사관리 등에서 학교의 자율성을 대폭 확대해 학교장이 건학 이념에 맞게 학교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한 학교를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자율형 사립고는 기존의 자립형 사립고(자사고)를 통해 알 수 있듯 실험적이고 특색있는 교육과정 개편의 노력보다는 ‘입시명문고’로서의 자리매김에 집중할 우려가 크다.

이 와중에 서울시교육청은 ‘2009년 주요 업무계획’을 통해 자율형 사립고를 25개의 자치구별로 1곳씩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에서는 그동안 주민들의 반대여론이 너무 높아 자사고 설립 계획이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2006년 주민 반대로 무산됐던 국제중 설립 계획을 지난해에 재추진해 결국 개교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율형 사립고 역시 이명박 정부의 힘을 등에 업고 대거 설립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또한 교과부는 자율형 사립고 지정을 위한 최소 법인 전입금 부담 기준을 등록금 총액의 3~5퍼센트 이상으로 대폭 낮추고(기존의 자사고는 25퍼센트), 학생 납입금은 시도교육청에서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다. 이는 2011년까지 100개의 자사고를 설립한다는 목표에만 경도돼 학교 설립 요건을 완화하려는 것으로 부실 사학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 또한 등록금을 사학들의 입김에 좌지우지될 수 있는 시도교육감의 소관으로 처리하려는 당국의 계획 역시 학비가 비싼 ‘귀족학교’를 양산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자, 여기서 잠시 상상을 해보자. 현재 우리나라의 자사고, 특목고 등 특수학교는 100개가 훌쩍 넘는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는 2011년까지 300개의 특수학교를 더 만들겠다고 한다. 400개가 넘는 입시명문고가 생기는 것이다. 이들 각 학교의 한해 졸업생 수를 평균 150명이라고 하면 모두 합쳐 약 6만 명. 그런데 우리가 말하는 소위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대의 입학정원은 1만 1,256명(2006년)이다. 그나마 정원이 줄어드는 추세로 치면 앞으로도 그 이상이 되긴 어렵다.

결국 특수학교의 졸업생 수는 ‘SKY’대 입학정원의 6배에 가깝다. 어렵사리 특수학교에 들어가서 사교육비를 충분히 지불하고 청춘을 저당 잡혔지만, 그 안에서도 상위 6분의 1 안에 들기 위한 치열한 전쟁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2011년도부터는 ‘특수학교를 나오지 않으면 명문대는 꿈도 못 꾼다’는 위기감이 사회적으로 만연해지면서, 고교 입시를 위한 경쟁으로 초중학교 입시경쟁의 과열이 심각해질 것이라는 말이다.

앞으로 3년 뒤에나 닥칠 일이니 아직 한숨 돌릴 여유가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결코 그렇지 않다. 자녀교육에 온 촉각을 곤두세우고 사는 학부모들과 이들을 부추기는 사교육계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부터 이미 이에 대한 준비를 시작했고, 자율형 사립고 등 특수학교 설립이 현실로 드러나는 올해에는 전국적으로 확산될 것이 분명하다.

곧 다가올 2월에는 지난해 실시한 일제고사 결과가 지역교육청 단위까지 공개된다. 그러면 시도별, 군구별 학력격차가 확연히 드러나고 여기에 언론매체가 결합되면 각 학교의 서열화는 시간문제다. 게다가 올해 말에는 학교선택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된다. 학부모들은 이미 알고 있는 각 학교에 대한 정보를 기반으로 명문학교를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이에 물 위에 오른 기피학군과 기피학교는 학생 수 감소, 정부지원 축소의 악순환을 겪게 되고 학군ㆍ학교 간에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촉진되므로, 이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앞으로 우리는 초중학생 입시 경쟁 과열과 사교육비 팽창 등으로 인한 교육 양극화의 비극을 체감하게 될 것이며, 이 모든 것이 서울지역에서부터 시작되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 뜨거운 감자, 3불 정책 폐지 논란
다음으로 올해 예상되는 쟁점 중 하나는 대입자율화로 인한 ‘3불 정책(고교등급제, 본고사, 기여입학제)’ 폐지의 논란이다. 이는 자율형 사립고 등 특수학교 설립으로 고교등급제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예상과 더불어 지난해 대교협 관계자들의 ‘3불 폐지’ 발언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올해가 평준화 해체의 원년이 될 것이라는 각계의 분석은 이에 근거한다.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 시절 대입 3단계 자율화 방안을 발표했다. 1단계로 대입전형기본계획 수립 기능을 교육부에서 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로 이양하고, 2단계로 수능 응시과목을 최대 4개로 줄이며, 3단계로 2012년 이후 대학 입시를 완전히 대학 자율에 맡긴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대입전형을 대학 간 협의로 결정할 수 있도록 조치했고, 수능 응시과목은 2012학년도부터 선택과목수를 1개 줄였다.

대입전형에 대한 권한이 대학으로 이양되자마자, 한동안 잠잠했던 3불 정책 폐지 주장이 물위로 떠올랐다. 대교협은 지난해 8월 2010학년도 대입전형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혼란을 줄이기 위해 2010학년도 입시까지는 3불 정책을 유지하겠지만 2011학년도 이후에는 3불을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11월 말에는 대교협 박종렬 사무총장이 “고교등급제, 본고사를 실시해도 큰 혼란이 없을 것”이라며 3불 정책 무력화를 시사했다. 올해는 1월에 있을 대교협 정기 총회에서 3불 정책 폐지 여부에 대한 대학들의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져 이제 3불 정책에 대한 사회적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정부의 대학자율화 정책은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자율화’라는 그럴듯한 명목 하에 교육의 공공성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규제 장치들을 없애기 위한 방안임을 알 수 있다. 3불 정책 폐지 역시 마찬가지다. 학생들의 출신 학교를 따져 입시에 적용하는 고교등급제가 실시되면, 곧 실시될 학교정보 공개, 학교선택제 등과 맞물려 지역과 학교 간 학력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고교서열화가 촉진된다. 특정교과의 고교 교육과정 외의 지식을 묻는 본고사 역시, 80년대 실시됐다가 사교육 급증과 학생들의 과도한 학습부담, 학교 교육과정 파행 운영 등 여러 가지 부작용으로 폐지된 바 있으며 이로 인해 본고사가 부활하면 사교육이 광범위하게 활성화 된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바다.

                          [그림 1] 1985~2005년 GDP 대비 유사 사교육비 추계치의 비중

                                출처 : 송경원(2008), <지난 20여년 간 사교육비 추이>


그럼에도 수도권의 몇몇 상위 대학들은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겠다는 일념 하에 교육의 공공성은 뒤로 한 채 3불 정책 폐지를 주장하고 있으며, 이명박 정부는 그러한 몇몇 대학들을 대변하는 대교협에 대입전형 권한을 넘겨주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고려대는 입시에서 일반고 학생보다 성적이 낮은 특목고 학생을 우선 선발했고 일부 대학들은 논술시험을 은근슬쩍 본고사 유형으로 바꿔 출제했으나 대교협은 이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대학자율화에 따른 입시정책의 변화는 ‘인재 양성’의 측면에서 어떻게 하면 공평하고 타당한 방법으로 인재를 선발할 것인가를 기준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대학은 ‘입시의 자율화’만 외치고 영재를 둔재로 만드는 대학교육의 현실을 개편하는 것은 등한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과정에서 불거진 3불 정책 폐지는 지금까지 35년간 유지해온 평준화를 해체시키고 대학서열화를 극대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 전교조 죽이기, 보수화의 맥락
마지막으로 올해 쟁점이 될 이슈로는 교원평가와 ‘전교조 죽이기’를 둘러싼 논란이 있다. 2005년 이래 정부에서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는 교원평가제는 교사들의 반대여론이 거세 계속 유보됐으나, 올해 정부가 예정대로 2010년 시행을 목표로 교원평가 법제화를 마무리하고 평가 결과를 교원의 인사자료로 활용하겠다고 밝혀 충돌이 예상된다.

교사들이 교원평가를 반대하는 이유는 교육의 질이 아닌 학생들의 성적 순위를 중심으로 평가하게 될 것이고, 더욱이 학부모와 학생의 평가보다 교장ㆍ교감 등 상급자들이 매기는 점수에 의해 좌우되는 평가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경쟁이 교육의 발전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교사들을 학생 성적으로 한줄 세우는 경쟁이 아닌 교사 간 협력적 경쟁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가 질 높은 교원 양성을 최상위 목표로 두지 않는다면 현재의 교원평가안은 또다시 교사들의 반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또한 지난해 일방적 단체협약 해지, 보수단체의 이적단체 시비,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 허락한 교사 중징계 등 일련의 ‘전교조 죽이기’ 공세 역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교원평가를 중심으로 한 정부의 교육개악 드라이브에 제동을 거는 전교조에 지속적으로 흠집을 냄으로써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다.

그 근거로는 ‘2009년 교과부 업무보고’에서 밝힌 ‘교원노조법 및 교원노조 전임자 허가지침을 개정해 법ㆍ제도 및 관행을 바로잡고, 근로조건에 한정한 단체협약을 체결하겠다’는 계획을 들 수 있다. 교섭사항을 축소시키고 특히, 노조 전임자마저 정부의 허가를 받은 사람만을 인정하겠다는 이 방안은 노동조합에 대한 일반적으로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부당한 처사다. 새해를 맞이하며 각 보수단체들이 신년인사에서 2009년 공격 대상으로 전교조를 1순위에 올린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전교조는 이에 대해 “보수의 전교조 공격은 미래 비판세력을 죽이기 위한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지난해 촛불정국에서 중학생들의 적극적인 정부 비판 행동에 놀란 정부가 이후 선거를 대비해 그 싹을 자르려 한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교과부가 각계의 반대여론 속에서도 근현대사 교과서를 수정하고 서울시교육청이 보수인사들을 비싼 강사료를 지불해가며 각 학교에 모셔 현대사 특강을 진행한 것과 같은 정부의 ‘우향우’ 정책의 일환이다. 보수 이데올로기를 학생들에게 주입해 현 정부에 대한 비판세력을 제거하겠다는 정부의 발상은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교사들 특히, 전교조부터 무너뜨려야 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전반적인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을 반대하며 그에 대한 비판과 대안 만들기에 주력하는 전교조는 정부의 눈에 가시같은 존재다. 게다가 일제고사 사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정부는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면 교사의 파면ㆍ해임도 불사하지 않는 일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올해는 여러모로 정부와 교사들의 마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대란’이 불러올 국민적 저항 예고

새로 당선된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교육이 처해있는 위기를 실감하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무너진 공교육의 부활이 절실하다”며 부시 행정부가 추구한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이 잘못됐음을 시인했다. 그리고 아동낙오방지법(NCLB)을 수정해 일제고사를 없애고 교장 및 교사들이 주체적으로 커리큘럼과 평가과정을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또한 ’Zero to five’ 계획을 통해 0~5세 동안의 조기교육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학력 격차를 줄이겠다고 선포했다. 대대적인 교육개혁이 시작된 것이다.

신자유주의를 가장 앞장서 이끌어가던 미국이 교육정책에 있어 이와 같이 방향전환을 한 것은 신자유주의는 이제 경제 뿐 아니라 교육 분야에서도 낙후된 사조로 인식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는 여전히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교육개혁은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반드시 이루어낼 것”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2009년 신년연설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자유주의적 교육개혁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로써 2009년 올해는 교육대란의 본격화가 예고된다. 성적으로 한줄 세우기 정책과 학교서열화에 고통 받는 학생, 사교육 팽창과 교육 양극화에 자녀교육을 포기하기에 이르는 학부모, 본말이 전도된 교육현실에 정체성마저 혼란스러운 교사,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죄수의 딜레마’ 이론에서 두 죄수는 모두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백을 선택해 10년형을 살게 된다. 개개인의 최선의 선택이 결국 최악의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교육에 대한 개개인의 최선의 선택은 어떤 것일까. 그것은 다양한 양질의 사교육에 의한 학벌 상승이라는 현실적 선택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그러나 이는 최악의 결과를 불러올 것이 뻔하며, 돌아보면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에 의해 강요된 선택일 뿐이다.

지난해 여중생들이 ‘미친 교육’을 반대하며 일어난 촛불정국으로 정부는 영어몰입교육 계획을 일부 철회했고 0교시, 야간자율학습 실시에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교육대란이 예고되는 2009년 올해, 정부가 이 미친 질주를 멈추지 않는다면 거리는 또다시 학부모와 학생들의 촛불로 가득 메워지지 않을까.

최민선/새사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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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08.12.23 10:17

전교조 교사 7명이 중징계를 당했다. 4명은 해임, 3명은 파면 조치 됐다. 지난 10월에 치러진 일제고사에서 학부모의 허락 하에 거부의사를 밝힌 학생들에게 체험학습을 허락한 것이 그 이유다. 89년 전교조 출범 후 교사가 대량으로 해직된 이후 20년 만에 벌어진 초유의 사건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와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의 ‘전교조 죽이기’ 합작품이라 볼 수 있다.

MB 정부의 전교조 죽이기 ‘융단 폭격’

비단 이번 사건 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집권 1년 간 전교조는 전방위적 압박에 시달려왔다. 올 상반기 ‘미친 소, 미친 교육 반대’를 외치며 들불처럼 일어난 촛불 정국에서 정부는 난데없이 전교조 교사를 그 배후세력으로 몰아갔고, “전교조에 휘둘리면 교육이 무너집니다”라는 플래카드를 서울 곳곳에 나부끼게 했던 공정택 교육감은 당선 후 전교조와 체결한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다.

이에 가세한 보수우익단체들은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으로 결집해 전교조를 이적단체로 고소하는가 하면, 전교조 소속 교사의 명단 일부를 인터넷에 공개해 물의를 빚었다. 그들은 또한 “전교조로부터 어린 영혼을 지켜내기 위한 ‘학부모 가이드북’을 무료로 나눠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신문에 광고를 싣고, 그 가이드북을 통해 ‘전교조 교사가 많은 학교는 명문대 진학률이 낮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시키기도 했다.

게다가 교사들을 중징계 내릴 때와 같은 시기인 11일에는 서울지방검찰청이 주경복 후보 선거자금 지원 의혹을 이유로 전교조 서울지부 사무실을 기습 방문해 압수수색을 벌였고 22일에는 전교조 서울지부장 등 간부 3명을 체포했다. 학원장과 교장들에게 18억 원의 선거자금을 지원받은 공정택 교육감의 비리 사건에 대한 수사에서는 아무것도 밝히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이번 압수수색이 ‘전교조 표적수사’라는 비판을 받는 것은 당연한 처사다.

이러한 때, 20주년을 맞은 전교조에 새로운 지도부가 선출됐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위원장-수석부위원장은 “MB식 경쟁교육을 넘어 전교조, 변화의 중심으로”라는 슬로건을 걸고 51.7퍼센트의 득표를 얻은 기호1번 정진후-김현주 후보다. 이들은 과연 전교조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을까.

국민과 함께 교육개혁의 토대 만들기

사실 현재의 전교조의 위기는 외부의 압력에 의한 것만은 아니다. 전교조 창립 후 소속 교사들의 참교육을 향한 열정과 의지에 박수갈채를 보내던 국민들이 ‘조합이기주의’라며 전교조를 외면하기 시작하면서 누적돼 온 것이라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정진후·김현주 당선자는 구조조정론을 앞세운 7차 교육과정 폐지 투쟁, 네이스 투쟁, 교원평가 반대 투쟁 등 교원정책 중심의 투쟁을 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꼽고 국민과 함께 하는 이명박 교육정책 반대 연대전선을 형성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폭넓은 연대로 대중성과 정치력을 확보해 2010년 지자체 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16개 시도교육감 선거에서 이명박 교육정책을 심판하고 정책의 전환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으로 인한 국민들의 고통과 불만은 매우 높다. 0교시, 야간자율학습 등의 규제를 푸는 학교자율화 조치부터 일제고사 실시, 국제중/자사고와 같은 특수학교 설립 등 정부의 정책으로 입시경쟁 구도가 강화되고 전체 교육은 소수의 부유층을 위한 것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시기에 전교조가 교사의 이익을 위한 것보다 국민과 소통하며 참교육을 위한 정책을 앞세우겠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불과 1년 만에 교육 전체를 뒤흔들며 시계를 거꾸로 되돌리려는 이명박 정부의 독주를 멈추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국민 모두의 힘을 모으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왜곡되고 뒤틀린 교육시스템은 교사 뿐 아니라 국민 모두가 주체가 되어 그 방향과 내용을 수립해야 근본적인 개혁이 가능하다. 교사가 아닌 국민의 입장에서 교육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전교조를 향한 국민들의 차가운 시선을 돌리고 사회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올바른 교원평가제 만들어 실행하기

그런 의미에서 ‘뜨거운 감자’인 교원평가에 대해 그동안 전교조가 반대 입장만 고수하던 것과 달리, 당선자가 현재의 교원평가를 올바르게 발전시켜 실시할 의사를 밝힌 것은 중요한 대목이다. 기존에 정부에서 내놓은 교원평가 안은 교장/교감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근무평정이 큰 부분을 차지해 교사들의 반대여론이 높았다.

따라서 당선자는 학교에서 승진을 위한 점수 따기 도구로 인식되는 근무평정을 폐지하고 교장 승진제도를 개혁한다면 학교교육 혁신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평가제도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제대로 된 교원평가를 통해 부적격 교사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전교조가 찬반 입장을 넘어 올바른 교원평가 제도를 만들고 적극적으로 실행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그런데 국민과 소통하며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전환시키겠다는 당선자의 공약에는 폭넓은 연대에 대한 언급만 있을 뿐 국민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현경로가 없다. 당선자는 공약을 통해 ▲시민단체와 연대해 국제중, 자사고, 특목고, 일제고사 저지 ▲어린이, 청소년 건강기본법 제정 및 친환경 우리 농산물 급식 운동 전개 ▲학급당 학생수 감축, 교원정원 확보, 교장 공모제 실시 확대 투쟁을 그 구체적 계획으로 밝혔다.

그러나 국민과의 소통은 시민단체와의 연대로 좁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교육문제는 온 국민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핵심의제로 떠올랐다. 극심한 경기불황 속에서도 늘어만 가는 사교육비는 평범한 서민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으로 한계를 넘어섰다. 80년대 전교조 설립 당시 일어난 참교육 운동이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었듯, 전교조가 전체 국민의 교육에 대한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며 국민과 함께 하겠다는 보다 근원적인 각오가 필요한 시점이다.

MB식 경쟁교육 넘어설 대안 찾기

전교조의 위기에 또 다른 이유로는 구체적인 대안 없이 대규모 연가투쟁이나 농성 등 반대 투쟁만을 반복했다는 점이 지적된다. 내용이 옳다 하더라도 ‘그렇다면 어떻게 바꿀 것인가’ 하는 대안을 함께 제시하지 못하면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없다. 이에 대해 당선자는 기자회견에서 “사안마다 무작정 힘으로 맞서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현안에 따라 투쟁의 수위는 다르게 판단해야겠지만 전교조가 주장하는 내용과 그 대안이 무엇인지 국민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라고 밝혔다.

당선자가 ‘MB식 경쟁교육’을 넘어설 수 있는 대안으로 내놓은 정책으로는 교육복지체계 확립과 새로운 학교운동이 있다. 당선자는 교육복지 확대를 위해 교육여건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농어촌교육특별법 제정과 교육격차해소법 등 소외 지역과 계층의 교육복지를 확대하며, 새로운 학교운동을 위해 21세기에 필요한 학교교육의 상을 연구하고 실천하여 모범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현재 이명박 정부가 추구하는 소수의 인재 양성이 아닌 모든 학생의 다양한 잠재력 개발을 위해 부실한 공교육 환경을 개선하고, 이를 토대로 미래 사회에 걸맞는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학교 대개혁을 시작하겠다는 의지다. 입시경쟁 교육과 사교육 문제가 ‘공교육의 위기’로 인해 야기된 것으로 돌리려는 정부의 이데올로기 공세와 학부모들의 질 높은 공교육에 대한 요구 속에서 이러한 교사들의 노력은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교육은 학교를 내적으로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보이는 당선자의 공약으로는 참교육연구소를 확대 개편하고 교사와 진보적 학자 간의 연구 네트워크를 만들어 교육철학과 담론, 대안을 생성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하는 것이 있다. 각각의 현안에 대한 대안을 창출하는 것보다는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교육개혁이 필요한 우리의 교육 상황에서 이런 계획은 장기적으로 큰 효과를 낳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교사와 학자만이 아닌 국민과의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성해 ‘MB식 경쟁교육’을 넘어 국민이 바라는 교육을 만들기 위한 대안을 설계하는 교육전문가로서의 전교조를 기대해 본다.

한편, 전교조 내적으로는 조합원과의 소통을 원활히 만들지 못하고, 정파 간 다툼으로 하나의 단일한 의견을 모아 힘을 집중해 사업을 추진하지 못한 것도 전교조 위기에 한 몫을 차지한다. 이에 당선자는 조합원 의견조사를 상설화하고 조합원 총 투표제를 도입해 주요 교육정책에 대한 전교조의 방향을 설정하고 연가 투쟁 등의 주요 전술과 전교조 장래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조직구조 개편 결정에 조합원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러한 정책은 교사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중요한 토대가 될 수는 있지만, 정파 간 차이를 뛰어넘는 단결을 이루기 위한 방안으로는 역부족이다. 이번 선거에서 경합을 벌였던 각 후보들의 정책들을 분석해 전교조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내용은 적극 포용하는 등 통 크게 단결하는 모습이 요구된다.

당선 후 첫 과제, 일제고사 반대...학생의 학습권 지키기

이번 전교조 선거에서는 지난 활동에서의 과오를 반성하고 혁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전교조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적 여론과 안팎의 위기의식이 이러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당선자 역시 그에 맞춰 교원정책 중심의 투쟁보다 국민과의 소통으로 이명박 정부의 경쟁 위주의 교육시스템을 전환하는 데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표명했다.

그런데 이들이 한 발짝 내딛기도 전부터 이명박 정부의 ‘전교조 죽이기’ 작전은 치밀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현재 전교조가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길은 21세기에 맞는 참교육에 대한 대안과 실천으로 국민적 지지를 얻고 국민과 함께 교육개혁을 해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일제고사에서 체험학습을 허락해 징계를 받은 교사들과 동료교사는 서울시교육청 앞으로 촛불을 들고 모였다. 학부모들은 대책위를 만들어 부당 징계 철회를 주장했다. 학생들은 23일에 있을 중학교 1·2학년 대상의 전국연합학력평가 때도 현장학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국의 아이들에게 같은 시험을 치르게 하는 일제고사는 아이들을 성적으로 한줄 세우며 창의적이고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방해하는 입시경쟁 강화의 한 방편이다. 이러한 일제고사의 부당함을 알면서도 아이들이 희생양이 되도록 놔두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교사의 상일까. 이는 교사가 아닌 학생의 학습권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다.

그럼에도 아직 다수의 학부모는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떻게 선생님이 학생들 시험을 안 보게 하지?’ 라는 식의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 당선자는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 국민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설득하며 헌신적인 문제제기를 지속해야 한다. 그리고 그전에 교육을 걱정하는 국민들과 함께 학생들의 성적 평가에 대한 전반적인 상과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현재의 일제고사와 다른 방식으로 어떻게 보다 교육적이고 질적인 학생들의 학습 성취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지를 밝혀주어야 진정한 교육대안 세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거원초등학교 박수영 교사 외 해임교사들은 아직 출근을 하고 있다. 특히 박 교사는 아이들이 졸업할 때까지 함께 공부하는 자신의 꿈을 지키기 위해서다. 교장은 시설보호 요청을 빌미로 경찰을 학교 안까지 불러들였다.

“우리 선생님을 쫓아내지 마세요. 우리가 선생님 지켜줄게요.”

해임된 선생님과 끝까지 수업을 하기 위한 학부모와 아이들의 눈물겨운 싸움이 시작됐다. 전체 교사의 뜻을 모아 줄 세우기식 경쟁교육이 아닌 학생 모두의 자아실현을 위한 교육을 추구하겠다는 새로운 집행부의 의지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적극 표출되기를 바란다.

최민선/새사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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