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 09 / 29 이은경/새사연 연구원

한국 사회지출의 방향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제목을 눌러 주시면 됩니다.

[목차]

1. 유럽 재정위기, 복지병 때문이다?

2. 남부유럽 복지체제의 특징

3. 사회지출 및 사회정책의 체제별 차이

4. 미국 경제위기, 재정적자 때문이다?

5. 우리나라의 시사점

[요약]

그리스는 재정위기에 대한 유일한 해답이 디폴트선언밖에 없다는 진단을 받고 있으며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와 디폴트 선언은 유럽의 재정위기를 더욱 가중시켜 스페인,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으로 이어지는 소위 PIGS 국가의 추가 위기직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남부유럽의 경제위기는 과도한 복지지출로 인한 국가 재정악화가 핵심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그러한가?

남부유럽 국가의 재정위기가 복지지출 때문이라는 지적은 옳지 않다. 경제기초의 취약성에 금융위기가 덧붙여지면서 위기가 표출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오히려 효율적이지 못한 복지체계가 경제위기를 맞아 내수확대를 통한 경기회복과 사회불안정요인 해소라는 생산-복지 선순환구조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리스 복지체제의 문제는 복지지출이 과한 것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제도를 설계하지 못한 나타나는 비효율에 있다. 2007GDP 기준 그리스의 공공지출 규모는 21.3%OECD 평균 19.3%를 웃도는 평균 이상의 지출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리스에서 복지지출은 인적자본 구축, 여성의 사회진출 보장,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충과 같은 생산- 복지 연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사회구성원의 안전망의 역할도 제대로 못해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남부유럽, 그중에서 그리스는 복지유형에서 대표적인 가족중심 복지체제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복지체체는 남성가장의 소득, 연금에 집중적 투자를 해온 반면,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사회서비스 확충 등 사회투자적 성격의 지출은 매우 낮다는 특징을 지닌다. 이러한 복지체제는 재정압박 속에서 재량적으로 복지를 확충할 수 있는 재정여력을 감소시켜 생산-복지가 선순환될 수 있는 사회투자적 성격의 지출 확대가 어렵다. 또한 강력한 이해당사자가 존재하는 연금영역의 개혁이 쉽지 않은 탓에 복지지출의 합리적 개혁은 더욱 어렵게 되고 그 갈등이 청년세대의 갈등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며칠 전 발표한 미국 가계소득, 빈곤, 건강보장에 관한 통계치에서는 경제위기 이후 그 파장이 미국민의 중산층 이하 가구의 삶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경제위기 이후 일년간 가계소득의 낙폭이 이번 경제위기 이후 가장 크며(-2.3%) 중상층 중 15-24세와 장애인 가구의 소득감소가 제일 컸다. 빈곤율은 198315.2%이후 두번째로 높은 15.1%, 빈곤수는 통계작성이후 최대치를 보였으며 역시 18세 미만 아동빈곤율의 상승이 가장 높았고 특히 여성가구주 아동빈곤율은 40.7%에 달했다. 실업률이 크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기업건강보험 가입율은 8762.1%에서 201055.3%로 감소했고 그 결과 공공보험 비율은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23.3%->31%) 전체 비보험비율은 12.9%에서 16.3%로 크게 상승했다. 아동에 대한 보험확대 정책의 결과 24세 미만의 비보험비율은 2%감소했으나 35-65세 사이의 비보험비율이 상승한 것으로 조사되어 실제 경제위기와 실업으로 인한 실업자의 건강보험 문제가 심각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정부가 발표한 재정긴축안이 시행된다면 1조원을 투입하기로 한 건강보험 미가입자 해소정책은 표류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연달아 추진될 사회안전망 축소정책은 심각해지고 있는 중산층의 소득감소, 저소득층의 빈곤, 건강보험 미적용자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분석결과는 한국사회에서 사회지출 총량에 대한 새로운 합의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자연 증가되는 고령관련 사회지출을 감당하기도 어려운 재정현황에서 4대보험 기금고갈론을 내세운 복지축소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이러한 현실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사회지출은 그 사회가 필수적으로 달성해야 할 공적 가치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며 새로운 경제체제의 파고속에서 경제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위력한 수단이기도 하다. 빈곤층이 빠르게 증가하고 복지가 사회안전망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불안요소는 확대되고 있다. 전통적 복지확충의 필요성은 매우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생산-복지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사회투자성격의 사회지출의 필요성이 추가로 제기된다. 서구의 사례는 전통적 사회위험인 고령, 의료, 빈곤 부조 등을 튼튼하게 구축한 토대위에 적극적 공적사회서비스 구축, 인적자본과 사회투자성격의 사회지출을 통해 적극적 사회정책을 집행하는 시스템의 우월성을 보여준다. 한국의 상황은 현재 수준에서 사회지출을 점차적으로 증가시켜서는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에 도달해 있다. 빠르게 증가하는 고령인구는 현 사회지출 재정의 획기적 전환 없이는 현존하는 기본적 복지도 충당할 수 없는 상황임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생산-복지가 선순환 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위한 지출도 매우 시급하다. 저출산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은 사회서비스 확충을 통한 여성일자리 문제와 노동시장의 양극화문제를 같이 풀어야 함을 보여준다.

답은 명확하다. 적극적 재정정책을 통한 세수확보, 국가의 적극적 역할을 통한 공적사회지출의 확대, 사회서비스 확충, 합리적 사회보장시스템의 구축 등이 그것이다. 또한 시간이 많지 않다. 서구에서는 우리보다 3-5배 늦은 고령화속도에 나름대로 대응해 왔으나 여전히 세대간 갈등은 심하고 안정적 사회시스템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0년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노인인구를 가진 국가 중 하나가 될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사회지출 총량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신뢰에 기반한 국가의 적극적 역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이다. 이미 상당수준의 조세확충과 그를 통한 적극적 사회지출을 하고 있는 선진국에서조차 금융거래세, 부유세, 탄소세 등 부유층에 대한 증세 논의가 활발하다. 대기업과 부유층의 사회기여도가 매우 낮은 한국 상황에서 부자감세, 수출중심의 대기업 활성화를 통한 적하효과는 더이상 논의할 가치가 없는 대안이다. 지금 당장 사회적 합의와 강제를 통한 부자증세를 도입하고 적극적 사회지출의 합리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 PDF파일 원문에서는 그래프를 포함한 본문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10.07.12 15:01
다시 부활한 Treasury View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보고서 제목을 눌러주시면 됩니다.

[요약문]

지난 달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선진국 경제는 2013년까지 재정적자를 적어도 절반 줄이고, 2016년까지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을 줄이거나 안정화시킬 재정계획을 공언"한다고 발표하였다. 금융위기를 예견하지도 아무런 대안도 내놓지 못하며 숨죽이고 있던 '신자유주의 경제학'이 'Sovereign-debt crisis(국가재정위기)'라는 용어를 빌려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정부의 재정정책이 한 나라의 경제적 활동과 실업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주장은 통상 Treasury view에서 그 이론적 뿌리를 찾는다. 1920년대 영국 재무성 관료들은 정부지출을 늘리면 그 만큼 민간 지출이나 투자가 줄어들기 때문에 경제적 활동에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주장한데서 비롯되었다. 정부의 권한을 줄이기 위해 감세, 민영화, 규제완화 등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며, 시장과 개인의 책임을 극단적으로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의 이론적 근거로 주류경제학은 이를 잘 활용하고 있다.

이에 비해 재정정책의 유효성은 대공황 이후 케인즈의 유효수요 원리로 잘 설명되고 있는데, 개념적으로는 미국의 경제학자 러너(Lerner)의 '기능적 재정(functional finance)'으로 설명할 수 있다. '기능적 재정'에서는 재정정책은 총수요가 부족한 현실 경제에 수요 창출이나 실업 극복 등 경제적으로 바람직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실제 기능이나 효과를 지니고, 이와 관련해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게 된다.

개별 국가에서 재정정책이 올바로 집행되기 위해서는, 이에 필요한 국제적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현 시기 G20에 진정으로 필요한 국제적 공조다. 장기적으로는 달러체제를 극복해야 하며, 단기적으로는 특별인출권(SDR) 확대와 지역별 통화기금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국제적 투기자본의 이동을 규제해야 한다.

다음으로, 기업의 막대한 이윤이 투자로 전환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미국과 영국에서 금융위기를 전후로 기업은 막대한 현금을 축적하고 있음에도 기업의 투자는 GDP의 10% 이하로 줄어들고 있다. 기업은 노동자를 해고하고 임금을 줄여 비용을 삭감하면서 이윤이 늘어나고 있지만 투자는 오히려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기업의 자본소득(capital gain)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금융규제와 안정, 그리고 최저임금 인상 등의 조치가 실시되어야 한다.

또한 재정정책에서 '신뢰'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재정적자는 결국 국민이 져야 할 부담이다. 침체기에 재정적자를 늘리더라도 회복기에 재정흑자를 통해 건전한 재정을 달성하는 것은 정치적 '신뢰'로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오늘의 '빚'이 내일의 '수익'으로서 비전을 제시해야 그 빚을 사회적으로 동의할 수 있다.

여경훈 khyeo@saesayon.org
해당 연구원 게시판 바로가기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10.07.06 13:55
재정정책에 관한 국제공조의 딜레마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보고서 제목을 눌러주시면 됩니다.

최근 독일과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재정지출 축소 움직임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경제위기의 재발을 우려하면서 경기부양책을 지속해 나갈 것을 주장하는 미국의 입장과는 상반된 것이다. 이 두 글로벌 리더 그룹의 입장차는 최근에 캐나다 토론토에서 있었던 G20정상회의에서 크게 부각되었고, 결과적으로 단일한 금융안정화 정책 틀을 만들어 내고자 했던 G20의 원래 목표도 불투명해졌다.

유럽 국가들의 입장은 현실의 경험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그리스에서 시작해 스페인으로 재정위기가 확산되면서, 유로권의 존폐여부까지 논란이 되었다. 이런 상황을 겪고 나서 기존의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 정책기조를 유지할 순 없다. 재정지출에 대해 조심스런 입장을 가지게 된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토론토 G20정상회의에서도 유럽 쪽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2013년까지 재정적자 규모를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기로 합의가 되었다. 또한 개별적으로 이미 예산축소가 시작되었다. 영국은 2011년 GDP에 2퍼센트에 해당되는 예산을 삭감하기로 결정하면서, 현재 GDP의 11퍼센트를 웃도는 재정적자를 2015년까지 1퍼센트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선언했다. 그리스는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2014년까지 GDP의 10퍼센트에 해당하는 예산을 줄이기로 결정했고, 스페인도 자진해서 GDP 대비 11퍼센트 수준인 재정적자를 2013년까지 3퍼센트 정도로 낮추겠다고 선언했다.

한편, 현재 상황에서 재정지출 규모를 축소하면 더 큰 위기를 몰고 올 수 있다는 경고도 매우 강력하다. 오바마 대통령의 G20정상회의 서한에서는 염려 수준의 언급만 있었지만, 뉴욕 타임스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폴 그루그먼은 재정긴축을 강행하면 “제3의 공황이 닥칠 수 있다”고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2010/06/27). 크루그먼의 주장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873년에 시작해서 1896년까지 지속된 장기공황을 (The Long Depression)을 첫 번째 공황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1930년대 대공황을 두 번째 공황으로 꼽을 수 있다. 현재의 위기도 자칫 이 두 전철을 밟을 수 있다. 과거의 두 공황이 지속적인 침체로 일관한 것은 아니다. 중간에 성장을 이루는 등 회복의 기미를 뚜렷이 보이기도 했다. 현재의 경기회복에 대해 너무 낙관적 태도를 취하여 그동안의 부양정책을 갑자기 철회하면 “1933년 경기회복기가 대공황의 끝이 아니었듯이, 현재까지 이룬 경기회복도 제3의 공황의 한 국면으로 후대 역사가들이 기록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된다.

때맞춰 나온 미국경제의 악재들

크루그먼의 경고와 있은 후 최근 열흘간 미국의 주식시장은 연속적 하락세를 보였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연일 발표된 경제지표들이 기대보다 좋지 않게 나온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실업률, 신규주택 매매, 제조업지수, 소비자신뢰지수 등 여러 주요 지표들이 경기 회복세가 주춤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림1] 미국의 제조업지수와 소비자신뢰지수 변화

출처: Bloomberg, The Institute for Supply Management

먼저 미국 공급자협회(ISM)가 발표하는 제조업지수의 경우 전월의 59.7에서 56.2로 떨어지면서, 지난해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컨퍼런스 보드에서 조사 발표하는 소비자 신뢰지수의 경우에는 전월 62.7에서 52.9로 16퍼센트 가까이 급격한 하락을 보였다. 이런 변화는 고용시장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미국의 실업률이 줄지는 않았지만, 매월 꾸준히 고용자 수가 증가해 왔다. 하지만 6월 들어 농업부문을 제외한 전체 고용자 수가 12만 5천 명 줄어들었다. 실업률은 5월의 9.7퍼센트에서 9.5퍼센트로 조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는 경제활동 인구가 65만 명가량 감소해서 나타난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인구센서스 조사원으로 55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단기적으로 창출했는데, 이 중 22만 5천 개의이 계약이 만료되면서 전체 경제활동 인구도 줄어들고, 고용자 수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도 약 34만 명이 인구센서스 조사인력으로 남아 있어, 앞으로 계약이 만료되면 추가로 고용자 수가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시장도 침체되긴 마찬가지였다. 미 상무부가 발표한 5월 신규주택 판매 실적은 전월보다 32.7퍼센트가 줄었다. 전년동기 대비로 18.3퍼센트 축소된 것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50만 채 이상의 신규주택 판매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를 훨씬 밑도는 30만 채만 판매되었다고 한다(경향신문, 2010/06/24). 이번 전 세계 경제위기가 미국의 주택시장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 지표는 투자심리가 여전히 위축되어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잘 보여준다.

어느 쪽이 맞나?

유럽의 재정위기에 이어 나온 최근 경기회복세의 둔화는 더블 딥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재정지출을 줄여도 문제, 늘려도 문제다. 어느 쪽의 진단이 맞는지 상관없이 위기가 장기화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The Economist에서 양쪽 모두를 비판하면서, 다소 ‘균형 잡힌’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볼 것을 제시하고 있어 이를 소개하도록 하겠다("Austerity alarm", 2010/07/01). 이코노미스트지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양쪽 모두 문제를 너무 단순화시키고 있다. 크루그먼의 조잡한 케인즈주의는 기업과 가계의 경제활동과 미래 재정수입과 지출에 대한 그들의 기대와의 관계를 과소평가한다. 예를 들어, 선진국의 기업들은 현재 유보금을 쌓아 놓고 있다. 그들이 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소비수요가 약하기 때문이기보다는 정책적/금융적/재정적 불확실성과 좀 더 깊은 관계가 있다. 만약 정부가 이런 우려를 적절히 해소한다면, 기업인들은 투자를 시작할 것이다. 재정긴축을 옹호하는 쪽도 위험천만한 과장을 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그들은 1990년대에 캐나다와 스웨덴 같은 나라들이 재정적자를 줄이면서 경기부양에 성공한 사례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그 당시 해당 국가들은 이자율을 급격히 낮출 수 있었고, 자국통화의 평가절하도 할 수 있었다. 지금은 이런 정책을 쓸 수 없다. 이미 이자는 더 이상 낮아질 수 없는 수준이고, 잘 사는 나라들의 통화가치를 한꺼번에 낮출 수도 없다. 이런 수단이 없는 상태에서, 재정긴축이 성장을 촉진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없다.

두 주장 모두 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일부 언론과 경제학자들은 더블 딥이 온다와 안온다로 극명한 의견차를 보이며 예언을 하고 있지만, 해결책을 제시하진 못한다. 그 와중에도 눈여겨 볼 주장이 있다. 스티글리츠 교수를 중심으로 그를 따르는 일단의 전문가들은 크루그먼과 비슷하게 긴축정책에 대한 반대 주장을 펼치지만, 그들은 국가적 차원의 사회적 보장체제를 강화하는 것과 세계적 차원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적 공조를 강조한다(스티글리츠 유엔 보고서The Stiglitz Report). 사회적 약자 계층과 개도국이 경제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들을 중심에 놓고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설계한 위기 대응책이 금융부문의 변동성을 낮추고 경제 전체의 불안정성도 완화하면서, 동시에 안정적인 성장의 회복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은 재정지출을 늘리느냐 마느냐보다는 지출을 통해 어떤 정책을 펼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처럼 재정지출 확대가 4대강 사업을 신속히 종결하는 것에 맞춰진다면 미래에 환경재앙과 더불어 경제적 재앙이 닥칠 수 있다.

박형준 hjpark@saesayon.org

해당 연구원 게시판 바로가기



신고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