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3.15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소비자 물가지수(CPI·Consumer price index)라는 것이 있다. 국민들이 느끼는 물가수준을 지표화하고 인플레이션에 대한 정책적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만들어 내는 통계지표 중 하나다. 우리나라의 경우 매달 세 번씩 전국 32개 도시의 1만2천개 소매점포에서 거래되는 500여종의 상품과 서비스를 통계청이 현장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발표한다. 적지 않은 인력과 장비가 지속적으로 투입돼야 함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많은 상품을 인터넷으로 구매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소매 판매액에서 온라인 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처음으로 10%대를 넘어 10.5%를 기록했다. 앞으로도 계속 비중이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 시장이나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고팔 때는 데이터로 기록되지 않지만 온라인 쇼핑은 모두 데이터로 저장된다. 누가 언제 어느 쇼핑몰에서 무슨 상품을 얼마 주고 샀는지, 결제수단은 무엇이었는지, 계좌는 어느 은행을 이용했는지 모조리 기록된다. 

그렇다면 단번에 이런 상상이 가능할 것이다. 굳이 통계청 직원들이 매달 몇 번씩 전국 시장을 돌아다니며 물가를 조사하고 이를 컴퓨터에 입력해 소비자 물가지수를 만들 필요가 있을까. 온라인에서 저장되는 데이터 분석으로 곧바로 소비자 물가지수(CPI)를 계산할 수 있지 않을까. 

정답은 "그렇게 할 수 있다"이다. 세계적인 검색회사 구글의 ‘구글 가격지수(GPI; Google Price Index)’가 그것이다. 온라인 거래는 아직 소비자들의 부분적 구매행위이므로 제대로 가격변동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구글측에 의하면 2008년 이후 각국의 인플레이션 조짐 등에 대해 구글 가격지수가 해당국보다 먼저 파악할 수 있었다고 할 만큼 정확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유형의 데이터 분석과 활용기술이 최근 각광받고 있는 ‘빅 데이터(Big Data)’ 기술이다. 인터넷을 통해 쌓이는 엄청난 정형·비정형 데이터와 클릭 스트림·로그기록을 그냥 버리는 것이 아니라 분산처리 기법과 정교한 데이터 분석방법을 통해 과거에 불가능했던 의미 있는 결과를 유도해 내는 것이다. 구글이나 야후, 국내의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업체들이 이 분야에 먼저 뛰어들고 있는 중이다. 

분명히 중요한 기술적인 진보이며 우리의 삶을 더욱 개선시켜 줄 것이다. 구글 가격지수와 유사하게 구글 독감 트렌드(Google Flu & Dengue Trends)라는 것도 있다. 사용자들의 검색어에서 독감 관련 빈도가 증가하면 이를 분석해 독감발생 추이를 예측해 주는데, 미국 질병관리국(CDC)이 엄청난 인력을 동원해 예측하는 것과 거의 일치했다고 한다. 상업적인 회사인 구글이 자사의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 세계에 비영리 서비스를 해 주고 있으니 이 역시 의미가 있으며 우리의 삶을 더 낫게 만들어 줄 것이다.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서비스를 하고 있지 않지만.




그런데 구글에게 이렇게 호의적인 뉴스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지난해 말 조세회피 논란이 그 사례다. 구글이 2011년 세전수익의 80%에 해당하는 98억달러를 법인세가 전혀 없는 버뮤다로 옮겨 세율을 절반 가까이 줄였다는 것이 밝혀져 세계적인 논란거리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구글을 포함해 명성 있는 많은 미국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미국으로 보내지 않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다국적 기업은 소득의 원천지에 관계없이 전 세계 소득에 대해 미국 법인세 기준을 적용받는다. 

그런데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 가운데 해당국가에 법인세를 내고 난 나머지 세금은 그 수익을 미국으로 반입하는 순간 납부하게 되기 때문에 해외에서 번 소득을 미국으로 보내지 않고 있는 것이다. 2012년 현재 미국계 다국적 기업의 해외 자회사들이 해외 취득소득을 본국에 돌려보내지 않아 1조7천억달러의 현금이 해외에서 보관되고 있다는 것이다. 

재정적자와 증세 논란으로 수년째 미국 정치권이 극단의 대립을 하고 있고, 높은 실업 상황에서 사회보장 지출 감소로 수많은 미국 시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거대 첨단기업들의 세금 회피는 극적인 대조를 보인다. 구글이 세금을 내지 않는 공백만큼은 다른 누군가가 대신 내야 하거나 공공서비스가 줄어든다는 것이 아닌가. 구글의 조세회피는 명백히 많은 미국 시민들의 삶을 개선시키는 데 역행한 처사였다. 구글이라는 회사가 2013년 지금 시점에서 미국 시민의 삶에 기여하는 가장 긴급하고 우선하는 것을 정할 수 있다면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

새 정부 출범 보름이 지나도록 행정부 구성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논란의 중심이 되면서 정부조직개편에 대한 국회의 최종 통과가 지연된 사정이 있다. IT와 기술 융합이 범정부적으로 추진되면 분명히 우리 삶에 기여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기술이 모자라 세계가 경제위기에 빠졌고 기술혁신이 안 돼 세계 각국이 실업과 저임금으로 고통 받고 있는 중인가. 기술혁신은 대개의 경우 이로운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그것이 더 나은 삶을 사는 데 필요한 수단에 불과하다면 때와 조건에 맞게 강조해야 할 일이다.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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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2 / 07 / 27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세계 경제는 장기 침체에 들어섰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상태라고 한다. 이런 시기에 그래도 다른 국가보다 더 나은 상황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조건이 있다면 무엇일까?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국제정치경제학과 교수이며, <더 나은 세계화를 말하다>, <자본주의 새판짜기> 등의 저서를 쓴 바 있는 대니 로드릭(Dani Rodrik)은 다음의 세 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첫째, 공공부채가 적은 국가. 둘째, 대외의존도가 낮은 국가. 셋째, 민주주의가 발전한 국가.

과도한 공공부채는 정부가 적극적 재정정책을 펴는데 방해가 된다.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 때문에 경기 침체 극복을 위해 필요한 투자에 나서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공공부채뿐 아니라 민간부채도 적절한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데, 민간부채가 과도해지면 결국 정부가 감당해야 할 몫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에 대한 의존도, 즉 국제 무역이나 국제 금융에 기대는 정도가 높을수록 세계 경제 상황에 휘둘리게 된다. 새사연이 꾸준히 주장해왔으며, <리셋 코리아>에서도 썼듯이 내수중심, 소득중심의 경제가 필요한 때이다.

민주주의는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분배 문제를 두고 정치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중요하다. 그러한 충돌을 해결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는지,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에 대한 참여와 이해가 가능한지가 향후 국가 경쟁력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될 것이다.

대니 로드릭은 이런 조건들을 고려했을 때 향후 세계 경제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국가로 브라질, 인도와 함께 한국을 꼽고 있다. 왜일까? 한국은 세 가지 조건을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먼저 2011년 기준 우리의 국가채무는 420조 원으로 GDP 대비 34% 수준이다. 일본 199.7%, 프랑스 94.1%, 미국 93.6%에 비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하지만 국가채무 외에 공공기관 부채가 463조 원 존재한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세계 경제에 대한 의존도의 경우, 수출을 중심으로 경제성장을 해온 만큼 대외무역의존도는 100%에 가까우며, 외환위기 이후 실시된 자본유출입 자유화로 국제금융자본의 ATM(현금자동인출기)로 불릴 정도이다. 마지막 조건이었던 민주주의의 발전 정도에 대해서는 각자 판단해보도록 하자.

 

새로운 세계 경제의 승자

(The New Global Economy’s (Relative) Winners)

 

2012년 7월 3일

대니 로드릭(Dani Rodrik)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세계 경제는 단기적으로 심각한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있다. 유로존은 문제를 해결하고 파국을 면할 수 있을까? 미국은 새로운 성장경로를 찾을 수 있을까? 중국은 경제성장의 둔화를 반전시킬 수 있을까?

이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 앞으로 몇 년 간 세계 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결정해 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당면한 위기를 해결한다고 해도 장기적으로 세계경제가 어려운 국면에 접어든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그 어느 때보다도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어려운 상태이다.

현재의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하던지 심각한 부채, 낮은 성장률, 국내 정책을 두고 벌어지는 논쟁 등은 여전히 유럽과 미국에 남겨진 숙제이다. 유로존이 온전히 유지될 것이라는 최상의 경우에도, 유럽은 망가진 유럽연합을 재건설하기 위한 작업에 발목이 잡힐 것이다. 미국은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의 이데올로기 양극화가 경제 정책에 있어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게 할 것이다.

실제로 모든 선진국은 실업과 재정적자라는 문제와 함께 불평등의 심화, 중산층의 축소, 인구 고령화에 직면하고 있는데, 이는 정치적 충돌을 촉발할 수 있다. 이처럼 민주주의의 문제가 급격하게 움츠러들수록, 그 국가는 국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파트너가 되기는 어렵다. 그런 국가는 다자간 무역 체계를 유지하는데 덜 우호적이며, 그들에게 손해라고 여겨지는 경제 정책을 받아들이도록 하는데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중국, 인도, 브라질 같은 거대 신흥시장이 그 공백을 채우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신흥국들은 자신들의 국가 주권과 정책 사용 역량을 지키기 위해 날카로운 상태로 대응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경제 및 다른 문제에 있어서 국제 협력의 가능성은 더 낮아질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모든 국가의 잠재적 성장을 감소시키는 요인이 된다. 금융위기가 일어나기 전의 20년 동안 경험했던 세계 경제의 성장은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세계 전체의 경제적 불균형은 더 심해질 것이다. 상대적으로 더 불리한 국가와 유리한 국가가 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국가들은 세 가지 특징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을 것이다. 첫째, 공공부채가 높지 않을 것이다. 둘째, 세계경제에 과도하게 의지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경제성장의 동력은 외부보다 내부에 존재할 것이다. 셋째, 민주주의가 튼튼할 것이다.

공공부채를 적절한 수준으로 낮추는 것은 중요하다. GDP의 80~90%를 차지하는 부채는 경제성장을 방해하는 심각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부채는 재정정책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며, 금융시스템에 심각한 훼손을 가져오고, 세금에 관한 정치적 싸움을 촉발시키며, 분배에 관한 충돌을 유발한다. 부채를 줄이는 것에 집중하는 정부는 장기적 구조적 변화에 필요한 투자를 감당하기 어렵다. 호주나 뉴질랜드와 같은 몇 개 국가를 제외하고는 세계의 선진국의 대부분은 이러한 문제에 빠질 것이다.

브라질, 터키와 같은 많은 신흥국 경제는 최근 공공부채의 증가를 제어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민간 부문에서의 대출 급증을 막지 못했다. 민간 부문의 부채는 공적 책임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공공부채가 낮다고 해서 생각만큼 안전한 것은 아니다.

과도하게 세계 시장과 세계 금융에 의존하여 경제성장을 이루어온 국가 또한 불리할 것이다. 현재의 세계 경제는 취약해서 대규모의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거나 유출되는 상황은 좋지 않다. 터키와 같이 경상수지 적자가 막대한 국가는 시장 변동성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어 세계 경제에 휘둘리는 인질이 될 것이다. 중국과 같이 흑자가 큰 국가는 무역보복과 같이 중상주의 정책을 억제하라는 압력을 크게 받을 것이다.

국내 수요 주도의 성장은 수출 주도 성장보다 더 믿을 만한 전략이 될 것이다. 거대한 내수 시장과 풍부한 중산층을 가진 국가가 유리하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민주주의는 더 발전할 것이다. 왜냐하면 권위주의적 체제가 사라지면서 충돌을 조정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도의 민주주의는 아주 천천히 변화하거나 정체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협의와 협동의 장을 만들고, 사회를 동요와 충격으로 몰아갈 수 있는 사회적 집단에 반대하면서 다양한 사회 주체 간의 양보와 협의를 만들어 갈 것이다. (역주-인도는 지역 중심의 풀뿌리 민주주의가 잘 발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적 제도가 부족하다면, 분배문제를 두고 일어나는 충돌은 쉽게 사회적 저항이나 동요로 이어질 수 있다. 인도나 남아프리카의 민주주의는 중국이나 러시아보다 우월한 조건이다. 독재적인 지도자의 통치 속에 있는 아르헨티나와 터키 같은 국가는 향후 세계 경제에서 불리하다.

이러한 세 가지 요구조건을 만족시키는 국가는 거의 없는데, 이는 지금 세계에 닥친 새로운 위험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실제로 우리 시대에 가장 장대한 경제적 성장을 이룬 경우인 중국도 이 중 한 가지 조건만을 만족한다. 모두에게 힘든 시기가 다가올 것이다. 그나마 브라질, 인도, 한국은 다른 국가보다 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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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2 / 29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세계 석학들의 기고 전문사이트인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에 실린 장 피사니 페리(Jean Pisani-Ferry)의 "누가 그리스를 잃어버렸는가?(Who Lost Greece?)"를 요약 소개한다. 장 피사니 페리는 파리듀퐁대학교의 경제학 교수이며, 국제경제싱크탱크 브뢰겔(Bruegel)의 대표이다.

그리스 의회가 28일 밤 늦게 2차 구제금융을 얻기 위해 약 32억 유로(43억 달러) 규모의 추가 긴축 조치를 가결했다. 이는 유로존과 IMF로 부터 1300억 유로의 긴급자금을 구조받고, 국채 상각을 통해 1070억 유로의 부채 탕감을 받기 위한 조건이었다. 긴축 조치에는 전 공무원의 임금 삭감과 1300유로 이상의 연금 삭감 등이 포함되었다. 이로써 그리스는 2차 구제금융에 한 발 더 다가섰고 돌아오는 국체 만기일까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장 피사니 페리(Jean Pisani-Ferry)는 그리스 사태의 책임은 그리스 자체에도 있지만 유럽연합에도 있다고 비판한다. 그리스가 부패와 부채로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이지만 문제가 터졌을 때 적절한 대책을 취하지 못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 유럽연합의 책임도 크다는 것이다. 초기 대책이 너무 늦었고, 일관성 있는 방향이 부족했으며, 당장 예산 조정을 통한 부채 축소에 급급해서 경제 회복과 성장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음을 꼬집었다. 또한 인상적인 것은 정치적 연합체인 EU가 최저임금 삭감 등을 주장하면서 불평등을 조장한 것 역시 문제라고 지적했다는 점이다.

누가 그리스를 잃어버렸는가?
(Who Lost Greece?)

2012년 2월 28일
장 피사니 페리(Jean Pisani-Ferry)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유럽 사태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아직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리스의 국채 만기일인 3월 20일까지 그리스와 채권자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질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라 빚을 갚아야 할 날을 미룬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스가 약속한 긴축안을 실행하지 않고 유로존을 탈퇴하거나 혹은 채무불이행 선언을 해버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네덜란드, 핀란드, 독일의 몇몇 정치적 지도자들은 그리스가 왜 유로 존에 남아 있어야 하는지 매우 의문스러워했다. 아테네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마치 1920년대 독일인들이 전쟁 보상금에 대해 거세게 반발했던 것처럼 말이다.

“누가 중국을 잃어버렸는가?” 1949년 마오쩌둥의 공산당이 승리를 거둔 후 1950년대 미국의 전략가가 던졌던 질문이다. 조만간 유럽 역시 그리스를 두고 스스로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지게 될 것이다.

주범은 물론 그리스 자신이다. 그리스 정치인들의 무기력한 태도, 정부를 망친 이권정치,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 부패지수 순위 세계 80위, 이 뿐 아니라 그리스는 2011년 9월 그 해에 고소득자에게 부과되는 75개의 세금 중 31개만을 집행했다.

하지만 이런 이유들을 들어서 나머지 유럽의 책임을 용서해버리는 것은 너무 안이하다. 유럽 관료들의 첫 번째 잘못은 그리스가 2013년에는 회복될 것이라는 것을 가정한 비현실적인 구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몇 달을 끌어온 것이다. 그리스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몇 년, 아마도 십 년 쯤은 걸릴 것이 명백하다.

유럽의 두 번째 잘못은 대외 지급능력 위기에 대한 일관성 없는 대응이다. 두 가지 전략이 가능했다. 그리스의 국가부채를 초기에 감축시켜서 지급능력을 재빨리 회복시키거나 모든 유로존 국가의 집단적 평판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그리스의 부채에 대한 책임을 나눠지는 것이다. 둘 중 하나의 전략을 택해서 일관성 있게 진행시켰어야 하는데, 독일과 프랑스는 두 가지를 혼합하는데 합의했다. 이것이 상황을 악화시켰다.

세 번째 잘못은 우선 해결해야 할 문제를 잘못 선택한 것이다. 위기의 시작부터 IMF는 두 가지 문제를 진단했다. 바로 국가부채의 취약성과 심각한 경쟁력 상실이다. 불행하게도 정치가들은 전자에 주목했다. 그리고 태평스럽게도 구조적 개혁이 후자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스 정부는 빈약한 정치적 자본의 대부분을 경쟁력 있는 경제 건설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예산 조정에 투자했다.

현재 구제 프로그램은 선결 문제의 순서를 뒤집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예산 조정을 통한 국가 재정 강화보다 더 앞서 그리스 경제의 경쟁력 회복과 성장을 놓고 있다. 이 결정을 내리기까지 왜 2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는지 의문이다.

네 번째, 성장 대책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성과가 하나도 없다. 예산 조정 프로그램은 필수적으로 경기침체를 초래한다. 그리스는 원칙적으로 유럽연합의 예산에서 지역개발원조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충분히 이용되지 못했는데, 지역공동자금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유럽의 마지막 실수는 부채를 공정하게 부담해야 한다는 의지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기술관료기구인 IMF가 거시경제의 범주를 넘어서는 제안을 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EU는 정치적 결합체이며, 사회적 정의 실현을 근본 목표의 하나로 추구하고 있다. 때문에 EU는 최저임금을 깎으라고 요구해서는 안된다. 특히 소득세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상위 10%의 고소득자들이 벌이는 세금 회피를 부차적인 문제를 둔 채로 말이다.

그리스의 긴축을 강요했다는 점을 두고 유럽을 비판할 수는 없다. 이는 막대한 금융 지원을 받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이다. 또한 심각한 불균형 상태의 국가는 높은 수준의 제재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유럽이 사태 초기에 보여준 신속하지 못한 대책, 나쁜 대책, 불균형적인 대책, 불공정한 대책은 비난의 대상이다. 누가 그리스를 잃어버렸냐는 질문에 대해 충분히 책임을 져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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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10.06.29 11:08
진퇴양난 G20 정상회의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보고서 제목을 눌러주시면 됩니다.

1. G20 공조체제 균열

캐나다 토론토에서 6월 26-27일에 걸쳐 개최된 G20정상회의가 별다른 진전 없이 그 동안 지속적으로 이야기해왔던 원칙만 재확인 한 채 막을 내렸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토론토 회의에서는 IMF와 BIS 등의 기관에서 연구한 금융안정화 방안을 바탕으로 그 기본 틀에 합의를 도출해냈어야 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11월 서울 회의에서 세부적인 공동정책안이 발표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서 그동안 집중적으로 국제공조 정책을 추진했던 이슈들은 개별 국가의 문제로 전환되었고, 오히려 재정문제와 관련되어 이견만 부각되었다. 그 동안 중심적으로 논의되었던 이슈 중 하나인 은행세는 서울회의에서는 아예 논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미 이 달 초에 부산에서 열린 G20 실무자회의에서 은행세 문제는 각국이 알아서 하기로 이야기가 되었고, 이번에 이를 공식화 하였다. 은행의 건전성 문제의 핵심인 BIS자기자본 비율도 전반적으로 강화한다는 원칙만 확인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개별국가의 사정에 따라 결정하기로 하였다.

이와는 달리, 재정정책과 관련해 국가 별, 지역 간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유럽 G20회원국들은 그리스, 스페인 등 남부유럽의 재정문제가 유럽 전체의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몸소 느꼈기 때문에 강도 높은 긴축정책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미국은 지속적 경기부양을 강력히 주장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재정적자 폭을 점진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민간수요가 위축되어 있어” 경기 부양을 너무 빨리 멈추면 “과거에 실수를 범했던 것처럼 경기침체가 다시 시작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공공지출을 통한 경기 부양 정책을 지속할 필요성을 강조하였다(Reuters, 2010/06/18).

유럽의 지도자들의 생각은 완전히 달랐다. 마누엘 바로스 EU집행위원장은 “적자 감축과 부채 안정화를 위해 확실한 목표에 합의를 도출해 내야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캐머런 총리도 “재정 적자 문제에 직면한 나라들은” 신뢰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유럽의 국가들은 단지 말로서가 아니라, 이미 행동으로 재정지출 축소에 나섰다. 영국은 2015년까지 1130억 파운드의 적자를 감축하는 내용의 긴급 예산안을 발표했다(Financial Times, 2010/06/22). 독일은 6월 7일 세금 인상과 재정긴축을 통해 4년에 걸쳐 800억 유로 규모의 재정적자를 해소하는 방안을 이미 발표한 바 있다(이데일리, 2010/06/08).

2. 기본적 합의 사항들

전반적 기조
-재정적자를 2013년까지 절반으로 축소하고, 2016년까지 하향화 추세로 전환
-경기 회복세를 감안하고 성장도 함께 고려
-글로벌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진국은 수출 경쟁력을 제고하고, 국내저축을 증대
-선진 흑자국은 내수촉진을 위한 구조개혁을 펼치고, 신흥 흑자국은 사회안전망과 인프라 지출 확대하며, 환율 유연성을 제고
-통화정책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운영

금융규제
-은행자본은 보통주 위주로 구성하고 자본비율을 상향 조정하되, 이행기간은 각국의 상황에 맞게 충분히 부여
-금융부담금 추진은 은행세 등 구체적 형태를 규정하지 않고 각국의 상황에 맞게 추진
-납세자 부담 없이 모든 유형의 금융기관을 정리할 수 있는 체계 마련
-파생상품, 헤지펀드, 신용평가사 등에 대해서 투명성 및 규제·감독 강화를 위한 조치 시행

국제금융기구 개혁
-IMF의 의사결정 권한의 양을 의미하는 쿼터개혁을 서울정상회의에서 결정: 쿼터 비중 9.6퍼센트를 한국 등 과소대표된 54개국으로 이전
-세계은행의 투표권도 전체 4.59퍼센트를 개도국으로 이전
-개도국의 개발자금과 관련되어 있는 국제금융기구들(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 미주개발은행)에 3500억 달러 증자 합의 환영
-보다 안정적이고 복원력 있는 국제통화제도 구축

3. 근본적 한계

2008-9년에는 1930년대 대공황과 맘먹는 위기에 직면했다는 세계적 공감대 형성되어, 모두가 같은 배를 타고 있다는 정서가 강했다. 실제로 G20회원국들이 국제적 공조를 원만하게 잘 이끌었다. 물론 공조의 내용은 단순했다. 대규모 구제금융과 재정지출을 통해 신용이 경색되고 경기가 불황에 빠지는 것을 막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 대응은 신속하게 이루어졌고, 성과도 좋았다.

하지만 2010년 경기가 지표상으로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공통점은 약해지고 차이점이 더 크게 부각되기 시작했다. G20은 기존 선진국 G7(또는 러시아 포함 G8)에 신흥국 12개국과 EU 의장국을 포함시킨 것이다. 회원국들이 경제상황과 발전정도가 각기 달라 모두에게 적합한 단일안이 만들어지기 힘들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무역적자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위안화 절상을 주장하고, 신흥국들의 수출의존도를 낮추기를 원한다. 그러나 신흥국 입장에서는 그럴 경우 자국 산업과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기 때문에 좀처럼 그 안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또한 외국자본의 유출입에 따라 신흥국의 외환·금융·자산 시장의 변동성이 커져 경제 전체가 흔들리기 때문에 무역흑자를 통해 외환보유고를 높이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선진국 그룹 내부에서도 유럽과 미국의 의견차가 벌어지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유럽은 재정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문제가 심화되고 확산될 경우 유로 존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지속적 경기부양을 주장하고 있지만, 재정적자 문제에 있어 유럽 국가들보다 전혀 나은 처지에 있지 못하다. 다만 기축통화국의 이점이 있기 때문에 ‘여유’를 부릴 수 있을 뿐이다.

재정문제는 단지 회원국들이 처한 상황의 다양성 문제에 국한되진 않는다. 경제위기에 관한 주류 경제학 이론과 그에 기초한 정책방안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시장 만능주의를 설파해 왔던 학자들은 시장이 일시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실패를 경험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전반적인 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부인해 왔다. 그러나 1930년대 대공황과 현재의 위기에서 알 수 있듯이 그들의 주장처럼 시장의 자율적 조정기능을 믿고 정책을 펼쳤다가 세계 전체가 위기에 봉착했다. 한 동안 정부의 재정지출로 민간의 소비와 투자 위축을 보조하는 케인즈주의적 방안이 해결책으로 힘을 발휘했었다. 하지만 이번 위기에는 이마저도 큰 문제에 부딪히고 만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불거지면서 드러났듯이, 국가 자체도 자본주의 시장 메커니즘에 편입되어 있기 때문에 마음대로 재정지출을 늘릴 수 없다. 국가가 재정수입을 통해 안정적으로 부채를 갚을 수 있는 능력이 시장에서 평가되고, 그에 따라 채권의 가격이 변동한다. 그리고 국가의 신용도를 지수화 하여 파생상품이 거래되고 있다. 국가신용도가 떨어지면 상대적으로 훨씬 더 비싼 값으로 채권을 팔아야 한다. 그나마 팔 수 있으면 다행이다. 시장에서 아예 사주질 않아 국가가 필요한 돈을 구하지 못할 수 있다. 게다가 국가의 신용에 문제가 생기면 투자된 외국자본이 채권, 주식, 외환시장 가릴 것 없이 한꺼번에 빠져나가 국가경제 자체가 붕괴한다.

현재 세계경제의 상황은 미국의 주장대로 경기가 회복되려면 민간의 투자심리와 소비심리가 살아날 때까지 재정지출을 줄일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세계 각국은 재정적자 폭을 줄이지 않고, 이 상태를 계속 끌고 갈 수도 없는 처지이다. 시장이 ‘가만있지 않기’ 때문이다. G20이 일괄적인 규제안을 제대로 도출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각국의 처한 상황과 이해가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21세기 자본주의 체제가 새롭게 직면한 위기에 대해 제대로 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형준 hjpark@saesay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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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09.08.24 13:15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하셨다. 장례식은 6일간의 국장으로 결정이 났다. 초기에 정부는 국민장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도 전례와의 형평성과 진보에서 보수까지 각 진영의 입장 등 다양한 정치적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혹시 정부가 국민장을 제안한 까닭이 장례비용을 감당할 경제적 능력이 안 되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는 황당한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최근 이명박 정부 3년의 재정적자가 117조 원에 이를 것이고, 이를 합치면 2010년까지 누적된 국가채무가 400조를 넘을 것이라는 언론보도를 접한 탓인 것 같다.

금융위기의 후속작 재정적자

한 신문기사의 표현을 빌자면 이명박 정부 들어 재정적자는 ‘폭설이 내리듯 쌓여가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 첫해인 작년 재정적자는 15조 6000억 원이었으며, 올해 적자 규모는 51조 6000원으로 커졌으며, 내년에도 50조 원 안팎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어 3년 간의 적자 누적액이 117조 원을 넘게 된다. 이는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재정적자가 18조 3000억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6배 이상 많은 규모이다(<한겨레> 2009.8.18).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재정적자의 증가는 전세계 대부분의 정부가 겪고 있는 일이다. 경제가 침체되고 성장률이 낮아지면서 거둬들이는 세수는 줄어든 반면, 경기부양을 위해 막대한 재정지출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올해 재정적자 규모가 1조 8400억 달러에 이르고, 영국도 132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금융위기의 뒤를 이어 각국 정부의 재정적자가 세계경제의 또다른 폭탄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걱정스러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감세와 4대강 사업으로 재정적자 가중

하지만 우리정부의 경우 재정적자가 늘어나게 된 몇 가지 요인을 추가적으로 가지고 있다. 첫째는 감세정책이다. 20일 기획재정부가 한나라당 배영식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실시된 법인세, 소득세, 부동산세 등의 감세정책으로 인해 2012년까지, 즉 이명박 정부 임기 동안 줄어드는 세수는 모두 33조 8826억 원이다. 2008년 약 6조 원, 2009년 약 10조 원이 감세되었으며, 앞으로도 약 17조 원이 감세되어 정부 예산이 줄어들게 된다.

감세 항목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법인세로 전체의 약 53퍼센트이며 감소분은 약 9조 원에 이른다. 그 뒤를 이어 소득세가 전체의 약 24퍼센트를 차지하고 감소분이 약 4조 원에 이른다. 법인세와 소득세 감세로 인한 세수 감소가 전체 감세액의 약 77퍼센트로 약 13조 원에 달하는 것이다. 법인세 감면의 혜택은 기업이 받게 되고, 소득세의 경우 고소득일수록 감세율이 커서 결국 소득세 감면의 혜택은 고소득층이 받게 된다. 결국 일반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없다.

고소득층은 세금 줄이고, 저소득층은 지원금 줄이고

둘째는 4대강 사업이다. 4대강 사업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본사업비만 16조 9000억 원이 들어가며 보조사업비까지 더하면 약 22조 4000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투입 예산 규모는 매년 달라지겠지만 산술적으로 평균을 내보면 2010년까지 매년 7조 5000억 원 가량을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을 통한 고용창출과 경기부양의 효과는 회의적이다.

반면 내년 보건복지가족부의 예산은 4392억 원이 삭감되었다. 주로 기초생활보장 예산 2589억 원, 사회복지일반 예산 1483억 원, 보건의료 예산 319억 원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예산이 삭감되었다. 심지어 장애인 의료비 지원 및 의료 급여 대불사업은 예산의 100퍼센트가 전액 삭감되었다. 결국 재정적자의 부담을 줄이고자 가장 손쉽게 줄일 수 있는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복지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또한 취약계층으로부터 삭감한 예산이 4대강 사업에 투입되고 있다고 보아도 무리가 없다.

감세와 4대강 사업 중단하면 56조 원의 재정 확보 가능

간단히 계산해보자. 2012년까지 감세로 인해 줄어드는 정부의 수입이 약 33조 8000억 원이고,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늘어나는 정부의 지출이 22조 4000억 원이다. 만약 이 두 가지를 중단할 경우 우리 정부의 재정에는 약 56조 원의 여유가 생긴다. 삭감된 보건복지가족부 예산의 100배가 넘는다. 올해 재정적자가 현재까지 약 51조 원이라고 하니, 한 해 재정적자를 메울 수 있는 규모이다. 내년까지 누적 재정적자 예상금액이 117조 원이라고 하니 그 중 절반은 메울 수 있는 규모이다.

부자감세와 사회복지예산 삭감. 결국 감세와 4대강 사업으로 인해 가속화되는 재정적자의 혜택은 기업과 고소득층이 받고, 피해는 일반 국민과 저소득층이 받는다. 재정적자는 결국 양극화로 이어진다. 우리가 재정적자를 걱정해야 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민자사업 확산과 민영화 추진 가능성 높아

그리고 재정적자를 양극화로 귀결시키는 또 한 가지 요인이 있으니 바로 민자사업을 포함한 민영화이다. 재정이 부족한 정부 입장에서는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민자사업을 적극 활용할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열악한 재정 속에서 가시적인 사업을 이루기 위해 각종 도로와 다리, 학교 건설에 민자사업을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한 공기업 민영화는 재정적자를 메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전기, 철도, 수도, 가스 우편 등의 탄탄한 공기업을 매각하면 당장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민자사업과 민영화 모두 요금인상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민자사업으로 건설하여 최근 개통된 지하철 9호선이나 서울-춘천 고속도로가 요금인상 논쟁에 시달렸던 것만 생각해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지난 촛불집회 당시 수도 민영화가 되면 하루 수도요금이 14만 원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가 온 국민을 사로잡았던 것을 생각해 보아도 알 수 있다. 결국 공공재를 민간자본에게 맡기면서 높은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서민들, 일반 국민들이 또 다시 피해를 보게 된다.

따라서 정부가 정말 친서민 정책을 실현하고 싶다면, 가속화되는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부터 내놓아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법인세, 소득세 등의 감세를 연기하는 것과 4대강 사업을 중단하는 것이다. 또한 국민들은 재정적자의 뒤편에서 우리 삶을 더욱 가난하게 만들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정부의 예산운영을 지켜봐야 하겠다.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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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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