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14여경훈/새사연 연구원

 

최근 일본 민주당은 상속세(50%)와 소득세(40%) 최고세율을 각각 5%p 인상하겠다는 부자증세 계획안을 발표하였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프랑스 대선에서 올랑드는 100만 유로 초과소득에 대해서는 75% 세율을 부과하겠다는 파격적인 공약을 내걸고 당선되었다. 지난 주 끝난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20 만 달러 이상의 고소득자에 대해서는 세율을 인상하겠다고 약속하였다. 따라서 소득세 최고세율은 35%에서 39.6%로 1993년 클린턴 정부 수준으로 복귀하게 된다. 1993년 클린턴 정부에서 최고세율을 31%에서 39.6%로 인상했을 때 재정적자는 줄어들고 투자와 고용, 성장률 등 모든 지표가 개선되었던 경험도 부자증세를 추진하는 배경이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우리나라는 198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소득세와 법인세가 줄어들고 있다. 1980년 62%에 달하는 최고세율은 1989년 50%, 그리고 외환위기 전인 1996년에는 40%까지 떨어졌다. 두 번의 개혁 정부 시기도 예외는 아니었다. 소득세 최고세율은 40%에서 35%, 법인세 최고세율은 28%에서 25%까지 떨어졌다. 부자감세를 추진한 MB 정부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의 상위 1% 소득 비중은 11~12%에 달한다. 20세 이상 인구가 4천만이라고 할 때, 상위 1%인 40만 명은 전체 소득세의 40%인 12조를 부담하고 있다. 25%를 더 부담시키면 3조원의 재정수입을 얻거나, 나머지 99%의 소득세를 평균적으로 15%만큼 줄일 수 있는 금액이다.

부자증세는 그 자체로 최상위 계층의 세후소득을 줄여 격차를 해소할 뿐만 아니라, 복지지출 확대로 2차적인 양극화 해소 기능을 수행한다.

부자증세는 또한 경제성장을 촉진하는데 기여할 수도 있다. 만약 3 조원의 재정수입으로 교육과 의료 인프라를 확충하고, '사람'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 경제성장률은 개선될 것이다.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세율이 각각 50%, 37.5%에 달하던 1980년대 후반 분배율과 성장률 개선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던 시기가 이에 해당한다. 1950~60년대 자본주의 황금기 시대 미국의 최고세율은 91%에 달했으며, 90년대 미국의 신경제도 부자증세가 배경이 되던 시기였다.

물론 부자증세는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국가의 재정건전성을 확충하고, 소득과 재산에 연계된 권력 집중 해소를 통해 경제민주화에 기여할 수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부자증세만큼 다양한 경제적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 바로 금융거래세다. 금융거래세는 거래비용 증가로 과도한 투기를 억제하고 생산적 투자활동으로 자원을 이전하여 자원의 효율적 배분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자산가격 및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하고, 경제적 불확실성 해소로 금융 및 재정 정책의 실효성을 제고한다. 마지막으로 부자증세와 마찬가지로 아주 낮은 세율에도 연간 수천억에 달하는 재정수입을 올려 복지지출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대선 정국에서 부자증세와 금융거래세 등 미국과 유럽에서 새로운 시대를 상징하는 경제정책들이 거의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과연 대선 후보들은 얼마나 훌륭한 경제 정책을 구상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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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2 / 05 / 21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여부가 여전히 세계 경제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 열린 G8 정상회담에서 각국 정상들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반대한다.” 며 사태를 진정시키고자 하고 있다. 또한 그동안 추진해온 유럽식 긴축재정과 함께 미국식 경기부양책을 적절히 조화시켜야 한다는데 만장일치했다. 과연 경기부양책을 어떻게 펼칠지 두고 봐야겠지만, 긴축정책에을 고집해오던 시각이 변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사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현실화된다면 이는 무리한 긴축정책을 강요한 결과이다. 유럽은 구제금융을 해주는 대신 그리스 국민의 희생을 요구하는 긴축정책을 조건으로 걸었기 때문이다. 그리스 국민들의 임금은 대폭 깍였고, 일자리는 줄어들었고, 경기는 침체되고 있다. 긴축정책을 계속 할 경우 부채의 규모는 줄어들지 몰라도 경기침체에서 빠져나갈 출구를 찾기 힘들다. 그리고 경기가 계속 침체되는 한 부채의 축소도 불가능하다.

앞서 살펴보았던 경제학자 루비니(Nouriel Roubini)와 크루그먼(Paul Krugman)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에 대해서는 견해 차이가 있었지만, 긴축정책을 폐기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의견이 일치했다. 아래 소개하는 경제학자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의 견해 역시 긴축정책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같다.

스티글리츠는 지금 유럽 경제의 핵심 문제는 재정건전성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경기가 다시 회복될 수 있도록 신뢰를 되찾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유럽의 정치 지도자들이 고집스럽게 긴축정책을 주장한 결과 경제는 더 불안정해졌으며, 가난한 이들과 젊은이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고 비판한다. 심지어 이러한 정치 지도자들의 오판은 범죄와 다르지 않다고 말하기도 한다. 스티글리츠는 재정지출을 확대하여 투자와 수요가 늘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안이며, 하루라도 빨리 유럽이 이 대안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긴축정책 이후

(After Austerity)

 

2012년 5월 7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

 

올해 IMF 연례회의는 유럽과 국제 사회의 경제정책이 방향 없이 굴러가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각 국 재무장관에서 민간 금융기관의 책임자까지 금융계의 지도자들은 위기 국가들이 적자를 줄이고, 국가 부채를 연착륙시키고, 구조적 개혁을 단행하며, 성장을 촉진해야 한다는 등 지금까지 나온 주문을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지금은 신뢰의 회복이 필요하다.

중앙은행, 재무장관, 민간은행의 책임자 등 경제의 키를 잡고 있는 이들은 세계 금융 시스템을 파탄으로 몰아가고 있으며, 혼란을 지속시키고 있다. 게다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엉뚱하게 제시하고 있다. 경제위기에 처한 국가들이 침체에 빠진 상황을 그대로 두고 어떻게 신뢰를 회복할 수 있겠는가? 긴축정책이 총수요를 더욱 축소시키고, 생산력과 고용을 줄이는 상황에서 경제가 다시 성장할 수 있겠는가?

이제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시장 그 자체는 안정적이지 못하다. 시장은 불안정한 자산 거품을 반복적으로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수요가 줄어들 때 이를 더욱 가속화시킨다. 실업과 공포를 확산시키고 임금과 소득 그리고 소비를 줄어들게 만든다. 가구형성률도 줄어들고 있다. 미국의 젊은이들 중 독립하였다가 다시 부모에게로 돌아가는 이들이 늘고 있으며, 주택 가격이 떨어지면서 담보로 잡힌 많은 주택이 압류당하고 있다. 균형 재정을 고수하는 지역에서는 세수가 줄어드는 만큼 재정 지출을 줄이고 있는데, 이는 자동적으로 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이것이 바로 유럽이 부주의하게 잘못 채택한 방법이다.

긴축이 아닌 대안은 존재한다. 독일과 같은 국가는 재정정책을 펼칠 여유가 있었다. 투자를 촉진시키기 위해 재정지출을 사용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성장을 가져온다. 또한 유럽의 나머지 국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세금을 늘리고, 그만큼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소비를 늘리는 것은 오랫동안 사용된 방법이다. 재정지출 확대 정책이 잘 설계된다면(상위층에게 세금을 부과하고, 교육에 지출하는 등의 방법을 잘 혼합하면), GDP와 고용의 증가는 상당할 것이다.

사실 유럽 전체는 재정 상태가 나쁘지 않다. GDP 대비 부채 비율은 미국에 비해 낫다. 만약 미국의 각 주가 자체 재정에만 의존한 채로 운영된다면 미국 역시 재정 위기에 빠질 것이다. 각 주에서 자체적으로 실업급여를 준다고 가정하면 더욱 그렇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명확하다. 전체는 부분의 합 그 이상이라는 것이다. 유럽에서도 유럽중앙은행(ECB)이 재정을 지원해준다면 유럽 전체의 부채 감당 비용은 줄어들 것이고, 성장과 고용을 촉진시킬 수 있는 재정적 여유가 생길 것이다.

이미 유럽 내의 금융기관인 유럽투자은행(EIB)은 현금이 부족한 국가에 자금을 지원해주고 있다. EIB는 대출을 더욱 확대해야 하는데, 특히 중소기업에게 지원되는 자금을 늘려야 한다. 중소기업은 모든 경제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핵심 원천이지만, 은행이 대출을 축소할 경우 가장 어려움을 겪는 곳이기 때문이다.

한결같이 긴축을 주장했던 유럽의 판단은 오진이었다. 그리스는 재정에 비해 지출이 과도했다. 하지만 스페인과 아일랜드는 위기 전까지 재정적자나 GDP 대비 부채 비율이 낮았다. 재정건전성은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재정건정성과 긴축정책은 역효과를 낳는다. 유럽의 문제가 일시적이든 근본적이든 상관없이 긴축은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 뿐이다. 유로존은 최적 통화 지역(OCA, Optimal Currency Area)에서 멀어지고 있다. 자유 무역과 자유로운 이민이 가능한 지역에서 조세경쟁(각종 세제혜택을 무분별하게 도입하는 것 - 역주)은 성장할 수 있는 국가를 갉아먹는 요인이다.

유럽이 긴축을 향해 질주한 결과는 장기적이고 엄청난 고통으로 돌아올 것이다. 유럽연합이 살아남는다 해도 높은 실업과 거대한 침체를 대가로 치룰 것이다. 특히 위기 국가들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리고 위기는 유럽 전체로 퍼져나갈 것이다. 이는 불에 기름을 뿌린 격으로, 어떤 방화벽으로도 막기 힘들 것이다. 유럽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경제 중 하나인데, 이렇게 큰 규모의 경제가 긴축정책 후 회복된 사례는 아직 없다.

결과적으로 사회의 많은 자산, 인적 자본은 낭비되고 파괴될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오랫동안 빼앗긴 젊은이들은 사회에서 소외당하고 있다. 2008년 이후 청년실업률은 급격히 높아져서, 어떤 국가에서는 50%에 근접하거나 이를 초과하기도 한다.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구한다고 해도 임금을 매우 낮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젊은 시절은 기술을 배우고 능력을 쌓는 시기이지만, 지금의 젊은이들은 퇴화되고 있다.

게다가 많은 국가들이 지진, 홍수, 태풍, 허리케인, 쓰나미 등 자연재해에 취약해지고 있다. 여기에 사람이 만든 재앙까지 더해지는 것은 더욱 더 비극이다. 유럽이 그렇게 되고 있다. 과거 경험을 무시하는 유럽의 지도자들의 고집은 범죄와 다를 바 없다.

유럽의 고통, 특히 가난한 이들과 젊은이들의 고통은 불필요한 과정이다. 다행히도 대안은 존재한다. 대안을 미루면 더 비싼 대가를 치룰 것이다. 지금 유럽은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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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 09 / 09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법인세 인하가 글로벌 스탠더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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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법인세 인하가 글로벌 스탠더드일까?
2. 우리나라 법인세율 세계 수준에 비해 여전히 낮은 편
3. 더 이상 법인세 인하가 대세가 될 수 없다
4. 재정건전성과 사회복지를 위해 적절한 수준의 증세 필요

[본문]

1. 법인세 인하가 글로벌 스탠더드일까?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던 법인세의 추가 감세가 중단되었다. 지난 7일 정부와 여당이 합의하여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 의하면 2012년부터 법인세 최고세율을 20%로 인하하기로 했던 계획을 철회하고 현행 22%를 유지하기로 했다. 또한 현재 2억 원을 기준으로 2단계로 나누어져 있는 과세표준 구간을 3단계로 늘리는 방안을 신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경련은 보도자료를 통해 즉각 반발했다. 전 세계적으로 법인세 인하가 추세인 상황에서 “추가감세 중단은 정책일관성을 훼손하며, 법인세 최고 구간을 신설하는 것은 (단일세율이 일반적인)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맞지 않으며, 조세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는 것이다.

사실 정부 역시 이번 감세 철회 결정이 썩 마음에 드는 상황은 아니다. 감세는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경제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역시나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법 개정안 발표 다음 날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여전히 감세가 옳은 정책 기조이며, 균형재정을 달성하고 나면 2014년부터 다시 감세를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역시나 다른 나라도 법인세를 인하하고 있다는 언급을 빠뜨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전 세계적으로 법인세 인하가 대세라는 말은 사실일까? 또한 다른 나라에 비해서 우리의 법인세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우선 전 세계적으로 법인세가 인하되고 있는 추세인 것은 사실이다. 표1과 그림1에서 보이듯이 1980년대 이후 세계 각국의 법인세율은 줄어들고 있다. 1981년의 경우 핀란드가 61.50%의 가장 높은 세율을 보이면서 당시 통계가 존재하는 OECD 국가 22개국의 평균 법인세율이 47.52%였다. 하지만 약 20년이 흐른 2010년의 경우 미국이 39.21%의 가장 높은 세율을 보이면서 OECD 국가 31개국의 평균이 25.91%이다.

그림2에서 보이듯이 우리나라의 법인세율도 줄어들고 있다. 법인세는 1950년에 35% 세율로 처음 도입되었다. 이후 한국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1952년에 우리 역사상 가장 높은 법인세율인 75%를 기록했고, 1953년과 1954년에도 70%를 유지했다. 전쟁이 끝난 후 30%대로 줄어들었다가 1970년대 40%로 상승한 후 1980년대에 다시 30%, 1990년대에 20%대로 줄어들었다. 그 후 2000년에 28%였던 것이 2001년 27%로, 2005년 25%로 줄어들다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2010년에는 22%로 줄었다.

2. 우리나라 법인세율 세계 수준에 비해 여전히 낮은 편

이렇듯 전 세계적으로 법인세가 인하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추세를 따지기 전에 각국의 법인세율 규모 자체를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OECD 국가들의 2010년 법인세 최고세율을 비교해보면 그림3과 같다. 32개 국가 중에서 법인세율이 높은 순서대로 따지자면 우리나라는 21위로 중간 이하이다. 법인세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일본으로 39.54%에 이르며, 그 뒤를 이어 미국이 39.21%, 프랑스가 34.43%, 벨기에가 33.99%의 세율을 부과하고 있다. OECD에 속하지 않는 국가들 중에서 중국이 25%, 대만이 25%, 말레이시아가 28%의 법인세율을 부과하고 있다. 즉, 세계적으로 법인세가 인하되는 추세라고 해도 세율 규모 자체는 여전히 우리나라보다 높은 수준의 국가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높은 법인세율을 유지하고 있는 국가들은 선진국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우리나라 기업들이 ‘글로벌 스탠다드’를 운운하며 법인세 인하를 주장하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어 보인다.

특히나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달리 각종 비과세, 감면 제도가 많아 기업이 감당하는 실제 부담률은 명목상의 세율보다 훨씬 낮은 실정이다. 명목상의 세율을 산출세율이라 하고, 실제 부담률을 실효세율이라 하는데 현재 산출세율이 22%라고 해도 각종 감면혜택으로 인해 실효세율은 22%보다 작다는 것이다. 표2에서 보이듯이 2010년 법인세 납부액 상위 5위 기업들의 경우, 세전 순이익을 통해 실효세율을 따져본 결과 모두 산출세율 22%보다 낮게 나타났다.

또한 민주노동당의 이정희 국회의원이 제출한 상임위 정책 보고서에 의하면 2008년과 2009년에 전체 기업들이 부담한 실효세율은 각각 20.5%와 19.6%였다. 이는 당시 산출세율인 25%에 모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또한 표3에서 보이듯이 자본금 규모별로 나눌 경우 자본금이 5000억 원을 초과하는 대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낮은 실효세율을 적용받는 혜택을 입고 있다. 즉, 주로 대기업들이 법인세 공제감면 제도의 수혜자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GDP 대비 법인세의 비중을 따져보면 4.2%로 OECD 평균 3.5%에 비해서 높다. 12.5%로 1위를 차지한 노르웨이와 그 뒤를 잇는 호주, 룩셈부르크 등에 이어 상위 4위 수준이다. 반면 법인세율 자체가 40%에 가까울 정도로 높았던 미국의 경우 GDP 대비 법인세 비중은 1.8%에 불과하여 가장 낮다. 이는 미국은 소규모 주식회사의 경우 기업의 소득을 파악하고 거기에 법인세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주 개인의 소득으로 파악하여 소득세를 부과하기 때문이다.

3. 더 이상 법인세 인하가 대세가 될 수 없다

그런데 이제까지 법인세 인하가 추세였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렇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혹은 그렇게 하는 것이 적절할까?

세계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침체에서 벗어날 줄 모르는 상황이며, 올해 들어서는 국가의 재정건전성 문제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항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하락이나 유럽의 재정위기들이 이를 증명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선진국들에서는 ‘부자증세’가 논의되고 있다. 특히 워렌 버핏, 조지 소로스 등의 당사자 부자들이 앞장서서 증세를 요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런 증세 요구는 개인 고소득자 뿐 아니라 기업에 대해서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영국에서 최근 수개월 동안 기업의 법인세율 인상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었다. 영국 정부의 긴축재정에 반대하는 청년단체 ‘유케이 언컷’은 영국의 거대 슈퍼마켓 체인점, 통신회사 등이 지금보다 더 많은 법인세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며 시위를 벌여왔다. 이에 대해 세계적인 검색 포털사이트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은 “만약 법적인 요구가 있다면 법인세를 더 낼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슈미트 회장은 “기업인들이 세금을 더 내려 해도 자발적으로밖에 할 수 없다”며 “현재 기업들은 법적으로 낼 수 있는 최소한의 세금만을 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국의 법인세 관련 법이 증세를 막고 있다”며 영국 정부의 법인세 정책을 비판했다. 앞서 그림과 표를 통해 살펴보았듯이 올해 영국의 법인세율은 28%로 우리나라보다 높다.

재정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세수를 늘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 대상은 가장 많은 부를 소유하고 있는 고소득자 또는 기업이 될 수밖에 없다. 올해 초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보고서는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의 기업들이 얼마나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지 알려준다. 이 보고서는 전세계에서 금융회사를 제외하고 현금 보유량이 가장 많은 50개의 기업을 보여주고 있는데, 1위 제너럴일렉트릭은 783억 달러의 현금과 단기금융을 보유하고 있다. 50개 기업 중 유일한 우리나라 기업으로는 삼성전자가 22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과 단기금융은 191억 달러로 조사되었다.

한편 기업들이 이렇게 많은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실 경제위기 상황에서 법인세를 인하하는 명목은 기업들이 투자를 늘려서 경기가 살아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즉 법인세 인하가 반드시 투자를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면 법인세를 인하할 이유가 없다. 그보다 빠른 시일 내에 수요창출 효과가 확실하게 나타나는 재정지출 확대가 바람직할 것이다. 그리고 법인세를 통해 재정지출에 필요한 세수를 마련할 수 있다.

4. 재정건전성과 사회복지를 위해 적절한 수준의 증세 필요

이번 세제 개편안에서의 법인세는 내년으로 예정되어 있던 법인세율 인하를 철회한 수준이다. 하지만 앞으로 경제위기의 근본적인 극복을 위해 재정건전성 확보와 사회복지지출 증가가 중요하다는 점을 생각할 때, 법인세율을 위기가 발생하기 전인 2008년의 25%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럴 경우 약 6조 3000억 원 정도의 세수가 확보될 수 있다.

또한 법인세 외에도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늘리고,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새로운 세금을 만드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프랑스의 경우 연간 매출액이 763만 유로(약 115억 원)를 초과하는 대기업의 경우에는 법인세의 3.3%를 사회세(Social Surcharge)라는 이름으로 추가 부과한다. 독일의 경우에는 소득세와 법인세의 5.5%를 연대통합세(Solidarity Surcharge)라는 이름으로 추가 부과한다. 미국의 경우 기업이 과도한 사내유보금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이에 대해 15%의 유보이익세(Accumulated Earnings Tax)를 부과하고 있다.

세계 경제는 여전히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까지 글로벌 스탠더드 혹은 대세라고 여겨졌던 것들은 2008년 경제위기를 기점으로 변화할 것이다. 지나버린 대세를 쫓기 보다는 현실을 보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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